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23일자 국민일보 보도에 따르면 기획재정부가 경인운하 사업에 지난 1월 확정된 정부 금액보다 3800억원 더 들어갈 것이라는 내부 보고서를 작성했다고 한다. 재정부 내부 보고서대로라면 경인운하의 비용편익비율(B/C)이 1 밑으로 떨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 국민일보 보도의 요지다. 

 

재정부가 재검토한 공사비, 물동량, 배후단지 분양가 등을 근거로 B/C를 산정할 경우 사실상 1 이하로 떨어져 경제성이 없는 것으로 분석됐다고 국민일보 보도는 전했다.


     

        이제 본론으로 들어가자. 국토해양부가 경인운하 사업 추진의 근거로 삼는  KDI자료에 따르더라도 B/C 비율이 1을 간신히 넘는 상황에서 우리의 건설족 정부는 건설업체들에게 조금이라도 더 퍼주기 위해서 혈안이 돼 있다. 사실 B/C 비율 개념에서 보듯이 경인운하 사업 비용을 줄이면 사실 얼마든지 B/C 비율을 넉넉하게 1 이상으로 끌어올릴 수 있는데도, 국토해양부는 절대 그렇게 하지 않는다. 어차피 정권 차원에서 밀어주는 사업이어서 어떻게든 하게 될 텐데 자신들의 영원한 밥그릇인 건설업체들 퍼주는 게 더 낫다고 믿기 때문 아니겠는가.

결론부터 말하면 국토해양부는 경인운하사업을 추진하는데 있어서 건설업계에 4000억원을 퍼주기로 작정했다. 수자원공사가 발주하는 경인운하사업 6개 공구(총공사비 추정가격 1조 3500억원)를 모두 턴키입찰(설계 시공 일괄입찰) 방식으로 발주하기로 이미 1월말 결정했기 때문이다. 이같은 턴키입찰을 통해 전체 추정예산의 30% 정도인 4000억원 정도는 그냥 낭비될 것으로 추정되는 것이다. 물론 경인운하사업은 아직 발주되지 않았다. 아마도 다음달 중으로 발주될 것으로 보이는데, 턴키입찰의 낙찰률은 거의 정해져 있기 때문에 발주 전이라도 필자는 자신있게 말할 수 있다.


    

        그러면 왜 턴키입찰이 4000억원의 예산 낭비로 이어지는가? 이를 알기 위해서는 좀 길더라도 공공공사 입찰제도에 대해 알 필요가 있다.  좀 어렵게 느껴질지도 모르지만 여기서 멈추면 당신은 혈세를 건설족들에게 빼앗기면서도 계속 당하게 된다. 건설족들은 빠삭하게 알고 각종 이권을 나눠먹는 개발사업의 메커니즘을 일반 시민들은 잘 모르기에 그들이 마음놓고 시민의 혈세로 파티를 벌이는 것이기 때문이다.  자 그럼 설명을 시작해보자.

        정부와 지자체, 공기업 등이 공공공사를 발주할 때 사용하는 입찰제도는 여러 가지가 있는데, 크게 네 가지를 들 수 있다. 가격 위주로 경쟁하게 하는 가격(최저가) 경쟁입찰과 적격심사제, 대안입찰, 턴키입찰(설계시공일괄입찰) 등 크게 네 가지다. 물론 수의계약과 같은 다른 방식도 있고, 민간자본유치사업(민자사업)도 큰 틀에서는 공공공사의 방식이라고 볼 수 있지만 일단 논외로 하자.

 이 가운데 특히 턴키 방식은 현재 예산 낭비와 건설업체간 담합구조의 핵심으로 자리 잡고 있다. 원래 턴키 공사는 일괄입찰계약 방식의 하나로 도급자가 건설공사의 재원조달, 토지 구매, 설계와 시공, 시운전 등을 모두 마친 뒤 발주자에게 인계하는 공사를 의미한다. 미국 등 외국의 경우 턴키 방식은 주로 표준적이거나 반복적인 건축공사에 적용된다.

하지만
국내에서 턴키 방식은 일반 건설업체가 설계회사에 용역을 주고 설계도면을 작성해 함께 입찰하는 방식으로 변질됐다. 한 마디로 기존에는 발주처가 설계회사를 통해 설계용역을 마친 뒤 시공사를 선정했던 것을 시공사가 설계회사와 짝을 이뤄 입찰하게 한 제도일 뿐이다.

