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정부의 ‘낙하산 인사’로 내려온 구본홍 <와이티엔>(YTN) 사장이 9월 1일 단행한 인사발령을 두고 YTN 노조는 ‘낙하산 사장’의 인사를 받아들일 수 없다며 비상 총회를 열어 파업에 돌입할 태세입니다. 또한 사원 인사를 받은 노조원들이 기존 소속부서에서 근무를 계속하는, 한국 언론사상 초유의 사태가 벌어지고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 YTN의 간판 프로그램중 하나인 '돌발영상'이 불방될 위기에 처했다고 합니다. 구본흥 사장이 1일 징계성 사원 인사를 단행하면서 그저께까지 YTN에서 돌발영상을 진행하고 있던 임장혁 '돌발영상팀' 팀장을 뉴스팀 사회 1부로 발령을 냈기 때문입니다. YTN 노조원의 말에 따르면, 임팀장은 그동안 '낙하산 인사'에 대해 강력히 반대했던 사람 가운데 한 명이었다고 합니다. 그런 구사장이 임 팀장을 징계대상으로 삼으면서, 돌발영상까지 폐지하려는 수순으로 가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나옵니다.

이처럼 YTN 상황이 급박해지고 있는 가운데, 공정방송이라는 소명의식으로 똘똘 뭉친 ‘정의의 기자들’도 많습니다. 아래에는 이번 YTN사태에서 언론인의 정의와 양심이 무엇인지를 보여주는 YTN 기자 세 분의 글을 소개합니다. 먼저 9월 2일 오후 임장혁 돌발영상 팀장이 ‘돌발영상을 어떻게 해야겠냐’는 제목으로 사내게시판에 직접 띄운 글을 소개합니다. 이어 국제부 신웅진기자(베스트셀러 ‘바보처럼 공부하고 천재처럼 꿈꿔라’의 저자입니다)의 글을 소개합니다. 그리고 최근까지 서울시청에 출입하다 현재 뉴스제작팀에 근무하는 김수진 기자가 김광수경제연구소포럼(http://cafe.daum.net/kseriforum )에 띄운 ‘저희 YTN은 40일 넘게 싸우고 있습니다'라는 글을 소개합니다. 김기자의 글은 8월28일에 쓴 것이지만, 그동안 YTN사태의 진행과정을 잘 정리하고 있어 그동안 사정을 잘 모르시는 분들은 김기자의 글부터 읽는 것도 좋겠습니다.

   

YTN 돌발영상팀장의 글-'돌발영상을 어떻게 해야 합니까"

 

1. 오늘 아침 상황

 4년 가까이 해오던 대로 오늘 오전 방송분을 편집하고 런다운(*구체적인 방송 내용 시나리오에 해당한다고 하네요. 좀더 잘 아시는 분은 댓글에 좀 달아주시면 좋겠습니다-퍼나른이의 주)과 자막 작성을 위해 뉴시스(*통신사 이름이 아니라 YTN사내의 프로그램 제작 시스템이라고 합니다-퍼나른이의 주)를 열었습니다. 그제서야 제가 어제 저녁 돌발영상팀에서 사회1부로 발령났다는 사실이 새삼 실감이 됐습니다. 저녁에 인사 내고 바로 다음날 아침 런다운 작성권을 없애버린 사측의 순발력에 감탄할 따름이었습니다. 촉박한 방송시간에 맞추기 위해 부랴부랴 후배의 아이디를 빌려 자막을 쓰고 녹화를 해야 했던 제 신세에 개탄할 따름이었습니다.


2.지금까지의 돌발영상

돌발영상은 현재 저를 포함한 3명의 기자가 하루 1꼭지씩을 맡아 3꼭지를 제작해 광고를 붙여 10분 내외의 일일 프로그램으로 방송하고 있습니다. 물론 소재가 없거나 1명이 휴가 등으로 결원될 경우 2꼭지씩 나가는 경우도 있습니다.

우리가, 혹은 시청자들이 머리 속에 넣고 있는 ‘돌발영상’의 개념은 아직까지는 3꼭지 프로그램이 아닌, 5년여 전 출범한 3분짜리 단일 돌발영상입니다. 이 3분짜리 돌발영상은 거의 전적으로 제가 맡아서 해 왔고, ‘오늘 문득’이나 ‘돌발사전’ 등 다른 두 꼭지는 함께 있는 후배 기자들이 제작했습니다.

제가 도맡아 제작한 돌발영상은 2003년 노종면 선배가 시작해 2005년 가을 제가 넘겨받아 지금까지 이어져 온 만큼, 단 한차례만 제작자가 바뀐 셈입니다. 당시 인수인계 과정은 넉달이 조금 넘었습니다. 그리고 당시 인사는 돌발영상 제작의 연속성과 효율성을 위해 인사권자와 돌발영상팀의 충분한 사전 조율을 거쳤고, 이후에도 후배기자들의 인사나 AD,작가들의 신규채용 등도 한달 정도의 여유를 두고 돌발영상팀의 의견을 반영해 이뤄져 왔습니다.


3. 지금의 돌발영상

그런데 이번 회사의 한 축이 사장으로 인정하지 않는 사람에 의해 이뤄진 갑작스런 인사는 아무런 인수인계 과정없이 하루아침에 이뤄졌고 제 자리에 오도록 발령난 다른 기자는 돌발영상에 대해 누구에게서도, 어떤 말도 들은 적이 없는 상황이며, 저는 런다운 작성권 마저 빼앗겼습니다. 그리고 인사를 거부할 경우(이대로 계속 돌발영상을 만들 경우) 징계할 것이라는 경고만 있을 뿐입니다.

