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버드 의대 인턴들 잠 덜 재우니 의료과실 급증






실험 결과를 보도한 하버드대 소식지인 '하버드대 가제트'지 초기화면
"병원 인턴들의 잠을 더 자게 하라, 그러면 실수는 줄어든다."
당연해 보이는 이 명제를 하버드 의대가 직접 실험을 통해 사실임을 입증했다.
하버드 의대는 최근 전통적인 방식으로 '강행군'을 하는 인턴 1년차 그룹과 노동 강도를 현저히 낮춘 그룹의 성과를 분석해 이 같은 사실을 밝혀냈다고 하버드대 소식지인 '하버드대 가제트'와 의료 전문지인 '뉴잉글랜드 저널 오브 메디신'이 28일 보도했다.

연구는 보스턴의 '브리검 앤 여성 병원'에서 24명의 인턴을 두 그룹으로 나눠 실시됐다. 전통적 근무 그룹은 2교대제로 30시간 지속근무 방식으로 매주 85시간을 일했다. 반면 노동 강도를 낮춘 비교 그룹은 16시간 지속근무에 일주일에 65시간만 일하게 했다. 대신 일주일에 잠자는 6시간 정도 더 자게 했다.

결과는 극적이었다. 전통적 근무 그룹은 비교 그룹보다 36% 더 많은 중대 의료 과실을 저질렀다. 약 처방에서 중대한 과실은 21%나 많았고, 심각한 진단 과실은 무려 5.6배나 많은 것으로 나타난 것.

특히 전통적 근무그룹에서 발생한 실수는 많은 이들의 가슴을 쓸어내리게 한다. 예를 들어, 한 인턴은 환자의 오른 쪽 가슴에 주입하게 돼 있던 튜브를 왼쪽에 주입하려다 이를 목격한 레지던트의 제지로 중단했다. 또 한 인턴은 선천성 심장질환을 앓고 있는 환자의 상태가 양호하다고 진단했으나 숙련된 간호사는 그 환자가 호흡 곤란을 느끼고 있음을 확인하기도 했다. 이 같은 인턴들의 실수로 한 환자는 장시간 동안 심장 박동 증가로 고생했으며 또 한 환자는 안정제의 과용으로 심장 박동이 느려져 고생했다는 것.

이 연구를 진행한 하버드 의대 찰스 체이즐러 교수는 "이런 모든 실수들은 심각한 사고를 부를 가능성이 있는 실수들이었다"며 "다행히도 대부분의 실수들은 사전에 발견됐거나 발견되지 못해도 심각한 사고로 이어지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체이즐러 교수는 "반응 시간이 낮아지고, 판단과 학습에 장애가 생기며 주의력이 떨어지는 등 잠을 줄임으로써 생기는 비용은 잘 알려져 있다"며 "이런 지식을 이제 의료계에도 적용할 때가 됐다"고 말했다. 실제로 다른 연구 결과에 따르면 하룻밤을 새고 나면 혈중 알콜 농도 0.1% 상태와 비슷한 상태가 된다는 것. 이번 연구를 함께 진행한 스티븐 로클리 교수는 "이번 연구 결과는 미국 내에서 현재 교육받고 있는 인턴과 레지던트, 간호사 등 10만명의 의료인력과 관련해 중요한 함의를 던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연구결과는 국내의 의료 현실에서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전국 전공의협의회가 올해 초 회원 2492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51.4%가 주 100시간 이상을 근무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3명중 2명꼴로 주3회 이상 야간당직 근무를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버드대 연구의 전통적 그룹의 근무시간을 초과하는 셈이다. 실제로 전공의협의회 김대성 회장도 "하루 16시간이 넘는 살인적인 근무를 하다보면 누적된 피로로 인해 실수가 생길 수 있다"며 "이 같은 열악한 환경은 곧 환자에 대한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by 선대인 2008. 9. 4. 17:15

부시는 흰 것을 검다고 한다-부시의 8가지 거짓말






"부시는 흰 것을 검다 하고 실패를 성공이라고 한다."
미국의 유력 일간지 뉴욕타임스의 명 칼럼니스트 폴 크루거먼(프린스턴대 경제학) 교수가 조지 부시 대통령 후보가 미국 국민들에게 거짓말을 하고 있다며 이처럼 비판했다.

