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부터 아파트 분양시장이 후끈하게 달아오르고 있다. 요즘 주택 가격이 오르는 이유는 다들 짐작하겠지만, 대부분 빚을 내서 집을 사기 때문이다. 지난 한 해 가계부채는 <그림1>에서 보는 것처럼 121조 7000억 원 늘어났다. 사상 최대치로 예년에 비해 두 배 이상 증가폭이 컸다. 그런데 이렇게 늘어난 부채의 약 60% 가량인 70조원이 주택담보대출이었다. 더구나 이 같은 증가세가 올해 들어서도 크게 꺾이지 않고 있다. 올들어 상반기에 늘어난 가계부채액만 54조원이 넘는다. 예년에 한 해 내내 늘어난 금액과 맞먹을 정도다. 이렇게 앞다퉈 빚을 내 집을 사다 보니 주택담보대출이 급증하고, 가계부채가 폭발적으로 늘고 있다. 저금리에다 2014년 하반기부터 주택대출규제을 완화한 영향이라고는 하지만, 가계부채 문제가 너무 심각하다.
<그림1>
주) 한국은행 선대인경제연구소 작성
사람들이 얼마나 무리하게 빚을 내 집을 사는지를 잘 보여주는 게 <그림2>다. 한국은행과 국토교통부 자료를 이용해 주택 거래 한 채를 거래할 때마다 얼마나 많은 주택담보대출이 동원되는지를 우리 연구소가 분석해봤다. 보통 부동산 폭등기 때는 사람들이 무리하게 빚을 내 집을 많이 사게 된다. 그만큼 주택담보대출이 늘게 된다. ‘버블 세븐’이라는 말이 나오면서 수도권 중심으로 부동산 폭등기였던 2006년 하반기가 그랬다. 그래서 2006년 하반기와 저금리에 주택대출규제가 완화된 2014년과 2015년 하반기를 비교해봤다. 그랬더니 놀랍게도 2014년 하반기와 2015년 하반기에 집을 산 사람들은 2006년 하반기보다 평균 두 배나 더 많은 빚을 얻어서 집을 산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2006년에 비해 소득 여력이 안 되는 사람들이 그만큼 무리하게 집을 사고 있다는 뜻이다. 그리고 2014년에 비해 1년만인 2015년에도 평균 부채액이 늘었다. 그나마 조금 더 소득이 있는 사람들이 집을 사고 난 뒤 소득이 안 되는 사람들이 정말 무리하게 빚을 내 집을 사고 있는 것이다.
<그림2>
주) 국토교통부와 한국은행 자료를 바탕으로 선대인경제연구소 분석
이렇게 신규 분양시장과 기존 주택시장 가릴 것 없이 빚을 내 집을 사니 2014년 하반기 이후 수도권을 중심으로 집값이 상당히 올랐다. 그러자 정부가 올초부터 가계대출 심사를 강화하면서 기존 주택시장은 소강기에 접어들었다. 특히 지방은 경기 악화와 주택공급 과잉으로 집값이 떨어지는 지역이 늘었다. 그런데도 수도권을 중심을 신규 분양시장은 여전히 활황세를 이어가고 있다. 신규 분양시장은 왜 열기가 식지 않을까.
여러 가지 이유가 있지만, 기본적으로는 정부가 건설업체들을 먹여살리기 위해 남아 있는 수요를 신규 분양시장으로 몰고 있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정부는 신규 분양시장을 사실상 투기판으로 만들었다. 우선, 가계대출 심사를 강화한다고 하면서도 아파트 분양시 중도금과 잔금을 치르기 위해 분양자들이 받는 집단대출은 예외로 했다. 집단대출은 분양받은 사람들의 개인적인 신용도는 따지지 않고 건설업체가 보증을 서고 주택금융공사와 같은 공기업들이 다시 신용을 보강해주기 때문에 저리로 빌릴 수 있다. 그러니 사람들은 자신의 소득이 없어도 집단대출을 통해 아파트를 분양받을 수 있다. 심지어 많은 경우 집단대출을 네 번까지 받아서 아파트를 분양받을 수 있었다.
