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세금혁명당 추진하게 됐느냐 묻는 분들 계십니다. 제 책 <프리라이더> 읽고 나서 현실 알고서 열받는다, 화난다 라고 하신 분들 많았습니다. 그런데 지금의 정부 정치권 볼 때 이걸 바꿀 수 있겠느냐, 답답하다라고 하신 분들도 많았습니다.

 

그래서 프리라이더 2권인 <세금혁명> 쓰면서 어떤 식으로든 실낱 같은 희망의 계기라도 제공해 드리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세금혁명> 원고에 최대한 '희망'이라는 당의정을 바르려 했습니다. 하지만 그래도 한계가 있었습니다.

 

특히 <세금혁명> 마지막 부분에서 일반 납세자 행동수칙 10계명 쓰면서 모임 만들어 조세현실에 문제를 제기하라고 썼습니다. 그런데 신뢰할 만한 대중적 모임 만드는 게 쉽지 않겠다, 그리고 정작 스스로가 나서고 있지 못하다는 생각 들었습니다.

 

그래서 제가 시작해서라도 풀뿌리 시민들이 참여할 수 있는, 그래서 무기력감을 떨칠 수 있는 운동을 펼쳐야 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 고민의 산물이 바로 세금혁명당입니다. 여기에 많은 분들이 세금혁명당에 참여하셔서 함께 납세자 권리를 되찾아 주십시오.

 

세금혁명당 페이지 www. fb.com/taxre  개설 일주일만에 2400분이 가입하고 수많은 글 남겨주실 정도로 뜨거운 반응 보여주셨습니다. 이처럼 많은 분들께서 열정을 보여주시는 이 모임이 건실하게 지속돼 큰 성과 남길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오늘 세금혁명당 준비위 모임을 시작으로 오프라인 모임도 본격적인 시동을 겁니다. 이 글을 읽는 여러분들께서도, 함께 힘 보태주시고 격혀해주시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꾸벅~

by 선대인 2011. 4. 6. 07:39

 

<납세자 행동수칙 10>


근본적인 조세재정구조개혁을 정부와 정치권에만 맡겨놓을 수는 없다. 조세재정 구조개혁을 위해 개인적 차원에서 할 수 있는 일들은 어떤 게 있을까. 우리가 직접 할 수 있는 일들 10가지를 정리해보았다. 물론 한 개인이 이렇게 한다고 해서 얼마나 바뀔 수 있을까 하는 회의가 들지도 모른다. 하지만 모든 위대한 변화도 결국에는 먼저 각성한 한 사람, 한 사람의 변화로부터 시작되었다는 점을 잊지 말자. 각자가 자신의 생활 영역에서 ‘변화의 나무’를 심는 사람들이 된다면 또 다른 세상은 얼마든지 가능하다.

 

1. 시민단체를 후원하라

일상적 직업을 가진 각 개인들이 바쁜 시간을 쪼개 세금 문제를 고민하고 예산 쓰임새를 감시하는 것은 쉽지 않다. 그런데 이를 직업적으로 하는 시민단체들이 있다. 경실련은 공공토건사업의 예산 낭비 구조를 폭로하고 제도적 개선책을 꾸준히 제시하고 있는 단체다. 참여연대는 조세개혁센터를 두고 조세정의 문제를 지속적으로 제기하고 있다. 좋은예산센터와 함께하는 시민행동은 중앙과 지방의 불합리한 예산낭비 사례와 정책들을 모니터하고 있다. 2011년 초 ‘신용카드 소득공제 폐지 반대운동’을 펼쳐 주목받은 한국납세자연맹은 구조적 조세재정 문제보다는 미시적인 대응에 머무르는 한계가 있지만, 그래도 살펴볼만 하다. 직접 조세재정문제에 관심을 기울이기 어렵다면 이들 단체들을 후원하는 것도 방법이다. 지역에서도 유사한 활동을 하는 단체들을 찾아보라.


2. 토건족 정치인들에게 ‘노’라고 말하라

한국 사회에서 토건패러다임에 관한 한 단 한 번도 정권 교체가 일어나지 않았다. 하지만 이제는 토건패러다임을 벗어나야 할 때다. 유권자로서 현명한 선택을 통해 이를 앞당겨야 한다. 민생 중심 예산을 편성하는 드라마 ‘시티홀’의 신미래 같은 사람에게 ‘예스’를, 각종 번지르르한 개발공약을 내세우는 토건족 정치인들에게 ‘노’를 분명히 투표로 말하라.


3. 지자체 예산 들여다보고 문제를 제기하라

 국내 대다수 지자체는 여전히 관 주도로 예산을 짜고 있다. 그러다 보니 지자체장이나 시군구 의회 의원, 관련 공무원이나 주변 토호세력들의 입김이 반영된 문제 예산들이 넘쳐난다. 자신이 사는 지역의 예산내역을 시나 시의회 등에서 구해 살펴보고 낭비성 예산들에 대해서는 문제를 제기해야 한다. 직접 담당 공무원에게 항의할 수도 있고, 지자체 홈페이지에서 민원을 제기하거나 지역 정치인에게 문제 해결을 촉구할 수도 있다. 또한 지역 시민단체나 언론에 제보할 수도 있다. 또 관련 정부 부처에 민원을 제기할 수도 있다. 얼마나 적극적으로 대응할지는 의문이지만 말이다.


4. 필요하다면 모임을 조직하라

지역별로 상황이 다르긴 하지만 지역의 경우 문제를 제기하는 시민단체나 언론이 없거나 취약한 경우도 있다. 그럴 경우 자신들이 나서서 조그만 모임이라도 시작해보자. 아무래도 여럿이 함께 목소리를 내는 것이 훨씬 더 효과적이다.


5. 지자체장과 정치인들에게 항의 메일 보내기

우리가 낸 세금이 제대로 쓰이지 않다고 느낄 경우 지자체장이나 정치인들에게 항의하거나 시정을 요청하는 메일을 보내보자. 한 개인보다는 모임을 만들어 단체 명의로 메일을 보내면 더욱 효과적이다. 지자체장이나 정치인들이 뚜렷한 이해관계를 가진 이익집단들에 휘둘리는 것도 바로 다수의 표를 의식하기 때문이다.


6. 전시성 행사의 유치 또는 추진을 반대하라

각종 전시성 행사나 개발사업들을 유치 또는 추진하는 것을 반대하라. 물론 지역에 꼭 필욯나 경우라면 다르지만 정부나 지자체가 추진하는 사업들 가운데는 예산만 낭비하는 소모적 행사들이 적지 않다. 그런 행사들에 대해서는 서명활동 등을 통해 적극적인 반대의사를 표시해야 한다. 반면 지역 살림살이에 비해 도가 넘는 호화청사나 종합운동장을 짓는 대신 도서관이나 소규모 공원, 공공 놀이터 확충과 각종 시민들을 위한 문화, 교육 프로그램들을 요구해야 한다.

 

7. 인터넷에 관련 글과 정보 올려라

정부의 각종 언론 통제에도 불구하고 이제 인터넷을 통해 누구나 자신의 의견을 표출할 수 있는 수단을 갖게 됐다. 특히 최근에는 트위터 등 소셜미디어의 활성화로 한 개인일지라도 다른 이들의 공감을 얻을 수 있는 메시지를 얼마든지 전파할 수 있다. 세금 납부의 형평성이나 주변에서 일어나는 예산 낭비 실태를 중심으로 관련 정보를 소개하거나 관련 기사들을 소개해보자. 트위터에서는 #세금혁명_ 이라는 해시태그를 사용해 조세재정문제에 대해 의견과 정보를 교환하고 있다.

  

8. 최대한 현금 사용을 피하라

미국에서는 현금으로 지불하면 깎아준다고 해도 가능하면 신용카드를 사용해 지불하는 사람을 많이 만났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물건 값을 깎아주는 조건으로 현금으로 지불하는 경우가 많다. 심지어 일부 사람들의 경우 영세 자영업자들을 도와준다며 일부러 현금으로 계산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그것은 간접적으로 탈세행위를 돕는 것일 수도 있다. 영세자영업자들을 돕는 방식은 다른 정당한 방식을 통해 해야지 굳이 떳떳하지 못한 방법으로 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


9. 관행으로 포장된 탈세를 피하라

주택 거래를 한다거나 할 때 다운계약서나 업계약서를 쓰는 관행을 버려야 한다. ‘관행’이라고 표현하지만 명백한 탈세 행위다. 이를 범죄로 인식하고 강력히 처벌하는 제도와 분위기가 정착되지 않다 보니 그냥 관행이라는 이름으로 넘어갈 뿐이다. 특히 1가구 1주택자의 경우 어차피 양도소득세를 물지 않는데도 거래 상대방 등의 요구로 이에 응하는 경우들이 적지 않다. 물론 쉽지 않지만, 가능하면 관행이라는 이름의 유혹에서 벗어나기를 권한다.


10. ‘프리라이더’와 '세금혁명'을 읽고 토론하라

실천하려면 먼저 문제점이 무엇인지 명확히 알아야 한다. 이 같은 문제점을 잘 알려주는 정보를 접하고 주위 사람들과 토론하는 것도 작은 실천이 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좋은 자료가 될 것이다. 정확히 그런 목적으로 쓴 책이기 때문이다. 필자의 책과 더불어 권하고 싶은 책은 ‘또 파? 눈먼 돈, 대한민국 예산’(정광모 지음, 시대의 창)이라는 책이다. 국회 보좌관 출신의 지은이가 여러 자료를 통해 예산 낭비 실태와 메커니즘을 잘 정리하고 있다.