재벌계 대형 건설사들은 설계와 시공을 한꺼번에 입찰하는 턴키 입찰제도의 특성을 활용, 자신들에게 유리한 담합구조를 만들어냈다. 보통 전체 공사 예정금액의 3% 가량을 설계금액으로 쓰는데 이는 1,000억 원대 공사의 경우 30억 원을 선투자 해야 한다는 것을 뜻한다. 공사 수주에 대한 확신도 없이 수십억 원대의 설계비를 선투자할 수 있는 건설업체는 상위 10여개 업체에 불과하다. 거액의 선투자 비용이 일종의 시장 진입장벽으로 작용한 셈이다.

이 같은 진입장벽을 활용, 이들 상위 대형 건설사들은 사실상 자신들만의 리그를 구성했다. 상위 6개 내지 10개 건설사들이 돌아가면서 공사를 수주하기로 한 것이다. 이렇게 조직적인 담합을 하면서 이들은 자신들의 이익을 최대화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냈다. 자신들끼리는 가격은 일정한 수준에서 철저히 담합하는 반면, 설계 점수를 통해서만 경쟁하기로 한 것이다. 하지만 설계점수도 평가위원들의 주관적 판단에 주로 의존하고 평가점수가 철저히 비공개에 부쳐져 사후 전문가들 사이의 검증(Peer Review)이 불가능하다 보니 설계점수 평가위원들을 향한 탈법적, 불법적 로비가 구조화됐다. 이처럼 한국의 턴키입찰 제도는 원형과는 한참 동떨어진 돌연변이가 돼버렸다.   

이 같은 턴키 입찰의 결과들을 한 번 살펴보자. 2001년 서울시는 지하철 9호선 건설공사 7개 공구를 모두 턴키 방식으로 발주했다. 7개 공구 가운데 5개 공구에는 2개 업체군, 나머지 2개 공구에는 3개 업체군만이 응찰했다. 참여 업체들은 대표입찰자가 아니더라도 대부분 공구에 공동도급자로 참여해 사실상 모두 한 건씩은 공사를 수주했다. 이처럼 7개 공구에서 20개 미만의 대형 건설업체들만이 참가한 가운데 진행된 이 공사의평균낙찰률은 98.3%였다.  이렇게 낙찰률이 높아진 이유는 사실상 담합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도표1>에서 보는 것처럼 실제 각 공구별 입찰가격을 보면 서로 담합하지 않았다면 도저히 불가능할 정도로 금액 차이가 적다.

<도표1> 지하철 9호선 1단계 입찰참여 업체별 입찰 가격

   () 각종 자료로부터 KSERI 작성

 지난해 3월 입찰이 이뤄진 용산구종합행정타운 사업에서도 입찰에 참여한 두 업체의 입찰금액은 짜맞춘 듯 거의 똑같았다. 아래 <도표2>를 보면, 이 공사에 입찰한 삼성과 현대 컨소시엄의 입찰금액이 불과 0.02% 차이밖에 나지 않는다. 예산금액 1,200억 원대 공사에 두 업체의 입찰금액이 불과 2,500만원 정도밖에 차이가 나지 않는 것이다.

<도표2> 용산구 종합행정타운 입찰 결과

   () 각종 자료로부터 KSERI 작성

이쯤에서 재벌 건설업체 직원들은 초기 투입비가 상대적으로 많이 들어가니 원래 턴키입찰 공사는 그럴 수밖에 없다고 말할지도 모른다. 과연 그럴까. 필자가 서울시에 재직할 때 업체들의 담합을 깨기 위해 나름대로 상당한 공을 들였던 지하철 9호선 2단계 사업의 경우 낙찰률이 각각 60%와 72%, 86%로 9호선 1단계 때에 비해 매우 낮아졌다. 지하철 9호선 1단계 사업의 평균 낙찰율 98.3%에 비하면 약 12~38% 가량 낮아졌음을 알 수 있다. 업체간 담합 여지를 최대한 없애고 실질적 경쟁을 유도한 효과다. 경쟁입찰이라는 공정한 게임의 룰만 적용해도 이만큼 거액의 예산을 아낄 수 있는 것이다.

