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2008년초 김광수소장님이 <경제시평> 특집에서 3회 연재로 발표된 학교교육 정상화에 관한 小考시리즈의 세 번째 글의 내용입니다. 참고해보시기 바랍니다.

 

 

한국과 일본의 고등학교에 있어서의 사립학교 문제는 차원이 전혀 다르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를 설명하기 위해서는 한일 양국의 교육기본법에서 사립학교에 대한 조항을 비교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유감스럽게도 한국의 주요 법령들은 7,80% 이상이 일본의 법령을 참고로 하여 만들어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입니다. 말이 참고해서 만든 것이지 사실상 순서만 바꾸어 거의 베꼈다고 하는 것이 더 솔직한 표현일 것입니다. 한국의 근대화가 대부분 일제 강점기 과정에서 이루어졌다는 점을 감안하면 불가피한 면도 있을 것입니다. 또 베낀다고 해서 그것이 반드시 나쁘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닙니다. 먼저 시행착오를 겪은 선진국 사례를 벤치마킹 하는 차원에서 참고한 것일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교육기본법 역시 예외는 아니어서, 한국의 교육기본법도 이웃 일본의 교육기본법을 거의 그대로 베낀 것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다만 베꼈으되 한국적 기득권 상황을 반영하였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 일례로, 사립학교에 관한 한일 양국의 교육기본법의 내용을 비교해보면 그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한국의 교육기본법 제25조 사립학교의 육성에 관한 내용을 보면,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사립학교를 지원·육성하여야 하며, 사립학교의 다양하고 특성 있는 설립목적이 존중되도록 하여야 한다고 되어 있습니다. 이에 비해 일본의 교육기본법 제8조의 사립학교에 관한 내용을 보면, 사립학교가 지니는 공적 성격 및 학교교육에 있어서의 중요한 역할을 감안하여 국가 및 지방공공단체는 그 자주성을 존중하면서 조성 또는 기타 적당한 방법으로 사립학교교육의 진흥에 노력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되어 있습니다. 즉 일본의 교육기본법에서는 사립학교라 할지라도 학교교육에 있어서 공적 성격과 역할을 먼저 강조하고 있습니다. 그런 전제 하에서 사립학교의 자주성과 진흥의 필요성을 말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러나 한국의 경우에는 사립학교의 공적 성격과 역할에 관한 부분을 아예 삭제해버리고 단지 사립학교를 지원, 육성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여 국가의 의무로 해버렸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사립학교의 다양하고 특성 있는 설립목적이 존중되도록 하여야 한다고 함으로써 사립학교가 국가 의무교육을 전제로 한 학교교육의 틀을 벗어날 수 있는 여지를 만들어준 셈입니다. 물론 한국의 교육기본법 제9조에서는 학교는 공공성을 가진다고 규정하고 있기는 합니다. 그러나 이 조항을 잘 읽어보면 학교시설물의 공공성을 말하는 것인지 학교교육의 공공성을 말하는 것인지 애매하게 해석되기도 합니다.

 

상기에서, 일본과 한국의 교육기본법 모두 국가와 지자체가 사립학교 학교교육의 진흥에 노력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한일 양국에 있어서 사립학교의 현실적 상황은 전혀 다르다고 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한일 양국의 현실적 상황을 고려한다면 양국의 교육기본법의 사립학교 진흥에 관한 조항의 취지와 해석도 전혀 달라지게 된다고 할 수 있습니다.

 

2차 대전 후 일본의 사립학교는 사학의 자주성을 존중하여 일본정부의 통제를 받지 않은 사실상의 자유방임주의 상태였다고 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당연히 정부지원도 거의 없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1949년에 제정된 일본 사립학교법 제1조에서는 사립학교의 자주성을 존중하고 공공성을 높임으로써 사립학교의 건전한 발달을 꾀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그러나 1970년대 초반에 사립학교 수가 급격히 증가하여 경영위기를 맞이하게 되자, 일본정부는 1975년에 <사립학교진흥조성법>을 제정하여 이과교육, 산업교육, 학교도서관, 의무교육 교과서 등 국가가 지정하는 분야에 대해 보조금 지원을 실시함과 동시에 사학에 대한 감독도 본격적으로 강화하기 시작하였습니다.

