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레일 부채가 2007년 약 6조원에서 올해 약 18조원으로 급증한 이유가 방만한 경영과 과도한 노동자의 급여 및 복리후생 탓인 것처럼 정부는 몰고 있다. 과연 그런가? 코레일 주요 재무지표를 나타낸 <그림1>을 보라. 통근 통학 및 교통낙후지 수송 등 공익적 목적을 위해 KTX를 제외한 대부분의 노선에서 적자가 나는 상황에서도 코레일의 영업손실은 2008년 이후 꾸준히 줄어들고 있다. 또한 당기순이익도 2011년까지는 꾸준히 흑자를 냈다.

 

하지만 2012년과 2013년 대규모 당기순손실을 기록하거나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영업손실이 꾸준히 주는데도 이를 엄청나게 초과하는 당기순손실이 발생하는 상황은 2012년의 2.74조원에 이르는 기타비용과 2013년 -4.95조원에 이르는 기타손실 때문이다. 모두 장밋빛 전망 아래 무모하게 추진했던 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사업이 좌초되면서 발생한 비용과 손실이 대부분이다. 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사업은 국토교통부와 이들에 영합한 경영진들이 기획하고 주도했던 사업들이다. 왜 정부 정책 실패와 이에 영합한 경영진의 경영 실패를 왜 노동자들에게 묻나? 이 그림에는 나타나지 않지만, 역시 정부의 주먹구구식 사업 추진으로 만성 적자에 시달리던 인천공항철도를 인수하는 과정에서 약 1조2천억원의 부채를 진 것도 결국 정책 실패와 정권 차원의 과시성 사업 추진 탓 아닌가. 더 큰 틀에서 보자면 토건족들이 탐욕에 눈이 멀어 무리하게 개발사업 벌이다 실패한 탓 아닌가. 그런데 그것을 노동자들의 과도한 복리후생 탓으로 돌리고 있다.

 

<그림>

주) 공공기관경영정보 공개시스템 자료를 바탕으로 선대인경제연구소 작성. 2010년부터 회계기준이 달라져 2010년 이후 구분해서 나타냈음.  

2013년은 상반기 실적을 연환산했으나,  기타손실은 상반기에 모두 반영된 것으로 보고 그대로 나타냈음.  

 

기득권 언론에서는 코레일 노동자들을 또 "귀족 노조"로 몰아가고 있다. MBC 박대용기자가 일갈한 것처럼 평소에는 노예처럼 부리다가 파업 때만 귀족으로 둔갑시켜 놓는다. 2013년 예산 기준 코레일 노동자 1인당 평균 급여는 6481만원이다. 통계청 가계동향조사 자료에서 올해 2인 이상 도시근로자가구 평균 근로소득이 4859만원 정도로 추산(3분기까지 평균 소득을 연환산)되니 이보다 분명히 높은 수준인 것은 맞다. 하지만 도시근로자가구 평균 근로소득에는 비정규직 및 영세 일자리까지 포함된 반면 설문조사에서 최고소득층의 답변 기피로 최고소득층의 소득은 빠진 금액이라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 더구나 코레일 노동자의 평균 근속연수는 19년차다. 19년차 코레일노동자의 평균 급여가 이 정도인 게 정말 "귀족" 소리를 들어야 할 정도인가.

 

과도한 복리 후생비? 코레일 노동자의 평균 기본급은 3689만원 정도로 적고, 그 밖의 수당과 복리후생비가 상대적으로 많은 구조다. 이것은 철도공사가 철도청이던 시절 공무원 급여체계에 따라 정해졌던 것이 그대로 이어지는 것이다. 사실, 공무원들도 급여구조가 이와 비슷하다. 그렇게 따지면 공무원들의 과도한 복리후생비부터 줄이라고 하든가.

 

더구나 최근 몇 년 동안 코레일 노조는 상당 부분 고통을 분담해왔다. 2008년 3만1351명이던 상시직원 수가 2013년에는 2만7859명으로 3492명(11.1%)나 줄었다. 앞서 본 것처럼 정부의 정책실패와 낙하산 경영진들의 경영 실패를 노동자들이 상당 부분 감수한 것이다. 같은 기간 임금 증가율도 어떤 잣대로 비교해봐도 낮다. 2008년 6051만원 대비로 2013년까지 약 7.1% 임금이 상승한 것이다. 6년 동안 7.1% 임금 증가, 이것이 과연 과도한 임금 증가인가? 같은 기간 도시근로자 평균임금이 14.8% 증가했고, 소비자물가가 약 13% 증가했다. 오히려 코레일 노동자들의 임금은 다른 도시근로자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줄었을 뿐만 아니라, 물가 상승률을 반영한 실질 임금 기준으로는 약 6%가량 줄어든 것이다. 

 

자, 생각해보자. 2008년 이후 직원 수가 급감했고, 실질임금도 줄어드는 가운데 공익사업을 하면서도 영업손실을 꾸준히 줄여왔다. 그 사이 정책 실패와 낙하산 인사들의 경영실패로 부채가 급증했다. 도대체 누가 책임을 져야 하나?  

 

무엇보다 급여를 일정액 이상 받으면 노동자들의 권리는 모두 포기해야 하고, 파업도 하면 안 되는 것인가. 그러면 우리보다 잘 사는 나라에 사는 노동자들은 파업도 하면 안 되는 것인가? 모두 "귀족 국민"이니 말이다. 그런데 실상은 선진국의 그 잘 사는 국민과 노동자들은 훨씬 더 많은 노동자로서 권리를 누리고 파업도 한다. 더구나 이번 코레일파업은 노조가 여러 차례 밝혔듯이 정부의 KTX민영화를 반대하는 게 주목적인 파업이다. "귀족노조"라는 딱지 붙이기는 코레일노조의 의도를 깡그리 도외시한 채 이미 많은 급여를 받고 있는 노조가 자신들의 처우를 더 좋게 하기 위한 파업을 벌인다는 식으로 낙인찍기 위한 프레임일 뿐이다. 참 비열한 언론들이다. 하기는 연봉 1억원 가깝게 받으며 회사의 부당한 지시에도 노예처럼 재벌광고주들과 사주를 위한 기사들만 써댄 "노예기자들" 입장에서는 왜 이런 파업이 일어나는지 이해할 수도 없을 것이다. 영혼이 노예처럼 구속된 자들이니까.

 

하지만, 제발 눈을 부릅뜨고 봐라. 적어도 일말의 양심이 있으면 있는 현실은 정확하게 보도해야 하는 것 아닌가. 기대 난망이지만, 그래도 왜곡보도를 일삼는 기자들, 자신들을 한 번 되돌아보기 바란다. 자신들이 영혼을 팔고 있지는 않은지 말이다.

 

 

선대인경제연구소 연말연시 특별이벤트

 

http://www.sdinomics.com/data/notice/1642

 

by 선대인 2013. 12. 28. 13:05

올 한 해도 숨가쁘게 달려왔다가 그제부터 겨우 한 숨 돌리고 있습니다. 1년 반 전 재벌과 정부정치권의 이해관계에 휘둘리지 않고 일반가계 입장에서 정직하고 정확한 정보를 제공한다는 취지로 연구소를 시작했더랬죠. 그 취지에 공감해주신 많은 분들 덕분에 저 포함해 달랑 두 명으로 시작했던 연구소 식구가 이제 다섯 명으로 늘었습니다. "10년 후에 삼성경제연구소를 능가하겠다"고 다짐했는데, 능가하는 건 몰라도 견제할 수는 있겠다는 자신감은 듭니다.

2014년에도 연구소를 열심히 키우는 게 저의 가장 중요하고 기본적인 목표입니다. 일반가계와 서민들을 대변하는 공익적 연구를 확대할 생각입니다. 보고서의 품질도 더 향상시킬 생각이고요. 내년에 연구원도 두 명 정도 더 충원하려 합니다. 연구소의 울타리 안에서 더 많은 연구원들이 눈치 보지 않고, 마음껏 연구하고 목소리 낼 수 있도록 해주고 싶습니다.

그런 목표를 향해 연말연시에 특별 이벤트를 마련했습니다. 정직한 정보로 불확실성이 높은 경제상황에 대비도 하시고 저희 연구소에도 힘을 좀 실어주십시오. 저희 연구소를 잘 모르는 주위 분들에게 소개도 좀 부탁드리고요. 연구소 잘 키워서 보답하겠습니다. ^^

http://www.sdinomics.com/data/notice/1642

by 선대인 2013. 12. 27. 12:20

 

부동산업자들이 제 주장 흠집내기 위해 제일 많이 써먹는 레파토리가 제가 10년 전부터 부동산 폭락을 주장해왔다는 것. 2007년 여름 귀국해 2008년 하반기 첫 부동산 전망서 냈는데, 어떻게 10년 동안 폭락을 주장했을 수 있을까요? 그리고 이후 2008년말 실제로 부동산 폭락했고, 이후 제가 예측한대로 장기 대세하락 흐름 들어갔고요. 그 동안 부동산업계나 기득권 언론의 '집값 바닥론'을 믿은 사람들은 숱하게 하우스푸어로 전락했지만, 제 경고를 듣고 무리한 빚을 안 져 큰 부담 덜었다며 저에게 감사하는 사람들이 훨씬 많습니다. 뭐가 문제일까요?

