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배중 김영길 공무원노조위원장, 공무원을 말한다





"공무원노조는 공무원의 철밥통을 무쇠솥으로 만들기 위한 조직이 아닙니다. 우리 목표는 부정부패척결과 공직사회의 개혁입니다. 국민들이 공무원노조가 있어 이렇게 공무원사회가 깨끗해지는구나 느끼도록 하겠습니다."

지난 연말 전국공무원노조의 파업을 주도한 혐의로 수배중인 김영길 공무원노조 위원장의 말이다. 미디어다음은 3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공무원노조 사무실에서 2시간여 동안 김위원장과 인터뷰했다. 처음 공무원노조측의 인터뷰 제의를 받았을 때 김 위원장이 수배중인 데다 여론이 호의적이지 않아 부담스러웠다. 하지만 공무원노조의 파업 과정에서 사용자측인 정부와 달리 공무원노조의 주장은 제대로 소개되지 않았고 사회의 다양한 의견들이 자유롭게 소통하는 장을 마련한다는 취지로 인터뷰를 하기로 했다. 대신 기자는 "독자들의 욕을 먹을 각오를 단단히 하고 인터뷰에 응해달라'고 사전에 '경고'했다.

김 위원장은 "공무원들이 그 동안 국민들 위에 군림해왔다"며 "그 같은 공무원 사회의 풍토를 바꾸기 위해 공무원노조를 결성한 것인데 국민들은 공무원에 대한 부정적 인식 때문에 우리를 백안시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인터뷰에서 공무원 사회의 뒷돈 수수 관행 등 치부를 그대로 밝히면서 공무원 사회의 개혁을 위해서도 공무원노조가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다.그는 80년 울산시청 하급 공무원으로 공무원 생활을 시작, 경남도청 직장협의회 회장과 공무원노조 경남본부장을 거쳐 지난 해 3월부터 위원장직을 수행해왔다. 그는 조만간 경찰에 자진 출두할 생각으로 주변 정리와 조직 재정비를 서두르고 있었다. 다음은 그와의 일문일답. "정부 공무원노조 권리 보장 선진국에 비해 턱 없이 미흡"

