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아래에 링크한 이 분 인터뷰를 보다가 한마디하지 않을 수 없군요. 


http://biz.chosun.com/site/data/html_dir/2018/11/07/2018110700129.html


최근 몇 년 사이에 전통적인 부동산 재테크 고수들이 아닌 여의도 증권가의 애널리스트들이 부동산 전문가로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습니다. 아래 기사에서도 나오듯이 이른바 "여의도 부동산학파"입니다. 이들이 등장한 시점은 증권가에서 부동산펀드와 리츠를 대대적으로 팔기 시작한 시점과 맞아떨어지죠.


이들 주장의 대부분이 실수요에 비해 주택 공급이 부족하다는 주장입니다. 2014년 하반기에 시작된 수도권 부동산 상승 랠리의 가장 큰 요인이 "빚 내서 집 사라"정책 기조였고, 해당 기간 동안 가계부채는 예년의 두 배 가까운 속도로 폭증한 사실은 무시했죠.


소득이 그렇게 있다면 왜 빚을 내서 집을 살까요? 그리고 최근 집값이 많이 오른 주택일수록 고소득층이 많이 샀다는 게 이들의 주장인데, 왜 집값이 많이 오른 아파트단지부터 집값이 하락세를 보일까요? 실질가계소득은 최근 몇 년간 1%대도 증가하지 못했습니다. 이들 중에 일부가 주장하듯 고가 주택을 사줄 상위 20% 가구의 소득도 최근 몇 년간 불과 평균 몇십만원 증가하는 것에 그쳤습니다. 그리고 이들이 말하듯이 고소득자들이 몰려있는 서울 강남이나 여의도 벨트에는 수요가 넘쳐난다면 왜 2013년 상반기까지는 서울주택가격이 가라앉았을까요? 물론 2017년부터 주식시장이 뜨거워지면서 돈 번 여의도 증권맨들이 인근 마포 등의 집값을 올려놓기는 했습니다. 그런데 과연 그들도 다 자기 소득으로만 집을 샀을까요? 여기에 더해 이 분은 인터뷰에서 조선업 등으로 잘 나가던 동남권 벨트 사람들이 서울 주택을 사려고 몰려들고 있답니다. 일부 그런 사례가 있겠습니다만, 그런 사람들이 얼마나 될까요? 그런 사람들이 그렇게 많다면 동남권 벨트의 주택가격이 가라앉을 이유는 뭘까요? 그리고 자기가 살지도 않는 서울에 몰려드는 동남권벨트 사람들을 끝까지 ‘실수요’라고 우기는 이유는 뭘까요? 


공급이 부족하다고요? 2015년부터 최근까지 수도권의 분양, 착공, 준공 기준 주택물량은 역대 어떤 시기보다 많이 쏟아졌습니다. 그러면 이들 주장대로라면 집값이 가라앉아야 정상 아닐까요? 그렇게 실수요가 뒷받침돼 집값이 오르는 거라면 전세가도 같이 따라 올라야 하는데, 전세가는 이 시기에 왜 안정됐으며 서울 포함 수도권의 전세가율은 떨어졌을까요? (인터뷰한 분은 최근 집값이 하락세로 돌아서니 전세가가 뛰는 게 실수요가 많다는 근거로 들었던데, 전월세 거래는 조금 늘었지만 전월세가는 큰 변동이 없습니다. 언론에서 전월세 거래가 는 것을 가지고 ‘전월세 시장이 달궈지고 있다’고 떠드니 착각하는 모양입니다.)


