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문화방송 <MBC스페셜>에서는 미니멈 청춘이라는 제목으로 두 차례에 걸쳐 주로 10~30대 전반의 세대별 노조를 지향하는 청년유니온이 올해 3월 출범한 이후 겪고 있는 국내 청년세대의 사회경제적 현실을 다큐멘터리 형식으로 다루고 있다. 방영된 내용 가운데는 커피값이 부담돼 연애도 마음 편하게 하기 어렵다, 달팽이도 집이 있는데 왜 우리는 집이 없느냐는 푸념 등이 젊은이들의 육성으로 쏟아져 기성세대 시청자들의 마음을 무겁게 했다. 이미 석훈 박사의 88만원세대 이후 10~30대 초반의 국내 젊은이들의 우울한 사회경제적 현실에 대한 언론의 주목도가 상당히 증가했다. 하지만 이들 젊은 세대의 사회경제적 현실은 그다지 개선되지 못하고 있다. 이 글에서는 국내 젊은이들이 처한 사회경제적 조건을 살펴보기로 하자.

우선 <도표1>을 통해 청년들의 가장 큰 고민거리라고 할 수 있는 실업난에 대해 살펴보자. 20대의 실업률을 보면 외환위기 충격을 어느 정도 극복하고 난 2000년대 이후 전체 실업률은 3~4%대 수준을 보이고 있지만, 20대의 실업률은 2000년대 초반에는 빠른 속도로 떨어져 2002년 한때 5%대까지 떨어졌으나 이후에는 7~10%대에서 등락을 보이고 있다. 가장 최근은 2010 7월에도 전체 실업률은 3.7%대로 사실상 완전 고용상태를 보이고 있지만, 20대 실업률은 8.5%로 상당히 높은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이미 몇 차례 설명한 바 있듯이 한국의 실업률 통계는 신뢰성이 매우 낮다. 이런 사정을 감안하면 20대의 체감 실업률은 8.5%보다 훨씬 더 높을 가능성이 높다.


이를 잘 방증하는 것이 연령별 고용률 추이나 쉬었음 응답자 추이다. 전체인구 대비 고용자 수의 비율을 나타내는 고용률 추이를 보면, 2000년대 초중반 내내 51~53% 수준을 유지하던 20~24세 연령대 고용률이 2005년 하반기 이후 가파르게 하락해 2009년 이후로는 45% 전후 수준의 낮은 고용률이 계속 유지되고 있다. 비경제활동인구의 증가 등 각종 명목으로 실업 통계에는 포함되고 있지 않지만, 실제로 고용되는 20대 전반 인구는 계속 줄어들고 있는 것이다. 실업률 조사에서 쉬었음이라고 응답해 비경제활동인구 로 분류되는 쉬었음 응답자의 추이를 보면, 다른 연령대에 비해 유독 20대에서 쉬었음이라고 응답하는 숫자가 갈수록 높아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1999년에는 33만 명에 불과하던 이 응답자 수가 70만명 수준까지 급증하고 있는 것이다. 취업난 때문에 대학에 적을 둔 채 졸업을 미루거나 휴학하거나 졸업 후에도 취업 준비에 나서는 등의 이유로 많은 젊은이들이 사실상 제대로 된 일자리를 찾지 못해 애를 먹고 있는 것이다. 설사 취직이 된다 하더라도 상당수가 이른바 알바 일자리들로 불완전 취업자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따라서 실질적인 의미에서 20대의 실업률은 공식 실업률 8.5%의 몇 배에 이를 가능성이 높다. 그만큼 젊은이들이 극심한 취업난을 겪고 있는 것이다. 사상 최대의 공적부문의 채무를 바탕으로 한 부양책에도 불구하고 청년층 실업난은 거의 개선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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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표1> 청년층의 고용사정 현황



                                    (주) 통계청 자료로부터 KSERI 작성

 