-지금 현재 공무원노조 지도부가 어떤 상황에 있나.당초 총파업에 들어가기 전 중앙지도부를 중심으로 37명에게 수배가 떨어졌다. 나와 사무총장 말고는 모두 자진 출두해 구치소에 들어가 있다. 부위원장 한 분은 최근에 보석으로 나왔다. 나도 3월경 자진 출두할 생각이다. (가볍게 웃으며) 지역 본부장들이 3개월 정도 살았으니 나는 1년 정도는 살 생각해야 하지 않겠나.-공무원노조가 파업한 이유가 뭔가.우리 입장을 알리려 했다. 14만 노조 조합원과 협의 없이 일방적으로 법안을 관철하려는 정부의 조치를 막기 위한 것이었다.-정부의 법안이 어떤 내용이었길래 그렇게 막으려 했나.노동조합에 관심 있는 사람들이 보면 말이 안 되는 안이다. 정부가 국제적 환경과 규범에 따라 어쩔 수 없이 공무원노조를 허용해준다고 하는데 사실은 공무원들이 노조 활동을 할 수 없도록 통제, 규제하는 법이다.-어떤 점에서 노조활동을 통제, 규제하는 법이라고 하는 거냐.우선 공무원이 노조활동을 할 때 공무원으로서 다른 법령에 규정된 공무원의 의무를 위반하면서 노조활동을 해서는 안 된다고 한다. 언뜻 들으면 맞는 얘기 같지만 국가공무원 법에 보면 시대 변화에 안 맞는 과도한 규제나 유명무실한 법이 많다. 예를 들어, 비밀 엄수의 의무 같은 것은 사실 내부고발을 가로막고 있는 조항이다. 집단행동도 금지돼 있다. 노조에서 자기들 뜻을 관철하기 위해 '조합원들에게 다 같이 리본을 답시다' 하면 기관측에서는 집단행동이라고 한다. 리본도 같이 하나 달 수 없는 것이 현재 법이다.정부에서는 공무원노조의 단결권과 단체교섭권은 보장해주는데 우리가 단체행동권까지 무리하게 요구하며 파업한다고 선전한다. 보수 언론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실상을 보면 단결권조차도 보장이 제대로 안 된 법이다. 현행 법으로는 6급 이하만 노조에 가입할 수 있다고 해놓고, 내용적으로는 '업무를 총괄 감독하는 자'는 가입대상에서 제외된다. 시군구 등 기초지방자치단체에서는 6급이 업무를 총괄 감독하기 때문에 가입대상이 안 되는 거다. 노동부 스스로 이를 금지하기 위해 이렇게 법안을 마련했다고 하더라. 단결의 범위를 축소하기 위한 법이다. 급수에 따라 노조 가입을 일률적으로 제한하는 것도 안 맞다. 지자체 4급 국장도 중앙 부처 가면 실무자가 되는 경우도 꽤 많다. 또 인사, 예산, 감사, 회계 등 일반 회사에서 사용자측의 업무에 해당하는 공무 담당자도 가입을 금지하고 있다. 시쳇말로 이런 식으로 포 떼고 차 떼면 남는 것은 흑사리, 죽데기 뿐이다. 통칭 90만 공무원이라고 하고 이 가운데 고위 공무원과 교원과, 경찰, 소방, 교정 공무원을 뺀 35만명 정도가 조직 대상이라고 보는데 현재 법안대로면 25만명 수준으로 준다. 그만큼 단결권의 대상 범위를 축소해놓은 것이다. 사용자 입장에서는 단체 규모가 적으면 좋은 것 아니냐.단체교섭권에도 문제가 많다. 단체교섭권 가운데 인사와 정책 결정에 관한 사항은 단체교섭 사항 아니다. 또 법령과 조례에 위임된 사항은 단체협약의 효력이 없다. 단체협약을 해도 의무사항이 아니어서 단체장이 얼마든지 무위로 돌릴 수 있다는 얘기다. 공무원들의 복지 향상과 관련된 내용들이 법령과 조례 등에 다 묶여 있는데 사실상 단체교섭권은 하나도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다.단체행동권은 공무원 특수 신분상 원칙적으로 줄 수 없다고 하고. 이를 어길 때는 5년 이하의 징역과 5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물게 된다.-그러면 외국에서는 어떻게 하나.정부는 일본과 독일을 예를 든다. 일본과 독일은 단체행동권은 없다고 한다. 일본은 노동관계법에서 가장 후진 나라다. 독일은 신사협정으로 모든 게 이뤄지기 때문에 단체교섭에서 다 끝나므로 단체행동권이 사실 유명무실하다. 미국은 50개 주 가운데 10개 주가 완벽한 단체행동권을 보장한다. 40개 주는 각기 다른 수준으로 적용한다. 관점에 따라 거의 안 한다고 할 수도 있고 상당 수준 한다고도 할 수 있겠지. 프랑스 등은 판사까지 파업하는 나라다. EU 가입국은 노동삼권이 거의 다 보장돼 있다. 남아프리카공화국도 완벽하게 노동3권이 보장돼 있다. "국민들 관에 대한 피해의식 누적돼…노조에 대한 부정적 인식도 커"





-지난 번 파업할 때 공무원노조의 파업을 반대하는 목소리가 많았다. 공무원노조가 왜 시민들에게 미움을 받나.