현 상태라면 아무리 훌륭하고 뛰어난 기자가 제 자리에 대신 오더라도, 그 기자의 능력과는 전혀 상관없이 최소한 한 달 이상은 불방사태가 뻔합니다. 이런 사정을 뻔히 아는 몇몇 간부들이 불방 사태를 감수하고라도 구씨를 안착시키기위해 인사를 강행한 무책임함에 참으로 개탄합니다.

“오늘 누구와 식사를 했는데, 돌발영상 얘기 밖에 안 하더라”“모 인사가 돌발영상 팬이라더라”“돌발영상은 YTN 간판이다”라는 말로 격려를 하시던 간부 선배들의 말씀이 불과 두세달 전입니다. 그런 분들이 구씨 한 명을 위해 돌발영상 불방을 결정한 것입니다.

물론 돌발영상은 한동안 문을 내려도 문제없을 만큼 YTN 내에서 별 것 아닌 것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많은 시청자와 타 언론사에서는 돌발영상을 애청하거나 주목하고 있습니다.

주주총회장에 가려고 집단으로 연차휴가 내서 하루 불방시킨 놈이 무슨 자격으로 불방사태 운운하냐고 비난하실 간부들도 계실 겁니다. 당시 일에 대해서는 신중치 못했다는 지적을 겸허히 수용하면서, 한편으로는 프로그램 제작권이 침해받는 지금의 사태를 어느정도 예견한 나름대로의 투쟁이었다고 변명, 또는 해명하고 싶습니다.

 

4. 앞으로의 돌발영상

저는 이번 인사의 물리적 결과가 될 수 있는 ‘불방사태’ 보다는 그 ‘의도성’에 더 주목합니다. 앞서 말한대로 인사에 개입한 간부들은 돌발영상 불방사태를 뻔히 예견했을 겁니다. 그런 줄 알면서도 자발적으로 돌발영상을 인사대상에 넣지는 않았을 겁니다.

구본홍씨의 지시가 없이는 불가능하다고 판단합니다. ‘돌발영상 불방을 감수하고라도’가 아닌, ‘이제 돌발영상을 하지 말라’는 의도가 분명해 보입니다. 몇 달의 인수인계가 필요한 자리를 기습 교체하고, 몇 시간도 안돼 런다운 작성권을 빼앗고, 인사에 따르지 않으면 징계하겠다는 것은 ‘돌발영상을 없애겠다’는 것입니다. YTN에 굴러온 돌을 통한 정권 차원의 돌발영상 폐지 수순이라고 해석합니다.

 

5. 더 먼 미래의 돌발영상을 위해

 ‘마이너리티 리포트’를 불방시켰던 보도국장을 거세게 비난하며 돌발팀에 밥 사줍시다라고 외치셨던 한 심의위원님과, 주주총회 참석을 위해 연차를 내고 돌발영상을 하루 불방시킨 일에 대해 엄한 채찍질을 가하셨던 많은 부장급 선배들께 묻습니다.
-돌발영상이 당장 펑크가 나는 마당에, 저는 구씨의 인사지침에 따라 사회1부로 조용히 가 있어야 하는게 맞습니까?

구본홍씨를 받더라도 공정방송 약속만 확고히 받아내면 되지 않냐고 말씀하시는 선후배들께 묻습니다.
-부팀장 인사는 실국 자율에 맡긴다고 한 다음날 부팀장 인사를 단행하고, YTN 조직의 안정과 건강성을 위한다면서 정치, 경제 등 주요 취재부서를 겨냥한 보복성 인사를 단행하고, 돌발영상과 별의별 뉴스 등의 특화코너를 키우겠다면서 돌발영상 불방을 강요하는 구씨의 지금 행태는 이미 공정방송을 크게 침해되고 있는 것 아닙니까? 이런 인사에게 받은 약속이 언제까지나 지켜질 것이라 믿어야 합니까?

정권과 싸우자는 얘기냐며 노조의 비현실적인 투쟁이 회사를 망치고 있다고 걱정하시는 사우들께 묻습니다.
-정권과 구씨에게 항복한 뒤, 지금과 같은 줄세우기로 길들여지며, 지금과 같은 구씨의 어떠한 인사횡포와 전횡에도 아무말 못하고, 그저 시키는 일만 적당히, 옆에서 아무리 부당한 일이 일어나도 조용히, '내 일 처럼' 적극적으로 해왔던 뉴스를 이제는 ‘사고없이, 찍히지 않게’ 조심조심 소극적으로...이런 조직이 정권과 싸우는 상황보다 훨씬 나은 걸까요?

돌발영상의 방송을 유지시켜야 할 사측은 ‘인사 거부에 따른 징계’를 내세워 돌발영상 불방을 강요하는 반면, 낙하산 반대 투쟁을 위해 제작거부를 수단으로 삼을 수도 있는 저는 ‘징계를 감수하고’ 방송을 해야 하는 기가 막힌 상황입니다.

사측과 선배들의 지시에 의거한다면, 오늘 방송된 돌발영상 프로그램은 회사의 지시를 어기고 제작한 사규위반 방송이 되며 저의 사규위반 방송을 위해 부조작업을 하신 스탭들과 사규위반 방송을 송출한 주조정실은 본의아니게 사규위반에 동참하신 셈입니다.

