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블이 붕괴하면 서민이 더 피해를 본다”며 부동산 부양책을 옹호하는 사람들이 있다. 과연 그럴까? 한나라당 이종구 의원이 종부세 완화를 주장하면서 ‘강남의 6억원 이상 주택 보유자는 중산층이라고 했다는데, 혹 이들이 일컫는 서민들은 다주택 소유자들을 의미하는 게 아닌지 모르겠다. 하지만 본래 의미의 서민을 뜻하는 것이라면, 이 말은 가당치도 않다.

왜 그런가 한 번 따져보자. 집값이 오를 때 가장 이득을 보는 사람들은 누구인가? 바로 다주택 보유자들이다. 부동산을 많이 가지고 있을수록, 가격 상승이 큰 부동산을 가지고 있을수록 가장 큰 이득을 보기 마련이다.

 

그러면 이때 가장 손해를 보는 사람들은 누구인가? 그야말로 무주택 서민이다. 그 다음은 집이 있어도 집값이 거의 오르지 않은 사람들이다. 일반 재화와 달리 주택은 사람들이 소유든, 전세든, 월세든 어떤 식으로든 이용하지 않고 생활할 재간이 없다. 노숙자가 아니라면 말이다. 다른 많은 재화들은 가격이 오르면 사지 않거나 다른 물건으로 대체할 수 있다. 하지만 집은 그럴 수가 없다. 또 같은 자산이라고 하더라도 주식과 같은 경우에는 주식 투자자들만이 이득이나 손해를 본다. 내가 참여하지 않으면 아무리 주식이 폭등해도 그 혜택을 볼 수 없고, 아무리 폭락해도 손해를 보지 않는다. 하지만 집은 어떤 식으로든 이용하지 않을 수가 없다. 따라서 부동산 투기로 집값이 오르면 모든 사람들은 자신이 부동산 투기에 가담하지 않더라도 영향을 안 받을 도리가 없다. 특히 집값이 오르면 무주택자들은 집값이 오른 만큼 실질 소득이 감소하는 효과가 생긴다. ‘내 집 마련’ 집착증이 강한 한국인의 경우 이런 경향은 더욱 강하다. 예를 들어, 집값이 두 배로 뛰면 내 집 마련을 목표로 하는 사람의 경우 집을 사기 위한 저축기간이 두 배로 증가한다. 또는 같은 월급으로 두 배를 저축해야 한다. 집값 상승으로 무주택자의 월급이 사실상 감소하거나, 삶의 질이 그만큼 떨어지는 것이다. 더구나 한국처럼 가계 자산에서 부동산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고, 전체 생활비용 가운데 주거비 비중이 큰 나라에서는 이런 효과가 매우 클 수밖에 없다. 이처럼 집값이 오르면 무주택 서민들이 가장 피해를 보는 것은 명약관화하다.

 

그러면 집값이 빠질 때 가장 피해를 보는 사람들은 누구인가? 당연히 집값이 오를 때 가장 이득을 보는 사람들이다. 땅이나 집을 여러 채 가진 부동산 부자들이다. 그런데 정부와 정치권, 엉터리 언론과 전문가들이 이런 상식을 부정하고 서민이 가장 피해를 본다고 떠들어대니 기가 막힌다. 집값이 오를 때 가장 피해보는 사람들이 왜 떨어질 때도 가장 피해를 보게 된다는 말인가? 서민들은 어떤 경우든 피해보기 위해 태어난 존재라는 것인가? 중학교 수준의 경제학 상식을 이렇게 되풀이해야 하는 현실이 서글플 뿐이다. 자기 집이 없는 42%의 무주택 서민이 집값이 떨어진다고 왜 피해를 본다는 말인가? 그리고 집값이 거의 오르지 않은 지역에 사는 사람들 30%도 집값 하락으로 인한 피해가 거의 없다. 그리고 집값이 많이 올랐던 지역의 주택 소유자라도 원래 자기 집에 살던 사람들 20% 정도는 실질적으로는 피해가 없다. 오를 때 기분이 좋았다가 내릴 때 제 때 못 팔았던 것을 후회하는 정도이기 때문이다. 정말 피해를 보는 사람들은 투기를 일삼거나 거기에 편승했던 사람들 약 10% 정도, 그 가운데 특히 무리하게 빚을 얻어 다주택을 소유했던 사람들이다. 이렇게 보면 집값이 오르고 내림에 따라 피해를 보는 사람들은 너무나 명확하다.

 

그런데도 ‘버블 붕괴 시 가장 큰 피해를 보는 게 서민’이라고 떠드는 세력들은 왜 그렇게 말할까? 선의로 해석하자면 버블 붕괴 시 경제적 충격이 동반되니 이때 서민들의 삶이 힘들어진다는 의미에서 그렇게 말했을 수도 있다. 하지만 한 번 부풀어 오른 버블이 꺼지는 것은 필연에 가깝다. 버블이 커질 때부터 이미 서민들은 집값 상승으로 인한 상대적 소득 하락뿐만 아니라 이로 인한 내수 위축, 임대료 상승, 양극화 심화 등으로 고통받아왔다. 그렇게 버블을 키워 서민들의 삶을 잔뜩 힘겹게 해놓고도 여전히 버블은 꺼지면 안 된다고 한다면 계속 버블을 키우자는 말밖에 안 된다. 현재의 버블이 유지되거나 더욱 부풀어 오르는 상황에서는 결코 서민들의 삶이 개선될 수 없다. 당초부터 버블을 키우지 말았어야 했지만, 이미 버블이 커졌다면 지금이라도 서서히 버블을 꺼트리는 것이 옳다. 물론 상당 기간 버블 붕괴의 충격으로 고통스럽겠지만, 결국 그것은 버블이 형성될 때부터 이미 예고된 것이다. 지금이라도 버블이 꺼져야 시간이 걸리더라도 서민을 비롯한 가계 전체가, 그리고 한국 경제 전체가 정상적인 경제 활동으로 돌아갈 수 있다. 따라서 정부와 정치권이 정말 선의로 그런 주장을 했다고 한다면, 실제로는 서민에게 전혀 도움 되는 길이 아님을 깨달아야 한다.

 

하지만 정부와 정치권이 이런 선의로 그런 궤변을 늘어놓는다고 생각되진 않는다. 버블 붕괴 시 가장 큰 경제적 피해를 보는 사람들은 역시 부동산 부자들이다. 서민들의 삶도 어려워지기는 하겠지만 말이다. 따라서 이 주장은 부동산 부자들을 위해 대놓고 부동산 부양책을 쓰려는 자신들의 진짜 의도를 감추기 위해 동원된 궤변일 뿐이다. 그런데 이런 핑계를 대며 부동산 부양책을 쓰는 것은 매우 사악하다. 정부와 정치권이 서민을 보호하기는커녕 투기자나 부동산 부자들을 보호하기 위해 집값을 떠받치는 것이기 때문이다. 주식과 마찬가지로 부동산 투자도 자기 책임 하에 하는 것이다. 집값 상승으로 이익을 볼 때는 부동산 투기자들이 몽땅 차지하게 하더니, 왜 집값이 떨어질 때는 정부 재정과 행정력을 동원해 그들의 손실을 막아야 한단 말인가? 집값 폭등으로 겪는 서민들의 고통을 이렇게 생각하는 정부와 정치권이었다면 지금처럼 거품이 커지지는 않았을 것이다. 부동산 부자들을 위한 부양책을 쓰면서 서민을 위하는 척하는 정부와 정치권의 기만적인 행태는 비열하기 짝이 없다.

by 선대인 2008. 9. 3. 01:21

“부동산 가격이 낮아지면 주택담보대출 때문에 금융기관이 부실화될 우려가 있으니 연착륙을 유도해야 한다.” 요즘 관가와 정치권, 재벌계 연구소 등에서 많이 나오는 얘기다. 필자도 일본처럼 급격히 거품이 붕괴되고 복합불황으로 빠져드는 상황은 피할 수 있다면, 피할 수 있기를 바란다. 하지만 현재 거품의 크기와 성격으로 볼 때 연착륙이 쉬워 보이지는 않는다. 일본이 버블 붕괴로 그렇게 큰 경제적 충격을 받았던 이유는 크게 두 가지로 볼 수 있다. 우선, 버블의 규모가 매우 컸고, 두 번째는 버블 붕괴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일본 정부가 잇따른 정책 실패를 했기 때문이다. 버블 붕괴 과정의 정책 대응은 일단 접어두면, 버블 충격을 줄이기 위해서는 버블의 크기를 키우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꼭 일본의 예가 아니더라도 버블 붕괴의 충격은 버블의 규모에 비례한다.

 

그런데 지금까지 나온 연착륙론은 사실은 집값 거품을 서서히 꺼트리는 방향으로 작용하지 않았다. 연착륙론이 구체적으로 주장한 내용들이 부동산 경기 부양, 건축 규제 완화, 금리 인하 반대 등이었기 때문이다. 말이 연착륙론이지 사실상 부동산 거품을 계속 키우게 하는 정책 방향이었던 것이다. 2003년경부터 정부가 부동산 대책을 내놓을 때마다 상당수의 정치권 인사와 관료들, 재벌계 연구소, 금융기관, 건설업계가 이런 식의 연착륙론을 내세웠다. 이 주장은 특히 2003년 10.29대책 이후 2004년 상반기 집값이 약보합세로 접어들었을 때 위력을 발휘했다. 이후 2004년 하반기 당시 이헌재 재경-강동석 건교 라인이 10.29대책을 무력화하고, 적극적인 집값 부양책을 쓰게 된다. 이때도 그들은 ‘집값 연착륙을 위해 경기 부양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에 힘입어 2005년 초부터 서울 강남과 분당 등 경기 남부지역을 중심으로 집값은 다시 거세게 뛰어 올랐다.

 

만약 그때 ‘연착륙’을 명분으로 집값 부양책을 쓰지 않고 확실히 투기심리를 잡았다면 지금 어떻게 됐겠는가? 거품이 지금의 절반밖에 안 됐을 때니 지금처럼 거품 붕괴의 위기감이 크게 느껴지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런데 그렇게 하지 않고, 계속 ‘연착륙’ 운운하며 집값 거품을 빼는 작업을 늦춘 결과 어떻게 됐는가? 국내외적으로 엄청난 위기가 극대화된 상태에서 부동산 버블 붕괴의 위기를 맞게 됐다. 호미로 막을 수 있었던 위기를 이제 가래로 막아야 하는 상황이 돼 버렸다. 2004년에 잡았으면 국가 전체로 2~3년 고생했으면 됐을 것을 지금은 족히 4~5년은 고생해야 하는 상황이 돼버렸다.

 

하지만 그렇다고 여기에서 또 미룰 수는 없다. 사실 여러 가지 경제 여건을 고려하면 거품 붕괴는 더 이상 미룰 수도 없는 상황이 돼버렸다. 현 정권이 재건축 규제 완화 등 부동산 부양책을 통해 거품 붕괴를 막으려 한다면 계속 거품만 커지고 향후 경제에 미치는 충격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 거품 붕괴를 더 큰 거품으로 막는 데도 한계가 있다. 이미 우리는 카드채 사태 때 이런 사실을 경험했다. 카드 남발 문제가 처음 문제됐던 2001년 문제를 수습했더라면 2003년 카드대란 사태까지는 가지 않았을 것이다. 그리고 그때라도 막았다면 같은 해 11월 LG카드 붕괴 사태까지 이르지는 않았을 것이다. 결국 빼야 할 거품을 제때 빼지 못하고 엄청난 신용불량자만 양산한 채 더 이상 버틸 수 없는 파국을 맞고 말았다.

 

미국이 취한 조치에서도 배워야 한다. 미국의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이사회(연준, FRB)는 2004년 하반기부터 집값이 확고히 안정세를 보이기 시작한 2006년 상반기까지 금리를 꾸준히 인상하며 집값 거품이 더 커지는 것을 막았다. 다른 요인도 있었지만, 2001년경부터 시작된 서브프라임론 대출이 2003~2004년 급증하고, 이에 따라 집값까지 뜀박질한 데 대해 선제적으로 대응한 것이다. 이 같은 연준의 대응으로 미국의 집값은 폭등세를 멈추고 안정세를 찾았다. 우리보다 집값 상승률이 훨씬 낮았는데도 그렇게 선제적인 정책 대응을 펼친 것이다. 물론 서브프라임론 사태가 본격화되고 경기가 위축될 때는 재빠르게 금리를 인하해 대응했다. 미국 정부가 바보라서 일찌감치 집값 거품을 빼기 시작했겠는가? 더 이상 집값 거품이 커지는 것을 방치했다가는 매우 큰 위험에 직면할 수 있다고 판단했기에 브레이크를 밟았던 것이다. 만약 미국이 이처럼 선제적으로 대응하지 않고 이후로도 계속 거품을 더 키웠다면 어떻게 됐겠는가? 지금의 서브프라임론 사태보다 훨씬 더 큰 위기를 맞았을 것임은 말할 필요도 없다.


이런 점에서 보더라도 현 정부는 지금이라도 집값 거품을 빼 나가면서 앞으로 나타날 위기 상황에 대비해야 한다. 또 다시 연착륙론을 들먹이며 사실상 집값 거품을 더 키우는 방향으로 가서는 안 된다. 한 번 곪은 종기는 짜내야 낫는다. 곪은 종기를 안고 평생 살 수는 없다.

by 선대인 2008. 9. 3. 01:20

부동산 거품이 붕괴되기 직전 부동산 시장이 극도의 침체를 보이니 정부와 정치권 에서는 부동산 경기 부양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 재건축 규제 완화니 전매제한 기간 단축이니 집값 거품 유지에 도움이 된다면 어떤 것이든 전방위적으로 동원하는 양상이다. 경기가 위축되니 부동산 경기를 살려 이를 상쇄해야 한다는 식이다. 이 같은 주장은 현재 한국 경제의 상황을 몰라도 한참 모르는 엉뚱한 처방이다. 왜 이 주장이 말이 안 되는가?

