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최근 DTI규제를 수도권 전역으로 확대했다. 부동산의 자산 가치 대비 대출액 비율을 정하는 LTV 규제와 달리 소득 대비 총부채 상환액을 기준으로 삼는 DTI규제는 사실 상당히 강력한 규제다.


왜 그런가. 2000년대 이후 사람들이 자기 소득이 아닌 주택담보대출로 집을 샀다. 그렇게 해서 부동산 담보 대출 규모가 315조원까지 늘어났다. 음성적인 대출까지 합친다면 400조원 이상 될 것이다. 이른바 부동산 투기 판돈이었던 것이다. 정부는 이렇게 늘어나는 주택담보대출을 제어하지 않고 방치해왔다. 노무현 정부 말기에 뒤늦게나마 대출규제를 시작했는데 현 정부는 지난해 10월부터 강남3구를 제외하고는 사실상 대출규제를 풀어줬다. 이후 전체 대출 가운데 주택담보대출 비중은 아래 <도표1>에서 보는 것처럼 다시 올라가기 시작했다. 그 돈이 모두 부동산시장으로 흘러들어갔음은 물론이다. 올 들어 나타난 집값 반등 양상이 이 같은 주택대출 때문에 가능했지 흔히 말하는 ‘부동자금’이나 여윳돈 때문이 아니다. 저금리 정책과 대출규제 및 재건축 규제 완화 정책들로 인해 주택시장의 버블 붕괴를 지연시킨 것이다.

 

<도표1>


(주) 한국은행 자료로부터 KSERI 작성

 

여기에 더해 현 정부는 집값 거품을 떠받치기 위해서는 강남 재건축 집값부터 끌어올려야 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겉으로는 재건축 규제 완화 등을 내세웠지만, 사실상 재건축을 핵심 투기 대상으로 꼭 집어서 밀겠다는 것을 사실상 공언했다. 어떻게 보면 강남 재건축을 대상으로 투기판을 만들고 대출 규제를 풀어 투기판돈을 대준 것이다. 그렇게 올 들어 강남 재건축을 중심으로 한 집값 반등이 가능했다. 강남 부자들은 빚 내지 않고도 집 산다는 일부 언론의 엉터리 보도가 있었지만, 사실이 아님은 필자가 예전에 설명한 바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근 부동산 시황을 보면 수도권 전반의 부동산 가격은 여전히 고점 대비 -20~30%씩 떨어져 있는 곳이 허다하다. 사실, 현 정부가 무지막지한 부양책을 썼지만 이렇게나 반등세가 미약하다는 것 자체가 이미 부동산 시장이 끝물이라는 것을 반증한다.


따라서 이처럼 수도권의 대출 규제가 다시 강화되면 투기판돈이 막히는 것이기 때문에 집값 상승세는 멈추고 일정한 시점이 지나면 재하락할 가능성이 높다. 2006년말 급등했던 집값이 2007년 이후 거래가 끊어지면서 시간이 갈수록 집값이 하락했던 것처럼 말이다. 앞으로 추이를 좀더 지켜봐야 하겠지만 이미 강남 재건축 지역에서는 7월 이후 두 달 연속 거래량이 줄어들면서 가격 상승세도 멈추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그 같은 초기 징후가 나타나는 것으로 볼 수도 있다.


어쨌든 현 정부가 이제 와서라도 다시 DTI 규제를 수도권으로 확대한다니 다행이지만, 그 실상을 들여다보면 우려스러운 부분이 있다. 제 2금융권과 신규분양아파트 같은 집단주택대출에는 DTI 규제를 적용하지 않는 것이다. 우선 정부가 제2금융권에 DTI규제를 적용하지 않은 것은 정부가 주택대출 증가세가 위험한 상황이며, 집값 거품이 무너질 경우 일반 가계와 제2금융권까지는 무너지더라도 제1금융권은 무너지지 않도록 보호막을 치겠다는 뜻으로 봐야 한다. 또한 투기적 가수요로 억지로 살려낸 부동산 경기가 다시 급락하지 않도록 하려는 조치일 가능성이 높다. 어떻든 DTI규제로 강남재건축을 비롯한 기존 주택 가격은 하락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이어 신규분양시장의 집단주택대출에 DTI 규제를 적용하지 않은 것은 정부가 마지막 남은 투기 가수요를 대규모 분양을 앞둔 신규분양시장에 몰리도록 하려는 것이다. 아래 <도표2>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상당수 언론의 왜곡보도와는 달리 올해 하반기 분양 물량은 사상 최대 수준으로 절대 공급량이 부족하지 않다. (도표는 1000가구 이상 대단지 물량만 집계한 것으로 이는 전체 분양 물량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므로 추이를 보는데는 별 무리가 없다고 판단된다) 지금 무리한 주택사업 전개와 주택경기 침체로 자금난에 시달리는 건설사들은 이번 분양에 성공해 새로운 자금을 확보하지 못하면 망하는 길로 가야 할 회사들이 많다.

