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법 개정을 통해 조중동이 실질적으로 수혜를 볼 수 있는 매물은 YTN뿐입니다. MBC 민영화를 추진한다고 해도 조중동이 지분을 살 수 있는 돈이 없습니다. 보도전문 채널을 새로 설립하는 것도 조중동 자금 사정으론 어렵습니다. 그렇게 해서 어느 세월에 YTN 수준의 매체력을 확보할 수 있겠습니까? 그렇게 해서는 5년 후 다음 정권 창출기에 여권에 기여할 매체가 될 수 없습니다. 결국 정권 입장에선 조중동에 선물도 주고, 그 보답으로 YTN을 정권 창출의 도구로 사용할 수 있으니 눈독을 들일 수밖에 없습니다.”

보도방송 전문 채널인 YTN 노조는 현 정권의 ‘낙하산 사장’에 의한 인사
전횡을 인정할 수 없다며 5일까지 총파업 찬반투표를 진행하고 있다. 이 같은 노조를 이끌고 있는 노종면 YTN 노조위원장을 1일 만났다. 노 위원장은 YTN의 간판 프로그램 중 하나인 ‘돌발영상’을 처음 제안하고 안착시킨 주인공이기도 하다. 그를 YTN 노조사무실에서 만나 최근 YTN 사태에 대한 노조의 입장에 대해 들어보았다.

노 위원장은 먼저 “(현 정권은) 방송을 정권 우호 세력으로 만들려는 명확한 의도가 있다”며 “이명박 대통령의 대선 캠프 특보를 보내서 공정방송을 하겠다고 한다면 누가 믿겠느냐”며 현 정권의 방송 장악 시도를 비판했다. 그는 “YTN의 공공성이 침해당하지 않아야 한다는 공감대가 내부 구성원과 시청자들 사이에 형성돼 있다”며 “YTN의 공공성을 흔드는 것은 절대 용납 못한다”고 단호한 의지를 내비쳤다. 그는 이어 “언론인으로서 기본 소양이 부족해서 보직 해임되거나, 중징계를 받았던 ‘불량 간부’들 다수가 이번 간부인사에서 주요 보직을 맡았다”며 “그런 것을 볼 때 (사장으로 선임된) 구본홍씨는 절대 공정방송을 실현할 사람이 아니다”며 사장 출근 저지 투쟁을 벌이는 배경을 설명했다.

그는 최근 불거진 YTN 민영화 문제에 대해서는 현재 속도로 정부가 YTN 주식을 시장에 매각한다면 특정 기업이 대주주 지분을 확보하는 데만 4년이 걸린다는 점을 들어 “지금 단계에서 지분 매각 조치는 (YTN 노조에 대한 정권의) 압박용일 뿐”이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그는 “방송법 시행령 개정이 이뤄지면 조중동과 짝짓기할 자본은 무궁무진해진다”며 “돈은 대기업이 되고 실질적인 운영은 신문이 하는 식으로 얼마든지 갈 수 있다”며 정권과 기득권 신문들의 ‘작전’ 가능성을 경계했다.

그는 케이블 방송 정착 당시 공적 보도전문 채널로서 YTN의 건전한 지배구조 확립을 위해 공기업이 다수의 YTN 지분을 소유하는 현재의 지배구조가 형성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그때 YTN이 사기업으로 넘어갔다면, 이후 10년 동안 YTN의 중립보도 원칙이 견지되지도 못했고, 지금과 같은 위상이 수립되지도 못했을 것”이라며 현재의 지배구조가 큰 틀에서 유지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번 싸움을 이겨서 이 동력으로 가을에 있을 신문법 개정을 막는 것이 급선무”라며 “시민인 시청자들이 세상 돌아가는 일을 바르게 이해해야 민주주의가 제대로 작동하고 발전할 수 있다”며 ‘공정방송 사수’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다음은 그와의 일문일답.

이 글은 김광수경제연구소포럼(http://cafe.daum.net/kseriforum)의 '언론 개혁'란에도 띄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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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TN 사태에 대해 잘 모르는 일반 시민들을 위해 YTN 사태가 어떻게 진행돼 왔는지 설명해 달라.