아파트 분양시장이 뜨거워진 또 다른 배경이 있다. 정부는 2014년 ‘9.1부동산대책’을 통해 수도권 아파트 청약 1순위 자격과 재당첨 제한, 분양권 전매제한 기간에 대한 규제를 대폭 완화했다. 지역에 따라 6개월이나 1년만에도 쉽게 1순위 청약자격을 얻을 수 있게 했고, 여러 번 재당첨될 수 있도록 했다. 또 당첨된 분양권을 다른 사람에게 차익(프리미엄)을 남기고 팔 수 있게 허용해주었다. 이렇게 되자 시간이 흐를수록 투기적 가수요들이 들끓게 됐다. 실제로 올해 1월 2,551건이던 수도권 지역 분양권 전매 거래 건수는 올해 6월에 6,477건으로 급증하며 과열양상을 보이고 있다. 또 국토교통부 조사에따르면 지난해 1월부터 올해 6월까지 전국적으로 아파트 분양권을 세 차례 이상 사고판 사람이 3,000명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런데 이런 상황이 지속되면 상당히 위험해질 수 있다. 일종의 ‘폭탄돌리기’가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많은 이들이 분양을 받은 뒤 분양권을 프리미엄을 받고 팔고 있다. 차익을 남길 수 있다고 하니까 많은 이들이 나도 몇 천만원 벌어야지 하는 욕심에 분양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그런데 지금 쏟아지는 분양물량이 입주물량으로 쏟아지는 2018년 무렵이 되면 집값이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 분양물량이 쏟아질 때는 집값이 오르다가 입주물량이 쏟아진 지난해 하반기부터 집값이 떨어지고 있는 대구가 그런 모습이다.
그런데 아파트 분양시에 받은 집단대출은 나중에 완공 후 입주단계가 되면 개인대출로 전환된다. 지금은 개인들의 소득이나 신용 상태를 따지지 않고 저리로 대출하지만, 나중에 개인대출로 전환돼 상대적으로 금리가 높아질 때 소득이 부족한 사람들은 어떻게 되겠는가. 물론 입주했을 때 집값이 올라서 집을 다른 사람에게 팔 수 있으면 좋은데, 상황이 그렇게 녹록지 않다. 입주물량이 쏟아지는 2017년과 2018년 무렵에는 집값이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게 대다수 전문가들 견해다. 국토교통부도 2018년에 주택 공급이 늘어나 집값이 하락할 우려가 있다고 얼마 전 인정했을 정도다. 중앙일보는 주거용 오피스텔이나 도시형주택 등 다른 주택 유형들까지 포함하면 2년간 100만 호 가량의 입주물량이 쏟아질 것으로 추정한 바 있다. 이처럼 입주물량이 대폭 늘어나서 집값이 떨이지는 상황에서 소득이 부족해 빚 부담을 감당할 수 없는 개인들은 매우 위험해질 수 있는 것이다.
그 문제가 개인 차원에서 끝나지 않는다. 가뜩이나 입주 물량이 늘어나 집값 하락 압력이 높아지는데, 소득이 안 되는 사람들이 빚부담을 감당하지 못하고 매물을 내놓으면 집값은 추가로 하락할 수 있다. 주택시장 전체의 충격으로 번질 수도 있다는 얘기다. 더 나아가 금융시스템과 한국경제 전반에 큰 부담을 주게 된다. 실제 금융감독원이 올해 상반기에 금융회사의 집단대출에 대해 현장점검을 벌인 결과 중도금 대출자의 소득을 제대로 확인하지 않고 대출해 준 비중이 41.3%나 되었다고 한다. 그런데 집단대출은 계속 늘어나고 있다. 실제로 올해 늘어난 주택담보대출의 절반 정도가 집단대출이었다.
문제가 심각해지니 정부도 지난달 25일에 가계부채 관리대책이라고 내놓았다. 하지만 가계부채 대책의 한계는 뻔했다. 지금 신규 분양시장이 투기판으로 변질된 때문인데, 이를 실수요자 중심의 정상적 분양시장으로 되돌리려는 시도는 거의 없다. 왜냐? 건설업체들을 먹여살려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청약자격을 강화하거나 분양권 전매를 다시 제한하는 등 투기적 가수요를 억제하는 대책은 모두 빠졌다. 알맹이가 빠진 것이다. 이런 대책들이 왜 빠졌는지에 대한 국토교통부 주택토지실장의 말이 가관이다. “이는(=전매제한 분야나 청약제도를 강화하는 것은) 수요에 기반한 내용으로 자칫 시장에 영향을 미칠까봐” 뺐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분양시장이 식어서 주택건설업체들에 타격이 갈까봐 뺐다는 말이다. 투기적 가수요를 부추기는 제도들이 ‘수요’에 관한 것이므로 손을 안 대겠다는 것이다. 정부 관리라는 자들의 인식과 행태가 지금 이런 수준이다.