 

지금 한국 경제의 핵심적 문제들인 소비 위축, 내수 침체, 실업률 증가, 양극화 확대, 고물가 고비용 구조 등의 문제는 상당 부분 부동산 거품 때문이다. 구체적으로 보자면 우선, 가계부채의 증대와 이에 따른 이자 부담 증가로 가계의 소비 여력이 급격히 위축됐다. 또한 소비재와 달리 가장 값비싼 생활 필수재인 주택 값은 상승하면 그만큼 실질 소득이 줄어드는 효과가 발생한다. 또 주거비 부담이 상승하면 이를 부담하기 위한 임금 상승이 합리화돼 기업의 비용 증가로 이어진다. 자산 양극화가 심해지고 이로 인한 사회적 위화감도 증대된다. 토지 비용의 상승으로 경제가 고비용 구조로 흐르게 돼 중장기적으로 국가 경쟁력 저하로 이어진다. 이처럼 거품은 형성되면서 이미 막대한 경제적 폐해를 낳는다.

 

한 나라의 경제가 제대로 굴러가려면 부동산 등 자산 경제의 영역과 생산경제의 영역이 균형을 맞춰야 한다. 그런데 2000년대 한국 경제는 부동산 등 자산경제에 돈이 몰리면서 생산경제에는 돈이 몰리지 않는다. 2000년 이후 늘어난 가계 부채 340조원 가운데 200조원 이상이 부동산에 들어갔다. 상당수의 기업이 부동산 투자에 열을 올리고, 직장인이 직무 전문성을 쌓기보다 집값 추이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가계가 집 사느라 은행 빚 갚기에 바쁜 나라에서 어떻게 경제의 생산성이 높아지겠는가? 올라가는 점포 임대료 때문에 점원 월급을 깎아야 하는 곳에서 얼마나 값싸고 질 좋은 서비스가 나오겠는가? 그런데도 정부는 경제 자원이 부동산에 편중되도록 집값 거품을 키우고 유지하면서 7~8년을 지속해왔다.

 

정말 경제를 살리고 싶다면 이제라도 거품을 빼야 한다. 물론 과도기적인 충격은 불가피하다. 한 동안은 버블 붕괴의 고통으로 많은 경제 주체들이 시달릴 것이다. 하지만 계속 부동산에 계속 돈이 몰리게 해서 거품을 키운다면 한국 경제는 미래를 기약할 수 없다. 지금이라도 거품을 깨트려 부동산에 몰린 돈이 생산경제로 이동할 수 있게 하는 것만이 미래를 기약하는 방법이다. 만약 7~8년 동안 자산 경제에 몰렸던 돈들의 절반만이라도 생산경제에 몰렸다면 지금 이 나라는 아마 일자리가 넘쳐나 주체를 못했을지도 모른다.

 

그런데도 왜 정부는 건설경기, 그리고 부동산 경기 부양론을 펼칠까? 경기가 나쁘면 건설경기와 이와 연관된 부동산 경기를 살려야 한다는 개발주의 시대의 관성에 젖어서 그런 것 같다. 경기가 위축되면 부동산 경기를 부양한다는 게 개발시대의 공식처럼 돼 있었다. 하지만 그때와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당시에는 각종 사회간접자본이 부족했고, 주택도 절대적으로 부족했다. 또 주택을 포함한 건설산업의 연관효과도 컸다. 하지만 첨단기술집약적인 산업 위주로 산업구조가 급격히 변했다. 더 이상 ‘삽질해서’ 경제성장을 하는 시기가 지났다는 말이다. 당장 건설산업의 연관효과도 크지 않다.

 

물론 이들에게는 개발주의 시대의 관성 때문만이 아니라 다른 속내도 있을 것이다. 자신들을 포함해 부동산 부자들을 위한 집값 거품 떠받치기 말이다. 정부의 부양책 가운데 종부세나 양도세 완화 방안도 마찬가지다. 투기자나 부동산 부자들을 위한 정책은 서민의 삶은 더욱 고통스럽게 한다. 왜 그런가?

 

종부세를 예로 들어보자. 현 정부는 부동산 경기를 살린다며 재산 가치로 상위 2%가 내는 종부세 부담을 완화한다고 하는데 그로 인해 덜 걷히는 세수는 누가 부담하는가? 결국 서민들이 부가가치세 등 간접세 형태로 내는 세금에서 더 걷어갈 수밖에 없다. 세계 자본주의 종주국이라는 미국에서도 직접세와 간접세 비율이 7 대 3 정도다. 그런데 우리는 그 비율이 정반대로 돼 있다. 그만큼 조세의 역진적 성격이 강해 서민들의 조세 부담이 커지고 있다. 이 때문에 OECD 국가들이 재정의 소득 재분배 기능을 통해 불평등도를 40%이상 완화하는데 비해 우리는 5%도 못 줄이고 있다. 종부세는 보유세의 하나로 부동산 가격이 오를 때 보유 부담을 늘려 가격을 안정시키고, 부동산을 가장 생산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사람이 소유케 하는 매우 시장 친화적인 세금이다. 미국의 보유세율도 주별로 큰 편차가 있지만 평균 1.15%가 넘는다. 보유세율이 이보다 더 높은 선진국도 많다. 그런데 우리의 보유세 실효세율은 필자가 직접 계산해본 바로는 아직 0.3%도 안 된다. (정부는 0.6% 수준까지 올라왔다고 하지만 부실한 과표기준 등을 고려할 때 엉터리 주장에 가깝다) 갑작스러운 종부세 시행으로 문제점이 있다면, 앞으로 ‘미세 조정’을 해나가면 된다. 그런데 선진적인 세제 구조를 만들어가지는 못할망정 갓 시행된 법률을 무력화시킨단 말인가? 그것도 시대착오적인 방향으로 말이다. 한나라당의 다주택 보유자에 대한 중과세 조치 완화안도 마찬가지다. 다주택자의 양도세 중과 조치는 다주택자의 비거주 주택 처분을 유도하고, 불필요한 주택 소유를 억제하자는 게 도입 취지다. 2006년부터 시행된 이 법을 2년 만에 다시 없던 일로 되돌리자는 것이다. 툭하면 ‘법제도의 일관성’을 거론하며 제대로 된 개혁에는 굼뜬 이들이 이런 데는 얼마나 재빠른지 모르겠다.


결론은 이렇다. 당장 정부 재정을 더 풀어 부동산에 돈을 더 집어넣어 봐야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다. 부동산 거품의 판돈을 정부 재정으로 더 채워봐야 오래가지 못한다. 첨단 기술경제 시대이고, 지식정보화 시대, 창의 경제 시대라고 한다. 그러면 국가 전체의 자원 배분이 이런 영역으로 배분되도록 해야 한다. 첨단 기술을 고안하고 지식과 정보를 창출하며 창의성을 발휘하는 것은 사람이다. 사람에게 투자해야 한다. 한 나라의 자원은 유한하기에 제한된 자원 안에서 최적의 생산성을 낼 수 있는 자원 배분을 해야 하는 것이다. 그런데 사람은 비정규직 양산과 저임금으로 천대하면서 땅과 집만 신주단지 모시듯 하면 경제가 사는가? 전매제한 완화 등을 통해 사람들이 투기판에 뛰어들게 만드는 것이 과연 정부가 할 일인가? 정부부터 부동산에 돈을 잔뜩 집어넣고, 가계와 기업까지 덩달아 부동산 투기판에 뛰어들게 하면 경제가 사는가? 집값이 미국 뉴욕과 영국 런던보다 더 비싸진다고 한국 경제가 최일류 국가가 되는가? 전국 곳곳에 아파트를 즐비하게 짓는다고 한국의 성장 잠재력이 높아지는가? 더구나 부동산 경기 부양을 한답시고 시중 유동성을 억지로 늘리면 안 그래도 높은 물가를 더욱 뛰게 할 뿐이다. 그렇게 되면 더욱 고통받는 사람들은 서민이다. 이처럼 지금 정부가 하려고 하는 짓은 실제로는 기득권층을 위해 집값 거품을 띄우는 것이다. 하지만 그런 속셈은 감추고 경기를 살린다는 명목을 내세우고 있다. 하지만 이명박 정부의 부동산 경기 부양은 경제를 살리는 것이 아니라 한국 경제를 죽이는 길이다. 한국 경제의 성장 잠재력을 키우는 방향에 역행하는 길이다. 그리고 서민들을 더욱 고통스럽게 하는 길이다. 부동산 거품을 키우면 키울수록 한국 경제의 구조적 문제들은 더욱 악화될 뿐이기 때문이다.

by 선대인 2008. 9. 3. 01:16

 

기획재정부가 9월1일자로 ‘일자리 창출을 위한 경제재도약 세제’라는 제목으로 감세안을 발표했습니다. 감세안의 구체적인 내용은 이미 신문과 방송 등 여러 매체들을 통해 이미 접했을 것으로 믿고 이번 감세안을 세 가지 문제를 중심으로 평가해보겠습니다.

 

1. 향후 중장기 조세구조 개혁 방안에 대하여

 

현재 한국의 재정상태는 결코 건전한 상태라고 할 수 없습니다. 외환위기 전 50조원이던 국가채무는 2007년 기준으로 300조 원을 넘어섰습니다. 또 국가채무 증가 속도도 해가 갈수록 빨라지고 있습니다. 더구나 한국의 경우 연기금 등으로부터 차입한 사회보장기여금 비중이 계속 늘어나고 있습니다. 반면 미국이나 일본의 경우와는 달리 연금 지급을 위한 재정지출 시기는 아직 도래되지 않았습니다. 지금 정부는 2013~2015년경부터 베이비붐 세대들이 본격적으로 은퇴하는 시기에 대비해 매우 신중한 재정 운용을 하지 않으면 안 됩니다. 중장기적 관점에서 재정구조의 건전성을 미리 확보하지 못한다면 재정은 급속도로 악화될 수 있습니다. 실질 생산인구 감소 등에 따른 향후 세입세출 구조 변화에 대한 치밀한 준비 없이 마련한 막무가내식의 감세안은 무책임하고 위험하기 짝이 없습니다.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 시점을 불과 4~5년 남긴 시점에서 미국의 조지 부시 행정부가 막대한 감세안을 추진한 결과가 어땠습니까? 클린턴 행정부때 쌓은 흑자를 다 까먹고 막대한 재정 적자를 만들어 미국이 현재 겪고 있는 경제 위기의 단초를 제공한 전례를 세심하게 살펴봐야 합니다.


그런데 정부는 향후 부족해질 수 있는 세수를 어떻게 확보할 것인지에 대해 명확한 방침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세원 투명화 및 세원 기반 확대 등에 따른 일시적인 세수 초과 등에 기대 ‘문제 없다’고 하지만, 이는 언제까지나 지속될 효과가 아닙니다. 일정한 단계에 접어들면 세원 투명화 및 세원 기반 확대는 한계에 이르게 됩니다. 또한 감세에 따른 경기 활성화로 세수 감소가 크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하지만, 다양한 실증 연구에 비춰볼 때 정부의 희망사항에 불과합니다. 반면 감세에 따른 세수 감소 효과는 향후 세율 조정이 없다면 계속 지속되게 됩니다. 한 번 내린 세율을 도로 올린다는 것은 여간 어렵지 않습니다. 더구나 한국 경제는 국내외의 각종 구조적 문제로 향후 수년 내에 심각한 경제 위기를 겪을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는 경기 부양을 위한 재정지출 수요가 크게 늘게 될 것입니다. 감세안 추진에 따라 세수는 줄고, 재정지출 수요는 크게 는다면 국가 재정의 건전성이 심각하게 위협받게 됩니다. 여기에다 은퇴 세대 증가로 인한 사회보장기여금 지출 수요 및 실질 생산인구 감소로 인한 경기 위축 효과까지 감안할 때 빠른 속도로 재정이 악화될 가능성을 염두에 둬야 합니다. 하지만 이번 정부의 감세안에는 불과 몇 년 안에 벌어질 상황에 대한 대비책조차 전혀 없습니다.


또한 급격히 변화한 한국 경제의 구조에 걸맞은 세입세출 구조를 어떻게 구축할 것인지에 대한 비전도 전혀 없습니다. 한국은 1970년대 기본 조세체계를 구축한 뒤 근본적인 변화가 없이 땜질식 세목 변경으로 일관해왔습니다. 이 때문에 새로운 경제구조에 걸맞은 조세체계의 정비는 시급히 추진해야 할 필수 과제입니다. 재정부도 겉으로는 ‘선진조세체계’를 구축한다고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구체적인 내용은 겉으로 내세운 정책 목표에 전혀 부합하는 것 같지 않습니다. 현재 조세체계는 개발경제 시절 노동 및 자본집약적 성장 시대에 구축된 것으로 2000년대 이후 자산 경제 비중이 급격히 커진 상황에 맞는 조세체계라고 할 수 없습니다. 과거 생산경제 활동의 비중이 클 때에는 법인세나 소득세 등 가계나 기업의 생산 활동에 대한 세금 비중이 클 수밖에 없었습니다. 하지만 생산경제 비중이 과거에 비해 크게 줄어든 상황에서 언제까지 그 같은 체계를 그대로 가져갈 수는 없을 것입니다. 그렇다고 무턱대고 법인세나 소득세를 깎을 수도 없습니다. 앞서 말한대로 지속적인 세원을 추가적으로 확보하지 않는다면, 심각한 재정 위기에 노출될 수 있고, 이는 극단적으로는 경제 전반의 침체와 사회보장 시스템의 붕괴로 이어질 수도 있습니다.


그렇다면 새로운 경제상황에 걸맞은 새로운 세원을 확보해야 합니다. 이런 측면에서 볼 때 부동산 등 자산에 대한 과세를 강화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됩니다. 특히 종합부동산세와 재산세 등의 보유세는 선진국 수준으로 계속 높여갈 수밖에 없습니다. 또한 양도세의 경우에도 보유세제가 정착되기 전까지는 집값 상승으로 인한 우발이익을 환수한다는 측면에서 큰 틀은 좀 더 유지할 수밖에 없습니다. 또한 앞으로 자산임대소득이 크게 늘게 될 것입니다. 그러면 그에 따른 과세를 강화해 생산경제의 세수 감소를 보완해야 할 것입니다. 현실적으로도, 근로소득에 대해 수백만, 수천만원의 세금을 부과하면서 불로소득이라고 할 수 있는 부동산 가격 상승이나 임대 소득에 대해 훨씬 적은 세금을 부과하는 것은 사회 구성원들이 받아들이기 어렵습니다. 이런 세제로는 근로자들의 근로의욕을 꺾어 현 정부가 말하는 경기 활성화도 어렵게 됩니다. 따라서 정말 새로운 시대에 걸맞은 선진조세체계를 구축하려 한다면, 이 같은 세원 구조에 대한 조정이 필수적입니다.