그는 12일 '사전에 사실을 점검한다'는 제목의 칼럼을 통해 일자리, 실업률, 재정적자, 감세정책 등 8가지 주제에 대한 부시 대통령의 주장이 거짓이나 사실왜곡이라며 조목조목 비판했다. 크루거먼 교수는 그동안 부시 행정부에 대한 비판적 목소리를 높여왔으나 이처럼 강한 톤으로 부시 대통령을 공격한 것은 이례적이어서 막바지 대선국면에서 상당한 논란을 부를 것으로 보인다.그는 13일 열리는 경제를 주제로 한 3차 TV토론을 하루 앞두고 쓴 이 칼럼에서 부시 대통령이 일자리 창출과 관련한 주장에 대해 "중간시험에서 F를 맞은 뒤 그 과목을 통과하는데 최소한 C가 필요한 데도 D를 맞고서 우쭐대는 격"이라고 꼬집었다.그는 또 부시 대통령이 국방 이외 분야의 재량지출을 매년 1%밖에 늘리지 않았다고 주장한 데 대해 "실제 증가율은 물가상승분을 제외해도 8%"라며 "부시 대통령은 예산 문제와 관련해 자신이 계속 어겨온 약속과 실제를 혼동하는 모양"이라고 비꼬았다.크루거먼 교수는 두 대선 후보를 비교하면서 "케리는 부정확한 표현을 쓴다고 비판받을 수는 있지만 그의 주장의 핵심은 정확하다"며 "반면 부시의 주장은 근본적으로 부정직하다. 그는 검은 것을 희다고 하고 실패를 성공이라고 강변하고 있다"고 있다고 비판했다.그는 또 두 후보의 주장에 대해 비슷한 분량의 지면을 할애하는 언론의 행태에 대해서도 "부시 대통령의 거짓말을 폭로하고 케리 후보의 어휘 선택을 해부하는데 똑같은 시간을 쓰며 안주하는 기자들은 그들의 독자들을 현혹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다음은 그의 칼럼 번역과 원문. 사전에 사실을 점검한다

갈수록 절망적으로 보이는 부시 대통령이 내일 (3차 TV토론에서) 무슨 말을 할 지 예측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당신이 듣게 될 8개의 거짓말이나 사실왜곡과 그 각각에 대한 진실을 따져보자.

일자리=부시 대통령은 2003년 여름부터 창출된 170만개의 일자리를 거론하며 지금 경제가 튼튼하며 더 튼튼해질 것이라고 말할 것이다. 그것은 마치 당신이 어떤 과목의 중간시험에서 F를 맞은 뒤 그 과목을 통과하는데 최소한 C가 필요한 데도 D를 맞고서 우쭐대는 격이다.

부시 대통령은 허버트 후버 대통령(1929~1933년 재직한 미국 제 31대 대통령) 이래 재임기간 중 정규직 일자리가 감소한 첫 번째 대통령이다. 미국 경제가 단지 인구 성장에 발 맞추기 위해서만 매년 약 160만개의 일자리가 추가로 필요하기 때문에 실제로는 더 나쁜 상황이다. 지난 해의 일자리 증가는 일자리가 감소한 것보다는 더 좋은 소식이긴 하지만 이 같은 필요기준을 맞추지 못한다. 더구나 필요한 일자리 수와 실제 가용할 수 있는 일자리 수 사이의 엄청난 간극을 좁히는 데도 거의 기여하지 못한다.

실업=부시 대통령은 지난 해 6월부터 실업률이 감소한 것을 자랑스러워한다. 하지만 취업자 비율은 전혀 증가 하지 않았다. 실업률이 감소한 것은 단지 일자리가 없는 사람들 중 일부가 구직을 포기해 실업 통계에 잡히지 않았기 때문일 뿐이다. 일하고 있거나 적극적으로 구직하고 있는 인구를 나타내는 노동 참가율이 부시 행정부 들어 급감했기 때문이다. 만약 노동참가율이 (부시 대통령이 집권하기 전인) 2001년 1월 수준을 유지했다면 공식 실업율은 7.4%가 됐을 것이다.

