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2일 지방선거를 앞두고 '북풍'과 '노풍'이라는 중앙정치 차원의 세몰이로 지자체의 재원 사용에 관한 협치구조를 만드는 지방선거의 의미가 퇴색되고 있습니다. 이런 관점에서 지방재정 상태의 문제점을 진단해보는 시리즈를 연재하고자 합니다. 오늘은 그 두번째 순서입니다. 참고로, 첫번째 글은 아래 링크를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북풍? 노풍? 문제는 지방재정이야, 이 바보들아!

 http://bbs1.agora.media.daum.net/gaia/do/debate/read?bbsId=D115&articleId=1004652

 

 

첫번째 글에서 지방재정난의 심각성에 대해 살펴보았다. 이제 각 지자체가 자체 재원으로 지자체 재정 소요를 충당하는 비율을 나타내는 재정자립도 현황을 <도표>를 참고로 살펴보자. 참고로 재정자립도는 지방세와 세외수입을 합한 금액에 지자체 예산규모로 나눈 비율을 나타낸다. 사실 지자체의 재정자립도는 국세와 지방세 세목을 어떻게 정하느냐에 따라 일정하게 달라질 수 있으므로 큰 의미가 없다는 주장도 일부에서는 있다. 하지만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재원 배분을 둘러싼 권력관계 측면에서 이 같은 세수구조가 쉽게 달라지기 어렵고 특히 국가채무가 급증하는 상황에서 국세를 대폭 지방세로 돌리는 결정을 내리기는 어렵다. 이렇게 볼 때 현 상황에서 재정자립도는 지자체의 재정 건전성을 보여주는 주요 지표라고 할 수 있다.

 

<도표> 각급 지자체 재정자립도 현황


 
(
) 행정안전부 자료로부터 KSERI 작성

 

 

전국 지자체의 평균 재정자립도는 2000 59.4%에서 2009 53.6%로 떨어지고 있다. 상황이 상대적으로 양호한 광역시의 재정자립도는 같은 기간 더 가파르게 떨어져 2000 84.8% 수준에서 72.7% 수준까지 이르렀다. 재정자립도가 가장 낮은 편에 속하는 군단위 지역의 재정자립도도 같은 기간 22.0%에서 17.8%로 계속 하락하고 있다. 이밖에 광역도 단위나 시 또는 자치구의 평균 재정자립도 역시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대체로 하락세를 나타내고 있다.

 

이처럼 전반적으로 재정자립도가 하락세를 나타내는 가운데 양극화 또한 심각한 상황이다. 광역시도의 재정자립도 추이를 보면 서울의 재정자립도는 점점 떨어지고 있는 추세이기는 하지만 2009년 현재 90%를 넘고 인천도 74.2%를 기록하고 있다. 하지만 부산 58.3%, 대구 54.7%, 광주 48.3%, 대전 59.3%로 지방 광역시의 재정자립도는 수도권 광역시에 비해 현저히 낮은 상황이다. 다만 울산의 경우 각종 제조업의 발달로 지역내 총생산 수준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어 비교적 높은 67.7%를 기록하고 있을 뿐이다.

 

광역도의 재정자립도를 살펴보면 사정은 더욱 심각한데, 경기도만 75.9%를 기록하고 있을 뿐 나머지 대부분의 광역도들이 20~30%대의 낮은 재정자립도에 불과한 실정이다. 이런 상황에서 부산, 대구, 광주, 대전, 전북, 전남, 제주 등은 재정자립도가 매우 가파르게 떨어지고 있어서 중앙정부의 지원에 기대는 비중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시군구 기초 지자체의 재정자립도를 살펴보면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제주도를 제외한 전국 242개 기초 지자체의 2008년 재정자립도를 분석한 결과 기초 지자체 가운데 재정자립도가 50%를 넘는 곳이 32곳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기초 지자체의 재정자립도는 전반적으로 상당히 열악한 가운데 양극화 또한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재정자립도가 10% 미만인 지자체가 13, 20%미만인 지자체는 86개에 이르렀다. 전체 기초 지자체의 40.9%가 재정자립도 면에서 20%에 못 미치고 있는 것이다. 이들 지자체는 전남, 전북, 경북, 충북의 군단위 지역들이 대부분을 차지하지만 광주 남구, 대구 남구, 대구 동구, 대전 동구, 광주 광산구처럼 대도시의 구단위 지역들도 상당수 포함돼 있다. 반면 재정자립도가 60% 이상인 기초 지자체 14곳은 서울 중구(86.0%), 서초구(77.1%), 강남구(75.5%)와 경기 성남시(74.0%), 용인시(67.2%), 안양시(64.6%) 등 모두 수도권 지자체였다. 