제 책 읽어보신 분들 아시겠지만, 제 주장은 지금 정부 부양책이야말로 오히려 경착륙이나 일본식 장기침체 부르니 그 전에 거품 빼고 펌랜딩(firm-landing)하게 하자는 것. 그런데 제가 폭락은 필연이고, 오히려 부동산 폭락시켜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으로 이들은 왜곡하죠.

그리고 제 주장에 비판만 있고, 대안이 없다고 왜곡합니다. <선대인, 미친 부동산을 말하다>를 비롯해 제 책 읽어보신 분들 아시겠지만, 제 책에 대안이 없던가요? 저는 늘 책의 마지막에 대안편을 따로 정리해서 씁니다. 그런데도 책을 읽어보지도 않은 사람들이 그런 얘기를 지어냅니다.

제가 늘 대안을 제시했다고 하면 정부정치권이 실행 못할 대안은 대안이 아니라는 식으로 또 꼬투리를 잡습니다. 참 이 양반들이야말로 집요합니다. 그러면 지금 정부정치권의 방법이 근본적으로 잘못 돼 새 틀을 만들어야 한다고 보는 사람이 그에 맞춰 대안을 내지, 옳다고 생각지도 않는데 정부정치권에 영합하는 대안을 내야 할까요?

 

사실 이런 정도는 양반이고 법적으로 대응할 부분은 아닙니다. 하지만 지난 번에 말씀드린 것처럼 '책 팔아서 선대인이 어디 어디에 집을 샀네' 이런 식으로 훨씬 더 비열한 루머도 많습니다. 이런 것들은 명백한 허위사실이자 명예훼손입니다. 특히 뒤늦게 알았는데, 제 집 주소를 알아내 선대인이 앞으로는 서민을 위하는 척하면서 뒤로는 집을 사서 시세 차익을 얼마나 봤니 하는 글도 있었습니다. 이 또한 명백한 허위사실이자 명예훼손, 프라이버시 침해입니다. 이 글의 작성자와 이 글을 퍼나른 사람들에게는 반드시 법적 책임을 묻겠습니다. 지금까지는 이름이 알려지니 치르는 대가 정도로 생각하고 참았는데, 가랑비에 옷 젖는다고 그냥 방치할 수 없는 수준까지 왔다는 느낌이 드네요.

 

 

부동산업자들이 그러는 거야 자신들 밥줄이 달린 문제이니 그러려니 하겠는데, 이들이 만든 허위사실이나 왜곡이 퍼져 정작 제 얘기를 들어야 하는 분들이 저를 오해하는 게 문제입니다. 그 분들조차 오히려 이런 허위사실들을 확대재생산하고 제 주장을 잘 알지도 못하면서 안티(?)가 되기도 하고요. 그래서 이제는 이런 허위사실과 명예훼손에 해당하는 부분은 적극 대응할 생각입니다. 이 글을 읽으시는 분들 가운데 부동산카페 등에서 저에 대한 허위사실이 버젓이 게재돼 있는 것을 보신 분들은 그 카페에 이 글을 좀 옮겨 주시기 바랍니다. 올해 말까지 유예기간을 두고 그 이후에도 삭제하지 않은 게시물에 대해서는 제가 일괄적으로 법적 대응에 들어간다는 점을 알려 주십시오. 제 개인적인 차원에서 말씀드리는 게 아닙니다. 제 개인적으로 오해받는 건 감수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선동보도들이 난무하는 현실에서 한 분에게라도 더 올바른 정보를 전달하기 위해 저라는 사람의 공신력을 높일 필요가 있고, 따라서 저에 대한 불필요한 오해를 불식시킬 필요가 있다고 느낍니다. 그러니 부탁드립니다. 미리 감사드립니다.

 

 

 

선대인경제연구소 www.sdinomics.com

by 선대인 2013. 12. 27. 10:56

 

미국의 양적 완화 축소가 자산매입 규모 감축(850억 달러--->750억 달러) 형태로 드디어 시작됐다. 이에 대해 정부나 기득권 언론들, 한국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제한적이라고 주장한다.

 

과연 별 걱정을 안 해도 되는 것일까? 이미 20135월 이후 미국 FRB의 벤 버냉키 전 의장 발언만으로 주식시장이 흔들리고 환율이 뛰며 채권금리가 상승한 경험을 갖고 있다. 양적완화라는 돈의 힘으로 금리를 낮추고 경기를 떠받쳐온 상황에서 돈의 힘이 사라진다는 것은 상당한 충격이 아닐 수 없다. 특히 2008년 세계경제위기 이후 한국 증시에 막대하게 유입된 외국계 자금들이 일시에 빠져나갈 경우 상당한 충격이 발생할 수 있다. 2008년 이후 한국 증시에 유입된 외국계 자금만 3300억 달러(=환율 달러당 1060원 기준 약 350조원)에 이르는데, 이 가운데 일부만 빠져나가도 주가와 채권 금리가 크게 요동칠 수 있는 것이다.

 

이미 인도와 브라질 등 신흥국들이 버냉키 쇼크이후 금융불안에 시달렸던 것도 비슷한 이유다. 신흥국에서 빠져나온 외국계 자금들이 상대적으로 단기 불안요인이 작은 한국으로 몰리면서 일시적으로는 주가가 뛰는 현상도 생겨났다. 하지만 이는 글로벌 투자자 입장에서 일시적으로 지역별 투자 포트폴리오를 재조정하면서 생겨난 흐름일 뿐으로 지속될지는 불투명하다. 오히려 출구전략 본격화에 따라 자금이 미국이나 유럽 등지로 환류할 경우 주가 급락-환율 급등-시장금리 급등이라는 3중 악재가 발생할 가능성이 적지 않다.

 

이 같은 충격이 발생할 때 한국경제 구조는 매우 취약하다. 가계부채와 더불어 대외채무가 매 분기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고, 국내 증시에 잔뜩 들어와 있는 외국계 단기 자금의 규모가 너무나 크다. 그런데도 정부는 별 문제 아니라는 식의 반응이다. 예를 들어, 크게 늘어난 외환보유고와 낮은 단기외채 비중을 근거로 매 분기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는 대외채무가 큰 문제가 아니라는 식으로 주장한다. 20132분기 기준 한국은행의 외환보유액 3,297억 달러 제외하면 정부와 공기업, 민간기업, 시중은행 등 모든 부문의 대외채무가 대외채권을 크게 초과하고 있다. 한국은행을 제외한 다른 부문 전체의 순대외채권을 모두 합하면 마이너스 1,800억 달러를 넘는다. 유사시 외국 자본이 급격히 빠져나갈 경우 환율이 폭등하면서 대외채무 위기에 시달릴 경제 주체들이 많다는 것이다. 이 경우 통화당국이 외환보유고로 2008년 말처럼 다른 경제주체들의 대외채무를 막아주는 것 외에는 다른 방법이 없다. 물론 이런 위기 요인을 근거로 곧바로 최악의 상황이 현실화할 것으로 직결시키셔서도 안 되지만 절대 안이하게 볼 수 없는 것이다. 글로벌 금융위기 직전에도 약 2,642억 달러의 막대한 외환보유고를 쌓아두고도 환율 폭등 사태를 피해가지 못했다는 점을 상기해야 한다.

 

무엇보다 출구전략이 시행되면 시기와 정도의 문제일 뿐 시장금리 상승은 불 보듯 뻔한 일이다. 가계든, 기업이든, 공공이든 빚더미인데 과연 영향이 제한적일까? 증권시장에 잔뜩 들어와 있는 단기성 자금들이 400조원이 넘고, 미 국채 금리가 오르는데 그 돈들이 계속 국내 증시에 머물러 있기를 쉽게 기대하기 어렵다. 그들 자금이 빠져나가는 순간 주가는 떨어지고, 채권금리는 더 오르고, 환율은 뛰게 돼 있다. 급격한 유출이 안 일어나기를 바라지만 그러라는 법만 있을까? 더구나 부동산 거품이 본격적으로 추락하는 시기와 겹친다면?

 

미국 경기 회복으로 한국 수출이 증가하는 효과가 있다고 언론들은 보도한다. 하지만 한국의 수출업체들은 2008년 경제위기 이후 인위적 고환율 효과에 기대 수출을 크게 늘린 뒤 2011년 중반 이후로는 삼성전자를 제외하면 큰 수출 증대 효과를 누리지 못하고 있다. 이미 환율 상승에 따른 가격 경쟁력의 효과가 이미 소진되기 시작한 것이다. 예를 들어, 지난 3년 동안 미국 자동차시장에서 미국과 일본 등 대부분 자동차 업체들 판매대수 증가했는데, 현대기아차만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 이런 상태에서 현대기아차 같은 수출기업들의 실적이 향후에 계속 확대일로를 걸을 수 있을까?