4월부터 MB캠프에서 방송 특보를 지낸 구본홍씨가 내정됐다는 소문이 파다했다. 실제로 5월에 사장 공모를 하자, 구본홍씨가 접수했다. 2주정도 후 사장추천위에서 구씨를 단수 후보로 추천했다. 5월30일 이사회에서 구씨를 신임 이사로 추천했다. 우려했던 상황대로 진행되자 우리 노조원들은 7월14일 주주총회에 개최 저지에 나섰다. 그런데 이사회측이 노조와 협상을 벌여서 주주총회를 개회한 것으로 해주면 바로 폐회하겠다고 해서 그렇게 해줬다. 지나고 보니 우리가 말려든 것이었다. 한 번 주총 개회를 하면 연기회를 바로 열 수 있는데, 바로 7월17일 2차 주총이 외부에서 열렸다. 우리 노조원들이 이를 막으려 했지만 역부족이었다. 이사회측에서 1차 주총 때도 수십 명의 용역을 동원했는데, 2차 때도 수백명을 동원해 노조원들을 막았다. 우리는 ‘날치기 주총’으로 규정했지만, 회사측은 적법 절차를 거친 사장 선임이라고 주장했다. 어쨌든 법적으로는 구씨가 사장에 선임된 것이다.

노조는 2차 주총 다음날인 7월 18일부터 출근 저지 투쟁에 나섰다. 그때부터 오늘(9월1일)까지 46일간 출근 저지 투쟁을 해온 것이다. 그동안 구씨는 왔다가 쫓겨 가기도 하고 사장실에 잠입해 2박3일간 문 걸어 잠그고 숙박도 했다. 그 과정에서 사측과 타협하고 합의하려는 상황이 생기기도 했다. 그런 와중에 7월말 전임 노조 위원장이 사퇴하고 제가 새로 위원장이 된 것이다. 최근에는 구본홍사장이 부장 및 팀장 인사를 단행했다. 지금 보도국장이 공석인 상태에서 부국장 대행 체제인데, 보도국장도 없는 상태에서 간부 인사를 단행한 것이다. 구씨 본인 입으로 ‘보도국 일은 보도국에 맡기겠다’고 해놓고 바로 다음날 인사를 했다. 이어 구씨는 평사원 인사까지 단행하겠다고 하고 있다. 우리 노조는 사원 인사까지 단행하면 조직을 장악하겠다는 선언이므로, 이미 파업을 불사하겠다고 천명했다. 이미 구씨는 인사를 단행하고 내부 징계와 사법처리까지 하겠다고 우리를 압박하고 있다. 최근 들어 신재민 문화관광부 차관이 민영화를 추진하겠다며 YTN 지분을 처분하는 등 정권 차원의 전방위 압박이 들어오고 있다.

-사측은 무슨 명목으로 노조원들에 대해 내부 징계와 사법처리를 한다는 것인가?

노조원들이 사장출근을 저지하고 사장실에서 농성을 한 것이라든지, 인사위원회 개최를 저지한다든지, 신임 부서장들의 보도국 회의와 업무를 저지한 행위들을 업무방해로 걸어 징계도 하고 사법처리도 하겠다는 것이다.

-사측이 곧 평사원 인사 발령을 내면 바로 파업으로 가는 것인가?

인사 발령이 나면 노조원들의 파업 찬반 투표를 거쳐 파업 여부를 결정하게 될 것이다. 파업에 돌입하겠다고 가결됐다고 해도 바로 파업으로 갈 수도 있고, 우리가 사측에 일정한 조건과 일정을 제시하고 그 같은 조건을 지키지 못할 때 파업으로 가는 식이 될 수도 있다.

-노조원들의 결의 수준은 어느 정도라고 판단되나?

