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 거품 떠받치는 건설 5각 구조 해부


"건교부 집값 잡는 해법 몰라서 안 하는 것이 아니고, 알고도 안 한다. 집 없는 서민들 위한다는 말은 단지 사탕발림일 뿐이다. 30년 부지런히 일해서 건설업체들이 터무니 없이 올려놓은 아파트 살 수밖에 없는 구조로 만들어놨다. 평생 죽으라고 일해서 대기업 아파트 건설업자들만 배불리는 구조에서 못 빠져나가게 만들어 놓았다. 이것이 형태만 바뀌었지, 조선시대의 부패한 관료아 양반들이 사회하층민 노동력 착위하는 것과 무엇이 다르겠는가!"

미디어다음 '부동산공화국' 토론방에 4일 올라온 글이다. 다음이름 '로맨스조로'님이 쓴 이 글은 상당히 과격한 표현이 포함돼 있는데도 모두 7명의 추천을 받는 등 호응을 얻었다. 또 이 글에는 "이렇게 가다간 10년 안에 혁명이 일어날 것이다. 아무리 열심히 일해도 인간의 기본권인 (의식주 가운데) 주가 해결되지 않는다면 희망을 잃은 사람은 그 무서운 역사를 되풀이할 것이다. 지금이라도 토지정의를 확립하라"는 댓글이 붙기도 했다.

이처럼 많은 국민들은 심한 박탈감에 사로잡혀 땅값과 집값의 안정을 바라는 데도 집값은 왜 요지부동일까. 혹자는 흔히 경제학에서 얘기하는 자산 가격의 하방 경직성 때문이라고 한다. 하지만 지금의 상황은 이 같은 하방경직성 때문이라고 하기에는 이상한 현상들이 너무 많다. 정부는 끊임없이 건설경기 부양론을 통해 부동산 가격 유지 신호를 보내는데다 서울 강남과 분당 등은 올들어 호가가 급등하고 있기 때문이다. 분명히 집값에 거품이 잔뜩 끼어있다는 게 대부분 사람들의 인식인데도 매매 없는 호가 급등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셈이다.한 부동산컨설팀 업체 직원 남모씨(42)는 "지난해는 침체였지만 올초부터 각종 건설경기부양 신호가 이어지면서 땅을 중심으로 다시 거래가 활기를 찾고 있다"며 "최근 몇 년처럼 부동산 값이 급등하지는 않겠지만 정부의 태도를 보면 부동산이 금방 떨어질 것 같지도 않다는 게 이쪽 업계의 인식"이라고 말했다.집값 상승이 내수침체와 빈부격차 확대의 주범임이 명확해졌는데도 정부가 집값 거품을 빼는 방향으로 움직이지 않을 것이라는 게 부동산업계의 인식인 셈이다.

학계 "한국은 일본을 능가하는 토건국가"
불필요한 건설공사 지속적으로 만들어내






새만금사업 방조제 보강공사 현장[사진제공=연합뉴스]
이 때문에 앞에 인용한 네티즌의 글처럼 많은 이들은 정부가 집값을 못 떨어트리는 게 아니라 안 떨어트리는 것이라고 보고 있다. 실제로 부동산 정책의 주무 부처인 건교부의 강동석 전 장관은 지속적으로 집값을 상향 안정화시킨다는 메시지를 지속적으로 던져왔다. 건교부만이 아니라 건설산업연구원 등 건설업계의 이해를 대변하는 연구기관은 집값 거품이 끼지 않았다며 집값이 추가 상승할 여지가 있음을 시사하는 보고서를 내놓는다. 언론은 '정부의 규제책이 오히려 집값 상승을 부추겼다'며 규제책을 무장해제하라는 내용을 보도한다. 선진국의 10분의 1 수준인데다 집 부자가 오히려 세금을 적게 내는 보유세 실태를 보도하기보다는 정부의 생색내기식 보유세 강화 정책에도 금방 재산세 파동이 날 것처럼 보도해왔다. 보유세가 10만원 오르는 사이 집값이 몇 억원이나 올랐다는 사실은 쉽게 전면에서 사라진다.

이처럼 잠깐만 훑어봐도 한국은 집값 하락을 원하지 않는 강한 기득권 구조가 형성돼 있음을 알 수 있다. 이 같은 기득권 구조를 학계에서는 '토건국가 현상'으로 규정하고 있다. 반연간지 '민주사회와 정책연구'는 올초 소장학자들의 토론을 거쳐 '한국, 또 다른 토건국가'라는 제목의 특집을 내고 한국의 각종 개발현상을 토건국가 현상의 맥락에서 분석하기도 했다. 홍성태 상지대 교수가 한 인터뷰에서 설명한 내용을 통해 '토건국가'의 개념을 파악해보자. "개번 맥코멕이라는 사람이 쓴 '일본 허울뿐인 풍요'라는 책이 있다. 거기서 현대 일본을 분석하면서 '토건국가'라는 개념을 썼는데, 토건 업체, 지방 토호, 국회의원, 정부가 한 통속으로 묶여서 개발사업을 계속 벌이면서 돈을 벌고, 그런 식으로 굴러가는 사회 시스템을 가리킨다. 땅값 상승, 부동산 투기에 대한 기대심리로 일반인들도 이것을 방관하거나 여기에 편승한다."

학자들은 국내의 경우 일본보다 토건국가적 성향이 더 강하다고 지적한다. OECD국가 중 토건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25%로 가장 높다는 점이 이를 웅변한다고 주장한다. 또한 콘크리트 구조물 덩어리인 아파트가 도시 주택의 60~70%를 차지하는 나라는 어디에도 없다는 점도 토건국가의 사례로 꼽힌다.

토건국가적 현상은 수십년동안 형성돼온 구조다. 학자들은 박정희 개발독재시절을 지탱한 것은 군부 독재와 함께 토공, 주공, 수자원공사, 농업기반공사 등 각종 개발공사들이었다고 주장한다. 정부는 이들 개발공사들을 축으로 건설업계와 강한 유착구조를 형성해 각종 개발사업을 통해 취약한 정당성을 확보했다는 것이다. 문제는 시대가 더 이상 개발주의식 외형적 성장 방식이 통하는 시대가 아닌데도 개발주의 시대의 낡은 구조가 온존해 한국의 선진사회 도약을 가로막고 있다는 점이다.

토건국가를 지탱하는 구조는 끊임없이 불필요한 토건 사업, 심지어는 만들수록 해악만 끼치는 사업을 지속적으로 만들어낸다. 대표적인 사례가 새만금개발사업이다. 새만금개발사업은 추진 당시부터 경제적 타당성이 의심됐고, 우루과이라운드 이후 쌀 시장 개방이 확정됨으로써 경제적 타당성이 없음이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결론난 사항. 심지어 유종근 전 전북지사의 보좌진 가운데 한 사람도 "새만금사업은 정치적 효과 때문이지 사실 경제적 타당성은 전혀 없는 사업"이라고 기자에게 털어놓을 정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나 지자체는 '낙후된 전북 개발'이라는 구호 아래 지금까지 계속 이를 끌고 왔다. 또한 개발공사 가운데 하나인 농업기반공사는 '수십년간 공사를 지탱할 사업'이라는 말을 공공연히 내뱉으며 사업 지속을 요구하고 있고, 관련 주무부처인 농림부도 이를 옹호하고 있다. 언론은 이 같은 새만금개발사업의 중지를 요구하는 법원의 판결에 대해서도 국책사업의 지속 여부를 국민적 관점에서 따지기보다는 오히려 '시민단체가 국책사업의 발목을 잡는다'고 선동한다.