 

by 선대인 2011. 4. 5. 21:00

 

http://bit.ly/g9fG2s  청년 실업·고액 등록금…‘상아탑의 봄’ 저항·연대 바람. 오늘자 한겨레신문 1면 소식이다. 대학 등록금 문제를 중심으로 대학생들이 직접 행동에 나선다는 것은 반가운 소식이다. 결국 목마른 자가 우물을 판다고 직접 문제 해결에 나서지 않는다면 정치권이든 어디에서든 관심을 쏟을 리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언론이 제대로 보도하지 않아서 실상이 제대로 알려져 있지 않지만 한국의 대학생들은 OECD 국가들 가운데 가장 비싼 대학 등록금을 내고 있다. 이 같은 현실을 생각하면 대학 등록금 인상 폭을 줄이는 선에서 지금의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 이제 한국사회는 조금 더 과감한 변화를 주장할 때가 됐다. 우리가 4대강 사업과 같은 엉뚱한 사업에 돈 쓰지 않고 제대로 조세 재정 구조개혁을 하면 고교까지 의무교육을 확대하는 것은 물론 국공립대의 대학 등록금을 무상으로 할 수 있다. 그리고 대학 등록금을 무상으로 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학벌구조 타파와 지식정보화 시대에 걸맞은 일자리 창출과 지역 균형발전을 이룰 수 있다. 이에 대해 설명해 보도록 하자.

 

역대 정부는 대학교육의 근본적 개혁은 제쳐두고 시시때때로 대학 입시제도 개편에만 치중해 왔다. 하지만 국내 교육개혁의 출발점이자 핵심은 바로 대학교육 개혁이다. 국내 교육의 핵심적 문제는 국내 대학들이 학벌서열 구조 속에서 ‘경쟁의 무풍지대’에 안주하면서도 학생들에게는 입시 점수 위주의 줄세우기 경쟁으로 내몰고 있다는 점이다. 물론 최근 일부 대학들이 경쟁력 향상을 위해 노력하고는 있다. 하지만 전반적으로는 여전히 학벌서열 구조 속에 안주하고 있어 국내 대학의 국제 경쟁력은 상당히 처져 있다.

 

이런 상태에서 학생들의 적성이나 관심과는 상관없이 이른바 명문대학이나 한의치대와 같은 일부 인기 학과 진학이 한국 교육의 최대 목적이 되고 있다. 그 결과 앞서 설명했듯이 명문대 입시 진학 게임에 참여한 학부모들의 소모적인 돈 지르기 경쟁이 만연하게 된 것이다. 한창 자라나는 아이들과 청소년의 창의성을 억압하고 인성과 사회성 함양을 뒷전으로 미뤘지만 정작 전문역량을 배양하고 학문적 성취를 이뤄야 할 대학의 전반적 수준은 뒤떨어진 상태다. 한마디로 다른 선진국들과 비교할 때 극도의 고비용 저효율의 교육시스템이라고 할 수 있다. 

 

또 이 같은 학벌구조는 수도권과 지방간 양극화와 불균형 발전을 더욱 가중시키고 있다. 매년 수도권에 유입되는 인구의 60% 이상을 대학 진학과 취업을 앞둔 20대가 차지하고 있다. 이른바 명문대들이 모두 서울 등 수도권에 집중돼 있다 보니 빚어지는 현상이다. 대학 진학 때 서울로 유학온 뒤 졸업 후 수도권에 일자리를 잡아 눌러앉는 패턴이 수십년간 지속되고 있다. 이에 따라 지방에서는 젊은이들이 씨가 마르고 수도권은 점점 과밀해지고 있다. 이 때문에 수도권의 경우 만성적인 주거난과 집값 상승, 교통 혼잡, 환경 오염 등으로 매년 막대한 사회적 비용을 치르고 있다. 반면 지방의 경우 젊은 인재가 부족해지고 인구도 줄어 이른바 규모의 경제 효과를 실현하기 어려운 상황에 내몰리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이명박 정부는 오히려 각종 수도권 개발규제를 푸는 등 수도권 집중을 부추기는 정책들을 남발하고 있으니 아예 논평할 가치조차 없다. 노무현 정부는 이 같은 문제를 바로잡기 위해 국토균형발전 대책을 추진했으나 기업도시나 혁신도시 이전, 각종 경제자유구역 지정, 행정복합도시 및 공기업 이전 등 토건 개발형 지역 균형발전에 치우친 감이 없지 않았다. 이는 지식정보화 시대의 지역간 균형발전이 어떤 식으로 이뤄져야 하는가에 대한 체계적인 비전과 전략이 부족했던 탓이 크다. 그 결과 좋은 취지로 추진했던 정책들이 겉으로 내세웠던 목표조차 달성하지 못하고 각종 명목의 아파트단지 개발사업 수준으로 전락하고 말았다. 그 결과 노무현 정부의 국토균형발전 정책은 가뜩이나 부동산 거품을 더욱 부풀리고 전국 각지에 대규모 미분양 아파트 단지들을 양산하고 말았다. 그 과정에서 막대한 재정이 소진됐음은 물론이다.

 

이런 문제의 연쇄구조 속에서 세계 최고의 대학 등록금을 획기적으로 낮추는 한편 학벌구조 타파와 대학교육의 질적 향상과 함께 지역간 균형발전을 함께 도모할 수 있는 방안이 있다. 일석삼조의 효과를 이룰 수 있는 것이다. 

 

한국의 왜곡된 고등교육 시스템을 바로잡기 위해서는 상대적으로 위축된 국공립대학 인프라를 대폭 확충해야 한다. 사립대 비율이 지나치게 높고 국공립대에 대한 재정지원은 열악하다 보니 ‘등록금 장사’ 등을 통해 배를 불리는 사립대와 경쟁하기 위해 국공립대들도 등록금 인상에 나서고 있다. 이런 사정이다 보니 연고대를 비롯한 주요 사립대들은 ‘학벌 신화’를 확대 재생산하며 사실상의 서열 담합구조 속에서 등록금 장사를 벌이고 있다.

 

따라서 사립대를 중심으로 매년 치솟는 대학 등록금을 잡기 위해서도 고등교육에 대한 재정지원을 국공립대학을 중심으로 현재의 GDP대비 0.7% 수준에서 OECD 평균인 1.3% 수준으로 획기적으로 끌어올릴 필요가 있다. 사실 갈수록 고착화되는 학벌 구조 및 수도권의 경제력집중 현상과 맞물려 지방의 대표적 국공립대학들에 진학하는 학생들의 평균 점수는 갈수록 낮아지고 있다. 물론 이것만으로 지방 국립대의 경쟁력이 처진다고 단언할 수는 없으나 적어도 지방 국공립대에 대한 학생들의 선호도가 수도권 사립대에 비해 떨어지고 있다는 사실은 분명하다.

 

따라서 현재 정부의 고등교육에 대한 지원을 획기적으로 늘리되 그 재원의 대부분을 지방 국공립대로 집중해야 한다. 정부 재정지원 확대를 통해 지방 국공립대의 등록금을 수도권 사립대의 1/3 수준 이하로 떨어뜨리는 한편 양질의 교원 확충 등을 통해 교육 서비스의 질을 점차로 높여 간다고 해보자. 비용(등록금) 대비 편익(교육 서비스의 질) 측면에서 국공립대가 좋아진다면 점진적으로 학생들이 자연스럽게 국공립대로 몰릴 수밖에 없고, 사립대의 위상은 점차로 약해질 것이다. 당장 1,2년 안에는 어렵겠지만 5~10년 가량 이런 식으로 지속하면 대학서열 구조와 경쟁 풍토에서 획기적인 변화가 일어날 것이다. 이렇게 되면 사립대 또한 국공립대와 경쟁하기 위해 마구잡이로 등록금을 올리는 일은 점차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즉, 국공립 인프라 확충 및 질적 개선이라는 정부의 역할을 제대로 하면 국공립대가 일정하게 ‘가격(등록금) 안정화장치(price stabilizer)’로서 기능하게 되는 것이다. 이렇게 하면 정부가 사립대 등록금 상한제를 실시함으로써 사립대 일부에서 제기하는 위헌 소송 운운하는 논란에도 휩싸일 필요가 없다.

 

더구나 지방 국공립대의 수준이 높아지면 자연스럽게 수도권으로 몰리던 지역의 젊은이들이 지방에 남게 돼 지역의 상대적 발전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지금도 지방의 대도시에서조차 필요 최소한의 인재가 부족해 지역 경제 활성화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특히 지식정보화 시대, 창의경제 시대에는 지역발전 과정에서 우수한 인재에 대한 의존도가 갈수록 높아질 수밖에 없다. 지금 수도권으로 몰리던 지역의 젊은이들이 대학 졸업 후 해당 지역에 남아 산학연 협력을 토대로 한 지식 벤처를 활발히 창업할 수 있다. 국내 젊은이들의 뛰어난 두뇌와 역량을 생각할 때 여건만 갖춰진다면 미국의 실리콘밸리 같은 첨단산업 클러스터가 만들어지지 말라는 법이 없다. 물론 정부가 이 같은 지식산업 생태계를 훼손하지 않으면서도 활발한 벤처 창업활동을 지원하는 구조를 갖춰고 지원한다면 금상첨화일 것이다.

 

이렇게 되면 수도권에서는 대학을 졸업한 젊은 인재들을 받아줄 충분한 일자리가 부족하고, 지방은 두뇌 유출과 인구 감소로 산업기반이 무너지는 일자리 미스매치 현상을 극복하는데 큰 도움이 된다. 특히 지역에서 우수한 인재들이 배출돼 정착하기 시작하면 우수한 인재를 유치하고 활용하기 위해 상당수 기업들이 자연스럽게 해당 지역으로 이동하게 된다. 다른 지역에 비해 집값과 물가가 비싼 보스턴으로 미국 국내외 유수의 첨단기업들이 모여드는 가장 중요한 이유도 바로 우수한 인재가 있기 때문이다. 노무현 정부처럼 각종 개발사업마다 예산을 포함해 수천억, 수조원의 공공 재원을 쓰지 않고도 활발한 지식산업생태계를 조성해 얼마든지 지역 경제 활성화와 지역 균형 발전을 도모할 수 있는 것이다.