 

 

 

 

 

 

정부든 기득권 언론이든 무조건 '괜찮다' '펀드멘털이 양호하다'고 주장한다. 특히 부동산시장은 6년째 거치기간을 연장해주며 폭탄돌리기를 하고 있는 위험한 국면인데, ‘빚 내서 집 사라는 말뿐이다. 그들 말 대로라면 외환위기도, 2008년 경제위기도 없어야 했다. 2009년 이후 수도권 부동산을 중심으로 집값도 가라앉지 않아야 했다. 그런데 과연 그랬나? 정부는 그렇다 쳐도 어느 언론이든 한두 군데는 제대로 경고를 해줘야 하는 것 아닌가?

 

 

 

 

많은 분들 성원으로 <선대인, 미친 부동산을 말하다>가 베스트셀러에 올랐습니다. 아직도 정부의 '빚 내서 집 사라' 대책이나 언론의 '집값 바닥론'에 혹하시는 주위 분들께 이 책을 권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머리말 http://www.sdinomics.com/data/blog/1500/page=2 

by 선대인 2013. 12. 20. 09:39

 

안녕들하십니까? 이 단순한 인사말이 이처럼 깊은 사회적 울림을 주는 사회는 진정 안녕하지 못한 것이다. 왜 이렇게 안녕하지 못하게 된 것일까? 지금 우리가 안녕하지 못한 것은 단순히 한 정권 차원만의 문제는 아니다. (물론 그렇다고 최근 집권한 정권의 책임이 결코 가볍다는 것을 말하는 것 또한 아니다.) 좀 더 긴 사회경제적 흐름 속에서 살펴볼 필요가 있다.

 

한국은 1960년대 경제개발을 시작한 이래로 1980년대 후반까지 고속성장을 거듭해왔다. 이 때 한국경제는 만성적인 고물가와 노동 탄압, 재벌 편중과 토건 중심 성장 등 문제점도 많았지만 고속성장을 통해 많은 부분을 상쇄할 수 있었다. 당시에는 지금보다는 가난했지만 오늘보다는 내일이 더 좋아질 거라는 희망을 가질 수 있었다. 기본적으로 고도성장이 가져오는 경제적 혜택이 워낙 컸다. 대체로 경제 성장에 따라 일자리는 꾸준히 생겨났고, 가계소득도 해가 다르게 늘었다. 1970년대와 1980년대에는 가계소득이 매년 20~30%씩 늘어나는 게 다반사였다. 올해 연봉 5000만원이던 것이 내년에 6000만원이나 6500만원으로 늘어나는 식이었다. 유럽식의 복지와 사회안전망은 개념조차 희박했던 때였지만 경제성장에 따른 소득 증가로 대체로 많은 이들이 만족할 수 있던 시대였다. 물론 군부독재 시절의 정치적 폭압이 사람들을 불안하게 했지만, 경제성장의 과실이 그 같은 공포와 불안감을 달래주었다.

 

이 같은 고도 경제성장을 바탕으로 1980년대 후반부터 외환위기 직전까지 한국경제는 상당히 안정된 시기를 구가했다. 경제성장률이 한 단계 떨어졌지만 여전히 6~8% 수준의 성장률을 기록했고 소득 격차는 사상 최저로 줄어들었다. 특히 1987년 이후 민주화운동과 노동자투쟁의 성과가 임금 상승과 가계소득 증가로 이어지면서 가계의 형편도 크게 좋아졌다.

 

하지만 그 상태는 오래가지 않았다. 1997IMF 외환위기를 계기로 한국사회는 크게 달라졌다. 외환위기 여파로 상당수 중견기업들이 무너졌고, 상시적인 정리해고가 일상화됐다. 기업의 비용 절감이라는 명목 아래 비정규직이 급증했다. 1980년대부터 대기업을 중심으로 조금씩 도입됐던 일본식 종신고용제는 정착되기도 전에 무너졌다. 그렇다고 소수 상위 재벌들의 독식구조가 고착되면서 미국처럼 활발한 창업 및 산업생태계가 형성되지도 않았다. 사람들이 안정적인 소득을 얻을 수 있는 일자리가 뿌리부터 흔들리니 삶이 불안해질 수밖에 없었다.

 

이처럼 일자리와 소득은 늘지 않는데, 가계지출은 지속적으로 늘어났다. 가계들이 사치해서 그런 것이라기보다는 거듭된 정책 실패와 왜곡된 경제구조 때문이었다. 부동산 거품을 제어하지 못해 주거비용이 올라갔고, 공교육이 무너져 사교육비가 늘어났고, 소수 대기업의 독과점 담합구조가 고착돼 상대적으로 비싼 물가를 감당해야 했다. 이 때문에 가계소득에서 가계지출을 뺀 개념인 가계수지라는 측면에서 보자면 외환위기 이후 80% 가계의 삶이 뒷걸음쳤다. 양극화를 넘어 국민 대다수의 빈곤화 현상이 일어난 것이다. 그렇다고 유럽식의 복지와 사회안전망이 있어 고용불안에 따른 생활수준 악화를 막아주거나 시장소득의 부족을 메워준 것도 아니었다. 김대중, 노무현정부를 거치면서 사회안전망과 복지 인프라가 큰 틀에서 조금씩 확충되기는 했으나 여전히 OECD 꼴찌 수준을 벗어나지 못했다.

 

2008년 글로벌 경제위기를 거치면서 이 같은 불안감은 더 한층 증폭되고 있다. 외환위기 이후 4~5%대라도 기록했던 경제성장률이 2008년 이후에는 2%대를 기록하는 저성장 단계로 접어들고 있다. 그나마 성장의 과실도 대부분 재벌대기업과 고소득층에 편중되고 있다. 2008년부터 5년 동안의 누적 경제성장률이 12%를 넘는데 실질가계소득 증가율은 절반 수준에 그치고 있는 것이 단적으로 보여준다. 보통 가계소득 증가율이 경제성장률보다 더 큰 것이 정상인데 정반대 현상을 보인 것이다. 삼성전자나 현대자동차 등이 사상 최대의 실적을 연거푸 기록하는 동안 대다수 중산층과 서민들이 물가 부담과 생활고에 시달렸던 것이 바로 이 때문이다.

 

그런데 이게 다가 아니다. 굳이 전문가가 아니더라도 한국 경제는 만성 위기구조를 갖고 있다. 산더미처럼 부풀어 오른 부동산 거품과 가계부채는 언제 터질지 모른다. 공공부채도 이명박정부를 거치며 400조원 이상 더 늘어난 상태다. 이런 상태에서 저출산고령화 충격이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밀려들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사람들이 안녕하다면 그것이야말로 이상하다. 사람들이 느끼는 불안감과 스트레스 정도를 보여주는 단 하나의 지표가 있다면 자살률이라고 할 수 있다. 인구 10만명 당 자살자 수가 1983년에는 8.7명에 불과했고, 이 같은 자살자 수는 1991년에는 7.3명 수준까지 조금씩 떨어졌다. 하지만 이후부터 자살자 수는 꾸준히 늘기 시작하더니 외환위기 때인 1998년에는 18.4명까지 늘어났다. 외환위기 직후 이 수치가 좀 낮아지는가 싶더니 2002년 이후 다시 상승세로 반전했다. 그래도 노무현정부 후반에 살짝 떨어졌던 이 수치는 2008년 글로벌 경제위기를 계기로 다시 껑충 뛰어올라 2011년에는 31.7명까지 늘어났다. 자살자 수가 가장 낮았던 1991년부터 따져보면 단 20년 만에 자살자 수가 네 배 이상 늘어나 OECD국가 가운데 가장 높다. 자살률이 늘어나는 과정을 보면 민생경제가 붕괴하는 과정과 거의 궤를 같이하고 있다. 우리 사회의 사회경제적 스트레스와 불안감이 얼마나 고조되고 있는지를 짐작할 수 있는 것이다.

 

이처럼 잘못된 사회경제적 구조로 인해 느끼는 불안감을 연령대별로 들여다보자. 20대는 치열한 사교육 경쟁과 대학시절의 스펙 경쟁에 시달리지만 대학 졸업 시점에는 겨우 10명 가운데 4.5명 정도만이 취업할 수 있는 상황이다. 일자리조차 없는데 집값은 천정부지로 뛰어있고, ‘미친 등록금으로 사회에 진출할 때부터 빚을 진 젊은이들이 적지 않다. 가까스로 결혼해도 결혼 시작부터 허니문푸어로 전락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30대는 1990년대 말 외환위기 이후 사회에 첫 발을 내디디며 고용불안 등 경제적 풍상을 온몸으로 겪은 수난의 세대다. 2000년대 부동산 거품기에는 돈이 없어 깊은 상대적 박탈감을 맛봐야 했다. 30대 후반 가운데는 2005년 이후 뒤늦게 무리하게 빚을 내서 집을 샀다가 하우스푸어로 전락한 경우도 많다. 이 세대는 비정규직이 많고, 집값 폭등과 일자리 부족 등에 따른 생활고로 세계 최저 출산율을 현실화한 세대이기도 하다.