청와대에서 내려보낸 대선특보 출신에 의해 이뤄지고 있는 이런 상황을 개탄만 하고 있지는 않겠습니다. 이미 돌발영상팀 3명 전원이 징계 심의 대상자 명단에 포함되고, 저를 포함한 두 명이 고소장에도 이름이 오른 마당입니다. 저는 지금까지보다 더욱 더 적극적으로 싸울 것입니다.

 

국제부 신웅진 기자의 글-<나도 처벌하시오 !>

 

6명 고소, 그리고 76명 징계 심의.

나름 전략적으로 선택한 명단이겠지요. 딱 그 숫자만큼만 회사에 항명한 것이라 믿고 싶겠죠.그들만 처벌하면 항복할 것으로 생각했나요? 물론 심의 과정에서 숫자는 더 줄겠죠.

 제 이름이 명단에 빠진 것에 대해서는 일단 감사합니다. 그래도 저를 예쁘게 봐주신 거니까요. 하지만 그런 혜택(?) 사양하겠습니다. 같은 편이 아니니 저도 잡아가세요. 명석한 분들께서 혹시 실수로 빠뜨린 것은 아니겠죠? 나름대로 채증을 하셨다면 잘 살펴보세요.

저 역시 많은 노조원들과 더불어 주주총회를 저지하려 했고 사장실을 점거한 채 구호도 외쳤으니 말이죠. 공정방송을 위해 싸우는 노조원들은 훨씬 많답니다. 명단에서 빠지면 회사편이 될 거라는 착각은 말아주세요.

부당한 인사가 난 뒤 소집된 비상총회에 100명가량이 모였다고요. 그 숫자가 적어 보였나요? 그 숫자가 전부로 보였나요? 그 뒤에 어린 더 크고 많은 분노를 보지 못했나요?

저 자신은 개인 사정으로 참석하지 못했지만 밖에서나마 내내 치를 떨어야 했습니다. 현상과 본질을 동시에 꿰뚫어야 한다고 힘주어 말하던 선배들은 다 어디 갔나요? 그나마 보이는 것도 믿고 싶지 않았던 거겠죠.

저 자신 그동안 노조게시판에 눈도장만 찍고 그저 조용히 노조의 지침만 따랐습니다. 하지만 더는 침묵하지 않겠습니다. 살아남은 자의 슬픔이 어떤 것이라는 것을 알기에 나머지 조합원 동지들도 이대로 묵과하지 않을 것이라 믿습니다.

부팀장 선배들에게 한 번 더 호소합니다. 옳은 것을 위해 이제는 제발 행동해 주세요. 달갑지는 않겠지만 누구에게나 퇴직의 순간은 옵니다. 지난날을 돌이켜 후회할 일을 남기지 말아야죠.

언론인이란 무엇보다 명예를 먹고사는 사람들 아닙니까? 감히 조언합니다. 제가 입사했던 94년,,, 대한민국 언론의 새로운 역사를 쓰겠다며 수송동 사옥으로 모여들었던 선배들은 정말 큰 사람들이었죠. 제가 잘못 본 거였나요? 그렇게 믿고 싶지 않습니다.

MB 특보출신 구본홍씨를 위해 그동안의 자존심과 신념을 버릴 건가요? 저는 그렇게 할 수 없습니다.

 

   

뉴스제작팀 김수진 기자의 글-저희 YTN은 40일 넘게 싸우고 있습니다

 

 저는  YTN에서 일하고 있는 6년차 기자입니다. 저희 회사 노조가 날치기 주총에서 사장으로 선임된 구본홍 출근 저지에 나선지가 벌써 40일이 넘었습니다. 그동안 여러가지 우여곡절이 있었고 꽤 질기게 버텼습니다. 그런데 이제는 정권이 급해졌는지 참 치졸한 방식으로 협박을 해옵니다. 울화통이 터져서 이 밤중에 컴퓨터 앞에 앉았습니다.

YTN은 그동안 목숨처럼 지켜온 365일 24시간 생방송 뉴스를 멈출지도 모릅니다. 수습 기자때 귀가 따갑도록 듣던 말이 '보도는 신속 정확 공정해야 한다'는 거였습니다. 그리고 그중에 가장 중요한 것은 공정성이라고요.

공정성을 잃으면 기사는 가치를 잃게 됩니다. 언론은 선출된 권력은 아니지만 국민을 대변해 취재하는 것이고 언제나 그 점을 명심해야 한다고 그렇게 배웠고 잘 지키려고 노력했습니다. (혹시 그렇지 못한 사례가 있었다면 정말 죄송합니다. 공정방송을 하지 못한 경우가 있었더라도 늘 노력하고 있습니다)

저희 와이티엔 사원들은 '공정방송' 그 한가지를 지키기 위해 40일이 넘도록 싸우고 있습니다. 직원이라고 해봐야 몇 백명밖에 안되는 작은 회산데 임명 받고도 이렇게 오래 출근도 못하게 될 줄은 구씨도 몰랐을 겁니다.

