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산지에는 골프장 못 지을 것


미디어다음은 최근 정부의 골프장 무더기 인허가 방침과 관련, 기획특집을 마련한 데 이어 이와 관련한 정부 관계자의 입장을 듣는 자리를 마련했다.

국무총리실 산하 규제개혁위원회에서 골프장 인허가 문제와 관련한 실무를 총괄하고 있는 임충현 과장은 "기업활동과 관련된 규제 개혁 차원에서 골프장 인허가 방침을 밝힌 것"이라고 말했다.

임과장은 "앞으로 '기업도시'의 한 유형인 관광레저형 복합도시와 한계 농지, 해안 구릉지 등에 골프장이 들어설 수 있게 되면 산지에 골프장이 들어서는 것은 크게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그는 또 "친환경 방향으로 가겠다고 발표만 하고 끝은 아니다"며 "정책이 정해졌으면 각 부처에서 집행이 제대로 되는지 철저히 챙길 것"이라고 말했다. 임 과장과의 인터뷰는 22일 서울 광화문 정부종합청사 그의 사무실에서 진행됐다. 다음은 그와의 일문일답.

"골프장 정책, 규제완화 차원...경기 부양은 부수적 효과일 뿐"






항공에서 내려다 본 골프장 건설현장 [사진=녹색연합]
-왜 정부가 갑자기 골프장 건설 인허가 과정을 대폭 완화하겠다고 나오는지 이해하기 어렵다는 여론이 많다. 왜 하필 골프장인가.

연초에 대한상공회의소 박용성회장이 골프장 하나 만드는데 도장이 800여개가 든다고 했다. 골프장이 규제 덩어리라며 수차례 개선 건의도 들어왔다. 그래서 대통령도 이렇게 규제가 많다는데 실제로 조사를 해서 대책을 세워보라고 한 것이다. 실태를 조사해보니 실제로 규제가 불합리하고 복잡했다. 2박3일 동안 일본의 실태도 조사하고 왔다. 규제 개혁 차원에서 접근한 거지 경기부양을 위해 접근한 것은 아니다. 지금 상태대로면 심각한 수급불균형이 생긴다. 결국 골프장을 더 지어야 하는데 과도한 규제와 절차 등을 개선하면 경기 부양은 부수적으로 따라온다는 뜻이다. 경기가 안 좋은 상황이다 보니 재경부장관 입장에서는 경제적 측면의 효과를 말했을 것이다.

하필 골프장이냐고 하는데 이것만 하는 게 아니다. 얼마 전에는 공장 창업 기획단이 만들어져 창업 관련 규제들을 개선하고 있다. 기업 활동에 저해되는 규제덩어리를 파악해서 막힌 것을 푸는 것이다. 그 중 하나일 뿐이다. 이게 졸속으로 된 것은 아니다.

-많은 이들은 정부의 규제 완화로 골프장이 많이 들어설 경우 환경 훼손이 심해질까 봐 우려하고 있다.

아무리 경제적 파급효과가 있어도 환경이 파괴되면 안 된다는 게 개인적인 생각이다. 그래서 환경에 신경을 많이 쓴다. 7월 간담회 때 환경정의시민연대, 환경운동연합 관계자와도 논의했다. 그 분들 지적을 받아들여서 당초 그린벨트나 상수원 안에 골프장이 들어설 수 있도록 검토했던 것을 없앴다. 또 시민단체가 참여하는 민관합동 실태조사단을 꾸려 골프장의 실태를 조사하자고 한 것이다. 환경부에서 실태 조사한 내용이 현실보다 매우 약하다고 주장하는데 환경단체도 같이 가자는 것이다. (기자가 '현장 취재를 해보니 농약잔류 검사 같은 것을 업체에게 미리 알려주고 하는 등 정부 검사가 매우 형식적이더라'고 지적하자) 그런 실태는 잘 모르지만...그러니 환경단체도 같이 가자는 것이다. 단속을 나가도 민관합동으로 가면 공정성이 확보될 것 아니냐. 골프장이 편법으로 하는 부분은 철저하게 막을 것이다.

-지금까지 정부에서는 운영중이거나 이미 인허가가 난 골프장 262개 외에 개발 계획 중인골프장이 230여개가 된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번 발표 내용에는 신청 골프장이 105개밖에 안 되는 것으로 해놨는데 여론을 의식해서 숫자를 줄인 것 아닌가.

우리가 지자체에 다 연락해서 모은 것이다. 그 동안 230개란 숫자가 어떻게 나온 건지, 명확하지도 않을뿐더러 통계 자체가 정확한 근거가 없는 것 같더라. 이것 말고도 개발을 희망하는 업체들이 있는 것으로 안다. 개발하겠다고 문의라도 해온 것도 40여개밖에 안 된다고 하더라.
 
"친환경 골프장, 발표로 끝나지 않고 실행되도록 할 것"

-하지만 현지에 가보면 정부가 파악하는 것보다 훨씬 많은 골프장이 계획되거나 추진되고 있는 것 같다. 기자가 가본 경기도 여주군의 경우에도 기존에 운영중인 12개 골프장 외에 17개의 골프장을 추가로 짓는다고 군청에서 발표한 적이 있다.

글쎄, 그런 게 있으면 다 취합하지 않았겠느냐. 하여튼 우리가 각 지자체로부터 취합한 것은 이 숫자다. 앞으로는 골프장이 산지 쪽으로는 거의 못 간다.

-오히려 회원제 골프장의 산지 편입 비율 제한을 푼다든지, 5부 능선 이상의 산림에도 골프장을 지을 수 있게 해 산림훼손이 더 심해질 것 같은데.


그런 규제를 완화한 것은 획일적인 규제 때문에 오히려 산지가 훼손되는 측면이 많았기 때문에 개선한 것이다. 그리고 산지 이용을 막는다는 내용이 왜 없나. (개선방안 보고서를 뒤적이다가 보고서 4쪽의 '산림훼손의 최소화, 무분별한 난립 방지를 위해 관광 레저형 복합도시 등을 통한 대규모 골프단지 조성, 한계농지, 해안 구릉지 등의 활용이 바람직'이라는 구절을 가리키며) 여기 '산림훼손을 최소화한다'고 돼 있지 않나. 산림훼손의 최소화라는 표현이 가급적 산지 쪽에는 골프장을 짓지 못하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그것을 뒷받침하는 구체적인 내용이 없던데.


(복합도시나 한계농지 등에 들어설 수 있게 하면) 골프장이 앞으로 자연스레 산지 쪽으로는 가기 어려울 것이다. 산지 쪽으로는 매우 과도한 규제가 돼 있다. 우리의 규제를 일본에서도 배워갈 정도다.

-그렇게 규제가 많아도 지금까지 골프장이 산지에 다 들어서지 않았나. 골프장 규제를 완화하기 위한 구체적인 방안들은 자세히 거론돼 있는데 '산림훼손 최소화'에 대해서는 그런 구체적 방안이 없지 않느냐.


복합도시나 해안 구릉지 등을 활용하면 자연스레 산지로는 안 가게 될 것이다. 개발업체들이 지금 현재도 산지 부분을 어떻게 완화해보려고 하는 것 같다. 정부 방침이 이런 방향으로는 안 갈 것이다.

-그러면 지금 골프장을 지으려고 하는 곳 대부분이 산지 쪽인데 그런 사업들은 어떻게 하겠다는 것인가.