 

이뿐만 아니다. 한국사회의 고질적 병폐로 자리잡은 학벌의 벽을 무너뜨릴 단초를 마련할 수도 있다. 예를 들어, ‘학벌구조’의 정점인 서울대라는 이름 대신 예를 들어, ‘한국 1대학’ ‘한국 2대학’ ‘한국 3대학’ 식으로 국공립대의 명칭과 학제를 전반적으로 통합하고 다양한 인센티브를 통해 교수들의 순환 근무 등을 활성화한다면 학벌구조의 폐해를 희석화하는 한편 지방 국공립대학에 대한 사회적 선호도를 크게 끌어올릴 수 있을 것이다.

 

그 같은 효과가 어떻게 나타날지는 일본의 경우만 살펴봐도 쉽게 알 수 있다. 국공립대학 비율이 압도적으로 높은 다른 나라와 달리 사립대의 비중이 그나마 한국과 유사한 일본의 경우 한국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튼튼한 국공립대학 인프라를 갖고 있다. 특히 우리에게 익숙한 도쿄대뿐만 아니라 교토대, 오사카대, 나고야대, 히토쯔바시대, 도쿄공대, 도호쿠대, 규슈대 등이 모두 국공립대학으로 일본의 대표적 사립대인 와세다대학이나 게이오대학보다 더 높거나 엇비슷한 대학 수준을 자랑하고 있다. 특히 이들 대학 가운데 교토대, 오사카대, 나고야대, 도호쿠대, 규슈대, 홋카이도대는 모두 일본의 대표적 지역 대학으로서 지역 발전에 필요한 우수한 젊은 인재들을 길러내고 있다.

 

미국 또한 한국에는 아이비리그로 알려진 명문 사립대학들이 매우 높은 학문적 성과를 자랑하지만, 전체 대학의 67% 가량이 주립대학 등 국공립 형태로 운영되며 대학 등록금도 평균적으로 사립대의 1/4 수준에 불과하다. 주별로 편차는 있지만 각 주의 대표적 주립 대학들의 학문 및 교육 서비스 수준도 매우 높아 지역의 우수 인재들을 유치하고 있다. 예를 들어, UC버클리나 UCLA 등으로 대표되는 캘리포니아주립대학들이나 텍사스주립대의 경우가 대표적이라고 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아이비리그에 진학할 실력을 갖춘 상당수 젊은이들이 각 주의 대표적인 주립대에 진학해 졸업 후 지역의 기업들이나 정부 등에 취직하고 있다. 물론 시간이 갈수록 미국에서도 아이비리그 대학으로 몰리는 현상이 나타나고는 있지만, 적어도 한국의 수도권이 젊은 인재들을 싹쓸이하는 수준과는 거리가 멀다.

 

물론 이렇게 국공립 대학의 등록금을 낮추고 교육서비스의 수준을 끌어올리려면 사전에 또는 병행해서 실행해야 할 일들이 있다. 그 가운데 가장 중요한 것은 고교 졸업자에 대한 다양한 진로기회 제공 및 대학의 구조조정이다. 교육과학기술부 자료에 따르면 국내 고등학생의 대학 진학률은 1980년 22.6%에서 2008년에는 83.8%로, 전체 학령인구 가운데 대학 재학 비율을 나타내는 취학률은 같은 기간 11.2%에서 70.5%로 급상승했다. 이는 재적생 기준으로 전문대 학생 수가 같은 기간 16.5만명에서 77.2만명으로, 대학생 수가 41.2만명에서 212.9만명으로 급증하는 현상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대학 진학률의 가파른 상승 및 학생 수의 급증 현상과 함께 정부의 대학 설립 자율화 바람에 편승해 대학 수도 같은 기간 96개교에서 197개교로 두 배 이상 늘어났다. 전문대 수도 같은 기간 128개교에서 147개교로 늘어났다.

 

이처럼 대학 진학률이 가파르게 상승해 세계 최고 수준에 이른 것은 한국의 높은 교육열이 작용한 측면도 있다. 하지만 대학에 진학하지 않을 경우 취업과 소득 면에서 받게 되는 불이익이 커지는데다 독일이나 핀란드, 스위스 등에서 활성화된 산업과 연계된 고교 수준의 직업교육이 활성화돼 있지 않은 탓도 크다. 따라서 고교 수준에서 전문직업교육을 활성화해 대학에 진학하지 않고도 괜찮은 일자리를 가질 수 있는 기회를 확대하는 것도 중요한 과제다. 이 문제는 교육정책상의 개선 방안도 필요하지만 기업들이 채용 기준을 현실화하는 것이 절대적으로 중요하다. 기업들이 무턱대고 업무 성격이나 난이도에 관계없이 대졸자만을 채용할 것이 아니라 학력에 상관없이 업무에 필요한 능력을 갖춘 인력을 채용하는 식으로 변화하지 않으면 해결이 어렵다.

 

한편 1999년 이후 국내 대학의 재학률(=재학생수를 전체 재적학생 수로 나눈 비율)은 점진적으로 떨어지고 있다. 전문대의 경우에도 2000년대 초 재학률이 가파르게 떨어졌다가 다시 회복하는 듯했으나 2007년 이후로는 다시 떨어지고 있다. 대학 재학률이 공장의 가동률에 비견할 수 있다고 볼 때 대학의 구조조정 압력이 계속 거세지고 있는 것이다. 특히 이미 대학 진학자 수가 더 이상 늘지 않고 있을 뿐만 아니라 향후 인구구조 변화에 따라 가파르게 줄어들게 돼 있다. 이미 부실한 상당수 사립대들이 전국 곳곳에 난립해 있어 대학의 구조조정 압력은 갈수록 거세질 것으로 봐야 한다. 실제로 이 같은 구조조정 압력에 따라 대학 수는 이미 2005년을 정점으로 줄어들고 있다. 이런 점에서도 국공립대의 경우 통폐합을 추진하고 학사운영이 부실하거나 비리가 만연한 사학들의 경우 구조조정 작업을 서둘러야 한다. 

 

이렇게 고교 졸업자들이 대학에 진학하지 않고도 취업할 수 있는 기회를 확대해 사회적 수요 이상으로 대학에 진학하는 학생 수를 줄이는 한편 사립대를 중심으로 과감하게 구조조정을 실시할 필요가 있다. 이 같은 구조조정을 거친 뒤 국공립 대학들을 중심으로 재정 지원을 대폭 확대하면 고등교육 재원의 효율성 또한 크게 높일 수 있다.

 

그러면 이 같은 방향으로 대학 등록금을 국가 재정에서 지원하는데 얼마나 필요할까. 계산의 편의상 국공립대 대학 재학생 한 명당 1년에 약 600만원 정도 든다고 가정하자. 대학별로, 단과대별로 등록금 수준에서 일정한 편차가 있지만 현행 국립대 등록금 평균 수준을 적용한 금액이다. 교육과학기술부 자료에 따르면 2009년 현재 26개 국공립 대학에 재학중인 대학생 수는 약 26만명이다. 만약 이들 국공립 대학 재학생 모두의 등록금을 무상으로 해준다고 하면 1년에 필요한 예산은 1조 5,600억원 정도다. 2011년 정부 예산 규모 309조원의 약 0.5% 정도에 불과하다. 이 정도는 조세 및 재정구조 개혁을 통해 충분히 감당할 수 있다. 현 정부는 대다수 국민이 동의하지 않는 4대강 사업에만 22조원의 예산을 낭비하고 있다. 이는 국공립대 등록금을 14년간 무상으로 해줄 수 있는 금액이다. 국민들에게 국공립대학 등록금 무상 정책과 4대강 사업 중에 하나를 선택하라고 한다면 어떤 결과가 나올 지는 뻔하다고 할 수 있다. 한국 사회가 국공립대학 등록금 무상을 선택하지 못할 이유가 없는 것이다.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고등학교 등록금을 무상으로 한다면 얼마나 많은 재원이 필요할까. 공립고등학교의 경우 등록금이 연간 190만원 전후 수준이다. 이를 기준으로 하면 2010년 현재 공사립 고등학생 수가 200만명이 채 안되므로 고등학교 등록금을 무상으로 하는 데는 대략 3.8조원이면 된다. 이는 예산 대비 1.23%에 해당한다.

 

2002년부터 중학교까지 의무교육이 이미 실시되고 있기 때문에 고등학교와 대학교까지 등록금을 무상으로 한다고 하더라도 매년 약 5.36조원 정도면 가능하다. 물론 현재 의무교육을 실시한다고 하더라도 초중학교에서도 학교운영지원비나 추가 교재비 등을 학부모가 부담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들 비용까지 정부 재정에서 지원한다고 하더라도 5.5조원 정도면 현행 국공립 인프라 수준에서는 대학교까지 전면 의무교육이 가능하다는 계산이 나온다. 정부 예산 대비 1.78%면 가능하다는 것이다.

 

또 의무교육의 범위를 유치원까지 확대할 경우, 유치원 원아수 약 54만 명의 1년 비용을 200만원으로 잡으면 약 1.1조원이  가량 추가된다. 향후 각급 학교의 각종 상담교사, 특수교사들을 증원하고 교육 프로그램의 수준을 꾸준히 높여가는 등 교육투자를 적극적으로 늘릴 필요가 있다. 이 경우 유치원부터 고등학교까지 약 2만개가 못 되는 학교가 있으므로, 계산의 편의상 한 학교당 세 명 정도를 배정해줄 경우 총 6만명을 증원해야 한다. 교원 1인당 평균 연봉 4,000만원을 가정할 경우 2.4조원 정도면 가능하다.

 

대략 9조원가량이면 유치원과 고등학교 및 대학까지 의무교육을 확대할 수 있고, 상담교사 및 특수교사 등 교원 증원을 통한 교육의 질적 서비스를 크게 개선할 수 있는 것이다. 이러한 의무교육 실시를 바탕으로 중장기 목표를 세워 고교의 공립학교 비율도 현행 54% 수준에서 약 80% 수준까지 늘리고, 국공립대 재학생 비중을 현재보다 두 배 가량 늘린다고 해보자. 국공립대 재학생 수가 두 배 가량 늘 경우 역시 1.56조원 가량 예산이 추가된다. 이 경우 최종적인 의무교육 예산은 모두 10.56조원 가량으로 추산할 수 있다.