이제 저희 투쟁도 기로에 서있습니다. 혹자는 말합니다. "KBS도 이제 정리됐는데 너네도 이제 곧 상황 끝나겠구나. 어차피 주총에서도 통과돼 절차적으로 하자가 없는 사장인데

구본홍을 그냥 받아들이고 공정방송 하겠다는 약속을 받으면 되는 것 아니냐." 그러나 구본홍씨가 절대 정권에서 자유롭지 못하고 공정방송에도 관심이 없다는 증거가 지난 40여일간의 투쟁 과정에서 점차 드러나더군요.

구씨는 태생적으로 이명박 대선캠프 언론특보라는 한계를 지니고있는 사람입니다. 이명박 정부가 하고자 하는 신문과 방송의 겸영 그 최전선에 설 사람입니다. 신문 시장 여건이 나빠지면서 방송으로 진출하려고 하는 보수지에 방송을 먹이로 던져주려 하는 게 이명박 정부의 목표입니다.

물론 보수지는 보수신문으로서의 역할이 있겠죠. 같은 언론인으로서 보수신문의 존재를 인정합니다. 그러나 와이티엔이 보수신문에 먹힌다면 더이상 와이티엔은 와이티엔이 아닙니다. 방송은 그나마 지키고 있던 최소한의 중립성마저도 완전히 잃게 됩니다.

사장이 되면 절대로 보도에 관여하지 않고 경영만 하겠다던 구씨는 최근에 보도국의 독립성을 완전히 짓밟는 인사를 했습니다. 정치 경제 사회 등 각 부팀장을 싸그리 바꾸는 인사를 낸것이죠. 원래 언론사에서는 보통 보도국장이 부팀장 인사를 합니다. 와이티엔은 현재 보도국장이 공석인데, 그 와중에 바뀐 지 4개월밖에 안 된 부팀장을 모두 바꾼 것이죠.회사 사정도 모르는 구씨가 인사들을 알리 없습니다. 구씨 쪽에 줄을 선 몇몇 간부들 말만 듣고

엉터리 인사를 했습니다. 앞으로 보도국장을 뽑아야 하는데, 완전 허수아비 예스맨으로 만들겠다는 얘깁니다.저희 사원들은 인정할 수 없는 구씨가 낸 인사를 받아들이지 않고 부장의 업무 지시를 모두 거부하고 있습니다. 그냥 부장을 무시하고 알아서 일하고 있죠. 이제 곧 사원 인사를 한다고 합니다. 사실 사원 인사 역시 우리가 거부할 것이기 때문에 이를 빌미로 징계를 하겠다는 계획입니다. 징계를 하면 저희를 와해시킬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는 걸까요.

 며칠 전에는 회사에 출근을 못하게 해서 월급 결재를 못했으니 월급을 못 받아도 원망하지 말라는 황당한 소리를 했습니다. 아시다시피 출근 저지 투쟁은 40일이 넘었지만 지난 달에도 구씨가 회사에 못 들어왔어도 월급은 꼬박꼬박 잘 나왔습니다. '월급 장난'에 화가난 노조원들이 더 똘똘 뭉치자 이번에는 공중파 수준으로 월급을 올려주겠다고 당근을 내밀더군요. 저희도 생활인인데 가끔 그런 말에 솔깃할 때도 있죠. 그러나 돈만을 바란다면 그냥 샐러리맨을 했지 왜 기자가 됐겠습니까. 구본홍이 그만한 돈을 벌어올 인물도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저희가 원하는 건 오직 공정한 보도를 위한 환경 뿐입니다.

구본홍씨는 자기 권력욕에 눈이 벌개서 이런 온갖 치사한 방법을 써서라도 자리에 앉고 싶은 생각 뿐이지 공정방송에는 관심이 없습니다. 당연히 정권의 입김에 맞서서 외압을 막아줄 리 없을 거라고 예상됩니다.

 만약 회사가 사원 인사를 내고 이걸 빌미로 징계절차에 들어가면 와이티엔 노조도 파업 수순을 밟을 겁니다. 93년에 회사가 세워진 이후로 저희는 단 한 차례도 파업을 한 적이 없습니다. 심지어 외환 위기때 육개월동안이나 월급을 못 받았어도 바보처럼 참으면서 버틴 선배들이 살린 게 와이티엔입니다.

와이티엔 노조는 외환위기때 사실상 사측이 경영을 포기했을 때 생겨나 '경영하는 노조'의 성격이 강합니다. 그동안 임단협 등에서 임금 인상등을 이유로 파업하거나 파업을 조건으로 건 적 조차 없습니다.

지난 15년동안 일년 365일 중 단 하루도, 아니 일분 일초도 생방송을 멈춘 적 없는 그런 저희가, 매일 출근 저지한다고 새벽부터 회사에 모여 집회하면서도 생방송을 멈추지 않기 위해 기술 스텝들은 돌아가면서 집회에 나오고, 기자들은 집회하는 틈틈이 출입처 나가고 기사쓰고, 일하면서 투쟁하면서 그렇게 목숨처럼 지켜온 24시간 뉴스를 멈출지도 모릅니다.

파업을 하면 사측은 임단협 사안이 아니니 불법 파업으로 규정하고 노조원들을 사법 처리하겠다는 수순을 밟겠죠. 공정방송하겠다는 기자들을 감옥에 쳐넣어서라도 자기네 입맛에 맞는 언론사를 만들겠다는게 이 정부의 본색입니다.