정부가 산에다 지으려는 걸 인위적으로 끌어내릴 수는 없다. 환경영향성 평가 잣대에 걸리면 산에 못 가지만 문제가 없다고 한다면 정해진 절차를 거쳐서 빨리 진행하는 것이다. 다만 환경기준은 절대 완화하지는 않겠다. 하지만 사업자가 사전 예측은 할 수 있게 해줘야 한다. 개발업체들 민원의 90%가 환경영향평가 때문에 나온다. 환경정책평가연구원에서 자의적 판단을 한다는 것이다. 일본은 현에서 다한다. 위원들도 꼭 생태전문가가 아니라 교사나 전문가, 기업가들이 환경영향평가를 한다. 환경 외에도 지역 경제 활성화 등 모든 측면에서 바람직하다고 판단하면 골프장을 허가해준다. 그런데 우리는 지방 환경청이 전문성 없으니 평가연구원에서 모든 가부를 결정하는 꼴이다.

-일본과 우리는 상황이 다른데 일면적 비교 아닌가. 일본에서는 정부가 각 지역의 생태정보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한 뒤 그런 생태 정보를 바탕으로 이미 각 지역별로 어느 지역을 어떻게 개발할 것인지 개발 마스터플랜을 다 세우고 있다. 그래서 개발 가능한 지역에만 개발업체들이 나서는 것 아닌가.


그건 그렇다. 그래야 할 것 같다. 우리가 마련한 추진계획을 환경부 등 각 부처에서 받아 세부추진계획을 짤 것이다. 언제까지 뭘 하는지 등 추진사항 등을 규개위가 다 챙길 것이다. 친환경 방향으로 가겠다고 발표만 하고 끝은 아니다. 정책이 정해졌으면 집행이 제대로 되는지 철저히 챙길 것이다.
 
"적정 골프장 수, 2010년경 400개 정도...한꺼번에 다 풀겠다는 것 아니다"





경기도 여주군의 한 골프장 건설 현장. ⓒ미디어다음 김준진
-규제 개혁을 추진하면서 그런 걸 챙기는 게 아니라 먼저 해야 할 작업을 먼저 해야 하는 것 아닌가. 골프장 건설에 앞서서 생태정보 인프라 등을 구축하는 작업이 선행돼야 '환경친화적 골프장'도 가능한 것 아닌가.

공감한다. 그러한 것들이 구축돼 있다면 훨씬 일이 잘 될 것이다. 하지만 우리가 일본보다 잘 돼 있는 것도 많다. 일본과 우리의 환경규제 등을 비교해놓은 표가 있는데 산지 경사도 기준 등을 비교해보면 일본 것이 우리와 매우 비슷하다. 80년대에 우리 거를 보고 배워갔으니까 그런 거다.

-적정 골프장 규모를 어느 정도로 보나.

얘기가 다 다르다. 재경부나 우리 쪽에서는 400개 정도로 보는데 다른 데서는 한 350개 정도로 보기도 하더라.

-400개로 보는 근거는 무엇인가.

골프 인구가 매년 평균 13.2%씩 늘고 있다. 주 5일제가 되고 2010년 정도 되면 연인원 2700만정도 되리라고 본다. 적정 수자를 450개 정도로 보는 시각도 있더라. 변수가 있기 때문에 우리가 일본처럼 도산하는 사태가 안 일어나게 하려면 골프장 수를 잘 조절해야 할 걸로 본다. 지금 신청한 105개 골프장이 다 된다고 하기에는 힘들다.

-레저산업연구소 서천범 소장은 2010년경 360개 전후로 보고, 한 경제학자는 일본과의 인구, 국토면적, 소득 수준 등을 고려할 때 270개 전후가 적정선이라고 하더라.

이미 골프장을 운영하는 골프경영자협회는 우리 안에 별로 찬성할 이유가 없다. 그런데도 그 사람들은 적정 골프장 수를 400개라고 본다. 재경부에서는 그보다 조금 더 본다. 골프장 회원권 값이 많이 떨어지지 않았나. 회원권 값이 떨어지면 다른 수요가 생길 수도 있고 또 장사가 안 되는 골프장은 도태되지 않겠나.

-근거가 구체적이지 않다. 외부 전문기관 등에 맡기든지 해서 적정규모를 좀더 체계적으로 파악할 계획은 없나.

할 것이다. 전문기관들에게 맡기든지 해서 일본처럼 초과공급 안 되려면 현재 시점부터 따져서 앞으로 연도별로 얼마나 더 필요한지 검토할 것이다. 문화관광부가 골프장과 관련한 주무부처이니 그쪽에서 하면 될 것 같다. 정부로서는 그런 노력이 당연히 필요하다. 지금은 심각한 수급 불균형 상황이라서 골프장이 더 들어서야 하겠지만 장기적으로는 적정 규모를 따져야 할 것이다.

-정부가 규제를 한꺼번에 확 풀어서 무분별하게 골프장이 건설되지 않을까 걱정하는 사람들이 많다.

한꺼번에 해주겠다는 게 아니다. 절차상으로도 한꺼번에 해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각 시도가 허가권자이다. 중앙정부가 일괄적으로 풀어줄 수 없다. 절차를 다 거쳐야 한다. 지금 허가가 난 것 중에도 사업 단계가 다 다른데 한꺼번에 다 풀리겠나. 절차 가운데 막힌 것은 풀고 투명하지 않은 것은 투명하게 하겠다는 것이다.
 
"어떻게 골프장 들어설까 싶은 공사 현장도 있더라"

-'관광레저형 복합도시', 곧 기업도시에 골프장을 들어설 수 있게 하고 있는데.

건교부가 내놓은 기업도시 유형 중 하나가 관광레저형 복합도시다. 골프장 뿐만 아니라 숙박시설 등 여러 가지 배후시설도 들어간다.

-기업도시가 대기업에 부동산 개발 이익을 향유하게 한다는 비판이 있는데 골프장마저 들어선다면 국민들에게 더 신뢰를 못주는 것 아닌가.


그래서 국민에 신뢰를 주는 게 중요한 것 같다. 정부 정책의 장점과 부작용이 뭔지를 올바르게 홍보하고 제시하는 게 중요하다. 개별 입지를 무분별하게 쪼개가면서 하는 것보다는 관광레저 복합단지 같은 곳에 대규모로 골프장을 조성해서 어우러질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환경을 덜 훼손하게 하는 방안 아니냐. 그런 방안으로 나가려는 것이다. 우려의 시각이 있다면 그런 우려를 풀 수 있도록 하겠다. 그리고 환경단체에서도 좀 대안을 줬으면 좋겠다. 비판 역할도 좋지만 정부의 개발에 대한 견제를 제대로 하기 위해서도 제대로 된 대안도 제시해주면 좋겠다.
 
-개선방안 보고서 내용을 보면 개발업체들의 이야기는 많이 듣고 주민이나 골프장 직원 등 현장의 실태 등은 소홀히 한 것 같다.

경영하는 사장 이야기를 들었을 뿐만 아니라 기존 운영하는 골프장에도 많이 가고 공사현장에도 갔다. 산림이 심각한 훼손된 현장도 있어서 어떻게 골프장이 들어설 수 있었을까 싶은 데도 있더라. 이제부터는 그렇게 안 되게 하겠다.

-녹지자연등급을 따져보면 지금 전국의 골프장은 환경적으로 들어설 수 없는 곳에도 다 들어서고 있다. 초등학교 울타리 옆에 골프장 건설을 추진하는 곳도 있다.


안 되는 것을 억지로 하는 건 아니다. 사업자가 골프장은 어떤 골프장을 짓고 싶은데 규정이 있어서 그림대로 제대로 안 되는 것이다. 규정 맞춰 사업 재설계해서 굴러가는 것이지 무리하게 억지로 가는 것은 아니다. 너무 걱정하지 말고 지켜봐 달라. 각 부처별 추진상황을 끝까지 챙길 것이다. 윗분들의 의지도 확고하다.
by 선대인 2008. 9. 4. 16:39

정부 골프인구 최소 30%이상 부풀려


정부가 골프장 무더기 인허가 방침을 밝히면서 추산한 골프인구와 골프장 이용객수가 실제보다 최소 30%이상 부풀려진 것으로 밝혀졌다.

