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제가 법률전문가가 아닌데다 검찰이 혐의사실을 조금씩 흘리는 행태에 놀아나는 듯 해서 곽교육감 사건에 관해서는 그다지 언급 안했습니다. '부정변증법' 님의 글과 송영호님의 글을 함께 참고해 보시라고 RT한 정도. 그러다 보니 몇 가지 오해 있는 듯

 

2) 곽교육감 사태와 관련해서는 최소한 몇 가지 판단을 동시에 적용해야. 상황적 판단, 정치적 판단, 도덕적 (또는 도의적) 판단, 법리적 판단 등입니다. 이 가운데 법리적 판단은 저도 판단하기 어렵고, 크게 신뢰하지는 않지만 일단은 법원 판단을 지켜봐야 하지 않을까

 

3) 도덕적 (또는 도의적) 판단의 경우 곽교육감이 2억을 건네준 것이 '선의'여서 사회적으로 납득할만한지는 따져볼 필요. 선거과정에 많은 돈 들고 박명기측 끈질긴 요구 있었다는 점에서 이해할 수 있으나 결국 2억원 건네준 것을 용납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개인별로 판단 다를 수

 

4) 정치적 판단은 곽노현 사건이 미칠 정치적 유불리에 관한 판단일 듯. 이에 관해 박지원 등 일부 야권의 사퇴 압박은 정치적 유불리 판단에 무게를 둔 듯. 물론 일부 시민단체 등 도덕적 측면에서 사퇴 요구도 있으나 상당히 성급하다는 느낌

 

5) 상황적 판단은 그 동안 떡검, 색검, 충견으로서 보여온 검찰 불신과 검찰의 피의사실 흘리기 장난질, 오세훈 사퇴 직후 수사 진행 등 정치적 의도 등에 대한 우려. 이 같은 상황적 판단 때문에 곽교육감 단죄를 거부하는 대중적 정서 폭넓은 듯

 

6) 이런 여러 판단들 가운데 어느 판단기준을 우선시하느냐, 또는 강조하느냐에 따라 여론 엇갈리는 듯. 안타까운 것은 국민들이 전문가들의 법리적 판단 신뢰하지 못하고, 검찰 및 법조, 정치권, 언론 등을 신뢰하지 못하는 상황이 드러나고 있네요.

 

7) 개선점 1. 검찰의 악의적인 피의사실 흘리기와 이에 언론 놀아나는 행태는 멈췄으면 합니다. 이런 류의 미국기사들은 주로 법원 공방부터 본격화되는데, 우리는 검찰기소도 전에 검찰의 흘리기에 언론이 냄비 보도하며 여론 단죄 주도. 한심한 현실

 

8) 개선점 2. 선거에서 막대한 돈 드는 구조 반드시 바꿔야. 사실상 돈 없는 자는 공직선거에 나설 수 없어 참정권 제한. 특히 정당 지원 없는 교육감 선거에는 '선거장사꾼'들이 개입하고 결국 어떤 후보도 돈 문제에서 자유롭기 어려운 구조

 

9) 결론적으로 이번 사건은 현 정부를 정점으로 한 정치권에 대한 불신, 사법 불신, 언론 불신을 총체적으로 보여주는 듯. 이건 국민 잘못이라기보다 바로 책임 있는 집단들이 제 역할 못하고 있다는 반증. 한국사회 근본적 개혁 필요한 또 하나의 이유

 

10) 검찰의 피의사실 흘리기 보도 나온 직후 곧바로 곽교육감 사퇴 압박하는 정치권이나 단체 등의 자신감, 또는 그 자신감을 뒷받침할 정보 저는 없습니다. 검찰이 정식 기소한 뒤 법원 공방 지켜보면서 사실 관계와 양측 주장을 명확히 확인한 뒤 책임 물어도 저는 늦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11) 개인적 소회1: 10여일간 미국 여행 마치고 돌아온 뒤 지난 뉴스들을 쫓으며 드는 생각. 정말 이 나라는 국민들을 정신적으로 들들 볶는 나라구나. 국민들이 생업을 꾸려가기도 어려운데 이렇게 온갖 풍파를 겪게 하는 나라, 정말 바꿔야 한다

 

12) 개인적 소회2: 이번 일과 관련해 진보는 어떠해야 한다는 식의 논의 많이 봅니다. 이번 일의 당사자가 진보인사이면 법적, 도덕적 잣대가 달라지는 건가요? 저는 의문이 드는군요. 왜 이런 일에서조차 이념적 잣대가 작용해야 하는지...

 

 

 

by 선대인 2011. 8. 31. 12:28

오세훈 시장이 하버드대 케네디스쿨에서 강연한 자리에서 대권 출마를 시사한 것으로 보도되는데, 기사에 첨부된 사진을 보니 강의실이군요. 케네디스쿨에서 학교 차원에서 외부 인사를 공식 초청하는 강연은 '포럼'이라는 공간에서 이뤄집니다. 반면 케네디스쿨은 하루에도 수십 건의 각종 특강과 세미나 등이 열립니다.

이번에 오시장이 강의실 강연을 마친 뒤 대권 출마를 시사한 것은 대한민국 수도 서울의 시장이 대선 출마를 시사하기에는 매우 격이 떨어지는 자리입니다. 케네디스쿨의 공식 포럼도 아닌 강의실 강연을 한 뒤 대권을 시사하는 발언을 했다는 것 자체가 참 씁쓸하네요. 대권 출마를 꼭 미국에 가서 해야 하는지, '하버드'라는 이름을 빌리고 싶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지금까지 케네디스쿨의 강의실에서 강연을 한 뒤 대권을 시사하는 발언한 외국 인사는 들어본 적이 없습니다.

참고로, 2007년 방문했던 박근혜 대표는 케네디스쿨 차원의 초청을 받아 '포럼'에서 강연했습니다. 그런데 서울시장 정도 되는 분이 강의실 강연을 하고 나서, 그것도 대권 시사 발언까지 하다니 서울시와 서울시장의 격을 스스로 너무 떨어뜨리는군요.

한편, 오시장이 대권 시사 명분으로 도시경쟁력 강화를 통한 '부국강병론'을 내세웠는데, 그 분이 부국강병을 할 만한 실력이 있는지 의문이네요. 그 분이 서울의 도시경쟁력을 어떻게 강화했는지, 또 강화해갈지 비전과 전략 구체적으로 내놓은 게 있나요? 부국강병을 위해서는 양극화와 가계부채, 일자리 창출 등 한국 사회경제의 당면한 문제를 해결하고 개혁할 역량을 보여야 하는데, 그의 측근들조차 경제가 가장 약하다고 하는 판에 부국강병을 내세우니 어지간히 내세울 게 없는 모양입니다

정치인이라면 대권 꿈꾸는 것은 자연스럽습니다. 다만 이 나라의 당면한 문제와 시대정신을 읽고 비전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런데 전국 지자체 대부분이 하는 의무급식조차 거부하고 현 정부 들어 쌓아올린 막대한 공공부채 450조원에 대해서는 입도 벙긋하지 않으면서 OECD국가 최하위인 공공사회복지 지출을 두고 '복지 포퓰리즘' 운운하며 권력투쟁의 도구로 삼는 사람이 우리가 바라는 지도자상은 아니지 않나요?

by 선대인 2011. 4. 21. 09:35

14일 한국은행 금융통화운영위원회가 열린다. 7월 기준금리 인상 이후 8,9월 연속 기준금리를 2.25%에서 동결한 뒤 이번 금통위에서 어떤 결정을 내릴지 관심이 쏠린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지금 한국은행은, 더 나아가 한국경제는 매우 곤혹스러운 물가-금리-환율의 삼각 딜레마에 빠져 있다. , 생활물가 급등과 늘어난 시중 유동성으로 인한 인플레 압력이 점점 가중되고 있는 한편 미중일간 환율전쟁 여파로 인한 원달러 환율 하락으로 그 동안 현상적인 GDP 고성장을 이끌어온 수출대기업의 가격경쟁력이 약화될 상황에 빠지게 됐다. 이런 가운데, 기준금리를 인상하면 여전히 일부 수출대기업을 제외하고는 여전히 민간 경기가 취약한 상황에서 민간 경기 위축을 부를 수 있고, 정부가 말은 하지 않지만 가뜩이나 가라앉고 있는 부동산 시장 침체를 가속화할 수 있다는 점도 큰 부담이다. 더구나 이미 외국자본이 잔뜩 쏟아져 들어온 증시-채권시장의 외국자본 유입을 가속화해 가뜩이나 불안한 증시-채권시장 변동성을 키울 공산이 커지기 때문이다.

 

좀더 구체적으로 물가 현황부터 살펴보자. 익히 알다시피 최근 채소값 등 식품 물가의 상승 등으로 일반가계의 부담감과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지난달 신선식품류 물가상승률은 전년동월대비 45.5%나 상승해 월간 상승률로 거의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특히 신선채소류는 84.5%나 상승해 소비자들의 체감물가 상승률이 극도에 이르는 주원인이 됐다.

 

이어 소비자물가와 근원물가, 생활물가지수를 살펴보면, 소비자물가지수는 전년동월대비로 3.6%, 생활물가지수는 4.1%로 상승폭이 커지고 있다. 반면 물가 변동성이 큰 농산물과 에너지 가격을 제외한 근원물가 상승률은 1.9% 로 상대적으로 낮지만 올해 4월 이후 점진적인 상승세를 나타내고 있다. 한국은행의 소비자물가 관리목표가 2.0~4.0%인 점을 감안하면, 소비자물가 수준이 관리 목표치를 조만간 넘어설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지난해까지 한국은행의 소비자물가 관리 목표치였던 2.5~3.5% 범위는 이미 넘어선 상태이다.

 

<도표1> 각종 소비자물가 현황

                (주) 한국은행 자료로부터 KSERI 작성

 

더구나 연간 물가지수 상승률을 살펴보면, 매우 가파르게 상승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미 소비자물가지수는 올 들어 9월까지 3.8%가량 상승했으며, 생활물가지수는 이미 4.7%까지 상승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는 환율 폭등으로 인한 수입물가 상승 등의 영향으로 소비자물가지수가 급등한 2008년을 제외하고는 2005년 이후 가장 가파른 상승세다. 물론 근원물가 지수 상승세는 상대적으로 약하지만 꾸준한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문제는 2008년의 경우에는 10월 이후 경기 급락세가 확산되면서 수요 위축으로 자연스럽게 물가상승세가 꺾였으나, 올해 상황은 정반대라는 점이다. 물론 최근 원달러 환율 강세로 인해 수입물가 상승 압력이 둔화되고 있지만 현 정부 전망처럼 경기 회복세가 계속될 경우 올해 물가 상승률은 4%를 넘어설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

 

물가상승 가능성을 유동성 측면에서 살펴보자. 주지하다시피 시중 유동성의 증감에 따라 소비자물가가 상승 또는 하락 압력을 받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 2008년 경제위기 이후 한국은행은 유동성 공급확대를 목적으로 본원통화를 큰 폭으로 늘리기 시작해 경기 급락에 대응해왔다. 그러나 본원통화 급증에도 불구하고 협의통화인 M1 정도만이 따라 움직일 뿐 M2(광의통화) Lf(금융기관 유동성)은 크게 늘어나지 않고 있다. 이는 한은의 기준금리 인하와 본원통화 공급 확대 등 유동성 공급확대가 민간부문의 유동성 증가로 이어지지 않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하지만 통화지표와 소비자물가지수의 관계를 좀더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다소 다른 흐름이 나타난다. 전통적으로 소비자물가지수의 추이와 상관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진 M2의 증가폭은 2008년 상반기 이후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 M2보다 좀더 경제 전반의 유동성과 전반적인 향후 물가 수준 추이를 가늠하는데 연관성이 큰 것으로 인정받고 있는 Lf 추이를 보면 이미 2009년 초부터 증가율이 높아지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소비자물가지수의 점진적 상승세를 예고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9월의 소비자물가 상승이 채소류 등 농산물 가격의 폭등에 큰 영향을 받았다고 하더라도 소비자물가 상승세가 시중 유동성 증가를 통한 잠재적 상승압력에 노출돼 있다고 할 수 있다. 물가와 시중 유동성 상황만 보면 기준금리를 분명히 인상해야 할 상황이다.