하지만 정부 감세안은 생산소득에 대한 감세안은 있지만, 자산소득에 대한 과세 강화 방안은 전혀 없습니다. 오히려 보유세의 실질적 부담을 낮추고, 양도세와 상속세 부담을 급격히 완화함으로써 투자자 또는 투기자들의 불로소득을 용인해주고 있습니다. 이는 결국 사회 전체적으로 근로의욕을 더욱 감퇴시킬 뿐입니다.

오해를 피하기 위해 덧붙이자면, 종부세 등 보유세 강화도 이 같은 전체적인 조세체계의 개혁을 전제로 해서 추진했어야 합니다. 물론 일부 기득권 언론의 왜곡과 선동도 있었지만, 부동산 투기 대책의 성격만 부각되다보니 정책 추진 초기부터 논란을 부르고 불필요한 반발을 샀던 것이 사실입니다. 그런 점에서 노무현 정부의 조세정책도 단편적이고 근시안적으로 추진됐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또 한국의 경우 국세에서 차지하는 간접세 비중이 높아 직접세 비중을 높이는 방향으로 바꿔야 합니다. 국세청이 발간하는 국세통계연보에 따르면 2005년 기준으로 한국의 직접세 대 간접세 비율은 46.8 대 53.2로 간접세 비중이 더 높습니다. 그나마도 2000년 40%선이던 직접세 비율을 많이 끌어올린 것입니다. 그런데 일본(62.4 대 37.6), 미국 (92.7대 7.3. *미국의 경우 판매세 등이 모두 주세로 잡히므로 연방정부의 국세 비율로만 보는 데는 한계가 있으나, 감세정책의 효과를 보는 측면에서는 큰 무리가 없을 것입니다), 영국(59.1 대 48.9) 등 상당수 선진국들은 직접세 비중이 더 높습니다. 조세체계에서 간접세가 차지하는 비율이 높으면 그만큼 세금의 역진성이 강화됩니다. 이건희 회장이든 노숙자든 같은 액수의 세금을 내는 비율이 그만큼 높다는 뜻입니다. 예를 들어, 휘발유에 붙는 세금은 소비자들이 기름을 넣을 때마다 소득에 상관없이 똑같이 간접세 형태로 내게 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이번 감세안은 어떻습니까? 이번 감세안에 포함된 양도소득세, 종부세, 상속세, 소득세 등이 모두 직접세입니다. 간접세를 그대로 둔 채 직접세만 집중적으로 깎는다면, 어떻게 되겠습니까? 직접세 비중이 주는 만큼 간접세의 세수 비중이 더 높아질 것입니다. 이렇게 되면 세금의 역진성이 높아져 빈부격차가 커질 수 있습니다. 한국은 그렇지 않아도 세금을 통한 분배개선 효과가 5% 정도에 불과해 OECD국가 평균인 40%에 비해 현저히 낮습니다. 그런데 이를 개선하지는 못할망정 간접세 비중을 더 높이면 어떻게 될까요?


상황이 이런데도 정부는 무조건 미국 조지 부시 행정부를 흉내내 감세를 통한 경기 활성화 효과가 큰 직접세를 집중적으로 감세하기로 한 것 같습니다. 하지만, 한국의 경우 직접세 비중이 낮기 때문에 경기 활성화 효과는 크게 떨어지는 반면, 분배개선 효과를 더욱 약화시킬 우려만 커집니다. (경기부양효과에 대해서는 아래에서 더 자세히 설명하겠습니다) 이렇듯 이번 감세안은 큰 틀에서 한국 사회가 나아가야할 방향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위에서 본 것처럼 당장 몇 가지 조세개혁 과제의 측면에서 볼 때 오히려 역행하고 있다는 게 제 생각입니다.

 

2. 중저소득층을 위한 것이라는 거짓말에 대하여

 

이번 감세안이 대부분 부동산 부자와 고소득층 등 부유층에 혜택이 집중된다는 것은 이미 상당수 언론이 보도했습니다. 따라서 저는 이 부분에 대해서는 간략히 넘어가겠습니다. 다만, 한 가지는 분명히 지적하고자 합니다. 정부의 가증스럽고 파렴치한 거짓말에 관한 것입니다. 정부의 감세안 보도자료를 보면 이번 감세안의 기본 목표 및 방향을 ‘일자리 창출․신성장동력 확충을 위한 저세율․정상과세체계 확립’으로 잡고, 주요 개편내용의 첫 번째 항목으로 ‘중․저소득층 민생안정 및 소비기반 확충 지원’을 내세우고 있습니다. 이는 정말 너무나 뻔뻔스러운 거짓말이 아닐 수 없습니다.


먼저 소득세율 인하에 대해 한 번 살펴봅시다. 국세청의 2007년 국세통계연보에 따르면 2006년말 기준으로 연말 정산 대상 근로자 1259만명 가운데 하위 47.6%는 근로소득세 면세 대상입니다. 한마디로 현행 제도로도 하위 절반가량은 이미 근로소득세를 한 푼도 안 내고 있다는 얘기입니다. 다음으로 근로소득세를 내는 52.4%를 5개 분위로 쪼갤 때 최하위 분위는 평균 4.0만원, 차하위 분위는 평균 15.8만원을 냈습니다. 이들 2개 분위 계층에 대해 세율을 2% 인하한다고 해도 혜택은 불과 1, 2만원 안쪽입니다. 연말 정산 대상 근로자 1259만명 가운데 하위 70%가 아무런 혜택이 없거나 쥐꼬리만한 혜택을 받게 되는 것입니다. 이들 70%가 거의 아무런 혜택을 받지 않는다면, 정부가 말하는 ‘중저소득층’은 어디에 있단 말입니까? 한나라당 이종구 의원이 ‘서울 강남의 종부세 대상자는 대부분 중산층이다’라고 말한 식으로 상위 10% 안에 들어야 중저소득층이란 말입니까? 실제로 재정부는 과표 8800만원 이하 계층을 중저소득층으로 잡고, 이들에게 감세 혜택의 53%가 돌아간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과표 8800만원이라면 연간 급여가 약 1억2000만원에 해당합니다. 이들은 근로소득세 납부 기준으로 최상위 분위에 속하는 사람들입니다. 이런 사람들까지 포함해도 감세 혜택의 절반 가량밖에 안 돌아간다는 것입니다. 이 주장의 이면은 바로 이번 감세 혜택의 절반이 연간 급여 1억2000만원 이상 계층에 돌아간다는 얘기입니다. 한 마디로 이번 감세안은 최소한의 염치도 없는 부유층 감세안이라고 볼 수밖에 없습니다.


이명박 정부가 흉내 내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 부시 행정부가 추진한 감세안의 감세 효과가 어떻게 나타났는지를 살펴봐도 마찬가지입니다. 미국 의회예산처(CBO)의 2004년 보고서에 따르면 상위 20%가 감세혜택의 60%를 챙겼습니다. 또 최상위 1% 가구가 중간 소득계층보다 약 40배에 해당하는 혜택을 입었습니다.


이런 식의 현상이 한국이라고 안 나타날까요? 이미 그 효과를 충분히 짐작할 수 있는 전례가 있습니다. 2004년 소득세율과 법인세율의 인하 효과에 대해 국회 예산정책처가 2005년 추정한 자료에 따르면, 정부가 말하는 중저소득계층이라고 할 수 있는 1~6분위 계층에서는 3885억원(6분위)에서 7799억원(1분위)의 후생이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반면 중고소득층인 7분위(788억원)부터 10분위(1조4454억원)까지는 후생이 증가했습니다. 미국의 경우에는 하위층의 후생이 줄지는 않았는데, 한국의 경우는 하위층의 후생을 희생해 상류층의 후생을 증진시킨 꼴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런 사실을 모르지 않을 정부가 부유층이 주로 혜택 보는 사상 최대 감세안을 추진한 것을 수긍할 수 있겠습니까?


이처럼 이번 감세안은 말로는 중저소득층을 위한 감세라고 주장하지만, 철저하게 부자들을 위한 감세안입니다. 그런데 이들 부자들은 누구입니까? 바로 이번 감세안을 추진하는 이명박 정부의 ‘강부자내각’과 청와대 보좌진, 한나라당을 중심으로 한 다수 정치인들, 그리고 이들의 강력한 지지층들입니다. 종부세, 양도세, 상속세 완화는 바로 이번 감세안을 주도한 1% 부자들의, 1%부자들에 의한, 1% 부자들을 위한 감세안입니다. 그런데도 이를 중저소득층을 위한 감세안이라고 포장하고 있으니 얼마나 비열하고 파렴치합니까?


부시 행정부의 감세정책에 강하게 비판했던 저명한 경제학자인 폴 크루그먼 프린스턴대 경제학 교수는 그의 저서 ‘대폭로(The Great Unraveling)’에서 이렇게 쓰고 있습니다. “레이건 행정부는 감세 정책에 대해 정직하기라도 했다. 공급주의 경제학에 따라 부유층 세금을 깎아주면 낙수효과에 따라 중저소득층도 혜택을 본다는 식의 이론(현실에서는 실현되지 않은)에 따라 부유층에게 혜택을 준다는 사실을 속이지 않았다. 하지만 부시 행정부는 모든 사실을 왜곡했다. 그는 감세가 중산층을 위한 것이고, 정부 재정 구조에도 부정적 영향이 없을 것이라고 했다. 이와 관련해 기자들에게 거짓말하는 데 전혀 양심의 가책을 느끼지도 않았다.” 현 정부는 이런 면에서 미국의 부시 행정부보다 더 하면 더했지 결코 덜 하지 않다고 봅니다.

 

3. 경기 부양 및 일자리 창출 효과에 대해

 

글이 길어지니 마지막으로 한 가지만 더 짚겠습니다. 정부가 말하는 소위 경기 부양과 일자리 창출 효과입니다. 감세가 이뤄지면 노동자의 근로 유인과 기업의 투자 유인이 커진다는 것은 경제학 이론에 비춰보면 틀린 주장은 아닙니다. 그러면 무조건 감세를 하면 좋을까요? 감세를 하지 않는다고 하면 정부는 징수한 세금으로 재정지출을 할 수 있습니다. 정부 재정 지출을 통해 다른 경기부양책을 쓸 수도 있고, 사회복지정책의 형태로 저소득층에 직간접적인 소득 보조를 해줄 수도 있습니다. 이번처럼 21조원의 감세를 한다는 것은 21조원의 재정지출을 할 수 있었던 것을 포기하는 것과 같습니다. (물론 징세와 재정지출에 따른 행정 비용 등이 들어가니 같지는 않습니다만, 큰 틀에서 비슷하다고 봅시다) 그러면 이와 관련된 비용 대비 편익을 생각해보지 않을 수 없습니다. 정부 입장에서는 21조원이라는 돈을 가지고 경기 부양과 일자리 창출에 가장 효과적인 정책을 써야 하기 때문입니다. 여러 가지 가능한 정책 대안들 가운데 같은 비용으로 가장 많은 편익을 만들어내는 사업부터 우선적으로 재원을 배분해가는 게 원칙적으로 맞으니까요.


그러면 과연 감세정책은 얼마나 효과가 있을까? 먼저 미국 감세정책의 효과를 살펴봅시다. 이에 대해서는 재정부가 2005년 재경부 시절에 스스로 정리한 부시 행정부의 감세정책 효과를 소개하는 것으로 충분할 것입니다. 당시 재정부 문건에 따르면, Economy.com 연구소의 연구 결과 감세에 따른 세입손실 $1당 0.74$의 수요증대 효과를발하는데 그쳤다고 합니다. 또 미국 경제정책연구소(EPI; Economic Policy Institute)가 발행한 보고서에 따르면 2003년 감세안이 통과된 이후 2004년8월까지 정부 예측 430만개의 38%에 불과한 160만개의 일자리가 창출됐다고 합니다.


그래도 어쨌거나 수요증대 효과도 있고, 일자리도 창출됐으니 나쁘지 않네라고 생각할 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앞서도 말했지만, 21조원을 들여서 같은 목적으로 재정지출을 했을 때와 비교해 더 효과가 있어야 한다는 게 전제가 돼야 합니다. 감세정책의 기회비용을 생각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럴 경우 과연 다른 재정지출에 비해 더 효과적인지는 매우 의문입니다. 시일이 좀 지나기는 했으나, 실제로 재정부 산하 조세연구원의 2001년 연구 결과는 한국의 경우 재정지출이 감세 정책보다 약 두 배 가량 더 효과적인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정부의 재정지출을 통한 경기 부양책도 효과가 그리 크지 않고, 남발해서도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더구나 미국의 경우 직접세 비중이 매우 커서 감세에 따른 경기 활성화 효과가 한국보다 더 큰데도 이렇습니다. 한국처럼 오히려 간접세 비율이 큰 나라에서 미국만큼의 경기 부양 효과라도 나타날까요? 어림도 없습니다.


그리고 앞에서 이번 감세안은 대부분 상류층에게 혜택이 집중적으로 돌아간다고 했습니다. 상류층에 감세 혜택이 돌아갈 경우 경기 부양 효과는 상당히 제한적입니다. 2007년 소득계층별 평균소비성향을 보면 최하위 소득계층인 1분위는 220.7%, 2분위는 112.7%인 반면, 상류층인 9분위는 69.2%, 10분위는 61.0%입니다. 저소득층은 돈이 없어서 못 쓰고 있을 뿐 돈이 생기면 생기는 족족 소비하지만, 고소득층은 1000만원이 생기면 그중에 600, 700만원 정도밖에 소비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이런 점에서 기득권 언론에서 말하는 ‘돈 있는 사람이 돈을 써야 경제가 좋아진다’는 말은 경제적 양극화를 합리화하기 위한 궤변에 가깝습니다. 그렇다면 같은 21조원으로 어느 쪽에 돈을 쓰는 게 경기 부양에 유리할까요? 당연히 저소득층에 돈을 쓰는 게 훨씬 유리합니다. 저소득층을 위한 감세와 바우처 제도를 실시하는 게 이번 감세안보다 훨씬 경기 부양에도 유리할 것입니다. 소비 승수효과를 통해 저소득층에 쓸 경우에는 100%씩 모두 지출해 연쇄적인 소비 효과가 일어나겠지만, 고소득층은 60~70%씩의 승수효과밖에 일어나지 않으니까요.