재정적자=부시 대통령은 경기 후퇴와 9.11테러가 기록적인 재정 적자를 초래했다고 주장할 것이다. 하지만 의회예산처(CBO) 추정에 따르면 부시 대통령의 감세조치 때문에 2004년 재정적자의 3분의 2가량이 발생했다.

감세=부시 대통령은 (민주당 대통령 후보인)존 케리 상원 의원이 '중산층을 위한' 감세조치에 반대했다고 주장할 것이다. 하지만 CBO의 수치는 부시 대통령이 실시한 감세 혜택의 대부분이 상위 10%에, 3분의 1 이상이 평균 수입이 100만달러 이상인 상위 1%에 돌아갔다는 점을 보여준다.

케리의 세금정책=부시 대통령은 또 케리 후보가 많은 중소기업들에 대한 세금을 올리려 한다고 주장할 것이다. 사실은 매우 미미한 수의 중소기업들이 영향을 받게 된다. 게다가 케리 후보가 지난 주 적절히 지적했듯이 부시 행정부의 중소기업 사주에 대한 정의는 매우 넓어서 목재 회사에 지분을 갖고 있는 부시 대통령까지 포함한다.

재정 책임=부시 대통령은 케리 후보가 2조달러의 새로운 정부 지출을 제안하고 있다고 주장할 것이다. 그것은 당파적 시각으로 본 수자로 중립적 추정치보다는 훨씬 높다. 반면 워싱턴포스트지가 공화당 전당대회 후 지적했듯이 부시행정부가 제시한 수치를 보면 부시 대통령의 정책과제들을 실행하는 데 드는 비용은 케리 후보측 안을 훨씬 능가하는 3조달러 이상이 들 것이다.

부시 대통령은 지난 금요일 국방 이외 분야의 재량지출을 매년 1%밖에 늘리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실제 증가율은 물가상승분을 제외해도 8%에 이른다. 부시 대통령은 예산 문제와 관련해 계속 어겨온 약속과 실제를 혼동하는 모양이다.

건강보험=부시 대통령은 케리 후보가 각 개인들의 의료 결정권을 빼앗고 싶어 한다고 주장할 것이다. 하지만 케리의 안은 메디케이드(메디케어와 함께 미국의 양대 건강관련 보험제도)를 확대해 어린이들이 건강보험 혜택을 누리게 하는 것이다. 케리의 안은 모든 이들이 재앙과도 같은 의료 비용부담을 지지 않도록 하는 것이며 만성 질환자에게는 특별한 도움이 될 것이다. 따라서 케리의 안은 환자의 결정권을 제한하는 것과는 무관하다.

부시 대통령의 거짓말과 왜곡만을 부각함으로써 케리 후보는 같은 잘못을 저지르지 않고 있다고 말하는 거냐고? 그렇다.

케리후보는 때때로 트집쟁이들이 불평할 만한 꺼리들을 제공하는 단축 어법을 사용한다. 그는 160만이 실직했다고 말한다. 하지만 그 수치는 민간부문의 실직자 수로 정부부문의 고용 증가로 부분적으로 상쇄된다. 하지만 고용 상황이 끔찍한 건 사실이다. 그는 또 이라크 전쟁 비용을 2000억달러로 언급한다. 실제 지출은 지금까지 1200억달러다. 하지만 전쟁 비용으로 최소 800억달러가 더 들어갈 거라는 걸 의심하는 이는 아무도 없다. 중요한 점은 케리는 기껏해야 부정확한 표현을 쓴다고 비판받을 수 있지만 그의 주장의 핵심은 정확하다.

반면 부시의 주장은 근본적으로 부정직하다. 그는 검은 것을 희다고 하고 실패를 성공이라고 강변하고 있다. 부시 대통령의 거짓말을 폭로하고 케리 후보의 어휘 선택을 해부하는데 똑같은 시간을 쓰며 안주하는 기자들은 그들의 독자들을 현혹하는 것이다.