 

흔히 486세대로 불리는 40대는 그나마 상황이 좋은 편이다. 직장에서는 중견간부 이상의 역할을 맡고 있고, 상대적 직업 안정성과 고소득의 혜택을 누리고 있는 세대다. 하지만 2000년대 부동산 거품기에 적극 가담해 하우스푸어로 전락한 이들도 많고 아이들의 사교육비 부담 등으로 큰 부담을 지고 있다. 직장 내에서도 극심한 승진경쟁과 과로에 시달리고 있는 세대이기도 하다. 하지만 승진경쟁에서 낙오하면 50대 초반에 조기은퇴가 기다리고 있다.

 

하지만 모든 연령대를 통틀어 현재 50대는 대한민국에서 가장 불안한 세대가 돼가고 있다. 50대 초반에 정규직장에서 쫓겨나다시피 퇴직해 소득이 끊기는데 평균 30년 이상의 긴 노후가 남아 있다. 대체로 대학생 연령대인 자녀와 부모 부양 부담 때문에 돈은 한창 들어가야 할 시기다. 하지만 변변한 직장에 재취업하기란 쉽지 않고 노후준비는 거의 돼있지 않는데 국민연금을 받기까지는 10년 이상 남게 된다. 일자리는 쫓겨나고 소득은 끊겼는데 복지 혜택도 누릴 수 없으니 50대가 느끼는 막막함과 불안감은 상상을 초월한다. 일자리든, 소득이든, 복지든 모든 차원의 공백을 일시에 맛보게 돼 공포에 가까운 불안감을 맛보게 되는 게 바로 50대다. 특히 2011년부터 베이비부머들이 대거 퇴직하게 되면서 현재와 노후에 대한 불안감을 느끼는 50대는 어느 때보다 급증하고 있다. 2012년 대선에서 50대의 투표율은 상대적으로 매우 높았는데 50대의 불안감이 표출된 선거라고도 할 수 있다. 그 표출의 방향이 올바른 것이었는지는 정치적 견해에 따라 다를 수 있지만 말이다.

 

이미 60대 이상 노령세대는 더 말할 것도 없다. 이미 50대에서 악화되기 시작한 이런 문제들이 60대 이상이 되면 가파른 상승곡선을 타게 된다. 특히 건강 악화 등에 시달리지만 빈약한 복지인프라는 우리 노인들의 삶을 비참한 수준까지 끌어내리는 경우가 흔하다. 그 결과 60대 이상의 인구 10만 명당 자살자 수는 1980년대 15명 수준에서 이제는 80명을 넘기고 있다. 한국은 전반적인 소득 빈곤율도 높은데 65세 이상 노령인구의 소득 빈곤율은 OECD국가들 가운데 가장 높다.

 

이처럼 우리는 남녀노소 가릴 것 없이 모두 극도의 불안감을 갖게 됐다. 이렇게 불안감이 커진 데는 이 나라가 시간이 지날수록 대다수 사람들이 살기 힘든 불량사회이자 나쁜 나라가 됐기 때문이다. 우리에게는 과거 일본식의 종신고용제와 같은 안정된 일자리도, 미국식의 활발한 산업생태계도, 북유럽식의 탄탄한 사회안전망과 복지시스템도 없다. 우리가 예전에 가졌던 가족 간의 끈끈한 유대와 마을공동체의 상부상조의 미덕도 사라진지 오래다. 당장 내 한 몸 먹고 살기 힘든 판에 가족도, 공동체를 돌보는 것도 점점 사치가 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 사회에 필요한 근본적 개혁을 하기는커녕 이명박정부는 가계부채와 공공부채를 막대하게 늘리면서 부동산 거품을 떠받쳐 한국경제가 새로운 활로를 찾는 것을 지연시켰다. 친재벌 정책과 4대강사업, 경인운하 사업과 같은 시대착오적 토건사업으로 노후 복지와우리 젋은이들의 교육에 투자할 소중한 자원들을 낭비했다. 국가를 수익모델로 삼은 집권세력의 부정부패는 심각했다. 이런데도 방송을 장악하고 국민들의 입에 재갈을 물렸다.

 

이명박정부 5년 동안에도 크게 고통받았는데, 박근혜정부 또한 다를 게 없다. 어떤 면에서는 한 술 더 떠는 느낌이다. 대선 때 내세웠던 경제 민주화복지 강화니 하는 것은 이미 사기성 헛공약이라는 게 드러났다. 기초연금은 돈이 없어서 못하겠다는 자들이 길게 봤을 때 거래 활성화 효과가 전혀 없는 취득세 깎아주는 일에는 얼마나 적극적인가. 그렇게 해서 우리 아이들 무상보육에 쓸 수 있는 24천억원을 날려 버렸다. 이명박정부 시절에 가계부채를 동원해 집값을 떠받치는 것을 넘어 이제는 세입자들까지 물귀신처럼 부동산시장으로 끌어들여 제물로 삼고 있다. 일부 부동산 기득권세력의 탐욕을 충족하기 위해 왜 온 국민들이 고통을 받아야 하나?

 

민자사업으로 추진한 인천공항철도의 적자를 메우기 위해 코레일에게 떠맡기고 장밋빛 환상 아래 추진한 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사업 무산 등 정책 실패에 따라 부채를 산더미처럼 쌓아올리고도 그 책임을 노동자들에게 묻고 있다. 그리고 알짜배기 KTX노선을 넘겨주는 것을 경쟁이라는 미명 아래 실행하려 하고 있다. 뻔히 돈 될 수 있는 독점사업 노선을 넘겨주는 것은 경쟁 촉진이 아니라 특혜 제공일 뿐이다. 이미 몇 개 철도 노선을 민간에 매각하기로 했다는 언론 보도에서 볼 수 있듯이, 이것이 사유화(privatization)의 사전단계가 아니라고 누가 믿을 수 있을까. 이런 나라에서 어떻게 국민이 안녕할 수 있는가. 박근혜정부, 이렇게 가다가는 국민만 안녕하지 못한 게 아니라 정권도 안녕하지 못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기 바란다. 국민을 안녕하지 못하는 정권이 어떻게 성공할 수 있는가?

 

 

 

 

 

 

<선대인, 미친 부동산을 말하다>가 전체 서점 종합 12위까지 올랐습니다. 성원에 감사드립니다. 대다수 언론이 '집값 바닥론'을 떠들고 있지만, 지금 부동산시장은 실은 매우 위험합니다. 평소 제 메시지를 잘 아시는 분들은 이 책 안 보셔도 됩니다. 다만, 제 경고의 목소리를 평소에 잘 듣지 못하는 50, 60대 분들을 위주의 주변분들에게 좀 알려주시기 바랍니다. 그 분들이 변화 양상을 알지 못하면 노후 생활이 위험해질 수 있고, 부동산정책의 구조적 전환도 지연되니까요. 미리 감사드립니다.  

 

by 선대인 2013. 12. 19. 11:38

 

최근 정부가 발표한 공기업개혁과 관련한 발표를 보면 한마디로 사태 왜곡과 책임 전가의 극치다. 한국은행 자금순환표상의 공기업 금융부채는 2007338.9조원에서 2012년 말 582.0조원으로 약 243.1조원 가량 늘어났다. 2002~2007년 공기업 부채 증가액이 135.7조원이었던 것에 비하면 훨씬 더 많이 늘어난 것이다. 이처럼 노무현정부 때보다 이명박정부 시기서 급증한 공기업부채의 대부분은 정권차원의 과시용 사업 추진과 국책사업 실패, 정부 차원의 분식회계 등에 따른 것이다.

 

부동산 및 건설 경기 부양에 동원된 한국토지주택공사(LH공사) 부채가 2007년말 66.9조원에서 138.1조원까지 두 배 이상 늘어난 것이 대표적이다. 건설업체들의 미분양 물량을 사들이고, 사업성이 떨어지는 개발사업 등에 무리하게 동원되는 과정에서 부채가 급증한 것이다. 전체 22조원 규모의 4대강사업의 상당 부분을 대신 떠맡은 수자원공사의 부채가 그 과정에서만 8조원 가량 늘어난 것 역시 대표적 사례다.

 

지금 파업중인 코레일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코레일의 부채는 20075.95조원에서 20136월 현재 17.6조원까지 늘어났다. 민자사업으로 추진한 인천공항철도가 당초 예측 교통량에 한참 못 미쳐 대규모 적자가 나자 코레일은 12천억 원 부채를 끌어와 이를 인수해야 했다. 경부고속철도 건설에는 예상사업비의 5배에 이르는 18.4조원이 들어갔다. 이 역시 예측 오류에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른 노선 변경 등이 뒤얽힌 결과였다. 이 사업은 결국 코레일에게 약 45천억원의 부채를 지웠다. 이를 만회하기 위해 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 사업에 무리하게 참여했다가 부채는 더 급증했다.

 

 

실제 감사원의 '공기업 재무 및 사업구조 관리실태' 자료에서도 2007~2011년까지 철도공사 금융부채 순증가액 38,456억원의 가운데 4분의 3에 이르는 74.2%는 정부정책과 요금통제가 원인인 것으로 지적되었다. 여기에 철도시설관리공단에 납부해야 하는 선로 사용료가 연간 6천억원이 있고, 철도의 공공성을 위해서 적자 노선을 운영하거나 노인과 장애인 등의 무임 또는 요금할인으로보게 되는 손해를 정부에서 보전해 주는 PSO 보상금 역시 손해액에 비해서 낮을 뿐만 아니라 제대로지급하고 있지도 않는 실정이다. 2005년부터 2011년까지코레일이 정부로부터 받지 못한 PSO 미보상액 규모는 총 5,798억원으로한 해 1천억 원이 미보상액으로 남아 있다.