써놓고 보니 그동안 내가 얼마나 공정한 보도를 하려고 노력했는지 다시 한 번 반성하게 됩니다만, 혹시라도 이 글을 본 회원 여러분들이 공감해 주시고 와이티엔을 응원해 주신다면 큰 힘이 날 것 같습니다.

(사족: 잠시 저희 회사의 소유 구조 설명을 위해 덧붙이자면 오늘은 신재민 문화체육관광부 제2차관까지 갑자기 뜬금없이 와이티엔 주식 매각을 언급했더군요. 사실 차관이 우리 회사 얘기를 언급하는 것부터가 웃기죠. 신차관은 YTN 사장에 대해서 와이티엔은 주식회사니까 이사회에 물어보라고 했었는데 자기 말을 뒤집고 또 말을 꺼낸겁니다. YTN 대주주는 한전 KDN, KT&G, 우리은행, 한국마사회, 미래에셋 등이고 이들 주식이 50% 이상을 차지합니다. 대부분이 공기업이니 간접적으로 공기업 성격이 있지만 주인은 없는 게 YTN이고 그래서 그나마 그동안 공정방송을 지키려는 데 많은 도움이 됐습니다. 신 차관은 정부가 YTN 보유 주식을 모두 매각할 것이며 이미 일부를 시장에서 팔았다고 말했습니다. 공기업 협박해서 저희 회사를 민영화 시켜버리겠다는 협박인 거죠. 급하긴 급했나 봅니다.)

 

by 선대인 2008. 9. 3. 12:05

최근 언론보도에 의하면, 조중동 3개 신문사가 지난 1일 인터넷 포털인 미디어다음에 제공하던 뉴스공급을 오는 5일 중단하겠다고 구두 통보했다고 합니다. 하고 싶은 말은 많지만 이번 조치가 다음과 조중동에 가져올 충격에 대해서만 짧게 한 번 정리해보고자 합니다.

우선 다음에 미칠 충격에 대해 살펴보겠습니다.
결론부터 말하면, 단기적으로는 충격 미미, 중장기적으로는 상황에 따라 다음에 득이 될 수도, 실이 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제가 알기로 네이버와 다음에 뉴스 컨텐츠를 공급하는 CP(컨텐츠 프로바이더)는 60~70개 내외입니다. 이 가운데 3개 신문이 전체 조회수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0%를 넘지 않을 겁니다.

3개 신문이 빠진다고 하더라도 빈 자리를 채울 컨텐츠가 부족하지는 않을 겁니다.따라서 조중동 기사 공급 중단으로 주는 조회수 비중은 기껏해야 전체의 1~2%정도에 불과할 겁니다.
 
하지만 기간이 길어지면 쉽게 판단하기 어렵습니다. 가장 좁게는 인터넷 포털간 대응, 그중 네이버와 다음의 대응, 그리고 조중동의 향후 대응, 이를 둘러싼 언론 및 정치 사회적 환경에 따라 충격파가 달라질 겁니다.

예를 들어, 당장 다음에서 조중동 컨텐츠가 빠질 경우, 어쨌든 '뉴스 백화점'으로서 뉴스 포털의 위상 측면에서는 다음이 네이버에 비해 열세에 놓이는 게 사실입니다. 아무래도 다양한 시각을 고루 접하려는 뉴스 소비자 입장에서는 모든 것을 볼 수 있는 네이버로 옮겨갈 수도 있겠지요.


하지만, 조중동의 컨텐츠 공급 중단을 계기로 다음과 네이버의 사용자층이 정치성향별로 상당히 분화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지금까지 포털들은 최대한 많은 사용자를 끌어들이기 위해 정치색을 거의 드러내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이번 촛불집회 사태로 아고라 등을 통해 다음에 상대적으로 개혁적 성향 사용자층이 늘게 된 상황이 조중동의 이번 조치를 계기로 확대 증폭될 수도 있다고 봅니다. 조중동이 다음에만 기사를 공급하지 않음으로써, 일반 사용자들에게 다음과 네이버의 성향을 구분짓게 만들어 버리는 효과를 가져올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런 가운데 정국상황에 따라 상대적으로 네티즌들의 개혁성이 강화되고, 이들이 다음으로 몰린다면 다음에게 유리해질 수도 있다고 봅니다.

종합하면, 쉽게 예단하기는 어렵지만 조중동의 기사 공급 중단 조치 그 자체만으로는 다음이 극복하기 힘든 충격을 겪는 경우는 없을 것으로 판단됩니다.


반면 조중동은 이번 조치로 오히려 영향력이 위축될 수 있습니다.
조중동은 정치성향의 차별화는 이루었지만, 기사 품질의 차별화는 거의 이루지 못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오늘날 조중동 기사의 상당 부분이 포털을 통해 소비된다고 보면 됩니다. 과거 신문이 뉴스 컨텐츠의 생산과 유통을 전부 맡았지만, 이제 유통의 상당 부분이 포털에 이전됐기 때문이죠.
얼마전 한국언론재단 조사 자료를 보니 96년 70%에 이르던 신문 구독률이 올해 34%대로 떨어졌더군요. 그만큼 종이 신문 형태의 뉴스 소비가 급격히 줄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전체 뉴스 포털 시장에서 점유율이 40%가 넘는 다음을 포기할 경우 조중동의 대중 접점은 그만큼 크게 줄어든다고 볼 수 있습니다. 조중동의 영향력은 대중 전달력과 비례한다고 할 때 조중동의 이같은 조치가 그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까요? 보나마나 그들의 영향력이 줄어드는 것을 피부로 느끼게 될 겁니다.


