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전기차가 급부상하면서 자동차시장이 근본적으로 재편될 조짐을 보이자 관련 기업들의 전략도 달라지고 있다. 기존 자동차회사들과 차량공유서비스 회사들의 연합이 빠르게 이루어지고 있다. 지난 5월 말에 도요타는 우버에 투자함으로써 파트너십을 맺는다고 발표했고, 폭스바겐은 유럽에서 인기 있는 차량공유 서비스인 겟(Gett)에 3억 달러를 투자한다고 밝혔다. 피아트 크라이슬러와 구글은 시험용 무인 미니밴을 생산하기로 합의했다.

자동차산업이 근본적으로 재편되는 가운데 ICT업체들까지 뛰어들면서 경쟁의 강도와 범위가 급변하고 있다. 그런데도 한국 정부와 업계의 대응은 여전히 미온적이다. 현대자동차가 이달에 내놓는 전기차 ‘아이오닉EV’는 가격이 4000만원대로 높은 편이고, 1회 충전 시 주행거리가 191㎞다. 테슬라 모델3의 346㎞에 비해 매우 짧은 편이다. 지금까지 행보를 보면 현대차는 전기차시장의 성장 가능성을 낮게 보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가 오판한 것은 현대차가 국내 시장에서 갖고 있는 독점적 지위 탓에 시장 변화에 둔감했던 한편, 자신들의 시장 기득권을 최대한 고수하는 길을 찾으려 했기 때문으로 해석할 수 있다. 자신들의 기존 생산과정과 설비, 체계 등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할 수 있는 수소차를 선호한 것이다. 핵심부품인 배터리를 LG화학이나 삼성SDI 등에 의존해야 하기 때문에 자신들의 마진 폭이 줄어드는 전기차 개발에는 소극적이었던 것이다.

물론 현대차와 기아차 등 국내 자동차업계 역시 상당한 수준의 전기차 제조능력과 자율주행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중요한 것은 전기차가 기존의 자동차에 단순히 동력원만 배터리와 전기모터로 바꿔서 성공할 수 있는 상품이 아니라는 점이다. 테슬라의 급부상과 우버의 확산, 구글과 애플의 자동차 개발은 사람들이 생각하는 자동차의 기능과 이미지가 달라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런 중요한 시기에 현대차는 2014년 9월에 누가 봐도 지나친 금액인 10조5500억원을 들여 한전 부지를 매입했다. 마음이 콩 밭에 간 경우라고 볼 수 있다.


한국 정부의 대응도 매우 안이하다. 전기차와 ICT 혁신을 이끌고 있는 미국은 물론, 중국도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을 바탕으로 전기차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현재 일본의 전기차 충전시설은 약 4만대로 주유소보다 많으며, 한국에 비해서는 8배나 많은 수준이다. 반면 한국은 뚜렷한 비전과 전략 없이 전기차정책이 오락가락했다. 몇 달 전에는 전기차시장이 본격적으로 성장하려는 시점에서 전기차 구입보조금과 완속충전기 보조금을 오히려 줄이기까지 했다. 정부의 미온적 대책은 국내 자동차시장의 지배적 사업자인 현대-기아차 등이 전기차 기술 개발 및 투자에 인색한 것과 맞물려 있다.

지난 3일 국토교통부가 2018년까지 모든 고속도로 휴게소에 전기차 충전소를 설치하기로 하고, 2020년까지 전기차와 수소차를 각각 25만대와 1만대 보급한다는 계획을 내놓았다. 겉보기에는 그럴 듯하지만 올 한 해에만 전기자동차와 전기버스를 합쳐 60만대를 판매할 것으로 전망되는 중국이나 각각 2025년과 2040년에 100% 전기차 등 친환경차로 바꾸겠다는 네덜란드나 영국과 같은 나라들과는 비교조차 하기 어려운 수준이다. 수많은 정책 혼선과 기업들의 이해관계에 포위돼 근시안적 정책이 거듭되면 한국 자동차산업의 미래는 암울할 수밖에 없다. 지금이라도 업계와 정부가 심각한 위기의식을 갖고 사활을 건 혁신 노력과 지원에 나서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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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선대인 2016. 6. 23. 15: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