 

이밖에 이명박정부 아래에서 무리하게 해외 자원개발에 나섰다가 실패해 역시 부채가 급증한 에너지공기업들도 비슷한 양상이다. 이처럼 급증한 공기업 부채 대부분은 정권 차원의 무리한 사업 추진과 정책 실패, 정부 수족처럼 움직여온 공기업 경영진들의 무소신과 무능이 어우러진 것이다. 전문성은 없고, 탐욕으로만 넘쳐나는 낙하산인사들의 부정부패도 빼놓을 수 없다.

 

그런데 이에 대해 책임지는 집권자나 정부 관료 단 한 사람도 없다. 이 과정에서 벌어진 숱한 비리에 대한 제대로 된 검찰 수사도 없다. 더 눈 뜨고 볼 수 없는 것은 기득권세력의 행태다. 정부와 기득권 언론들은 공기업 부채 급증을 노동자들 탓으로 돌리고 있다. 강성노조와 이들의 요구에 따른 후한 복지후생 때문인 듯이 몰고 가고 있다. 일부 그런 측면이 없지 않겠으나, 그것은 매우 부차적이고 후순위의 문제이다. 한 걸음 더 나아가 이들은 공기업 부채가 급증한 현실을 근거로 사유화(privatization)를 부르짖고 있다. ‘주인이 없어서 방만한 경영을 하는 것이니 주인을 찾아주자는 논리다한 마디로 정말 기득권 본색이다. 10년 동안 세계 최우수공항으로 손꼽히는 인천공항공사도 주인이 없기는 매 한 가지다. 이건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그리고 경쟁? 예를 들어, 수서발 KTX노선을 코레일 자회사 형태로 만들어 경쟁시키면 경쟁 효과로 경영이 효율화된다고 주장한다. 세상에 어느 미친 기업이 똑같은 사업 영역에 자회사를 만들어 경쟁하는가? 더구나 가만히 있어도 누구나 돈 될 줄 아는 알짜배기 KTX노선을 떼주고서 경쟁시키면 그게 경쟁 효과 때문인지 어떻게 알 수 있나?

 

이런 식으로 말도 안 되는 엉터리 논리가 기득권 언론들의 지면을 통해 난무하고 있다. 이런 식으로 현실을 올바로 인식하고자 하거나 국민이 편한 올바른 개혁 등은 안중에도 없다. 이런 현실을 보고 있으면 지금 한국 사회는 몇 가지 땜질식 개혁이 아니라 정말 근본적인 개혁을 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이런 나라에서 국민으로 사는 것은 정말로 피곤한 일이다. 하지만 달도 차면 기우는 법, 기득권의 탐욕이 극에 이를수록 그것이 결국 제 무덤을 파는 일이라는 걸 잊지 마라.

 

 

 

 

 

<선대인, 미친 부동산을 말하다>가 전체 서점 종합 12위까지 올랐습니다. 많은 분들 성원 덕에 부동산에 대한 경고의 목소리가 좀 더 많은 분들께 전달될 수 있었습니다. 머리 숙여 깊은 감사의 말씀 드립니다. 보답의 뜻으로 12월 18일 저녁 7시반 종로플레이스 지하1층에서 치맥 간담회를 엽니다. 관심 있는 분들 편한 마음으로 오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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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선대인 2013. 12. 17. 09:28

 

우리나라가 미국과 같은 금융위기를 맞을 가능성은 얼마나 될까?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 환율폭등 및 주택가격 급락, 이에 따른 금융권 위기 등이 겹치면서 한때 그 같은 우려가 증폭된 적이 있었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잦아들면서 잊혀 졌던 이 질문이 부동산 시장 침체가 지속되면서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실제로 국내에서 금융위기가 발생한다면 부동산 거품과 이와 연계된 가계부채 문제가 폭발하면서 발생할 가능성이 가장 높아 보인다. 경제전문가들 상당수가 부동산이나 가계부채 문제가 한국경제 위기의 뇌관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경고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2008년 미국발 경제위기, 그리고 현재 유럽의 부채위기도 결국 비슷한 문제에서 비롯됐다. 한국도 비슷한 위기구조를 갖고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한국이 급격한 금융시스템 위기를 맞을 가능성은 낮다는 언론 보도가 주를 이루고 있다. 그런데 정말 그럴까.

 

이를 따져보기 위해서는 우선 한국의 가계부채 문제가 얼마나 심각한지를 먼저 알 필요가 있다. 결론부터 말하면 가계부채 폭탄은 더 이상 미루기 힘든 상황까지 이르렀다. 가계부채는 한국은행 가계신용 기준으로 20001분기 222.2조원에서 20133분기에 990조원 수준까지 늘어났다. 13년 여 만에 가계신용이 768조원 가량 늘어난 것이다. 더구나 가계부채 문제는 최근으로 올수록 더욱 악화되고 있다. 노무현정부 5년 동안 가계부채가 202조원 증가했는데, 이명박정부 5년 동안에만 290조원이나 증가했다. 이명박정부 들어 부동산 가격이 대세하락기에 접어들고 부동산 거래 침체가 지속됐는데도 부동산 활황기였던 노무현정부 때보다 더 많은 가계부채가 늘어났다는 것은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더구나 이명박정부는 가계부채를 크게 세가지 측면에서 더욱 악화시켰다. 첫째, 다른 나라가 부동산거품을 빼고 가계부채를 줄일 때 오히려 가계부채를 막대하게 늘렸다. 둘째, 보험사, 대부업체, 신용카드 할부까지 금리 부담이 큰 가계부채를 늘려 가계부채의 질을 악화시켰다. 특히 카드할부구매액은 2003년 카드채 사태 당시 47조원을 훌쩍 넘어 54조원 수준에 이르고 있다. 이미 빚을 빚으로 돌려 막고 있는 상황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이다. 셋째, 수도권을 넘어 상대적으로 가계부채 문제가 심각하지 않던 지방의 가계부채까지 크게 늘리고 악화시켰다.

 

이 같은 가계부채 수준은 얼마나 심각한 것일까. 개인 금융부채를 개인 가처분소득으로 나눈 가계부채 비율이 2012년에 164%를 기록했다. 이는 금융위기 직전 미국의 같은 비율 131%를 훨씬 초과하는 수치다. 더구나 미국은 이 비율을 107% 이하로 낮추는 등 대다수 나라들이 가계부채 다이어트에 나선 사이 한국은 금융위기 전 145% 수준이던 이 비율을 더욱 높여놓은 상태다.

 

가계부채 문제는 이게 다가 아니다. 한국의 가계부채나 주택담보대출의 규모는 한국에만 있는 전세제도 때문에 상대적으로 작아 보이는 착시현상을 불러일으킨다. 국내 전세금 규모는 부동산업계 추산에 따르면 최소 600조원을 넘는다. 이 가운데는 집 주인이 투기적 목적이 아니라 여유 있는 주거공간을 세입자에게 전세로 준 경우도 있겠지만, 전세를 끼고 금융권에서 대출을 받아 집을 여러 채 산 경우도 허다하다. 따라서 전세금의 절반인 300조원을 주택 소유자가 금융회사 대신 세입자에게 빌린 돈이라고 보면 현재 가계부채는 20133분기 기준 990조원 수준에서 1290조원 수준으로 증가하게 된다. 주택담보대출의 경우도 마찬가지로 과소평가되는 착시현상을 일으키고 있다. 지금 주택담보대출액은 410조 원 수준이지만 전세금의 절반만 포함해도 바로 710조원 수준으로 급증하게 된다.

 

한편 주택담보대출 399조원 외에 금융권의 부동산 관련 대출은 이보다 훨씬 더 많다은행권 207조원을 포함해 전체 금융권의 상업용 부동산 대출이 233.4조원에 이른다. 또한 건설업체들의 주택건설사업 등에 대출된 PF대출 잔액이 금융권 전체로 약 46.7조 원 가량 된다. 이 세 가지만 따져도 현재 부동산 관련 대출은 679.1조원에 이른다. 향후 부동산 가격 하락에 따라 부실화될 위험에 노출될 수 있는 대출 규모가 이 정도에 이른다는 뜻이다. 기업의 시설자금 대출 일부 등 사실상 부동산 관련 대출은 더 된다고 봐야 한다. 실로 어마어마한 규모가 아닐 수 없다.

 

물론 부동산 대출이나 가계부채 규모가 크다고 해서 무조건 금융위기가 발생한다는 것은 아니다. 또한 미국이나 일본과 비교해 금융위기 가능성을 낮게 점칠 수 있는 조건들도 없지 않다. 예를 들어, 미국은 복잡하게 얽힌 금융파생상품이 도미노처럼 부실해지면서 초대형 금융사고로 비화되는 단초를 제공했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금융파생상품이 크게 발달하지 않았다. 이는 분명히 국내 금융시스템 위기 가능성을 낮게 볼 수 있는 근거다.