예산 낭비, 환경 파괴, 인적 투자 위축...토건국가 폐해 엄청나


첨단산업 구조로 바뀌었는데 예산은 여전히 건설 통한 경기부양 치중





속리산 문장대온천 개발 현장. 개발주의 논리 아래 시작됐다가 10년째 중단된 이 공사는 예산낭비뿐만 아니라 아름다운 자연환경 파괴라는 폐해를 낳았다.[사진제공=녹색연합]

문제는 이 같은 불필요한 토목공사가 엄청난 사회적 낭비와 폐해를 가져온다는 점이다. 또 다시 새만금상의 예를 들면, 최소 수조원의 국민 혈세가 불필요한 사업에 낭비될 뿐만 아니라 그 과정에서 생태계가 파괴되고 새만금 사업 현장 어민들의 생계 터전이 파괴된다. 지역 어민들 속에서 살아 있던 지역 문화도 파괴되는 것은 물론이다. 이 과정에서 이득을 보는 것은 수명을 다한 농업기반공사와 공사를 맡은 건설업체, 일부 지역 토호 및 지역 정치인들뿐이다. 국민의 혈세와 소중한 자연자원을 소수의 토건국가 세력을 위해 상납하는 꼴인 셈이다.

이처럼 불필요하거나 오히려 해악을 주는 토건사업들을 우리는 곳곳에서 목격하고 있다. 한쪽에서는 문을 닫으면서도 한 쪽에서는 계속 지방공항 공사가 진행된다. 수천억원을 들인 고속철 광명역사는 거대한 철골 구조물로 전락했고, 웬만한 규모의 도시에는 모두 들어선 종합운동장은 이용율이 10%도 안 된다. 각 지역의 문예회관은 어린이들의 학예회 공간으로 변했다. 1인당 도로포장율이 세계 최고 수준이 됐어도 여전히 개발의 명분 아래 한적한 농로까지 콘크리트 도로로 포장된다. 일일이 열거하지 않아도 건설업체들이 결코 손해볼 수 없는 구조로 만들어진 민자 SOC사업 등의 예산낭비 사례 등 공공건설사업의 예산낭비를 지적한 감사원 보고서는 계속 줄을 잇고 있다.

이런 토건사업들에 들인 예산은 단순히 낭비되는 것만이 아니다. 국가의 한정된 자원을 불필요한 곳에 과도하게 사용했기 때문에 제대로 예산이 쓰여야 할 곳에 돈이 가지 못해 국가 전체의 성장잠재력과 복지 인프라를 갉아먹는다. 각 지자체들이 문예회관이나 각종 공연장, 조형물 같은 콘크리트 구조물을 올리는 데는 매년 수백억, 심지어 수천억원을 예사로 쓰면서도 그 공간을 채울 프로그램 진행자를 채용하고 교육하는 데 쓰거나 지역 예술문화단체를 지원하는 데 쓰는 예산은 수억원도 안 되는 경우들이 많다. 경기도 고양시의 한 미술가는 "매년 지역 미술인들이 함께 전시회를 하기 위해 지원을 부탁해도 거절당하기 일쑤"라며 "매년 문화 인프라를 만든다며 콘크리트 건물 올리는 데 쓰이는 예산의 100분의 1만 인적 자원에 써도 우리의 문화 수준이 한 단계 올라갈 것"이라고 말했다.

토건국가 현상은 전체 경제 구조를 봐도 얼마나 국가적 낭비인지 명확하다. 지난 10여년동안 한국 경제는 전통 산업에서 IT산업 등 첨단산업 위주로 구조가 급격히 재편됐다. 첨단산업은 전통산업과 달리 연구개발과 고급 기술인력 양성 중심으로 예산이 편성돼야 하는 산업이다. 하지만 한국 정부는 여전히 '건설경기 부양'을 명목으로 '한국판 뉴딜정책'을 펴겠다고 한다. 산업구조는 변했는데 예산 편성은 여전히 건설 등 전통산업 중심으로 편성해 단기적인 경기 자극에 매달려 있는 셈이다. 이 같은 국가 자원 배분이 우리의 성장잠재력을 갉아먹고 있음은 길게 설명할 필요가 없다. 심지어 지난해에는 경제정책의 수장이 경기 활성화를 위한 정책의 하나로 골프장을 무더기로 인허가 하겠다는 발언을 내놓기도 했다. 이에 대해 올초 숨진 고 임길진 박사(전 한국개발연구원 원장)는 "골프장 건설을 경제 정책의 수단으로 삼는 것은 세계에 유례가 없는 정책"이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한경변 아파트 단지. 도시 주택의 60~70%가 아파트로 가득 채워진 나라는 세계에서 유례가 드물다. 미디어다음 김준진기자

토건국가적 현상은 공공사업 영역뿐만 아니라 민간영역에서도 엄청난 자원낭비와 거품을 만들고 있다. 이게 바로 2001년부터 일어난 부동산 투기 현상이다. 경실련 김헌동 국책사업감시단장 겸 아파트값거품빼기운동본부장의 설명을 들어보자. "그 동안 건설업체들은 대형국책사업이나 공공건설사업의 입찰에서 교묘한 방법을 동원해 배를 불려왔다. 국내의 공공발주 공사 규모는 매년 약 50조원 규모이다. 이들은 예산편성 때부터 예정가격을 30~40% 부풀린 다음 대형건설업자간의 담합을 통해 수십 년간 매년 10~15조원 규모의 불로소득을 챙기는 제도를 유지했다. 그것도 모자라 정부는 사업을 시작하기도 전에 30%의 선금을 지급해 기업들이 이익금을 먼저 챙길 수 있도록 만들어 주었다.

이 같은 공공분야의 관행은 민간 건설부문에도 그대로 이어진다. 99년 아파트 분양가 자율화 조치 이후 지난 5년간 아파트 분양가는 2배 이상, 주택과 부동산가격은 500조원 가량 상승했다. 계획도 철학도 없이 이어져온 건설 및 부동산 정책은 아파트를 짓기도 전에 팔 수 있게 하는 선분양제도 등 공급자에게 특혜를 주는 제도로 가득하다. 아파트 값 폭등으로 국민들은 아우성을 쳐도 공급자인 건설업체들의 폭리를 보장해주는 제도는 바뀔 줄을 모른다. 정부와 공기업은 서민들의 농지와 택지를 값싸게 사들이거나 강제로 수용해 조성된 택지를 건설업자와 부동산개발업자들에게 값싸게 매각한다. 이들 건설업자들은 싼값에 사들인 택지에 '허수아비 감리'를 세워놓고 거품이 잔뜩 낀 분양가로 판매하면서도 20~30년 후에 부수고 다시 지어야 하는 부실 주택을 만들기도 전에 소비자에게 판다. 이 과정에 동원되는 투기꾼들은 주변가격까지도 덩달아 뛰게 만들어 전 국토를 투기장으로 만든다. 온 국민을 투기장으로 끌어들이는 제도를 고치려고도 하지 않는 나라. 70년대 중반부터 약 30년간 이런 식이었으니 얼마나 많은 자들이 부패와 타성의 늪에 빠져있는 것인가."