그리고 이 분들은 한결같이 서울 집값이 크게 오르지 않았다고 주장합니다. 소득 대비 집값을 의미하는 PIR추이로 서울 주택가격이 크게 오른 것에 대해서는 가계동향조사의 소득조사 자료를 바탕으로 산출한 결과를 믿지 못하겠다고 합니다. 그러면서 물가상승률 대비 집값 상승률을 나타내는 실질주택가격 추이를 가지고 비교합니다. 저도 부동산시장의 사이클을  보여주기 위해 자주 사용하는 가격 추이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 분들이 사용하는 기준시점이 이상합니다. 왜 1995년부터를 기준으로 잡는지 의문입니다. 1995년은 서울의 주택가격이 가라앉아있던 시기이고, 1998년에는 외환위기로 중간에 집값이 폭락하기도 했습니다. 알다시피 서울 집값이 본격적으로 오른 것은 2000년대부터입니다. 1995년부터를 기준으로 삼으면 외환위기 폭락기까지 끼어있는 한국의 실질가격 상승률이 상대적으로 낮게 잡힐 수밖에 없습니다. 더구나 기사에서 한국보다 많이 상승한 것으로 예를 든 지역들 대부분이 2000년대 이후 세계적으로 집값이 가장 많이 뛴 지역들입니다. 


이것 말고도 더 큰 함정이 있습니다. 실질주택가격은 물가 상승률에 대비한 상대적 주택가격입니다. 당연히 주택가격이 많이 올라도 물가가 상대적으로 많이 오르면 실질가격 상승률은 낮게 나타납니다. 기사에서 이 분이 언급한 시기에 한국의 물가는 비교 대상 국가들보다 최소 1.5~2배는 빠른 속도로 물가가 올랐습니다. 그만큼 집값이 많이 뛰어도 빠른 물가 상승률 때문에 실질주택가격 기준으로는 상승률이 낮게 보일 수 있는 겁니다. 


그리고 이 분들은 나름대로 금융가에 있다는 분들이 부채 문제에 대해서는 언급을 거의 하지 않습니다. 사실 부동산 버블을 논할 때 집값의 수준보다 훨씬 더 중요한 것은 집값 상승에 동원된 부채의 규모입니다. 아무리 집값이 올랐어도 인구가 증가했거나 소득 증가를 반영한 거라면 별 문제가 없습니다. 하지만, 무리하게 빚을 내 집을 산 사람이 많으면 문제가 됩니다.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도 소득여력이 안 되는 저소득층에 무리하게 대출한 서브프라임론이 화근이었다는 점을 생각해보면 쉽습니다. 또한 최근 몇 년간 미국의 주택가격이 2008년 이전 수준을 상회할 정도로 올랐어도 과거보다는 덜 위험하다는 것이 바로 가계부채가 크게 증가하지 않은 상태에서 주택가격이 올랐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한국의 가계부채 수준은 절대적으로 매우 높을 뿐만 아니라 최경환 전 부총리 이후 ‘빚 내서 집 사라’ 정책이 시작된 이후 매우 높았습니다. 글로벌 컨설팅기관인 맥킨지 글로벌연구소에 따르면 한국은 조사 대상 51개국 가운데 GDP대비 가계부채 비율이 94%로 8위를 기록했고, 최근 3년간 증가율은 12% 수준으로 노르웨이에 이어 2위를 기록했습니다. 그만큼 한국의 가계부채는 위험한 상황이고, 최근 부동산 가격 상승세는 위험한 기반 위에 이뤄진 것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여의도 부동산학파’라고 하는 분들의 주장이 이런 식입니다. 기존의 부동산 재테크 전문가라는 사람들이 잘 쓰지 않던 데이터를 기반으로 뭔가 주장을 하니 그럴 듯 해보이지만, 조금만 들여다 보면 근거가 이상하거나 빈약한 게 수두룩합니다. 지난해엔가는 또 다른 ‘여의도 부동산학파’라는 분의 주장 가운데 인구1000명당 주택수라는 것을 근거로 주장하길래 반박한 게 있는데, 그 글도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http://www.sdinomics.com/data/blog/6090


