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0년 무렵 동아일보는 부동산 보유세 강화와 투기 억제를 부르짖고 재벌 통제를 강조했다. 아래 이미지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2018년의 동아일보 논조를 1990년의 동아일보가 사설로 호되게 꾸짖는 것처럼 느껴질 정도다. 도대체 같은 신문인지 의심스러울 정도다. (전문은 아래 이미지 참조)


"급격한 세율인상이 과표 현실화와 병행될 때 유산층의 반발은 충분히 예견됐다. 누가 세금을 한푼이라도 더 내기를 원할가. 다만 때가 소득격차를 시정하고 부동산에 의한 불로소득을 잠재우지 않고서는 이 나라가 온전히 지탱해갈 수 없다는 인식 때문에 그런 혁명적 조치가 취해진 것이다."

"과거에 싸게 사들여 그동안 값이 올라간 생각은 않고 단지 보유세를 많이 내게 됐다고 반대하는 것이 타당한가."

"부동산대책의 핵심은 역시 보유세의 강화에 있다."

"이 문제가 우리 경제의 암적 요소임에 틀림없는 것은 빠른 시간내 졸부 탄생, 이를 부추긴 것과 다름없는 금융정책 부동산정책 등에 절망하는 사람들이 늘어난 점이다."

"재산세를 강화해 부동산 보유가 손해라는 사실이 전반적으로 사회에 인지돼야 하리라 믿는다."




지금 한겨레신문의 논조를 무색하게 할 정도였던 신문이 외환위기 이후 삼성가와 사돈을 맺고, '조선일보 아류' 전략을 쓰면서 3등 신문으로 전락했다. 이제는 1990년대 초반과는 정반대로 부동산 보유세 강화와 투기 억제를 비판하고, 재벌 옹호의 첨병이 됐다. 87년 민주화 항쟁을 주도하고, 한국의 정론으로 평가받던 신문이 참 많이도 망가졌다. 


내 어린 시절 시골 마을에서 거의 유일하게 신문을 구독하던 할아버지가 받아보던 신문, 신문방송학과에 다니던 85학번 누님이 87항쟁 당시 '신문은 동아일보 만한 신문이 없다'는 말의 잔상과 잔음이 남아 선택했던 첫 직장 동아일보. 


외환위기를 거치며 광고주에 굴종하고, 기득권에 눈치보며 언론의 영혼을 팔아버리는 모습을 보다 못해 회사를 뛰쳐나왔다. 내 인생에서 가장 잘 한 선택 가운데 하나라고 생각한다. 1990년대 초반까지의 동아일보 DNA를 가진 사람들은 지금 국무총리로, 청와대 홍보수석으로 맹활약하고 있는데 이젠 존재감조차 거의 없는 동아일보를 보니 애잔한 마음마저 든다. 이 사회에서 정말 좋은 역할을 할 수 있었던 신문이었는데, 안타깝다.



<긴급 경제 및 부동산시장 전망 특강>(10월 31일)을 많은 분들의 요청에 따라 진행합니다. 

http://www.sdinomics.com/data/notice/9594



by 선대인 2018. 10. 17. 1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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