 

하지만 최근 유럽 및 미국 등의 경기 회복세가 둔화되면서 한은의 기준금리 인상은 부담이 될 수 있다. 더구나 최근 환율전쟁으로 원화환율이 1,100원대 초반으로 떨어지면서 미국과 유럽, 일본 등에 비해 상대적 고금리 기조를 유지할 경우 원화 강세 현상을 가속화하게 된다. 이런 상황에서 금리인상으로 민간의 경기회복세에 부담을 줄 수도 있다는 게 한은의 고민일 것이다.

 

그러나 경제 운영은 특정 부분만을 보고 하는 것이 아니라 경제 전반에 걸친 총체적 입장에서 기회비용을 생각해야 한다. 수출대기업을 위해 국내 소비자들과 수입기업, 중간 생산업체들이 보는 피해도 감안해야 한다.

 

<도표2>에서, 환율이 오르면 수출대기업의 가격 경쟁력에는 큰 도움이 되는 것이 사실이다. 실제로 수출물가 추이를 보면 2008년 경제위기 이후 수출물가는 원화기준으로는 소폭 상승했지만, 국제시장에서 통용되는 달러기준으로는 오히려 내렸다. 이른바 환율효과가 수출물가에서도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원화 환율 하락을 달러 수출단가 하락에 반영하여 가격경쟁력을 확보해온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이 같은 환율효과는 수입업체와 외국 원자재를 쓰는 중간가공업체, 그리고 일반 가계들 입장에서는 더 비싼 가격으로 수입 재화와 서비스를 이용해야 함을 의미한다. 이미 2008년 이후 지속돼온 고환율 상황으로 인해 원화기준 수입물가가 매우 높은 수준을 지속하고 있다. 반면 높은 수입물가에 비하면 생산자물가나 소비자물가는 놀라울 정도로 상대적으로 안정적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이는 생산자물가 단계에서 수입물가의 충격을 모두 흡수할 정도로 국내 기업들이 놀라운 생산성 향상을 보였거나, 그게 아니라면 물가 통계가 잘못된 것이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

 

물론 단기간에 그런 충격을 모두 흡수할 정도로 기업들이 생산성 향상을 보였을 것이라고 생각하기는 어렵다. 그러면 통계 부실 때문이든, 국내기업들이 가격인상 대신에 제품 용량을 줄이는 방식으로 실질적인 가격인상을 했을 것이다. 어떤 방식이든 고환율로 인한 수입물가 부담을 수입업체와 생산자, 소비자 등이 분담하고 있는 것이다. 예를 들어, 생산자의 경우에도 가공단계별로 물가지수 추이를 보면 원재료, 중간재, 최종재의 순으로 단계별로 환율 급등에 의한 물가상승 충격을 흡수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도표2> 각종 물가지수 추이 및 시장금리 현황

 

() 한국은행 자료로부터 KSERI 작성

 

정부나 한은이 기준금리 인상으로 원달러 환율이 떨어질 것을 우려해 기준금리 인상을 꺼려한다면 이는 민생경제보다는 여전히 수출대기업에게 수출보조금을 주어 가격경쟁력을 보전해주겠다는 것을 의미한다. 수출대기업은 기술과 생산성 향상에 의해 경쟁력을 확보해야만 살아남을 수 있다. 환율 인상 등 단기적인 미봉책에 의존해오다 보니 조그만 외부 환경 변화나 충격에도 휘청거리게 된다. 경기회복이라는 미명 아래 언제까지나 일반국민들의 희생을 대가로 고환율 정책을 통해 수출대기업을 지원해줄 수는 없다.

 

기준금리 인상을 말하면 가뜩이나 침체된 부동산시장을 더욱 침체하게 만들 가능성을 염려할 수도 있다. 하지만 <도표2>에서 보는 것처럼 부동산 버블이 꺼지기 시작하면서 대출 수요가 준 은행들이 보유 자금으로 국공채 등을 대거 매입하는 바람에 정작 시장금리는 거의 오르지 않고 있다. 시중 자금수요가 없어서 시장금리가 내려가고 있는 것이다. 이런 마당에 서민들이 체감하는 물가는 매우 심각한 지경이다. 경기부양보다도 당장의 서민물가를 안정시키는 것을 우선해야 한다. 현 정부는 올해에 이어 내년에도 310조원 규모의 예산편성을 하면서 내년성장률도 5%를 유지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 정도면 서민물가 안정을 위해 기준금리를 올리는 것이 필요하다.

 

올해 상반기 GDP 분기별 성장률이 7~8% 수준을 기록하는 호황을 지속하고 있다. 채소파동이 아니라도 이미 일반서민들이 체감하는 물가는 2008년 말의 경제위기 전후로 거의 배 이상 올랐다. 채소파동을 계기로 생선과 일반 소비재 등 다른 물가들도 덩달아 오르고 있다. 물가상승 압력 가중과 부동산 거품의 점진적 해소 필요성이라는 국민경제 전반의 상황을 감안할 때 기준금리를 단계적으로 인상해갈 필요가 있다. 현 정부와 통화당국은 물가 조절 실패로 커다란 사회적 혼란이 초래된 사례가 적지 않은 만큼 물가 안정이 정권 유지에 직결되는 중요한 민생과제임을 깨닫기 바란다.

 


by 선대인 2010. 10. 12. 09:23

유명환 외교통상부 장관 딸의 특채 사건에 이은 이재오 특임장관 조카의 특채 의혹, 현역장성 아들들의 ‘편한 부대’ ‘꽃보직’ 배정 비율이 높다는 국정감사 자료, 소수 과점업체에 의한 치킨 가격 담합 의혹, OECD 국가 중 유일하게 휴대폰 소매시장에 대한 요금인가제 유지로 가격경쟁 봉쇄, 서울 일부 사립초등학교의 불법 정원외 입학 장사.

 

  최근 며칠 사이 언론에 소개된 내용들이다. 이처럼 한국 사회에는 비열한 경쟁의 이중구조가 판치고 있다. 사회경제적 강자들은 특혜와 반칙, 독과점과 담합을 통해 경쟁을 회피하면서도 약자들에게는 피눈물 나는 경쟁을 강요한다.

 

  자동차, 통신, 건설, 유통 등에서 재벌기업들은 대부분 사실상 담합과 불공정 경쟁을 일상화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하도급 업체에는 생사를 건 납품단가 인하 경쟁을 벌이게 하거나 자신들의 손실을 납품업체나 하도급업체인 ‘을’이나 소비자에게 전가한다. 예를 들어, 상당수 건설업체는 대물변제라며 미분양 물량을 하청업체에 떠넘기고 기획부동산과 임직원의 친인척까지 동원해 형식상으로 미분양을 털어내면서 미분양이 없는 것처럼 소비자들을 현혹한다. 하지만 이를 시정해야 할 공정거래위원회와 검찰, 법원 등 사법시스템은 솜방망이 처벌로 일관하고 있다.

 

  교육도 마찬가지다. 각 대학들, 특히 이른바 상위권 대학들은 서열구조에 따라 사실상 경쟁의 무풍지대에 안주하고 있다. 그 중 사립대들은 국공립대학 비율이 OECD 국가 중 가장 낮은 상황을 이용해 세계에서 가장 비싼 ‘등록금 장사’를 벌인다.

 

  반면 이들 대학에 입학하려는 초중고 학생들은 원초적으로 불공정한 입시경쟁을 벌여야 한다. 공교육을 부실하게 만든 채 사교육을 최대한 팽창시켜 '학비 판돈'을 많이 댈 수 있는 부자 학부모와 학생들이 이른바 명문대 진학 경쟁에 유리한 '승자독식구조'가 고착화된 탓이다. 판돈 많은 사람이 포커판에서 딸 확률이 높은 것과 같은 구조다. 성공경로에 이르는 패스트트랙을 제공하는 일부 사립초, 국제중, 자사고, 각종 특목고를 남발한 것이 모두 이런 조치다. 

 

  재벌기업들에게 한없이 관대한 사법체계도 마찬가지다. 이상하게도 불법행위가 드러날 때면 휠체어를 타는 삼성, 현대자동차 등의 재벌기업 총수들은 늘 법의 심판을 비껴가거나 사면 받는다. 오히려 자신의 모든 양심을 걸고 이들을 고발한 김용철 변호사 같은 이들이 핍박받는다. 전관예우를 통해 법의 지배라는 민주주의의 숭고한 이상이 버젓이 유린되는 나라, 정치적 잣대에 따라 검찰이 칼춤을 추는 나라다.

 

  이처럼 약자에게만 한없이 가혹한 경쟁의 이중구조를 깨고 공정한 경쟁 규칙을 확립하는 것은 시대적 과제다. 공정한 게임 규칙만 확립해도 많은 것을 바꿀 수 있다. 예를 들어, 턴키입찰 사업의 대부분은 상위 10개 재벌 건설업체들이 싹쓸이하며 가격을 담합해 폭리를 취해왔다. 이렇게 해서 턴키로 발주된 4대강 1단계 사업에서만 수천억원의 예산이 낭비된 것으로 추정된다. 반면 필자가 서울시에 재직하는 동안 지하철 9호선 2단계 턴키발주공사에서 건설업체간 가격담합을 분쇄해 약 1000억을 아낄 수 있었다. 중앙과 지방의 재정사업 전반에서 이런 담합구조만 분쇄해도 한 해 수십조원을 아낄 수 있다.

 

  이렇게 아낀 예산으로 교육 예산을 두 배 이상 늘려서 공교육을 강화하면 사회 전체적으로 훨씬 저렴한 비용으로 양질의 교육을 제공할 수 있다. 비대한 사교육에 의한 ‘승자독식구조’도 상당 부분 완화할 수 있다. 1조5000억원이면 국공립대 등록금을 무상으로 할 수 있다.

 

  최근 이명박 정부는 ‘공정사회’를 국정화두로 내세웠다. 무슨 국정화두가 시시때때로 바뀌는지 모르겠지만, 목표야 좋다. 하지만, 정말 공정사회를 원한다면 경쟁의 이중구조부터 혁파해야 한다. 시장통에서 ‘오뎅쇼’, 방송에서 ‘눈물찔끔쇼’를 해봐야 불공정한 사회가 공정해지진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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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선대인 2010. 10. 8. 09:36

정부나 국책연구소 등이 올해 경제성장률을 대체로 6% 전후로 전망하고 있다. 올 2분기 실질GDP 성장률이 전분기 대비 연환산 6%, 지난해 동기 대비로 7.6%를 기록했으니 크게 어긋날 전망은 아닐 것이다. 이 같은 전망치는 G20회의 참가국 가운데 다섯 번째로 높은 수준이라고 한다. 지표로만 보면 이명박 대통령이 대선 때 내세운 ‘747공약’까지는 아니더라도 ‘경제대통령’ 이미지가 전혀 허황된 것은 아닌 것처럼 비칠지 모르겠다. 

 

하지만 이는 빛 좋은 개살구다. 한국경제가 이처럼 빠른 성장을 하고 있는 것은 대부분 환율효과와 공공부채 증가 때문이다. 먼저 환율효과를 따져보면, 올들어 한국경제 성장의 상당 부분은 급격한 수출 성장에 의존하고 있다. 수출이 급성장한 결정적 요인 중 하나는 원달러 환율이 급등한 덕분이다. 원달러 환율은 2008년 경제위기 전에는 달러당 900원대 초반이었다가 1100원대 후반을 유지하고 있다. 일본 엔화처럼 원화가 강세를 나타내 900원대에서 700원대까지 갔다면 지금 한국의 수출이 버틸 수 있을 것인가. 900원대로 현상유지가 됐더라도 삼성전자 등이 사상 최대의 실적을 올릴 수 있었을까.

