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병원, 혈액 수가 인상 앞두고 사재기


1일부터 대한적십자사가 각종 병의원에 공급하는 혈액 수가가 40%가량 인상된 것을 계기로 일부 대형 병원들이 '혈액 사재기'에 나서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1일 미디어다음 취재팀이 대한적십자사 각 혈액원과 일부 병원 등을 통해 확인한 결과에 따르면 종합병원인 S병원은 지난 달 말 모두 400ml 신선동결 혈장 1500개 가량을 공급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 병원은 지난 달 27일경 서울 동부혈액원에서 신선동결 혈장 700개를 주문했다. 이는 동부혈액원을 통한 이 병원의 하루 평균 주문량 50~100개보다 훨씬 많은 양. S병원은 남부혈액원에서도 지난 28일과 31일 평소보다 몇 배 이상의 물량을 주문한 것으로 확인됐다. 남부혈액원 관계자는 "S병원이 28일과 31일 두 차례에 걸쳐 평소 많이 가져가던 날 물량의 3~4배 정도를 가져갔다"고 밝혔다.

서울시내 주요 대학병원 중 한 곳도 평소 60~100개 정도이던 혈액 주문 물량이 28일과 31일 각각 290개와 280개 정도로 크게 늘어났다.

이처럼 일부 대형병원들이 지난달 말 혈액을 대량으로 산 것은 1일부터 혈액 수가가 평균 39%정도 인상됐기 때문에 이 과정에서 차액을 노린 것으로 보인다. 수가 인상 전에 적십자사에서 혈액을 구입해 1일부터 환자들에게 공급할 경우 인상된 수가만큼 차익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방식으로 1000개를 미리 사놓았을 경우 900여만원의 차익을 올릴 수 있는 셈이다. 이 같은 대량 주문은 혈액 가운데서도 1년가량 장기 보관이 가능하고 공급 여유가 있는 신선동결 혈장에 집중됐다. 혈액 성분 중 적혈구와 혈소판 등은 보관 기간이 한 달 이내로 짧고 헌혈량이 적은 겨울방학철이라 비축량도 적기 때문에 사재기 대상이 되기는 어렵다.

혈액수가는 1일부터 에이즈와 C형 간염 조기 확인을 위한 핵산증폭검사(NAT) 비용 등의 명목으로 혈액 제제별로 9130원씩 인상됐다. 이에 따라 당초 3만5390원이던 전혈은 4만4520원으로 올랐고, 농축적혈구는 2만3380원에서 3만2510원으로 올랐다. 사재기 대상이 된 신선동결혈장은 2만4910원에서 3만4040원으로 올랐다.

적십자의 한 혈액원 관계자는 "서울시내 몇몇 병원에서 수가 인상을 앞두고 평소보다 훨씬 더 많은 양의 혈액을 주문하는 경우들이 있다"며 "지방에서도 비슷한 일이 벌어지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다른 혈액원 관계자는 "일부 대형 병원들이 수가 인상을 앞두고 평소보다 훨씬 많은 양의 혈장을 주문한 것은 사재기라고 볼 수밖에 없다"며 "국민들이 헌혈한 피를 이용해 병원들이 수익을 남기려는 것은 부도덕한 행위"라고 비난했다.

이에 대해 S병원 혈액은행 담당자는 "설 연휴가 일주일 가량 남았지만 미리 대비한다는 차원에서 주문을 평소보다 많이 한 것"으로 "우연의 일치에 지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또 "우리가 사재기를 하려고 해도 보관 용량에 한계가 있어 많이 할 수 없다"며 "그렇게 사재기를 한다고 해봐야 얼마나 남긴다고 일부러 사재기를 하겠느냐"고 말했다.
by 선대인 2008. 9. 4. 16: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