 

사립학교에 대한 정부지원의 근거는 일본헌법 제89조에 근거합니다. 일본 헌법 제89조의 내용을 살펴보면, 공금 및 공적 재산은 종교조직이나 단체의 사용·편익·유지를 위해, 혹은 공적 지배에 속하지 않는 자선사업, 교육사업, 박애사업에 지출하거나 이용해서는 안 된다고 되어 있습니다. 이에 따라 사립학교에 대한 일본정부의 감독이 공적 지배에 해당하지 않는다면 사립학교에 대한 지원은 위헌이 됩니다. 이로부터 1975년의 사립학교진흥조성법은 사립학교의 공립학교화의 출발점이었다고도 해석할 수 있게 됩니다.

 

2006년 5월 현재 일본은 대학생의 75%, 전문대학의 95%, 고등학생의 30%, 유치원의 80%가 사립학교에 다니고 있습니다. 그런데 일본정부는 2004년 4월에 사립학교법을 개정하여, 학교법인에 대한 관리운영제도의 개선, 재무정보의 공개, 사립학교심의회 구성의 개선을 단행했습니다. 이처럼 일본정부가 사립학교법을 개정하게 된 배경에는 저출산으로 학생수가 급격히 줄어들어 파산 등 경영위기에 처한 사학이 늘어나고 있을 뿐만 아니라, 1970년대에 급증한 사립학교들의 학교시설 등이 30년 이상 되어 노후화되고 교육여건도 악화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물론 학교에 따라 편차는 있을 수 있지만 일본 사립학교 전반이 처한 상황은 이와 같다고 할 수 있습니다. 예컨대 사립대학은 40.4%가 정원미달이며, 전문대학은 51.7%가 정원미달에 이르고 있습니다.

 

사립고등학교의 경우도 사정은 비슷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대도시 지역은 대학입시 교육에 치중하는 일부 사립고를 중심으로 학비가 비싸고 경쟁이 치열한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의 경우에는 학비가 매우 싼 공립고에 미치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말하자면 공립고에 못 가는 학생들이 사립고에 가는 형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에, 일본정부는 사학법개정을 통해 문부과학성에 학교법인경영지도실을 설치하여 경상비 보조와 학교시설 개선 등의 지원을 통해 사립학교 교육을 정상화하는 대신, 학교법인경영조사위원 제도를 활용하여 사립학교 운영 및 경영을 투명하게 하고 경영자문 및 상담을 제공하기로 했습니다. 동시에 일본사립학교진흥공제사업단을 통해 자조 노력을 강화하도록 했습니다.

 

2005년 5월에는 학생의 취학기회 확보를 위해 경영난에 빠진 학교법인에 대해 세 가지 긴급지원책을 마련하였습니다. 먼저, 학교법인은 스스로의 책임으로 경영기반 강화를 꾀할 의무가 있다는 점을 재확인했습니다. 둘째, 문부과학성은 경영분석 및 지도, 자문, 경영개선계획 제출 등을 통해 학교법인을 지원하기로 했습니다. 셋째, 학교법인이 파산할 경우 재학생의 취학기회 확보를 최우선으로 한다는 것입니다.

 

이상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일본의 사립학교 진흥은 학교교육에 있어서 사립학교의 공적 역할을 강화하기 위한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말하자면 사립학교의 공립학교화에 가까운 조치라고 할 수 있는 것입니다. 

 

이에 비해, 한국의 경우에는 굳이 상론할 필요도 없을 지경입니다. 한국에서 사립학교 하면 우선 사학비리와 세습이라는 말이 가정 먼저 떠오른다는 말로 모든 것이 설명된다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물론 모든 사학재단들이 다 그런 것은 아니지만 적지 않은 사학재단들의 학교경영이 지극히 불투명하며 필요 이상의 학교부지 확장에만 힘을 쏟아 부동산투기에 몰두한다는 비판이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학교재단은 세금을 물지 않기 때문에 더할 나위 없는 상속수단이라고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더군다나 종교단체에 의해 설립된 사학은 막강한 정치적 기득권을 형성하여 학교교육과 어린 학생들을 볼모로 삼아 심지어는 공권력에 도전하기도 합니다. 미국이나 일본에서는 감히 상상할 수도 없는 일들이 공공연하게 자행되고 있는 것입니다.