국무조정실이 9월 펴낸 '골프장 건설규제 개선방안' 자료에 따르면 지난 해 국내 골프인구는 300만명이며 골프장 연 이용객 수는 1500만명으로 추산됐다. 정부는 이를 근거로 올해 6월말 현재 운영중인 골프장 수 181개가 수요에 비해 부족해 골프장 입장료가 올라가고 부킹도 어려운 실정이라고 주장했다. 규개위 임충연 과장은 "주 5일제 시행 등으로 골프장 이용객이 연 13.2%씩 늘어난다고 보고 2010년경에는 골프장 연 이용객 수가 2200만명이 될 것"이라며 "이를 흡수하려면 골프장이 400개는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재 골프장 건설공사가 한창 진행 중인 경기도 내의 한 현장. 발파작업을 위한 폭약 상자가 어지럽게 널려 있다. ⓒ미디어다음 김준진

하지만 15일 한국갤럽이 전국 20세 이상 성인 1507명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골프를 칠 줄 안다고 응답한 사람은 5.8%였다. 20세 이상 전체 성인 인구가 3500만명 정도이므로 우리 국민 가운데 골프를 칠 줄 아는 사람은 203만명 정도인 셈이다.

또 골프를 칠 줄 안다는 응답자 5.8%가운데 지난 1년간 필드에 나간 경험이 있는 사람은 37.3%였다. 전체 인구 대비로 환산하면 75만 7000여명이었다.

정부가 추산한 골프인구를 '골프를 칠 줄 아는 사람'으로 보면 실제 골프인구는 정부 발표보다 3분의 1 가량인 97만명이 적은 수치다. 또 골프인구를 '실제로 골프장에 가서 골프를 쳐본 사람'으로 볼 경우에는 정부의 골프인구 수치는 무려 4배나 부풀려진 수치인 셈이다. 1년이라는 시차가 있다고 쳐도 어느 기준을 적용해도 정부 추산치는 지나치게 부풀려졌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게 됐다.

또 갤럽 조사의 추이를 볼 때 2010년경까지 '골프를 칠 줄 아는 인구'는 전체 인구의 7.5%인 262만명 가량이 될 것으로 추산된다. 2010년이 되도 정부가 말하는 골프인구 300만명을 채우지 못하는 상황이 되는 셈이다.

따라서 부풀려진 골프인구 통계를 가지고 골프장의 무더기 인허가 방침을 추진해온 정부의 정책을 냉정하게 다시 따져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실제로 그동안 정부의 골프장 수급 불균형 주장에 대해 골프장 실태를 잘 아는 사람들은 특권층이나 관련 공무원을 접대하기 위한 '부킹비리'가 수급난의 '숨은 원인'이라고 지적한다.

특히 이번 조사에서 골프를 칠 줄 안다고 응답한 응답자의 53.3%가 서울과 인천, 경기 등 수도권에 거주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세수 확대와 지방 경기 활성화 등을 명목으로 대규모 골프장 건설을 추진하고 있는 각 지방의 골프장 공급은 수요를 크게 앞지를 가능성이 높다. 이렇게 될 경우 골프장이 줄도산하고 오히려 지방 경제의 애물단지로 전락할 가능성이 크다는 게 한국레저산업연구소 서천범 소장의 주장이다.

한편 소득 수준별로 볼 경우 골프를 칠 줄 아는 인구의 비중이 199만원 미만 계층에서는 2.7%, 200~399만원 계층에서는 5.9%인 반면 400만원 이상 고소득층에서는 15.1%로 높아져 골프는 여전히 고소득 계층이 주로 즐기는 운동임이 입증됐다.
by 선대인 2008. 9. 4. 16:37

웬만한 부패는 부패로도 안 볼 정도로 부패 만연


"뻐꾸기가 뱁새 집에 들어가 자기 알을 낳습니다. 뻐꾸기 새끼는 뱁새 새끼보다 2,3일 먼저 태어나는데 자기가 태어나면 뱁새 알들을 갖다 버립니다. 그리고는 자기가 새끼 행세를 한다. 지금 우리 사회가 꼭 그렇습니다. 내부고발한 양심적인 사람들은 조직에서 따돌림 당하고 쿠데타 한 사람들이 계속 행세하고 하는 게 다 마찬가지입니다. 사람들이 정상적 게임을 하지 않고 지금도 '차떼기' 같은 것만 보고 사니 총체적 부패가 만연됐습니다."

90년 재벌의 비업무용 부동산 보유 실태 조사가 감사원 상부의 압력으로 중단된 사실을 폭로해 '공익제보자'의 원조격으로 평가 받는 이문옥 전 감사원 감사관. 국민의 알권리를 위해 감사원과 재벌의 비리를 알린 그의 행위에 대해 당시 감사원은 "공무상 알게 된 비밀을 누설했다"며 검찰에 고소했다. 그는 이후 6년여의 끈질긴 법정 투쟁 끝에 무죄 판결을 받고 96년 감사원에 복직한 뒤 99년 정년 퇴임했다. 그는 2000년 민주노동당 창당 이후 당의 부패추방운동본부장을 맡았고 2002년에는 민주노동당의 서울시장 후보로 나서기도 했다.

미디어다음은 공익을 위해 내부고발을 감행한 공익제보자들의 실태를 지적하고 이들에 대한 사회의 관심을 유도하기 위한 기획의 하나로 지난 달 말 서울 강남의 한 커피숍에서 이문옥 전 감사관을 인터뷰했다. 그는 건강 상의 이유로 최근 민노당 활동을 중단한 상태지만 12일 발족한 '공익제보자 모임'의 대표직은 고사하지 않았다. 공익제보자들에게 힘이 되는 일이라면 조그만 힘이라도 보태겠다는 생각에서다.기자가 양심선언을 한 뒤 겪은 고초에 대해 묻자 그는 "너무 힘들었다"고 한 마디로 정리했다. 그는 "아이들이 삐딱하게 나갈까봐 걱정이었고, 모든 동료 공무원과 친척들이 연락을 끊을 정도로 주변과 사회의 냉대도 심했다"고 말했다. 그는 "그때는 내부고발을 하면 무조건 '배신자'였고 정부와 맞서면 '죽일 놈'이 됐다"며 "그만큼 우리 사회가 법을 보복적으로 집행해왔다는 것을 보여주는 증거"라고 말했다.그는 이어 최근의 수능부정 사건 등을 예로 들며 "사람들이 정상적 게임을 하지 않고 지금도 '차떼기' 같은 것만 보고 사니 우리 사회가 총체적 부패에 물들어 있다"며 "부패하면 나라가 망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이처럼 부정이 만연하다 보니 사람들이 웬만한 부정은 부정으로도 안 보고, 자기에게 이익이 되면 부정으로도 안 본다"고 개탄했다.이 전 감사관은 "우리 사회의 내부고발자에 대한 인식이 크게 달라진 게 없다"며 "부패행위를 처벌하는 법을 만들어놓고도 정부가 홍보를 안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부패방지법의 대상 범위를 넓혀 공직사회뿐만 아니라 기업의 부패 행위도 뿌리뽑아야 하며 그러기 위해 민간기업의 내부고발자들도 보호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우 같은 대기업의 분식회계를 방치하면 결국 국민들만 피해를 보게 되기 때문이라는 것. 그는 "부패방지법을 보완하고 철저히 적용해 부패를 저지르면 신세 망친다는 생각을 갖도록 해야 한다"며 "부정부패 행위자들도 절대 사면하면 안 된다"고 주장했다. "전두환, 노태우 두 사람이 받은 돈이 1조원에 가깝고 그 돈의 대부분을 안 토해냈는데도 사면하면 사회 기강이 어떻게 되느냐"는 것.그는 "농사꾼이었던 아버지가 부정부패로 당하고 산 게 너무나 안타까워 지금도 부정부패와는 타협할 수 없다"며 "그래서 그런지 아직도 어디를 가도 외롭다"고 심경의 한 자락을 내비쳤다.다음은 그와의 일문일답.
"내부고발 이후 너무 힘들었다"
"당시 정부와 맞서면 '죽일 놈' 됐다"
"나를 고소한 편에 섰던 사람이 지금 부방위 가 있어"






-내부 고발을 한 이후로 심한 고초를 겪은 것으로 아는데 내부고발했던 사실을 후회 안 하나.

