용인희망연구소 주최로 어제 열린 <2018 용인시 예산 알아야 바꾼다> 정책토크에서 강의하고 토크도 나눴습니다. 두 시간여 동안 동백 마을밥상을 가득 메워주신 분들 반가웠고 감사했습니다. 



어제도 말씀드렸지만, 용인시 예산 규모는 올해 본예산 기준으로 2조2천억원이 넘고 전국 기초 지자체 가운데 탑5 안에 듭니다. 재량 예산만 1조 500억 원이 넘습니다. 한마디로 예산 측면에서는 부자 도시입니다. 그런데 그 동안 시민들이 그걸 체감하지 못했다면, 지역의 살림살이를 잘못해왔다는 뜻입니다. 


더구나 올해 예산 규모는 어쩐 일인지 지난해에 비해 18% 이상 늘어났습니다. 제가 여러 지자체나 정부의 예산 편성 사례를 봐도 호경기도 아닌 시절에 이렇게 예산 규모가 급증한 사례는 본 기억이 없습니다. 지출 규모를 늘리기 위해 매우 낙관적인 세입 추계를 한 느낌이 역력합니다. 더구나 이미 세입이 충분한데도 기금에서 530억 원이나 돈을 꾸어와서 재정 지출을 늘리는 행태는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선거를 의식해 대규모 예산 편성을 한 것이 아닌지 의심되는 대목입니다. 


내용 면에서도 갑자기 홍보성 예산과 1회성 선심성 예산이 대폭 늘어났습니다. 복지와 교육, 문화 등의 인프라를 지속적으로 구축하기 위한 예산이면 저도 찬성하는데, 특정 단체나 시설 등에 1회성으로 지원을 대폭 늘린 사례가 허다합니다. 예를 들어, 표가 있는 노인복지 지원 예산은 구별로 10억 원 이상 늘리면서도 표가 없는 청소년 지원 예산은 몇 백만원 증액에 그쳤습니다. 


최근 몇 년간 용인시의 예산 대비 복지 지출액은 29% 수준(경기도 평균은 35% 수준)이었는데, 올해는 국고보조사업이 늘어난 영향도 있지만, 이런 식의 예산 증액으로 33% 수준으로 늘어났습니다. 2016년 결산 기준으로 수도권 지자체 가운데 1인당 복지와 교육 예산이 꼴찌 수준이었던 지역이 갑자기 이 비중을 높이니 의아해 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 동안은 용인 경전철 때문에 생긴 채무 때문에 복지를 못 한 게 아니냐고요? 채무는 큰 개발사업을 늦추고, 시유지 땅을 팔아서 갚은 것이지 그것 때문에 복지 지출 비중을 줄일 이유는 전혀 없었습니다. 참고로 용인시가 채무 제로를 선언했지만, 용인시가 앞으로 매년 지급해야 할 용인경전철 우발부채는 1조 4000억 원 이상 남아 있습니다. 용인시가 재정법상에서 채무와 부채의 개념이 다르다는 것을 이용해 '빚을 다 갚았다'는 시민들의 착각을 유도하려 한 건 아닐까요?


매년 세수 추계를 잘못해 순세계잉여금이 2000억 원이 넘고, 시금고의 평잔 이자수입이 불충분하며 다른 지자체에 비해 체납세액 징수율은 낮고, 주민세와 쓰레기 봉투값은 다른 지자체보다 훨씬 높은 현실. 시가 살림살이를 잘못해서 애꿎게 시민들에게 부담을 가중시키는 격입니다. 이런 현실을 이제는 바꿔야 합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잘못된 정책적 판단에 따라 엉뚱한 개발사업을 벌이거나 민간이 전혀 책임을 떠맡지 않는 민자사업은 피해야 합니다. 대신 제대로 된 살림살이를 통해 확보된 예산을 신산업과 일자리를 만들어 용인시의 새로운 미래를 만들고, 지역의 복지와 교육, 문화 등 시민들의 삶의 질을 올리는데 체계적으로 써야 합니다. 지역의 살림살이를 제대로 해야 지역을 바꿀 수 있습니다. 


예산이 어떻게 편성되는지도 모르고 올바른 정책적 판단을 할 수 없는 분들이 시정을 맡아서는 일부 나쁜 의도를 가진 공무원들에게 휘둘리고, 엉뚱한 치적성 사업만 벌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건 용인뿐만 아니라 다른 모든 지자체에도 해당되는 얘기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시민들부터 지역의 예산에 대해 제대로 알아야 하고, 또 시의원이나 시장 후보가 될 사람들이 살림살이에 대한 제대로 된 안목과 능력을 갖췄는지 검증해야 합니다. 리더 스스로가 그런 안목과 능력이 없이는 지금처럼 복잡다단한 세상에서 사람과 돈을 제대로 쓸 수도, 올바른 행정을 할 수도, 지역의 미래를 만들어갈 수도 없기 때문입니다.


by 선대인 2018. 1. 5. 12:5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