여론의 비판을 의식한 한나라당의 주장으로 한 해 연기됐지만, 법인세 인하를 통한 기업 투자 의욕 고취도 거의 효과가 없음이 입증됐습니다. 기획재정부는 법인세율 5%P 인하 시 0.6%P의 경제성장률 상승효과가 있고, 10조원 이상의 투자 증가로 18만명의 취업자가 증가할 것이라고 주장하지만, 이는 장밋빛 분칠에 불과합니다. 정부가 2003년 기업들에 대해 임시투자 세액공제 조치를 취한 적이 있는데, 이후 기업들의 설비투자 총액은 거의 변화가 없이 70조원대 초반에 머물렀습니다. 실제로 2004년 법인세를 인하할 경우 기업들의 투자 의향에 대해 대한상공회의소가 회원 기업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도 같은 결론을 내리게 합니다. 당시 설문에 대해 내부 유보후 관망(60.0%)과 투자 계획 없음(27.8%) 응답이 88%에 이른 반면 당장 투자 확대하겠다는 응답은 1.0%, 투자 계획을 수립하겠다는 응답은 11.2%에 불과했습니다. 이처럼 법인세 인하를 통한 투자 활성화라는 주장도 설득력이 거의 없습니다.


이미 상위 재벌기업들은 막대한 사내유보금을 갖고도 투자하지 않습니다. 더구나 지금처럼 국내외 거시경제 환경이 불안한 상황에서는 제대로 된 기업이라면 정권이 아무리 회유와 압박을 가해도 쉽사리 투자에 나서지 않을 것입니다. 오히려 이런 상황에서 법인세를 인하한다면 결국 재벌기업들의 세금 부담만 낮춰, 빈인빈 부익부 구조를 강화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더구나 이 같은 무분별한 감세정책은 경기 활성화 효과는커녕 재정적자를 늘이고, 물가 상승 등 문제점만 더 키울 수도 있습니다. 실제로 미국의 경우, 과도한 재정적자로 민간투자가 구축되고 금리가 오히려 상승한 결과 민간 투자가 계속 위축되는 악순환이 발생하기도 했습니다. 경험적으로도 감세를 단행해 막대한 재정적자를 초래했던 레이건과 부시 행정부 때에 비해 증세를 통해 재정적자를 흑자로 반전한 클린턴 행정부의 경제 성적표가 훨씬 좋았던 점도 시사하는 바가 많습니다. 물론 한국의 경우 미국처럼 재정적자가 과도한 상황은 아니라고는 하나, 향후 경제 상황이 급격히 악화될 경우 재정적자가 급속히 확대될 가능성도 염두에 둬야 합니다.


지금까지 본 것처럼 이번 정부의 감세안은 ‘중저소득층 민생안정’과 경기활성화, 일자리 창출 등을 명분으로 내세웠지만 허울에 불과합니다. 오히려 본질은 현재 집권세력인 ‘강부자 패거리’들 자신들과 핵심 지지층인 부유층을 위한 감세안에 가깝습니다.

 

4. 글을 맺으며

 

앞서 언급한 크루그먼 교수는 조지 부시 행정부를 기존 시스템의 정통성을 송두리째 부인하는 ‘급진적인 우파 혁명 세력’으로 규정하면서 “(이들이 내세우는) 정책안이 그들이 겉으로 내세운 목표에 부합한다고 가정하지 말라"고 충고합니다. 크루그먼은 “이들은 자신들이 무엇을 원하는지 분명히 알고 있으며, 그 목표를 추진하기 위한 어떤 주장도 서슴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깨달아야 한다”고 덧붙입니다. 뉴욕타임스 칼럼리스트로서 ‘부업(part-time) 저널리스트’인 자신이 생각하는 다섯 가지 ‘보도의 규칙(rules for reporting)’ 가운데 첫 번째 내용입니다. 그는 “이 같은 규칙은 뉴스를 제대로 이해하려는 어떤 진지한 시민들에게도 똑같이 적용된다”고 말합니다. 저는 이 같은 규칙은 현재 한국 상황에서도 똑같이 적용돼야 한다고 믿습니다.

by 선대인 2008. 9. 3. 01:15

        외환위기 이후 10여년 세월이 흘렀다. 그 사이 한국경제와 세계경제는 상전벽해(桑田碧海)처럼 바뀌었다. 한국경제는 자본집약적 산업구조에서 첨단기술 위주의 산업구조로 탈바꿈했다. 전세계는 지식정보화의 시대, 창조경제의 시대로 거침없이 나아가고 있다.


        하지만 이렇게 급변한 국내외 경제 패러다임에 걸맞은 경기 규칙은 마련되지 않았다. 모두가 잘 먹고 잘 살 수 있는 공정한 경기 규칙을 마련하기보다는 승자만이 더욱 많은 것을 가져가는 ‘승자 독식 사회’를 만들었다. 소비자가 중심이 되는 건전한 시장경제가 아니라, 재벌 그룹만이 대접받는 ‘엽기 자본주의’를 만들었다. 재벌에게 온갖 R&D 자금을 몰아주고, 시장 경쟁을 헤치는 독과점 상황을 방조하고, 불법과 비리를 저질러도 묵인하고 사면했다. 공공사업에서는 매년 60~70조 이상의 돈을 풀어 개발사업을 벌이고, 민간에서는 집값 거품을 띄워 재벌 건설사들을 배 불렸다. 이렇게 외환위기 10년은 가진자들만이 더욱 많은 것을 향유하는 10년이었다.


        지난 10년은 정부와 가계의 빚으로 거품을 만들어 성장한 시대였다. 처음에는 IT버블을 만들어 거품 성장을 했고, 카드채 거품을 통해 수백만의 신용불량자를 양산하며 반짝 성장을 했다. 하지만 그 사이 카드채 거품과는 비교가 되지 않는 거품이 자랐다. 부동산 거품이다. 외환위기 이후 집값은 99년부터 급반등했다. 소위 V자 반등이었다. 2000년까지 집값은 원래 외환위기가 없었다면 자연스럽게 이르렀을 정상적인 수준이었다. 하지만 2001년부터 폭등하기 시작한 집값은 투기 광풍을 불러일으켰다. 외환위기 이후 정부의 강력한 주택경기 부양책과 저금리 기조에 더해 수급 불균형도 초기 집값을 뛰게 하는 요인이었다. 하지만 한 번 뛰기 시작한 집값은 멈추지 않았다. 처음에는 돈 있는 사람들이 자기 소득으로 집을 사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여기저기서 ‘집 사서 돈 벌었다’는 이야기가 돌자, 사람들은 있는 빚, 없는 빚 다 끌어와서 집을 사기 시작했다. ‘설마 더 안 오르겠지’ 하는 생각으로 버텼던 사람들도 하나 둘 씩 투자(또는 투기) 행렬에 뛰어들기 시작했다. 집값 거품은 계속 커져갔다. 은행 등 금융기관들은 ‘이제는 소매금융이다’라는 구호아래 펌프질을 해댔다. 가계의 신용 평가에 신경 쓸 필요 없이, 손쉬운 주택 담보 대출로 ‘땅 짚고 헤엄치기’식 장사를 했다. 계속 펌프질을 해대다 대출 자금이 부족해지자 은행채와 CD를 남발하고, 엔 캐리 자금 등 단기 외화까지 끌어와 펌프질을 해댔다.


        하지만 많은 부분 집값을 키운 것은 정치적 이해관계에 빠진 중앙과 지방의 정치권과 단기 경제 성적표에 치중한 정부 관료들이었다. 김대중 정부는 단기적인 경기 부양에 집착해 부동산 투기를 용이하게 만들었다. 외환위기 이후 개발주의 시대 때 형성된 공급자 위주의 주택시장을 소비자 위주로 전환하는 과제를 방기했다. 오히려 공급자인 건설업체들만 배불리는 시스템을 만들었다. 분양가만 자율화하고 함께 패키지로 추진키로 했던 후분양제 약속은 이행하지 않았다. 그렇게 해서 건설업체들이 공급자 위주의 선분양제 아래 분양가를 마음대로 올려 엄청난 폭리를 취할 수 있는 제도적 틀을 만들어 주었다.


        집값 안정과 서민 경제 활성화라는 염원을 안고 출범한 노무현 정부는 무능하고 위선적인 정부였다. 말로는 ‘부동산 투기와의 전쟁’을 외치면서도 건설과 개발 마인드로 무장한 관료들에게 놀아났다. 인수위 때 채택해놓고도, 결국 후분양제를 제대로 시행도 못했고, 조작된 통계에 속아 불과 2,3년 전까지 ‘집값 거품이 없다’고 떠들어댔다. 집값을 잡는다는 명분으로 지속적으로 신도시 개발을 발표하며 투기세력에게 먹잇감을 제공했다. 판교를 중산층까지 살 수 있는, 쾌적하고 질 높은 장기 임대 주택 단지로 만들라는 혜안 있는 전문가의 제안도 걷어찼다. 오히려 판교를 거대한 로또판으로 만들어 서울 강남과 경기 남부의 집값을 덜썩이게 만들었다. 한편으로는 행정복합도시다, 기업도시다, 균형발전이다, 경제특구다 하며 온갖 개발사업을 만들어냈다. 전국을 투기장으로 만들었고, 엄청나게 풀린 보상금으로 다시 서울의 집값을 끌어올리는 거품을 만들어냈다. 마치 일본의 부동산 버블을 만들어낸 ‘일본 열도개조론’의 한국판을 연상케 하는 조치였다. 한 쪽에서는 집값을 잡겠다며 세금을 올리면서도, 다른 한 쪽에서는 개발사업으로 투기판을 확대하고 부동산 시장에 돈을 몰리게 했으니 코미디도 이런 코미디가 없다. ‘10.29’대책을 발표해 부동산 투기를 다 잡아놓고도 대책을 제대로 시행도 못해보고 스스로 무력화시켰다. ‘이러다 경착륙한다’는 관료들과 일부 언론의 엄포에 속기도 했겠지만, 자신의 임기 내에 거품이 꺼지는 것을 원하지 않았던 탓이다. 결국 2005년 이후 2차 집값 폭등기를 불러오고 말았다. ‘집값만은 잡겠다’고 임기 내내 되풀이하면서도 집값 잡는 방법도 모르고, 집값 거품을 깨트릴 용기도 없었으니 얼마나 무능하고, 얼마나 위선적인가? 오죽하면 맹목적으로 ‘좌파 노무현’을 싫어하는 강남 아줌마들조차 “노무현이 집값 올려준 것 하나는 정말 고맙다”고 비아냥거렸겠는가? 자신을 뽑아준 서민들의 기대를 깡그리 저버린 정부가 지난 대선에서 국민들의 심판을 안 받을 줄 알았는가?


        그런데 현재의 이명박 정부는 더욱 가관이다. 노무현 정부는 집값을 잡겠다는 최소한의 의지라도 있었지만, 현 정부는 그런 의지 자체를 찾아보기 어렵다. 오히려 아파트를 지어대고, 대규모 토목사업을 벌여 부동산 거품을 더욱 키우는 것이 경제 발전의 시작이자 끝인 줄 아는 정부다. 정경유착과 부정부패의 산실인 건설산업의 대표격인 현대건설 사장 출신이니 오죽하겠는가? 한 마디로 한국판 건설족의 우두머리라 할 만하다. 허구한 날 어디다 삽질할 것인지 ‘삽질 경제학’에만 심취해 있는 분이니, 한국 경제의 앞날이 암담하게 느껴질 뿐이다.


        사실 이명박 대통령은 이미 서울시장 시절부터 서울 집값 올리기에 혁혁한 공(?)을 세운 사람이다. 그는 서울시장 선거 시절부터 물밑에서 당시 이슈가 됐던 강남 5개 재건축 단지의 사업 승인을 약속했다. 물론 겉으로 내세우기는 찜찜했는지 정식 공약으로는 내세우지 않았다. 그것은 시작에 불과했다. 그는 시장 취임 불과 몇 달 후부터 ‘강남북 균형발전’을 내세우며 뉴타운 사업을 추진하기 시작했다. 말이 좋아 ‘균형발전’이지 실제로는 ‘강북 집값도 올려주겠다’는 것이었다. 한 번 정치바람을 타기 시작한 뉴타운 열풍는 거세게 불었다. 그는 은평뉴타운을 시작으로 임기 내 세 차례에 걸쳐 33개의 뉴타운을 지정했다. 말이 33개이지, 서울시 시가지 면적의 약 7.5%로 30여년 서울시 전체 재개발 면적보다 더 넓다. 뉴타운을 계기로 사업대상지와 인근 지역들뿐만 아니라 향후 사업 가능성이 있는 지역들까지 집값이 폭등을 거듭했다. 오죽하면 전직 서울시 간부조차 “지방 땅값은 노무현이 올리고, 서울 땅값은 이명박이 다 올렸다”고 하겠는가?


        이명박의 뉴타운 사업은 앞으로도 큰 파장을 예고하고 있다. 뉴타운 사업지에 있던 중소형 주택은 모두 헐렸다. 그 자리에는 모두 중대형의 새 아파트들이 들어선다. 대부분 뉴타운 사업지에는 가난한 세입자들이 70~80%를 차지한다. 중소형 주택이나 연립주택 등에 세 들어 있던 세입자들은 모두 쫓겨난다. 뉴타운 사업으로 인한 철거가 본격화된 지난해부터 서울 동북부와 인접한 경기 북부지역까지 극심한 전월세난이 벌어지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투기세력이 끼어든 탓도 있지만, 노원, 도봉, 강북 3구의 집값이 2008년 상반기 거세게 상승한 이유도 이 때문이다. 뉴타운 사업 대상지역의 인근 대학가의 하숙비가 폭등하는 것도 모두 이 때문이다. 그런데도 쫓겨나는 세입자들조차 “뉴타운하면 우리도 좋아지는 것 아닌가?” 착각하고, 많은 대학생들은 자신들의 하숙비 상승을 초래한 장본인이 누구인지도 모르고 지난 대선에서 이대통령을 찍었다. 하긴 이런 사실을 언론이 제대로 알려주지 않으니 어찌 알겠는가 싶기도 하다.