후회는 안 하는데… (잠시 생각하는 듯 하다가가) 너무 힘들었다는 생각이 든다. 당시 아들이 중학교 3학년, 딸 애가 고등학교 2학년이었다. 그 애들이 삐딱하게 나갈까 봐 걱정이었다. 나중에 좀 지나고 보니 아들이 말수가 없어졌다. 사회의 냉대도 심했다. 딸이 대학에 들어갔을 때 당시 공무원 연금을 반액이라도 받았는데 연금 수급자에게 등록금을 면제해줘야 하는데 파면됐다고 안 해줬다. 아내는 계속 울고 다녔다. 완전히 사회적으로 '왕따'당했다. 지금 내부고발하는 사람들은 '배신자' 말은 안 들을 것 아니냐. 그때는 무조건 배신자였다. 정부와 맞서면 '죽일 놈' 됐다. 동료 공무원도, 친척도 전화를 안 했다. 피해를 본다고 생각한 거다. 우리 사회가 법을 보복적으로 집행해왔다는 것을 보여주는 증거다.

-당시에 감사원에서 이 전 감사관을 검찰에 고소하고 탄압하는 편에 서면서 '잘 나갔던 분들'은 지금 어떻게 됐나.

그런 분들 가운데 부패방지위원회까지 가 있다. 당시 고위직 간부는 아니었지만, 과거에 완전히 감사원을 대변하는 사람들이었다. 아예 팀을 만들어서 내 보고서를 반박하기 위한, 내가 비밀을 누설한 것으로 만들기 위한 작업을 하기도 했다. 또 내게 벌을 주기 위해 검찰에 자료를 제공하기도 했다. 심지어 재판정에 와서 메모를 전달하기도 했다.

지금도 나라가 많이 걱정된다. 부패하면 나라가 망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런 부패 풍조에 고등학생까지 물 들어버렸다.

-이 전 감사관이 양심선언하던 때와 달리 사회가 많이 민주화됐다. 거기에 발맞춰 최근 감사원도 상당히 변화한 것처럼 보이는데 어떻게 생각하나.

거기(감사원)가 변하려면 기관장이 변해야 한다. 내가 듣기로도 옛날처럼 상사가 함부로 아랫사람 일을 막지는 못한다고 하더라. 이 정부가 김선일씨 피살사건이 발생했을 때 감사원에 조사를 맡기면 안 되는 것을 뻔히 아는데도 그렇게 했다. 감사원이 수사권이 없으니 무슨 제대로 된 조사를 하겠나. 진실을 밝히기보다 엉뚱하게 진실을 덮을 기회만 주게 된다. 김대중 정부 때 현대가 북한에 많이 퍼준 사실을 감사원이 조사한 것은 권한 밖의 일이므로 검찰에 이첩했어야 하는데 대통령한테 바로 보고하고 통치행위라고 주장했다. 그런 점에서 아직 멀었다.

감사원은 영국에서 처음 생길 때부터 의회 밑에 회계검사원을 두고 정부를 견제하게 한 것이다. 그러므로 감사원은 행정부가 아니라 입법부쪽에 있어야 한다. 그런데 우리처럼 입법부도 썩으면 독립기구로 있어야 한다. 친목단체도 감사는 집행부가 임명 안 하지 않나. 이승만 대통령이 한 손에 모든 걸 쥐려고 감사원을 정부기구로 둔 것 아니냐. 창피한 제도다. 노무현씨가 뭔가 할 것 같더니 흐지부지되고 있다. 국회로 간다면 감사원의 두 가지 본질적 기능인 회계검사권과 직무감찰권을 둘 다 갖고 가야 한다. 하나만 갖게 하는 것은 안 된다. 감사원이 독립기관으로 존립할 수 없다면 대통령 밑보다는 차라리 국회 밑이 낫다.

-많은 학자들이 이 전 감사관과 같은 주장을 하지만 정작 감사원부터 국회로 가는 것을 꺼린다고 한다. 왜 그런가.

감사원을 국회 밑으로 보내는 게 차선책은 된다. 헌법 규정 때문에 감사원 이전이 쉽지 않다면 헌법을 고쳐서라도 빨리 보내야 한다. 그런데 감사원은 왜 안 가려고 하나. 감사원 직원들이 대통령 밑에 있어야 출세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감사원 나온 뒤 한전이나 부방위 등 여러 정부기관이나 공공기업의 감사직으로 가려면 행정부에 속해 있는 게 유리하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그래서 감사원은 입법부로 가는 것을 반대한다. 그리고 대통령 아래 있는 것이 다른 정부기관을 감사할 때도 편하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사람들 정상적 게임 안해...총체적 부패 만연"
"정부, 부패방지법 만들고 홍보도 안해"
"기업 봐주기 부실회계 큰 문제"






-우리 사회의 부패 정도를 어느 정도로 보나. 개선되고 있는가.

(고개를 가로저으며) 나아진 것인지 도대체 모르겠다. 학생들이 대학 수능시험 부정까지 저지르는 세상이니…학생들 수능부정 사건을 보다 그런 생각이 들더라. 뻐꾸기가 뱁새 집에 들어가 자기 알을 낳는다. 뻐꾸기 새끼는 2,3일 먼저 태어나는데 태어나면 나머지 알들을 갖다 버린다. 그리고는 자기가 새끼 행세를 한다. 그것과 마찬가지다. 쿠데타 해서 자리잡은 사람들도 마찬가지고. 사람들이 정상적 게임을 하지 않고 지금도 '차떼기'같은 것만 보고 사니 총체적 부패가 만연됐다. 건설회사들은 비자금 만들려니 하청 계약서를 제대로 만드나. 모두 이중계약서 만들지 않나. 그걸로 정치자금 갖다 주는 것이고. 이런 것들이 노무현씨 같은 분은 누구에게 돈 안 받아먹고 대통령 됐으니 하려면 제대로 할 수 있을 텐데 왜 안 하는지 모르겠다.

윗물이 맑아야 아랫물이 맑아지는 것 아니냐. 세상이 웬만한 부정은 부정으로도 안 본다. 또 자기에게 이익이 되면 부정으로도 안 본다. 군검찰 인사비리도 조사를 못하게 하지 않나. 그게 지금 우리 나라다. 지금까지 대통령 중에 안 썩은 대통령이 없었다고 본다. 특히 문민정부나 국민의 정부 측근들은 기회만 오면 '나도 좀 먹어야 하지 않느냐' 하는 생각때문인지 제도도 안 바꿨다. 한나라당의 안기부예산 전용 문제 같은 게 나오면 그런 문제가 다시 안 나오도록 안기부법을 고쳐야 하고, 예산회계특례법을 바꾸면 된다. 그런데 국가 예산이 그 곳에 얼마나 가 있는지를 모른다면 무능도 그런 무능이 없다. 게다가 그런 문제가 있어도 고치려 하지도 않으려는 것 같다.