 

시장경쟁 논리와 사학의 자율성을 주장하면서 정치와 종교와 교육이 구분되지 않은 주장을 마구 쏟아내고 있습니다. 자율성을 주장하면서 교육기본법에서 정한 교육의 기회균등을 마구 무너뜨리고 있습니다. 심지어 대통령은 일부 종단 사학들의 꼭두각시가 되어버린 채 자사고 100개 설립을 내세워 공립학교 교육을 말살하고 헌법에 명기된 국가의 책무를 포기하려 하고 있습니다. 참여정부 때에 사학법개정을 극력 반대한 것도 이명박정부에서 사학의 자율성을 가장 강력히 주장한 것도 나아가 사학의 사적 재산권을 주장한 것도 다름아닌 종단 사학들입니다. 그로 인해 극심한 사회적 갈등과 혼란이 야기되고 있으며, 학교교육이 정치적 이념과 종파적 이해관계에 휩쓸리는 참담한 상황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대통령을 만들어냈다고 큰 소리치는 종파가 있을 정도인데 이들 특정 종단 사학들의 정치적 기득권이 얼마나 막강하겠습니까!

 

사학비리가 끊이지 않는 가장 큰 근본적인 이유는 이들 사학들이 막강한 정치적 영향력과 기득권을 형성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미국이나 일본과는 달리 한국은 초중고 사립학교 교원 급여를 국가가 지급하고 있습니다. 그런 가운데 사학들은 올바른 교육보다는 시장논리와 자율성을 주장하며 돈을 앞세우고 있습니다. 좀 심하게 표현하면 내가 내 마음대로 학교를 세워 내 마음대로 돈 받고 종교교육이든 정치적 이념교육이든 내 마음대로 가르칠 터이니 국가가 간섭하지 말라는 것입니다. 이런 상황에서는 학교교육 정상화를 제대로 논의하는 것조차 불가능합니다.

 

한국의 고등학교 사학은 그저 땅 사서 학교 건물만 지어 놓으면 그 나머지 운영비는 거의 대부분 국가가 알아서 해주는 구조라고 할 수 있습니다. 결과적으로 그런 구조가 악용된 결과, 한국 고등학교의 사립학교 비중이 50%에 달하는 황당한 지경에까지 이르렀다고 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막말로 만일 국가가 사학 교원들의 급여를 지급해주지 않았다면 그 돈으로 거의 모든 사학을 사들일 수도 있었을 것입니다. 계기야 어찌됐든 일본과는 달리 한국은 사학에 대해 지나치게 과잉보조를 해줌으로써 결과적으로 사학에 공립학교가 먹히고 있는 꼴이 되고 있는 것입니다. 그런 상황에서 대통령마저도 꼭두각시가 되어 교육의 기회균등과 학교교육 질의 향상이라는 국가의 책무를 서슴없이 포기하려 하고 있는 것입니다.

 

한국의 초중고 학교교육은 2중 구조로 되어 있습니다. 우선 50%에 육박하는 사립학교 비중에서 볼 수 있듯이 공립학교의 사립학교화를 들 수 있습니다. 그리고 자사고, 특목고 확대와 자율성 주장 등에서 볼 수 있듯이 사립학교의 입시 학원화가 그것입니다. 이런 2중 구조 속에서 공립교육은 갈수록 황폐해지고 있습니다. 말하자면 사학과 학원은 교육기본법에서 정한 교육목적을 실현시키기 위한 교육논리가 아닌 돈을 앞세운 시장경쟁 논리를 내세워 공립학교를 희생양으로 삼아 학교교육 전체를 무너뜨리고 있는 것입니다.