따라서 이번 조치는 조중동이 한 순간 열 받아서 화풀이식으로 저지른 자충수에 가깝다고 봅니다. 상대에 주는 피해보다 자신들에게 돌아오는 피해가 돌아오는 피해가 더 크다는 것을 모른 상태에서 말이죠.

비유하자면, 옆을 지나간 위압적인 덤프트럭에 화가 난 티코 운전자가 홧김에 덤프트럭 뒤를 들이받는 경우라고 해야 할까요? 시간이 지나면서 조중동은 어느 순간 피해를 실감하게 되겠지요. 이런 때에 다음이 '죄수의 딜레마' 상황을 이용, 어느 한 신문의 컨텐츠만 꽤 비싼 값으로 사겠다고 제의하면 어떻게 될까요? 비교적 손쉽게 조중동 동맹을 깨뜨릴 수도 있게 될 겁니다.


여기까지라면 해피하겠지만, 문제는 조중동의 압박과 위협이 여기에서 끝이 안날 것 같다는 겁니다. 정권과 유착돼 있는 이들 신문이 '시장의 힘'과 상관없이 방통위와 지식경제부 등을 동원해 다음 등 포털들을 지속적으로 압박하는 조치들을 계속할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 그럴 경우 다음이 그 압박을 이기지 못하고 굴복, 타협할 수도 있겠지요. 그럴 경우엔 어떻게 될지 판단하기 어렵군요.

다만 다음이 정부와 조중동의 압박을 견뎌낼 수 있을지 여부는 일정 부분 네티즌들의 대응에도 달려 있다고 봅니다. 다음이 지금까지 지적돼온 일부 부정적 측면은 극복할 수 있도록 채찍질하더라도 기득권 언론과 정부의 부당한 횡포로부터 ‘온라인 여론 광장’을 지키고 잘 가꾸는 것 또한 민주 시민의 책무와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 어쨌든 사태의 진전을 계속 주시해야 할 사안인 것 같습니다. 짧게 쓴다고 해놓고 쓰다 보니 길어졌네요.
 
참고로, 얼마 전 메이저 신문사에 있는 한 선배를 만나 들어보니 광고 매출이 연초 대비 약 3분의 1로 줄었다고 하더군요. 실제로는 경기 침체의 영향이 클 텐데, '조중동 광고 기업 압박 운동'이 어쨌든 기업들이 광고를 줄일 수 있는 좋은 핑계거리를 마련해준 건 사실인 것 같습니다. 그나저나 그 선배는 광고주 압박 운동을 벌이는 네티즌들을 '좌파' '빨갱이 무리' 등으로 욕하더군요. 예전에는 꽤 합리적인 선배였는데, 이번에 만났을 때는 상당한 거리감이 느껴지더군요. 참, 서글픈 현실이 아닐 수 없었습니다.

by 선대인 2008. 9. 3. 01:28

최근 강남을 위시해 소위 ‘버블 세븐’ 지역 집값의 하락세가 완연해지자 대세 하락이냐 일시 조정기냐에 대한 판단이 엇갈리고 있다. 물론 누구도 100% 확신을 갖고 말하기 어렵겠지만, 필자는 크게 다섯 가지 이유를 들어 (굳이 꼽자면 다른 요인들이 더 있지만) 집값이 대세하락기에 접어들었다고 판단한다.

그 다섯 가지는 아래와 같다.

1. 세계 경제의 동조화 현상: 주가처럼 세계 각국의 집값도 같은 방향으로 움직인다.

2. 주택 공급 초과: 수도권의 주택 공급량은 실질적으로 공급 초과 상태다.

3. 낮은 투자수익률: 연간 10% 이상 오르지 않으면 주택 투자는 오히려 손해다.

4. 투기 심리의 위축: 투기 심리로 오른 집값은 투기 심리가 위축되면 꺼진다.

5. 경기 침체와 시중 금리 상승: 주택을 살 실탄이 떨어진다.

 

하지만 집값 상승 요인이 완전히 없어진 것은 아니다. 필자는 국지적인 개발 호재를 논외로 할 경우 크게 두 가지 요인이 있다고 생각한다. 우선, 현 정권이 경기 침체를 빌미로 강력한 건설경기 부양책 및 집값 부양책을 쓸 경우다. 하지만 최근 정부의 강남 재건축 규제 완화 방침 이후에도 이들 지역의 매수세가 거의 없다는 점을 볼 때 정부의 ‘집값 부양책’도 시장의 힘을 이기기 힘든 상황에 왔다고 판단된다. 두번째 집값 불안 요인은 강북의 뉴타운 지역을 중심으로 한 소형 평형의 수급 불균형이다. 하지만 강북 뉴타운 거주 주민의 70~80%가량이 세입자이므로 이 지역의 집값 불안은 주로 전세난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또한 집값이 뛴다 해도 국지적 현상에 그칠 공산이 크며, 전체 주택시장의 흐름을 좌우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결국 전체적 상황을 종합할 때 집값은 앞으로 상당 기간 하향곡선을 그릴 가능성이 높다. 물론 그 과정에서 단기적으로 등락이 있을 수 있지만 말이다.

 

*집값 대세하락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필자가 7월15일자로 다음 블로거뉴스에 띄운 글(http://bloggernews.media.daum.net/news/1476151)을 참고하기 바란다.