-이 전 감사관은 사실상 국내 '내부고발자'의 원조로 평가 받고 있다. 내부고발자들을 바라보는 우리 사회의 시각이 달라졌나.

크게 안 달라진 것 같다. 부패방지법이 만들어졌지만 별 차이가 없다. 법을 만들어놓고도 홍보를 안 한다. 공무원이 죄를 저지르면 안 해야 하겠다, 잘못을 저지르면 처벌 받는다는 인식을 갖게 해야 하는데 부방위가 홍보비 8억원을 예산으로 신청하면 국회에서 다 자른다. 교육부도 학생들에게 이런 내용을 교육해야 하는데 제대로 안 한다. 이런 것들이 제대로 안 되니 계속 부정부패가 잇따른다. 선진국에서는 부정부패 문제를 어릴 때부터 철저히 교육하고 있다.

부패방지법의 대상 범위를 많이 넓혀야 한다. 부패는 공직사회에만 있는 게 아니라 기업이 더 심할지도 모른다. 대우의 분식회계가 22조에 이르러 결국 누가 다 피해를 봤나. 국민들이 다 손해 본다. 민간기업의 내부고발자들도 보호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부패방지법을 보완하고 철저히 적용해 부패를 저지르면 신세 망친다는 생각을 하도록 해야 한다. 그리고 부정부패 행위자들은 절대 사면하면 안 된다. 전두환, 노태우 두 사람이 받은 돈이 조에 가까운데 돈도 안 토해냈는데 김대중 정부 때 사면했다. 그렇게 하면 뭐가 되나.

말이 옆으로 새지만 기업회계가 큰 문제다. 기업이 자기들 감춰줄 사람을 찾겠나, 아니면 감사를 정직하게 할 사람을 찾겠나. 결국 평소 연줄이 닿아 적당히 봐줄 회계법인을 찾는다. 금융감독원 같은 데서 회계관행이 제대로 정착될 때까지는 기업의 담당 회계기관을 아예 지명을 해버려야 한다. 삼성 회계하는 사람은 삼성을 안 놓으려고 온갖 로비를 다 한다. 그런 사람들이 제대로 밝히겠나, 덮어주지. 지금은 부실회계한 게 나중에 들통 나도 회계법인이 법인만 없애면 그 법인 사람들이 다른 데 가서 다 장사할 수 있도록 해놨다. "부정부패로 능력 인정 못 받으니 외국 나가 안 돌아온다"

"부패는 반드시 멸망을 가져온다"

"부정부패로 새는 돈이면 사회보장제도 얼마든지 갖출 수 있어"





-우리 나라가 왜 부패문제에서 별 다른 진전이 없는 건가.

주위에 자기 사람을 확보하려니 그런 것 아닌가. 가까운 사람들끼리 서로 봐주다가 사업자가'내 정성입니다' 하면 큰 돈 받고 사업권 줘버리고 또 그렇게 해야 사업이라도 따니까 부패가 생긴다. 그러니 지위가 높아질수록 돈 많이 번다고 생각하고 학교를 좋은 데 가야 한다고 생각하게 된다. 그 과정에서 당한 사람들은 죽어가는 거다. 그래서 이 나라가 망한다는 거다.

'딸각발이' 이희승 선생은 '부정은 반드시 부패하고 부패는 반드시 멸망을 가져온다'고 했다. 그 말이 맞을까 봐 걱정된다. 화성씨랜드 사건으로 아들을 잃은 사람이 이민을 떠나가지 않았나. 좋은 사람들이 다 떠나가면 나라 망할까 봐 걱정된다. 외국 나가 열심히 공부한 사람들은 돌아올 생각을 안 한다. 능력껏 보상 받아야 돌아올 생각이 나는데 안 그러니 현지에서 주저앉아버린다.

-이 전 감사관이 전국공무원노조의 활동을 지원한 걸로 알고 있다. 부정적 반응이 많은 일반 여론과는 다른 것 같은데 이유가 뭔가.

내가 부정부패를 폭로하고 감옥에 가보니 나와 동조해주는 사람들이 있으면 얼마나 좋겠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하급 공무원들이 단결해 있으면 부패가 일어나겠나. 언론에서 파업으로 인한 업무차질 등을 중심에 두고 몰아가니 여론이 안 좋아졌다. 우리 국민들이 끊이지 않는 부정부패 때문에 공무원들에 대한 인식이 안 좋은데 전공노는 공직사회의 부정부패를 없애자는 거다. 그런데 일반 국민들은 그런 것 다 안 가리고 '공무원 니네들은 다 도둑놈 아니냐'고 한다. 하지만 잘 생각해야 한다. 큰 도둑들은 윗사람들이다. 전공노는 반드시 만들어져야 한다. 선진국의 사례를 보더라도 전공노는 어렵지만 반드시 만들어질 수밖에 없는 조직이다. 우리 사회를 바르게 만들 곳은 공직사회이고 그러면 민간기업도 따라갈 수밖에 없다. 하위직 공무원들이 모래알처럼 흩어져 있어서는 아무 힘도 없다. 지금 지자체에서 새로 선출된 시장, 군수, 도지사들이 다 돈 쓰고 되지 않나. 그런 사람들 가운데 본전 생각 안 하는 사람 어디 있나. 그걸 내부 업무를 잘 아는 공무원이 아니면 어떻게 밝히겠나. 이 사회의 부패를 막기 위해서라도 나는 전공노를 지지하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자기 분수만 지키고 살면 부정부패는 안 일어난다. 자기 그릇만큼만 일을 해야 한다. 모자라면 역량을 키워서 일을 해야지,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고 자리 차지하는 것은 안 된다. 상식이 통해야 한다.

그리고 사회보장제도가 제대로 돼야 한다. 부정부패로 새는 돈 복지로 돌리면 얼마든지 할 수 있다. 네 살짜리가 굶어죽고 가정 형편 때문에 초등학교 못 갈 사람이 몇 십 만명이라고 하는데 기 막힌 노릇이다. 그런 것부터 고쳐가면 좋겠다. 우리 나라는 사회복지 하면 한 쪽에서 '공산당'이니 '빨갱이'니 하는데 사회복지는 기본이다. 미국도 노인복지가 잘 돼 있고 어린애를 놓으면 국가가 의료비를 다 부담한다. 유럽에서는 능력 있으면 대학도 그냥 다 보내준다. 사람들이 기초생활은 할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한다. 너무 비참하다. 안타깝다. 복지분야에 신경 좀 써야 한다. 그런 게 안 되면 범죄도 더 많이 생긴다.
by 선대인 2008. 9. 4. 16:35

'저가낙찰=부실공사'는 건설업계의 거짓말


상당수 건설업체는 매년 10조원 가량의 국민 혈세 낭비를 막을 수 있는 최저가 낙찰제 도입을 극구 반대하고 있다. 처음 도입이 논의될 때는 도입 반대를, 단계적 도입이 결정되고 나서는 시행 유보 요구를 해마다 되풀이하고 있다.