 

하지만 이보다 더 중요한 요인은 공공부채 증가다. 이명박정부가 출범한 2008년부터 올해 7월말까지 국채와 비금융 공기업채를 합한 국공채 발행은 200조원 가량 급증했다. 정부가 건설 및 부동산 경기 부양 등의 명목으로 막대한 빚을 끌어다 쓴 것이다. 각종 PF사업이나 보금자리주택사업 등에 동원된 한국토지주택공사나 4대강사업에 동원된 수자원공사가 합쳐서 50조원 가량의 채권을 발행한 게 대표적이다.

 

김대중, 노무현 정부 때도 국공채 발행이 적지 않았지만, 이명박정부처럼 이렇게 마구잡이로 빚을 늘리지는 않았다. 국제적으로 비교해봐도, 한국의 GDP 대비 재정부양책 규모가 세계경제위기의 진앙지인 미국에 이어 OECD 2위 수준이다. 재정부양책만 따져서 그런데, 공기업을 포함한 공공부문 전체 부양책 규모는 세계 1위일 것이다. 

 

이처럼 지금 경제성장의 대부분은 민간 자력이 아닌 환율효과와 공공부문 부채로 빚어낸 것이다. 200조원은 GDP 규모의 20% 수준이다. 단순화하자면 200조원을 길거리에 그냥 뿌려도 지금까지 누적 경제성장률이 최소 20%는 됐어야 정상이다. 그런데 올해를 제외하고 현 정부 출범 이후 경제성장률은 초라하기 짝이 없다. 더 큰 문제는 현 정부가 막대한 빚으로 생색낸 뒤 빚잔치를 할 시점이 되면 한국경제는 매우 큰 고통을 겪을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속사정이 이런데도 현 정부는 G20회의 개최를 두고 “전세계가 한국의 경제위기 극복 성공경험을 배우러 오는 것”이라며 너스레를 떨고 있다. 회원국이 돌아가며 개최하는 연례성 회의를 일찍 유치한 것을 두고 ‘국격’ 운운하며 우쭐대는 것은 꼴불견이다. 비유하자면, 이미 수억원의 빚을 진 가계가 부채 다이어트는 전혀 안하고 수억원의 빚을 더 끌어와 몇 년 더 흥청망청하는 것을 자랑하는 꼴이니 말이다.

 

이런 와중에 삼성경제연구소는 G20회의 개최에 따른 경제적 가치가 중장기적으로 24조원 이상이라며 정부를 한껏 추어주는 보고서를 16일 발표했다. 24조면 경제성장률을 2% 끌어올리는 수준이다. 정말 그런 효과가 있다면 각 정권은 요란하게 다른 경제정책 할 필요 없이 이런 행사만 유치하면 된다. 매년 두세 건만 유치하면 경제가 4%, 6% 추가 성장할 테니 모든 경제부처를 폐지하고 ‘국제회의유치부’만 두면 될 것이다. 하지만 지난해 G20회의를 개최한 미국 피츠버그의 지역경제라도 좋아졌다는 말을 들어본 적이 없다.

 

이런 엉터리 보고서를 자칭 대한민국 최고 연구소라는 곳에서 버젓이 내놓고 상당수 언론이 무비판적으로 보도하고 있으니 떼거리로 꼴불견이다. ‘빚쟁이 대통령’으로 지탄받아야 할 대통령이 ‘경제대통령’으로 포장되는데는 이런 한심한 현실이 놓여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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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선대인 2010. 9. 17. 10:15

유명환 외교통상부 장관 딸이 특채 과정에서 특혜를 받았다는 의혹이 사실로 확인됐습니다. 행정안전부 특별감사 결과에 따르면 다섯 명의 면접위원 중 외부 위원 세 명은 다른 응시생에게 더 높은 점수를 줬지만 면접에 참여한 외교부 간부 두 명은 유 장관 딸에게 만점에 가까운 점수를 준 것으로 드러났다고 합니다. 또 일부 외교부 간부는 심사 회의 때도 "실제 근무 경험이 중요하다"며 외교부에 근무한 적이 있는 유 장관 딸에게 유리한 발언을 한 것으로 파악됐다고 합니다.


이 같은 소식을 접하면서 서글픈 마음을 금할 수 없습니다. 전혀 공정과는 담을 쌓고 지냈던 현 정부가 갑자기 여론조작용 모토인 공정한 사회를 들고 나왔지만, 지금 한국의 현실은 특혜와 반칙이 난무하는 불공정한 사회임을 단적으로 웅변하는 사례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문제는 이 같은 특혜와 반칙이 비단 이번 일에 그치지 않고 한국사회에 구조적으로 고착돼 있다는 점입니다. 가장 대표적으로 한국 경제에는 철저한 경쟁의 이중구조가 판치고 있습니다. 사회경제적 강자들은 독과점과 담합을 통해 경쟁을 회피하면서도 약자들에게는 피눈물 나는 경쟁을 강요합니다.


예를 들면, 자동차 통신 건설 유통 등에서 재벌기업들은 대부분 사실상 독과점과 담합, 불공정 경쟁을 일상화하면서도 자신들에게 부품을 조달하는 하도급 업체에는 생사를 건 납품단가 인하 경쟁을 벌이게 하고 불공정거래를 요구합니다. 상당수 건설업체는 대물변제라는 형식으로 미분양 물량을 하청업체 떠넘기고 임직원의 친인척까지 동원해 형식상으로 미분양을 털어내면서 미분양이 없는 것처럼 소비자들을 현혹합니다. 세계 일류라는 삼성전자부터가 납품하는 휴대폰 디자인 업체에 아이폰4가 나온 이후 갤럭시S를 떠넘기는 등 시대착오적 삼류 행태를 보이고 있습니다. 


그 결과 경제적 강자들은 공정한 시장경쟁 상태에서보다 늘 많이 가져가는데, 그 몫은 결국 자신들의 하도급 업체와 같은 '을'과 일반 소비자인 국민들에게 돌아가야 할 몫입니다. 소비자 잉여로 올 것이 일부 재벌기업의 초과 이윤으로 가는 것입니다. 하지만 공정거래위원회와 검찰 등 사법시스템은 이 같은 구조적 불공정거래에 대해서는 솜방망이 처벌로 일관합니다.


기업의 영역뿐만 아닙니다. 교육도 마찬가지입니다. 각 대학들, 특히 명문 사립대들은 자신들의 서열구조 안에서 사실상 경쟁의 무풍지대에서 세계 최고의 등록금 장사를 하면서도 일반 가계와 학생들은 생사를 건 경쟁을 하게 합니다.


또한 공교육을 부실하게 만든 채 사교육을 최대한 팽창시켜 '학비 판돈'을 많이 댈 수 있는 부자 학부모들과 학생들이 명문대 진학 경쟁에서 '승자 독식'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듭니다. 마치 판돈 많은 사람이 포커판에서 많이 따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상류층을 위해 ‘성공경로’에 이르는 패스트트랙을 제공하는 국제중, 자사고, 각종 특목고를 신설하는 한편 일반 공립학교들은 모두 ‘상대적 열등학교’로 만들어버렸습니다.


그나마 이런 것은 사정이 괜찮은 편입니다. 아예 그들만이 자격에 해당되는 특혜성 제도를 만들어 운용합니다. 상당수 대학에서 운영하고 있는 재외국민 특별전형 같은 것이 대표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번 유명환 장관 딸 특채 사태를 계기로 함께 조명 받은 외시2부 운용도 바로 그런 통로로 변질된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물론 외국에서 생활하면서 좋은 교육을 받은 인재들이 대학에 진학하고 나라를 위해 봉사할 수 있는 기회도 필요하지만, 그런 인재를 선발하는 과정도 공정하고 투명해야 합니다.


재벌기업들에게 한없이 관대한 사법체계도 마찬가지입니다. 삼성 등 재벌기업 총수들은 늘 법의 심판을 비껴 가거나 잠시 여론에 밀려 처벌 시늉을 내다가도 사면되는 것이 거의 공식화돼 있습니다. 오히려 양심을 걸고 이들을 고발한 김용철 변호사나 문화방송 이상호기자,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 신부님들 같은 분들이 각종 불이익과 핍박을 받는 구조입니다.  또한 전관예우’를 통해 법의 지배라는 민주주의의 숭고한 이상을 버젓이 유린하는 나라, 정치적 잣대에 따라 검찰이 칼춤을 추는 나라는 공정한 게임 규칙이 작용한다고 하기 어렵습니다.


얼마 전부터 이명박 정부는 공정사회라는 양두구육식 구호를 외치고 있지만 정부의 정책과 제도는 이미 모두 기득권에 철저히 유리하게 진행되고 있는 게 현실입니다. 국민들을 편하게 하는 규제완화는 없고, 재벌기업과 개벌업자에게 유리한 규제완화로 넘쳐납니다. 상위 5%의 부동산 부자들을 위해 부동산 거품을 떠받치면서도 13%가 넘는 최소 주거여건에 미달하는 가구에 대한 최소한의 주거 복지 서비스도 제공하지 않고 있는 나라입니다. 상당수 선진국들에 비해 간접세 비중이 더 높아 조세정책을 통한 소득재분배 효과가 OECD최저 수준을 기록하는데도 부자감세를 실행하는 정권이 공정한 사회를 부르짖고 있습니다. 더 나아가 모자라는 세수를 충당한다는 명목으로 이제 에너지세와 부가가치세 등 간접세를 추가로 올릴 태세입니다. 부동산 부자들이 막대한 불로소득을 올려도 이를 세제를 통해 흡수하기는커녕 제대로 시행도 못해본 종합부동산세를 사실상 무력화하고 말았습니다.


이처럼 기득권에 일방적으로 유리한 게임 규칙 아래서는 공정한 경쟁을 할 수가 없습니다. 출발선이 다른데 어떻게 똑같이 달리라는 말입니까? 불공정한 게임 규칙 아래서는 기업이든 개인이든 제대로 된 실력과 능력을 발휘하기 어렵습니다. 능력을 갖추고 열심히 노력하는 사람보다는 기득권 구조에 맞춰 음성적 로비와 뒷거래에 뛰어난 사람이 성공하게 됩니다. 그 결과 그 사회는 벤처기업이 자라날 수도, 좋은 인재가 적재적소에 자리 잡을 수도 없는 사회가 됩니다. 이런 구조가 지속되면 한국경제가 가진 잠재력을 충분히 발휘할 수 없게 됩니다. 한 사회가 자신이 가진 자원을 최적배분하는 것과는 동떨어지게 되는 것입니다. 기득권층과 그들의 자녀들만이 자손대대 승승장구하고 그렇지 못한 계층은 제대로 된 기회를 가지기 힘든 나라는 건강한 나라가 아닙니다. 따라서 기득권층만이 아닌 모두에게 같은 잣대가 적용되는 공정한 경쟁 규칙을 확립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과제입니다.


한국 사회는 이처럼 비열한 경쟁의 이중구조를 깨고 공정한 경쟁 게임의 룰을 확립하지 않으면 안 됩니다. 그래야 한국사회는 건강하고 지속가능한 사회가 될 수 있습니다. 강자들에게는 더 많은 경쟁을, 약자들에게는 불필요한 경쟁을 완화하고 공정한 출발선을 제공해야 합니다.