오랫동안 건설업계에 몸 담은 뒤 경실련 활동을 통해 한국 건설산업과 국가 자원 낭비 구조를 고민해온 김헌동 본부장의 절규에 가까운 설명이다. 그의 계산법에 따르면 매년 공공 발주 예산 가운데 10조원 이상이 낭비되고 최근 5년동안 부동산 거품을 통해 국민 전체가 수백조원의 부담을 지게 됐다는 것. 김태동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도 "부동산 거품 때문에 한국 경제는 성장기 청소년이 장정이 져야 할 짐을 지고 살아가야 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한다.김헌동 본부장은 이 같은 토건국가를 유지하는 기득권 구조를 '건설 5각동맹'으로 표현한다. 김본부장의 주장에 따르면 건설5각동맹은 △각종 음성적 로비와 뇌물로 특혜구조에 안주하는 건설업체 및 이들 사업자 단체 △건설업계의 로비를 받고 불필요한 각종 건설사업을 통해 개발주의식 성장 패러다임을 지속하려는 건교부 등 정부부처 △건설업계의 로비를 받고 각종 개발편의적인 법과 제도를 만드는 정치권 △건설업계의 이해관계를 대변하는 각종 연구소 및 건설업계와 정부부처의 각종 용역을 받는 상당수 학자 △부동산 광고를 매개로 지속적으로 '부동산 세일즈 기사'를 싣는 신문을 중심으로 하는 상당수 언론 등이다. 김 본부장은 이 같은 5각 구도에서 윤활유와 접착제 같은 역할을 하는 것이 불투명한 건설산업 구조에서 형성되는 비자금이라고 주장한다. 김 본부장은 "각종 부패 사건의 절반 이상이 바로 건설사업과 연관돼 있어 사실상 건설산업이 바로 부패와 예산낭비의 핵심고리"라고 지적했다. 그는 "강고한 건설 5각구조가 바로 일반 국민들의 뜻과는 무관하게, 또는 정반대로 기득권 구조를 유지하는 틀"이라고 주장했다. 건설 5각 구조를 자세히 들여다보자.

"건설부패가 전체 부패의 절반 넘어"
각종 부패 사건, 적나라한 정-관-건 유착구조 드러내






최근 건설업체로부터 8억원을 받은 혐의로 구속된 한나라당 박혁규 의원. [사진제공=연합뉴스]

△건설업계-정치권-관료들의 유착=

건설업체와 정치권, 관료들의 커넥션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사례는 이미 얼마든지 드러나 있다. 각종 부정부패 사건의 절반 이상이 건설관련 비리이기 때문이다. 현 정부 들어서 일어난 사건을 열거하는 것만도 벅찰 지경이다.

지난해 검찰의 불법대선자금 수사에서도 밝혀졌지만 현대건설, 대우건설, 한화건설 등 내로라하는 대형 건설업체들은 비자금을 조성해 각종 명목으로 정치권에 제공해왔다. 역대 정권마다 사회적 물의를 일으켰던 정치권과 건설회사의 뿌리깊은 정경유착 구조 실상이 전혀 변하지 않았음이 드러난 것. 건설업체의 한 전직 간부는 "수백억, 수천억원대의 공사를 따내기 위해 수억~수십억원 정도를 지불하는 것은 당연한 비용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례로 지난 대선자금 수사에서 (주)부영의 이중근 회장이 270억원대의 비자금을 조성해 이 가운데 일부를 정치권 로비자금으로 사용한 사실이 드러나기도 했다. 또 굿모닝시티 사업 인허가와 관련, 집권여당의 실세였던 정대철 의원과 서울시 정무부시장 등과 함께 뇌물을 받은 혐의로 구속됐다.

또한 최근에는 상수원 보호구역과 관련된 로비를 풀어달라는 청탁과 함께 뇌물을 받은 혐의로 김용규 경기도 광주시장(5억원)과 지역 박혁규 한나라당 의원(8억원)이 동시에 구속되기도 했다. 이들을 상대로 로비했던 건설업체 사장은 인허가 관련 로비자금으로 무려 60억원을 사용했다고 법정에서 진술하기도 했다. 또 열린우리당 제 3정조위원장을 지낸 안병엽 전 의원과 국회 부의장을 지낸 김태식 전 민주당 의원은 한신공영으로부터 수천만원대의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구속됐다.

이밖에도 경찰청 특수수사팀의 한 경찰이 현대건설 임원 한 사람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군 부대 공사와 관련, 로비 리스트가 나왔다. 또 한 국회의원은 국감현장에서 해당 건설업체의 비리를 언급하지 않는 조건으로 억대의 뇌물을 수수한 혐의가 드러났다. 지난해 하반기에는 주택공사와 수자원공사의 사장들이 건설업체로부터 뇌물을 받은 혐의로 구속되기도 했다.

특히 지자체 공무원과 지역 건설업체의 유착구조는 훨씬 더 심각하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증언이다. 실제로 현 정부 들어 자치단체장 가운데 박태영 전 전남도지사, 안상영 전 부산시장 등이 건설업체로부터 뇌물을 받은 혐의로 구속됐었다. 안상수 인천시장의 경우 1심에서 무죄판결을 받기는 했으나 주공 자회사인 한양을 인수했던 보성건설 사장으로부터 수억원대의 '굴비상자'를 전달받았다가 나중에 경찰에 신고하기도 했다.

실제로 노조의 위상 강화를 위해 공직부패 추장운동을 벌이고 있는 전국공무원노조측도 지자체의 건설 관련 부패가 가장 심각한 것으로 보고 이에 대한 집중적인 모니터를 벌이고 있다. 수도권의 한 재건축아파트 건설현장에서 일하는 이모씨(41)의 사례도 지자체 공무원과 건설업체의 유착관계를 짐작케 한다. 그는 "최근 아파트 공사현장에서 철근을 적게 써 아파트 1층 천정에 금이 가는 등 부실시공 정도가 심해 관련 공무원에게 신고를 해도 아무런 조치가 없었다"며 "오히려 나중에는 '내가 건설사에 불만 있는 사람 아니냐'고 다그칠 정도"라고 말했다. 또 누구보다 건설업계의 현실을 잘 아는 이명박 서울시장이 청계천 복원공사를 시작하기에 앞서 건설 관련 담당 공무원을 전면 물갈이한 것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업계에서는 검찰수사에 걸린 기업은 '재수 없는 소수'일 뿐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건설업계 대부분이 어떤 형태로든 비자금을 조성하고 있다고 보고 있을 정도로 건설업계의 부패관행은 일상화돼 있다. 김헌동 본부장은 "현재 구조는 기술과 실력과는 상관없이 로비 잘 하는 업체가 엄청난 이익을 챙기게 돼 있다"며 "이 때문에 건설업체들이 비자금을 통해 마련한 뇌물은 정치권과 관료들과의 유착관계를 형성하는 접착제 역할을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법정관리 대상이 된 한신공영과 남광토건 등이 업계에서 수백억~수천억원의 프리미엄이 붙는 이유는 지금 같은 특혜구조에서는 사주가 비자금만 조성하지 않는다면 매년 엄청난 이익이 쌓이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국회의원들이 가장 선호하는 상임위가 건교위인 것도 '건설 5각 동맹'과 무관하지 않다. 16대 때 건교위를 담당한 한 국회의원의 보좌관 장모씨는 "건교위 의원은 도로, 철도, 공항 등 건교부가 집행하는 각종 국책사업을 우선적으로 배정받을 가능성이 높다"며 "이는 건교부 정책에 대한 침묵과 타협의 대가라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건교위에 있으면 각종 건설업계의 로비가 끊이지 않는다"며 "각종 건설업체들의 로비로 구속되는 인물들이 많았던 것도 이때문"이라고 덧붙였다.

관료들, 퇴임 후 자리와 부동산 재테크로 박봉 보상





주변의 부동산 땅투기 의혹으로 물러난 강동석 전 건교부장관 후임으로 추병직 장관이 취임했다. 그는 집값 안정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지만 '건설5각구조'에서 자유로울 수 있을까.[사진제공=연합뉴스]

△관료들의 '퇴임 후 자리'와 '부동산 재테크'=

건교부를 중심으로 한 정부부처 관료들도 국민 전체보다는 건설업계의 목소리에 더 귀를 기울이는 게 사실이다. 예를 들어, 건교부는 판교 공영개발 방안과 관련, 이 방안이 서민 주거 안정에 도움이 된다는 걸 알면서도 민간 건설시장이 위축된다는 논리로 이를 반대하고 있다. 스스로 국민 주거 안정보다는 건설업계 보호를 우선 목표라고 공언하고 있는 셈이다.