공무원노조의 잘못이 아니고 우리나라의 태생적 한계 때문에 그렇다. 우리 국민들은 피지배계층으로 살아온 게 5000년이다. 경북 안동의 한 권세가를 지탱하기 위해 40~50리 주변 주민들이 종이었다고 한다. 그런데 이들 권세가들보다 관의 아전들 횡포가 더 심했다. 일본 점령군 시대 때도 마찬가지였다. 국민들이 두려워한 것은 점령국의 관리가 아닌 관이다. 국민들은 저놈들 앞에서 말 잘못하면 두드려 맞고 죽을 수도 있겠구나 하지 않았나. 그래서 시골에서는 면서기라도 하면 출세하는 것으로 여겼다. 현대사 50년도 마찬가지다. 개발이라는 명목 아래 관이 군림하는 것이 한, 두 해가 아니다. 이처럼 관에 대한 피해의식이 누적돼 있다 보니 사람들이 관이라고 하면 치가 떨린다. 일반 국민들의 집단 무의식에 박혀 있는 거다. 공무원 사회 전체가 자기 반성을 해야 하는 거다. 물론 그 동안 공직자로서 본분 다한 분도 많았지만 전체적으로 보면 그 동안 누적돼 온 공무원에 대한 적대감에 대한 분노가 표출된 것이다. 우리는 그런 국민 위에 군림하는 공직 사회를 바꾸겠다고 한 건데 국민들이 그걸 전혀 몰라주더라.

이처럼 공직 사회에 대한 철저한 불신이 한 부분 있다면 노조에 대한 적대적 이데올로기 공세도 한 몫 했다. 국민들이 공무원이라는 말만 들어도 화 내는데 공무원이 노조를 한다, 파업까지 한다 하니 우리 주장은 따져보지도 않고 '죽일 놈' 하는 거다. 우리가 홍보를 잘하고 못하고 간에 질타 받을 수밖에 없는 지형이었다.

-말한대로 공무원 하면 철밥통, 칼퇴근, 뒷돈 챙기기 등을 떠올릴 정도로 부정적 인식이 국민들 사이에 팽배하다. 그렇게 정당하다면 그런 부정적 인식을 바꿀 생각은 못했나.

메이저 언론들이 우리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만드는 것이다. 물론 우리도 부정적 인식을 우호적으로 바꾸고 싶었다. 하지만 당장 법안은 만들어지고 있었다. 국민 여론을 우호적으로 만들어가며 할 만한 여유가 업었다. 최대한 예봉을 피하면서 법안 통과를 막는 것뿐이었다. 언론에서 잘 조명 안 해서 그렇지 우리가 비합법 조직일 때 부정적 인식을 바꾸기 위해 노력한 것은 엄청나다. 지난 말 총파업 때 억지부리는 것처럼 비쳐졌는데 절대 안 그렇다. 대한항공 조종사들이 승객 안전을 위해 파업하면 언론에서는 '고액 연봉자들이 이 가뭄에 웬 파업이냐'고 한다. 그런데 가뭄이 파업과 무슨 상관이냐. 현대자동차 등 대형 사업장에 대해서는 항상 그렇게 말해왔다. 지하철노조가 파업하면 늘 '시민들의 발을 볼모로 한다'고 공격한다. 노조가 내부사정을 잘 아는 내부자이기 때문에 국민들의 안전과 재산을 보호하기 위해 파업하는 건데 보수 언론의 이데올로기 공세가 이렇게 거세다. "지난 1년간 언론에 보도된 지자체 고위 공무원 비리만 80여건"

"토목공사 현장에서 밥, 술 얻어먹고 거마비 받는 현실 엄존"





-공무원들에 대한 부정적 인식은 상당 부분 현실을 반영하는 것 아닌가. 국민들의 인식과 현실 사이에 얼마나 거리가 있다고 보나.

부정과 비리가 공무원 사회에 아직도 상당히 잔존한다. 최근 몇 달 사이에만 전북 군산시장, 강원 동해시장, 경기 광주시장 등이 뇌물 비리로 구속되지 않았나. 지난 1년 동안 언론에 보도된 자치단체장과 고위 지자체 관료들의 비리 건수가 80여건에 이르더라. 우리가 스크랩 하면서도 놀랐다. 이런 사건 터지면 '저 도둑놈들'이라는 부정적 인식이 차곡차곡 쌓이면서 다시 제도적 보완책 없이 그냥 넘어간다. 결국 현실이 국민들의 인식에 부합한다는 거다. 이런 사안들도 실무자가 개입 안 되면 하기 힘들다. 그래서 이런 업무는 자기 사람 맡기는 것 아니냐.