이처럼 공정한 게임규칙을 확립하기 위해서는 공정거래위원회가 제대로 작동해야 하는데, 지금의 공정위는 여전히 제 역할을 못하고 있습니다. 또한 광범위한 부정부패를 강력하게 처벌하고 숙정하는 사법시스템도 갖춰야 하는데, 일부 재벌은 치외법권입니다.


공정한 게임의 룰만 제대로 적용하면 모든 것은 아니어도 많은 것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상대적으로 자금력이 있는 조중동의 무가지 뿌리기와 경품 판촉은 명백히 공정거래를 위반하는 사항으로 이만 막아도 그들의 지위는 한층 약화될 것입니다. 예산 낭비도 엄청나게 줄일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4대강 사업에도 적용된 턴키입찰 방식은 상위 6개, 내지 10개 재벌 건설업체들이 가격 담합을 공공연히 하고 있습니다. 그 결과 60원에 할 수 있는 공사를 95원, 98원에 수주해 폭리를 취하죠. 턴키담합을 통해 재벌 건설업체들이 취하는 폭리는 세금으로 불필요하게 퍼주는 격입니다. 턴키담합을 막고 공정경쟁만 하게 해도 막대한 예산을 아낄 수 있습니다. 제가 서울시에 있으면서 지하철 9호선 2단계 공사의 담합을 분쇄해 약 1000억을 아꼈습니다. 또한 이제 재벌기업들이 국제시장뿐만 아니라 국내시장에서도 치열하게 경쟁해 물가가 내려가는 시장구조를 만들어야 합니다. 소비자가 주도권을 행사하는 경제구조를 만들어야 합니다.


반면 우리 아이들에게 불필요하게 생사를 건 듯한 시험성적 경쟁을 치르는 구조는 바꿔야 합니다. 입만 열면 '인재가 자원이라는 나라'에서 교육재정은 형편 없는 수준입니다. 공교육 예산을 지금의 두 배 이상 늘려서 공교육을 강화해야 합니다. 그렇게 공교육을 강화하면 사회 전체적으로 훨씬 저렴한 비용으로 양질의 교육을 제공할 수 있게 됩니다. 반값 등록금이 아니라 국공립대 등록금은 거의 무상으로 만들 수 있습니다. 사교육비 지출을 줄이고 아이들의 인성과 창의성을 마음껏 키울 수 있습니다


이러한 불공정 사회를 고착화시키는 구조적, 제도적 틀들을 바로잡지 않고, 구호만 외쳐서는 결코 공정 사회를 이룰 수 없습니다. 하지만 현 정부는 이 같은 구조적 틀을 바꾸는 데는 관심이 없고, 오히려 이 같은 상황을 더욱 고착화하고 있습니다. 정책은 늘 반서민이면서 입으로만 친서민을 떠드는 이명박 정부가 또 다시 들고 나온  공정 사회 구현이라는 말이 양두구육으로 느껴지는 이유입니다. 정말 공정한 사회를 이루고 싶다면 기본 원칙으로 삼아야 할 것은 바로 이것입니다. 반칙하는 강자들에게는 더 많은 경쟁을, 약자들에게는 공정한 경쟁 출반선과 기회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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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선대인 2010. 9. 6. 13:46

개각단상1. 대외적 개각 모토는 소통과 친서민. 소통한다면서 반대여론이 훨씬 높은 4대강에 올인한 김태호이재오를 인선하고, 친서민이라면서 서민 출신일 뿐 전혀 서민적 정책을 펴지 않는 사람들만 기용. 현 정부에게 소통과 친서민은 포장일 뿐.

 

개각단상2. 김태호 내세워 세대교체론 점화. 하지만 세대교체는 단순히 젊은 사람을 내세우는 것이 아니라 새 시대가 필요로 하는 젊은 비전과 정책역량을 가져야. 김태호의 성장과정이나 이력은 골수 한나라당 성향으로 겉만 젊은 낡은 인물. 이 역시 포장술.

 

개각단상3. 이번 개각 인사들이 맞이할 향후 한국 경제상황은 상당히 어려울 것. 하지만 이재오, 이주호, 진수희, 신재민 등 정치적, 이념적 색채가 짙은 인선. 소통과 친서민은 고사하고 이들 내각이 향후 경제적 상황 전개에 따라 압사당할 가능성 농후.

 

개각단상4. 박근혜 대항마 포석은 분명. 하지만 박근혜보다 오세훈, 김문수가 불의의 일격 받은 셈. 특히 오세훈 경우 젊고 미남형 이미지 겹치는 김태호 부담. 더구나 무소신 기회주의자 오세훈 4대강사업 등 MB정책 충성도가 높은 김태호에 밀릴 수도.

 

개각단상5. 어쨌거나 한나라당은 여러 명의 대선 후보군을 키우고, 연령대도 낮췄음. 그에 비해 민주당은 정권을 잃고도 새 인물을 영입하고 키우는데 매우 소극적. 오히려 민주당이 늙은 정당 이미지 될 판. 이미지가 아니라 쇄신 능력이 부족한 게 문제.

 

개각단상6. 개인적으로는 정권이 정치적 노선을 같이 하는 사람들을 기용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 다만, 이런 류의 개각에 대해 기득권 신문들은 과거 '코드인사'로 맹비난했음. 그런데 이들 신문들은 현 정부 들어서는 '코드인사'라는 표현을 잊어버린 듯.


트위터를 하시는 분들은 http://twitter.com/kennedian3로 저를 팔로우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제가 아고라와 제 블로그(다음뷰), 오마이뉴스, 네이버 부동산, 한겨레신문, 미디어오늘 등에 연재하는 글뿐만 아니라 각종 언론 인터뷰 등을 통합해서 매일 소개할 생각입니다.

 

모든 사람이 땀흘린만큼 제대로 대접받는 건전한 민주주의 시장경제 건설을 위한 좀더 의미 있는 토론과 참여를 원하시는 분들은 김광수경제연구소포럼(http://cafe.daum.net/kseriforum)을 방문해주십시오.




by 선대인 2010. 8. 9. 08:54

어제(15) 오전 금융위원회에서 열린 <주택시장 점검회의>에 다녀왔습니다. 오전 10부터 약 두 시간 동안 개최된 이 회의에는 금융위 금융정책국장 주재로 10여명의 각계 전문가들이 참석했습니다. 오늘 글에서는 이날 회의에서 거론된 내용과 이와 관련한 정부 정책 결정 과정의 문제점에 대해 한 번 정리해보겠습니다.

 

우선, 회의에 참석하게 된 과정을 소개하면 14일 오후 늦게 금융위원회가 우리 연구소로 연락해서 회의 참석 여부를 물었습니다. 황당했습니다. 저희가 한가한 사람들도 아니고 다음날 아침 회의 참석 여부를 그 전날 저녁에 묻는 것이니 이건 정말 참석을 하라는 뜻으로 받아들여야 할지 의구심이 일었습니다. 전화를 직접 받은 직원에게 물어보니 회의가 갑자기 결정돼 늦게 연락드리게 됐다고 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어떤 식이든 결코 매너 있는 방식이라고 하기는 어려웠습니다. 더구나 참석해봐야 관료들의 정책 결정 과정에 들러리를 서게 될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해 처음에는 참석하지 않는 것으로 통보했습니다. 하지만 제 트위터 팔로워들에게 의견을 여쭤봤더니 그래도 참석해서 회의 분위기를 전해주면 좋겠다는 의견이 다수였습니다. 저로서도 최근 주택 시장 부양책을 정부가 다시 만지작거리고 있다는 뉴스를 접한 터라 분위기 파악을 해보고 싶은 생각도 들었습니다. 그래서 생각을 바꿔 참석하기로 했습니다.

 

그렇게 해서 참석하게 된 회의. 이미 논의 내용이나 회의 분위기는 짐작하고 있었기에 별다른 것은 없었습니다. 논의 내용은 이미 참석자 면면에서 대체로 드러난다고 할 수 있습니다. 참석한 분들은 대한건설협회 부설 연구소인 한국건설산업연구원과 건설 분야 민간 연구소 한 곳, 증권회사 및 시중은행의 부동산 관련 연구소의 관계자나 연구자들, 그리고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 등과 시중은행 세 곳의 주택금융 관련 실무 책임자들이었습니다. 또 저를 포함해 한국개발연구원과 한국금융연구원, 현대경제연구소의 연구자들이 참석했습니다. 저는 사전에 듣지 못했지만, 이후 금융위 관계자의 말에 따르면 이날 회의 참석자들은 그 기관을 대표한 것이 아니라 전문가들 개인 자격으로 참석한 것이라고는 합니다.

 

어쨌거나 참석자 면면을 보면 알겠지만, 이들 가운데는 부동산문제에 관해 상당한 직간접적 이해관계를 가진 분들이 적지 않습니다. 건설협회 부설 연구소인 건산연을 비롯해 건설업체들의 용역을 하는 기관이나 건설주에 투자하고 있거나 부동산 펀드 등을 운영하는 증권사 소속 연구소에 몸답고 있는 경우들이 그런 경우라 할 수 있습니다. 또한 시중은행의 주택 금융 담당자들 또한 정부의 부양책을 간절히 바라고 있는 입장일 가능성이 높고요.

 

사실 어떤 회의의 결론은 이미 회의 참석자들을 어떻게 구성하느냐에 따라 웬만큼 결정이 됩니다. 저도 짧게나마 공직 생활을 했을 당시의 경험을 통해 이를 잘 알고 있습니다. 행정기관들은 자신들이 원하는 발언을 해줄 사람들을 골라 다수를 구성하고 그 외에 구색 맞추기식으로 몇 명을 끼워 넣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리고는 각계 전문가를 모아 의견 청취를 했다는 것이지요. 이런 식으로 공청회나 전문가 의견 청취 등을 통해 여론 수렴을 했다는 것이지요. 이번 회의도 그런 느낌이 강하게 들었습니다.

 

물론 금융위 입장에서는 나름대로 부동산시장 상황에 대해 골고루 의견을 들어보려는 취지가 없었던 것은 아니겠지만, 제가 보기에는 충분히 제대로 구성된 느낌은 아니었습니다. 이미, 최근 부동산 문제에 관해 보고서를 발표하고 ‘대세하락’ 등을 경고한 연구소들도 꽤 있습니다. 그런데 그런 연구소들의 연구자들은 초청 대상에 들어있지 않았습니다. 또한 주택 문제나 이와 관련된 부동산 금융 문제를 서민가계 입장에서 연구하는 학자들도 계시지만, 역시 초청 대상 명단에 들어있지 않았습니다. 이런 구성으로 얼마나 균형감 있는 부동산 시장 상황 진단을 할 수 있는지 의문입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이해관계가 있는 참석자들이 모두 자신들의 이해관계를 관철시키기 위해 나온 것은 아닐 것입니다. 하지만 이들이 의식하든 하지 못하든 그런 자장 안에서 움직일 개연성은 상당히 큽니다. 대표적인 분들이 시중은행의 실무 책임자들입니다. 이들 실무자들 세 분은 모두 DTI 규제를 완화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자신들이 현장에서 부동산중개업소들을 만나보면 지난해 DTI규제 강화 이후 주택 거래가 끊어지고 집값이 하락한다고 아우성이라는 것입니다. 그래서 이들은 “정부가 추가적인 하락을 방치하지 않겠다, 지나친 주택 가격 하락을 막아 연착륙시키겠다는 시그널을 줘야 한다”는 식으로 주장했습니다. 하지만 사실 지난해 DTI규제를 적용하기 이전에 거래량 증가가 크게 둔화되는 등 이미 부동산 시장의 반등 여력이 거의 소진돼 가고 있었습니다. 정부의 DTI규제 재강화는 울고 싶은데 뺨 때린 격일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

 

하지만 부동산시장 상황을 제대로 모르는 이들 은행 실무자들은 현장의 몇몇 이야기만 듣고 장님이 코끼리 다리 만지듯 하는 식의 주장을 늘어놓는 것입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부동산 거품기 때처럼 은행의 외형적 성장을 위해 가계 대출을 늘리도록 해야 한다는 식의 주장을 늘어놓았습니다. 사실 이들은 금융위원회 관료들 앞에서는 고양이 앞의 쥐와 같은 존재들이어서 뭔가 그럴듯한 건의를 해야 한다고 생각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잘못 말해 찍히면 안 된다는 생각을 합니다. 그래서인지 어제 회의에서도 금융위 관계자들의 눈치를 상당히 보는 느낌이 강했습니다.  