아파트 투기거품이 붕괴된 뒤 건설 경기가 침체하자 건설업계는 이를 명분으로 지난 해 하반기부터 줄기차게 최저가낙찰제 시행 유보를 정부에 건의했다. 이를 받아들여 재경부는 지난 달 29일 올해부터 시행할 예정이던 100억원 이상 공공공사의 최저가낙찰제 시행을 유보한다고 발표했다. 정부는 확대 시행을 유보하는 이유로 ▲2004년 하반기 이후 건설투자 증가율이 대폭 둔화되는 등 건설경기 선행지표가 급격히 위축되고 있으며 ▲최저가낙찰제의 낙찰율이 지나친 수주경쟁으로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건설경기 위축에 따른 건설업계의 채산성 악화가 수주경쟁을 심화시키게 되고, 수주경쟁 심화가 다시 채산성을 악화시키게 된다는 논리였다. 한 마디로 건설업체들을 살린다는 명목으로 수 조원의 국민 혈세를 들여 건설업계의 이익을 보전해주겠다는 것이다.

이 같은 정부의 논리는 이보다 두 달 전인 지난 해 10월 대한건설협회 등 11개 건설사업자 단체와 전경련이 정부에 건의한 내용과 크게 다르지 않다. 건설업계는 '건설산업 활성화를 위한 정책개선과제'라는 건의서에서 "최저가낙찰제 시행으로 최근 낙찰률이 급락하는 등 덤핑이 속출하고 있어 건설산업의 기반 와해 및 국가경제에 심각한 영향을 초래할 우려가 있다"고 주장했다. 업계는 또 최저가낙찰제를 시행할 경우 ▲예산절감 효과는 발생하나, 장기적으로 공사부실 증가에 따른 추가비용이 발생하고 ▲건설업계의 적자 누적에 따른 경영 악화 및 기술 개발 투자여력 상실로 산업 경쟁력이 사라지며 ▲부실소지가 있는 공공시설물 이용으로 국민 안전에 위협이 된다는 것이 이들의 논리였다.얼핏 들으면 그럴 듯 하지만 정부와 건설업계의 논리는 사실과는 다른 측면이 많다. 경실련 김헌동 국책사업감시단장은 이 같은 주장에 대해 "국민의 호주머니에서 수조원의 돈을 걷어 건설업계에 몰아주는 현실을 호도하는 논리일 뿐"이라고 잘라 말했다. 왜 그런지를 따져보자. 54%에 수주한 도로공사도 20% 마진 남겨...'밑지고 장사한다'식 엄살?





[표]서울지하철공사가 2003년과 2004년 발주한 공사의 낙찰율. 공사측은 "낙찰율이 낮아져도 시공업체들은 이윤을 봤다"고 밝혔다.

▲10~20%씩 남는데도 밑진다고?=

건설업계의 덤핑 수주 우려는 사실일까. 우선 단기적으로 밑지면서도 장기적으로 이익을 보는 것까지 덤핑 수주로 정의해야 할지 논란이 일 수 있다. 하지만 일단 공사 한 건당 밑지고 수주하는 것을 덤핑 수주라고 정의하자. 이렇게 따져도 우리 건설업계가 최저가낙찰제 시행 이후 지금까지 정부 공공발주 공사를 밑지고 수주한 적은 한 번도 없다.

재경부 자료에 따르면 최저가낙찰제의 낙찰율은 65.8%(2001년)--- > 63.0%(2002년)--- > 60.1%(2003년)---- > 59.7%(2004년)로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다. 하지만 건설업체들은 이 정도 낙찰율로 수주해도 밑지지 않을뿐더러 오히려 상당한 수준의 이윤을 남기고 있다.

미디어다음이 입수한 한국도로공사의 '2001년~2002년 부대입찰 현황' 자료에 따르면 2001년 최저가낙찰제에 따라 시행된 공사 가운데 가장 낮은 낙찰율을 보인 공사는 익산~포항간 고속도로의 익산~장수간 건설공사(제3공구)였다. 정부 예정가격 1080억원이었던 이 공사를 S기업은 599억여원에 수주했다. 당시 낙찰율 53.95%는 지난 해 이 제도 시행 대상 전체 공사의 평균 낙찰율보다 6%포인트 가량 낮은 수준. 하지만 이 공사에서 S기업은 S토건에 토공공사와 철근콘크리트공사 부분 235억여원의 공사를 186억여원에 하청을 줘 여기에서만 49억원 가량의 마진을 남겼다. 20% 가량의 마진을 남기는 셈. 이들 공사 수주업체들은 각종 관리비용을 빼더라도 상당한 액수의 순수입을 올리는 셈이다.

2002년 고속국도 무안~광주간 건설공사(제2공구)의 낙찰율은 56.96%. 이 공사를 수주한 D건설은 모두 214억원 규모의 토공공사와 철근콘크리트공사를 184억원 가량에 하청업체에 넘겨 13.7%의 마진을 챙겼다. 같은 공사의 제 1공구 사업을 59.52%의 낙찰율로 수주한 N토건도 15%의 마진을 챙기고 하청업체에 공사를 넘겼다. 고속국도 고창~장성간 건설공사(제 3공구)에서도 예정가격의 58.5%에 수주한 S기업도 18.3%의 마진을 남기고 하청을 줬다. 최저가낙찰 도입한 서울지하철 "우리가 30% 절감해도 건설업체 이윤 남아"





지하철 1~4호선을 운영하는 서울지하철 공사가 전동차 안에 설치한 스테인레스 불연 의자. 공사는 최저가낙찰제 등을 활용해 여기서도 다른 지하철공사에 비해 30% 이상 예산을 절감했다.[사진제공=연합뉴스]

최저가낙찰제 아래에서 상당히 낮은 수준으로 수주한 경우라도 공사를 수주한 원도급 업체는 상당한 마진을 남기는 셈이다. 물론 이렇게 수주된 공사의 대부분은 하청과 재하청을 거치기 때문에 실제 공사 원가는 더욱 낮아진다. 이 때문에 경우에 따라서는 예상 못한 자재값 등의 인상 등으로 적자 공사를 하게 되는 하청 업체도 나올 수 있다. 하지만 그런 경우에도 불필요한 중간단계 때문이지 입찰제도 때문에 적자를 보는 것은 아닌 셈이다.

실제로 지난 해 3월부터 최저가낙찰제를 도입한 서울지하철공사의 사례는 이를 여실히 보여준다. 2003년 적격심사제 방식에 따라 지하철공사가 발주한 사업의 평균 낙찰률은 86.33%. 하지만 지난 해의 평균 낙찰률은 67.73%로 크게 떨어졌다. 이를 통해 지하철공사는 당초 예산액의 25~30%가량인 300억원 가량의 예산을 아낄 수 있었다. 이 과정에서 지하철공사는 최종 시공사가 바로 공사를 수주할 수 있게 해 몇 단계에 걸치던 복잡한 중간단계를 없앴다. 강경호 공사 사장은 "최저가 낙찰제를 시행하면서 복잡한 중간단계를 줄이고, '나눠주기식'으로 배정하던 공사 물량을 일괄 발주해 공사도 예산을 절감했지만 건설업체도 충분한 이윤을 남길 수 있었다"고 말했다.

김헌동 단장은 "건설업체들이 정말 밑진다면 밑지는 공사를 왜 수주하느냐"며 "정말 밑지고 공사를 한다 해도 그것은 어디까지나 건설업체들 스스로의 경영상 문제일 뿐"이라고 말했다. 그는 "덤핑 현상이 있다고 해도 정부가 시장에 개입해 적정 이윤을 보전해주는 것은 경영노력에 의한 비용절감을 통한 시장경쟁을 부정하는 것"이라며 "경쟁을 통해 생존할 수 없으면 시장에서 퇴출하게 하는 게 시장원리인데 그런 기업들을 왜 국민 혈세로 지탱해줘야 하느냐"고 반문했다. 김단장은 또 "대형 건설업체들은 최저가보다 20%이상 높은 가격에 하청을 주는 직원이 있으면 처벌하지 않겠느냐"며 "그런데도 정부 관료들 가운데 이 때문에 처벌받는 관료는 한 사람도 없다"고 비판했다.