Checking the Facts, in Advance

t's not hard to predict what President Bush, who sounds increasingly desperate, will say tomorrow. Here are eight lies or distortions you'll hear, and the truth about each:

Jobs Mr. Bush will talk about the 1.7 million jobs created since the summer of 2003, and will say that the economy is "strong and getting stronger." That's like boasting about getting a D on your final exam, when you flunked the midterm and needed at least a C to pass the course.

Mr. Bush is the first president since Herbert Hoover to preside over a decline in payroll employment. That's worse than it sounds because the economy needs around 1.6 million new jobs each year just to keep up with population growth. The past year's job gains, while better news than earlier job losses, barely met this requirement, and they did little to close the huge gap between the number of jobs the country needs and the number actually available.

Unemployment Mr. Bush will boast about the decline in the unemployment rate from its June 2003 peak. But the employed fraction of the population didn't rise at all; unemployment declined only because some of those without jobs stopped actively looking for work, and therefore dropped out of the unemployment statistics. The labor force participation rate - the fraction of the population either working or actively looking for work - has fallen sharply under Mr. Bush; if it had stayed at its January 2001 level, the official unemployment rate would be 7.4 percent.

The deficit Mr. Bush will claim that the recession and 9/11 caused record budget deficits. Congressional Budget Office estimates show that tax cuts caused about two-thirds of the 2004 deficit.

The tax cuts Mr. Bush will claim that Senator John Kerry opposed "middle class" tax cuts. But budget office numbers show that most of Mr. Bush's tax cuts went to the best-off 10 percent of families, and more than a third went to the top 1 percent, whose average income is more than $1 million.

The Kerry tax plan Mr. Bush will claim, once again, that Mr. Kerry plans to raise taxes on many small businesses. In fact, only a tiny percentage would be affected. Moreover, as Mr. Kerry correctly pointed out last week, the administration's definition of a small-business owner is so broad that in 2001 it included Mr. Bush, who does indeed have a stake in a timber company - a business he's so little involved with that he apparently forgot about it.

Fiscal responsibility Mr. Bush will claim that Mr. Kerry proposes $2 trillion in new spending. That's a partisan number and is much higher than independent estimates. Meanwhile, as The Washington Post pointed out after the Republican convention, the administration's own numbers show that the cost of the agenda Mr. Bush laid out "is likely to be well in excess of $3 trillion" and "far eclipses that of the Kerry plan."

Spending On Friday, Mr. Bush claimed that he had increased nondefense discretionary spending by only 1 percent per year. The actual number is 8 percent, even after adjusting for inflation. Mr. Bush seems to have confused his budget promises - which he keeps on breaking - with reality.

Health care Mr. Bush will claim that Mr. Kerry wants to take medical decisions away from individuals. The Kerry plan would expand Medicaid (which works like Medicare), ensuring that children, in particular, have health insurance. It would protect everyone against catastrophic medical expenses, a particular help to the chronically ill. It would do nothing to restrict patients' choices.

By singling out Mr. Bush's lies and misrepresentations, am I saying that Mr. Kerry isn't equally at fault? Yes.

Mr. Kerry sometimes uses verbal shorthand that offers nitpickers things to complain about. He talks of 1.6 million lost jobs; that's the private-sector loss, partly offset by increased government employment. But the job record is indeed awful. He talks of the $200 billion cost of the Iraq war; actual spending is only $120 billion so far. But nobody doubts that the war will cost at least another $80 billion. The point is that Mr. Kerry can, at most, be accused of using loose language; the thrust of his statements is correct.

Mr. Bush's statements, on the other hand, are fundamentally dishonest. He is insisting that black is white, and that failure is success. Journalists who play it safe by spending equal time exposing his lies and parsing Mr. Kerry's choice of words are betraying their readers.

미디어다음 / 선대인기자
by 선대인 2008. 9. 4. 17:14

호주 영화 관계자들 한국, 아시아 영화산업의 중심지






멜번 국제영화제 사무실 한 쪽 벽면에 걸려 있는 '와이키키 브라더스' 포스터.
"한국 영화가 부럽다."
호주 멜번 국제영화제 관계자들의 말이다. 올해로 53회째를 맞았던 멜번 국제영화제는 호주 제일의 영화제일 뿐만 아니라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도 가장 전통 있는 영화제 가운데 하나로 평가받고 있다. 이 영화제는 최근 3년동안 매년 15~20편 가량의 한국 영화를 소개하는 등 아시아 영화에 대한 관심을 부쩍 높이고 있다.