 

이런 상황에서 주변에서는 ‘지금이라도 집을 사야 하는지’ 또는 ‘더 늦기 전에 집을 팔아야 하는지’ 묻는 사람들이 더러 있다. 모두 집값이 불안한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이 질문에 대해 100% 확신을 갖고 이야기하는 사람들은 사기꾼이거나 자신의 장삿속 또는 이해관계 때문일 가능성이 높다. 그동안 소위 부동산 재테크 전문가라는 사람들이 각광을 받았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가능하면 그들의 말을 믿지 말라는 것이다. 그들은 자신들의 이해관계 때문에 집값이 오르는 방향으로, 집을 사게 하는 방향으로 유도할 가능성이 많다. 그들은 이해관계뿐만 아니라 전문성 측면에서도 문제가 많다. 많은 경우 이들 부동산 재테크 전문가들은 부동산시장의 국지적 개발 정보와 개발 절차에 따른 집값 상승 패턴을 이용해 주택 투자 또는 투기를 부추기는 사람들이다. 하지만 이들은 비유하자면 나무는 보되 숲은 보지 못하는 사람들이다. 내가 만나본 이들은 부동산시장의 전반적 흐름과 이를 둘러싼 거시경제 흐름에 대해서는 대체로 무지했다. 필자에게 오히려 “최근의 스태그플레이션이 부동산시장에는 어떤 영향을 미칠까요?”라며 물어보곤 한다. 집값 상승이 지속될 땐 그들의 조언을 듣는 것이 크게 위험하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집값 버블이 언제 터질지 모르는 불안한 시기에 그들의 말을 듣는 것은 모험에 가깝다. 미국에서 서브프라임론 사태가 터지기 직전 미국 내 한인 부동산 브로커의 말을 듣고 대규모 부동산 투자를 감행한 경우가 그렇다. 2006년말에서 2007년 상반기에 미국 부동산에 투자해 상투를 잡은 사람들의 피해는 매우 크다. 필자가 아는 사람의 경우 30만 달러를 선금(downpayment)으로 넣고 모기지 대출을 받아 80만달러에 집을 샀다가 나중에 집값 폭락으로 모기지 대출금을 갚지 못하자 결국 집을 은행에 처분하고 빚 청산을 하기도 했다. 그 사람은 모두 35만 달러의 손실을 입었다. 이처럼 버블의 정점에서 잘못 투자했다가는 낭패를 보기 십상이다.

 

따라서 필자가 지금처럼 버블 붕괴의 언저리에 있는 현 국면에서 해줄 수 있는 조언은 가급적 새로운 부동산 투자를 하지 말라는 것이다. 특히 언젠가는 부동산이 다시 오를 것이라는 환상을 여전히 갖고 있는 이들이 있다면 그 환상에서 깨어나라고 주문하고 싶다. 10여년전 일본의 사례와 지금의 미국 사례가 보여주듯이 부동산 거품은 언젠가는 깨지며, 한국도 부동산 거품이 꺼지고 있는 중임을 명심하라는 것이다.

 

이제는 집에 대해 투기자가 아닌 생활인의 시각을 회복해야 한다. 2000년대 들어 집값이 급등하고 이 과정에서 돈을 번 사람들이 많아지다 보니 많은 이들에게 집은 삶의 보금자리라기보다는 투자 대상이 돼버렸다. 많은 이들이 증시에서 주식을 사고팔듯이 집을 거래한 것이다. 하지만 이제는 주택에 대해 주거공간이라는 본연의 가치로 바라볼 시점이 됐다. 안정된 생활을 영위할 주거공간으로서의 주택을 생각한다면, 지금 거품이 잔뜩 낀 집을 사는 것은 금물이다. 더구나 무주택자가 은행 부채 등을 잔뜩 지고 지금 집을 사려는 것은 정말 위험천만하다. 단기적 투자 개념이 아니라 10년 정도 단위의 중장기적 재무설계 관점에서 판단해보라. 예를 들어, 당신이 30대 중후반의 무주택자라고 해보자. 무리하게 주택 투자를 통해 돈을 벌겠다는 생각이 아니라면 이 세대의 사람이 안정된 노후기반으로 집이 필요한 시기는 10여년 후인 50세 무렵이라고 할 수 있다. 한국의 집값 거품 붕괴가 과거 90년대초의 패턴을 따른다면 7~8년간의 집값 하락 시기를 예상할 수 있다. 집값은 90년초의 정점 대비 실질적으로 절반 아래로 떨어지기도 했다. 향후 10여년 사이에도 집값이 사실상 반토막 나는 시점이 올 가능성이 높다. 지금 차곡차곡 돈을 모았다가 충분히 집값 거품이 걷힌 시기에 자신의 경제력에 맞는 집을 사라.