위에서 본 것처럼 재벌 건설업체들과 ‘건설족’ 정치인과 정부는 이같은 이권들을 주고 받으며 강고하게 결합돼 있다. 이들은 시민들의 세금으로 흥청망청 파티를 벌인다. 중앙정부와 지방정부를 포함해 전국 곳곳에서 이런 일이 벌어지고 있다. 경인운하 사업도 이런 점에서 예외가 아닌 것이다. 그들은 경인운하 사업 등 대규모 토목사업을 벌이는 것을 경기 부양 목적이며 궁극적으로 서민들을 위한 것이라고 떠벌리고 있다. 하지만 그들의 속내는 미분양 아파트 물량 급증으로 자금난에 시달리는 건설업체들, 특히 재벌 건설업체들에게 가만 앉아서 떼돈을 벌게 해주려는 것뿐이다.

  현 정권 들어와서는 그같은 성향이 더욱 노골화되고 있다. 경인운하뿐만 아니라 현 정부 들어와서 추진하고 있는 새만금 사업, 울산-포항간 고속도로, 호남고속철도 등 대규모 토목사업 대부분이 턴키 공사로 예정돼 있다. 현대건설 CEO 출신인 이명박 정권이 이 같은 턴키 발주 공사를 왜 남발하겠는가?

하기야 그는 이미 서울시장 시절에도 턴키 공사 발주를 남발해 시민들의 예산을 절감하기는커녕 도리어 엄청나게 낭비했던 사람이다. 그가 서울시장 재임 때 발주했던 사업들 가운데 청계천사업을 비롯해서 은평뉴타운, 지하철 7호선, 동남권유통단지(가든 파이브) 등이 모두 턴키 입찰로 발주한 사업이었다. 이런 과정에서 그가 낭비한 시민의 세금만 줄잡아 1조원 가량은 될 것이다. 이런 사정을 알기에 필자는 그가 서울시장 시절 예산을 절감했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피식’ 웃고 만다.

이명박 대통령은 서울시장 재임 시절 3000억원에 할 수 있었던 청계천 사업을 4000억원에 했다. 7000억원에 할 수 있었던 동남권유통단지는 1조원 이상을 퍼부은 결과 지금 고분양가 때문에 상가 입점이 극히 부진한 상태가 됐다. 은평뉴타운은 과다한 토지보상금과 턴키 입찰을 통한 사업 진행으로 이후 후임자였던 오세훈 시장 초기 고분양가 논란을 초래하기도 했다. 그리고 이런 식으로 진행했던 대부분의 사업에서 뇌물 수수 혐의로 양윤재 전 서울시 부시장(현 정부 들어 이명박 대통령의 특별사면으로 풀려났다)이 구속되는 등 불법행위가 만연했다. 건설업체 입장에서는 가만히 앉아서 수백억, 수천억원을 날로 먹는데 어떻게 검은 돈이 오가지 않겠는가?

'삽질 경제학'에 심취한 현 정권이 경제적으로 어려운 시기에 도대체 왜 하는지 공감하기 어려운 4대강사업과 경인운하 사업에 약 20조원을 쓴다고 한다. 용산참사에서 보듯이
세입자에게 제대로 보상하는 것은 극도로 아까워하면서 부동산 거품을 조장해 고분양가 폭리를 취하는 건설업체들에게는 수백억, 수천억 단위로 그냥 퍼주는 정부를 온전한 정부라 할 수 있을까? 이처럼 현재 한국의 부조리한 상황을 생생하게 보여주는 단면들이 또 어디에 있단 말인가? 그리고 기득권을 없애고 공정한 게임의 룰이 보장되는 제대로 된 민주주의 시장경제를 건설해야 하는지를 이처럼 잘 보여주는 단면 또한 어디에 있을까?


모든 사람이 땀흘린만큼 제대로 대접받는 건전한 민주주의 시장경제 건설을 위한 좀더 의미 있는 토론과 참여를 원하시는 분들은 김광수경제연구소포럼(http://cafe.daum.net/kseriforum)을 방문해주십시오.
by 선대인 2009. 3. 23. 10:5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