이 영화제 집행위원회의 마케팅 매니저인 엠마 메리건과 단편영화 코디네이터인 닉 페익은 지난 2일 호주 멜번 시내 영화제 사무실에서 미디어다음과 가진 인터뷰에서 "최근 몇 년 동안 아시아 영화가 급성장하고 있고 영화가 대중성이나 작품성 측면에서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며 "그런 흐름을 주도하고 있는 한국영화의 성장은 한 마디로 환상적(fantastic)"이라고 평가했다. 이들은 또 "이 때문에 호주의 젊은층을 중심으로 한 영화관객들도 점점 더 아시아 영화에 많은 관심을 갖게 됐다"며 "멜번영화제도 아시아영화에 더 많은 관심을 가지고 소개하고 있다"고 말했다.반면 이들은 영어권 국가인 호주가 할리우드 영화와 직접 경쟁해야 하고 최근 국내의 영화 투자도 줄어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며 안타까워했다. 그러면서도 좋은 대본과 민간 투자, 정부 지원 등이 이뤄지면 니콜 키드먼과 러셀 크로우 같은 호주 출신 배우들이 속속 돌아와 호주 영화의 중흥을 이룰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이들은 올해 부산국제영화제에 참석했던 사실을 거론하며 "아시아의 유명 영화인과 감독들이 한 자리에 모인 것을 보고 한국 영화의 위상을 느끼게 됐다"며 "한국이 명실상부한 아시아 영화산업의 중심지가 아닌가 하고 느꼈다"고 입을 모았다. 기자가 한국 영화 쿼터제에 대한 의견을 묻자 이들은 "결국은 관객들이 판단하겠지만 한국에서 쿼터제가 사라진다고 한국 영화가 살아 남지 못하는 상태는 아니지 않느냐"며 "그런 점에서 한국 영화가 참 부럽다"고 말했다.영화제 사무실 곳곳에 걸려 있는 '실미도'와 '화산고', '와이키키 브라더스' 등의 한국 영화 포스터들은 이들의 칭찬이 한국 기자들을 의식한 '립 서비스'가 아님을 보여줬다. 사실 한껏 높아진 한국 영화의 위상은 사실 호주 곳곳에서 감지됐다. 호주관광청의 샤론 로스도 기자들을 만나자 첫 번째 화제로 한국 영화 '올드 보이'를 본 감상을 꺼냈다. 출연 배우들의 연기력과 영화 구성이 매우 인상적이었다는 것이었다. 또 기자들이 호주에 머무르는 동안 호주의 대표적 방송 중 하나인 SBS에서는 '친구' 등 한국 영화 두 편을 잇따라 방영하기도 했다. 다음은 멜번 국제영화제 관계자들과의 인터뷰 내용 요약. 실제 인터뷰에서는 두 사람이 번갈아 가며 답변했으나 편의상 두 사람을 구분하지 않고 답변 내용을 소개한다. "호주 젊은층들 발전하는 아시아 영화에 큰 관심"
"한국 영화 발전상 환상적"






멜번 국제영화제 마케팅 매니저 엠마 매리건.
-한국인들에게는 멜번 국제영화제가 잘 알려져 있지 않다. 어떤 영화제인지 설명해달라.

아시아권에서는 부산영화제 다음으로 가장 큰 영화 페스티벌이다. 호주가 유럽 등 서구 지향 국가일 때는 유럽 예술 영화들에 초점을 뒀지만 지난 5년간은 아시아 영화를 소개하는데 중점을 뒀다. 한국의 김기덕 감독이나 이란의 아바스 키아로스타미 감독의 특별전 등 유명한 아시아 영화제작자나 감독 등의 영화를 집중적으로 보여줬다.

-호주가 아시아 국가라면 생소하게 느낄 한국인들이 적지 않다. 왜 아시아 영화에 비중을 두고 영화제를 준비하게 됐나.