 

하지만 이해관계를 가장 명확히 드러내는 것은 역시 대한건설협회 부설 연구소인 건산연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사실 이날 참석자의 상당수는 이미 2008년 말 경제위기 때 이뤄졌어야 할 건설업계 구조조정이 지연된 것이 지금 문제로 불거지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저도 약간은 의외였으나 건설업계에 대한 적극적인 구조조정을 해야 한다는 의견이 적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건산연 참석자는 “건설업체들의 구조조정이 필요하지만, 속도 조절이 필요하다”고 주장했습니다. 자신들이 생각해도 건설업계의 구조조정이 필요한 현실은 부인하지 못하면서도 ‘속도 조절’이라는 용어를 통해 정부의 부양책을 요구한 것입니다. 특히 토론회 말미에는 “지금의 환매조건부 미분양 매입 대책은 정부가 돈을 빌려주는 정도에 지나지 않기 때문에 정부가 직접 절반 가격에라도 사주는 게 좋다”는 식으로 주장했습니다. 노골적으로 자신에게 월급 주는 자들의 이해를 대변하는 것입니다. 제가 회의가 끝난 뒤 그 연구자를 뒤따라가면서 “미분양을 시장에서 반값에 그냥 팔면 되는데, 왜 그걸 굳이 국민 세금으로 사주라고 하느냐”고 몇 차례 물었으나 대답을 않더군요.

 

물론 경청할만한 좋은 의견을 주신 분들도 있었습니다. 예를 들어, 한국금융연구원의 참석자는 “부동산 폭등기 때는 DTI규제를 도입해도 6개월 정도 밖에는 효과가 없었고, 이후 다시 다른 대책을 내놓아야 했다”며 “지금의 하락세를 DTI규제만으로 해석해서 섣불리 DTI규제를 다시 완화하려 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습니다. 또 “국내에서 DTI규제를 불필요한 규제라고 하는 주장이 일부 나오는데, 다른 선진외국에서는 정부에서 굳이 규제하지 않아도 금융기관들이 자율적으로 DTI 비율을 40% 아래로 맞추고 있다오히려 금융위기 이후 다른 나라들은 국내 DTI규제에 대해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소개하며 DTI규제에 손대지 말 것을 주문했습니다.

 

또 한국개발연구원의 참석자는 현재 주택시장 상황에 대해 “그 동안 금융(유동성) 공급을 통해 인위적으로 시장을 키워왔지만, 더 이상 제대로 된 수요는 없는데 공급 과잉이 심해진 상황이라며 “지금의 주택 가격 하락은 이런 상황에서 새로운 시장 균형을 찾아가는 현상인데 건설사들의 주택 공급 가격은 여전히 너무 높다”고 진단했습니다. 그는 이어 “현재 상황으로는 대규모 금융 위험으로 확산될 가능성은 낮다”며 “이 정도로는 건설업계 전체가 안 무너지니 건설사들이 단기적인 고통을 감내하도록 하고 분양가 하락을 유도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는 더 나아가 “일부 예외적인 사례를 제외하고 DTI규제 때문에 주택을 살 수 없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지금 DTI규제를 다시 풀게 된다면 그것은 주택가격 지탱 외에는 다른 (정책) 목적이 없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는 “건설업체들의 구조조정을 유도하는 것 외에 다른 지원책은 필요 없다”고도 했습니다. 저로서는 상당히 동의하는 발언이었습니다.

 

건국대 교수는 “미국의 저축대부조합(S&L)사태나 일본 주택시장의 장기화도 결국 구조조정을 제때 하지 않고 계속 미루다가 일이 커진 것”이라며 “시장 청소가 안 된 상황이므로 과단성 있는 구조조정을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제가 인용한 이런 의견들은 사실 제 생각과 크게 다를 바는 없습니다.  

 

제 생각은 평소 자주 말씀 드렸기에 길게 적지 않겠습니다. 우선, 현재 주택시장 상황의 심각성에 대해서는 일부러 말하지 않았습니다. 제가 현재 주택시장 상황이 상당히 심각하다고 말하면, 제 의도와는 달리 정부가 부양책을 쓸 빌미를 줄 것 같아서 말입니다. 이날 자리에서 한 시중은행 부동산연구소의 참석자는 부동산중개업소들의 호가 위주로 작성되는 국민은행가격지수를 바탕으로 현재 부동산시장 상황을 열심히 설명하면서 별 문제가 없다는 식으로 주장하던데, 그 분들을 그냥 꿈 속에서 헤매게 놔두는 것이 낫겠다 싶더군요.

 

어쨌든 제 의견을 요약해보자면 이렇습니다. 우선, 지금의 주택 가격 하락은 수도권 주택 가격이 너무 높기 때문에 수요가 고갈된 때문으로 집값이 자산시장의 가격조절 메커니즘에 따라 자연스레 조정되는 과정이라는 것입니다. 따라서 지금의 주택 가격은 일정한 수준까지는 시장에 맡겨 하락 조정되도록 해야 하며, 그렇게 주택 가격이 시장에서 일정한 바닥을 찾을 수 있어야 거래도 가장 빨리 활성화된다고 주장했습니다. 따라서 지금은 정부가 집값 거품을 빼야 할 때이지 건설업계 부양책을 써야 할 시기가 아니며  집값 거품이 정상적으로 빠지도록 정부가 당분간은 자산시장의 가격조절 메커니즘에 맡기는 것이 최선의 방책이라고 말했습니다.

 

오히려 지금 가라앉는 시장에서 재정력과 행정력을 동원해 무리하게 시장을 떠받치려 해봐야 약발이 오래 가지도 않을 뿐만 아니라 시장의 자기 조절 과정을 지연시켜 주택시장 침체를 장기화시키게 된다고 설명했습니다. 또한 건설업계를 떠받치고 주택 가격의 급변동을 막는다는 명분으로 DTI규제를 다시 푼다든지 해서 가계부채를 계속 늘리도록 유도하면서 가계를 희생양으로 삼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회의를 갑자기 마련한 것을 보니 상부 지시 때문에 이 회의를 마련한 것 같은데, 지금 집값 거품을 일정하게 빼놓지 않으면 다음 대선 때인 2012년에 정말 위험해질 수 있으니 상부에 그렇게 전하라고도 했습니다.   

 

이날 회의를 주관했던 금융정책국장은 회의를 마무리하면서 “오늘 논의를 들어보니DTI규제 등 금융적 조치는 (주택시장 침체에) 크게 영향을 미친 것 같지는 않다”고 하면서도 “주택 가격의 변동폭을 줄이는 게 정부의 역할”이라고 했습니다. 주택 가격 변동폭이 커질 경우 변동폭을 줄이기 위해서는 일정한 대책을 내놓을 수도 있다는 뜻으로 들렸습니다. 최근 국토해양부가 건설업계나 부동산업계 관계자들을 모아놓고 ‘의견청취’를 했다는 보도를 봤습니다만, 아마 연결된 움직임이 아닌가 합니다. 그리고 일부 언론 보도에 따르면 다음달 중 ‘부동산 거래 활성화대책’이 나온다고 하는데 그 연장선상에 있는 것으로 추정되기도 합니다.

 

그리고 저의 발언에 신경 쓰였던지 담당 국장은 “오늘 회의는 상부 지시 때문은 아니고 최근 주택시장에서 부동산 폭락설 등 이런 저런 말들이 많이 나오니 일상적 주택시장 모니터 차원에서 의견을 청취하려고 한 것”이라고 설명하더군요. 그의 설명대로 일상적 차원이라면 왜 그렇게 회의를 급하게 마련해 참석자들에게 연락한 것인지 모르겠네요. 그것도 이명박 대통령이 싱가폴에서 “올 하반기에는 집값이 오를 것이니 투자하라”는 식으로 발언한 이후에 말입니다. 여담이지만, 부동산 중개업소 사장 수준에서 할 만한 발언을 대통령이라는 사람이 부끄러운 줄도 모르고 하고 있으니 개탄스럽습니다. 이 정부는 말끝마다 ‘국격이 올라간다’고 헛소리를 하고 있는데, 대통령의 이런 부동산업자스러운 발언이야말로 이 나라의 국격을 땅에 떨어뜨리는 일입니다

 

그리고 정말 한심스러운 것은 정부의 말과 행동이 다른 행태입니다. 얼마 전까지 부동산 버블에 대한 전문연구기관들의 경고가 잇따를 때도 주택정책의 주무 부서인 국토해양부 장관이 직접 나서 국내에는 부동산 버블이 없다고 몇 차례나 주장했습니다. 전문 연구기관이 아닌 국토해양부가 보도자료를 내면서까지 엉터리 논리를 펼치며 부동산 버블 경고를 반박했습니다. 이에 대해서는 글이 길어지니 생략하겠습니다.

 

다만, 얼마 전까지 정부 차원에서 버블이 없다고 열심히 여론전을 펴던 국토해양부가 최근 주택시장 상황 점검에 나섰다고 합니다. 그것도 건설업계나 부동산업계 이해를 대변하는 사람들을 중심으로 말입니다. 부처는 다르지만 금융위도 마찬가지입니다. 이날 회의의 주요 논의주제 중 하나가 부동산 폭락 가능성여부였습니다. 이미 국토해양부가 부동산 버블이 없다고 결론내리고 있고, 대통령이 하반기에는 집값이 오를 것이라고 인식을 갖고 있다면 부동산 폭락 가능성 여부는 왜 따지는 것일까요.

 

또한 부동산 버블이 없다면 지금의 주택시장 침체는 정상적인 시장 상황에서 일어난 매우 일시적인 현상이니 시장에 맡기면 될 텐데 지난 번 4.23미분양 해소 대책을 비롯해 틈만 나며 부동산 부양책을 만지작거리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두가지 가운데 하나일 것입니다. 자신들의 말과 행동이 다른지도 모르는 자가당착에 빠져 있거나, 알면서도 국민들에게는 집값 폭락 가능성이 없다’ ‘집값이 오른다는 식으로 심리전을 펴는 한편 실제로는 현 정권의 핵심 정치기반인 부동산 부자들을 위해 집값 거품을 떠받치기 위해 급급한 경우일 것입니다. 어쩌면 두가지 모두 섞여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금융위 관료들의 상전 행세에 대해서는 한 마디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글 첫머리에도 썼지만 회의 전날 급하게 연락해서 사람을 오라 가라하는 것은 무슨 경우입니까. 관료들이 부르면 우리가 쪼르르 달려가야 하는 사람들입니까. 지금까지 그런 인식이 강하게 자리잡고 있다 보니 그렇게 무리하게 일정을 잡으면서도 미안한 기색이 전혀 없는 것으로 보입니다. 더구나 어제 참석자들에 대해서는 정책 자문비를 한 푼도 지급하지 않았습니다. 나름대로 다 일가견 있다는 사람들이 바쁜 시간을 쪼개 참석했는데, 그에 대한 자문비조차 책정하지 않았다는 것은 이들 관료들이 얼마나 민간을 우습게 알고 있는지를 여실히 드러내 보이는 것입니다. 그깟 자문비 한두 푼이 아쉬워서 하는 말이 아닙니다.