        이 대통령의 삽질은 여기에서 멈추지 않았다. 대통령 취임 이후 시대착오적인 공약인 ‘한반도 대운하’로 물줄기를 따라 땅값이 폭등하게 만들더니 요즘도 하는 행태가 가관이다. 더 이상 거품을 키워서는 안 된다는 경고는 아랑곳 않고, 거품을 키우는 부양책 일색이다. 후분양제 백지화, 분양가 상한제 무력화, 미분양 물량 해소대책, 재건축 규제 완화, 전매제한 기간 단축, 추경 편성을 통한 유동성 공급 등 모두 열거하기도 힘들다. 종부세 완화, 양도세 완화, 재산세 경감 등 부동산 부자들을 위한 세금 선물도 패키지로 공급하고 있다. 심지어 이 정부는 재건축 시 임대주택과 소형주택 의무 공급비율을 축소하겠다고 했다. 자신이 벌여놓은 뉴타운 사업 때문에 전월세난이 향후 몇 년간 심각해질 것이 너무나 빤한데 공급을 늘이기는커녕 줄이겠다는 것이다. 재건축 사업 투기자들의 사업성을 맞춰주기 위해 저소득층의 주거난은 아무래도 좋다는 식이다. 얼마나 뻔뻔하고 파렴치한 정부인가? 하긴 ‘강부자 내각’으로 이뤄진 정부에 뭘 기대한단 말인가?


        현 정부는 지금의 부동산 경기 침체가 전적으로 노무현 정부 때 도입한 각종 규제책 때문이라고 보는 것 같다. 그래서 노무현 정부 때 정책을 모두 뒤집기만 하면 부동산 시장이 다시 살아날 것이라고 보는 착각에 사로잡힌 듯하다. 이들은 부동산 버블이 붕괴하기 전 집값은 높은 상태에서 유지되지만 거래량은 확 주는 ‘부동산 스태그플레이션’ 현상이 선행하는 것도 모르는 것 같다. 이 정부는 거품을 계속 지탱하거나 키울 수 있을 것처럼 착각하는데 절대 그렇지 않다. 모든 버블은 어떤 식으로든 붕괴하는 것은 필연에 가깝다. 버블을 더 큰 버블로 막는 것은 한계가 있다. 이미 카드채 사태 때 이를 여실히 경험했다. 하지만 역사의 실패에서 배울 만큼 능력 있는 정부가 아니니 어쩌겠는가?


        정부만 거품을 키운 것도 아니다. 여야를 막론하고 상당수 정치권 인사들이 집값 거품 키우기에 뛰어들었다. 예를 들어, 이 대통령이 서울시장 시절 뉴타운 사업을 추진할 때 소위 ‘뉴타운법’을 여야가 경쟁적으로 입법화하는데 열을 올렸다. 아마 서민입법과 구조적 개혁에 관한 입법은 도통 관심 없는 여야 의원들이 그렇게 초당적으로 합심해 만든 법은 입법사상 유례가 없을 것이다. 그래도 더욱 한심한 것은 당시 여당인 열린우리당 의원들이다. 한나라당이야 못 사는 지역을 중산층 위주의 아파트촌으로 바꾸면 자신들 선거에 유리하니 ‘뉴타운 맨더링’(선거구를 기존 정치인들에게 유리한 방식으로 획정하는 ‘게리맨더링’에 대비해 선거구는 그대로 둔 채 뉴타운을 통해 선거구민의 구성을 바꾸는 것을 일컫기 위해 필자가 만든 조어다)을 하는 게 자신에게 유리하다. 하지만 뉴타운이 뜨니 자신들도 우르르 몰려가 뉴타운 입법에 한 다리 걸친 열린우리당 의원들은 제 발등 자기가 찍는 줄도 몰랐던 것이다. 그러니 지난 총선에서 뉴타운 공약을 내세워 당선된 한나라당 ‘뉴타운돌이’들을 비난하는 통합민주당의 모습은 애처롭다기보다 코미디에 가까웠다.


        자신의 정치적 야욕을 위해 집값을 올린 정치인들에게는 반드시 책임을 물어야 한다. 그들은 자신들과 부동산 기득권 세력을 위해 한국 경제를 파탄내고, 서민들의 주름살을 늘렸다. 사람 귀한 줄은 모르고 전 국민의 반을 비정규직으로 만들어 식민지 원주민처럼 착취한 이들이 집값 거품을 부풀리고 유지하는 데는 앞 다퉈 나섰던 사람들이다. 이들은 마치 아파트 값이 오르면 세계 초일류 국가가 될 것처럼 환상을 불러 일으켰다. 이제 그런 환상이 모두 망상이었음을 깨닫는 날이 올 것이다. 80년대말 미국의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을 사며 기세등등했던 일본이 이후 10여년의 나락으로 빠져들었던 것처럼 말이다. 그때가 되면 반드시 기억해야 한다. 집값 거품에 취해 온 국민을 투기장으로 몰아넣었던 정치인과 그 세력들을. 그 때가 오면 그들을 정치적으로 반드시 심판해야 한다.

by 선대인 2008. 9. 3. 01:12


 최근 강남을 위시해 소위 ‘버블 세븐’ 지역 집값의 하락세가 완연해지자 대세 하락이냐 일시 조정기냐에 대한 판단이 엇갈리고 있다. 물론 누구도 100% 확신을 갖고 말하기 어렵겠지만, 필자는 대세 하락 쪽에 무게를 두고 있다. 무슨 근거로 필자는 그 같은 전망을 하고 있을까. 필자가 집값의 대세 하락을 주장하는 근거와 이유는 상당히 많고 서로 연결돼 있기도 하다. 하지만 이 글에서는 주요 근거 다섯 가지에 국한해 살펴보자.


1. 세계 경제의 동조화 현상: 주가처럼 세계 각국의 집값도 같은 방향으로 움직인다.


        90년대말 이후 집값 폭등 현상은 비단 국내에만 국한된 현상이 아니다. 2000년대 이후 주택 투기 버블은 미국뿐만 아니라 유럽 각국 및 브릭스(BRICS)국가 등 세계 대부분 국가에서 동시에 발생했다. 이렇게 세계 각국에 주택 투기 버블이 공통적으로 형성된 이유는 달러 유동성의 과잉 공급, 9.11사태 이후 경기 부양을 위한 세계적 저금리, 자산 유동화 증권 등을 통한 부동산 투기 레버리지의 극대화 등을 꼽을 수 있다.  이 같은 경제적 동인들을 배경으로 주지하다시피 2000년 이후 세계 각국의 집값은 급격히 상승했다. 하지만 미국의 서브프라임론 사태를 계기로 세계 각국의 주택 버블도 약간의 시차를 두고 붕괴하는 양상을 나타내고 있다. 올해 6월 현재 미국 10대 도시의 경우 정점 대비 주택 가격이 약 17.8% 가량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코노미스트지 7월 5일자에 따르면, 영국의 집값도 6월 현재 지난해 동기 대비 6.3% 하락했다. 이뿐만 아니라 스페인, 프랑스, 아일랜드, 중국 등 상당수 국가의 집값이 빠른 속도로 하향곡선을 그리고 있다.

        이처럼 함께 오르기 시작했던 전 세계 집값이 이제는 함께 떨어지고 있다. 지금 한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집값 하락 현상도 전 지구적 동조화 현상의 일부분이라고 할 수 있다. 다른 나라와 함께 올랐던 국내 집값이 다른 나라가 내릴 때만 홀로 독야청청(獨也靑靑)할 수 있을까. 전 세계적인 동조현상에서 한국만 이탈할 수 있을까. 많은 이들이 국토가 좁고, 수도권에 인구가 밀집해있다, 한국인은 주택 소유욕이 강하다 등등의 이유를 들어 한국은 다르다고 한다. 과연 그럴까. 80년대말 부동산 버블의 절정기에 있던 일본에서도 거의 똑같은 이유들을 들먹이며 ‘부동산 불패론’에 젖어 있었다. 하지만 그것이 얼마나 큰 착각이었는가는 길게 설명하지 않아도 될 것이라고 믿는다.   


2. 수급 불균형: 수도권의 주택 공급량은 실질적으로 공급 초과 상태다.


        외환위기 이후 몇 년 동안의 집값 상승은 수급 불균형 측면에서도 합리화될 수 있었다. 외환위기 이후 몇 년 동안 건설 경기 침체로 주택 잠재수요량이 지속적으로 늘어난데 반해 실제 공급량은 크게 줄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후 2001년 부동산 투기 붐이 일면서 아파트 신규 공급이 급증해 공급 부족이 빠르게 해소됐다. 실제로 독립적인 민간싱크탱크인 김광수경제연구소에 따르면 2000년 약 41만호에 이르렀던 수도권의 아파트 잠재적 공급량 부족은 2006년에는 7만3000호까지 빠르게 줄어든 것으로 분석됐다. 이 연구소는 다주택보유 가구 및 수도권 비거주자의 투기적 가수요를 빼면 수도권의 아파트 잠재적 공급 부족은 거의 해소됐다고 주장했다.

        이 같은 주장은 미분양 물량 급증과 잇따르는 분양 미달, 입주율 저조 등을 통해 현실에서 확인되고 있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에 따르면 지난 4월 미분양 주택 수는 전국적으로 12만 9859호에 이르렀지만 실제 미분양 물량은 두 배 가량인 25만가구에 이른다는 것은 업계의 공공연한 비밀이다. 특히 올들어 수도권에서 분양한 5만352가구 중 미분양 물량은 19.5%인 9819가구나 됐다. 최근 서울 마포구 합정 균촉지구의 주상복합으로 시선을 모은 ‘서교자이’가 1순위 분양에서 대규모 미달 사태를 빚은 것이나 은평뉴타운의 입주율이 약 4분의 1에 불과한 것도 같은 현실을 반영하고 있는 셈이다. 


3. 낮은 투자수익률: 연간 10% 이상 오르지 않으면 주택 투자는 오히려 손해다.


        물론 집값은 수급상황에 따라서만 결정되는 것이 아니다. 최근 몇 년 동안의 상황이 보여주듯이 투자 또는 투기적 요소 또한 매우 중요하다. 그런데 투자 또는 투기를 한다고 할 때 판단의 근거가 되는 기대 수익률을 따져 봐도 앞으로 집값 상승은 어렵다. 왜 그럴까? 가상의 예를 들어보자. 시세 1억원인 집이 1년 만에 2억원이 됐다면 연간 투자수익률은 100%다. 그런데 시세 10억인 집을 사 마찬가지로 1년에 1억원이 올랐다고 해보자. 이 경우 투자수익률은 10%에 불과하다. 두 경우 모두 1년 만에 1억원을 벌었지만, 투자수익률에서는 10배의 차이가 생긴다. 주택 거품이 생기는 초기 단계에서 집값이 급상승할 때는 웬만하면 세금과 은행 대출 이자를 제하고도 충분히 수지가 맞는다. 하지만 주택 거품이 정점에 이르러 투자수익률이 떨어지면 상황이 달라진다. 위에서 후자의 경우 투자수익률이 10%라고 할 때 실질 투자수익률은 그보다 훨씬 낮다. 우선 물가 상승분을 빼야 한다. 올해 경우 물가 상승률을 낮게 잡아 4%정도라고 하자. 여기에다 종합부동산세와 재산세로 수천만원을 내고 나면 실질 투자 수익률은 거의 제로에 가까워질 것이다. 여기에다 은행 등의 부채를 지고 있다면 사실상 마이너스 투자수익률을 기록하게 된다. 실제로는 대부분의 경우 고가 아파트를 살 때 시세의 20~30% 정도는 금융기관의 주택 담보 대출로 메운다. 은행과 제2금융권의 대출 금리가 계속 오르는 추세이므로 부채 차입 비용도 갈수록 커진다. 이런 상황에서는 명목상 10% 투자수익률을 기록한다 해도 실제로는 돈을 까먹고 있는 셈이다. 따라서 매년 투자 수익률이 최소 10% 이상은 돼야 투자처로서 매력을 지닌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오를 만큼 올라버린 아파트가 매년 10% 이상 추가 상승한다는 게 가능할까.

        그런데 여기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집값이 오르기는커녕 계속 횡보하거나 조금씩이라도 하락한다면 어떻게 될까. 소위 ‘버블 세븐’에서 실제로 최근 벌어지고 있는 일이다. 이는 이들 주택 소유주에게는 날벼락이 아닐 수 없다. 특히 주거목적이 아닌 투자목적으로 집을 산 사람들에게는 거의 재앙에 가까운 수준이다.


이 글은 김광수경제연구소포럼( http://cafe.daum.net/kseriforum)의 '부동산문제'란에도 떠있습니다. 더 깊이 있는 토론을 원하시는 분은 포럼에 들러주세요.


4. 투기 심리의 위축: 투기 심리로 오른 집값은 투기 심리가 위축되면 꺼진다.