호주는 지리적으로 아시아에 더 연계돼 있다. 하지만 우리가 아시아 영화를 소개하는 데 비중을 많이 두는 것은 지역적으로 가까워서만 그런 건 아니다. 최근 몇 년 동안 한국을 중심으로 일본, 중국 등 아시아 영화가 급성장하고 있고 영화가 대중성이나 작품성 측면에서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특히 한국영화의 성장은 한 마디로 환상적(fantastic)이다. 발전 속도가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이 때문에 호주의 젊은층을 중심으로 한 영화관객들도 점점 더 아시아 영화에 많은 관심을 갖게 됐다. 그런 점에서 이 영화제도 아시아영화에 더 많은 관심을 가지게 되는 것은 당연하지 않겠나.

-멜번영화제가 올해 53년째를 맞이한 것으로 알고 있다. 이 영화제가 한국인들에게는 아직 잘 안 알려져 있는데, 이유는 뭐라고 보나.

우리가 노력하고 있는 부분이다. 첫 번째 이유는 우리가 사용할 수 있는 재정 여건이 좋지 않기 때문에 광고 등을 통해 국제무대에까지 널리 알리는 것은 역부족이다. 또 한국 관광객들이 직항편이 있는 시드니에 몰리고 있어서 아직 멜번으로는 잘 오지 않는 것 같다. 그래서 멜번영화제가 한국인들에게 상대적으로 덜 알려진 것 같다. 한국 영화와 교류를 확대해 우리 영화제가 한국인들에게 가깝게 다가가도록 노력하겠다.

-멜번영화제가 어떻게 시작됐으며 호주 영화산업에서 차지하는 위상은 어떠한가.

처음에는 멜번대학에서 영화동호회로 시작했다. 이 같은 동호회들이 묶여서 조그만 영화 커뮤니티가 형성됐고 이게 계속 커지면서 호주를 대표하는 영화제로 성장했다. 아까 말 한대로 아시아영화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다 보니 '영웅' 같은 중국영화나 한국 영화들이 개막적으로 상영되는 경우들이 늘고 있다. 지금 영화제를 한창 키워나가는 과정인데 아시아영화를 비중있게 소개한 지난 5년 동안 영화제 규모가 두 배 정도로 커졌다. 적극적인 마케팅을 하고 있지는 않지만 관객의 관심을 유도할 수 있는 영화들을 유치하는 데 노력하고 있다.

-아시아 영화에 치중한 지난 5년동안 영화제 규모가 두 배로 커진 이유는 뭔가. 구체적으로 어떤 노력을 했나.

더 많은 젊은이들을 영화제로 끌어들이기 위해 젊은이들이 선호하는 흐름을 과감히 영화제에 반영했다. 예를 들면, 음악 다큐멘터리라든지 일본의 호러 필름 같은 것들이다. 또 할리우드에서 볼 수 없는 특색을 가진 '볼케이노 하이(화산고)'나 '성냥팔이 소녀의 재림' 등은 호주 관객들에게 놀랄 만큼 좋은 호응을 얻었다. 영화제 기간 내내 이들 영화의 매진 행진이 계속됐다. (기자가 '두 영화는 한국에서는 흥행에 크게 성공하지 못했는데 아이러니다'라고 하자) 알고 있다. 물론 한국에서도 성공한 '공동경비구역 JSA'나 '올드 보이', '실미도' 등은 여기서도 성공했다. '실미도'는 영화제에 소개된 데 이어 정식 상영해 흥행에 성공했고 조만간 '올드보이'도 정식 상영할 것으로 아는데 기대된다. "호주 영화, 미국 영화업계의 압력 강하게 느껴"

"뛰어난 연기자들과 제작 기술로 호주 영화 중흥 이루고파"





멜번 국제영화제 단편영화 코디네이터 닉 페익.
-멜번 영화제를 향후 어떤 식으로 계속 키워갈 생각인가.

뚜렷한 답은 없지만 영화제 동안 호주와 뉴질랜드의 영화제작자와 감독들이 모여 앞으로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한 회의를 갖고 논의했다. 이런 행사는 앞으로도 계속할 것이다. 내년부터는 한국 영화제작자들과 젊은 감독들도 초빙해서 이런 모임을 갖고 조언을 구할 생각이다.