투쟁이 길어지다 보니 많은 사람들이 지쳐 있는 상태다. 출근 저지 투쟁을 하려면 아침 7시에 집결해야 하고 수시로 저녁 집회도 해야 한다. 노조원 수가 400명 정도로 다른 언론사에 비해 적다. 더구나 노조 전임자는 2명에 불과하다. 더구나 24시간 방송을 차질없이 진행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10%가 모이면 많이 모이는 것이다. 40명 정도로 구씨의 출근 길목을 모두 지키는 게 쉽지가 않다. 더구나 경찰을 앞세워 밀고 들어오면 불가항력이다. 이런 상태로 40일을 넘으니 노조원들의 피로도가 극심하다. 아무리 명분이 뚜렷하고 옳아도 노조원들이 지칠 수밖에 없다. 그래서 한때 전임 노조집행부가 사측과 대화시도를 해 잠정 합의안을 갖고 왔지만, 부결돼 내부 분란만 커지기도 했다.

하지만 전반적으로는 사원들의 공정 방송 사수 의지가 상당히 강하다. 더구나 구본홍씨가 그동안 악수(惡手)를 많이 뒀기 때문에 조합원들의 의지가 더욱 결연해졌다. 대표적인 예가 월급 문제다. 8월 25일 급여일을 3일 앞둔 22일 금요일에 사측이 월급을 못 주는 사태가 벌어질 수 있다고 엄포를 놓았다. 그동안 7월 급여와 8월초 수당도 아무런 문제 없이 나왔는데 갑자기 자신이 결재하지 않으면 월급을 못 줄 수도 있다는 압박을 가해온 것이다. 그러면서 구씨가 사장 집무실로 진입하려 했다. 내가 10여분동안 구씨와 논쟁을 벌였다. ‘지난달까지 사장 결재 없이도 아무런 문제 없었는데, 이번 달에 갑자기 못 나온다는 게 말이 되느냐? 우리는 구씨를 사장으로 인정 안 하지만 우리가 일한 노동의 대가는 받을 충분한 자격이 있다’고 말했다. 결국 노조의 저지로 구씨가 돌아갔는데, 돌아가면서 ‘노조에 책임을 묻지는 않겠다’고 했다. 그런데 불과 두 시간 후 ‘노조의 집단 업무방해로 월급 지급에 차질이 빚어질 것’이라는 사내게시문을 띄웠다. 그때 조합원들이 많이 분노했다. 결국 나중에는 구씨의 결재 없이 월급이 나왔다.

최근 인사도 마찬가지다. 징계를 받았거나 징계 대상자로 분류되는 인사들이 오히려 사내 징계위원회의 절반을 구성하고 있다. 오늘 일부 부장 및 팀장 인사가 추가로 있었는데, 문제 인사가 다수 포함돼 있다. 과거에 감사를 받았거나 징계를 받았던 사람들도 포함돼 있다. 구씨가 적재적소에 사람들을 앉힌다 해도 수긍할까 말까인데, 이구동성으로 ‘어떻게 저런 사람들을 저런 자리에 앉히냐’며 황당하다는 반응을 보인다.

-아까 언급했지만, 며칠 전 신재민 차관이 YTN의 공기업 지분을 팔고 있다며 민영화 추진을 시사했다. 이 같은 정부 조치에 대해서는 어떻게 판단하고 있나?

2차 주총이 끝나고, YTN의 공기업 지분들이 매각될 것이라는 소문이 파다했다. 8월초 구씨가 두 번 사장 집무실에 잠입했는데, 두 번째는 3박4일 동안 사장실에서 문 걸어 잠그고 혼자 농성을 벌였다. 그때 구씨가 ‘지분 매각이 현실화되니 다 같이 긴장해야 한다. 우리은행 주식은 당장 이번 주부터 시장 통해 매각된다’고 말했다. 우리 노조는 ‘왜 동네방네 소문내며 사원들을 불안하게 하며 분열시키려 하느냐’고 반발했다. 8월 19일 청와대 모 인사가 전화를 해 ‘주식 만 주를 팔았다. 이대로 나가면 곤란하다. 노조가 뭘 원하느냐’고 물었다. 그리고 다시 잠잠하다가 며칠 전 신재민 차관이 YTN지분 2만주가 팔렸다는 사실을 밝힌 것이다. 부장 및 팀장 인사가 지난주 화요일(8월 26일)에 난 뒤 분노한 노조원들의 투쟁의지가 고조됐다. 인사 발표가 나자마자 인사의 형식, 시기, 내용에 대해 ‘이건 정말 아니다’라는 인식이 공유되면서 수요일 오후에 조합원 총회에 150명이 모였다. 24시간 방송 체제에서 유례없는 일이다. 사측의 인사 철회와 부장 팀장의 보직 사퇴를 요구했다. 일부 부장단이 중재에 나섰지만 중재가 깨졌다. 중재가 깨진 바로 다음날 신재민차관이 발표한 것이다. 이런 사정을 볼 때 회사 지분을 팔겠다는 것은 노조에 대한 협박이다.