관료들이 국민보다는 건설업계의 이해를 더 강하게 반영하고 있음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것이 지난해말 최저가낙찰제 확대 시행 유보 결정이다. 재경부는 지난해 말 올해 100억원대 이상 공공공사에 도입키로 했던 최저가낙찰제의 시행을 유보하는 결정을 내렸다. 최저가낙찰제는 일정한 조건 아래 가장 낮은 입찰가를 써내는 건설업체에게 공공공사를 발주하는 입찰제도로 건설업체간 경쟁을 유도하고 기술 혁신을 촉진하는 제도. 이 제도는 사실상 운에 의한 '로또식 운찰제'로 바뀐 현행 적격심사제를 대체할 수 있는 글로벌스탠다드로 인식되고 있으며 국내 민간업계에서는 수십년동안 이 방식을 사용해왔다. 경실련은 이 제도가 100억원대 이상 공공공사에 도입될 경우 예산을 최소 5조원 이상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분석했다.

하지만 이처럼 국가 재정에 엄청난 영향을 주는 제도가 대통령과 주변 경제 참모들도 잘 모르는 사이에 유예된 것이다. 특히 이 같은 최저가낙찰제 확대 시행 유보 결정은 지난해 10월 전경련과 9개 건설관련 단체의 시행 연기 요청이 나온 뒤 이뤄진 것이었다. 이헌재 전 재경장관은 이들 단체의 건의 이후 "최저가낙찰제 확대 시행 유보를 검토해보겠다"고 했고 두 달 만에 이를 공식화한 것이다. 사실상 현행 적격심사제를 최대한 오랫동안 유지해 국민 예산으로 건설업계의 배를 불리는 일을 지속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김헌동 본부장은 "관료들은 국민들의 제도 개선 요청에는 모르쇠로 일관하면서도 건설업계 등의 요구에는 일사천리로 일을 처리한다"고 꼬집었다.

물론 이 같은 관료들의 판단이 자신들의 정책 소신에 따른 것일 수도 있지만 이들의 이해관계가 건설업과 떼려야 뗄 수 없는 구조가 형성돼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이들과 건설업계의 커넥션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 건교부 관리들의 퇴직 후 행로다. 미디어다음이 현 정부 출범 이후 지난해말까지 건교부 출신 관료들의 퇴직 후 전직 현황을 조사해본 결과 상당수가 각종 건설사업자 단체의 간부나 관련 공기업의 임원 등으로 이동했다.

H 전 부산지방국토관리청장은 건설공제조합 전무로, C 국립지리원 4급은 대한건설협회 기술본부장으로, 또 다른 C 건교부 중앙도시계획위 지원팀장은 대한전문건설협회 산업정책본부장으로 옮겨갔다. 또 K 건교부 부산지방국토관리청 관리국장은 대한주택선설협회 부회장, L 국토지리정보원 2급은 대한측량협회 부회장, K 건교부 차관보는 전문건설공제조합 이사장, 건교부 신공항건설기획단장은 전문건설공제조합 전무로 이동했다. 또 K 건교부 포항국도유지소장은 한국건설기술인협회 사업본부장으로, S 전 철도청장은 한국도로공사 사장으로, S 건교부 3급은 한국주택협회 전무로 이동했다.

이처럼 건교부 관료들이 퇴직 후 산하 공기업이나 건설업자 단체의 주요 임원으로 이동하는 것은 수십년간 굳어져온 구조적 문제다. 건설관료 및 정치인-산하 건설 관련 공기업-건설업자 단체 간에 굳건한 인적 커넥션이 형성되는 틀이기도 하다.

김헌동 본부장은 "공기업의 주요 임원들과 건설업자 단체 등의 주요 임원은 건교부와 여권 정치권 인사로 구성된다"며 "서로 잘 알고 있는 이들이 정부와 정치권의 정책 형성과정에서 건설 공기업과 건설업체들에게 유리한 법과 제도를 만들도록 영향력을 행사하리라는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고 말했다.

관료들은 민간 대기업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은 수준의 연봉을 부동산 재테크를 통해 보충하려는 경제적 유인에 노출돼 있기도 하다. 실제로 미디어다음이 최근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건교부와 함께 건설 및 부동산 관련 정책의 핵심 부처인 재경부 1급 이상 고위 관료들의 88% 가량이 서울 강남과 분당신도시 등 부동산 부촌에 살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이 2001년부터 지금 사는 곳에서 집을 소유하고 있었다면 모두 수억원대의 자산가치가 늘어났을 것임을 쉽게 짐작할 수 있다.

김 본부장은 "이들 관료들이 몇 년 동안 수억원을 집값 상승으로 쉽게 벌었는데 이들이 집값을 떨어트리는 방향으로 정책을 집행하겠느냐"며 "최근 이헌재 전 재경부장관이나 강동석 전 건교부장관의 사례에서 보듯이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긴 꼴"이라고 비판했다. 2001년 이후 부동산 광고, 신문 광고 매출 기여도 1위

"대형건설업체 담당 기자 관리팀 별도로 둬"