 

이 글에서 충분히 설명하기는 어렵지만(자세한 내용은 필자가 출간한 <프리라이더>와 <세금혁명>을 참고하기 바란다) 개발연대 때 구축된 시대착오적인 조세구조와 재정지출구조를 개혁한다면 양쪽에서 50조 원씩, 약 100조 원의 추가 재정 여력을 중장기적으로 확보할 수 있다. 이른바 50/50전략이다.

 

부동산 등 자산경제에 대해 제대로 세금을 부과하고 탈루소득을 잡아내면 근로 직장인들의 세금을 더 늘리지 않고도 50조 원의 세수는 추가로 확보할 수 있다. 이 같은 조세 구조개혁과 더불어 무분별한 토목사업 등 세출 구조조정을 제대로 단행하고 시대적 소명을 다한 정부부처와 공공기관들의 사업을 정리하는 등의 방법으로 매년 50조 원 정도의 낭비성 지출을 추가로 줄일 수 있다. 엉뚱하게 소수 건설업계와 재벌 기업들을 배 불리며 시대적 소명을 다한 정책사업들을 지탱하고 관료들의 밥그릇을 키웠던 지출을 줄이는 것이다. 이처럼 제대로 된 조세 및 재정 구조개혁, 이와 연동한 부패 일소와 정부시스템 개혁을 하면 건전한 사회경제적 구조를 갖추면서도 충분한 교육, 문화, 복지 등에 대한 투자 재원을 충분히 확보할 수 있다.

 

특히 공립학교 지원 확대를 통해 사립학교의 난립과 등록금장사, 사교육 비대화를 제어하고 지식정보화 시대에 걸맞은 우수한 인재들을 길러낼 수 있다면 사회 전체적으로 충분히 남는 장사라고 할 수 있다. 단적으로 다른 파급효과는 고려치 않더라도 연간 사교육비로 30조원에 육박하는 비용을 가계가 지출하고 있는데 10조원 가량을 공교육 내실화에 써서 사교육비 부담을 10조원 이상 줄이는 것은 얼마든지 가능한 일이다. 이처럼 전면 의무교육을 통해 이 나라와 우리 아이들의 미래를 바꾸는 일은 공상이 아니라 얼마든지 현실이 될 수 있다. 그 꿈을 현실로 만들기 위한 사회적 선택만이 남아 있을 뿐이다.

 

 프리라이더 1권에 이어 <프리라이더 2: 세금혁명>을 출간했습니다. 꿈을 현실로 이룰 방안에 대해 궁금한 분들께서는 참고해보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구체적 행동이 필요하다고 느끼시는 분들은 세금혁명당으로 오셔서 힘을 보태주십시오.^^

세금혁명당 페이지 www.fb.com/taxre

김광수경제연구소포럼(http://cafe.daum.net/kseriforum)

by 선대인 2011. 4. 4. 09:14

목차

프롤로그

1장 미래를 준비하는 최선의 돈
01 브라질의 빈곤을 퇴치한 마법, 보우사 파밀리아
02 세계 경쟁력 1위, 핀란드의 세금 쓰는 법
03 우리가 세금의 혜택을 누릴 수 없는 이유
·국제 행사 유치, 지역 경제 살리고 국격 올릴까?
04 서울시, 돈 없어서 의무급식 못 하나
05 관료와 재벌이 주무르는 국민의 돈
·거리의 예술가를 내쫓는 거꾸로 가는 창조 경제
06 당신의 선택이 아이들의 미래를 바꾼다
07 잘 바꾼 문화 정책, 문화로 숨 쉬는 서울을 만든다

2장 새로운 미래를 만드는 교육 혁명
01 다단계 돈 지르기, 사교육 경쟁 부추기는 승자 독식 교육
02 사립학교 활개 치며 입시 경쟁 부추기는 나라
03 초스피드로 오른 한국의 대학 등록금
04 미·일 대학과 비교해 본 한국 대학 등록금의 허와 실
05 한국의 대학 등록금이 세계에서 가장 비싼 이유
·사립대, 등록금 장사해 번 돈으로 뭘 하나
06 교육 혁명 이룰 1석3조의 세금 쓰는 법
·산학연 클러스터, 어떻게 새로운 미래를 만드는가?
·취업 후 상환제의 한심한 기만술

3장 재정 분식회계와 공공 부채 쓰나미
01 폭증하는 공공 부채, 대한민국 빚더미에 앉다
·‘공공 부채 공화국’의 주역, ‘MB맨’들
02 부동산 부양하려다 채무 급증한 일본 따라가나
·저축은행발 폭탄, ‘부동산 거품 붕괴’
03 정부의 분식회계 수법 1, 공기업에 빚 떠넘기기
·공기업 부채 증가는 공공요금 인상으로 이어진다
04 정부의 분식회계 수법 2, 민자 사업으로 돌려막기
·BTL 사업이라는 고금리 할부 구매에 빼앗긴 아이들의 미래
05 정부의 분식회계 수법 3, 국가 재산 팔아먹기
06 정부가 빚어낸 LH공사 부실 사태의 본질
·가진 자에게 퍼주는 ‘망국적 복지 3단 콤보’ 저금리·고물가·고환율
07 흔들리는 지방 재정, 우리의 삶도 흔들린다
·예언녀 카산드라에게 귀를 기울여라

4장 미래 세대에게 희망을
01 희망조차 앗아간 20대의 사회경제적 조건
·20대의 두 얼굴, 6무 세대와 C~G세대
02 인구 감소가 불러올 삼중 충격 - 생산 경제 위축, 복지 지출 증가, 자산 시장 충격
03 미·일의 사례로 본 고령화 충격과 복지 지출
04 복지 논쟁과 무상의료 정책의 문제점
·과잉 복지 때문에 재정위기가 왔다고?
05 예고된 재난, 고령화 충격, 그래도 해법은 있다
·우리는 왜 제때 대응하지 못하는가?
·올바른 선택이 올바른 미래를 만든다

5장 대한민국 가계부의 재구성
01 50/50 전략 실현을 위한 솔루션 20
·현실 인식의 장애를 불러오는 왜곡된 ‘인지 모형’
·사회적 불공평, 판을 걷어차라

| 즐거운 상상놀이 | 2025년 ‘또 다른 세상’의 대한민국

by 선대인 2011. 4. 2. 09:03

필자는 며칠 전 조세정의를 바로세우고 재정구조개혁을 추진하는 풀뿌리 시민들의 모임인 이른바 ‘세금혁명당’ 추진을 제안했다. 반응은 뜨거웠다. 필자가 페이스북에 개설한 ‘세금혁명당’ 페이지의  www.fb.com/taxre 가입자가 하루 반 만에 1000명을 넘어 버렸다. 몇 달 전부터 개설된 주요 언론사 페이지 가입자가 400~500명 수준인 것에 비하면 폭발적 반응이라 할 수 있다. 

 

세금혁명당 페이지에 남겨진 댓글들을 보면 조세 정의와 재정 구조 개혁에 대한 시민들의 갈증이 얼마나 간절한지 짐작할 수 있다.

 

“복지혜택을 받는 자들은 감사해 하라는 김황식 국무총리 같은 의식을 가진 자들이 사라지는 날까지” “탈세한 자가 국세청장이 되도록 내버려 두면 안 되겠죠.” “세금, 내가 내는데 생색은 왜 니들이 내냐?” “난 너희가 내 돈으로 지난 국회에서 한 일을 알고 있다.” “모든 권력은 국민에게서 나오고 바로 그 국민이 세금을 낸다. 세금은 주권이다.” “우리가 지켜본다. 똑바로 써라” “울 신랑 봄볕에 새까맣게 타가며 번 돈 세금으로 내서 힘든 우리 이웃, 돌봄이 필요한 아이들, 그리고 우리 모두가 행복한 세상을 위해 꼭 쓰여졌으면...”

 

세금혁명당의 온라인 출범(?)에 발맞추듯 (농담이다. 그럴 리 없다는 건 필자도 잘 안다) 정부가 31일 ‘공정사회 구현을 위한 조세정의 실천방안’을 내놓았다. 이 방안에 대한 구체적 논평은 오늘 칼럼의 주제가 아니라 생략하겠다. 필자가 지금 묻고 싶은 것은 현 정부의 겉 다르고 속 다른 행태다. 이명박 대통령은 국세청에서 열린 제2회 공정사회추진회의를 주재하며 "성실한 납세가 바로 국가를 사랑하는 애국자"라고 말했다. 윤증현 기획재정부장관도 "조세정의의 핵심가치는 공정과세와 성실납세"라고 말했다.

 

말은 좋다. 하지만 현 정부가 그동안 해온 것을 보면 액면 그대로 믿기 어렵다. 이대통령은 수백억원대 자산을 보유한 2000~2002년 동안 사실상 세금이라고 할 수 있는 건강보험료를 1,2만원만 냈던 분이다. 또 특검 수사결과 밝혀진 비자금만 4조5000억원이 드러난 이건희 회장을 초고속 사면해주기도 했다. 최중경 지식경제부 장관을 비롯해 현 정부의 상당수 각료나 낙마했지만 대통령이 장관 후보로 지명했던 사람들의 탈세나 재산과 소득 누락 의혹은 숱하게 드러난 바 있다.

 

더구나 이명박 정부의 기조는 ‘부자감세, 서민증세’ 아니었던가. 현 정부 들어 국세 수입의 3대 축 가운데 법인세, 소득세수는 주는데 모든 국민이 소득수준에 상관없이 내는 간접세인 부가가치세는 계속 증가했다. 부동산 보유세인 종합부동산세는 무력화됐고, 다주택 투기자와 건설업계 지원을 위해 취득세와 양도세 등도 대폭 감면됐다. 이 때문에 ‘서민경제 지원을 위한 세제 개편안'이라고 떠벌렸던 감세정책 이후 고소득층의 경상조세 부담은 확 준 반면 저소득층의 부담은 확연히 늘었다.