재정정책학 전공 학자 출신인 한나라당 박재완 제3정책조정위원장도 "최저가낙찰제를 시행하면 건설기업들의 기술개발과 인력의 효율적 관리 등을 유도해 건설산업의 경쟁력을 키울 수 있다"며 "그런데 경쟁력 없는 건설기업들을 살린다고 정부예산으로 적정가격보다 더 높은 가격을 덤으로 얹어줘야 하느냐"고 지적했다. 그는 "정부는 예산이 줄어드는 최저가낙찰제를 찬성해야 하는데 오히려 건설업계의 수익을 걱정하며 시행을 미루고 있다"며 "건설업계와의 밀착구조 때문인지 국민 입장을 공정하게 대변하고 있다는 생각이 안 든다"고 비판했다.

과거 대형 부실공사 낙찰율 93~98%...비용 높아도 부실시공
"낙찰가격과 부실시공은 무관"
"부실시공 시장에서 거르면 되지 왜 정부가 개입하나"






[표]낙찰율과 부실공사의 상관성이 높지 않음을 보여준다.
▲최저가낙찰제 공사는 부실공사?=

적격심사제도 유지를 부르짖는 정부 관료들이 내세우는 가장 큰 명목은 "건설업체에 적정한 수준의 공사비를 보장해줘야 부실공사를 방지할 수 있다"는 것이다. 건설업체들도 '최저가낙찰제를 시행하면 과당경쟁으로 낙찰율이 낮아져 부실공사로 국민안전에 위협이 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싼 게 비지떡'이라는 논리인 셈. 결국 고품질을 유지하려면 고비용을 들여야 한다는 논리다. 정말 그럴까.

벽산건설이 시공했던 행주대교와 대림산업이 시공한 서해대교 1공구는 공사 도중 교각붕괴 사고가 발생했다. 삼성물산이 시공한 대구지하철 2-8공구 공사에서도 공사 도중 지반 붕괴사고가 발생했다. 역시 삼성물산이 시공한 제천시 국도대체 우회도로는 준공 한 달 만에 램프고가교량이 무너지기도 했다. 이들 공사의 낙찰율은 93.06%~98.20%로 지난 해 최저가낙찰제 평균 낙찰율보다 무려 35%가량 높았다. 최저가낙찰제의 낙찰율과 비교할 때 엄청난 고비용을 들였음에도 불구하고 부실시공이 이뤄진 셈이다.

거꾸로 2001년부터 단계적으로 최저가낙찰제가 도입돼 200여건의 공사가 시행됐지만 한 건도 부실시공 사례가 발견되지 않았다. 이는 부실시공이 공사비 또는 입찰제도의 방식 때문에 일어나는 게 아니라는 점을 보여준다.

한나라당 박재완 제3정조위원장은 "부실공사를 해도 안 걸릴 수 있고, 걸려도 뇌물을 주고 피할 수 있다는 기대 때문에 덤핑수주를 하는 것이지 덤핑수주 때문에 부실공사가 생기는 것은 아니다"며 "건설업계의 논리는 이 같은 인과관계를 잘못 판단하고 있는 것이다"고 말했다. 그는 "감리감독 과정에 부패구조가 형성돼 있어서 부실공사를 눈감아주는 대신 뇌물을 받는 관행이 남아 있어 부실이 생기는 것"이라며 "부실공사는 감리감독을 철저히 하면 충분히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공사이행 보증시장을 개방해서 건설업체의 주거래은행이 공사의 적정성 여부를 따져 보증하게 하는 것도 부실시공을 막는 방법이 될 수 있다"며 "부실시공은 시장에서 자율적으로 스크리닝될 수 있도록 해야지 정부가 입찰가격을 통제한다고 되는 게 아니다"고 말했다.

실제로 품질과 낙찰가격의 상관율이 낮음은 각종 조사 결과에서도 나타난다. 97년 감사원이 건설업 종사자와 공무원 148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부실시공의 원인으로 △기능공의 능력부족(20.88%) △사전조사 부실(16.46%) △설계부실(14.80%) △시공업체 의지 부족(8.15%) △공기 부족(7.7%) 등이 꼽혔으며 공사비 부족은 5위 안에도 들지 못했다. 99년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이 정부 발주 관계자와 감리원, 시공자 등 962명을 대상으로 '건설공사의 품질결정 요소'를 조사한 결과에서도 공사수주 낙찰율은 5위(5.3%)에 머물렀다. △시공자의 성실성(42.9%) △공사 참여자의 책임의식(33.2%) △감리, 감독체계(9.4%) △공사 수행능력(8.7%) 등이 이보다 앞에 왔다.

강경호 사장은 "공사에서 최저가낙찰제를 시행해본 결과 낙찰가격과 부실과의 상관 관계는 전혀 없었다"며 "입찰 사양을 정확하게 하고 사후 감리감독을 철저히 하면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그는 또 "건설업체들의 기술력 차에 따라 공사비가 10~30%정도 차이가 난다"며 "실적 있고 경험 있는 회사들은 낮은 낙찰가격에서도 얼마든지 질 좋은 공사를 한다"고 덧붙였다. 최저가낙찰제 확대로 피해볼 중소 건설업체 "다 죽는다" 반발

"퇴출돼야 할 기업들 국민 돈으로 살려주면 오히려 경쟁력 약화"





[표] 감사원 설문조사 결과에서도 부실시공의 원인으로 낮은 공사비를 꼽은 비율은 상당히 낮았다.

▲한계기업 국민 돈으로 먹여살려야 하나=

정부나 건설업계에서는 가뜩이나 위축된 건설경기가 위축된 가운데 최저가낙찰제를 확대하면 중소 건설업체의 경영난이 가중된다고 주장한다. 중소 건설업체들의 경영난은 경제에도 부담이 되므로 이들을 어느 정도 보호해야 한다는 논리다.

위에서 보았듯이 최저가낙찰제를 시행해도 원도급업체가 손해를 보는 경우는 사실상 없다. 하지만 하도급업체의 사정은 다른 게 사실이다. 원도급업체가 수주한 공사의 대부분은 하청과 재하청을 거쳐 시공되기 때문에 실제 최종 공사 원가는 상당히 낮아진다. 하청과 재하청의 사슬은 4~5단계까지 내려가기도 한다. 불필요하게 복잡한 중간단계를 거치기 때문에 중간단계의 하청, 재하청 기업들의 개별 이윤 폭은 크지 않다. 단기적으로는 예상 못한 자재값의 인상 등으로 적자 공사를 하게 되는 하청 업체도 나올 수 있다. "자재와 건설장비를 놀리느니 공사를 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상당수 하청업체는 정부 예정가격의 40% 선에서 공사를 하기도 한다. 그나마 공사대금을 현금 대신 어음으로 주는 경우도 많아 경영난에 봉착하기도 한다. 한 중소 건설업체 관계자는 "대형 건설업체들은 꽤 많은 돈을 챙기지만 하청업체들은 한 번 공사에 5~10%정도 남기는 게 고작"이라며 "대형 건설업체와의 지속적인 관계 때문에 단기적으로는 적자 공사를 하는 경우도 있다"고 하소연했다.