△부동산 광고, 신문 광고 매출의 3분의 1=

언론도 건설 5각 동맹의 핵심 축 가운데 하나다. 부동산 광고는 2001년 이후 지난해까지 IT광고, 학습지 광고, 유통(백화점) 광고 등을 제치고 신문 광고 매출 기여도 1위를 차지하고 있다. 한 신문사 광고국 직원은 "부동산 붐이 인 2001년부터 지난해까지 부동산 광고가 신문사 매출의 35% 전후를 차지해 사실상 부동산 광고가 신문사들을 먹여살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고 말했다. 아파트 동시분양 정보나 가격대 등의 정보는 고지성이나 시의성 측면에서 효과 측면에서 신문이 가장 적절한 매체로 평가받는다. 이 때문에 각 신문사들은 부동산 광고을 유치하기 위해 여름 휴가철 등 비수기를 빼고는 매월 부동산 광고 특집면을 별도로 제작한다. 부동산광고가 신문 광고매출의 3분의 1이상을 차지한다는 점은 신문들이 부동산 투기 붐에 편승할 수밖에 없는 강한 유인을 가졌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특히 대표적인 반시장, 반소비자적인 제도로 꼽히는 선분양제 대신 후분양제를 신문들이 달가워할 수 없는 사정도 부동산 광고 때문이다. 앞서 언급한 광고국 직원은 "후분양제가 도입되면 건설업체 스스로의 자금력으로 70%이상 시공한 뒤 광고를 할 수 있게 돼 있어 광고 물량이 대폭 줄어들 수밖에 없다"며 "신문사 입장에서는 최대한 도입을 막고 싶은 제도가 후분양제"라고 말했다.전직 건설업체 홍보직원의 증언을 통해서도 언론과 건설업체와의 유착구조를 확인할 수 있다. 그의 목소리를 그대로 전한다. "부동산 가격이 전반적으로 올라갈수록 건설업체는 분양가를 높인다. 부동산 값이 뛸수록 분양가를 높이는데도 유리하니 부동산 값을 띄우기 위한 여론 조작도 한다. 고도의 전략인데 업체가 땅을 산 지역에 대해 '유망개발정보' 등의 형식으로 언론, 특히 신문에서 보도되게 한다. 건교부의 중장기 전략을 분석하는 자료를 내고 화성 동탄과 행정수도 부지 등이 터지면 얼마나 오르고 식의 정보를 계속 제공하는 거다. 이렇게 언론과의 유착관계를 만든다. 홍보팀에서 출입기자들을 만나 접대하면서 애로 있다, 도와달라고 호소하거나, 현금을 쥐어주면서 어떤 기사 나갈 때 우리 회사 부각시켜달라 이런 식으로 부탁도 한다. 물론 부탁한다고 다 되는 건 아니지만 접대가 통하는 경우도 많이 봤다. 특히 대형업체들은 홍보팀을 통해 관련 기자들을 체계적으로 관리한다.분양가를 산정할 때 광고비를 간접비의 1~2퍼센트 정도로 산정한다. 광고비는 써도 되고 안 써도 된다. 특히 부동산 경기가 좋을 때는 안 써도 될 텐데 반드시 광고를 내는 게 관행처럼 돼 있다. 안 해도 분양되는데 웬만하면 전면광고한다. 분양 끝난 뒤에도 사례광고를 한다. 메이저 신문은 기본이고 경제신문에도 대부분 광고한다. 언론에는 괜히 밉보이면 안 되니 광고하는 거다. 공사 프로젝트 관련해서 주위 민원도 있고 산업재해도 발생하고 회사 비리도 드러날 수 있으니 급할 때를 대비해 광고를 통해 언론사와 미리 유착 관계를 만들어 놓는 것이다."건설이나 부동산을 담당하는 개별 기자들도 강한 유착의 자장권 안에 들어있다. 건설정책이나 부동산 정책과 관련된 기사에서 인용되는 '전문가'들 대부분이 건설산업연구원 등 건설업계의 시각을 대변하거나 부동산 컨설팅 업체 관계자라는 점에서도 이 사실은 뚜렷이 드러난다. 한 방송사 기자는 "출입처를 중심으로 한 취재 시스템 아래서는 출입처의 시각이나 입김에서 완전히 자유로운 기자는 없다"면서도 "그러나 대부분 기자들이 출입처에 대한 비판적 기사를 쏟아낼 정도로 독립적이지만 건교부는 여전히 출입처와의 유착관계가 심한 곳 가운데 하나로 기자들 사이에서도 인식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건교부 출입기자 등을 대상으로 한 건설업계의 로비가 심한 탓도 있지만 '다른 시각'을 보여주는 전문가들이 부족한 데다 기자들이 그런 전문가들을 찾으려는 노력을 게을리 하는 탓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문제점은 이들이 부동산 재테크와 관련된 책을 낸 경우는 많지만 부동산 정책의 문제점을 체계적으로 짚는 책을 낸 경우는 거의 없다는 점에서도 드러난다.최근 한국개발연구원이 낸 '주택시장 분석과 정책과제 연구' 보고서를 소개한 일간지 기사는 신문사들의 친 건설업계 편향적 시각이 어떤 오보를 만들어내는지 잘 보여준다. 대부분 일간지에서 이 보고서 내용은 '집값 억지로 누르면 더 튄다'는 제목으로 소개됐다. 제목만 보면 정부의 부동산 경기 억제 정책이 오히려 역효과를 가져오므로 억제책을 쓰지 말아야 할 것처럼 오인하게 한다. 실제로 일부 신문들은 이 보도를 근거로 정부가 부동산 경기 억제책을 맡기지 말고 시장에만 맡겨야 한다는 사설과 칼럼을 쓰기도 했다. 하지만 보고서 내용은 정부의 '냉온탕식 정책이 경제 주체들의 신뢰를 잃어 경기 흐름에 따라 정부 정책이 언제든 철회될 것이라는 인식을 줘 정부의 부동산 억제책이 효과를 얻지 못했다'는 내용이다. 결국 이 보고서의 주장은 정부 정책이 일관성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었다.실제로 이 보고서를 작성한 차문중 연구원은 "언론의 기사 내용이 보고서 내용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 것 같아 속상했다"며 "내게 기사 제목을 뽑으라고 했다면 '정부 주택정책 일관성 가져야'로 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논란이 있지만 우리나라와 같은 상황에서 정부가 주택의 공공적 측면을 고려해 주택시장에 개입하는 것은 어느 정도 인정해야 한다"고 덧붙였다.보고서의 내용과 작성자의 취지를 180도 비튼 전형적인 왜곡 보도의 사례인 셈이다. 물론 이 같은 보도는 '기사 자판기'처럼 빠른 시간내에 기사를 처리해야 하는 부담 아래 있는 기자들의 전문성 부족 때문일 수도 있다. 하지만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힘든 기사를 1면 등 주요면에 배치한 것은 신문사의 평소 태도와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건교부, 업체 용역 받는 학계도 자유롭지 못해
건설업체 이익 대변 연구소, 언론에서 '전문가'로 인용






김헌동 경실련 아파트값 거품빼기운동본부장. 그는 아파트값 거품을 빼기 위해서라도 건설 5각 동맹을 해체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미디어다음 김준진기자

△인맥으로 연결된 학계, 연구소도 자유롭지 못해=

정부 부동산정책과 관련된 교수나 연구소의 연구원들도 '커넥션'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학자들은 건교부에서 위촉하는 사업 계획, 사업 인허가, 설계 심사 등 건설 관련 중앙 및 각종 지방 위원회의 위원으로 위촉되는 경우가 많다. 또 건교부 등이 발주하는 각종 국책사업 등 공공건설사업의 설계용역, 사업타당성 용역, 설계심의 심사, 건설사업의 설계기준이나 시공 기준 작성 용역, 정책 연구 용역, 제도 개선 용역, 기술심사 용역 등에 상당수 관련 학과 교수들이나 관련 분야 국책연구소의 연구원들이 참여하고 있다. 이런데 들어가는 예산만 매년 수조원대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렇게 직간접적으로 건설 관련 용역이나 각종 위원회 등에 참여하다 보니 이들이 정부나 관련 업계에 비판적인 목소리를 내기가 쉽지 않은 구조가 형성되는 셈이다. 한편으로는 자신이나 학계의 동료나 선후배 교수들이 참여한 사업이 많아 안면 때문에라도 비판적인 견해를 표시하기가 쉽지 않다. 실제로 미디어다음이 고속철도나 새만금사업과 관련해 취재를 해봐도 취재를 거절하거나 취재에 응하더라도 "입장이 곤란하다"며 익명을 요구하는 비율이 어떤 분야보다도 높았다.

문제는 이들이 '민간 전문가'라는 명목으로 참여하는 경우 정부 관료들은 정책 실패를 이들에게 미루는 경우가 허다하다. 'OO위원회를 열어 전문가들의 의견을 들었다' '이 분야의 권위자인 OO교수의 견해를 들어 이런 정책을 실시했다'는 식이다. 반면 민간 전문가들은 공무원에게 자문료를 받고 자문만 해줬을 뿐이라는 이유로 책임을 질 이유가 없다고 비켜나간다. '책임 회피의 핑퐁 게임'이 벌어지는 것이다.

학계는 건설업계의 로비로부터도 자유롭지 못하다. 대형 건설업체들의 임직원 대부분은 이들 학자들과 동문 관계로 얽혀져 있음은 주지의 사실. 특히 이들 학자들은 최근 연간 10조원 규모의 턴키, 대안입찰 공사의 사업자 결정에 결정적 영향을 주는 설계심사 활동에 참여해 기업들의 치열한 로비대상이 되고 있다. 이들에게는 골프나 룸살롱 접대 등을 비롯한 직접 로비로부터 학내 기자재 기증과 각종 연구용역 등의 형태로 간접 로비가 이어진다. 실제로 한 대기업 건설회사의 '술상무'로 일하던 직원은 매주 1,2회씩 관련 학계 교수들을 룸살롱에서 접대하고 매주 골프접대를 나가다 올초 과로사하기도 했다.