        투자 수익률의 하락은 투기 심리의 위축을 부른다. 최근 ‘경부 라인’ 축의 집값 하락세를 지켜본 많은 이들이 집값이 하락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는 투기 심리가 위축됐음을 뜻한다. 지난 몇 년간 집값의 대부분은 투기 심리로 올랐다. 물론 초기에는 실제로 주택 공급도 부족했고, 주거에 대한 사람들의 기대 수준도 높아졌고, 소위 (사)교육여건의 지역 편차가 심했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투기버블이 발생해 그 거품이 계속 지속되고 커진 것은 많은 부분 투기심리 때문이다. 물론 이런 투기심리를 키운 데는 정치권과 정부의 도덕적 해이와 정책 실패의 책임이 작지 않다. 하지만 이런 투기심리로 잔뜩 부풀어 오른 집값 거품은 투기심리가 사라지는 순간 꺼지기 마련이다. 최근 강남과 수도권 전역에서 집값이 절정기에 비해 상당히 떨어졌는데도 불구하고 매수세가 없는 것도 투기심리가 얼마나 위축돼 있는지를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최근 정부나 서울시의 각종 정책이나 정책 시그널에 부동산시장이 반응하는 양상을 봐도 투기심리가 상당히 위축됐음을 짐작할 수 있다. 상당수 언론에서는 정부가 대출 규제 및 재개발 재건축 규제가 완화되지 않아 집값이 떨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이 같은 규제가 마련되고 집행됐던 지난 노무현 정부 당시에도 집값은 줄기차게 올랐다. 그 규제가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고 해서 집값이 떨어질 이유는 없다. 더구나 실제로는 중앙정부가 규제를 조금씩 완화하고 있고, 이명박 대통령과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 등은 집값을 자극할만한 발언이나 지시를 여러 차례 했다. 예를 들어, 이 대통령은 올초 국토부 업무 보고 때 규제 완화책을 강하게 주문했다. 또 기획재정부는 일가구 일주택 장기보유자에 대한 양도세 경감조치를 시행키로 한 데 이어 강장관은 최근 종부세 완화 방침을 밝혔다. 하지만 이 같은 발언 때문에 집값이 상승하는 일은 전혀 없었다. 가장 최근에는 강남 재건축 규제 완화 방침을 밝혔지만, 매수세는 전무하다시피 했다. 만약 불과 3,4년 전 비슷한 발언을 대통령과 재경부 장관이 했다고 상상해보라. 부동산시장이 지금과 같은 반응을 보였겠는가. 그만큼 부동산 시장을 둘러싼 전체적인 경제 요인들이 강력한 하락 신호를 보내고 있고, 이에 반응해 투기심리 또한 상당히 위축돼 있는 것이다. 대세 상승기에는 조그만 호재에도 집값이 크게 뛰는 반면, 대세 하락기에는 웬만한 호재에도 하락세가 꺾이지 않는다는 것을 실감케 하는 사례가 아닐 수 없다.


5. 경기 침체와 시중 금리 상승: 주택을 살 실탄이 떨어진다.


        집값은 전체 경제 상황에 큰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지금처럼 원유가 등 수입 물가 상승으로 촉발된 물가 상승과 동시에 경기가 급격히 가라앉는 스태그플레이션 상태에서는 집값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물가가 오르는 상태에서 경기 침체에 따라 소득이 감소하면 개별 가계의 가처분 소득은 양 방향으로 줄어들게 된다. 이럴 경우 소비는 위축되고, 부동산처럼 덩치가 큰 실물자산에 대한 선호는 급격히 떨어질 수밖에 없다.

        이런 가운데 지속적인 시중 금리 상승은 집값 하락을 부채질하고 있다. 최근 은행 대출금리는 고정금리형과 변동금리형이 모두 상승하고 있다. 은행채 금리에 연동되는 고정금리형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최고 9%대를 넘어섰다. 또 변동금리형 주택담보대출 금리의 기준이 되는 양도성 예금증서(CD)금리도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 문제는 주택대출 금리가 인플레이션 압력에 따른 시중금리 상승 등으로 오름세를 지속할 것이라는 점. 은행권이 낮아지는 저축률로 자금조달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은행채와 CD 발행을 계속 늘리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2007년 8월 이후 11개월째 5.0%에서 유지돼왔던 한국은행의 기준금리도 상승할 가능성이 높다. 기준 금리 인상은 경기를 위축시키는 효과가 있지만 한국은행으로서는 가파르게 상승하는 물가를 안정시키는 것이 본연의 임무다. 실제로 이성태 한국은행 총재는 7월 10일 열린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를 동결하면서도 ‘제2차 물가 충격’을 언급해 8월에는 기준 금리를 인상할 것임을 강하게 시사했다. 기준금리가 오르면 시중금리는 더 한층 높아질 수밖에 없다. 이처럼 금리가 오르면 대출부담 때문에 추가적인 주택 구매가 줄어들고, 기존 주택 담보 대출자의 원리금 상환부담도 커질 수밖에 없다.

        위에서 본 것처럼 전반적인 국내외 상황을 고려할 때 집값의 대세하락 압력은 매우 빠른 속도로 점증하고 있다. 더구나 이들 하락 요인들은 일시적이라기보다는 구조적이고 지속적으로 작용하는 요인들이다. 따라서 최근의 집값 하락 현상이 과거 대세 상승기에 흔히 일어났던 일시 조정기라는 생각은 ‘기대 섞인 희망’이 될 공산이 크다.


집값 거품을 떠받치는 요인들


        하지만 집값 상승 요인이 완전히 없어진 것은 아니다. 필자는 국지적인 개발 호재를 논외로 할 경우 크게 두 가지 요인이 있다고 생각한다.

        우선, 현 정권이 경기 침체를 빌미로 강력한 건설경기 부양책 및 집값 부양책을 쓸 경우다. 더구나 많은 사람들이 기대하듯 이명박 대통령은 소위 ‘부동산 대통령’이 아닌가. 하지만 집값의 추가적인 상승을 우려하는 국민 정서가 상당히 폭넓게 자리 잡고 있어 세칭 ‘강부자 정권’도 집값을 폭등시킬 정도의 규제 완화책을 내놓기는 어려울 것이다. 설사 규제 완화책을 내놓는다고 해도 다양한 집값 하락 요인과 위축된 투기 심리 때문에 파장은 상당히 미미할 것이다. 실제로 이번 강남 재건축 규제 완화 방침 이후에도 매수세가 전혀 없다는 것이 이를 방증한다. 더구나 현재 경제 상황 때문에 정부가 원해도 취할 수 없는 정책수단도 많다. 대표적인 것이 90년대 후반 이후 집값 상승에 결정적 영향을 미친 금리 인하. 지금과 같은 급격한 인플레이션 상황에서는 꿈도 못 꿀 조치다. 설사 정부가 집값을 자극하는 규제 및 세금 완화책을 내놓는다고 하더라도 앞서 언급한 집값 하락 요인들을 상쇄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예를 들어, 대출 규제를 완화한다고 해도 집값 하락과 대출 금리 상승이 현실화하고 있는 상황에서 은행에서 무리하게 돈을 빌려 집을 살 투자자가 얼마나 있을까. 이처럼 거대한 시장의 하락 압력을 정치적, 정책적 요소로 떠받친다는 것은 단기적으로는 몰라도, 중장기적으로는 결코 불가능하다.

        두 번째 집값 불안 요인은 강북의 뉴타운 지역을 중심으로 한 소형 평형의 수급 불균형이다. 최근 몇 년간 진행된 재개발 재건축과 뉴타운 사업이 중대형 평수 위주로 이뤄지다보니 소형주택이 크게 줄었다. 올해 총선을 전후해 노원구와 도봉구, 강북구 등의 집값 상승의 배경에는 기본적으로 이 같은 소형주택의 수급 불균형이 자리잡고 있었다. 강북 소형주택의 품귀현상이 소형평형 위주의 집값 상승을 유발했고, 투기 세력이 가세하면서 집값 상승이 확대된 것이다. 이 같은 상황은 향후 몇 년 동안 강북 및 인접 경기도 지역의 집값을 불안하게 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 더욱이 올해부터 뉴타운 지구 내 주택 철거가 본격화돼 올해부터 2010년까지 약 8만5000가구가 줄어든다. 하지만 이 같은 소형 주택 위주의 수급 불균형은 국지적 현상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 이주세대 대부분이 인접지역에 재정착하기 때문. 더구나 뉴타운 지역 주민들의 70~80%가 세입자여서 이 같은 수급 불균형에도 매매 수요의 급증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불안한 사람들을 위한 조언: 생활인의 관점을 회복하라.


        주변에는 ‘지금이라도 집을 사야 하는지’ 또는 ‘더 늦기 전에 집을 팔아야 하는지’ 묻는 사람들이 더러 있다. 모두 집값이 불안한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필자가 지금처럼 버블 붕괴의 언저리에 있는 현 국면에서 해줄 수 있는 조언은 가급적 새로운 부동산 투자를 하지 말라는 것이다. 지금 부동산 투자를 하는 것은 매우 위태로운 일이기 때문이다. 왜 그런지 비근한 예를 통해 살펴보자. 서브프라임론 사태가 터지기 직전인 2006년말 미국 부동산에 투자해 상투를 잡은 A씨의 피해는 매우 크다. A씨는 30만 달러를 선금(downpayment)으로 넣고 모기지 대출을 받아 80만달러에 집을 샀다가 나중에 집값 폭락으로 모기지 대출금을 갚지 못하자 결국 집을 은행에 처분하고 빚 청산을 하기도 했다. 그 사람은 모두 35만 달러의 손실을 입었다. 이처럼 버블의 정점에서 잘못 투자했다가는 낭패를 보기 십상이다. 특히 언젠가는 부동산이 다시 오를 것이라는 환상을 여전히 갖고 있는 이들이 있다면 그 환상에서 깨어나라고 주문하고 싶다. 10여년전 일본의 사례와 지금의 미국 사례가 보여주듯이 부동산 거품은 언젠가는 깨지며, 한국도 부동산 거품이 꺼지고 있는 중임을 명심하라는 것이다.

        이제는 집에 대해 투기자가 아닌 생활인의 시각을 회복해야 한다. 2000년대 들어 집값이 급등하고 이 과정에서 돈을 번 사람들이 많아지다 보니 많은 이들에게 집은 삶의 보금자리라기보다는 투자 대상이 돼버렸다. 많은 이들이 증시에서 주식을 사고팔듯이 집을 거래한 것이다. 하지만 이제는 주택에 대해 주거공간이라는 본연의 가치로 바라볼 시점이 됐다. 안정된 생활을 영위할 주거공간으로서의 주택을 생각한다면, 지금 거품이 잔뜩 낀 집을 사는 것은 금물이다. 더구나 무주택자가 은행 부채 등을 잔뜩 지고 지금 집을 사려는 것은 정말 위험천만하다. 단기적 투자 개념이 아니라 10년 정도 단위의 중장기적 재무설계 관점에서 판단해보라. 예를 들어, 당신이 30대 중후반의 무주택자라고 해보자. 무리하게 주택 투자를 통해 돈을 벌겠다는 생각이 아니라면 이 세대의 사람이 안정된 노후기반으로 집이 필요한 시기는 10여년 후인 50세 무렵이라고 할 수 있다. 한국의 집값 거품 붕괴가 과거 90년대초의 패턴을 따른다면 7~8년간의 집값 하락 시기를 예상할 수 있다. 집값은 91년초의 정점 대비 실질적으로 절반 아래로 떨어지기도 했다. 향후 10여년 사이에도 집값이 사실상 반토막 나는 시점이 올 가능성이 높다. 지금 차곡차곡 돈을 모았다가 충분히 집값 거품이 걷힌 시기에 자신의 경제력에 맞는 집을 사라.

        반면 집값이 금방이라도 다시 오를 것 같은 환상을 갖고 무리하게 은행 대출을 일으켜 집을 샀다고 생각해보자. 그리고 똑같은 집값 거품 붕괴 현상이 발생한다고 해보자. 이런 경우 당신은 거품이 잔뜩 낀 집을 사서 매년 세금을 내고 은행 이자를 내느라 쪼들리게 될 것이다. 더구나 당신 집의 자산 가치는 그 사이에도 계속 하락하게 된다. 또한 당신이 집에다 투자한 최소 수억원의 기회비용 손실을 생각해보라. 그렇지 않았다면 당신은 꼬박꼬박 은행에서 이자를 받거나, 다른 금융상품에 투자해 수익을 올릴 수도 있었다. 비단 경제적 손실뿐만 아니라 금융 부담으로 인한 스트레스와 자산 가치 하락으로 인한 상실감 또한 적지 않을 것이다.


이 글은 김광수경제연구소포럼( http://cafe.daum.net/kseriforum)의 '부동산문제'란에도 떠있습니다. 더 깊이 있는 토론을 원하시는 분은 포럼에 들러주세요.

by 선대인 2008. 7. 15. 16:06

이 글은 김광수경제연구소포럼( http://cafe.daum.net/kseriforum)의 '부동산문제'란에도 떠있습니다. 더 깊이 있는 토론을 원하시는 분은 포럼에 들러주세요.


“뉴타운 ‘불똥’ 자취·하숙생들 갈 곳이 없다”

“군대 갔다 오니 하숙비 2배 가량 껑충”…고민에 빠진 대학가.


4일자 경형신문이 보도하고 다음과 네이버 등이 탑화면에 배치한 기사의 제목이다. 서울시가 한꺼번에 추진중인 뉴타운 개발로 인해 대학가에도 주거대란이 일어나고 있다는 내용의 기사다.


본론에 들어가기에 앞서 보도내용 일부를 옮겨보자. “뉴타운 지정으로 전셋값이 폭등한 데다 하숙집들도 잇따라 철거되면서 방값이 점점 올라 하숙방 품귀 현상까지 빚어지고 있다. 대학생들은 기숙사에 희망을 걸어보지만 대부분 대학의 기숙사는 지방 학생들을 모두 수용하기에는 태부족이다. 서울시내 대학 가운데 인근에 뉴타운이 조성되는 곳은 12개 학교. 이문·휘경뉴타운 근처의 경희대·한국외대·한국예술종합학교와 흑석뉴타운 근처의 중앙대 등이다. 이들 12개 대학 재학생 중 지방에서 올라온 학생 수는 4만2000여명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동작구 흑석동 흑석뉴타운 예정지에서는 이미 철거된 가구를 포함해 올해 안으로 1046가구가 철거된다. 중앙대생들이 자취·하숙을 하던 흑석동의 저렴한 소형 주택들은 대부분 철거 대상이다. 서울시립대 주변의 전농·답십리뉴타운, 이화여대와 추계예술대 주변의 아현뉴타운 등도 올해와 내년 중에 차례로 철거에 들어갈 예정이다.”  


집값 폭등, 낮은 원주민 재정착율, 아파트 일변도의 획일적 주거유형, 소형 주택 철거로 인한 서민주거난 등 이미 드러난 뉴타운 사업의 문제점과 부작용은 이만저만 아니다. 여기에 대학 하숙비 폭등까지 하나 더 보태진 것이다.