 

정직하고 성실한 납세자들만 '봉'이 되는 현실은 어떤가. 부동산, 주식에서 수천만원, 수억원 양도차익을 얻은 사람들도 양도차익에 대한 세금 한 푼 안 내는데 연봉 수천만원인 근로소득자는 연간 수백만원의 세금을 원천 징수당한다. 건강보험의 직장 가입자는 고소득자가 많지만, 지역가입자중 고소득자는 멸종위기종으로 보일 정도로 탈세가 만연해 있다. ‘함바집 비리’에서 고위급 인사들이 줄줄이 엮여 나오는 데서 볼 수 있듯이 부패와 각종 비자금의 온상인 건설업계에서는 매년 10조~20조원씩 비자금이 조성돼 수조원의 탈세가 횡행하고 있다.

 

이 같은 구조적 현실을 고치지 않고서, 그리고 이명박 대통령을 비롯한 현 정부 위정자들의 개인적, 정책적 과오에 대한 통절한 반성이 선행되지 않고서는 결코 조세정의는 이뤄질 수 없다. 그래서 세금혁명당 페이지에서 이런 냉소적 반응이 나오는 것도 당연하다.“이xx 회장님이 '정직'의 새로운 정의를 내리시자 (이 대통령이) 경쟁의식이 발동하시사 '애국'을 새롭게 정의하시나 보네요.”

 

 

세금혁명당 페이지 www.fb.com/tax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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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선대인 2011. 4. 1. 10:41

신공항 찬성론자 가운데 국제선 탈 때 인천공항 가서 갈아타는 불편함을 근거로 듭니다. 공항 새로 짓는다고 국제선이 생기질 않습니다. 배후 도시 경제규모가 커서 승객 수요가 있어야 국제선 취항 수요가 생깁니다. 왜곡하지 마시길


신공항 찬성론자 중에는 또 기존의 지방공항과는 사정이 다를 거라고 말합니다. 물론 조금은 낫겠죠. 아직 김해공항 승객과 물동량 처리 능력의 절반밖에 못 채웁니다. 그런데 신공항이 지금 왜 필요하죠?


해당 지역 정치인과 토호세력은 신공항이 엄청난 지역경제 발전 효과 가져다 줄 거라고 얘기합니다. 그런데 인천국제공항 들어선 인천 경제가 계속 가라앉고 있는 이유가 뭘까요? 그런 시설 유치로 경제발전된다는 것은 옛날 얘기입니다.


결국 동남권 신공항 들어서서 좋은 사람은 지역 정치인과 토호세력, 건설업계뿐입니다. 결과적으로는 경제적 효과 충분하지 않은 사업에 국민 세금 낭비하게 되는 꼴. 왜 국민세금으로 소수 지역 기득권자들 배불리는 사업을 해야 하나요?

 

사업성 없더라도 지역균형발전 위해 신공항 건설 필요하다고요? 언제까지 사업성 없는 토건사업 벌일 겁니까? 같은 돈으로 지역 문화, 교육 인프라에 투자해달라고 하세요. 지식정보화시대에 언제까지 삽질할 겁니까? 각 지역에 유령공항 생겼다고 지역발전 됐나요?

 

신공항 들어서면 경제발전 된다는 분들. 인천공항이 그렇게 큰데도 왜 인천 송도의 첨단산업 및 신항 건설 사업이나 영종지구의 복합 물류, 관광, 레저 사업, 그리고 청라지구의 국제금융 및 업무단지 등 경제자유구역 개발사업은 죽쑤고 있는지 생각 해보시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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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선대인 2011. 4. 1. 10:25

동남권 신공항 백지화로 논란이 많습니다만, 애초부터 경제성 없는 것을 토건족 탐욕과 정치적 욕심 때문에 추진한 게 문제였습니다. 이명박 정부가 대선 공약으로 실컷 재미봤다가 정작 실행 단계에서 영남표 갈라질까봐 포기하는 실태를 보면 현 정부가 얼마나 사기꾼 기질이 다분한 정부인지 알 수 있습니다. 그 같은 사기에 휘둘려야 하는 영남권 주민들을 포함한 이 나라 국민들 처지가 안타까울 뿐입니다.

 

하지만, 어쨌거나 동남권 신공항은 지금이라도 백지화된 게 다행입니다. 토건개발사업을 벌이는데 적극적인 국토해양부 산하 국토연구원이 추정한 동남권 신공항 두 곳의 비용편익비율은 0.73(밀양), 가덕도(0.70) 입니다. 쉽게 말해 투입한 비용에 비해 본전도 못 뽑는 장사라는 얘기입니다. 그 공항을 유치한 지역들에는 대규모 세금이 투입돼 당장은 좋아지는 것처럼 느껴지겠지만 국민경제 전체로는 하지 말아야 할 투자라는 겁니다. 그런데 두 지역의 토호세력들은 동남권 신공항이 ‘지역경제발전의 견인차’라고 아귀다툼했고, 지역언론들은 마치 동남권 신공항만이 살 길인 것처럼 지역민들을 선동했죠. 하지만 그런 사업들로 건설업계와 지역 정치인들이 생색내고, 지역 언론사들의 광고 수입이 느는 동안 국민의 세금은 낭비되는 겁니다. 그런 점에서 동남권 신공항, 추진 과정과 백지화 과정이 씁쓸하지만 결국 지금이라도 포기해야 하는 사업이 맞습니다.

 

사실 지금도 전국 각지에 각종 지역 개발 명목으로 유치한 지방공항들이 ‘유령공항’으로 전락해 있는 상태입니다. 물론 동남권 신공항이 개항할 때 이 정도는 아닐지 몰라도 대규모 신공항을 지을 필요는 없다고 봅니다. 동남권 신공항 백지화를 계기로 지방공항의 경영실태를 한 번 살펴보시기 바랍니다. 참고로, 아래 내용은 저의 책 <프리라이더> 1권에 수록한 내용 일부입니다.

********************************************************

 

<도표1>

(주) 한국공항공사 자료로부터 KSERI 작성

   

대구 -19.8억원, 울산 -56.2억원, 청주 -58.8억원, 양양 -72.1억원, 무안 -68.2억원, 광주 -14.2억원, 여수 -73.0억원, 사천 -28.5억원, 포항 -55.4억원, 군산 -20.2억원, 원주 -13.9억원.

 

2009년 11개 지방공항의 적자 현황이다. 이들 공항의 적자 총액은 480억원. 이 가운데 겨우 800만원의 항공수익을 올린 양양공항을 포함해 6개 공항은 2009년 연간 10억원에도 못 미치는 항공수익을 올렸다. 반면 <도표1>에서 보는 것처럼 국내 공항 14개 가운데 흑자를 남기고 있는 공항은 김포, 김해, 제주공항 단 세 곳뿐이다. 이외에도 386억원의 공사비를 들여 2002년말 완공됐던 경북 예천공항은 문을 연지 1년 반 만인 2004년 폐쇄되는 수모를 겪었다. 이에 앞서 신규 공항이 개항됐다는 이유로 속초, 강릉, 목포공항도 폐쇄돼 군용으로 쓰이고 있다. 총사업비 1317억원이 투입된 울진공항은 다 짓고 나서도 항공수요가 없어 비행훈련원과 영화 촬영의 무대로 쓰이고 있다. 영화 세트장 치고는 너무 비싼 세트장인 셈이다.

 

이런 상태에서도 또 다른 지방공항들이 아직도 추진되고 있다. 총사업비 1450억원이 들어가는 김제공항의 경우 476억원을 들여 건설부지를 이미 매입한 상태지만 수요 부족 문제로 공사 진척이 어렵다. 공항을 짓는데만 돈이 들어가는 게 아니다. 이미 지어진 공항을 놀릴 수 없으니 공항을 활성화한다는 이유로 또 이런 저런 거액의 혈세를 투입한다. 예를 들어, 양양공항의 경우 시설이 미비해 이용 승객이 적다는 핑계로 비행장시설 및 터미널시설 확장공사를 통해 최초 사업비 1800억원보다 1767억원을 더 투입해 모두 3567억원을 투입했다. 하지만 항공수요는 해가 갈수록 더 떨어지고 있다. 이 때문에 2002년 4월 개항이후 2010년까지 양양공항의 누적 적자액은 700억원을 넘어설 것으로 추정된다.

  

 

이런 식으로 1990년대 중반 이후 추진된 각 공항별 건설 및 증설 사업비만 모두 3조원을 넘는 것으로 추정된다. 그런데 짓는데서 끝나는 게 아니라 앞으로 지방공항을 운영하면 할수록 적자가 늘어나는 게 문제다. 만약 2009년 수준의 11개 지방공항 적자가 계속된다고 본다면 10년마다 약 5000억원 가량의 적자가 늘어나게 된다. 물론 지방공항 적자는 한국공항공사가 다른 세 개 흑자 노선의 수입으로 메우게 될 게 뻔하다.

 

하지만 이마저도 매우 낙관적으로 봐준 것이다. 경부고속철도 2단계 구간 개통으로 지방공항들의 항공수요는 더욱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 더구나 2014년 계획대로 호남고속철도 오송~광주 송정간 182.2㎞ 구간이 개통되면 항공수요 감소는 더욱 극심해질 것이 뻔하다. <도표2>에서 보는 것처럼 국내선 항공수요는 2004년 4월 KTX 1단계 개통을 전후해 연간 2100만명 수준에서 1700만명 수준으로 급감했음을 알 수 있다. 경부선 및 호남선 KTX 2단계 개통이 완료되면 국내선 항공수요는 한 계단 더 떨어질 것이다. 좁은 국토에서 대체제 관계에 있는 국내공항과 KTX의 이동시간 및 운임을 고려할 때 너무나도 당연한 귀결이다.