그런데 지분 매각 조치가 얼마나 실질적인 것인지 의문이다. 우리 회사 주식이 모두 4200만주인데 매각설이 나온 지 한달반만에 겨우 2만주를 팔았다. 1대 주주가 되려면 1000만주는 있어야 한다. 하루에 1만주를 주식시장에 산다고 해도 1000일이 걸린다. 주식 거래일수로 따지면 4년은 족히 걸린다. 어떤 매수세력이 YTN에 관심이 있다고 해도 한 번에 지분을 사서 회사 경영을 정착시키려고 하지 이런 식으로는 안 한다. 투자자 입장이라면 몰라도 경영하려면 한 번에 매집을 해야 하는 것이 당연하지 않겠나?

더구나 현재 상황에서 누가 우리 주식을 대량으로 선취매할 것인가? 대주주가 된다 해도 방송통신위에서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받아야 한다. 그 심사를 통과하지 못하면 투자금은 재회수해야 한다. 또 파는 입장에서는 가능하면 프리미엄을 받고 팔아야 하는데 우리 지분을 소유한 공기업들 입장에서는 지금 급하게 팔 이유가 없다. 정부가 강요하지 않는다면 말이다. 더구나 정부가 강요할 위치에 있지 않다. 문광부의 경우 한전 등이 자기네 산하 기관이 아니다. 설사 산하기관이라고 해도 공기업의 자율경영 책임이 있는데, 정부가 마음대로 팔아라, 말아라 한다면 정부가 추진하는 공기업 개혁은 뭐란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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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정말 YTN 민영화에 대한 강한 의지가 있는 것인가, 아니면 단순히 노조 압박용인가? 또 조중동은 YTN 민영화에 대해 얼마나 적극적이라고 보나?

신문법 개정을 통해 조중동이 실질적으로 수혜를 볼 수 있는 매물은 YTN뿐이다. MBC 민영화를 추진한다고 해도 조중동이 지분을 살 수 있는 돈이 없다. 보도전문 채널을 새로 설립하는 것도 조중동 자금 사정으론 어렵다. 그렇게 해서 어느 세월에 YTN 수준의 매체력을 확보할 수 있겠는가? 그렇게 해서는 5년 후 다음 정권 창출기에 여권에 기여할 매체가 될 수 없다. 결국 정권 입장에선 조중동에 선물도 주고, 그 보답으로 YTN을 정권 창출의 도구로 사용할 수 있으니 눈독을 들일 수밖에 없다. 하지만 지금 단계에서 지분 매각 조치는 압박용일뿐이다. 더구나 야권이 적극적으로 저항할 경우, 신문법 개정이 제대로 안 될 수도 있다. 그런 상황에서 지금부터 우리 회사 주식을 사모으면 나중에 일이 잘못될 때 어디에서 그 돈을 찾느냐? 결국 민영화를 위한 주식 지분 매입을 하더라도 신문법 개정이 이뤄진 뒤에 될 것이다.

-특정 신문사가 YTN주식을 사모으고 있다는 일부 보도도 있었는데.

7월초까지는 중앙(일보) 이야기가 굉장히 많이 나왔다. 조중동 가운데 중앙이 비교적 자금 여유가 있다고 해서 그런 이야기가 나온 것 같은데, 중앙이 최근 윤전기 교체 작업 때문에 자금 여력이 없다고 한다. 만약 조선, 동아가 뛰어든다면 타인 자본을 끌어들여서 할 것이다. 특히 최근에는 동아가 종합편성채널을 염두에 뒀다가 노하우도 없고 새로 시장 진입하기도 어려우니, 정권이 넘겨준다면 YTN를 받아가겠다고 했다는 얘기가 돈다.