 

반면 3~5년 정도의 거치기간 이후 원리금 상환액이 눈덩이처럼 커지는 풍선식 대출(balloon payment)90%를 넘는 주택담보대출 구조는 한국이 훨씬 위험한 상황이다. 미국의 경우 풍선식 대출은 옵션 ARM’이라고 불리는 일부 대출상품 외에는 거의 적용되지도 않았다. 이 같은 풍선식 대출은 미국 대공황기 이전에 성행했으나, 부동산 폭락을 부른 주요 요인으로 지적돼 대공황기를 거치면서 미국에서는 거의 사라졌다. 실제로 미국의 주택모기지대출은 보통 20% 이상의 선금(downpayment)을 내고 원리금을 오랜 기간에 걸쳐 균등 분할 상환하는 방식이 대부분이다. 한국 금융당국이 가계부채 대책의 하나로 장기 원리금 균등 분할상환 구조로 바꾸겠다고 하는 것도 지금의 국내 대출구조가 위험하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외에서 한국의 금융위기 가능성을 상대적으로 낮게 보는 다른 주요한 근거는 금융위기 당시 미국, 일본 등에 비해 낮은 LTV 비율이다. LTV 비율은 주택 가격 대비 주택대출액의 비중을 나타낸다. 이 비율이 낮으면 집값이 하락해도 그만큼 주택담보대출이 부실화될 가능성이 낮아진다. 그런 점에서 한국 금융권의 LTV 비율이 상대적으로 낮게 관리되고 있다는 사실은 다행이다. 특히 제1금융권의 급격한 시스템 붕괴 위험이 현재로서는 상대적으로 낮다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LTV비율이 낮다는 것은 금융권에 대한 보호막은 되지만 일반가계에 대한 보호막은 되지 못한다. 더구나 일반가계 입장에서 주택자산가치 대비 차입 비율이 어떤지를 국제적으로 비교하려면 한국의 경우 전세금도 고려해야 한다. 다른 나라에는 전세 제도가 없고, 이로 인해 전세금을 레버리지로 삼아 집을 사는 일은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전세금도 분명히 계약만료 시에 주택 소유주가 세입자에게 상환해야 하는 차입금이다. 특히 2000년대 부동산 거품이 부풀어 오르는 동안 전세를 끼고 두세 채씩 집을 사는 방식의 투기가 극성을 부렸던 만큼 전세금 가운데 상당부분은 부동산투기에 동원된 차입금이라고 봐야 한다.

 

예컨대 A라는 사람이 은행에서 3억 원 대출을 받아 5억 원짜리 아파트를 사서 2억 원에 전세를 놓고 그 전세금에 다시 3억 원을 대출받아 또 5억 원짜리 아파트를 사는 식으로 말이다. 이 경우 A는 은행대출 6억 원에 5억 원짜리 아파트 두 채를 마련한 것으로 착각한다. 그러나 실제로는 은행대출 6억 원과 전세보증금 4억 원으로 5억 원짜리 아파트 두 채를 산 것이다. 전세보증금을 합산한 일반가계의 주택차입 비율은 매우 높아지게 되는 것이다. 더구나 2008년말 경제위기 때 본 것처럼 주택가격이 급락하면 전세가격도 동반하락하게 된다. 만일 2년 후에 세입자가 이사를 가게 되면 전세가격 하락분만큼 A는 추가로 은행대출을 받아야 한다. 그런데 아파트 두 채의 담보가치가 주택가격 하락으로 떨어졌으므로 은행으로부터 추가 대출을 받지 못할 수 있다. 이 경우 A는 아파트를 처분하지 않을 수 없게 된다. 이런 상황이 발생할 경우 주택가격은 연쇄적인 하락의 악순환에 빠지게 된다.

 

이미 이런 현상이 실제로 수도권 곳곳에서 발생하고 있다. 그 결과 2006년 말(수도권 핵심지역) 또는 2008년 중반(수도권 외곽) 이후 강남 3구를 비롯한 서울 전역의 실거래가도 이미 15~20% 가량 하락한 상태다. 용인, 분당, 평촌, 일산, 김포, 파주 등 상당수 수도권 도시들에서는 2008년 말 수준인 30~40% 가량 하락한 상태이다.

 

LTV 비율은 이미 상당 폭 떨어진 실거래가와는 달리 여전히 부동산중개업소들의 호가에 근거한 국민은행 가격 자료를 근거로 하고 있다. 실거래가는 국민은행 호가보다 상당히 더 떨어져 있는데, 실거래가를 기준으로 할 경우 수도권의 LTV 비율은 더 올라가게 된다. 실제로 우리 연구소가 MBC 수첩>팀의 의뢰로 경기도 파주시 한 아파트 933세대의 부채 실태를 분석해 본 결과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 아파트의 경우 84.5%가 대출을 얻었고, 대출 받은 가구의 전체 평균 대출금액이 3억 원이 넘었다. 그런데 호가를 기준으로 했을 때와 실거래가를 적용했을 때 LTV 비율이 크게 달라졌다. 인터넷 포털 다음의 부동산 시세를 기준으로 할 경우 일반적으로 금융권에서 고부채 가구로 분류하는 LTV 비율 60%이상 가구 비중이 이미 50.2%로 절반을 넘었다. 이것이 일반적으로 은행권에서 적용하고 있는 국민은행 시세를 기준으로 한 LTV 비율과도 유사한 수준일 것이다. 그런데 실거래가를 기준으로 하면 60%이상 가구 비중이 61.6%로 껑충 뛰어올랐다. 특히 LTV 비율 100%이상인 가구는 1.8%에서 15.1%로 급증했다. 더 심각한 것은 대출금에 전세액까지 포함할 경우 LTV비율은 100이상이 절반에 육박하는 47.9%에 이르게 되고, 최근 경매낙찰가율인 70% 이상 가구 비중만 71%에 이르렀다. 이들 가구는 이미 깡통아파트인 셈이다.

 

더구나 금융권의 주택대출 만기상환 연장 등의 조치로 이자만 내는 상태인 가계들이 전체 주택대출의 76%에 이른다. 거치기간이 끝나 원리금을 상환해야 할 시기가 다가왔지만 정부와 금융권이 거치기간 연장을 통해 몇 년 째 이자만 내게 해줬기 때문이다. 이처럼 사상 최저금리에 대부분의 주택대출자들이 이자만 내는 상황에서도 부채 부담을 감당하지 못하고 주택가격이 떨어지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이 같은 폭탄 돌리기를 계속할수록 만기가 돌아오는 주택대출 규모는 눈덩이처럼 커진다는 점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주택담보대출 가운데 2012년에 거치기간이 끝나는 일시상환 대출 규모는 55.9조원이고, 분할상환 규모는 19.6조원이었다. 그런데 지금처럼 거치기간을 계속 연장하게 되면 2015년에는 일시상환과 분할상환의 만기 도래액이 각각 두 배와 네 배로 커지게 된다. 그만큼 금융시스템에 가해지는 충격이 커질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이다.

 

더구나 2008년 경제위기 이후 국내 주식과 채권시장에는 외국인 투자 자금이 급증한 상태다. 경제위기 시 이 같은 자금들이 썰물처럼 빠져나가며 주가가 급락하고 환율이 요동치게 된다. 또한 대외채무가 사상 최대로 급증한 상태여서 국내 금융권이 단기 외채 차입금 상환 압력에 직면할 경우에도 위기를 맞을 가능성이 적지 않다. 이처럼 어느 쪽에서 먼저 위기가 발생하든 금융위기와 외환위기가 연쇄적으로 발생하면서 위기를 증폭시킬 가능성도 적지 않다.

 

이런 상황에서 진작 부동산 거품을 빼고 부채 다이어트에 나섰어야 하지만 지금까지 정부도, 금융권도, 가계도 계속 빚 갚기를 미루어왔다. 말로는 연착륙 대책이라고 포장했지만 길게 보면 오히려 부채 규모를 키워 경착륙을 부르는 대책이었던 것이다. 문제는 계속 이런 식으로 미루다가는 정말 걷잡을 수 없는 사태를 부를 수 있다는 점이다. 당장은 상황을 모면할 수 있겠지만, 결국에는 위기의 순간 더 큰 충격으로 돌아오게 된다. 따라서 지금부터라도 거품을 빼서 충격을 분산해야 그나마 일시에 충격이 몰리는 것을 피할 수 있다. 아직 시중은행은 재무상태가 괜찮은 편이다. 지금부터 단계적으로 분할해서 부동산 거품을 빼나가면 시스템적인 금융위기는 피해가면서 충격을 흡수할 여지가 분명히 있다. 하지만 그렇게 하지 않고 계속 폭탄 돌리기에 나선다면 금융시스템 위기 가능성은 더욱 높아진다. 이미 많이 늦었지만, 그나마 지금이 마지막 기회라는 점을 정부는 명심해야 한다. 

 

 

 

 

<선대인, 미친 부동산을 말하다>가 알라딘 종합 3위, 전국출판인협회가 집계하는 전체 서점 종합으로는 12위까지 올랐습니다. 많은 분들 성원 덕에 부동산에 대한 경고의 목소리가 좀 더 많은 분들께 전달될 수 있었습니다. 머리 숙여 깊은 감사의 말씀 드립니다. 