 

<도표2> 

(주) 국토해양부 자료로부터 KSERI 작성


by 선대인 2011. 3. 29. 09:24

제가 ‘나무를 심은 사람’을 처음 접한 것은 대학시절이었습니다. 군복무를 마치고 갓 대학에 복학한 무렵이었던 것으로 기억됩니다. 사회 개혁에 대한 열망은 강했으나 여느 대학생들처럼 요지부동처럼 보이는 현실에서 무기력감을 많이 느끼고 있던 때였습니다. 아침에 일어날 때마다 ‘나는 왜 살아 있는가’ ‘나는 무엇을 할 수 있는가’라는 물음을 속으로 되뇌어보지 않은 날이 없을 정도였습니다. 지금의 젊은 후배들만큼은 아니겠지만 취직 걱정 등으로 미래에 대한 불안감도 상당히 증폭돼 있던 시기였습니다. 학교 기숙사 뒤에 있던 무악산에 올라 남몰래 눈물을 훔친 적도 있었습니다.

 

그 무렵 우연히 애니메이션 ‘나무를 심은 사람’을 접했습니다. 잘 알려져 있듯이 프랑스 문호 장 지오노의 동명 소설을 아름다운 파스텔 톤으로 그려낸 애니메이션입니다. 처음 이 애니메이션을 보고 난 뒤 느꼈던 감동을 잊지 못합니다. ‘나무를 심은 사람’ 엘지아르 부피에의 삶이 당시의 제 가슴을 뒤흔들었기 때문입니다.

 

엘지아르 부피에는 프랑스의 프로방스 산촌 여행길에서 소설 속 화자가 만난 노인입니다. 그는 날선 칼바람이 휘몰아치는 황무지에서 매일 도토리를 파종하고 있습니다. 당시 55세였던 엘지아르 부피에는 아내와 아들을 여의고 황무지에 들어와 양을 치면서 도토리를 심고 있었던 것입니다. 그 황무지의 계곡에 사는 주민들은 환경의 영향 때문에 심성이 사나웠으며 서로 으르렁댔습니다. 부피에는 아무 희망도 찾을 수 없을 것 같은 황무지에서 아무도 알아주지도, 시키지도 않는 일을 묵묵히 계속하고 있었습니다. 처음에는 그가 하는 일이 아무런 변화도 만들어내지 못하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하지만 마치 구도자같은 그의 성실한 노동은 계속됐습니다. 1, 2차 세계대전조차도 그의 수고로운 노력을 멈추지 못했습니다. 10년, 20년이 지나면서 그의 노력은 조금씩 기적을 만들어내기 시작했습니다. 그가 뿌린 씨앗들은 울창한 숲을 이루었습니다. 메말랐던 계곡에 다시 물이 흘렀고 새들이 깃들었습니다. 모진 칼바람이 멈추고 부드러운 산들바람이 불었습니다. 사람들이 떠나던 마을이 사람들이 찾아오는 마을로 변했습니다. 아귀다툼 소리가 그치지 않던 곳에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았습니다. 황무지였던 그 곳이 울창한 숲으로 변하는 과정이 사람들에게는 저절로 그렇게 된 것처럼 보였습니다. 하지만 그 모든 변화가 보잘것없는 한 촌로의 한없이 조용하면서도 부지런한 손길에서 비롯됐음은 분명한 사실이었습니다.

 

많은 이들이 지금 대한민국의 현실을 삭막한 황무지처럼 느낄지도 모릅니다. 소리쳐도 메아리 없는 황무지 말입니다. 그래서 많은 분들이 무력감을 느낍니다. ‘세상은 바뀌지 않아. 나서 봐야 나만 손해야’라는 생각으로 세상을 향해 난 마음의 문을 꼭꼭 걸어 잠급니다. 가끔은 용기를 내보지만, 변화를 낙관하지 못하는 듯합니다.

 

하지만 분명 지금 대한민국은 여러 가지 모순과 질곡에도 불구하고 부피에가 마주한 황무지보다는 훨씬 더 좋은 여건을 갖고 있습니다. 당장은 상식 이하의 불량정부 때문에 고통받고 있지만, 그 같은 현실 때문에 다른 세상을 꿈꾸는 기운과 에너지 또한 커지고 있습니다.

 

부피에가 마주했을 황무지를 생각해 보십시오. 더구나 부피에는 아내와 아들을 저세상으로 먼저 떠나보낸 사람입니다. 황무지에도, 그의 마음 속에서도 늘 스산한 바람이 멈추지 않았을 겁니다. 그런데도 그는 절망하지 않았습니다. 만약 부피에가 다른 모든 이들처럼 황무지의 현실을 주어진 것으로 생각했다면 수십 년 후 울창한 숲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행복한 삶은 가능했을까요. 지금 대한민국에서 특권층 프리라이더들이 활개치며 국가의 자원을 농단하는 현실은 많은 이들에게 암담하게 느껴질 것입니다. 하지만 암담한 현실을 주어진 것으로만 받아들인다면 우리의 삶도, 후대의 삶도 달라질 가능성은 전혀 없습니다.

 

지금 이 나라가 우리 아이들을 마음껏 키우고 싶은 나라가 돼가고 있습니까? 저는 그렇게 느끼고 있지 못합니다. 우리 부모님들이 피땀 흘려 일군 이 나라가 점점 우리 아이들을 키우고 싶지 않은 나라가 돼갈 때 우리는 한없는 서글픔과 무기력감을 느낍니다. 하지만 동시에 이 나라를 우리 아이들이 마음껏 자신의 재능을 키우고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 나라로 만들고 싶다는 열망은 여느 부모처럼 저도 가지고 있습니다. 지금 우리가 심는 한 그루의 나무가 당장은 우리가 바라는 수준의 결실을 안겨주지 않을지 모릅니다.

 

그럴 가능성은 낮다고 보지만 우리 당대에는 결실을 아예 맛볼 수 없다고 합시다. 그러면 어떻습니까. 우리가 심은 나무들이 우리 아이들에게 풍성한 결실을 안겨줄 수 있다면 그것으로 족하지 않습니까. 그런 미래를 볼 수 있다면 부피에가 눈을 감을 때 그랬던 것처럼 우리도 충분히 행복할 수 있지 않을까요. 그래서 저는 호소합니다. 지금부터라도 조세정의를 바로세우고 재정구조개혁을 위한 한 그루 나무를 각자의 생활영역 속에서 심어가자고. 저는 지금 우리의 결의와 행동이 우리 아이들의 미래를 바꿀 수 있다고 믿습니다. 그것이 ‘나무를 심은 사람’이 제게 주는 교훈입니다.

 

장 지오노의 소설을 애니메이션으로 옮긴 캐나다의 애니메이션 작가 프레데릭 백은 또 한 사람의 부피에입니다. 드라마 ‘시크릿 가든’의 표현을 패러디하자면, 그는 5년 반에 걸쳐 ‘이태리 장인처럼 직접 한 장 한 장’ 그림을 그려 이 아름다운 작품을 완성했습니다. 작업 과정에서 그는 한 쪽 눈을 실명했을 정도로 이 작품에 혼신의 힘을 다했습니다. 이 애니메이션의 제작과 상영 이후 캐나다에서는 대대적인 나무 심기 운동이 벌어져 2억5000만 그루의 나무를 심었다고 합니다. 프레데릭 백은 애니메이션을 완성한 뒤 “자신이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르는 사람들이나 절망에 빠져 있는 사람들에게 이 작품이 큰 격려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습니다.

 

그의 뜻대로 ‘나무를 심은 사람’은 대학시절의 저에게 큰 위안과 격려가 됐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세금혁명’을 출간하면서 저도 다른 분들께, 특히 이 땅의 젊은 후배님들께 손을 내밀고 싶습니다. 지금 당장은 상황이 암울해 보이지만 함께 묵묵히 노력하면 얼마든지 세상은 바꿀 수 있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세상을 바꾸기 위해서는 현실을 올바로 인식하고, 잘못된 현실을 바꾸려는 지속적인 노력을 경주해야 합니다. 그 같은 노력 가운데 가장 중요한 것 하나가 저는 진정한 세금 혁명이라고 믿습니다. 이 나라 납세자들의 공동자금인 세금을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우리의 미래는 크게 달라질 것입니다. 세금을 반칙의 제왕들인 특권층 프리라이더들의 배를 불리는데 지금처럼 쓰이도록 놔둘 것이냐, 아니면 우리와 우리 아이들을 위한 희망찬 미래를 만드는데 쓸 것이냐 결정할 기로에 서있습니다. 저는 물론 세금이 ‘새로운 세상을 만드는 최선의 돈’이 될 수 있기를 기원합니다. 그리고 이 책이 진정한 세금 혁명으로 가는 조그만 주춧돌이 될 수 있기를 간절히 염원합니다.

 

이 책을 쓰는 동안 제 대학시절 ‘사상의 은사’로 여겼던 리영희 선생님께서 돌아가셨습니다. 그 분이 있었기에 대한민국의 대기를 감싼 잿빛 황사가 많이 옅어졌다고 믿습니다. 평생을 참 언론인, 참 지식인으로 사셨던 리영희 선생님은 한국 현대사에 진실의 나무를 심은 사람입니다. 새벽까지 원고와 씨름하는 날들이 거듭될 때도 그 분이 남기신 말씀이 큰 힘이 됐습니다. 이 책을 삼가 리영희 선생님 영전에 바칩니다.

 

"글을 쓰는 나의 유일한 목적은 진실을 추구하는 오직 그것에서 시작하고 그것에서 그친다. 우리에게는 현실의 가려진 허위를 벗기는 이성의 빛과 공기가 필요하다. 진실은 한 사람의 소유물일 수가 없고 이웃과 나누어야 하는 생명인 까닭에, 그것을 알리기 위해서는 글을 써야 했다. 쓴다는 것은 우상에 도전하는 이성의 행위이다. 그것은 언제나 어디서나 고통을 무릅써야 했다. 과거에도 그랬고 지금도 그렇고 앞으로도 영원히 그러하리라고 생각한다. 그렇지만 그 괴로움 없이는 인간의 해방과 행복, 사회의 진보와 영광은 있을 수 없다."

-출처: <우상과 이성>

 

 

 

프리라이더 1권에 이어 프리라이더 2권 <세금혁명: 세상을 바꾸는 최선의 돈>이 출간됐습니다. 또한 제가 조세재정구조개혁을 추진하는 시민들의 모임인 가칭 '세금혁명당'을 추진하려 합니다. 이에 대해 관심 잇는 분들은 트위터에서 저(@kennedian3)를 팔로우하시거나 #세금혁명_ 주제어로 검색해 보시기 바랍니다.