-동아일보는 광고 매출 등이 급감해 자금여력이 별로 없을 텐데.

컨소시엄을 구성하겠지. YTN도 지상파DMB를 갖고 있지만 컨소시엄을 구성해 들어갔기 때문에 YTN 자본이 실제로 들어간 것은 얼마 없다. 자금이 없어도 일반 기업들과 컨소시엄을 구성하면 돈이 없어도 지분 소유는 가능할 것이다. 향후 방송법 시행령 개정을 통해 현행 자산총액 3조원 이하 기업에서 10조원 이하 기업까지 종합방송 및 보도방송 소유가 가능해지면 조중동과 짝짓기할 자본은 무궁무진해진다. 돈은 대기업이 되고 실질적인 운영은 신문이 하는 식으로 얼마든지 갈 수 있다.

-자세한 내부사정을 잘 모르는 사람들은 한전 KDN과 한국마사회 등 공기업 등이 YTN 지분을 다수 소유하고 있는 구조에 대해 의아해할 수도 있을 것 같다. YTN이 왜 이런 구조를 갖게 됐는지, 이것이 공정방송을 추구하는데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설명해 달라.

YTN은 한 번도 공기업이었던 적이 없다. 94년 창립 당시 연합뉴스와 KBS, MBC가 75%의 지분을 보유했다. YTN은 당시 연합뉴스라는 공기업이 만든 자회사일 뿐이었다. 다만 당시 김영삼 정부의 뉴미디어 정책이 실패하고 외환위기를 겪으면서 모든 PP(Program Provider, 프로그램 공급자)들이 도산하거나 주인이 바뀌는 어려운 경영환경에 놓여 있었다. 정부가 ‘황금알을 낳는 거위’라고 선전하며 사업자 선정만 해놓고 기반 시설 설치에는 실패했던 탓이 컸다. 95년 초 가입자 수가 10만 가구가 채 안 되는 상황에서 어렵게 출발하다 보니 거의 대부분 회사들이 망할 지경이었다. 더구나 외환위기 때 광고시장이 다 죽으니 케이블TV의 간판 방송인 DCN과 스포츠채널 등의 주인이 모두 바뀌는 파동을 겪었다. YTN도 6개월 동안 월급이 안 나오는 상황에서 방송을 진행하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 차원에서 뉴미디어환경을 어떻게 정립할까가 98년 이후 화두였다. 상업방송들은 주인이 시장에서 자연스레 바뀌는 것으로 봉합하고 중계 유선방송사업자들을 케이블로 끌어들여 시청가구 수를 700만 가구로 늘렸다. 그리고 케이블과의 경쟁을 막기 위해 위성방송 출범을 늦추기도 했다. 그 과정에서 케이블의 대표채널이고 보도전문채널인 YTN을 일반 사기업에 맡기거나 법정관리나 청산 수순을 밟게 하면 뉴미디어 상징이 허물어진다는 우려가 나왔다. 그래서 정부와 당시 사측이 협의해 다수의 공기업이 출자하기로 한 것이다. 이렇게 해서 YTN의 공적 지배구조가 구축됐다. 그때 YTN이 사기업으로 넘어갔다면, 굴곡은 있었지만 이후 10년 동안 YTN의 중립보도 원칙이 견지되지도 못했고, 지금과 같은 위상이 수립되지도 못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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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이런 상황에서 YTN노조가 지금의 사태를 푸는 해법은 뭐라고 보나?