-하위 공무원들은 어떠냐.
최근 새로 들어오는 공무원들은 개인주의적이다. 일할 만큼 일한 다음 월급 받겠다는 식이다. 공무원들을 '도둑놈'이라고 하면 이질감을 느낀다. 하지만 솔직히 윗 연배에는 부정이나 비리가 상당히 있었다. 과거 동사무소 앞에서 인감 증명 뗄 때 다른 사람들은 줄 서는데 동네 유지라는 사람들은 줄 안 서고 동장을 찾는다. 동장과 차 한 잔 마시다 인감증명 한 통 떼달라 하고는 만원 내놓고 간다. 소위 '급행료'라는 거지. 국민들 상당수가 이런 특권의식, 반칙문화에 젖어있다.

갈수록 그런 부분은 없어지는데 구조적 비리라는 것은 상존할 수밖에 없다. 지방의 도로포장 공사가 예닐곱 군데가 한꺼번에 벌어지면 토목직 공무원이 한 사업장에 한 번 가면 하루가 걸린다. 또 내부에서 행정적으로 처리할 일도 많다. 사실 공사 현장에 상주하며 감독해야 하는데 공사 현장 한 번 둘러보기가 힘들다. 어쩌다 공사 현장 한 번 가면 현장 소장들이 밥과 술을 사먹이고 거마비조로 얼마씩 준다. 받아서 안 되는 것인데도 관행으로 진행되고 있다. 이런 부분이 지금도 그럴 소지가 충분히 있다.

-일반 국민들은 공무원이라고 하면 철밥통에, 칼퇴근에, 편법으로 시간 외 수당까지 챙기면서 이제 노동3권까지 달라고 타령하느냐고 하는데.

조금 좋은 직장 다니면 노조해서는 안 되는 건가. 우리가 노동자라고 느끼는 순간 노조를 결성할 권리를 가져야 한다. 노조라고 하면 무조건 핍박하는 분위기와 공무원은 배부른 놈들이라는 인식 자체가 잘못돼 있기도 하다. "지난 해 폭설 때 주민들이 공무원 노조 사람만 와달라 했다"





-그런 부정적 인식을 바꾸기 위해 얼마나 노력했나.
사실 우리 존재 자체를 인정 받지 못하는 상황에서 우리가 한 노력을 알면 놀랄 것이다. 먼저 공무원 조직 내의 수직적 문화를 수평적으로 바꿨다. 장기적으로 국민들에 대한 서비스가 높아진다. 공무원노조 조합원들이 14만명이다 보니 지도부 생각대로 다 움직이지 않는 것은 사실이다. (자신이 입고 있던 공무원노조 단체 조끼를 가리키며) 하지만 노조원들이 이 조끼를 입으면 태도가 달라진다.

단편적 예로 지난 해 3월 중부지역에 폭설이 내린 적이 있다. 그때 재해 복구 사업 때 현장 주민들이 공무원노조에서 온 사람들 외에는 받지 않겠다고 했다. 나도 많이 동원돼 봤지만 재해가 발생하면 공무원들이 업무를 중단하고 재해 복구하러 간다. 오전 9시에 출발해 현장에 가서 한 두 시간 글적거리다 퇴근 시간 맞춰 오후 4,5시정도 되면 돌아간다. 그냥 갔다 왔다는 게 중요하지 얼마나 피해가 복구됐는지 중요하지 않다. 하지만 그때 공무원노조 깃발 꽂고 새벽부터 밤 늦게 까지 성심성의껏 도왔다. 그래서 주민들이 실질적으로 '우리가 다르다'는 것을 느낀 것이다.