 

 

김광수경제연구소포럼(http://cafe.daum.net/kseriforum)


by 선대인 2011. 3. 28. 05:24



정부의 ‘3.22 부동산 대책’을 보면 국내 부동산 거품을 키워온 주범이 실은 정부임을 다시 한 번 깨닫게 된다. 이번 대책 내용은 크게 당초 예정됐던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 부활과 주택 취득세 절반 감면, 분양가 상환제 폐지 등으로 압축할 수 있다. 3.22 부동산 대책에 대한 구체적인 논평은 생략하겠다. 다만, 이 가운데 취득세 감면을 둘러싼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취득세 전쟁에 대해서만 살펴보기로 하자.

 

사실 중앙정부의 취득세 감면 정책 자체부터가 어처구니가 없다. 이미 87조원 규모의 ‘부자감세’와 4대강사업 등 무리한 토건부양책 때문에 정부와 공공기관의 공적 채무가 2009년 이후 410조원 이상 늘어난 상태다더구나 기획재정부 주장대로 부동산 거래를 활성화하기 위해 거래세에 해당하는 취득세를 낮추는 게 기본원칙이라면 부동산 보유세를 함께 올리는 것이 기본원칙이다. 하지만 현 정부 들어 종합부동산세는 거의 무용지물이 됐고, 재산세도 미국에 비하면 10분의 1 수준으로 빈약하기 짝이 없다. 집없는 서민들의 주머니를 털어 다주택 투기자와 건설업계를 지원해주는 대책일 뿐이다.

 

이런 가운데 중앙정부의 취득세 감면 방침을 둘러싸고 지자체가 강렬히 반발하고 있다. 전국 시도지사협의회가 24일 공동성명서를 발표하며 정부의 취득세 감면 철회를 요구했다. 사실 지금도 지자체 재정난이 심각한 상태다. 이런 판에 중앙정부가 지자체와 협의도 없이 지방세수의 약 30% 가량을 차지하는 부동산 취득세를 절반으로 줄여주겠다고 한 것이다. 그러니 지자체들이 강력히 반발할 수밖에 없다.

 

이 같은 상황에 대해서 좀 더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우선, <도표1>을 참고로 국내 지자체들의 전반적인 세입 구조부터 보자. 전국 지자체의 총세입은 순계 기준으로 2000 65.1조원이던 것이 갈수록 급증해 2008년에는 144.5조원까지 이르렀으나 2009년에는 137.5조원으로 상승세가 꺾였다. 이는 전반적인 경기침체 여파로 세외수입이 줄어드는 한편 감세정책 등의 영향으로 지방교부세가 줄어들고 국고보조금 증가도 주춤해진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전국 지자체 총세입을 항목별로 살펴보면 이 같은 사실을 있다. 2000 이후 지방세 수입이 꾸준히 늘어나고 있는 가운데 세외수입이 늘어나다가 2007년과 2009년에는 각각 전년 대비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방양여금은 2004년까지 지급되다 2005년부터 지방교부세로 통합돼 지급되 고 있는데, 지방교부세는 지방교부세법에 따라 내국세의 19.24%를 배정받은 것과 종합부동산세 세수 전액인 부동산교부금을 포함한 액수다. 이 같은 지방교부세는 2005년부터 꾸준히 늘다가 부동산교부금 등의 증가로 2008년에는 전년대비 9.2조원 가량 급증한 30.7조원까지 늘어났다. 하지만 2009년에는 다시 26.5조원으로 다시 4.2조원 가량 줄어들었는데 이는 이명박정부의 감세 정책에 따른 내국세 세수 감소와 종합부동산세 감면에 따른 부동산교부금 감소 때문으로 추정된다. 또한 계속 늘어나던 보조금도 2009년에는 미미한 증가에 그쳤는데 이 또한 감세 정책과 중앙정부 지출 급증에 따른 대규모 적자재정의 영향으로 보인다.

 

<도표1> 지자체 총세입 및 지방세수입 내역별 현황

 

() 행정안전부 자료로부터 KSERI 작성

 

이에 따라 전국 지자체 총세입에서 지방세 수입이 차지하는 비중은 2000 30.9%에서 상승세를 보이다가 2008 31.2% 떨어졌으나 2009년에는 34.2% 급증하고 있다. 지자체의 세외수입과 지방교부세 보조금 중앙정부 지원이 줄면서 지자체의 재정 규모도 줄어들고 있는 것이다. 정부의 무리한 감세정책이 지방 재정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시사하고 있다.

 

 

<도표2> 지방세 세목별 세수 현황 및 전국 아파트 거래량 추이

 () 각종 자료로부터 KSERI 작성

 

이처럼 지자체 총세입 가운데 지방세 비중은 커지고 있으나 향후 지방세 수입은 계속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 이를 <도표2>에서 광역시도에서 걷는 지방세 총액의 세목별 세수 추이를 통해 설명해보자. 참고로 지방세수는 광역지자체 세입과 기초지자체 세입으로 나눠 잡히는데 광역지자체 세입이 매년 전체 지방세수의 80% 가량을 차지하고 있다. 그런데 광역지자체 지방세수를 세목별로 보면 취득세와 등록세(현재는 취득세로 통합)가 매년 전체 광역지자체 지방세수의 40% 이상을 차지할 정도로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그리고 지방교육세와 주민세, 재산세 등이 그 뒤를 잇고 있다.

 

그런데 취득세는 주택 등 부동산 거래가 일어날 때마다 부과되는 세금인데 이미 부동산가격이 대세하락 흐름을 보이는 가운데 부동산 거래 또한 장기간 위축될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 실제로 취득세는 부동산 거래가 급증했던 2006년 이후 2007년부터 2년 연속 감소하고 있다. 이에 따라 취득세와 등록세가 전체 지방세수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2003년 각각 16.6%, 22.8%였으나 2008년에는 15.2%, 15.7%로 줄어든 것으로 나타난다. 불과 5년 만에 두 세금의 합계 비중이 39.4%에서 30.9% 8.5%포인트 줄어든 것이다. 2009년에는 현 정부의 인위적인 부동산 부양책으로 거래가 다소 증가했지만 2008 7월 대구시부터 시작되어 전국 각 지자체로 확산되고 있는 취득세 한시 감면(50% 감면) 혜택 시행으로 취득세 수입은 더욱 감소했다. 하지만 부동산 시장이 이미 장기 대세하락 흐름에 접어들어 아파트 거래량은 2006년 말 이후 장기간 구조적인 침체 양상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따라서 이처럼 지방 재정난이 갈수록 심해지고 있는 상황에서 현 정부는 지난해 말까지 한시 감면했던 취득세를 지자체와 협의도 없이 ‘3.22 부동산 대책에서 다시 부활키로 했다. 이런 상태에서 가뜩이나 재정난을 겪고 있는 지자체들이 반발하고 나설 수밖에 없다. 사실 중앙정부가 재정 보전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발표했으나 중앙정부의 재정적자도 심각한 상태에서 재정 보전 대책 마련이 여의치 않을 것임은 굳이 길게 설명할 필요가 없다.

 

하지만 정작 더 분노해야 하는 것은 정직하고 성실한 일반 납세자라고 할 수 있다. 부동산과 주식 등 자산경제 규모는 7500조원, GDP로 대표되는 생산경제 규모는 1064조원에 이른다. 자산경제 규모가 생산경제보다 7배 크지만, 부과되는 세금은 생산경제 쪽이 4배 이상 많다. 근로소득에 불로소득보다 30배 이상 과중한 세금을 매기는 셈이다

 

삼성 이건희 회장은 특검에서 밝혀진 것만 45000억원의 비자금을 조성했지만 세금 한 푼 안 냈고, 한화 태광 등 비자금 통한 탈세 소식은 계속 불거지고 있다. 부동산, 주식에서 수천 수억원 양도차익을 얻은 사람들도 양도차익에 대한 세금 한 푼 안 내는데, 연봉 수천만원인 근로소득자는 연간 수백만원의 세금을 원천징수당한다. 간이과세제를 배경으로 세금계산서 없는 거래를 통해 자영자들의 탈세도 매우 심각하다. 건강보험의 직장 가입자는 고소득자가 많지만, 지역가입자중 고소득자는 멸종위기종으로 보일 정도로 탈세가 만연해 있다. 더구나 부패와 각종 비자금의 온상 건설업계에서는 매년 10~20조원씩 비자금이 조성돼 수조원의 탈세가 횡행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이명박 정부는 부자감세정책으로 오히려 전속력으로 역주행했다. 국세 수입의 3대 축 가운데 법인세, 소득세수는 주는데 모든 국민이 소득수준 상관 없이 내는 세금인 부가가치세는 계속 증가하고 있다. 서민경제 지원을 위한 세제 개편안'이라고 떠벌렸던 감세정책 이후 고소득의 경상조세 부담은 확 준 반면 저소득층의 부담은 확연히 늘고 있다이런 가운데 3.22 부동산 대책은 또 다시 성실한 납세자의 호주머니에서 세금을 걷어 부동산 다주택 투기자들에게 지원해주는 꼴이라고 할 수밖에 없다. 성실한 납세자들에게 을 뜯고 저소득층의 세금 부담을 늘리면서 ‘친서민’이니 ‘공정사회’라는 립서비스만 요란한 정부를 언제까지 용인할 것인가. 정직하고 성실한 납세자들만 ''이 되는 현실을 근본적으로 개혁할 때다. 이 땅에 진정한 조세재정구조개혁, 즉 세금혁명이 지금 필요한 이유다.

 

 

프리라이더 1권에 이어 프리라이더 2권 <세금혁명: 세상을 바꾸는 최선의 돈>이 출간됐습니다. 또한 제가 조세재정구조개혁을 추진하는 시민들의 모임인 가칭 '세금혁명당'을 추진하려 합니다. 이에 대해 관심 잇는 분들은 트위터에서 저(@kennedian3)를 팔로우하시거나 #세금혁명_ 주제어로 검색해 보시기 바랍니다.