YTN의 공공성이 침해당하지 않아야 한다는 공감대가 내부 구성원과 시청자들 사이에 형성돼 있다고 믿는다. YTN의 공공성을 흔드는 것은 용납 못한다. 이번 사태와 관련해서 넉달여 동안 싸움을 해오면서 ‘공정보도’라는 구호를 한 목소리로 외쳐왔다. 일부 사측 간부들은 공정방송을 하겠다면 구씨를 받아들이고, 그 사람이 공정방송을 침해하지 못하게 하면 되지 않느냐고 한다. 하지만 지금까지 구씨는 공정 방송이나 민영화 저지 차원에서 신뢰를 줄 어떤 책임있는 행동도 보여주지 못했다. 언론인으로서 기본 소양이 부족해서 보직 해임되거나, 중징계를 받았던 ‘불량 간부’들 다수가 이번 간부인사에서 주요 보직을 맡았다. 그런 것을 볼 때 절대 공정방송을 실현할 사람이 아니다. 민영화와 관련해서도 구씨는 민영화를 막겠다고 했지만, 결국 정부가 지분 매각한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전혀 막지 못했다. 지금으로서는 이번 싸움을 이겨서 이 동력으로 신문법 개정을 막는 것이 급선무다.

-현 정권이 KBS 정연주 사장을 해임하고 신임 사장을 임명하는 한편, MBC PD수첩을 검찰에 고소하는 등 방송장악에 매우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YTN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로 방송장악 시도를 하려는 것 같은데 에서 현 정권의 의도가 뭐라고 보나?

방송을 정권 우호 세력으로 만들려는 명확한 의도가 있다. KBS 정연주 사장으로 대표되는 현 정권 반대 세력을 온갖 무리수를 동원해 제거한다든지, 이병순 신임 사장이 취임하자마자 미디어포커스나 시사투나잇, 시사기획 쌈 등 정권에 비판적이지만 시청자들에게 다가갔던 프로들을 없애겠다고 한 것이 이를 명확히 보여준다. 최소한 자신들의 정권 연장에 방해되지 않는 방송으로 만들려 하는 것 같다. YTN도 마찬가지다. 이명박 대통령의 대선 캠프 특보를 보내서 공정방송을 하게 한다면 누가 믿겠는가? 현 정권의 의도는 분명하다. MBC도 사법처리와 민영화 문제로 양쪽으로 압박하고 있다. 결국 소유구조를 바꿔서 방송을 장악하고 정권에 이롭게 하겠다는 것인데, 내가 볼 때 지금의 KBS나 MBC는 과거 노무현정권에 봉사한 방송은 아니었다. 그런데 이명박 정권은 방송들이 자신들에게 훨씬 가혹했다고 생각해서 손을 봐야 한다고 생각하는 듯하다. 손을 보려면 경영진부터 장악해야 하니 낙하산 인사를 내려 보내는 것이다. 또 민영화를 해 대기업과 신문 자본이 들어가면 자신들에게 훨씬 누그러진 보도를 할 거라고 생각하고 민영화를 추진하고 있다고 본다.

-이번 싸움에서 진다면 어떻게 되겠는가?

이기는 것만 생각하고, 지는 것은 생각 안 한다. 지금까지 우리 노조는 이기는 싸움을 해왔고, 지금도 승자라고 생각한다. 지금까지 싸운 것만 해도 충분히 평가받을 만하다. 만약 구본홍씨가 노조원들을 사법처리하고 사장자리에 안착한다고 해서 싸움이 끝나지 않는다. 아마 새로운 투쟁이 시작될 것이다. 우리는 깨지고 잡혀가도 다시 일어나 지속적으로 투쟁할 것이다.

-다른 방송 노조나 언론노조 등 외부 단체와 연대는 어떻게 하고 있나?

KBS나 MBC 등에 서로 사람이 왔다갔다하지만 본격적인 연대는 현재로선 어렵다. 회사마다 처한 입장이 다르기 때문이다. 하지만 신문이 방송이라는 날개를 달겠다고 하는 것에 대해서는 KBS나 MBC, YTN이 다르지 않다. 방송에 진출할 수 있는 자본력을 가진 신문들은 조중동으로 논조가 편향돼 있다. 신문이 현 정권을 대변하고 정권이 선물로 방송을 주겠다는 상황을 기존의 어떤 방송이 눈 뜨고 보겠느냐? 국민들이 그런 맥락을 무시하고 ‘밥그릇 싸움’이라고 비판한다면 달게 감수하겠지만, 우리에겐 명분이 있기에 당당하다. 신문 자본이 경우에 따라서는 정권의 특혜를 입어 급속도로 덩치를 키워서 방송시장을 장악할 수도 있다. 신문시장에 이어 방송시장마저 현 정권을 옹호하는 색깔로 채워진다고 생각해보라. 이를 막기 위해 새로운 단계의 방송 민주화투쟁이 올해 늦가을부터 일어날 것이다.