 

하지만 같은 수도권 기초 지자체라고 하더라도 기초 지자체별로도 상당히 편차가 심한 것으로 나타난다. 예를 들어, 2009년 서울시의 구별 재정자립도 현황을 보면 노원구 29.2% 등 재정자립도가 40%에 미치지 못하는 구가 8개인데 반해 이 비율이 70%를 상회하는 구도 다섯 곳으로 나타난다.

 

이처럼 지자체의 재정자립도가 지금도 열악한 상황에서 갈수록 세수 부족 등으로 곤란을 겪는 지자체들이 급증할 것으로 판단된다. 중앙정부가 대규모 감세정책과 4대강 사업 및 경인운하 사업 등 각종 불필요한 토건사업을 벌여 지난 한 해에만 52조원에 이르는 재정적자를 기록해 국가채무가 급증하고 있는 상태여서 중앙정부의 지원 여력도 갈수록 줄고 있다. 이런 가운데 주요 지방세목인 취등록세도 부동산 경기의 위축으로 줄어들 가능성이 높은 가운데 저출산 고령화와 지방 인구의 수도권 유입 등으로 지방세원은 갈수록 악화될 가능성이 높다.

 

이미 언론에는 재정난에 허덕이는 지자체 사례들이 잇따라 보도되고 있다. 예를 들어, 부산 남구의 경우 지난해 정부에서 108억원의 교부세를 받을 것으로 예상하고 예산을 편성했으나 이 가운데 27억원이 줄어드는 등 예산이 부족해지자 직원 인건비 지급 등을 위해 20억원의 지방채를 발행했다. 이뿐만 아니라 광주 광산구, 대전 동구와 중구 등 일부 자치구들이 이처럼 재정난으로 직원 월급조차 확보하지 못하는 상황이 빚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들 기초 지자체들은 부산, 광주, 대전 등 최근으로 올수록 세수 부족 등으로 재정자립도가 급격히 떨어지는 광역 지자체에 속해 있고, 모두 자체 재정자립도가 20% 안팎으로 상당히 낮은 경우다. 이미 자체 재원이 부족한 가운데 상급 지자체의 재원마저 급격히 줄어들어 지원을 받기 힘든 상황인데다, 중앙정부의 지방교부세와 국고보조금 등이 깎이면서 재정난에 시달리게 된 것이다. 물론 세수는 과거처럼 늘지 않는데 이에 맞춰 제대로 씀씀이를 줄이지 못한 경우일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이 같은 추세가 향후 지속될 경우 재정자립도가 열악한 지자체들의 경우 만성적인 재정난에 시달리게 될 우려가 적지 않다고 할 수 있다.

 

더 큰 문제는 이로 인해 재정난에 처한 지자체의 복지 수준 및 삶의 질이 악화되는 반면 재정상태가 양호한 지자체는 그 반대 현상이 발생할 가능성도 상당하다는 점이다. 위에서 언급한 부산 남구의 경우 기초노령연금 20억원과 저소득층 보육료 9억원 등을 올해 예산에 반영하지 못한 반면 서울 강남구 등 일부 구에서는 둘째 출산의 경우에도 다둥이 지원금을 지급하는 등 기초 지자체별로 주민 복지지원 수준에서도 현격한 격차가 생겨나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도 중앙 정부는 무분별하게 감세 정책을 펼치고 있고, 상당수의 자치단체장들은 호화청사를 지어 올리는 등 무분별한 과시형 개발사업을 벌이는 등 세출 구조조정은 뒷전이다. 저출산 고령화의 여파로 경제활력이 떨어지고 지방 세수도 계속 줄어들 가능성에 대비해 사전에 지역 주민들의 삶의 질을 끌리는데 적극 투자해야 하고 주민들의 문화, 교육 및 복지 인프라에 대한 수요도 급증하고 있는데도 당장 뒷돈을 마련하고 건설업계 유착에만 골몰하고 있는 것이다. 이미 많은 전국 지자체장들이 각종 뇌물 수수 등 비리에 휘말려 검찰 수사를 받거나 유죄 판결을 받은 것은 이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또한 이번 선거에 나선 후보들 가운데 누가 점점 악화하는 지방 재정 문제를 거론하고 있는가. 모두 '지역 살림꾼'이라고 선전하면서 자신들의 살림살이 가계부 상태가 어떤지도 모르고 있는 것이다. 낡은 토건개발세력들이 아니라 '디지털 네이티브'인 젊은세대들이 전면에 나서지 않는 한 한국의 정치는 지방이든 중앙이든 미래가 없다.

 

 

 

kennedian3@twitt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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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선대인 2010. 5. 25. 09:4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