 

상세 목차: http://www.sdinomics.com/data/blog/1515

 

 

 

 

by 선대인 2013. 12. 16. 09:40

오늘 아침 아이 학교 태워다주고 오면서 아이폰으로 찍은 설경 사진들입니다. 바쁘지만, 그래도 이 아름다운 풍경들은 공유하고 싶어 올립니다. 좋은 하루들 되세요.^^

 

 

 

 

 

 

 

 

 

 

 

 

 

 

 

 

 

 

by 선대인 2013. 12. 13. 11:36

 

정부가 8.28대책에서 내놓았던 1%대 초저금리 공유형 모기지대출을 12.3대책에서는 더욱 확대했다. 당초 3000억원, 3000호 지원에서 이번에는 2조원, 15000호 지원까지 규모를 크게 늘린 것이다. 이들 모기지대출은 워낙 저금리여서 많은 이들이 관심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많은 이들이 1%대 초저금리이니 그저네, 그저이런 말까지 나오는 모양이다. 하지만 아무리 저금리 대출이어도 빚은 빚을 뿐이다.

 

왜 그럴까? 우선 이들 공유형 모기지대출의 내용을 살펴보자.

 

먼저, 수익공유형은 주택기금에서 집값의 최대 70%까지 1.5% 금리로 20년 원리금 균등분할 상환(1년 또는 3년 거치) 조건으로 최대 2억 원까지 빌려주겠다는 것이다. 다만, 향후 매각차익 또는 평가차익이 발생할 경우 차익의 일부를 주택기금이 배분 받는 조건이 달려 있으며, 손실이 발생할 경우에는 주택 매입자가 모두 떠안아야 한다.

 

손익공유형은 주택기금이 집값의 최대 40%까지 지분 성격의 저리(초기 51%, 6년차부터 2%, 20년 만기 일시상환) 모기지를 역시 최대 2억원 한도로 공급하는 대신 주택 매입자와 매각 차익뿐만 아니라 손실까지 공유하는 제도다. 매입자와 국민주택기금이 손익을 배분하는 비율은 집값에 차지하는 지분 비율에 따른다. 예를 들어, 매입자가 자기자본 2억원과 주택기금 1억원을 합쳐 3억원짜리 주택을 사서 향후 매각 또는 만기시에 1억원의 수익이나 손실이 발생할 경우 매입자와 주택기금이 각각 주택 매입에 기여한 자금의 비율인 2 1로 수익과 손실을 나눠 갖게 하겠다는 것이다.

 

이처럼 유례를 찾기 어려운 모기지 대출을 내놓은 정부의 의도는 집값 차익에 대한 기대는 크지 않고 집값 하락에 따른 손실 가능성이 큰 시대에 정부가 든든히 받쳐줄 테니 안심(?)하고 집을 사라는 메시지인 셈이다. 무주택자라면 물가상승률이나 시중 주택대출금리(신규 취급액 기준 20137월 현재 3.77% 전후)는 말할 것도 없고, 현행 생애최초 주택구입자금의 지원금리(2.6~3.4%)보다도 더 싼 금리로 대출을 받고, 선택에 따라 국민주택기금과 손실 위험까지 나눌 수 있으니 조건에 해당하는 많은 무주택자들이 관심을 가질 만 하다. 실제로 자격조건에 해당되고 어차피 조만간 주택을 살 계획을 갖고 있던 사람이라면 최대한 이 제도를 활용하는 게 좋아 보인다. 시중의 어떤 주택자금 대출보다 좋은 조건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집을 살 계획이 없었던 사람이 무리하게 이 모기지 대출과 다른 대출까지 얻어 집을 사려고 한다면 좀더 신중해야 한다. 우리 연구소가 지속적으로 경고했듯이 향후 집값이 추가 하락할 가능성이 매우 높기 때문이다. 아무리 금리가 낮다 하더라도 빚은 빚이기에 일정한 이자를 부담해야 하는데, 집값이 한 번 하락하게 되면 단순히 이자 부담이 조금 적어진다고 해서 만회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집값이 향후 5년간에 걸쳐서 30% 가량 떨어지게 되면 매년 시중의 일반적인 주택자금 대출 금리보다 매년 2~3% 가량 낮은 유리한 조건이라고 해서 30%의 집값 하락을 감당할 수 있는 게 아니라는 뜻이다.

 

좀 더 구체적인 가상의 사례를 바탕으로 생각해보자. 계산의 편의상 현재 무주택자인 A씨가 전세보증금 3억 원에 세 들어 살다가 전세보증금 3억 원에 주택기금 모기지 대출 최대 한도인 2억 원을 얻어 총액 5억 원짜리 집을 샀다고 생각해 보자. 5년 정도 기간만 따져보면 A씨는 그 동안 발생한 이자 추정액 약 1400만원(수익공유형), 1000만원(손익공유형)을 내야 한다. 일반적인 주택대출에 비해 같은 기간 3500만원이 넘는 이자를 부담해야 하는 것에 비하면 매우 적은 부담이기는 하다. 하지만 그래도 빚은 빚이다.

 

그런데 이 집의 가격이 5년 후 4억 원으로 1억 원 떨어졌다고 가정하자. 그러면 A씨는 그 사이 자신의 돈 3억 원 가운데 1억 원을 날리게 된 셈이지만 부채는 여전히 2억 원이 남게 된다. 수익공유형 모기지를 이용했을 경우 그는 이 손실을 고스란히 떠안아야 하고, 손익공유형이라도 집값의 60%(3억원)에 비례해 6000만원의 손실을 떠안아야 한다. 명목 가격으로 1억 원이 날아가는 것이지만, 그 동안 물가 상승률이 매년 3%라고 하면 물가 상승률을 반영한 그 주택의 실질 가격은 5년 후 35411만원 정도로 떨어진다. 물가 상승률을 감안한 실질적인 손실은 약 14600만원 수준으로 늘어난다는 뜻이다. 자기 돈 3억 원을 갖고 있던 사람이 절반 가까이를 까먹게 된다는 뜻이다. 물론 집값이 뛴다면 사정은 다를 수 있지만, 미안하지만 그럴 가능성은 상당히 낮다.

 

기간을 연장해 모기지 대출 기간인 향후 20년 후쯤으로 잡으면 어떨까. 우리 연구소가 추산한 바 있듯이, 2030년경 전국 기준 부동산 구매력 총량 지수는 2000년 대비 4분의 1 수준, 수도권의 경우 40% 수준으로 떨어지게 된다. 급격한 인구감소와 고령화 추세로 인해 현재와 같은 주택 구매력을 유지하게 어렵게 된다는 것이다. 따라서 그 때가 된다고 하더라도 주택 가격이 올라줄 것이라고 장담하기 어렵다. 물론 명목가격으로는 주택 가격이 오를 수 있다. 하지만 연간 물가 상승률이 3%라고 가정할 때 주택 가격이 현재 가치를 유지하려면 명목 가격이 20년 후 87675만원이 돼야 한다. 물론 지난 수십 년처럼 주택 가격이 상승해준다면 그 정도는 아무 일도 아닐지도 모른다. 하지만, 한국의 주택시장은 과거와 같은 패러다임으로 생각해서는 결코 안 된다.

 

더구나 정부가 내놓은 모기지 대출의 조건을 생각해보면 정부 또한 주택 가격 하락에 대해 어느 정도는 우려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수익만 공유하는 경우에 비해 손실을 함께 공유하는 모기지 대출의 경우에는 집값 대비 대출 금액의 비율도 낮고 금리도 5년 이후에는 2%로 높아지도록 설계한 것은 집값 하락으로 인한 손실을 최소화하기 위해 고안된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일정한 범위 안에서 일어날 손실은 감당하겠지만, 손실이 너무 확대되는 경우는 피하겠다는 계산이 깔려 있는 것이다.