 

 

김광수경제연구소포럼(http://cafe.daum.net/kseriforum)

by 선대인 2011. 3. 25. 10:04

 

지금 20대 청년세대의 사회경제적 조건은 매우 열악하다. 이 때문에 나는 이들 세대를 6무세대라고 부른다. 왜 6무세대인가? 원래 나는 이들 세대를 5무세대라고 불렀다. 2000년대 내내 부동산 거품이 부풀어오르다 보니 생산경제에 돈이 돌지 않고, 그러다 보니 일자리가 생겨나지 않고 내수는 계속 위축됐다. 이런 상황이다 보니 20대 청년세대는 안정적인 일자리를 가질 수 없고, 변변한 소득을 올릴 수 없었다. 그런 가운데 집값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아 올라 자기의 집은커녕 좋은 방 한 칸 가지는 것이 어려운 지경까지 이르렀다. 이처럼 일자리와 소득, 집이 없다 보니 자연스레 연애도, 결혼도 마음대로 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이들 젊은 세대들이 연애도, 결혼도 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다 보니 아기를 가지는 것이 너무나도 버거운 세대가 돼버렸다. 부동산 거품 때문에 우리 젊은이들이 너무나 자연스러운 사랑 욕구, 번식 욕구조차 제대로 충족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세계 188개국 가운데 출산율이 186위일 정도로 기괴한 현실에 직면할 수밖에 없게 된 것이다. 이처럼 일자리, 소득, 집, 사랑과 결혼, 아기 등 다섯 가지를 가질 수 없는 세대라는 뜻으로 처음에는 5무세대라고 불렀던 것이다.

 

이 내용을 트위터에 올렸더니 한 젊은 트친이 답글을 보내주었다. “우리는 6무세대입니다. 희망조차 가질 수 없는 세대이니까요.” 그 댓글을 보는 순간 수천 개의 표창이 한꺼번에 날아와 내 가슴에 박힌 듯 마음이 아파왔다. 희망조차 가질 수 없다니. 하지만 정말 그랬다. 우리의 부모세대나 외환위기 이전 사회에 진출한 90년대 학번 이전 세대가 자라온 물질적 환경이 평균적으로 지금의 20대나 그 이후 세대보다 더 나빴다고 할 수 없다. 특히 우리의 부모세대는 한국전쟁의 폐허 속에서도 고성장의 발판을 만들었던 세대이고, 386세대는 엄혹한 군부독재 치하에서도 민주화의 기틀을 닦았던 세대이다. 그들은 오늘은 힘들어도 더 밝은 내일을 꿈꿀 수 있었고, 당장 자신은 힘들어도 자신들의 자식들은 더 좋은 나라에서 살 수 있으리라는 희망을 꿈꿀 수 있었던 세대이다.

 

그런데 지금의 20대 이하 세대는 그 희망이 없다는 것이다. 양극화의 편차가 매우 극심하기는 하지만 적어도 평균적으로는 물질적 풍요함이 극에 이른 시대에 이들 세대가 집단적 좌절감을 느낀다는 것은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일부에서는 이들 세대들에 대해 “왜 너희들은 짱돌을 들지 못하느냐” 또는 “왜 486세대처럼 정치적 행동에 나서지 못하느냐”라고 질타하거나, 심지어 “너희들이 투표 안 한 탓이다”는 식의 힐난을 퍼붓기도 한다.

 

나는 이들 세대에게 그런 식으로 윽박지르거나 비난하는 태도는 옳지 못하다고 생각한다. 지금 우리의 젊은 세대가 처해 있는 사회경제적 조건을 생각한다면 이들에게 과거와 같은 전투적 정치행동을 손쉽게 요구하는 것은 ‘꼰대스러운’ 기성세대의 표현일 뿐이다. 이는 우리 젊은이들에게 힘차게 약진할 수 있는 사회경제적 조건을 만들어주지 못한 데 대한 일말의 반성이나 부끄러움도 없이 청년세대에게 ‘눈높이를 낮추라’는 말을 서슴없이 내뱉는 이명박 대통령이나 이재오 특임장관, 그리고 다수의 당국자들이 가진 태도와 거의 다름없다. 홍익대 청소용역노동자 문제와 관련해 홍익대 학생들이 학습권을 내세우며 이들의 파업을 비판한 것에 대해 나는 정말 안타까운 마음으로 볼 수밖에 없었다. 홍대 학생들의 대응이 결코 옳다고 생각하지 않지만, 4년 동안 열심히 데모하고도 졸업할 때 다양한 취직 기회를 가졌던 486세대의 대학생들이 가졌던 사회 연대의식을 이들에게 요구하기 쉽지 않다. 이들을 질타하기 전에 이들이 얼마나 각박한 사회경제적 상황에 처해 있는가를 함께 읽는 노력이 필요하다. <이것은 왜 청춘이 아니란 말인가>(엄기호 지음)가 지적하듯이 고려대 학생이던 김예슬씨가 ‘대학 없는 대학’을 자퇴한다고 선언했지만, 그런 선언조차 할 여유가 없는 ‘보통대’ 또는 ‘지잡대’ 학생들이 대부분인 현실도 이해해야 한다고 본다.

 

그렇다고 현재의 20대의 잠재적 역량을 비관적으로 보는 것만은 아니다. ‘6무세대’라는 표현은 지금의 젊은 세대가 처한 사회경제적 조건, 즉 외적 조건에 대한 설명이라고 할 수 있다. 또한 이런 부정적 현실에 압도당한 20대의 한계와 무기력감을 표현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현재의 젊은 세대의 주체적 역량을 살펴보면 매우 밝은 부분이 드러난다. 나는 이런 측면에서 같은 젊은 세대들을 ‘C~G(creative, digital, educated, fashionable & fun, global)세대’라고 규정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젊은 세대는 부모세대에서는 도저히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창의적이며(creative), 디지털과 인터넷 환경이 공기처럼 편안한 디지털(digital)세대이며, 그것이 상당히 획일적인 입시 위주의 교육이라고 할지라도 역대 어떤 세대보다 평균적인 교육수준이 높은 교육받은(educated) 세대이다. 이들은 또한 시대적 유행에 민감하고 이를 즐거운 놀이로 승화할 수 있는 (fashionable & fun) 세대이기도 하다. 그리고 이들은 무엇보다 지금의 어떤 세대들보다 글로벌(global) 시대의 감수성과 경험을 가진 세대이며 글로벌 무대에서도 통할 수 있는 역량을 가진 세대라고 할 수 있다.

 

진아건축 부상훈 대표도 이들 세대의 잠재력을 매우 높이 평가하고 있었다. “젊은 친구들을 가르쳐보면 대단하다. 그렇게 획일적인 교육을 받아왔는데도 조금만 자극과 영감을 던져주면 정말 놀라운 결과물들을 내놓곤 한다. 이들의 잠재력을 꽃 피울 수 있는 환경만 만들어주면 한국을 몰라보게 바꿀 수 있는 세대다.” 조국 서울대 법대 교수도 ‘단군이래 최대의 스펙을 가진 세대’라고 표현하는 것도 비슷한 맥락으로 읽을 수 있을 것이다. 이름을 밝히기 어려운 한 중진 정치인도 “젊은 친구들의 역량을 보면 국제무대 어디에 내놓아도 통할만한 잠재력을 가진 친구들이 많다”며 “이들이 정말 제대로 실력을 발휘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면 한국이란 나라가 너무 잘 될까봐 걱정”이라고 꽤 진지한 농담(?)을 내게 던진 적이 있다.

 

사실 한 중진 정치인의 걱정 아닌 걱정이 정말 터무니없지 않음을 보여주는 예가 2010년 빌보드 차트 1위를 차지한 ‘파 이스트 무브먼트(Far East Movement)’ 그룹의 한국계 멤버 J 스플리프(정재원)과 프로그레스(노지환) 이라고 생각한다. 이들은 잘 알려져 있듯이 2010년 중국계와 일본계 멤버와 팀을 이뤄 ‘Like a G6'라는 곡으로 빌보드 싱글차트 1위에 올랐다. 이들의 표현을 빌자면, “주 8일, 하루 25시간을 자유로이 즐기며” “한식, 한국 술 등 우리 모두가 이야기하고 즐기는 것들을 그냥 음악으로 표현”한 것이 미국 대중음악계를 놀라게 한 것이다. 물론 이들은 각각 8개월과 7살 때 미국에 건너가 미국에서 성장한 사람들이기는 하다. 하지만 교육열이 높은 한국 부모 밑에서 자란 한국계 음악인들이라는 점 또한 분명하다. 우리 젊은이들이 자신들의 끼를 마음껏 발휘하고 기를 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면 무한한 잠재력을 갖고 있다고 믿는다.

 

물론 이런 소수의 사례를 가지고 일반화할 생각은 전혀 없다. 하지만 적어도 이들이 기성세대가 만들어놓은 열악한 현실 때문에 우리 젊은 세대의 잠재력이 폄하되고 있지만, 이들의 잠재력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뛰어나다는 점만큼은 분명히 강조하고 싶다. 지금 한국이 해야 할 선택은 시대착오적인 토건개발경제를 끝내고 이들이 마음껏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 지식정보화 시대, 창의경제 시대에 걸맞은 환경을 조성해주는 것이다. 4대강사업과 같은 콘크리트에 투자하는 것이 아니라 이들의 말랑말랑한 두뇌에 투자하는 것이다. 필자가 여러번 주장한 바와 같이 고교 및 대학 의무교육 확대 방안이 대표적인 방법이다. 따라서 지금 필요한 것은 ‘C~G세대’가 가진 잠재력을 억압하고 ‘6무세대’로 머물러 있게 하는 기득권 구조를 바꾸는 작업이다. 그것이 이들의 부모이자 선배로서 기성세대가 해야 할 일이다.

 

김광수경제연구소포럼(http://cafe.daum.net/kseriforum)

by 선대인 2011. 3. 15. 10: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