-호주 영화 산업 실태는 어떤가.

호주 영화만 가지고 이야기하면 지난 2년 동안 뚜렷한 작품은 없었다. 한국처럼 영화에 대한 민간 투자가 많이 안 들어온다. 하지만 영화 관객 측면에서 보면 호주는 세계에서 1인당 가장 영화를 많이 보는 국가 순위에서 5위나 된다. 영화 제작 기술은 우수한 데 재정 지원이나 민간 투자가 부족해 영화 제작은 오히려 줄어드는 양상이다. 영화 제작 기술이 우수하다는 점은 한국 영화들 가운데 상당수가 여기서 후반부 작업을 한다는 점에서도 잘 알 수 있을 것이다. 호주의 감독이나 배우들이 할리우드에 가서 매우 많은 역할을 하고 있는데 호주 영화가 활성화되면 호주 국내에서 이들을 위한 더 많은 기회가 생기리라고 믿는다. ('호주 출신 영화인들이 어떤 사람들이 있느냐'고 묻자) 니콜 키드만, 가이 피어스, 에릭 버너, 헤드 레저, 멜 깁슨, 제프리 러시, 러셀 크로우 같은 사람들이다. 이들이 좋은 대본과 민간 투자가 곁들여 지면 향후 몇 년 안에 다시 호주로 돌아와 호주 영화 발전에 기여할지도 모른다.

-왜 영화에 대한 민간 투자가 많이 안 이뤄지나.

세제 측면에서 영화에 투자하는 데 인센티브가 별로 없다. 우리가 많이 고치고 시정하려 하지만 별 진전이 없다. 또 다른 이유는 지난 몇 년 동안 호주 영화 가운데 이렇다 할 대작이 없다 보니 일반인들의 관심들이 많이 줄어들었다. 90년대만 해도 상당히 많은 영화들이 나왔고 당시에는 재정상태가 괜찮았는데 최근에는 반대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한국에서처럼 영화산업에 투자를 많이 하고 영화 마케팅을 많이 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돼 상업적으로 활력 있는 산업으로 되살아나기를 바란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그렇게 될 것 같지 않다. 한국에는 영화 쿼터제가 있지만 호주에서는 극장에서 영화가 돈이 안 되면 절대 상영하지 않으려 한다. 한 마디로 흥행성 측면에서 할리우드 영화와 직접 경쟁해야 한다. 그런데도 미국에서는 할리우드 영화가 더 많이 수입되기를 바라는 것 같다. 미국 영화산업계에서 받는 압력을 강하게 느낀다.

(기자가 '한국도 영화쿼터제를 철폐하라는 미국의 압력을 받고 있고 이와 관련해 국민들 뿐만 아니라 문화관광부와 외교통상부 등 정부 부처 간에도 의견이 분분하다'고 하자) 한국에서 쿼터제가 사라진다고 한국 영화가 살아 남지 못하는 상태는 아니지 않는가. 그런 점에서 한국 영화가 참 부럽다.

-한국에서는 영화쿼터제 폐지 반대론자들은 쿼터제가 없어지면 대자본에 의해 만들어지는 대중영화는 몰라도 독립영화나 예술영화가 명맥을 유지하기 쉽지 않다고 우려한다. 호주의 경험에서 볼 때 한국이 영화쿼터제를 유지해야 한다고 보나.

그 결과는 관객들이 좌우하지 않겠는가. 호주는 영어 사용국가이기 때문에 할리우드 영화가 아무런 언어장벽 없이 그대로 전달되지만 한국은 호주와 달리 자국 언어가 있기 때문에 직접적 비교는 힘들 것 같다.

-올해 부산국제영화제에 참석한 걸로 아는데 참석한 소감이 어땠나.

매우 신났다(exciting). 또 아시아의 유명 영화인과 감독들이 한 자리에 모인 것을 보고 한국 영화의 위상을 느끼게 됐다. 한국이 명실상부한 아시아 영화산업의 중심지가 아닌가 하고 느꼈다.
by 선대인 2008. 9. 4. 17: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