 

정부는 말끝마다 지식정보화시대라고 말해왔습니다. 그런데 사실 자신들이 평소에 제대로 연구, 분석하고 있어야 할 사안을 제대로 하고 있지도 않다가 급하게 외부 전문가들을 불러 아이디어와 견해를 구하면서도 그에 대해 아무런 보상도 하지 않는 것입니다. 정부 관료들부터가 지식이나 정보는 공짜라는 인식이 강하고, 지식의 값어치를 제대로 평가하지 않는데 무슨 선진지식경제를 이야기하는 것입니까. 건산연 같은 곳이야 자신들의 이해관계를 관철하기 위해 언제든 달려갈지 모르겠지만, 저희 연구소는 다릅니다.제대로 정책이라도 편다면 국리민복을 위해 기꺼이 무료봉사할 생각도 있지만, 그렇게 하고 있는 것도 아니라고 판단됩니다. 정부는 이럴 때마다 예산 부족 운운할지 모르겠지만, 4대강 강바닥에 콘크리트 쳐바르는 데는 수십조원을 물 쓰듯 쓰면서 어떻게 외부 전문가의 지식과 정보를 사는 데는 이렇게도 인색한지 모르겠습니다관료들의 몸에 밴  상전 의식’과  지식을 공짜로 여기는 습성을 버리지 않는 한 제대로 된 서민 경제와 선진지식경제를 구현하는 것은 요원하다고 하겠습니다. 

 

어쨌든 이날 회의에서 나온 의견들을 보면 건설업체 구조조정을 강력히 추진하라, DTI규제는 현행 그대로 유지하는 것이 좋다는 의견이 우세했다고 보입니다. 만약 정부가 추후 DTI규제를 풀거나 건설업계 부양책을 추가로 내놓는다면 ‘의견 청취’는 자신들이 미리 마련해놓은 정책 각본을 합리화하기 위한 포장술에 불과하다는 것을 입증하는 기회가 될 것입니다. 물론 현재의 부동산 시장은 정부 부양책 정도로 떠받칠 수 있는 수준이 아니라는 점은 분명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가 정부의 추가 부양책을 반대하는 것은 그러면 그럴수록 막대한 재정적자 등 국민경제 전체적으로 기회비용이 커지고, 서민들이 부동산 거품 때문에 고통 받는 기간이 길어지기 때문입니다. 지금이라도 정부가 근시안적인 시야에서 벗어나 중장기적으로 한국 경제가 건전하고 지속가능한 발전을 할 수 있도록 부동산 거품을 빼나가길 바랄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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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선대인 2010. 6. 16. 08:38

 

오늘은 지방선거 투표일이다. 이번 지방선거 역시 중앙 정치 차원의 북풍노풍바람에 묻혀 그 의미가 상당히 퇴색된 느낌이 없지 않다. 특히 현 정부는 자신들의 지지세력 결집을 위해 천안함 조사 결과 발표를 비판한 인사들과 민주노동당에 후원금을 낸 전교조 교사들을 해임하겠다고 밝히는 등 정부 주도의 이벤트를 여러 차례 벌였다. 한마디로 지방선거 승리를 위해 행정력을 노골적으로 동원한 것으로 제대로 된 민주주의 국가라면 상상도 할 수 없는 작태들을 벌였다. 이 정도면 행정부처가 국민을 위한 행정을 하는 것이 아니라 정권을 위한 행정을 하고 있는 것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물론 이미 정권을 잃고도 환골탈태한 모습으로 국민들의 지지를 끌어내려 하기보다는 이미 고인이 된 전임 대통령에 기대 지방선거에 임한 민주당의 태도 또한 한심하기 짝이 없다. 유권자에게 새로운 미래를 선택하게 하는 선거에서 이미 선거에서 심판 받은 과거 정권에 기대고 있는 것이다. 이러니 국민들이 이명박 정부의 거듭된 실정과 시대착오적인 온갖 패악에도 불구하고 적극적인 민주당 지지로 돌아서지 않는 것이다.

 

하지만 이 땅의 현실에서 현재의 선거는 최선이 없으면 차선을 고르는 선택이며, 그도 안 된다면 최악을 징벌하기 위해 차악이라도 골라야 하는 고민스러운 선택일 수밖에 없다. 그리고 그 같은 선택이 조금이라도 이 땅의 미래를 새롭게 여는데 도움이 될 수 있는 방향이어야 한다. 하지만 이처럼 유권자로서는 선뜻 내키지않는 선택을 해야 하는 상황에서도 판단 기준을 정하기는 매우 어렵다.

 

필자는 그 판단기준 중 하나가 삽질경제 패러다임극복이라고 생각한다. 알다시피 필자는 세금과 예산, 교육과 보육, 일자리, 경쟁구조, 언론 문제 등 많은 사회경제적 이슈에 관심을 갖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당장은 부동산 문제에 대해 줄기차게 글을 써왔다.   

 

이유는 여러 가지다. 우선, 부동산 문제가 지금 한국경제 전반에 미치는 영향과 규모가 너무나 크기 때문이다. 과거 일본이나 현재 미국 등 전세계 대부분 국가들의 부동산 버블 붕괴 사태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부동산 문제는 한 나라의 경제 전체를 뒤흔들 수 있는 파괴력을 갖고 있다. 또한 부동산 문제는 한국경제를 지배하고 있는 낡은 패러다임과 기득권 위주의 게임 규칙을 극명하게 드러내는 문제이다. 현 정부는 사실상 집값을 올려주겠다는 공약으로 집권했고, 이를 철저히 실행에 옮기고 있다. 또한 삽질경제학에 근거한 기득권 중심적이고 시대착오적인 정책 대응으로 일반 가계의 고통이 누적되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4대강 사업 등 막대한 건설토목 사업에 소중한 자원들을 탕진함으로써 미래세대의 부담 또한 늘리고 있다.

 

한국경제는 지금까지 계속 부동산과 대규모 토건사업에 기반한 경제성장을 지속해왔다. 한국의 대표적 재벌들이 모두 건설업체들을 거느리고 있는 점에서 알 수 있듯이 건설업은 한국 재벌들의 모태였다. 거기에서 각종 부패와 담합, 사기와 불공정 거래가 만연했다. 각종 부패사건의 절반 이상이 건설사업을 매개로 일어났다. 재벌기업들의 비자금과 정치권 검은 돈의 젖줄이었다. 또한 민간 부문에서는 고분양가로 일반 가계들의 주름살을 늘리고, 공공 부문에서는 뇌물 거래와 음성적 로비 공세에 따라 잔뜩 부풀려진 공사 발주로 예산을 탕진하는 주범이었다. 정치인들은 개발공약을 내세우고 유권자들은 개발공약이 집값을 올려줄 것이라는 환상에 젖어 개발붐에 편승한다. 또한 부동산 광고를 매개로 한국 언론의 왜곡보도가 가장 만연한 영역이기도 하다.

 

이처럼 부동산과 토건사업을 중심으로 한 삽질경제는 한국의 산업구조가 그동안 노동집약 → 자본집약 → 기술집약적 산업구조로 이행하는 동안 줄기차게 지속돼온 패러다임이다. 정권의 좌우에 상관없이 일관되게 한국사회를 지배해온 패러다임이었다. 또한 일반 서민들의 부동산 재테크에서부터 최고위 경제관료들의 경제 정책에 이르기까지 한국사회와 경제를 좌우해온 패러다임이었다. 이렇게 해서 삽질경제는 한국의 사회경제 구석구석을 지배하는 가장 강력하면서도 끈질긴 패러다임이 되었다. 이 같은 삽질경제 패러다임은 이것을 극복해야 할 시점에 가장 극적으로 확대 재생산되고 있다. 바로 현대건설 사장 출신의 대통령을 수반으로 한 ‘건설족 정부’에 의해서 말이다.

 

물론 사회 인프라를 구축하고, 자본의 규모를 키우며 삶의 질을 일정하게 높이는 등 삽질경제의 긍정적 효과 또한 적지는 않았다. 하지만 이제 삽질경제는 시대적 소명을 다했다. 한국경제가 여전히 개발연대의 삽질경제에 묶여 있는 가운데 발생하는 폐해가 너무나 크다.

 

삽질경제를 폐기해야 할 시점에 부동산 버블에 편승해 더욱 기승을 부린 삽질경제는 자산양극화와 국토의 황폐화, 민간 부담 증가와 국가 자원 낭비를 낳는 주범이다. 지식정보화 창의경제시대로 도약해야 할 한국의 앞길을 가로막고 있는 최대 걸림돌이다. 부패와 반칙, 사기, 불공정 거래로 상징되는 삽질경제로는 한국경제의 미래를 기약할 수 없다. 콘크리트에 투자하는 삽질경제가 아니라 인적 자원에 투자하는 경제로 패러다임을 바꿔야 한다. 그런데 지금의 이명박 정부는 이 같은 전환을 준비하기는커녕 오히려 시대착오적인 삽질경제학의 끝자락을 부여잡고 삽질경제로 한국경제가 계속 발전할 수 있다는 환상을 불러일으키기에 여념이 없다. 그러는 사이 수면 아래에서 한국경제는 점점 무너져 내리고 있다. 서민중산층과 20~40대 젊은 세대의 피해 또한 갈수록 커지고 있다. 이것이 필자가 줄기차게 부동산 문제를 중심으로 글을 쓰는 이유이다. 삽질경제 패러다임을 극복하지 않으면 한국경제에 앞날은 없다고 믿기 때문이다.

 

또한 필자가 지방선거를 앞두고 그 동안 계속 연재해온 지방재정 분석 시리즈에서 설명한 것처럼 전국 지자체의 재정 상태가 빠르게 악화되고 복지와 문화, 교육 분야의 사회적 투자 요구가 커지고 있는데도 여전히 각 지자체들이 각종 개발사업에 무분별하게 나서며 예산을 탕진하고 있다. 그런데도 우리는 여전히 이에 대한 최소한의 문제 의식도 없이 온갖 막가파식 개발공약을 내세운 후보들을 이번 선거에서 보고 있다. 이미  토건국가라 불리던 일본을 훨씬 능가해 OECD 국가들 가운데 가장 높은 건설업 비중을 유지하고 있으면서도 여전히 개발사업을 벌여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것이다. 이미 토건사업 위주의 개발사업에 지나치게 많은 재정이 투입되면서 지식정보화와 첨단기술 개발, 교육 및 사회복지 등 소프트 부문에 대한 투자 여력을 소진시켜 한국의 성장 잠재력이 크게 약화되고 있는 상황인데도 말이다.

 

필자가 지방재정 분석 시리즈 마지막 편에서 왜 지금 한국이 삽질경제 패러다임에서 벗어나야 하는지를 설명한 부분을 인용한다.  

 

토건사업과 지식서비스업, 두 가지 산업에만 자원을 배분할 수 있는 경제에서 경제구조 변화에 따라 자원 배분이 어떻게 달라져야 하는지를 생각해보자. 이를 위해 두 산업에 배분할 수 있는 자원은 100이라고 가정하자. 먼저 토건사업에 75, 지식서비스업에 25를 쓸 때 경제 발전에도 가장 효과적이면서도 국민경제 전체의 효용, 즉 후생수준을 극대화할 수 있는 경우가 개발연대 시절의 자원배분 모델이라고 할 수 있다. 반면 토건사업에 25, 지식서비스업에 75를 쓸 때 경제 발전에도 가장 효과적이면서 국민들의 후생 수준을 극대화할 수 있는 경우가 현대의 첨단지식정보화시대의 자원배분 모델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지금의 한국경제는 후자와 같은 자원 배분을 해야 상황인데도 불구하고 개발연대 시절의 관성이 강하게 남아 각종 토건사업에 여전히 60, 지식서비스업에 40 정도의 자원이 배분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개발연대 시절에 비해서는 25에서 40으로 지식서비스업에 자원이 좀더 배분되고는 있으나 자원의 최적배분 면에서 볼 때 여전히 토건사업에는 과도하게, 지식서비스업에는 과소하게 자원이 배분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식의 자원 배분은 국민경제의 잠재력을 극대화하지 못하게 하고 비효율적으로 자원을 탕진하는 한편 결과적으로 국민경제 전체의 후생 수준도 시간이 갈수록 떨어뜨린다.”