그리고 추석과 설 선물 안 주고 안 받기 운동을 펼쳤는데 성과가 꽤 많았다. 2003년 추석 앞두고 경남본부 차원에서 각 기관별로 비리 소문이 자자한 사람들을 대상으로 2,3명씩 골라 공무원노조가 열흘동안 밀착감시했다. 한 군의 건설과장 집 앞에서 3,4일간 잠복근무했다가 선물을 전달한 경우를 포착했다. 어느날 밤 외제차가 탁 와서 서더니 한 사내가 주위 살피고 들어가서 10분쯤 있다가 나오더라. 봉투 같은 걸 전달하고 온 거다. 그 장면을 잡아 언론에 알렸다. 그런 식으로 감시를 한다고 알려지면서 명절 떡값 주고받기가 상당히 줄더라. 업자들도 우리 핑계 대면서 돈을 안 줬다고 전화해서 고마워하더라.

2004년 설 때는 현금 봉투도 잡았다. 도의 출연기관의 한 책임자가 50만원짜리 봉투를 받은 것이다. 그런 식으로 여태까지 다 해왔다는 것 아니냐. 그 뒤로 더 은밀해졌는지는 몰라도 4개 기초단체에서 '다시 이런 일 없도록 하겠다'고 공문을 받기도 했다. 이미 당시 공무원노조 경남본부는 사회적 실체로 자리잡았다. 허성관 전 행자부 장관 때 불법단체로 되면서 신나게 터졌는데 역사가 거꾸로 간 거다.

이것말고도 많다. 지자체에서는 관급공사 수의계약 관련 비리가 제일 많다. 전남 해남군의 우리 지부장은 토목직인데 그런 비리를 막으려고 전자입찰 계약으로 다 바꿨다. 기자도 오늘 처음 듣는 것 많지 않나.

-국민들은 일반 회사에 비해 공무원들이 매우 느슨하게 일한다고 고깝게 본다. 오후 5,6시 되면 바로 칼퇴근하고 정작 할 일들은 안 한다고 불평이 많은데.

공무원들이 사실 욕 들어먹을 일 많이 하는 건 맞다. 하지만 공무원들도 단순 업무보조 역할을 하는 분들 외에는 칼퇴근 안 된다. 민원부서 외에는 거의 못한다. 공무원들도 날밤 새는 경우 많다. 또 겨울에는 산불 감시 때문에 늘 비상 대기한다. 거의 모든 공무원들에 담당 구역이 배정된다. 이 때문에 주말에 친인척 혼사에는 못 가는 게 정형화됐다. 그렇다고 대가를 받는 것도 아니다. 솔직히 산에 불 나면 불 끄러 가는 건 공무원들 밖에 없다. 민간인들은 절대 안 간다. 비상상황 발생하면 그래도 공무원들이 몸 던진다. 내가 경험한 건데 한번은 폭우가 쏟아져 자기 마당에 하수구가 넘쳐났다. 자기 마당이니 일단 급한 처리는 해놓고 연락해야 하는데 현장에 가서 내가 하수구 들어가 치우니 주인은 호주머니에 손 넣고 턱으로 이거 하라, 저거 하라 하더라.

우리 사회가 경제 살리기 위해 공무원을 줄여야 한다고 하는데 우리나라가 OECD 가입국 가운데 공무원 숫자가 제일 적다. 한 행정학 교수가 예전에 '우리 사회 전반이 행정력을 계속 요구하면서 자꾸 자른다. 뭔가 앞뒤가 안 맞다'고 하더라. 언론 보도 때 항상 말미에는 담당 공무원의 묵인 아래, 방치 아래 이렇게 됐다고 한다. 예를 들어, 소방점검 안 했다 하는데 실제로는 소방안전점검을 할 수 있는 인력이 없다. 위생담당 공무원이 위생업소 점검을 안 했다고 하는데 국민 건강을 보장하기 위해 법을 만들었는데 정작 담당하는 인력이 없다. 사회복지업무가 태부족하다지만 정작 사회복지사들이 태부족이다. 사회복지사 한 명당 1만명을 담당해야 하는데 내부 업무 처리하는 것만 해도 빠듯하다. "부정부패 척결과 공무원 사회 개혁이 우리의 목표"