건설 관련 이익단체나 부설 연구소의 연구원들도 이들 학계 인사나 건설업체 임직원들과 동료, 선후배 관계로 맺어져 있음은 마찬가지다. 이들은 건설업체의 이익이나 특혜 구조를 유지하기 위한 각종 제도의 연구용역을 도맡아하고 있다. 주택협회 산하의 주택산업연구원이나 건설협회 부설 건설산업연구원 등이 대표적인 연구소다. 최근 건설산업연구원이 최근 "서울의 집값이 다른 나라에 비해 덜 올랐다"며 '시장원리에 맡기라'고 주문하는 내용의 보고서는 이들의 역할이 무엇인지 단적으로 드러낸다.

김헌동 본부장은 "특정 분야에 대해서만 아는 일반 국민들에게 이 같은 건설5각구조는 잘 눈에 띄지 않지만 부동산 값을 지탱하는 기득권 구조"라며 "이들은 잘못된 정책과 왜곡된 정보 제공으로 국민들을 현혹시키고 자신들의 기득권을 챙기고 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이탈리아 등 일부 유럽국가에서는 지속적인 '부패와의 전쟁' 결과 정부공공발주 공사의 비용이 절반으로 줄어들었고 우리와 사정이 비슷했던 일본도 건설산업 개혁으로 주택 건설비용을 30% 이상 줄었다"며 "건설 5각 구조라는 기득권 구조를 해체하고 건설산업을 투명하게 발전시키면 국가 예산낭비를 줄이고 아파트값 거품 등으로 인한 국민 부담을 크게 줄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by 선대인 2008. 9. 4. 16:05

‘혈세 먹는 하마, 민자사업자로 위장한 대형 건설업체들’

대형 건설업체가 1억원만 가지면 1~2조원짜리 공사를 따 그 가운데 30~40%가량을 수익으로 남긴다. 부풀려진 공사비 때문에 고속도로 통행료가 올라가 통행량이 줄어도 정부가 운영수입의 80~90%를 보장해준다. 이 과정에서 국민의 세금 수조원이 낭비된다.

도저히 믿기지 않는 현실이 대한민국 국토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다. 이른바 '민자 SOC사업'이라는 이름으로.

민자SOC사업은 외국자본 등 민간자본 등을 끌어들여 도로, 항만, 철도 등 부족한 사회간접자본을 확충하기 위해 마련된 제도다. 정부는 특히 외환위기 이후 외자 유치를 명목으로 98년말 '사회간접자본시설에 대한 민간투자법'을 제정해 이 제도를 강력히 뒷받침하고 있다.하지만 민자사업제도는 불투명한 사업 및 사업자 선정 과정을 통해 사업시행자에게 엄청난 혜택을 보장해 주는 제도로 변질돼 막대한 예산 낭비 등 많은 문제점을 양산했다. △과다한 운영수입 보장 등에 의한 막대한 혈세 낭비 △필요 이상으로 부풀려진 공사비 △2~3배 부풀려진 통행료 등이 그런 문제점들이다.
 
"민자사업 실행원가 50~60%에 불과"





지난해 3월 개통된 우면산터널. 이 터널의 통행량은 당초 추정치의 21.7%에 불과해 불필요한 사업을 벌인 것 아니냐는 지적을 낳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엄청나게 부풀려진 공사비=사업비에 대한 전문적인 검증 절차 없이 업계 로비에 의해 공사비가 부풀려질 개연성이 높은 민자사업의 낙찰률은 사실상 100%. 최저가낙찰제 공사의 평균낙찰율이 약 60%인 것과 비교할 때 엄청나게 부풀려지고 있는 셈이다.

보통 건설업체들의 컨소시엄으로 구성된 사업시행자가 사업을 추진하면 건설사들은 자신들의 출자비율만큼 시공권을 나눠 갖는다. 참여 건설업체들은 전체적으로 공사비의 30~40%를 떼먹고 기존 국내 건설사업처럼 다단계 하도급을 거쳐 공사를 진행한다.

미디어다음이 입수한 대구~부산간 고속도로의 도급 및 실행 내역을 살펴보면 민자사업 공사비가 얼마나 부풀려져 있는지 쉽게 알 수 있다. 이 사업의 공사비는 모두 1조7360억여원. 이 가운데 직접공사비 8720억원과 간접공사비 1699억원 등 실제로 투입된 비용은 1조419억원. 결국 참여 건설업체들은 이 사업에서만 무려 40% 가량인 4942억여원의 폭리를 취했다.

특히 토공사만 따로 떼놓고 볼 경우 직간접비를 합쳐 3791억원의 공사비가 책정됐으나 실제로는 1659억원만 들어가 무려 2132억원(56%)의 차익을 남긴 것으로 분석됐다. 이들 건설사들은 사실상 원청 역할을 하므로 다단계 하도급을 거쳐 최종 하도급자가 시공에 들이는 단가는 당초 사업비의 40% 이하일 것으로 추정된다.

대형 건설업체인 S사가 99년 작성한 '영업전략 회의 자료'를 봐도 건설업체들에게 민자사업이 얼마나 땅짚고 헤엄치기식 사업인지 명확히 드러난다.

이 자료의 '별첨 1-2. 민자SOC사업 사업비 구성 및 시점별 투자계획'에 따르면 S사는 천안~논산간 고속도로 사업을 기준으로 삼아 총사업비 가운데 실행원가를 47%로 잡고 있다. S사가 원도급사의 입장에서 잡은 실행원가가 47%이므로 현실상 2~3단계의 하도급이 더 이어진다는 것을 감안하면 실제 공사 원가는 불과 30~40%선에 불과하다는 추정이 나온다.

S사는 민자사업 시공으로 인한 총사업비 대비 이익률도 31%로 잡고 있다. 기준을 공사비에 대한 비중으로 바꾸면 공사이익율은 40%로 올라간다. 당시 외환위기 직후 12% 가량의 고금리를 기준으로 한 건설이자와 세금 등을 총사업비의 22%로 높게 잡았는데도 이 정도 수익을 올렸다는 것이다.

왜 공사이익률이 이처럼 높은지에 대해 이 자료는 '설계가 대비 99.9%로 공사비를 인정받음으로써 실행원가율이 낮게 나타'나기 때문으로 분석했다. 일반적인 공공사업의 낙찰률은 설계가의 60%(최저가낙찰제)~80%(적격심사제)보다 20~40% 이상 높은 셈이다.


"민자사업, 사업자 부담 없는 '저위험 고수익' 사업"