제가 용인시장 선거를 준비하면서 이 분들 주장을 제대로 살피지 못하다가 최근에야 이 분들이 낸 책을 뒤늦게 보는데, 그럴 듯 해보이지만 사실인 엉터리인 내용들이 넘쳐납니다. 한 가지 더 예를 들면, 이 인터뷰 기사의 주인공이 쓴 책도 봤는데, 인구 문제와 관련해서도 엉뚱한 주장을 합니다. 대표적으로 조선일보가 역시 지난해 보도한 ‘5060세대가 집을 산다’는 식의 주장입니다. (이 분도 자신의 책에 그 내용을 인용하고 있습니다.) 3040세대의 인구 비중이 줄고 5060세대 인구 비중이 늘어나면서 생겨난 착시 현상인데, 그걸 제대로 보지 않고 노후세대가 집을 판다는 통념을 깨고 오히려 집을 사더라는 식으로 주장하는 겁니다. 여기에 대해서도 제가 글을 쓴 적이 있으니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http://www.sdinomics.com/data/blog/6375 )


국내 언론도 정말 반성해야 합니다. 이런 엉터리 주장이나 논리를 검증하기보다는 그대로 옮기면서 사람들이 그릇된 판단을 하도록 반복하고 있으니 말입니다. 물론 상당수가 아파트 분양 광고에 목맨 언론들이니 오히려 이들 주장이 반갑겠죠.  


여튼 이런 엉터리 주장들에 대해서는 기회를 봐서 차차 더 설명하기로 하고 오늘은 이 정도로 마치겠습니다. 좋은 하루들 되세요. 



경제 위기를 기회로 바꾸는 법. 신청자 90명 돌파!

http://www.sdinomics.com/data/notice/9613


  

by 선대인 2018.11.07 10:10

1990년 무렵 동아일보는 부동산 보유세 강화와 투기 억제를 부르짖고 재벌 통제를 강조했다. 아래 이미지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2018년의 동아일보 논조를 1990년의 동아일보가 사설로 호되게 꾸짖는 것처럼 느껴질 정도다. 도대체 같은 신문인지 의심스러울 정도다. (전문은 아래 이미지 참조)


"급격한 세율인상이 과표 현실화와 병행될 때 유산층의 반발은 충분히 예견됐다. 누가 세금을 한푼이라도 더 내기를 원할가. 다만 때가 소득격차를 시정하고 부동산에 의한 불로소득을 잠재우지 않고서는 이 나라가 온전히 지탱해갈 수 없다는 인식 때문에 그런 혁명적 조치가 취해진 것이다."

"과거에 싸게 사들여 그동안 값이 올라간 생각은 않고 단지 보유세를 많이 내게 됐다고 반대하는 것이 타당한가."

"부동산대책의 핵심은 역시 보유세의 강화에 있다."

"이 문제가 우리 경제의 암적 요소임에 틀림없는 것은 빠른 시간내 졸부 탄생, 이를 부추긴 것과 다름없는 금융정책 부동산정책 등에 절망하는 사람들이 늘어난 점이다."

"재산세를 강화해 부동산 보유가 손해라는 사실이 전반적으로 사회에 인지돼야 하리라 믿는다."




지금 한겨레신문의 논조를 무색하게 할 정도였던 신문이 외환위기 이후 삼성가와 사돈을 맺고, '조선일보 아류' 전략을 쓰면서 3등 신문으로 전락했다. 이제는 1990년대 초반과는 정반대로 부동산 보유세 강화와 투기 억제를 비판하고, 재벌 옹호의 첨병이 됐다. 87년 민주화 항쟁을 주도하고, 한국의 정론으로 평가받던 신문이 참 많이도 망가졌다. 


내 어린 시절 시골 마을에서 거의 유일하게 신문을 구독하던 할아버지가 받아보던 신문, 신문방송학과에 다니던 85학번 누님이 87항쟁 당시 '신문은 동아일보 만한 신문이 없다'는 말의 잔상과 잔음이 남아 선택했던 첫 직장 동아일보. 


