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TN 현직 기자로 일하는 김수진 기자가 우리 김광수경제연구소포럼의 <언론개혁>방에 글을 현재 YTN파업 사태에 관한 글을 보내왔습니다. 좀더 많은 분들이 이 글을 읽을 수 있도록 이 곳에도 소개합니다. YTN 노조 등 이 땅의 언론자유를 지키기 위해 노력하는 많은 분들에게 경의를 표합니다. 


****************************************************


 안녕하세요, 어린달님입니다.



 일단 어제 자정 쯤에 YTN 기자 3명- 노종면 노조위원장, 현덕수 전 노조위원장, 조승호 기자- 에 대해서 경찰이 구속영장을 신청했습니다. 임장혁 돌발영상 팀장은 석방돼 오늘 아침 파업 집회에 참석했습니다.  까칠해진 임 선배의 얼굴을 보니, 그리고 아직도 갇혀 있는 선배들을 생각하니 눈물이 마구 쏟아졌습니다.



  누가 뭐래도 이번 사법처리 방식은 아무런 근거가 없는 것입니다. 우리가 언제 회사 기물을 부순 것도 아니고 사람을 때린 것도 아니고 쇠파이프 각목을 들고 덤빈 것도 아닌데 구속수사 하겠다니요?


 


 우리 YTN 노조는 23일 아침 05시를 기해 총파업에 돌입했습니다.

이제 저희는 목숨같은 방송을 끊어서 YTN을 지키려 합니다.  외환위기 때 6개월동안 월급이 안 나와도, 그후 6개월동안 월급이 반만 나와도 그저 방송'쟁이'로서의 책임감 때문에 한 번도 마이크와 카메라와 방송 장비를 손에서 놓지 않았던 순한 YTN사람들입니다. 저에게 파업에 돌입하며 조금의 부담감이라도 남아있었다면, 그 '쟁이'로서의 책임감 때문일 겁니다.




그러나 이제 동료들이 평온한 일요일 아침 가족들이 지켜보는 앞에서 연행되어 철창 뒤에 갇혀있는 마당에, 저는 일말의 부담감마저 모두 지워버리고, 부당함에 저항하겠다는 또 다른 '쟁이'로서의 고집으로 내 모든 걸 바쳐 파업에 나서고 동료를 지키려 합니다.



이번에 사측과의 임단협에서 노조 집행부는 임금 문제를 파업의 이유로 내걸었고, 해정직자 문제는 거론하지 않았습니다.


해정직자 문제가 파업의 전면에 나서면 정치파업이 되고 불법 파업으로 규정당할 우려가 있기 때문입니다. 와이티엔 노조는 합법적인 파업의 권리를 행사하는 겁니다.



 그러나 이번 임단협은 해정직자 문제에 관한 사측의 해결 의지를 파악하기 위한 것이기도 했습니다. 적어도 저를 비롯한 많은 노조원들은 그렇게 인식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번 협상 과정에서도 사측은 '고통 분담'을 강요하면서 이미 해직과 정직 징계 등으로 고통받다 못해 피흘리고 있는 동료들을 방치하고 협상의 카드로만 이용하려 했을 뿐이었습니다.



저희가 파업에 돌입하면 아마 회사측은 '요즘 때가 어느 땐데 임금 7.2%인상을 요구하는 노조는 어느나라 노조냐, 노조의 불법 파업으로 방송 차질을 빚게 되었다' 뭐 이런 레퍼토리를 방송할 게 뻔합니다. 그러나 서울지방노동위의 조정에서 경영진은 '기본급 동결과 영업이익 발생 시 인상분 소급 지급'이라는 안을 내놓았고 이에 대해 YTN 노조는  '적정한 임금 인상분을 지금 결정하되 실제로 적자가 발생하면 내년도 임금분에 이를 반영하자'는 안을 내놓았습니다. 7.2%인상을 요구했다는 주장은 거짓말입니다.



 경영진이 요구하는 '고통 분담' 얘기를 해볼까요. 