그런데 이 모든 문제점과 부작용을 낳은 ‘배후’가 누구인지 많은 이들이 잘 모른다. 결론부터 말하면 그 ‘배후’는 요즘 쇠고기 촛불 집회의 배후 찾기에 혈안이 돼 있는 이명박 대통령이다. 왜 이 대통령이 대학가 하숙비를 껑충 뛰게 만든 장본인이냐고? 그 이유를 차근차근 살펴보자.


원래 ‘강북뉴타운 건설’은 청계천 복원사업과 더불어 이명박 대통령의 서울시장 취임 초부터 핵심 사업이었다. 강남에 비해 상대적으로 뒤떨어진 강북의 주거환경을 개선하겠다는 것이 표면적인 사업 취지였다. 하지만 이면에는 지역 발전에 목말라 있는 강북 주민들의 환심을 사기 위한 표계산이 강하게 작용했다. 일부 소외 지역을 번듯한 주택단지로 바꿔놓을 경우 ‘전시 효과’를 통해 다른 지역 주민들의 표심도 얻을 수 있다는 계산이었다.

이에 따라 서울시는 2002년 10월 은평, 길음, 왕십리 등 3개 지구를 시범뉴타운 지구로 지정했다. 이대통령의 시장 취임 불과 4개월만이었다. 시범지구인 이 3개 지구에 투입한 시 재정만 1500억원 가량에 이른다. 특히 이 가운데 은평뉴타운 지역은 이대통령이 뉴타운 사업의 ‘모델 케이스’를 만들기 위해 공을 들인 지역이다. 이 지역은 낡은 주거지역을 재정비해야 하는 다른 뉴타운 지역과 달리 그린벨트 해제 지역 등을 개발하는 것이어서 사업속도를 올리기에 안성맞춤이었다. 이대통령은 다른 뉴타운과는 달리 은평뉴타운은 산하공기업인 SH공사를 통해 공영개발했다. 임기내 은평뉴타운 사업의 가시화를 목표로 하다 보니 과다한 토지 보상비를 지급하고, 고가 브랜드 아파트 업체 유치를 위해 사업비를 과다하게 책정하는 등 무리수가 뒤따랐다. 나중에 오세훈 서울시장 초기 불거진 은평뉴타운 고분양가 문제도 사실은 이 대통령이 씨를 뿌렸던 셈이다.

3곳으로 시작된 뉴타운, 이명박 정치욕심으로 35개까지


시범뉴타운이 확정된 뒤 곧바로 뉴타운은 또 다른 정치 바람을 타기 시작했다. 시범뉴타운이 확정된 직후부터 각 지역의 민원이 빗발치기 시작했다. 주민들의 욕구를 대변해 각 지역구청장들과 시의원들을 중심으로 뉴타운 추가 지정 요구가 쏟아지기 시작한 것. 대선 표계산에 골몰했던 이대통령은 이 같은 지역 민원을 제어하기보다는 오히려 ‘정치적 선물’로 적절히 안배해주는 것을 당연시했다. 이렇게 해서 이대통령은 2003년 당시 서울시장으로서 2차 뉴타운 12곳과 시범 균형발전촉진지구 5곳을 추가로 지정했다.


이후 사업 대상지가 확대되고 추가 지정을 요구하는 민원이 계속되자 이대통령은 한 술 더떠 2005년 6월에는 뉴타운 특별법 제정을 건의한다. 뉴타운 사업의 정치적 효과에 눈이 먼  국회의원들은 여야를 가리지 않고 ‘뉴타운 특별법’과 ‘도시구조개선 특별법’, ‘도시광역개발 특별법’ 등 3개 법안을 경쟁적으로 발의했다. 이후 국회는 3개 법안을 통합해 ‘도시재정비촉진을 위한 특별법’을 마련, 그해 12월 법안을 통과시켰다. 서울시는 그 사이 다시 3차 뉴타운 10곳과 2차 균촉지구 3곳을 추가로 지정했다. 당초 시범 사업지 3곳으로 출발했던 뉴타운 사업은 모두 33곳으로 대폭 늘어나게 됐다. 이후 뉴타운 사업지는 오세훈 서울시장 취임후 지정된 세운균촉지구 등 두 곳을 포함해 모두 35곳으로 늘어난다.


많은 이들이 뉴타운 사업지가 35곳이라고 하면 대수롭지 않게 생각한다. 하지만 사업의 규모를 알게 되면 몇 년 새 35곳의 뉴타운 사업을 한꺼번에 지정한 것이 얼마나 무지막지한 일인지 알 수 있다. 뉴타운 35곳의 총 사업대상지는 27㎢로 약 720만평에 이른다. 서울시 전체 면적의 약 5%에 이르는 규모다. 사업지 주변지역까지 합하면 전체 가구의 15% 이상이 영향을 받게 되는 서울시 창건 이래 최대 규모의 역사(役事)다. 서울시가 30여 년간 추진해온 주택재개발사업 면적보다 더 많다.


이러한 대규모 뉴타운 사업의 동시다발적 진행의 가장 큰 피해자가 바로 저소득 세입자들과 자취나 하숙을 해야 하는 지방 대학생들이다. 이들의 마지막 보금자리였던 다세대 및 연립주택들이 뉴타운 사업으로 대거 철거되고 있기 때문이다. 저소득층 주민들이 주로 사는 연립 및 다세대 주택 대신 투자가치가 높은 아파트가 속속 들어서고 있는 것이다. 이 같은 추이는 서울시 통계에서도 드러난다. 서울시 자료에 따르면 최근 3년 동안 강북에서만 5만호 가량의 소형주택이 철거된 반면 신축된 소형주택은 1만4000여호에 불과하다. 최근 소위 노원구와 도봉구, 강북구 등의 집값 상승의 배경에는 기본적으로 이 같은 소형주택의 수급 불균형이 자리잡고 있었다. 최근 강북 소형주택의 품귀현상이 소형평형 위주의 집값 상승을 유발했고, 투기 세력이 가세하면서 집값 상승이 확대된 것으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뉴타운 사업 초기부터 서민 주거난 문제 제기됐지만 이명박이 무시


문제는 이 같은 상황이 향후 몇 년 동안 더욱 악화될 수 있다는 점이다. 뉴타운 지구 내 철거된 주택이 2003년에는 296가구에 불과했으나 지난해에는 7040가구로 늘었다. 올해에는 미아, 왕십리, 은평, 가재울, 아현뉴타운 등이 철거에 들어가 이주세대 수는 더 큰 폭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또 3차 뉴타운 지역의 철거가 본격화될 것으로 예상되는 2010년 경에는 전세난이 한층 가중될 것으로 보인다.


이 같은 뉴타운 사업의 동시다발적 진행으로 인한 주거 불안은 뉴타운 사업 추진 초기부터 예견됐던 문제다. 대단위 개발사업인 뉴타운을 한꺼번에 무더기로 지정했기 때문에 동시다발적 주택 철거 및 이주수요 발생은 불을 보듯 뻔했기 때문이다. 서울시는 대책으로 이명박 시장 시절부터 뉴타운 지역내 사업지구별로 단계적 철거를 추진했다. 하지만 “우리부터 먼저 해달라”는 민원 때문에 결국에는 큰 시차 없이 동시에 진행됐다. 뉴타운 지역을 동시에 지정한 이상 지구별로 단계적으로 나눠 추진한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한 셈이다. 이 때문에 서울시 일부 간부들과 시정연의 관련 연구원 등이 이 문제에 대해 여러 차례 우려를 제기했다. 하지만 이대통령은 시장 시절 이 같은 우려를 사실상 묵살했다. 심지어 당시 뉴타운 사업의 잠재적 문제점을 지적하는 서울시 간부들을 정책 라인에서 모두 배제하고 ‘예스맨’들로 교체했다. 서민 주거대란 등 문제점이 뻔히 보이는 데도 자신의 정치적 욕심에 뒷일은 생각지도 않은 것이다. 이대통령이 최근 일어난 강북 집값 폭등과 서민 주거난, 지방 대학생 하숙난에 대해 책임을 면키 어려운 이유다. 오죽하면 서울시의 전직 고위 간부조차 "지방 땅값은 노무현이 올리고, 서울 집값은 이명박이 뉴타운하면서 다 올렸다"고 하겠는가. 물론 개인적으로는 서울 집값에 대해서도 이명박뿐만 아니라 노무현 정권과 건교부 관료들의 정책 실패가 작용했다고 생각한다. 또한 최근 벌어지는 대학가 하숙비 인상이 전적으로 이명박만의 책임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이명박의 책임이 매우 크며, 그런 사실이 대중적으로 인지되지 않고 있음을 지적하기 위해 이 글을 쓰는 것이다.


많은 대학생들이 지난 대선에서 이명박을 찍었다고 한다. 이중 많은 이들이 현 정권 취임 100일간의 실정을 통해 정치적 각성을 거듭하고 있을 줄로 안다. 하지만 아직 멀었다. 이 정권이 기득권을 비호하기 위해 얼마나 많은 사회적, 경제적 약자들의 고통을 가중시키고 있는지를 충분히 알기에는. 이 글은 그 같은 정치적 각성을 돕기 위해 썼다. 제대로 알아야 제대로 분노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 대학생들 하숙비를 껑충 뛰게 만든 ‘배후’는 바로 이명박이다. 물론 ‘비즈니스 프렌들리’한 자칭 ‘경제 대통령’ 이명박은 이렇게 말할지도 모른다. “수급논리에 따라 하숙비 오르는 게 뭐가 문제인가."  이제 이 말을 들으면 당신은 고개를 주억거릴 텐가, 분개할 텐가?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제대로 알아야 제대로 분노할 수 있다. 

이 글은 김광수경제연구소포럼( http://cafe.daum.net/kseriforum)의 '언론개혁'란에도 떠있습니다. 더 깊이 있는 토론을 원하시는 분은 포럼에 들러주세요.


저는 논리적이고 정제된 비판은 얼마든지 환영합니다. 하지만 제 글을 제대로 이해 못하시거나 의도적으로 곡해하시고 비판하시는 분들을 위해 사족 몇 개 달겠습니다.


사족 1. "아직 취임 100일밖에 안 된 이명박 탓을 왜 하느냐"는 분들께:

글을 찬찬히 잘 읽어보셨으면 이런 어처구니없는 반박을 안 할 텐데요. 왜냐하면 지금 뉴타운의 문제점과 부작용은 이명박이 서울시장 시절 정치적 욕심에 불타 냅다 질러댄 결과 때문이라고 지적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대통령 취임한 뒤에 이명박이 한 일 때문에 하숙비가 올랐다는 말이 아닙니다. 이명박이 질러놓은 대규모 뉴타운 사업이 한꺼번에 본격화되면서 그 파장이 올해부터 심각해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서울시장 시절 이명박이 냅다 지른 사업이 몇 년이 지난 지금 어떤 문제들을 낳고 있는지 보여주기 위한 예시이기도 합니다. 쇠고기협상이나 대운하사업, 무분별한 공기업 민영화, 교육 완전 자율화 등 이명박의 앞뒤 재지 않고 질러대는 사업이 몇 년 후 어떤 파장을 몰고 올지 짐작하게 하는 사례이기도 하고요.


사족 2. "정책사업을 하다 보면 득보는 사람과 손해보는 사람도 있는 것 아니냐"라는 분들께:


그렇지요. 모든 제도와 정책은 나라 전체의 자원을 배분하는 방식에 관한 것이기 때문에 매우 중요합니다. 이는 어떤 제도의 도입, 폐기, 변화에 따라 많은 이해관계가 엇갈린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렇다면 정부는 이런 수많은 이해관계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제도와 정책을 멋대로 해도 되는 것일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사회적 필요와 합의에 기반한 명확한 공공목표에 따라 사업이나 정책을 기획하고 집행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주택정책의 목표는 서민 주거 안정과 주택 가격 안정이 최우선 목표입니다. 뉴타운 사업의 목표는 주거환경 정비와 강남북 균형 발전이었습니다. 겉으로는 그럴 듯 해보이지만, 주택정책의 하위 사업인 뉴타운 사업은 주택정책의 목표를 훼손하지 않아야 합니다. 그런데 뉴타운 사업은 서민 주거를 불안하게 하고, 강북 집값을 띄워 주택 가격을 앙등하게 했습니다. 뉴타운 사업은 사실상 공공이 추구해야 할 주택정책의 목표를 근본적으로 훼손한 사업이었습니다. 또한 주거환경 정비와 강남북 균형 발전이라는 목표를 추진한다 해도 그 목표를 좀더 효과적으로 달성할 다른 대안이 없는지 충분히 따져봐야 합니다. 주거환경 정비는 기존의 재개발 재건축 사업을 통해서도 가능하고, 강남북 균형발전은 상암이나 마곡 같은 곳을 첨단 산업클러스터로 만드는데 박차를 가하고 문화, 녹지공간을 확충하는 방식으로 달성하는 것이 훨씬 미래지향적입니다. 굳이 재개발 재건축 요건에 미달하는 새 건물들이 즐비한 곳을 뉴타운으로 지정해 투기를 부추기고, 서민들의 주거를 빼앗으면서 아파트 숲으로만 가득 채울 이유가 있을까요? 설사 뉴타운 사업을 한다고 결정했다고 해도 예상되는 문제점이나 부작용을 최소화하도록 최선의 노력을 경주했어야 합니다. 본문에서도 말했지만, 서울시 전체 면적의 5%를 한꺼번에 재개발하는 사업은 한마디로 세계에 유례가 없는 무지막지한 사업이 아닐 수 없습니다. 30여개 뉴타운 지구의 무더기 지정으로 지금 현실화되고 있는 집값 앙등, 서민 주거난 등은 사업 초기부터 많은 이들이 우려했던 사항입니다. 그런데 이명박이 한꺼번에 지정해놓으니 순환개발을 하려해도 할 수가 없는 지경입니다. 그런데도 이명박은 정치적 야욕에 어두워 반대자들을 배제하고 뉴타운지구를 무더기로 지정했습니다. 이렇게 하는 것도 '추진력 좋다'고 표현해야 할까요?