외환위기를 거치며 광고주에 굴종하고, 기득권에 눈치보며 언론의 영혼을 팔아버리는 모습을 보다 못해 회사를 뛰쳐나왔다. 내 인생에서 가장 잘 한 선택 가운데 하나라고 생각한다. 1990년대 초반까지의 동아일보 DNA를 가진 사람들은 지금 국무총리로, 청와대 홍보수석으로 맹활약하고 있는데 이젠 존재감조차 거의 없는 동아일보를 보니 애잔한 마음마저 든다. 이 사회에서 정말 좋은 역할을 할 수 있었던 신문이었는데, 안타깝다.



<긴급 경제 및 부동산시장 전망 특강>(10월 31일)을 많은 분들의 요청에 따라 진행합니다. 

http://www.sdinomics.com/data/notice/9594



by 선대인 2018.10.17 10:45
어제 발표된 종부세 개편안에서 과표기준 주택 가격을 접하고 "나도 대상이 되는 것 아니냐"고 걱정하는 분들이 있어서 간단히 설명드린다. 

종부세 과표가 3억~6억 원인데, 시가로는 1주택 기준 대략 20억 원이 넘어야 한다. 다른 대부분 세금도 과표와 실제 소득(또는 자산가치)의 괴리가 있지만, 종부세만큼 괴리가 큰 세금도 없다. 이것부터가 지금 종부세가 얼마나 제대로 안 걷히고 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시가 18억원이어도 공시주택가격이 3분의 2 수준인 12억원 정도다. 여기에 이명박정부 때 감세정책의 하나로 종부세를 깎아주기 위해 도입한 할인율인 공정시장가액비율 0.8을 곱한다. (어제 정부 발표안은 이걸 매년 5%포인트씩 올려서 4년 후에는 폐지하기로 했는데, 이건 환영할 일이다.) 그러면 9.6억 원. 여기에서 기준시가인 9억원을 빼고 과표로 잡는다. 0.6억원이 실제 과표로 잡혀서 여기에 세율 0.5%를 곱해서 종부세를 산출한다. 연간 30만원.

이번 개편안으로 조중동이나 경제지 등이 소개하는 다주택자들 사례의 경우 몇 백만~몇 천 만원 세금 더 나오는 것도 사실이지만, 시가 20억 원 수준 주택 한 채의 종부세 부담이 10만~20만원 수준 더 느는 수준에 그치는 것 또한 현실이다. 

물론 정부가 다주택자들을 겨냥해 개편안을 마련한 만큼 빚 내서 무리하게 다주택을 소유한 사람들에게는 일정한 부담을 줄 수 있다. 하지만 지금 서울 집값 오름세가 확산되고 있는 한 채 기준 5억~15억 원 짜리 주택에 대해서는 사실상 거의 아무런 영향을 못 미치는 개편안이기도 하다. 

더구나 ‘노무현정부 때를 뛰어넘는 최고세율 3.2%’라는 제목 때문에 많은 분들이 노무현정부 시절 종부세보다 강력한 것으로 알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노무현정부 때 걷었던 종부세 세수의 60% 수준에도 못 미치는 세수 규모다. 

현재 기준시가는 9억원으로 노무현정부 때 기준시가 6억원보다 더 높아 당연히 종부세 대상 범위가 노무현정부 때에 비해 훨씬 적다. 나중에 위헌 판결을 받아 수정됐지만, 노무현정부 때 종부세 당초 대상은 가구합산 6억원이었다. 당시에는 누구 명의로 돼 있든 합산해서 6억원이 넘으면 대상이 됐는데, 지금은 개별합산이니 부부가 각자 명의로 8억5천 주택 두 채를 소유해도 대상이 안 된다.  

종부세, 7월의 1차 개편안보다는 진전됐지만 여전히 가야 할 길이 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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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선대인 2018.09.14 10:3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