낙하산이 낙하산일 수 밖에 없는 이유는, 정당한 절차를 밟아서는 결코 그 자리에 앉을 수 없는 깜냥의 인물이기 때문입니다. 자칭 사장 구본홍씨는 자기가 경영에 아무런 재주도 없고 돈을 아껴 쓸 생각도 없다는 걸 불과 지난 200여일 동안에 증명해


보였습니다.



자기 수행 보디가드 고용비에 9천 6백여만원, 임직원 회의, 식사 비용에 3천 3백여만 원, 비밀 집무실 비용에 3천여만 원, 비품, 음료와 '구본홍 와이셔츠'에 천 3백여만 원, 몰카, 도청 탐지 비용에 6백여만 원...뿐만 아니라 '비상 경영'을 해야 한다고 난리치면서 수천만원에서 억대 연봉에 이르는 임원 자리를 10여개나 늘렸고 그 임원 자리에 자기 고등학교 동문을 낙하산으로 두 명이나 앉히는 내용의 안을 얼마 전 주총에서 통과시켰습니다. 자리 늘린 뒤 그 사람들 앉아있을 사무실 만드느라  공사비로 또 6천여만원을 들였습니다. 그것도 모자라서 출신 대학 동문회보에 실을 광고비와 복지단체에 내는 성금까지 자기 돈을 안 쓰고 회삿돈을 지출했더군요.



저희 와이티엔, 다른 회사들이 벌써 두 번 세 번째 장비 바꿀때 창사 이래 쓰던 장비 꿋꿋하게 버티며 쓰고 있습니다. 얼마


전까지 오디오맨도 없어서 취재기자가 트라이포드 들고 뛰었고 녹화 테잎도 너무 재활용을 많이 해서 화면에 비가 죽죽

내려도 또 재활용합니다. 편집 기계가 너무 오래되어서 버튼도 눌러지지 않아도 어려운 시절 생각하면서 참아왔습니다. 물론


일차적인 이유는 회사에서 장비 바꿔줄 생각을 안했기 때문이기도 하죠. 그동안 회사가 어렵다고 하면 우리 모두 그렇다고

생각하고 묵묵히 함께 고통 분담 열심히 해 왔었습니다.



'고통 분담'을 요구하려면, 먼저 자신이 허리띠를 졸라매는 모습을 보여주고 함께 동참해 달라고 설득해야합니다. 밥은 반드시 호텔에서 먹어야만 하고 기부를 해도 회삿돈으로 생색을 내며 와이셔츠 한 장을 사입어도 회삿돈이 곧 내돈이고 아무리 경제가 어려워도 나에게 충성할 임원 자리는 늘리고 억대 연봉도 챙겨줘야 하는 이런 낙하산이 '경제가 어려우니 너희가 허리를 졸라매라'라고 말하면 여러분은 동의할 수 있겠습니까 ?  솔직히 말해 '임금 백 원이라도 안 올려주면 죽었다 깨어나도 일 못하겠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노조원중에 없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문제는 자신들의 방만한 경영은 책임지지 않고 우리에게만 고통을 감내하라 요구하는 그들의 태도라는 겁니다.



사측에서는 '임원진이 자진해서 상여를 300% 삭감하는' 노력을 한다고 합니다. 그러나 아무리 보너스를 깎아도 새로 생긴 임원들에게 들어가는 연봉과 판공비 등을 합하면 아직도 한참 모자라는 데다 어이없는 저 지출내역까지 계산하면 여전히 마이너스 통장입니다. 임금 삭감이 아니라 동결한 기업들도 임원들은 '상여'가 아니라 '임금'을 삭감하거나 반납하고 있습니다. 