사족 3. "그러면 아무것도 하지 말라는 말이냐"는 무개념인들에게:

이런 분들에게는 논리가 안 통한다는 것을 압니다. 자기 스스로가 얼마나 무식한지도 모르기 때문입니다. 이런 분들에게는 딱 한 말씀밖에 못 드리겠습니다. 그냥 편한대로 사세요. 다만 나 무식하다고 떠들고 다니며 인터넷 공간을 어지럽히지는 마시길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by 선대인 2008. 6. 4. 03:08

“유학생이나 재미교포도 미국산 쇠고기 다 먹는다”.

쇠고기 수입 협상에 대한 최근 조중동의 사설과 칼럼을 읽다 보니 마치 서로 짜맞춘 듯 논리가 비슷했다. 그 가운데 판박이처럼 거의 똑같이 되풀이되는 내용이 있다. 수십만, 수백만명의 미국 유학생이나 재미교포도 탈 없이 쇠고기 잘 먹고 있는데, 왜 야단법석을 떠느냐는 것이다. 심지어 조선일보 박정훈 경제부장이 쓴 ‘경제초점’은 아예 제목부터 ‘11만 한국 유학생이 먹는 미국 쇠고기, 황당한 논리로 수입 반대’다. 일견 그럴 듯하게 들린다. 그런데 한 번 더 생각해보면 정말 황당하기 짝이 없는 주장이다. 


왜 그럴까? 내 경험에 비춰 얘기해보자. 나는 2005년 8월부터 2007년 7월말까지 정확히 2년을 미국에서 보냈다. 미국 동부의 한 대학에서 공공정책 석사 과정을 했다. 그 당시 쇠고기 많이 먹었다. 원산지를 따지고 먹은 적은 없지만 상당수가 미국산이었을 것이다. 소고기 햄버거도 먹고, 고국을 그리워하며 한국 식당에서 갈비도 뜯었다. 가끔은 “미국인들이 소뼈를 안 먹어서 그런지 여기는 소뼈가 너무 싸다”고 즐거워하며 아내가 해준 곰탕과 사골국까지 먹어댔다. 그때 사실 아무 생각 없이 먹었다. 한국에서 소고기 사먹 듯이 먹었다는 말이다.


대학원 동기 중에 일본 농무성에서 온 공무원이 한 명 있었다. 공공정책 대학원이다 보니 세계 각국의 공무원들이 꽤 있었다. 어느 날 그와 얘기를 나누다 그 친구가 미국산 소고기를 안 먹는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농무성에서 쇠고기 수입 협상의 실무를 담당했었는데, 미국 소고기의 관리 및 유통 실태 등을 알게 된 뒤로는 미국산 소고기를 먹는 게 불안하다고 했다. “너무 위험성을 과대평가하는 게 아니냐”고 내가 물었다. “그럴지도 모르지. 하지만 미국 소고기의 관리 및 유통, 검사 실태 등을 알면 절대 100% 안전하다고 할 수 없어. 아주 작은 확률이라 해도 만약 발병하면 광우병은 치사율이 100%야. 그런 위험을 무릅쓰고미국산 쇠고기를 꼭 먹어야 할 이유는 없지”라는 게 그의 답변이었다. 하지만 그의 말을 들은 뒤에도 나는 쇠고기에 대한 유혹을 끊지 못했다. 느끼한 현지 음식들에 물렸을 때 가끔 생각나는 갈비의 맛은 ‘고향의 맛’ 그 자체였기에.


그러다 어제 아침 인터넷에서 PD수첩을 봤다. 충격적이었다. 미국에서 먹었던 소고기를 도로 다 게워내고 싶었다. 더구나 당시 원기 보양해준다며 ‘위험 부위’중 하나인 뼈로 곰탕까지 끓여준 아내가 원망스럽기까지 했다. (사실 아내야 무슨 죄가 있겠는가) 그리고 그 대학원 동기의 말이 새삼 기억 속에서 되살아났다. 나도 지금 알게 된 것을 그때도 알았더라면 쇠고기를 그렇게 즐기지는 않았을 텐데. 아내가 아무리 정성들여 끓였더라도 최소한 설렁탕이나 곰탕은 안 먹었을 것이다.


그렇다. 조중동 주장대로 재미 교포나 유학생들 다들 미국산 쇠고기 먹는다. 그리고 자사 특파원들도 다 먹을 것이다. 단 자기들이 어떤 상태의 고기를 먹는지 잘 모르면서 말이다. 내 생각에는 조중동의 특파원들도 PD수첩을 봤다면 아마 예전처럼 편안한 마음으로 먹지는 못할 것이다. 다른 건 몰라도 최소한 곰탕이나 설렁탕 먹을 때는 다시 생각하게 될 것이다. 그들도 사람이니 말이다.


영어에 ‘informed decision'이라는 표현이 있다. 어떤 사회적 사안에 대해 충분한 정보를 가진 상태에서 내리는 결정을 뜻한다. 제대로 된 민주국가에서는 모든 이가 알만한 상식선의 문제가 아니라 복잡한 사회적 이슈에 대해서라면 충분한 정보를 제공한 상태에서 시민의 의사를 물어야 한다. 충분한 정보를 제공하지 않은 상태에서 시민의 의사를 묻는 것은 여론조작이나 왜곡으로 이어질 수 있다. 최근 논란이 됐던 상속세 폐지 또는 완화 방안에 대해 국민의 70% 가량이 찬성했다는 게 대표적 사례다. 상속재산이 5억원 미만이면 일괄공제를 통해 한 푼도 안 낸다는 사실을 많은 사람들이 모르는 상태였다. 실제 MBC 시사매거진 2580의 조사결과 상속재산 부과 기준을 알고 있는 시민은 30%도 되지 않았다. 그 프로그램에서는 실제로 자신이 상속세 부과 대상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된 시민이 즉석에서 입장을 바꾸는 경우도 나왔다. 짐작컨대 많은 시민들이 “어쨌든 세금 줄여준다는 데 좋지 않을까” 하는 막연한 생각으로 찬성했을 것이다. 그들이 상속세의 실태에 대해 충분히 정보를 가진 상태였다면 같은 결과가 나왔을까.


조중동이 재미 교포나 유학생들을 갖다 붙인 것도 이런 식으로 여론을 호도하는 경우다. 많은 재미교포나 유학생들이 충분한 정보가 없는 상태에서 미국산 쇠고기를 현지에서 먹고 있다. 그들이 일본 농무성 공무원이었던 내 동기가 가진 정보를 갖고 있었다면 지금처럼 마냥 푸근한 마음으로 갈비를 뜯고 곰탕을 먹지는 못할 것이다. 따라서 단순히 재미교포나 유학생들 대다수의 행태를 자신들 주장의 논거로 삼는 것은 억지에 불과하다. 이는 전문 의사의 소견 대신 일반 대중 10명의 의견을 물어 어떤 환자에 대한 진단을 내리는 것과 같은 상황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말 조중동이 괘씸한 것은 이런 엉터리 논거를 쓰기 때문만은 아니다. 그들이 기본적인 언론의 책무조차 망각하고 있기 때문이다. 갈수록 복잡다단해지는 현대 사회에서 시민들이 ‘informed decision'을 내릴 수 있게 하는 것은 정부와 언론의 책무요 기능이다. 중요한 정책 이슈에 대해 전문가의 견해와 일반 국민들의 여론을 충분히 수렴하고, 사후에도 최대한 투명하게 국민에게 설명할 책임이 정부에 있다. 그런데 이번 쇠고기 협상 과정에서 정부는 이를 철저히 무시했다. 더구나 이를 비판해야 할 조중동은 오히려 정부 입장을 옹호하기에 바빴다. 이번 협상이 가져올 파급효과나 부작용에 대한 심층적 분석 또한 없었음은 물론이다. 민주사회에서 복잡한 이슈들에 대해 정확하고 공정하게 정보를 정리해 왜곡 없이 전달하는 것이 공기(公器)로서 언론의 기능이다. 생업에 종사하며 바쁜 개개인이 모든 사회적 이슈들에 대해 정보를 수집하는 것은 너무나 비용이 많이 들기 때문이다. 그런 측면에서 이번 쇠고기 협상 과정 전후에서 조중동이 보여준 역할은 대단히 실망스럽다. 


개인적으로는 PD수첩 내용 가운데 일부 과장된 대목도 있었다고 생각한다. 예를 들면, 개연성은 높다 해도 인간 광우병으로 확정되지 않은 한 미국 여성의 사례를 사실상 광우병 환자로 기정사실화한 대목이다. 하지만 PD수첩이 전한 내용들은 대부분 시민들이 ‘informed decision'을 내리는 데 매우 필요한 정보들이었다. 미국 내 광우병 의심 소의 관리 및 도살 처분 과정이 매우 허술하다는 것, 광우병 소를 가려내기 위해 전수 조사가 아닌 샘플 조사를 한다는 것, 미국에서 사료로 쓰는 것도 금지된 월령 30개월 이상의 소고기도 우리 식탁에 오르게 됐다는 것, 한국인이 즐겨 먹는 ’위험 부위‘들까지 수입된다는 것, 인간광우병에 대해 충분히 밝혀지지 않았다는 것, 미국산 쇠고기가 광우병으로부터 100% 안전하지 않다는 것, 광우병 발병까지 보통 10년 이상의 잠복기를 거친다는 것, 한국인들이 광우병에 취약한 유전자 구조를 갖고 있다는 것, 이명박 정부가 전임 정부의 입장을 뒤집고 전문가와 일반 여론 수렴 없이 졸속으로 협상을 체결했다는 것 등등은 모두 시민들이 알아야 할 중요한 정보였다.


중앙일보 사설의 마지막은 이렇게 끝을 맺는다. “과학계와 의학계의 주류 학자들은 에이즈나 독감처럼 인류의 대재앙이 될 가능성을 낮게 보고 있다. 비현실적인 가정을 바탕으로 충격과 공포를 부추기면 곤란하다. 언필칭 ‘공영방송’이라면 과학적 사실에 근거해 균형 잡힌 보도를 해야 한다고 본다. 이러니 방송이 욕을 먹는다.” 같은 방송프로그램을 본 게 맞다면 PD수첩은 “광우병이 인류의 대재앙이 될 것”이라고 한 적은 없다. 비현실적인 가정을 바탕으로 충격과 공포를 부추긴 것도 아니었다. 오히려 방송 내용의 핵심은 대부분 사실일 것으로 판단된다. 그리고 마지막 두 문장은 조중동에게 되돌려주고 싶다. 언필칭 ‘정론지’라면 국민들이 현명한 판단을 내리는데 필요한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 그렇지 않고 정부만 감싸고도니 조중동이 욕을 먹는다. 반면 언론의 제 역할을 충실히 수행한 PD수첩은 국민들의 격려와 찬사를 받는다.




사족 1. 과학적 논거들을 바탕으로 토론할 내용조차 ‘반미 좌파’라는 딱지를 붙여 이념논쟁으로 끌고 가는 유치하고도 악랄한 조중동의 저의는 거론하고 싶지도 않다. 그러면 그럴수록 스스로가 시대착오적인 이념세력이라는 것을 드러낼 뿐이다.


사족 2. 조중동의 다른 주장에 대해서도 나름대로 의견이 있지만, 여기서는 좀 더 전문성을 가진 다른 분들의 활약을 기대한다.


사족 3. ‘수입 개방하면 서민들이 싼 값에 쇠고기를 먹을 수 있다’는 원론을 모든 문제점에 대한 면죄부처럼 사용하는 것도 가소롭다. 국민의 생명과 안위를 지키는 것은 그 어떤 것보다 앞서는 정부의 역할이다. 국민들이 싼 값에 쇠고기를 먹을 수만 있다면 그들의 생명과 건강은 뒷전으로 내팽개쳐도 된다는 말인가. 그렇게 소비자 후생을 생각한다면, 사실상의 독과점 보장으로 국민들에게 가장 큰 부담을 안기는 건설, 자동차, 석유화학 산업 등은 왜 FTA협상 때마다 개방 안 하려고 안달인가. 국민들이 기껏해야 쇠고기에 1, 2만원 더 지불하는 것은 안타까워하면서 국산 자동차를 미국에서보다 수백만원에서 수천만원까지 더 지불해야 하는 사정은 왜 나 몰라라 하는가. ‘무조건 국내 농업 보호는 안 된다’면서 왜 재벌 주도 산업들에 대한 정부의 과보호에는 왜 호된 질책을 보내지 않는가. 백번을 양보해 소비자 후생 증대 효과 때문에 쇠고기 수입 개방에 찬성한다 하더라도 협상 과정 전후의 절차적 문제는 짚을 필요도 없는 것인가. 조중동의 편향성과 이중성이 역겨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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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족 추가. 글을 올린 뒤 달린 댓글들 가운데 많은 분들이 공통으로 지적해주신 내용이 있네요. 대표적으로 ‘1310’님은 미국에서는 20개월 미만의 소만 먹게 돼 있고, 유통기한까지 정확하게 표기하게 돼 있으며, 광우병 위험부위는 판매되지 않는다고 하셨고요. ‘유학생’님도 “미국에선 20개월 미만의 소고기를 유통시키는데다 대부분은 호주산이다”라고 하셨습니다. 반면 또 다른 ‘유학생’이라는 분은 “미국은 자국산 쇠고기가 소비의 90%이상을 차지한다”며 “게다가 수입 쇠고기 중에서도 호주산이 1위가 아니고 전체 수입량의 1/6도 안 된다”고 하시는군요. 이 부분은 나중에 내용을 자세히 아시는 분들께서 좀더 구체적인 자료들을 통해 알려주시면 좋겠습니다. 저는 위에서 썼다 시피 미국에 있는 동안 별 생각 없이 쇠고기를 먹었습니다. 그래서 제가 자신 없는 부분은 언급 안 한 것인데, 여러 분들의 댓글 내용이 제 글의 부족한 부분을 많이 채워줍니다. 좋은 댓글 감사드립니다.



이 글은 김광수경제연구소포럼( http://cafe.daum.net/kseriforum)의 '언론개혁'란에도 떠있습니다. 더 깊이 있는 토론을 원하시는 분은 포럼에 들러주세요. 

by 선대인 2008. 5. 2. 04:4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