 

이처럼 삽질경제의 결과가 너무나 뻔한데도 개발연대 시절의 자원배분 방식이 강력히 남아 있는 것은 개발연대 시절의 정부주도 정책 및 제도 등의 틀이 바뀌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시대가 변하고 경제상황이 변했음에도 불구하고 정책 및 제도의 틀이 바뀌지 않았다는 것은 사람이 변하지 않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정책 및 제도를 결정하는 사람들은 크게 정부 관료들과 선출직 공직자들이다. 정부 관료들은 국민이 직접 바꿀 수 없다. 하지만 선출직 공직자들은 얼마든지 국민이 바꿀 수 있다.

 

오늘 투표장에 가실 분들은 한 번 생각해 보기 바란다. 삽질경제, 토건경제가 한국 경제의 미래를 열 패러다임인지 지식창의 경제가 새로운 미래패러다임이 돼야 하는지 말이다. 개발연대의 낡고 칙칙한 개발 공약을 남발하면서도 우리 아이들의 교육과 우리 부모들의 노후와 우리 세대의 삶의 질을 이야기하지 않는 후보는 우리의 미래가 아니다. 여기에는 말로는 지식창의경제를 외치면서도 실제로 예산은 각종 토건개발사업에 퍼붓는 겉포장 후보도 포함된다. 말보다 행동이 그 사람의 본질을 훨씬 더 정확하게 보여주기 때문이다. 그들은 역사의 뒷무대로 퇴장해야 하는 낡은 세력이며 이 땅의 미래를 후퇴시키는 사람들이다. 각종 개발 공약으로 부동산 거품을 더욱 띄우겠다는 후보야말로 우리 아이들의 미래를 가장 철저히 짓밟고 가뜩이나 부족한 우리 젊은이들의 일자리를 가장 확실히 없애는 후보다. 가장 반서민적인 후보다. 오늘 투표에 임하는 분들은 여야를 떠나 삽질경제 패러다임을 끝내는데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는 후보가 누군인가를 심사숙고해줄 것을 진심으로 바란다.

 

 

 

트위터를 하시는 분들은 http://twitter.com/kennedian3로 저를 팔로우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트위터를 지난해 하반기부터 개설했지만 본격적으로 사용하기 시작한 것은 지난 주부터입니다. 향후 제가 아고라와 제 블로그(다음뷰), 오마이뉴스, 네이버 부동산, 한겨레신문 등에 연재하는 글뿐만 아니라 각종 언론 인터뷰 등을 통합해서 매일 소개할 생각입니다. 참고바랍니다. 

  

 

모든 사람이 땀흘린만큼 제대로 대접받는 건전한 민주주의 시장경제 건설을 위한 좀더 의미 있는 토론과 참여를 원하시는 분들은 김광수경제연구소포럼(http://cafe.daum.net/kseriforum)을 방문해주십시오.

by 선대인 2010. 6. 2. 07:57

 

정원의 휘어진 나무는

땅이 나쁘다는 것을 알려 준다. 그런데

지나가는 사람들은

나무가 휘었다고 욕을 한다.


(‘서정시를 쓰기 어려운 시대’ 중에서, 베르톨트 브레히트)



경제가 어렵다고 한다. 경제가 뭔가 단단히 잘못돼 있다고 한다. 그래서 경제의 이런 부분, 저런 부분을 고쳐야 한다고 얘기한다. 맞다. 경제의 여러 부분을 고쳐야 한다. 부동산 거품을 빼기 위해서도 주택 정책과 금리 및 조세와 관련한 각종 정책과 제도를 고치고 바꿔야 한다. 그런데 주택 정책과 금리 정책, 조세 정책은 누가 결정하는가. 정부와 정치권이다.


현실의 경제는 정치적, 정책적, 사회적 진공상태에 놓여 있지 않다. 현실의 경제는 정치와 정책, 언론 보도와 여론 등에 영향을 주고받는다. 정치는 경제라는 토양에서 자라는 나무이지만, 경제는 정치라는 나무에서 열리는 열매일 수도 있다. 시인이 노래했듯 토양이 좋지 않은 곳에서 자라는 나무는 휘어질 수밖에 없다. 건강하지 못한 나무에서 자란 열매 또한 알차지 않다.


마찬가지다. 건전한 경제구조가 자리 잡기 위해서는 건전한 정치적, 정책적 환경이 자리 잡아야 한다. 부동산 거품을 빼기 위해서도 부동산 문제를 제대로 파악하고, 올바른 처방을 제때에 실행할 수 있는 정책능력을 갖춘 정치세력과 정부가 있어야 한다. 그런데 기득권층을 대변하고 마땅한 정책능력을 갖추지 못한 현 정부로는 국민경제 전체를 위한 올바른 부동산 정책을 수립하기 어렵다. 국민경제의 미래가 어떻게 되든 말든 당장 집값 거품 떠받치기에 급급한 정부가 어떻게 부동산 문제를 제대로 해결할 수 있겠는가. 이처럼 건전한 경제구조를 만들기 위해서는 제대로 된 문제해결능력을 갖춘 건전한 정치세력이 있어야 한다.


뿐만 아니라 건전한 경제구조가 뿌리내리기 위해서는 내용과 형식 양면에서 건강한 민주주의가 확립돼야 한다. 정부는 공공과 민간의 역할을 정확히 구분한 위에 올바른 정책을 기획-집행-평가할 수 있어야 한다. 공동체의 유대와 신뢰가 튼튼한 사회에서 시장경제도 제대로 작동할 수 있다. 반칙과 사기, 담합이 횡행하는 나라에서는 경제 또한 일그러지기 십상이다. 이를 막기 위해서는 불법행위를 엄정하게 처벌하는 사법 제도가 확립돼야 한다. 재력가 한 사람의 목소리가 평범한 서민 만 명의 목소리보다 더 큰 나라에서는 경제 또한 뒤틀리기 십상이다. 그래서 이해관계에서 벗어나 정보를 최대한 정확하고 공정하게 전달하는 언론이 있어야 한다.


이런 면에서 볼 때 현재 한국의 상황은 매우 우려스럽다. 외환위기 이후 민주주의와 인권 신장, 대북 문제 등에서는 상당한 발전이 있었다. 하지만 경제적 측면에서는 새로운 시대적 요구에 걸맞은 패러다임과 게임 규칙을 우리는 확립하지 못했다. 그 결과 많은 중산층 서민들이 시간이 갈수록 큰 경제적 고통을 겪게 됐다. 자산과 소득 양극화에 부동산값 폭등, 전 국민 절반의 비정규직화, 극심한 청년 실업, 출산율 하락과 자살율 급증, OECD 최장 근로시간과 최고 산재사고율 등 대한민국의 엽기적인 현실이 사람들을 좌절케 했다. 이런 사회경제적 고통은 김대중-노무현 정부의 주요 지지층인 서민들에게 집중됐다. 서민들은 민생고를 해결해달라고 거듭 아우성쳤지만, 결과적으로 이들 정부는 서민들의 고충을 해소하지 못했다. 변화하는 패러다임에 걸맞은 건전한 경제구조를 마련하지 못한 채 낡은 기득권세력과 상당 부분 타협하고 굴종했다. 물론 그만큼 기득권 세력의 힘이 강고했다고도 할 수 있다. 하지만 이들 정부가 대다수 국민들이 바라는 ‘진짜 개혁’을 달성하는 데는 실패했음은 분명하다.   


진짜 개혁의 좌절과 서민 경제의 지속되는 악화는 정치적 반동을 가져왔다. 독일이 1차대전의 전쟁부채에 시달리다 결국 선거를 통해 히틀러를 택한 것처럼 말이다. 우리가 현재 목도하고 있는 이명박 정부의 등장 또한 그런 맥락으로 볼 수 있다. 병든 경제라는 나무가 부실한 열매를 맺은 것이다.


현 정부는 1987년 민주화 이후 한국 사회가 이뤄온 민주주의와 인권, 대북정책의 성과를 빠른 속도로 갉아먹고 있다. 국정원, 검찰, 경찰 등은 시간이 갈수록 권위주의 시절 마냥 정권의 주구로 변질되고 있다. 낡은 틀을 벗지 못한 정부 관료들 또한 과거의 낡은 패러다임에 사로잡혀 거듭되는 정책실패로 서민들의 고통을 가중시키고 있다. 사법 체계 또한 삼성에버랜드 사건 대법원 판결과 김용철 변호사의 양심 고백 등에서 보듯 법의 잣대를 기득권층에 유리하게 마음대로 구부리고 있다. 정치와 더불어 가장 심각한 것은 언론이다. 여전히 신문시장에서 현 정권과 유착한 기득권 언론이 정권의 친위대 역할을 하는 가운데, 현 정부의 집요한 방송장악 시도로 방송의 공정성과 중립성이 심각하게 훼손당하고 있다. 


이처럼 낡고 부패한 정치, 시대착오적인 관료체제, 편파왜곡보도에 찌든 언론, 서민과 특권층을 차별하고 전관을 예우하는 사법체계를 두고 한국 경제가 건전한 선진경제로 도약하기란 어렵다. 필자가 줄기차게 정부와 정치권의 정책을 비판하고 언론의 왜곡보도를 지적한 것도 이 때문이다. 각각의 주제들에 대해서는 추후 구체적으로 다룰 기회가 다시 있을 것으로 믿는다.


다만, 여기에서 강조하고 싶은 것은 대한민국 전반에 혁명적 변화가 일어나야 한다는 것이다. 개발연대의 자본집약적 산업구조에서 첨단기술산업 위주로 한국의 산업구조는 확 바뀌었다. 이 같은 경제 및 산업구조 변화에 걸맞은 새로운 패러다임을 마련해야 한다. 부동산 투기가 기승을 부리지 않고 자산경제와 생산경제가 조화롭게 선순환하며 성장하는 나라. 지식정보화시대를 선도하고 창의적인 인재가 마음껏 능력을 발휘하는 나라. 공정한 게임 규칙에 따라 출신과 배경이 아닌, 능력과 노력이 성공의 핵심이 되는 나라. 건전한 민주주의 시장경제를 건설하기 위한 혁명적 변화를 국민 대다수가 갈구하고 있다.


우리가 지금 이명박 정부로 대변되는 시대적 반동에 굴복하고 새 희망을 가꾸지 못한다면 한국은 이대로 주저앉고 말 것이다. 하지만 일제 식민지배에서 벗어나 온갖 간난신고(艱難辛苦)를 겪으며 여기까지 전진해온 우리 국민의 저력을 생각하면 이 나라가 쉽게 주저앉을 리 없다고 믿는다. 


지난해 이맘때쯤 노무현 전 대통령이 서거했다. 필자도 많이 울었다. 노 전 대통령에 대한 애도의 마음도 있었지만, 전직 대통령마저 비운에 가야 하는 이 땅의 서글픈 현실 때문에 울었다. 필자는 그를 많이 비판했다. 민주주의와 인권 신장, 권위주의 타파 등을 위해 기울인 그의 노력은 높이 평가하지만, 사회경제적 문제에 대해서는 신랄한 비판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특히 부동산 문제에 관해서는 그의 말과는 달리 건설족 관료들에게 임기 내내 휘둘리는 모습을 보며 한숨짓고 분노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필자는 노무현 정부가 지지층에 버림받고 결국 정권까지 놓치게 된 결정적 이유가 부동산 정책 실패 때문이라고 판단한다. 그에 대한 반동으로 우리는 지금 시대착오적인 정권 치하에 살고 있다.