 


진정 회사측이 허리띠를 졸라매는 모습을 보이고, 감히 '고통 분담'을 입에 올리기 전에 고통받고 있는 해정직자 문제를 풀어가겠다는 의지를 조금이라도 비췄다면, 이런 파국은 빚어지지 않았을 것입니다. 제가 아는 YTN 사람들은 그동안도 묵묵히 어려운 길을 걸어 왔고, 지금도 해정직자들에게 '희망 펀드'를 만들어 우리 월급을 나누며 피흘리는 동료들을 부축하며 함께 걸어가고 있습니다. 대체 누가 누구에게 고통 분담을 요구한단 말입니까 ?



여기까지였다면, 물론 우리 모두가 저 낙하산이 어디서 떨어졌는 지를 너무나 잘 알고 있지만 우리의 싸움이 반드시 정부에 대한 싸움이어야만 할 이유는 없었습니다. YTN 노조와 경영진 사이의 일로 끝날 수도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제는 권력이 경찰을 앞세워서 직접 우리의 목에 칼을 들이대고 있습니다. 파업을 하루 앞두고 노조 집행부를 체포해가는 행위는 분명 파업을 방해하겠다는 의도를 보여주는 겁니다. 그동안 숱한 고소에 경찰서에 불려다니면서도 저희는 충실히 조사를 받았습니다. 조사를 피하기는 커녕 조사 일정이 잡히면 노조원들이 함께 경찰서 앞까지 가서 출두하는 동료들을 격려하고 응원했습니다.이번 주에 함께 조사 일정을 논의해서 잡았던 경찰이 누구보다 잘 알고 있을 겁니다. 이번 체포가 말도 안된다는 것을. 공권력 배후에 권력자가 있다는 걸 자기들 스스로가 증명해 보이는군요.



저희 파업은 모 차관도 '합법'으로 인정해준 파업입니다. 모 차관, 며칠 전에 와이티엔 노조가  원하는 걸 말하지 못하고 '합법 파업' 한다며 '비굴하다'는 표현을 했더군요. 노조에게 불법 파업을 할 것을 은근히 독려하시는 건지 모르겠으나, 이 정권의 비굴함이야말로 여기에 있습니다. 끝끝내 굴복 안하는 와이티엔 노조를 어떻게 손을 봐주기는 해야겠는데 불법 파업도 아니니

결국 얼토당토 않은 잣대로 '출석 일정 조정한 적 없다'고 경찰에게 거짓말까지 시켜가며 과거 업무방해 고소 건을 빙자해 고무줄 잣대로 체포까지 해간 겁니다. 여기서 합법과 불법 사이에서 줄타기를 하고 있는 자는 YTN 노조가 아니라 공권력이며 그 뒤에 숨어있는 권력자의 입김입니다.



이제 우리는 생명줄과도 같은 마이크를, 카메라를 내려놓음으로써 무능한 낙하산과 그에 아첨하고 부역하는 무리들과 입을 틀어막으려는 권력의 횡포에 맞서서 동료를 지키고 방송을 지키려 합니다. 우리가 투사가 되기를 원해서도 아니며, 우리가 깃발이 되기를 원해서도 아니며, 그저 우리의 동료를 사랑하고 상식을 사랑하고 방송을 사랑하기 때문입니다.

     

파업을 앞둔 새벽, 세상 모르고 잠든 내 아기의 얼굴을 봅니다. 또한 유치장에 갇혀 있는 남편을 생각하며 잠 못 이루고 있을 체포된 동료들의 부인들과 어린 자식들을 생각합니다. 그들의 가족들이 받을 고통을 생각합니다. 이번 우리의 파업은 사랑하는 동료들을 위한 최소한의 예의이자 분노의 표출입니다. 우리의 자식들, 미래 세대가 고양이를 고양이라고, 개를 개라고, 낙하산을 낙하산이라고 부를 수 있는  상식적인 사회를 만들기 위한 작은 몸부림입니다.



  

모든 사람이 땀흘린만큼 제대로 대접받는 건전한 민주주의 시장경제 건설을 위한 좀더 의미 있는 토론과 참여를 원하시는 분들은 김광수경제연구소포럼(http://cafe.daum.net/kseriforum)을 방문해주십시오.




by 선대인 2009. 3. 24. 14: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