 

한국의 학교교육을 정상화시키기 위해서는 미국과 일본처럼 초중고 공립학교의 역할을 대폭 강화하는 데서부터 시작하지 않으면 안 됩니다. 공립학교 역할 강화를 위해서는 고민하고 해결해야 될 많은 과제들이 있습니다. 조그마한 연구소의 짧은 글에서 그 모든 것을 다 논할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학교교육에 있어서 공립학교의 역할을 강화하고 학교교육을 정상화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학교당 학생수를 줄이는 데서부터 시작하지 않으면 안 됩니다.

 

아래 <도표3>에서 한미일 3국의 교사 1인당 학생수를 비교해보면, 3국 모두가 교사 1인당 학생수 15-20명 수준으로 거의 비슷한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따라서 문제가 있다면 교사의 질적인 면에서의 차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학교 선생님의 질적 수준 향상은 이미 문제로 노출되어 있으며 개선책이 강구되고 있습니다. 교원평가를 바탕으로 한 재교육 연수 프로그램의 강화와 행정 업무의 축소가 그 중심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도표3> 한미일 3국의 교사 1인당 학생수 비교

         이미지를 클릭하면 원본을 보실 수 있습니다.

           (주) 각종 자료로부터 KSERI 작성

 

그리고 학교장의 학교운영 능력 강화도 빼놓을 수 없는 개선과제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한국 학교교육의 최대 문제점 중의 하나는 학교운영의 불투명성에 있습니다. 학교운영 책임자인 교장이 거의 모든 면에서 절대적으로 책임을 지지 않으려는 태도를 보이다 보니 문제가 생기면 무조건 감추고 덮으려고 하고 있습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지 않는 한 학교교육의 정상화를 기대하기는 어렵습니다.

 

한미일 3국의 학교교육에서 가장 큰 차이를 보이는 것은 <도표4>에 나타난 바와 같이 학교당 학생수라고 할 수 있습니다. 초등학교의 경우, 미국과 일본의 학교당 평균 학생수는 각각 485명과 314명인데 비해, 한국은 무려 743명으로 2배에 달하고 있습니다. 중학교 역시 마찬가지로 미국과 일본의 학교당 평균 학생수가 485명과 329명인데 비해, 한국은 684명으로 거의 2배에 달하고 있습니다. 고등학교는 미국이 717명, 일본 639명에 비해 한국은 838명에 달해 미국에 비해 120명 가량, 일본에 비해 200명 가량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한국의 학교교육이 정상화되기 위해서는 초중학교는 학급 수를 절반으로 줄여 2개 정도로 쪼개서 소규모 단위로 해야 하며, 고등학교 역시 평균 700명 수준까지 줄여야 합니다. 이는 초중학교는 학급당 학생 수를 현재의 절반 수준 이하로 줄여야 하며, 고등학교는 학급당 학생 수를 현재보다 12-24% 가량 줄여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고도 할 수 있습니다.

 

                 이미지를 클릭하면 원본을 보실 수 있습니다.

(주) 각종 자료로부터 KSERI 작성. 미국의 초등과 중등은 합산치임

 

한국의 초중고등학교 학교당 평균 학생수가 이처럼 미국과 일본에 비해 높게 나타나는 이유는 주로 수도권과 대도시 지역에 인구가 집중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특히 신도시개발 지역이 문제가 심각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자사고 100개 만드는 것보다 학교당 평균 학생수를 줄여 콩나물 학교를 하루 빨리 해소하는 것이 학교교육 정상화에 있어서 가장 시급한 과제중의 하나라고 할 수 있는 것입니다.

 

결론을 맺기로 합시다. 미국과 일본은 세계 1,2위의 시장경제 대국이며 기술강국이기도 합니다. 이들 국가가 세계 1,2위의 시장경제 대국이 된 데에는 어떠한 정파적, 종파적 간섭으로부터도 영향을 받지 않고 교육의 기회균등의 기본이념을 바탕으로 확고한 공립학교 중심의 교육정책을 일관되게 추진해왔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다소 역설적으로 들릴지는 모르겠지만 이점을 잊어서는 안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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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선대인 2010. 8. 10. 08:3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