-공무원노조의 향후 목표가 뭔가.
공무원노조는 공무원의 철밥통을 무쇠솥으로 만들기 위한 조직이 아니다. 우리 목표는 부정부패척결과 공직사회의 개혁이다. 국민들이 공무원노조가 있어 이렇게 공무원사회가 깨끗해지는구나 느끼도록 하겠다. 공익을 위해 내부고발을 감행한 '공익제보자 모임' 등과 함께 부패추방을 위한 여러 가지 활동을 펼치겠다. 공무원 사회 내의 내부고발도 적극적으로 유도할 생각이다. 한국 사회에선 내부고발하면 죽는 것 아니냐. 하지만 그들을 설득해 내부고발을 유도하는 대신 우리가 방패막이가 돼 주겠다.

우리 활동도 중요하지만 권력기관이 바뀌어야 한다. 경남도의 한 기초단체장의 수해복구 공사와 관련한 비리를 공무원이 익명으로 검찰과 경찰, 감사원 등에 고발했는데 아무런 조치가 안 이뤄진다. 오히려 관할 경찰서는 제보 서류에 묻은 지문을 찾아 국립과학수사연구소에 감정을 의뢰해 신원을 확인한 뒤 오히려 제보자를 무고 혐의로 처리하려고 했다. 이 사람이 결국 아예 부패방지위원회에 신고하고 사건을 전면화하자 그제서야 경찰이 멈칫하고 있다. 하지만 문제가 된 단체장의 비리에 대해서는 경찰도, 검찰도 꿈쩍 안 한다. 상당히 구체적인 증거까지 제공을 했는데도 그렇다. 우리가 이런 거꾸로 된 세상에 살고 있다.

우선은 우리의 존재가치를 인정 받기 위해 몸부림칠 것이다. 그러기 위해 공직사회 개혁과 부정부패 척결 목표를 위해 끊임 없이 갈 것이다.

-공무원노조가 공무원들의 이익만 챙기는 조직이기주의로 흐르지 않을까 우려하는 시선도 있는데.

우리가 방향 잘못 잡으면 또 다른 권력으로 자리잡을 수 있다. 내부에서도 그런 걱정이 있다. 결국 조직의 정체성 문제인데, 우리가 끊임없이 갈고 닦아야 한다. 의식적으로 자기를 통제하지 않으면 그렇게 흐를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 스스로 계속 채찍질해야 할 부분이다.

그런 점에서 주위에서도 끊임없이 견제와 비판을 해줘야 한다.
-어떻게 공무원노조 활동을 하게 됐나.
80년에 울산시청에서 공무원 생활을 시작해 나름대로 국가와 민족을 위해 열심히 일했는데 어느 날 돌아보니 내가 국민들을 위해 일하는 게 아니었다. 권력의 끝자리에서 국민을 짓밟는 위치에 있었지 국민을 위한 게 아니었다. 이제 정말 국민을 위해서 일하자고 하는 것이다. 윗사람 눈치보면 일하는 공무원이 대다수다. 정책이 잘못됐다 싶어도 기관장 말이 곧 법이기 때문에 내부에서 문제 제기를 못한다. 공무원노조가 국민들 눈 높이에서 견제하고 비판하자는 것이다. 이런 것들이 총화되면 국민들이 훨씬 더 편하게 살 수 있지 않겠나.

-가족들의 걱정이 많지 않나.
아내는 벌써 나를 포기했다. 같은 조합원이어서 이해하는 편이지만…초등학교와 중학교에 다니는 두 아이들에게는 내가 뭐 하는지 늘 쉬쉬해왔다. 몇 달 씩 집을 비우기 때문에 아이들에게 미안할 따름이다.
by 선대인 2008. 9. 4. 16: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