▲돈 한 푼 안 들여도 민자사업 가능해=건설업체들은 이처럼 막대한 이익이 남는 건설공사를 대부분 수의계약 형식으로 체결하면서도 비용 부담은 매우 적다. 사업비를 100으로 봤을 때 20% 가량은 재정에서 지원하고 60%가량은 정부 보증으로 금융기관 등에서 자본을 끌어다 대주기 때문이다.이 때문에 건설업체들은 사업비의 20% 정도만 투자하면 된다. 하지만 대부분 민자사업의 경우 여러 개 건설업체들이 출자해 별도의 회사를 설립하므로 실제 비용 부담은 사업비의 5% 미만이다. 이것도 사업 완료시점까지 지불하면 된다.하지만 위에서 본 것처럼 잔뜩 부풀려진 공사비에서 30~40%의 수익을 챙기기 때문에 실제로는 공사수익만으로도 충분히 이를 충당하고도 남는다. 초기 출자자금만 있으면 수조원대의 사업을 하고도 막대한 수익을 보장받는 '저위험 고수익' 사업인 셈이다.앞서 언급한 S사의 자료는 이 같은 실태도 명확히 보여준다. 이 자료는 '민자사업은 리드 타임(사업 준비부터 실제 착공까지 걸리는 기간으로 통상 2~3년 정도) 기간에는 실제 소요자금은 거의 없다'고 지적하고 있다."컨소시엄 운영비, 사업타당성 조사비, 컨셉 설계, 주무 관청과 협상 등(에 드는) 소요 비용 약 1억원 정도"라며 "1억원 정도 비용으로 사업시행자로 지정됨으로써 사업물량(을) 확보"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이는 총사업비의 0.02%~0.03%에 불과해 자금을 외부 금융기관 등에서 빌려 주택건설사업을 하는 경우 토지매입비 등으로 총사업비의 20~30%를 들여야 하는 것에 비해 비교도 안 될 정도로 낮은 것이다.이 자료는 또 "총사업비의 30%에 해당하는 출자금은 통상 공사기간 중에 시공이윤으로 타인자본이 입금되기 시작한 후부터 준공 시까지 대다수 회수되는 것이 민자사업의 특징"이라고 지적했다.이는 순전히 시공과정만 본 것으로 공사 완공 후 운영수입까지 고려하면 한 건설회사가 가져갈 수입은 훨씬 더 늘어난다. 이 같은 민자사업 조건이 건설업체에 얼마나 엄청난 혜택인지도 이 자료는 보여준다. "향후 민자사업 적극 추진회사와 소극적 회사간 격차는 2~3년 후부터 만회하기가 어려울 정도로 크게 벌어질 것"이라고 추정한 것.요약하면, 현재 민자사업은 건설업체 입장에서는 별다른 비용 부담 없이 수천억~수억원대의 민자사업을 따내 시공 과정에서만 수백억~수천억원을 손쉽게 챙길 수 있는 구조임을 보여준다.
 
"최소운영수입 보장으로 향후 혈세 낭비 눈덩이처럼 불어날 수도"





운영 중인 민자도로의 최소운영수입 보장 내역
▲과도한 최소운영수입 보장으로 혈세 낭비=부풀려진 공사비뿐만 아니라 시설 운영과정에서도 엄청난 예산 낭비가 발생하고 있다. 사업시행자들이 통행량을 의도적으로 과대 평가해 생기는 운영수입의 부족분을 모두 정부가 세금으로 메워주고 있기 때문이다.

2004년 10월 건설교통부가 국회 건교위에 제출한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민자고속도로인 인천신공항고속도로에 2001~2003년 동안 지급된 손실보전 비용이 모두 2936억원이었다. 이는 인천공항고속도로 건설 시 투입된 민간투자액 1조 4602억원의 20.1%에 해당하는 금액.

기획예산처가 최소 운영수입 보장비율을 조정하기는 했지만 결국 인천신공항고속도로 한 곳에만 운영수입 보장기간인 20년 동안 약 2조원 가량의 혈세가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민간사업자는 투자액 전액을 회수하고도 수천억원의 차익을 남기는 셈이다.

문제는 이 같은 상황이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는 점이다. 정부는 2003년 처음 운영된 천안~논산 고속도로에도 497억원의 국고를 지원했다.

이렇게 운영과정에서도 거의 아무런 위험 없이 '고수익'을 올릴 수 있다 보니 사업운영권마저 수백억원대의 프리미엄이 붙어 거래됐다. 삼성물산, 한진중공업, 동아건설, 포스코개발 등 11개 건설사가 출자해 구성된 신공항하이웨이(주)의 지분은 이후 교원공제회, 교보생명, 삼성생명 등에 나눠 팔렸다.

또 LG건설, 금호산업, 한화건설, 대우건설 등 11개 건설사가 출자해 만든 천안논산고속도로(주)도 이후 대우건설만 제외하고는 모두 한국도로인프라투융자, 국민은행 등에 지분이 넘어갔다. 여기에서도 거액의 프리미엄이 오갔음은 말할 것도 없다.

사업시행자에게 보조금을 주는 이 제도는 기획예산처가 민간자본을 유치하기 위해 도입한 제도. 각 사업별로 구체적인 조건은 다르지만 정부는 민자사업 시행자별로 20~30년 동안 추정 운영수입의 80~90%선의 최소운영수입을 보장했다.

하지만 이는 외국에는 없는 제도로 사실상 기업이 손실을 볼 일이 전혀 없는 특혜를 준 꼴이었다. 또한 사업 위험이 없으니 민자사업의 도입 취지 가운데 하나인 민간의 창의력 발휘는 공염불로 끝날 공산이 커졌다. 실제로 각 사업 시행자들은 이 같은 계약조건을 악용, 추정 운영수입을 잔뜩 부풀려 정부 재정지원을 받는 길을 택했다.

▲엉터리 교통수요 예측=민자사업의 타당성, 건설보조금, 사용료, 최소운영수입보장금 등을 결정하는 기초자료가 되므로 교통수요 예측은 매우 엄밀한 검증과정을 거쳐야 했다. 하지만 현실은 정반대였다. 실제로 2004년 10월 감사원이 서울~춘천간, 서수원~오산~평택간 2개 민자고속도로를 대상으로 교통수요예측 자료를 점검한 결과 통행량 기준을 과다 적용하는 등 문제점이 곳곳에서 드러났다.

건교부가 2004년3월 실시협약을 체결한 서울~춘천간 고속도로의 교통수요예측보고서에는 실제 기준으로 삼은 O-D(Origin-Destination.기점-종점간 통행량)보다 111~149%나 부풀려 적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 민자고속도로의 경우 비싼 요금 때문에 국도에서 갈아타는 비율이 매우 낮은데(천안~논산간 민자고속도로의 경우 3%) 국도 46호선 가평~춘천 구간의 교통량 가운데 41%가 이 고속도로로 갈아타는 것으로 과다 예측했다. 그 결과 국토연구원과 감사원이 교통량을 재분석한 결과 각각 2만2401~2만6768대/일로 나타났으나 민자사업자는 이를 5만2236대/일로 두 배가량 부풀린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시가 민자사업으로 건설한 우면산 터널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당초 서울시는 하루평균 6만5958대의 교통량이 발생할 것으로 예측했지만 현재 이 터널은 하루 1만 1000대 정도만 다니고 있다.

이 사업은 예측교통량 대비 실제 교통량이 21.7%에 그치다보니 해마다 250억원을 민간 사업자에게 지원해주고 있다. 이렇게 교통량이 잔뜩 부풀려졌지만 교통량을 부풀린 용역기관에 책임을 물릴 장치도 없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수조원대 사업에도 사전 타당성 조사도 안해"