이처럼 변변한 일자리를 얻지 못해서 청년층의 소득이 주는 가운데, 주택 가격은 급등해 젊은이들이 집을 사서 결혼하는 것이 매우 큰 부담이 되고 있다. <도표2>에서 아파트 가격 추이를 살펴보면, 2000 1월을 100으로 잡을 경우 지난해 말 기준으로 서울의 아파트 가격은 260.2, 전국 아파트 가격은 197.5로 부풀어올랐다. 하지만 청년층의 평균소득은 그보다 한참 못 미치는 속도로 증가했을 가능성이 높다. 도시근로자가구 평균소득보다는 청년층 평균소득이 훨씬 낮다고 할 수 있는데, 도시근로자가구 평균소득은2000 1분기 100에서 2009 4분기 현재 169.4로 증가하는데 그치고 있다.


2000
년 초와 2009년 말의 서울 아파트 가격지수를 도시근로자 평균소득지수로 나누어보면 1에서 1.54로 벌어지고 있다. 2000년이 1이라는 것은 2000년에 도시근로자의 평균소득으로 아파트를 구입하는데 걸린 년수를 기준으로 한다는 뜻이다. 예컨대 그 년수가 2000년에 7년이었다고 한다면 2009년에는 10.8년으로 확대되었다는 것을 뜻한다. 청년층은 이보다 훨씬 격차가 벌어졌을 것이다. 예컨대 청년층의 평균소득이 도시근로자의 60% 도라고 가정할 경우 사회에 첫발을 내디딘 지 얼마 안 되는 청년층은 적어도 자신이 받는 평균연봉의 18년분 가량을 모아야 서울의 웬만한 아파트를 살 수 있다는 이야기가 된다. 30세 전후로 취업했다고 해도 하나도 안 쓰고 거의 50세까지 모아야 겨우 아파트 한 채 살 수 있는 정도라는 것이다.

<도표2> 청년층의 소득수준 및 주거 부담 추정


                           (주) 각종 자료로부터 KSERI 작성

 

 

이처럼 변변한 소득이 없어 웬만한 전세조차 구하기 벅찬 청년층들의 상당수는 대학가 하숙촌이나 반지하 월세, 고시촌, 심지어 쪽방촌 등에서 주거를 해결하고 있다. 그나마 사정이 괜찮은 사무직 또는 전문직 미혼 청년층 정도가 오피스텔 등에 거주하고 있다. 실제로 2005년 기준으로 전국 317만명의 1인가구 가운데 약 34% 108.7만명이 30대 전반 이전의 청년층인데, 도표에서 보는 것처럼 1인가구의 60% 이상이 19평 이하 주택에 거주하고 있다.


  이처럼 젊은이들이 결혼하고 싶어도 주택문제 등 때문에 결혼하기 어려운 상황이 지속되면서 <도표3>에서 보듯이 초혼 연령은 계속 올라가고 있다. 남성의 초혼 연령은 1990 27.79(전국)/28.26(서울)에서 2009년에는 31.61(전국)/31.95(서울)로 가파르게 상승했다. 여성의 초혼연령도 1990 24.78(전국)/25.54(서울)에서 2009 28.71(전국)/29.60(서울)로 올라갔다. 여기에는 여성들의 적극적 사회진출 등 사회 변화도 영향을 미쳤겠지만, 갈수록 결혼하기 어려운 여건이 심화되고 있음을 시사한다고 할 수 있다.