 

반면 집값이 금방이라도 다시 오를 것 같은 환상을 갖고 무리하게 은행 대출을 일으켜 집을 샀다고 생각해보자. 그리고 똑같은 집값 거품 붕괴 현상이 발생한다고 해보자. 이런 경우 당신은 거품이 잔뜩 낀 집을 사서 매년 세금을 내고 은행 이자를 내느라 쪼들리게 될 것이다. 더구나 당신 집의 자산 가치는 그 사이에도 계속 하락하게 된다. 또한 당신이 집에다 투자한 최소 수억원의 기회비용 손실을 생각해보라. 그렇지 않았다면 당신은 꼬박꼬박 은행에서 이자를 받거나, 다른 금융상품에 투자해 수익을 올릴 수도 있었다. 비단 경제적 손실뿐만 아니라 금융 부담으로 인한 스트레스와 자산 가치 하락으로 인한 상실감 또한 적지 않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집값 거품 붕괴가 불러올 경제적 충격을 과장하면서 집값 부양을 요구하는 논리에 대해 한 마디 하고자 한다. 일부에서는 집값 거품이 붕괴되지 않도록 정부가 적극적인 부양책을 써야 한다는 주장을 한다. 주로 건설업체들과 이들을 대변하는 학계 인맥들, 상당수 부동산 정보업체들이 그렇다. 예를 들어, 미분양이 증가하면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 매입하거나 분양을 촉진하는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들은 집값이 폭등할 때는 시장 원리에 따른 것이니 정부가 억제책을 쓰지 말라고 주장했던 사람들이다. 그런데 정작 집값이 떨어지고 미분양이 쌓이면 시장원리를 부르짖던 사람들이 이번에는 정반대로 입장을 바꿔 정부의 적극 개입을 주장하니 황당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들이 언필칭 주장하던 시장 원리에 따르면, 미분양 물량 증가는 공급 과잉과 높은 분양가 때문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 따라서 미분양 물량이 증가하면 충분한 수요가 생길 때까지 가격을 낮추는 것이 순리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이들은 무이자 할부 등 온갖 분양 촉진책은 써도 분양가는 낮추지 않는다. 실제로 닥터아파트의 최근 조사에 따르면 미분양 적체가 심각한 상황 속에서도 상반기 아파트 신규 분양가는 급등세를 보였다. 지난해 하반기에 비해 수도권 분양가는 평균 9.1%, 지방 아파트는 60.1%나 올랐다는 것. 이런 상황에서도 이들은 미분양 물량 적체를 국민의 세금으로 해결하라고 온갖 떼를 쓴다.

 

문제는 이해 당사자인 건설업체들이야 그럴 수 있다손 치더라도 상당수 정책결정자들이 오히려 이 같은 상황을 조장한다는 점이다. 정부 예산을 들여 미분양 주택을 정부의 비축임대주택 물량으로 매입하겠다는 조치가 그런 예다. 이처럼 기획재정부(과거 재경부)와 국토해양부(과거 건설교통부)의 상당수 관료들은 경기 부양 등의 명목으로 오히려 집값 거품을 떠받쳐온 경우가 적지 않았다. 그러면서 이들은 “집값 거품이 붕괴하면 서민들의 피해가 더 커진다”는 식의 ‘대국민 협박’을 하기도 했다. 이들의 목소리는 부동산 광고가 큰 비중을 차지하는 상당수 언론들을 통해 증폭되기도 했다.

 

하지만 거품은 형성될 때부터 자체로 엄청난 사회적, 경제적 피해를 끼친다. 자산 양극화가 심해지고 이로 인한 사회적 위화감도 증대된다. 토지 비용의 증대로 경제가 고비용 구조로 흐르게 돼 중장기적으로 국가 경쟁력 저하로 이어진다. 특히 최근 한국의 경우에는 가계부채의 증대와 이에 따른 이자 부담 증가로 소비 여력이 급격히 위축됐다. 또한 소비재와 달리 가장 값비싼 생활 필수재인 주택의 값은 상승하면 그만큼 실질 소득이 줄어드는 효과가 발생한다. 노숙자가 아닌 이상 어떤 식으로든 주택이라는 재화를 이용하지 않을 재간이 없기 때문이다. 또 주거비용이 상승하면 이를 부담하기 위한 임금 상승이 합리화돼 기업의 비용 증가로 이어진다. 이처럼 거품은 형성되면서 이미 막대한 경제적 피해를 가져오고 있다. 따라서 거품은 최대한 커지지 않도록 해야 하며, 거품이 더 커져 나중에 경제에 급격한 충격이 오지 않도록 조치를 취했어야 한다.

 

하지만 정치적, 경제적 이해관계와 건설업체와의 유착 때문에 정치권과 정부는 거품을 계속 키우는 우를 범했다. 하지만 지금이라도 거품은 터뜨려야 한다. 거품은 무한정 커질 수 없고, 언젠가는 터지기 마련이기 때문이다. 오히려 지금 정부처럼 집값 거품을 억지로 부양하면 할수록 이후 집값 거품 붕괴의 고통은 더 클 수밖에 없다. 상당수 사람들이 일본의 거품 붕괴 현상을 거론하면서 정부의 집값 부양을 옹호하고 있는데 이는 착각이나 의도적인 왜곡이다. 일본의 진행 과정을 면밀히 살펴보면 거품 붕괴 자체보다 붕괴 후 일본 정부의 부실한 수습과 지연된 구조개혁이 장기 침체를 불렀음을 알 수 있다. 집값 거품을 떠받쳤던 은행족과 토건족 등 기득권세력에 가로막혀 구조개혁을 질서정연하게 추진하기보다는 막대한 재정을 들여 건설경기 부양책을 남발함으로써 오히려 상황을 악화시킨 것이다. 현 정부가 집값 거품을 계속 키우다 결국 거품이 터진 뒤 허둥지둥 일본 정부의 전철을 밟을까 우려된다.

by 선대인 2008. 9. 3. 01: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