그리고 나서 가계부채 억제 대책이랍시고 겨우 내놓은 게 주택도시보증공사 등의 분양보증 심사 강화나 중도금 대출 보증 요건을 강화하겠다는 것이다. 그나마 집단대출 억제에 조금이나마 도음 될 만한 내용은 주택금융공사와 주택도시보증공사로부터 개인이 각 두 건씩 모두 네 건씩 중도금 대출을 받을 수 있던 것을 총 두 건으로 줄였다는 정도다. 집단대출을 하더라도 각 개인의 소득증빙자료는 확보한다고는 하는데, 실제 주택대출 실행 여부에는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나중에 혹시 문제가 생기면 어떤 사람들이 위험해질 수 있을까 알아볼 심산인지는 모르겠지만, 이런 식이면 소득증빙자료는 왜 확보하겠다는 건지 어이가 없다.
그러면서 국토교통부는 가계부채 대책을 빙자해 주택 공급 조절 대책을 내놓았다. 토지주택공사에서 공급하는 아파트 분양용 택지 물량을 줄여서 집단대출 증가를 억제해보겠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 대책이 별로 실효성이 없는 게 이미 건설업체들은 향후 2,3년 정도는 분양할 물량을 충분히 확보하고 있다. 한마디로 현재 주택시장에 거의 영향을 미치지 못하는 것이다. 우리 연구소가 국토교통부 자료를 바탕으로 택지개발사업 지정 물량을 기초로 택지공급이 이뤄지는 물량을 추정해보았다. 보통 택지개발에서 택지 공급으로 이어질 때까지는 약 8년이 걸리는데, 이미 건설업체들은 2006~2010년경 확보한 택지만으로도 향후 몇 년간은 더 공급할 물량이 넘쳐난다. 이번에 국토교통부가 LH공사 공급 물량을 2015년 6.9㎢, 12.9만호 수준에서 2016년 4.0㎢, 7.5만호 수준으로 줄인다고 했다. 그런데 이미 건설업체들이 확보한 택지물량만 2018년까지 대략 30만~40만㎢ 수준으로 추정된다. 건설업체들이 이미 확보한 땅이 엄청나기 때문에 국토교통부가 택지공급을 줄인다고 해봐야 아파트 공급 물량에는 별 영향이 없는 것이다. 오히려 지금처럼 미온적으로 대처할 경우 아파트 분양이 계속 쏟아져 2019~2020년까지 주택공급 과잉으로 몸살을 앓을 가능성이 커지는 것이다.
어차피 정부부터가 ‘폭탄 돌리기’ 모드로 계속 사상 최대의 주택담보대출 폭증을 부추기는 정책을 펼쳐왔기 때문에 이런 저런 주문을 해봤자 기대 난망이다. 그러면 개인들은 어떻게 해야 할까. 이렇게 투기적 가수요가 들끓는 시장 상황이 지속되면 정작 실수요자들은 분양 받을 기회가 줄고 분양가가 높아져 실수요자들의 내 집 마련은 더 멀어지기 마련이다. 일반인들은 현재의 분양시장은 ‘폭탄돌리기’ 국면에 가까우므로 무리하게 빚을 내서 분양받는 것은 위험하다. 물론 분양권 프리미엄으로 몇 천 만원 챙기고 빠져나오겠다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폭탄 돌리기’가 언제 끝날지 모르고 마지막 폭탄을 떠안는 사람이 자신이 될 수도 있다는 점은 명심해야 한다. 투기 목적이 아닌 경우라도 분양을 받는데 소득이 부족해 빚을 빌려야 한다면 나중에 금리가 오르더라도 자신의 소득으로 충분히 감당할 수 있는지 차분히 따져봐야 한다. 또한 실수요자라면 현재 집값이 오르는 상황 때문에 너무 조바심 낼 필요는 없다고 본다. 현재의 분양시장 분위기에 휩쓸리지 말고 입주 시점 이후에 펼쳐질 상황들을 냉정하게 점검해볼 필요가 있다. 대구 주택시장 상황이 보여주듯이 분양물량이 쏟아질 때는 투기적 가수요가 일면서 주택가격이 뛰지만, 준공 후 입주물량이 쏟아지는 시점에서는 집값이 하락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 그런 점에서 특히 경기도 용인이나 김포처럼 최근 분양물량이 급증하고 미분양 물량이 증가하는 지역들에서 분양을 받으려는 사람들은 좀 더 꼼꼼하게 따져보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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