-KBS는 노조원들의 입장이 분열된 가운데, 현 정권의 ‘낙하산 인사’가 신임 사장으로 임명됐다. KBS는 이미 정권에 의해 장악된 것으로 볼 수 있을까?

노조의 의지와 선택에 달려 있다. 한 가지 변수는 11월에 있을 KBS 노조 선거다. 어느 쪽이 승리하느냐에 따라 판도가 달라질 수 있다. 지금 분위기에서는 현 정권과 신임 사장을 경계해야 한다는 쪽이 득세하지 않을까? 국회의 신문법, 방송법 개정 과정과 맞물리면 파업으로 치달을 수도 있다. 한 방송사의 파업도 언론사의 역사처럼 남아있는데, 만약 방송사간의 연대 파업이 이뤄진다면 정권에 엄청난 타격이 될 것이다.

 -원론적 질문을 한 가지 하겠다. YTN은 ‘공정방송’을 지향한다고 했는데, 공정방송이 왜 중요한가?

 시민인 시청자들이 세상 돌아가는 일을 바르게 이해해야 하지 않나? 그래야 민주주의가 제대로 작동하고 발전할 수 있다. 그런데 시민들에게 세상 일을 전하는 권한, 사실 굉장한 권한인데, 그 권한을 바르게 사용하지 않으면 그 권한을 빼앗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지금 현 정부 못지않게, 조중동 등 기득권 신문들이 현 정권의 입맛에 맞춰 방송사들을 공격하는 등 정권의 선동대 역할을 하고 있다. 그들 신문의 보도 태도를 어떻게 생각하나?

공정하지 않다. 철저히 사주의 이익에 봉사해왔고, 그래서 다시 한 번 우리 언론 환경에서 언론의 지배구조가 얼마나 중요한지 되돌아보게 한다. 이번 낙하산 인사 문제만 하더라도 그들 언론이 얼마나 정치적 입장에서 편파적으로 보도하는지 알 수 있다. 몇 년 전 노무현 정권 시절 서동구씨가 KBS에 신임 사장으로 임명된 뒤 출근 저지당할 때 조중동은 낙하산 인사의 부당함을 연일 대서특필했다. 그런데 이번 YTN의 낙하산 사장에 대해서는 얼마나 외면하는지 생각해보라. 그들은 사주의 이익, 사주가 좋아하는 정치권의 이익에 봉사하는 것이지, 시민들의 이익에 봉사하는 언론이 아니다. 언론의 기본 기능을 수행하지 못하고 있다고 본다.

과거 제가 진행했던 것 가운데 하나가 ‘신문마다 다르다’는 코너였다. 하나의 사안을 놓고 신문별로 어떤 보도를 하는지 비교한 코너였다. 조중동은 팩트(fact)를 바꾸는 일도 서슴지 않는다. 강조점을 달리 하는 정도가 아니라 아예 팩트를 왜곡하는 사례마저 있다. 무섭다. 여론조사 경우에는 동아일보에서 노무현대통령의 임기 말에 지지율이 한 때 꽤 올라갔는데, 다른 신문들은 지지율 상승을 꽤 비중 있게 다루는데 동아일보는 한 쪽 구석에 살짝 숨겨놓는 식이었다. 노무현을 좋아하고, 안 좋아하고를 떠나 뉴스 가치라는 것이 있는데, 이들은 자기들이 보기 싫은 팩트는 안 보겠다는 식이다. 최소한의 균형감도 없이 자기들이 보고 싶은 것만 보겠다면 일반 시정잡배들과 뭐가 다른가?

이 글은 김광수경제연구소포럼(http://cafe.daum.net/kseriforum)의 '언론 개혁'란에도 띄웠습니다. 이 문제에 대해 더 깊은 토론을 원하시면 포럼을 방문해주세요. 이 인터뷰 내용은 연구소의 공식 입장과는 무관함을 주지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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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선대인 2008. 9. 4. 09: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