<도표3> 초혼연령 및 혼인율 추이


(주) 통계청 자료로부터 KSERI 작성


  연령대별로 인구 천명당 혼인자수를 나타낸 혼인율을 보더라도 이 같은 추이를 확인할 수 있는데, 남성의 경우 20대 후반의 혼인율은 급감하는데 반해 30대 전반과 후반의 혼인율이 급증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마찬가지로 여성의 경우 20대 전반의 혼인율은 급감했으나 20대 후반의 혼인율이 급증하다가 2007년 이후로는 이마저도 줄면서 30대 초반의 혼인율이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국내 젊은이들이 결혼도 제때 하지 못할 정도로 젊은이들이 처한 사회경제적 조건이 급속히 악화되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국내 젊은이들이 처한 사회경제적 조건은 더욱 악화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도표4>의 통계청 인구 추계자료에서 볼 수 있듯이 시간이 갈수록 65세 이상 노인 인구 비중이 2000년대 이후 가파르게 늘고 있고 이 추세는 2010년대 이후 더욱 가파르게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시간이 갈수록 노인인구 가운데 상대적 고령층 노인이 더욱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는 사회 전체적으로 경제적 부가가치를 창출하기는 어렵고 건강유지 및 노후복지 비용이 증가하는 연령대 인구가 급속히 늘어나는 것을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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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표4> 노인인구 증가 및 각종 부양비 추이


(주) 통계청 자료로부터 KSERI 작성

 

 

이처럼 사회 전체적으로 발생하는 복지부담이 얼마나 급속히 늘어나는지를 살펴보자. 먼저 15~64세 사이 경제활동가능인구 대비 65세 이상 노인 및 15세 미만 인구를 합산한 인구의 비율을 포괄적 부양비라고 할 경우 지난 70년대 이후 이 비율이 감소해 경제성장에 기여했으나, 2016년 이후로는 빠르게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또 경제활동가능인구 대비 65세 이상 노인인구 비율을 나타내는 부양비를 보면 지속적으로 늘고 있고, 특히 2010년대부터 가파르게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이것은 20~34세 연령대 젊은층 인구 대비 65세 이상 노인인구의 비율을 나타내는 청년층 대비 부양비 추이에 비하면 약과다. 청년층 부양비는 2010 50.2%에서 10년 후인 2020년에는 80.6%, 2030년에는 155.5%로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게 된다.

 

지금까지 본 것처럼 88만원세대로 상징되는 국내 청년층의 사회경제적 처지는 매우 열악하다 못해 참담한 지경이다. 위에서 거론한 문제 외에도 이미 여러 차례 설명한 바 있듯이 가계 경제력 및 교육 서비스의 질 대비 세계 최고의 대학등록금 때문에 청년들과 이들을 자녀로 둔 부모들의 경제적 부담이 치솟고 있는 등 청년층이 받고 있는 사회경제적 고통과 부담이 매우 크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급속한 고령화 추세에 따라 향후 청년층이 짊어져야 하는 고통은 기하급수적으로 늘 수밖에 없다. 이 같은 고통과 부담 때문에 젊은이들이 시집장가를 못 가고 아이를 낳지 않는 지경에 이르고 있다.


   그런데도 정부는 대학등록금을 획기적으로 낮추고 양질의 일자리를 늘리기 위해 노력해 자식세대의 부담을 줄이려는 노력은커녕 부동산 거품 부양 등을 위해 약 1년 반 사이에 공적부문에서만 200조원의 국공채를 발행해가며 4대강사업 등 토건부양책에 탕진하고 있다. 부동산 거품 붕괴에 따른 현 세대의 고통을 줄인다는 명분 아래 부동산 거품 붕괴의 에너지를 더욱 키우는 한편 자식세대들이 써야 할 자원들을 마구 낭비하면서 그들의 부담을 늘리고 있다. 이런 마당에 이명박 대통령과 현 정부의 실세라는 이재오 특임장관 내정자는
젊은이들에게 눈높이를 낮추라는 등 파렴치하기 짝이 없는 발언을 서슴지 않고 있다. 첨단지식정보화 시대에 걸맞게 우리 청년들이 안정적으로 일할 수 있는 양질의 일자리를 만들지는 못하고 천문학적인 재정을 쏟아 부어가며 눈가림 식의 알바형 일자리를 늘려 실업률 수치 놀음을 하면서 일말의 책임감도 느끼지 않고 있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한국 사회의 전면적인 세대교체가 필요한 이유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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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선대인 2010. 8. 25. 10: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