 

그러면 개별 가계 차원을 넘어 주택시장에 미치는 효과는 어떨까? 이 제도가 나온 뒤 상당수 신문들은 이 제도 도입으로 주택시장이 상승세로 전환하는데 꽤 도움이 될 것처럼 말하지만, 나는 설득력 없는 주장이라고 말한 바 있다. 실제로 8.28대책의 약발도 오래가지 않아 바닥나자 정부가 12.3 대책을 부랴부랴 내놓은 것 아닌가. 그에 앞서 4.1부동산 대책 직후에도 많은 신문들이 그 같은 선동 보도를 쏟아냈지만, 두 달도 채 약발이 가지 않았던 점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이미 여러 차례 설명한 바 있듯이 이미 1000조원에 육박한 가계부채를 동반한 부동산 거품, 자산가치로 6500조원이 넘는 부동산 시장의 대세하락을 이 정도 대책으로 막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정부가 신종 모기지 대출에 투입하겠다는 자금 규모가 올해의 2조원이라고 해봤자, 물이 가득 찬 욕조에 물 한 국자 떠 넣는 정도밖에 안 된다. 또 그 같은 모기지 자금 지원으로 주택을 살 것으로 추정되는 15천 호의 주택 거래량은 2011년과 20122년 간의 연간 주택 거래량 평균 60.4만 가구의 2.5% 수준에 지나지 않는다. 더구나 15천 호의 주택 거래량조차도 상당 부분은 그 같은 주택 모기지 자금 대출이 없었어도 발생했을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이 자체로서는 무너지는 집값을 떠받치는데 별다른 효과를 나타내기 어려울 것이다. 기껏해야 중소형, 저가 주택의 가격 하락세를 잠시 막는 정도에 그칠 공산이 크다. 하지만 그렇게 빌린 대출은 아무리 초저금리라 해도 평생 갚아야 하는 빚이다. 그리고 초저금리까지 내려왔으니 집값이 오르지 않을까라고 생각하는 분들이 있는데, 지금과 같은 시대에는 거꾸로 생각해야 한다. 그만큼 주택시장이 어렵기 때문에 1%대 초저금리 모기지대출까지 내놓은 것이다. 신중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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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선대인 2013. 12. 13. 10:00

 

 

보신 분들 계시겠지만, 어제 오랜만에 MBC 백분토론에 출연했습니다. 1년반 정도 만인 것 같습니다. 잘 몰랐는데, 밤늦게까지 많은 분들께서 시청하면서 응원해 주신 모양이더군요. 다음에서 실시간 검색어 1위까지 올려 주시고. 오늘 아침 저의 페북과 트위터에 남겨주신 댓글과 멘션들을 읽으면서 감동(?) 먹었습니다. 이렇게 많은 분들 성원해주시고 아껴주셨는데, 어제 시간 제약이 많아 충분히 말씀 드리기 어려웠습니다.

 

말은 백분토론인데 실제로는 시간이 80분 토론이었고, 시민패널 발언과 사회자 발언 시간까지 포함하면 70분쯤 토론했을까요? 더구나 시간이 짧으니 토론을 주고받기보다는 한 사람씩 짤막하게 돌아가면서 말하게 하는 포맷으로 사회자가 진행하더군요. 정관용교수님의 잘못이라고 하기는 어렵겠지만, 바로바로 반박하고 싶은데 그러기가 어려워 토론하면서도 갑갑해지는 토론방식이었습니다.

 

그나저나 나성린의원이나 두성규 연구원이 내놓은 부동산시장 정상화발언, 결국 집값 올리겠다는 것 스스로 폭로한 것 아닌가요? 자신들은 부동산시장 정상화=거래 활성화라고 얘기해놓고는, 지금 상황에서 집값 상승 기대감이 없어서 거래가 안 되는 것이니 거래를 활성화하려면 결국 집값 상승 기대감을 심어줘야 한다고 하더군요. 이게 결국 정부 대책이 집값 떠받치기 대책이라는 고백 아닌가요?

 

그리고 두성규박사 주장한대로 그 동안 집값 오른 게 주택 품질이 좋아져서라고 하는데, 그럼 지금까지 품질 안 좋아진 물건 있나요? 요즘 세상에 품질을 업그레이드 안 하고 가격 올리면 욕 먹죠? 문제는 한국의 집값은 품질이 좋아진 것 대비해 주택만큼 가격 급등한 재화가 어디에 있나요? 자산과 일반 공산품과의 비교이긴 하나 컴퓨터 등은 품질이 엄청나게 좋아져도 값이 더 떨어졌죠.

 

그리고, 마지막에 나성린의원 취득세 인하 효과가 있다는 주장도, 이미 제가 글로 쓰기도 했고 <선대인, 미친 부동산을 말하다>에서도 자세히 설명하고 있습니다. 어제도 판넬을 준비해갔는데, 사용할 시간이 없더군요. 이런 식으로 바로바로 반박하고 싶은 말이 많았는데, 할 수가 없어서 많이 아쉬웠습니다.

 

지금 간단히 말씀드리면 아래 <그림>에서 보는 바와 같습니다. 점선으로 된 부분이 실제 거래량인데, 취득세 감면을 해주면 일시적으로 거래가 몰리는 효과는 있습니다. 하지만 곧 그만큼 거래절벽이 오죠. 그래서 취득세 감면 종료를 포함한 전후 4개월 평균치를 내보면 실선에서 보는 것처럼 거래 증가 효과가 거의 나타나질 않습니다. 이는 당연할 수밖에 없죠. 집을 사는데 들어가는 수억 원의 비용에서 세금으로 집값의 1%를 깎아준다고 안 살 물건을 사겠습니까? 그런데 나성린의원은 이렇게 일시적으로 거래가 몰렸다 끊겼다 하는 걸 '효과가 있다'고 눈속임한 겁니다. 이처럼 효과도 없는데 240000억 원의 멀쩡한 지자체 세수를 날려서 우리 아이들 무상복지를 비롯해 삶의 질을 올릴 수 있는 기회를 날리는 겁니다. 이 얼마나 한심한 짓입니까?

 

<그림1>

 

주) 국토교통부 자료를 바탕으로 선대인경제연구소 작성

 

그리고 어제 취득세 영구 인하안이 국회에서 통과됐지만, 효과 없을 겁니다. 취득세 감면 때는 감면 종료 전에 거래가 몰리는 효과라도 있었지만, 이제는 취득세 인하된 상태가 평상시 가격이 되는데 일시적 진폭조차 사라질 겁니다.

 

말이 나온 김에 함께 통과된 수직증축 리모델링 법안에도 너무 기대하지 마세요.원래 주택 리모델링은 거주자가 자비로 자신의 낡은 주택을 수선하거나 개비해서 쓰는 것을 말합니다. 하지만 수도권 1기 신도시들을 중심으로 거론되는 아파트 리모델링사업은 소유자들이 자기 부담을 최소화하면서 낡은 아파트를 새 아파트로 바꾸면서 평수를 넓히려는 시도입니다. 물론 이 같은 소유자들의 욕구는 주택시장 침체 속에서 건설사들이 새로운 사업물량을 확보하기 위한 시도와 맞물려 증폭돼왔죠.

 

하지만 수직증축 리모델링 허용 방침에도 불구하고 수직증축 리모델링 사업의 대부분은 사업성이 떨어집니다. 우리 연구소가 한 신문에 소개된 안양시 평촌동 A아파트 전용면적 58m²의 사례를 분석해본 결과 수직증축 리모델링을 해도 가구당 분담금이 1억원이 넘었습니다. 이보다 넓은 아파트일수록 분담금은 더 커져 대형 아파트의 경우 2~3억원에 이를 수도 있다. 이렇게 비용을 들여 리모델링해서 얻을 수 있는 예상 시세 차익은 현재 가격 수준에서도 4500여만 원에 불과했습니다. 향후 집값이 더 내린다고 생각하면 시세차익은 없이 분담금 비용만 더 커질 수 있습니다. 오히려 손해를 볼 수도 있다는 거죠. 물론 이 정도 비용과 예상 차익에도 불구하고 리모델링을 추진하려는 사람들도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거기에 반대하는 사람들도 많아 사업 추진은 시간이 지나면 지지부진해질 가능성이 높을 겁니다.

 

어쨌거나 정부여당이 추진한 부동산 관련 입법들이 하나둘씩 통과되고 있네요. 그래서 이런 보도가 나오자 마자 또 ‘1기신도시 지역들 들썩이런 식의 보도가 나오고 있네요. 무슨 주식도 아니고 법안 통과되자마자 주택이 들썩인답니까? 그냥 바람잡는 보도이지요. 하지만 속지 마세요. 결코 오래 못 갑니다. 8.28대책 나오고 11월 들어 집값이 다시 가라앉은 게 정말 법안 통과 안 될 거라고 생각해서 그랬을까요? 더 이상 빚 내서라도 집을 사줄 사람들이 없어서일 뿐입니다. 제 평소 정책적 지향과는 다르지만 차라리 이렇게 빨리 정부여당이 추진하는 부동산 관련 입법들 마저 다 통과됐으면 좋겠네요. 부동산 입법이 통과 안 돼 집값 떨어진다는 얘기 안 나오도록 말입니다. 결국 이들 입법 다 통과돼봐야 최대 2~3개월 정도도 약발이 지속되기 어려울 겁니다. 그러니 여기에 현혹되지 마시기 바랍니다.

 

그나저나 어제 백분토론에서 확인한 것처럼 이명박정부 때 훨씬 더 가계부채와 공공부채가 많이 늘었는데도, 그런 사실을 외면하고 왜곡하는 사람이 집권당의 정책통이랍시고 나대고, 건설산업연구원 등 건설업계 이해를 대변하는 연구원들만 친하게 지내니 이 나라 부동산정책이 제대로 될 리가 있나요? 대책이라고 내놓아 봐야 늘 부동산 부자들 위한 대책이니 서민들은 늘 고생만 하게 되죠. 그런 현실 모르는 건 아닌데, 어제 백분토론 하고 나서 그런 마음에 더 씁쓸해졌답니다. 그래도 힘내려 합니다. 여러분들이 같이 힘내주시고 격려해주시니 외롭지도 않습니다. 언젠가는 저들도 더 이상 이대로 버틸 수 없다는 걸 깨달을 때가 올 거라 믿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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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선대인 2013. 12. 11. 11:5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