 

<도표2>

 

(주) 스피드뱅크 자료로부터 KSERI 작성

정부가 재정을 풀어서 공공발주사업을 늘렸지만 이것으로 버티는 데는 한계가 있다. 경제 위기 전 민간주택시장이 전체 건설시장의 70% 정도를 차지했는데 이제 공공건설사업이 70%를 차지할 정도다. 가뜩이나 전국에 미분양이 넘쳐나게 되니 대부분 건설사들이 그나마 분양 성공 가능성이 있는 수도권 분양에 집중하고 있는 것이다. 결국 오는 9월부터 수도권에만 20만호가 신규 분양된다. 예년의 2배에 해당하는 규모다. 그것도 모두 2000호 정도는 명함도 못 내밀고 5000~7000호 가량 되는 대규모 단지들이 널려 있다. 이들 물량이 대규모 미분양 되면 건설업체들은 망하니까, 사활이 걸려있다. 그래서 언론사들이 분위기를 띄우고, 정보업체들도 나팔을 불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3자가 합작해서 투기 선동을 하고 있는 것이다.


다주택 투기자들을 핵심 정치기반으로 하고 건설업계와 강한 유착고리가 형성돼 있는 토건족 정부인 현 정부는 이 같은 상황을 매우 잘 파악하고 있다. 사실 올해 하반기에 대규모 미분양이 나면 정부로서는 더 이상 집값 거품을 버티기 힘든 상황으로 갈 수 있다는 것을 잘 안다. 한편으로는 마지막 남은 투기 가수요를 모두 끌어 모와도 올 하반기 20만호에 이르는 분양 물량을 모두 소화할 수 없다는 것을 잘 안다. 그래서 현 정부는 기존 주택시장은 버리더라도 신규 분양시장으로 마지막 남은 투기 가수요를 몰아주려는 생각을 했을 수 있다. 물론 정책 당국자들은 그렇게 하는 것이 한국경제를 살리는 것이라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어쨌든 그런 점에서 정부의 DTI 규제 효과는 기존 주택과 신규분양시장에서 이중적으로 나타날 것이다. 기존 주택 가격은 시간이 갈수록 떨어뜨리는 효과를 내겠지만, 신규 분양 시장의 집값은 끌어올리는 효과를 낼 것이다. 물론 정부로서는 신규 분양시장의 투기 분위기를 띄워 기존 주택 가격을 다시 떠받칠 수 있기를 바랄 것이다. 어떻게 보면 굉장히 지능적인 투기 조장책으로 볼 수도 있다. 하지만 현재의 투기 가수요를 모두 불러일으켜도 20만호의 수도권 분양 물량을 모두 소화할 수는 없을 것이다. 언론에서 ‘분양 과열’이라고 떠들어대지만 건설사의 임직원과 떳다방을 엄청 동원했는데도 청약 경쟁률이 불과 20~30대 1 수준이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도 실제 계약률은 미달될 가능성도 상당히 있다. 그리고 정말 투기 과열 양상을 보였던 2006년과 비교해보라. 청약 경쟁률이 수백~수천 대 1원은 여사였다. 언론 보도들은 그때에 비해 지금의 경쟁률이 사실은 얼마나 낮은지를 말하지 않는다. 그렇게 비교하면 건설업체들을 위한 ‘삐끼질’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여기에서 모두 말할 수는 없지만 현재 부동산 시장은 마지막 폭탄 돌리기 국면임이 명확하다. 절대 언론의 선동보도에 휘둘리지 말고 신중한 판단을 하기 바란다.



사족 : 물론 이 같은 DTI 규제는 정부가 집값 상승에 따른 기준금리 인상 요구를 피하기 위한 고육지책이다. DTI 규제로도 집값 상승을 제어하지 못한다면 정부와 한국은행은 기준금리 인상 카드를 일정한 시점에는 쓸 수밖에 없는 상황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현 정부의 생리로는 가능하면 최대한 늦추고 싶어 할 카드다. 또한 다주택 투기자들이나 건설업계도 기준금리 인상만은 최대한 늦추고 싶어 할 것이다. 그러니 DTI 규제로도 강남 집값은 계속 오를 것이라는 얘기는 허황된 얘기이지만, 설사 그것이 가능하다 해도 투기자들 입장에서 마냥 반길 일이 아니다. 현 정부는 내키지 않겠지만, 기준 금리를 인상할 수밖에 없는 압력이 갈수록 커진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일반 가계는 이 같은 현재 부동산 시장의 리스크 구조를 명확히 파악하기를 바란다.

 

 

제가 '부동산 대폭락 시대가 온다'에 이어 1년 만에 새로 쓴 책 '위험한 경제학1-부동산의 비밀편'이 얼마전 출간됐습니다. 9월말경 출간될 2권 '서민경제의 미래'는 현재 예약판매중입니다. 부동산 광고에 목을 맨 기득권 언론들이 전하지 않는 진실을 담으려 밤을 지새워 가며 노력했습니다. 저는 가족들이 오순도순 살아갈 집 한 채 마련하는 것이 목표인 일반 서민가계가 현재 부동산 시장의 위험 구조를 모르고 언론의 선동보도와 부동산 투기 선동가들의 요설에 휩쓸려 자칫 그릇된 판단을 하게 될까 걱정할 뿐입니다. 신중하시기를 당부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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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선대인 2009. 9. 16. 09:4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