이처럼 형편없는 정부가 들어설 수 있었던 것은 건전한 공동체의 토양이 되는 경제 패러다임을 확립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또한 한국 정치권이 새로운 경제 패러다임을 확립할 구체적 정책과 대안을 갖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판단한다. 정치권은 여야 가리지 않고 ‘민생’을 외쳤지만, 문제 해결의 근본적 해법은 제시하지 못했다. ‘4대강 사업’이라는 개발공약 외에는 아무런 아이디어도 없어 보이는 이명박 정부는 그렇다 치고 국민이 만들어준 과반수 정당의 우위 속에서도 ‘진짜 개혁’을 추진하지 못했던 민주당도 마찬가지다.


 

한 번 물어보자. 무지와 무능, 사악함으로 점철된 현 정부가 물러간다고 ‘믿을 수 있는 변화’를 만들어낼 정치 세력이 있는가. 높은 도덕적 수준을 유지하면서도 지금 한국이 당면한 산적한 과제들을 해결할 문제 해결 역량을 갖춘 정치 세력이 있는가. 말로만 서민중산층 정당일뿐 서민중산층을 위한 문제해결 역량도 없고, 아직도 자기 정체성을 못 찾고 헤매는 민주당이 우리의 미래인가. 아니면 시대 인식과 비전이 개발주의 시절의 국가주의적 관념에 고착돼 있는 박근혜와 그 추종세력들에게 우리의 운명을 맡길 수 있는가. 아니면 낡은 이념과 편협한 노선 투쟁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민주노동당이나 진보신당에서 희망을 발견할 수 있는가. 어느 정치 세력 하나 제대로 우리의 미래를 맡길 수 있는 신뢰감을 느끼지 못할 것이다. 


하지만 그렇기에 무기력감과 동시에 결연한 책임감 또한 느낀다. 이 나라와 우리 자녀들의 미래를 맡길 수 있는 정치세력, 기득권세력들만이 권력과 자원을 독점하는 불공정한 게임 규칙이 아닌 탄탄한 공동체 기반 위에 건전한 민주주의 시장경제를 우뚝 세울 정치세력이 지금 없다면 결국 우리가 함께 만들어 가야 한다. 미국 역사상 최초의 흑인 대통령 오바마의 당선도 혼자 힘으로 이뤄진 것이 아니었다. 종교적, 이데올로기적 편협함에 빠져 자기들의 지지기반 챙기기에만 골몰했던 부시 행정부에 염증을 느낀 많은 미국 유권자들이 함께 일궈낸 기적이다. 추종자론(followership)의 대가인 바바라 켈러먼 교수의 말을 굳이 빌려오지 않더라도 “좋은 추종자들이 좋은 지도를 배출한다”는 상식을 여실히 입증한 것이다. 우리라고 못 할 리 없다.


그러한 변화와 기적을 주도할 수 있는 것은 20대에서 40대 전반의 젊은 세대다. 인류 역사를 통털어 변혁을 주도한 것은 젊은 세대였지, 결코 기성세대가 아니다. 이미 세계 각국에서는 자연스럽게 젊은 세대가 국가 운영을 주도하고 있다. 당장 오바마 대통령부터 47세의 젊은 대통령이다. 미국뿐만 아니라 지금 많은 선진국에서는 40대, 심지어 30대의 정치지도자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지금처럼 급속히 변화하는 시대에 경륜과 관록보다는 스피디한 변화와 창발적인 개혁을 세상은 요구하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과 현 정부의 60,70대 ‘올드보이들’은 도저히 따라잡을 수 없는 세상이다. 급변하는 세상에 제대로 대응하고, 새로운 기회를 포착하고 주도할 수 있는 세대는 젊은 세대다.


더구나 낡은 경제 패러다임과 불공정한 게임규칙 때문에 상대적으로 더욱 고통받는 세대 또한 젊은 세대다. 이미 수많은 젊은이들이 대학을 졸업해도 일자리를 구하기 어렵고 ‘88만원세대’로 전락하고 있다. 거액의 교육비를 들여 자신을 갈고 닦은 젊은이들에게 낡은 기득권 세력은 ‘눈높이를 낮추라’고만 한다. 무능하고 부패한 정부와 정치권의 정책실패에 대한 반성과 사과는 없고 젊은이들만 눈이 높다고 윽박지른다. 오른 집값에 결혼도 하기 힘든데 대졸 초임까지 깎고, 일자리 만든다며 젊은 세대가 나중에 쓸 돈을 끌어와 각종 단기 ‘알바’ 자리를 양산하고서는 생색을 낸다. 경제적 여력이 부족한 30대는 대부분 치솟는 집값을 바라보면 손만 빨고 있어야 했다. 개발연대의 획일적 사고방식에 갇혀 제대로 창의성을 발휘하기도, 자기계발시간도 없이 세계 최장시간의 과로에 시달려야 한다. 향후 급속한 고령화에 따라 노후세대를 부양할 부담은 갈수록 커지는 세대다. 그런데도 현 정부는 미래의 재원까지 당겨와 강바닥을 파헤치는 등 대규모 토건사업에 쏟아 붓고 있다. 이처럼 낡은 기득권 세력에 의해 가장 많은 피해를 보는 젊은 세대가 왜 판판이 당하고 있어야 하는가. 자신들에게 돌아오는 것은 없이 막대한 희생만 강요하는 정책결정을 왜 소수 기성세대가 하도록 빤히 보고 있어야 하는가.


부모세대에게도 호소한다. 필자가 세대간 갈등과 대립을 조장하려고 하는 말이 아니다. 필자는 부모 세대가 자식세대의 더 나은 내일을 만들기 위해 흘린 피와 땀, 눈물을 잘 안다. 필자의 부모만 하더라도 초등학교밖에 못 나왔지만, 뜨거운 뙤약볕 아래 그을리고 손발이 부르터가며 농사를 지어 자식들 교육을 시켰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절대 다수의 부모들이 자식의 성공을 위해 헌신했다. 부모세대의 헌신과 노력의 결과 한국경제가 보릿고개를 넘어 이 정도라도 발전할 수 있었다. 그런 부모세대들이 자식세대가 잘 되는 것을 위해 언제든지 양보하고 물러날 자세가 돼 있다고 믿는다. 소수의 기득권 세력들이 여전히 자신들의 탐욕에 눈이 멀어 낡은 질서를 유지하려는 것일 뿐이다. 소수의 기득권 세력들 때문에 국민들 전체가 ‘축구장의 바보들’로 전락해 고생하고 있는 것이다.


이제 자식세대가 끌고 부모세대가 밀어주며 새로운 패러다임을 열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멀쩡한 국민들을 바보 취급하는 기득권 세력을 타파해야 한다. 전 국민이 합심해 그들을 바보로 만들어야 한다.


필자의 동시대인인 젊은 세대에게 호소한다. 제발 정치를 멀리하지 마라. 정치는 더러운 것, 사기치는 것, 뻔뻔해야 하는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다면 그런 생각은 버려라. 필자가 케네디스쿨에서 유학하는 동안 느꼈던 문화적 충격가운데 하나는 ‘정치는 고귀한 책무’라는 인식이었다. 미국뿐만 아니라 정치 선진국에서 온 학생들 대부분은 정치는 개인이 국가와 지역 공동체를 위해 할 수 있는 최선의 공공봉사(public service)라는 인식을 갖고 있었다. 케네디스쿨의 교수들도 그렇게 가르쳤다. 물론 공중을 위한 봉사가 늘 정치일 필요는 없다. 몸담은 곳이 언론이든, 시민단체든, 정부든 공중을 위한 봉사는 얼마든지 할 수 있다. 거꾸로 그것이 정치라고 해서 피할 필요가 없다. 정치는 사이코나 철면피, 또는 강심장들이나 한다는 생각을 제발 버려라.


기득권 세력은 자신들만 권력을 독점하기 위해 ‘정치는 더럽다’는 인식을 더욱 조장한다.  정치는 더럽다는 인식 때문에 많은 이들이 정치에 발을 담그는 것을 회피한다. 악화가 양화를 구축하는 양상이다. 물론 현실의 한국 정치는 온갖 적폐로 넘쳐나는 게 사실이다. 그렇다고 해서 유능하고 도덕적으로 깨끗한 젊은 인재들이 정치를 멀리하면 할수록 정치의 수준은 더욱 더 떨어진다.


필자가 기자로서 지켜본 정치판 인력(=정치인과 그 보좌진 및 정치인 지망생들)의 질은 그다지 높지 않았다. 도덕성으로 볼 때는 한국사회의 평균적 수준을 유지하지도 못한다. 물론 개중에는 매우 능력 있고, 뛰어난 도덕성을 갖춘 사람들도 있다. 하지만 대체로 더럽고 낡은 기성 정치판에 좀 더 잘 적응하는 인물들일 뿐이다. 왜 당신의 미래를 결정하는 정치를 부패한 사람들의 손아귀에 맡겨놓는가.


필자가 아내 때문에 지난해 우연히 보게 된 드라마 ‘시티홀’에서 작은 지방도시의 시장에 당선된 신미래가 바로 진짜 정치인이다. 거대한 건설토목사업에 헛돈 쓰지 않고, 작더라도 서민들이 정말 필요로 하는 일을 하는 신미래가 진짜 주민들에게 필요한 정치인이다. 정치술수에 닳아빠지고 지역 토호들과 유착된 정치인보다는 서민들을 위해 봉사하겠다는 순수한 마음을 가진, 시장 커피 타던 30대 젊은 여성이 더 좋은 정치인이 될 수 있다.


물론 점점 전문화해가는 세상 속에서 전문적 역량을 대중적으로 검증받은 사람이 정치를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하지만 지금 정치판 인력의 수준을 훨씬 뛰어넘는 역량과 도덕성을 갖춘 젊은이들이 정치를 경원시하는 것은 안타깝다. 새로운 시대적 감수성을 갖추고 도덕성과 전문 역량으로 뭉친 인재들이 우리의 지자체와 지방의회, 중앙 정치무대를 주도할 때 한국 사회는 진보할 수 있다. 왜 썩어빠진 낡은 세력에게 우리의 운명을 맡겨놓고서 그들이 우리 뜻대로 안 한다고 욕 하는가. 이제 도덕성과 전문성으로 중무장한 젊은 세대가 정치의 전면에 직접 나서야 한다. 


이것은 단순히 꿈이 아니다. 지난 미국 대선에서 미국 젊은이들을 대거 투표소로 끌어낸 것은 오바마로 상징되는 변화요, 개혁에 대한 열망이었다. 미국의 젊은이들도 인터넷을 주무대로 그러한 희망을 스스로 만들고 참여했다. 그리고 함께 승리했다. 우리 젊은이들도 결코 무기력하지 않다고 믿는다. 지금 젊은이들은 그동안 기득권의 게임 규칙에 갇혀 제 목소리를 낼 수 없었을 뿐 결코 역량이 없는 세대가 아니다. 기회만 주어진다면 얼마든지 세계를 선도할 잠재력을 가진 세대다. 지금 이들 세대들이 주축이 돼 인터넷에서 함께 만들어 내는 집단지성의 힘을 보라. 얼마나 대단한가. 이 힘들을 모으고 축적한다면 우리도 얼마든지 한국판 ‘오바마 기적’을 이룰 수 있다. 그 기적을 만드는데 부모세대와 자식세다가 함께 힘을 모을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란다. 마틴 루터 킹 목사가 40여년 전 ‘나는 꿈이 있다’고 한 말이 지금 미국에서 현실이 됐듯이, 우리 모두가 함께 꾸는 꿈은 얼마든지 현실이 될 수 있다. 그렇게 정치를 바꾸어야 경제도 바꿀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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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선대인 2010. 5. 21. 0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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