▲부실한 사업자 선정 과정=이처럼 민자사업이 남발되는 것은 부실한 사업 결정 및 사업자 선정 과정과 맞물려 있다. 500억원 이상 국가재정사업의 경우에는 99년부터 예비타당성 검토를 하도록 돼 있다.하지만 대부분 수천억원~수조원대의 민자사업은 단지 '민자사업'이라는 이유로 이런 과정이 생략돼 있다. 이 때문에 사실상 경제성이 떨어지는 사업까지 민자로 건설돼 정부 재정에 부담을 주고 있다.실제로 우면산터널은 개통 이후 통행률이 예상 통행률의 21.7%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나 이 사업이 필요했느냐는 논란을 낳고 있다. 또한 인천신공항고속도로의 경우 인천공항으로 통하는 독점 도로여서 애초부터 수익성을 추구하는 민자사업으로 추진해서는 안 되는 사업이었다는 지적도 나온다.인천대학교 옥동석 교수는 "인천공항고속도로의 경우 독점성이 강한 도로이므로 당초부터 정부 재정으로 건설했어야 했다"며 "민간사업자가 독점적 사업을 운영하면서 적절한 통행료를 책정한다는 것은 바라기 힘들다"고 지적했다.또한 사업 결정 및 사업자 선정 과정이 국제적 기준에 부합하지 않고 불투명하고 자의적으로 진행되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특히 정부의 재정 투자요건, 운영수익 보장범위 등 주요 핵심사항들이 정부 담당자의 판단에 따라 좌우될 수 있도록 돼 있는 것은 심각한 문제다. '주무부처의 장이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경우' '~할 수 있다' 는 등의 표현은 사실상 정부 담당자의 자의적 판단에 맡기고 있는 표현들이다.갈수록 증가하는 민간제안사업은 더 큰 문제를 낳고 있다. 외국에서는 기본적으로 민간 제안 사업을 허용하지 않고 있다. 민간이 사업을 제안했더라도 정부 차원의 경제성과 타당성을 엄밀히 검토한 뒤 이를 국가재정사업으로 하거나 정부고시 민간사업으로 추진하면 되기 때문이다.하지만 국내의 민간제안사업은 민간이 제안해서 '좋은 아이디어'라고 담당 부처가 판단하면 사업제안자에게 사업권까지 주는 구조여서 '특혜 사업' 시비를 벗어나기 힘들다. 경실련 김헌동 공공사업단장은 "민간의 아이디어를 검토해 타당성이 있다면 국가재정사업으로 하든 국가가 관리하는 민자사업으로 돌리면 되지 제안자에게 엄청난 수익이 생기는 사업권을 주는 것은 특혜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옥동석 교수도 "현재 정부 방안대로라면 예를 들어 삼성이 그룹 계열사 땅이 많은 곳을 지나는 도로 건설사업을 제안해 사업권을 받을 수도 있다"며 "민간제안사업은 이 같은 민간의 사욕 채우기를 막을 방법이 없다"고 지적했다.심의과정도 부실하기 짝이 없다. 민자사업의 기획 및 추진 부처인 기획예산처와 가장 많은 민자사업 계약을 체결해온 건교부 모두 민자사업 심의위원들과 전체 회의를 가진 적이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국민 혈세가 지원되는 대규모 사업인데도 심의위원들이 함께 모여 제대로 심의하는 과정도 없었던 셈이다.기획예산처의 한 민자사업심의위원은 "다 함께 모여 논의하면 여러 가지 문제가 드러날 수 있는 사업도 개별 위원들이 서면으로 심의하게 되면 개별적인 의견으로 끝나버리게 된다"며 "이 때문에 심의위원들은 정부 결정을 정당화해주는 들러리 역할에 불과하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이 위원은 "정부 부처가 개별 서면심의하면 각 위원들을 대상으로 각개 격파하는 것이 쉽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건교부의 한 심의위원도 "내가 발견한 문제점을 공식적인 회의 자리에서 논의하면 논란이 일 수도 있을 텐데 서면심의로 이런 것을 지적하면 이후 아무런 반응이 없다"며 "공무원들이 사후 문제가 있을 때 책임을 회피하기 위한 형식적인 절차 정도로 여기는 것 같다"고 꼬집었다. "민간자본 유치한다면서 건설자본만 유치"





3개 민자사업의 컨소시엄 현황
▲민간자본 유치? 건설자본에 공사주는 사업으로 변질=민자사업 대부분이 건설사들이 '노나는' 공사물량을 확보하기 위한 수단으로 삼다 보니 민자사업 참여자도 대부분 건설업체들이다. 당초 의도했던 국내외 유휴 민간자본을 활용해 인프라를 확충하고 경기도 살리겠다는 취지와는 동떨어진 상황인 셈이다.

2003년 6월 현재 국가관리사업 출자자 구성현황을 보면 건설업체가 156건을 출자해 전체의 87.2%를 차지했다. 금융기관은 6건(3.4%), 공공기관 8건(4.5%), 외국업체 9건(5.0%) 등이었다. 또한 건수별 상위 출자자 현황을 보면 현대건설(12건), 금호산업(10건), 대림산업(9건), 대우건설(8건), 현대산업개발(7건), (주)한화(7건), 롯데건설(6건), 한일건설(5건) 등 8위까지 모두 건설자본이 차지했다.

이들 건설업체들이 출자해 설립한 회사가 협약을 맺은 민자사업의 시공은 당연히 이들 건설업체들이 맡는 것은 물론이다. 사업에 참여하고자 하는 업체끼리 컨소시엄 형식의 단일사업체를 만들어 단독으로 참여하므로 경쟁이 전혀 이뤄지지 않는다.

실제로 기획예산처 자료에 따르면 2004년말까지 복수 사업신청자간 경쟁이 발생했던 사업의 비중은 28%(40/142건)에 불과했다. 이마저도 국내의 대형건설업체들이 대부분 차지하고 있다.
 
"투명한 사업자 선정, 시공은 공개 경쟁 입찰 거쳐야"





변양균 기획예산처 장관이 4월21일 노무현 대통령에게 업무보고를 하고 있다. 민자사업 제도를 총괄하는 기획예산처는 민자사업에 대한 각종 비판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민자사업 확대를 공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어떻게 해야 하나=△과다한 교통수요 예측 억제 △민간사업자간 경쟁 활성화 △최소운영수입보장 등의 방안은 감사원과 국회 예산정책처 등이 이미 여러 차례 지적했다. 이에 따라 기획예산처 등도 이와 관련한 보완책을 이미 내놓은 바 있다.

하지만 민자유치사업 선정 및 사업자 선정 과정을 투명하고 공정하게 하지 않는 한 '민간투자자로 위장한 건설사'들이 혈세로 폭리를 취하는 구조는 바뀌기 쉽지 않다는 지적이다. 이런 점에서 영국 아멕사와 인천시가 출자해 만든 '코다개발'이 사업시행자로 선정돼 추진되고 있는 제 2연육교 사업은 민자사업 추진 방식에서 모범으로 삼을 만하다.

이 사업에서는 사업시행자 선정 후 공개경쟁입찰을 거쳐 건설공사 시공자를 선정하는 2단계 방식을 사용했다. 코다개발은 자신들이 사업시행 우선 협상대상자로 선정된 뒤 시공사를 공개 모집했다.

이 회사는 또 시공비와 자신들이 투입한 소액의 사업수행비를 합한 금액으로 총사업비를 결정하자고 주장했다. 가격 대비 최고의 품질(Best Value)을 가진 업체에 시공을 맡겨 좋은 시설을 만든 뒤 연육교 운영수입을 통해서만 돈을 벌겠다는 것이었다.

국내 건설업체들이 민자사업 공사비를 잔뜩 부풀려 정부를 상대로 수의계약을 맺어 시공과 운영과정 모두에서 엄청난 폭리를 챙기는 것과는 전혀 다른 행태였다.

이후 코다개발과 정부는 함께 전문가그룹으로 심사단을 꾸려 실시설계와 시공비용 등의 상업성과 기술력 등을 종합 평가해 시공사를 선정했다. 이처럼 제2연육교 시공사 선정 과정은 매우 투명하고 엄격하게 진행됐다.

김헌동 단장은 "현재의 수의계약형태가 아니라 시공자, 설계자 선정시 정부가 공개 경쟁 입찰을 통해 사업자를 선정해 투명성을 제고해야 한다"며 "이 같은 과정을 거쳐 최저가낙찰제에 비해 수십 % 이상 부풀려진 민자사업의 부풀려진 공사비 거품을 빼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경쟁 활성화와 투자 활성화를 위해 건설업체 위주의 독점사업자 구성을 막고 금융기관이나 외국인 투자기업 등 진정한 의미의 민간투자자의 참여를 늘리도록 제도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by 선대인 2008. 9. 4. 1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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