이런 중소 건설업체들의 하소연에도 불구하고 결국 불필요하게 만들어진 복잡한 중간단계를 따라 국민의 혈세가 낭비되는 본질은 달라지지 않는다. 복잡한 중간단계에서 공사를 따기 위한 뇌물과 접대가 오가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이 같은 복잡한 '유통단계'는 적격심사제 때문에 유지돼온 측면이 크다. 정부가 어느 정도 이윤을 보장해주므로 건설업체들이 원가절감이나 기술 혁신 노력을 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반대로 최저가 낙찰제를 시행하면 원가절감 압박이 커져 복잡한 하청, 재하청의 고리가 축소될 가능성이 크다. 물론 경쟁력을 갖추지 못한 중소건설업체들은 큰 타격을 입을 수 있지만 이는 '업계 이기주의'일 뿐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한나라당 박재완 제3정조위원장은 "최저가낙찰제가 도입되면 경쟁력이 없는 일부 업체는 어려워지겠지만 경쟁이 촉발돼 장기적으로는 기술 개발과 인력의 효율적 운용을 위해 노력하는 회사는 더 유리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중소 건설업체를 국민 돈으로 먹여살리겠다는 발상은 정상적인 시장경쟁을 통해 퇴출돼야 할 기업들을 살려두는 것으로 장기적으로는 건설산업의 경쟁력을 저해해 경제에도 도움이 안 된다"고 말했다.

by 선대인 2008. 9. 4. 16:28

서울지하철공사가 300억원 예산절감한 비결은?


"최저가낙찰제를 도입하면 부실공사가 많아진다." "외국은 몰라도 최저가낙찰제는 우리 나라엔 안 맞는 제도다." "지금으로선 시기상조다." 등등.

최저가낙찰제를 둘러싸고 여러 가지 반대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정부도 이 같은 건설업계의 주장을 근거로 당초 올해부터 100억원 이상 공사로 최저가낙찰제를 확대하려던 계획을 바꿨다.

2001년 처음 도입된 이 제도가 수조원의 예산 절감 효과를 보는 가운데 별 문제 없이 실시돼오는 데도 이 같은 반대논리는 계속 위력을 발휘하고 있다. 이 같은 위력은 표에 민감한 정치권이나 로비에 약한 정부 부처에 강하게 작용한다. 국민 대다수에게 도움되는 이 제도의 확대가 계속 늦춰지는 이유다.하지만 서울지하철공사의 사례는 최저가낙찰제에 대한 반대논리가 설득력이 없음을 여실히 입증한다. 공사는 공기업으로서는 처음으로 지난 해 3월부터 최저가낙찰제를 도입, 건설공사 예산의 30%가량인 300억여원을 절감하는 효과를 올렸다. 한라중공업 대표 출신인 강경호 사장이 취임한 뒤 일어난 변화다. 강사장은 공사 내부의 우려와 관련 건설업계 등의 반발을 무릅쓰고 이 제도를 시행, 거액의 혈세를 절감했다.물론 이는 최저가낙찰제뿐만 아니라 하청과 재하청 과정 등 중간단계의 생략, 전자구매 등을 통한 노력이 함께 어우러진 결과였다. '최저가낙찰=부실공사'라는 세간의 우려는 철저한 감리감독을 통해 불식시켰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했을까. 미디어다음은 공사 강경호 사장을 26일 만나 공사의 생생한 경험담을 들어보았다. "최저가 낙찰제 도입으로 공사 예산 30% 절감"
"최종 시공자가 바로 입찰할 수 있게 중간단계도 없애"






-최저가 낙찰제를 도입한 이유가 뭔가.

현행 공공기관 낙찰제도의 중심이 되고 있는 적격심사제는 부실공사 방지 등을 위해 도입된 제도이나 적격심사기준의 변별력 부족으로 경쟁력 있는 우량업체를을 선별하지 못한다. 수주만을 목적으로 하는 건설업체(Paper Company)를 양산하고 있고 특히 일정 낙찰하한선을 보장해 운에 의하여 낙찰자가 결정된다. 결국 이는 경쟁력 있는 건전한 건설기업의 육성을 저해할 뿐만 아니라 시민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공기업의 예산을 낭비하게 되는 결과를 초래한다.

이런 이유로 정부에서도 건설산업의 구조조정 촉진과 경쟁력 제고 및 예산낭비 요인을 제거하기 위해 최저가낙찰제 대상공사를 점차적으로 도입하려고 하는 걸로 안다. 우리 공사의 취약한 재무상태와 지속적인 시설투자에 수반되는 막대한 예산 소요액을 감안할 때 예산의 효율적 운용이 불가피했다. 그래서 최저가낙찰제를 2004년 3월부터 시행하게 된 거다.

일부에서 부실공사 우려를 제기하는데 사실 외환위기 이전에는 덤핑 입찰도 있었지만 외환위기 이후에는 밑지는 공사에는 업체들이 입찰을 안 한다. 지금까지 부실공사가 한 건도 없었다. 철저하게 감리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예산 절감 효과가 커서 바람직한 걸로 보고 있다. 일정 시간 지나 부작용이 있다면 보완책을 마련해야 하겠지만 지금은 아무런 문제가 없다. 고도의 기술이나 실적을 필요로 하는 경우에는 2단계 동시입찰을 실시한다. 업체의 실적이나 규모 등을 정해놓고 1차 통과된 기업들에 한해 경쟁입찰을 하고 있다.

-최저가낙찰제 도입 결과 나타난 예산절감효과를 구체적으로 말해달라.

최저가낙찰제를 도입해 경쟁입찰하게 한 결과 30% 정도의 예산 절감 효과가 있었다. 1180억원가량의 예산을 잡았는데 300억원 정도를 절약했다. 이게 엄청난 거다. 공기업은 시민들 세금으로 운영되는 회사인데 세금을 그만큼 줄여준 거다.

-상당수 건설업체나 일부 관료들은 최저가낙찰제를 시행하면 부실공사가 될 우려가 있다고 하는데.

그런 우려는 전혀 없다. 내가 여기 오기 전 민간기업(한라중공업)에 있었지만 시공회사에 따라 원가가 다르다. 건설기업 입장에서는 손익분기점을 넘기 위해 고정비를 커버할 수 있는 물량을 확보해야 한다. 물량이 확보된 건설회사는 공사를 좀 덜 해도 되고 물량을 못 채운 회사들은 물량을 채워야 한다. 그런 회사들은 좀더 낮은 낙찰가에도 공사를 하려고 한다. 또 각 기업들이 가진 기술력에 따라 원가가 10~30% 정도 차이가 날 수 있다. 실적 있고 경험 있는 회사들은 이렇게 할 수 있다.

최저가낙찰제를 실시하면서 전에는 역사 하나하나씩 발주하던 것을 이제는 세 개를 묶어서 한꺼번에 발주했다. 그랬더니 상당히 큰 업체가 당초 예산액의 절반 이하 가격으로 수주를 했다. 그렇다고 그 사람들이 이윤을 안 남긴 것도 아니다. 실력으로 공사를 딴 거다. 물론 물량이 합쳐져서 공사 관리비 등이 줄어든 때문에 가능하기도 했다. 최소 발주물량 단위를 키워주면 겅설 경비도 줄어든다. 제도라는 것은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예산을 상당히 줄일 수 있다. 예를 들어, 실제 시공자를 입찰에 참여토록 하면 된다. 예전에는 적격심사제를 하면서 4,5단계까지 중간단계를 거치는 경우도 있었다. 최저가낙찰제로 경쟁입찰을 붙이되 원가를 줄일 수 있도록 물량을 '나눠주기'식으로 분배하지 않고 합치거나 중간단계를 배제하면 된다.

"공조직에서 기존 제도, 관행 바꾸기 매우 힘들어"
"국민세금인데 한 푼이라도 아껴야지"






-이렇게 하면 예산절감 효과가 매우 큰데 다른 데서는 왜 최저가낙찰제를 안 하나.

공조직에서 기존의 제도와 관행을 바꾸는 게 그렇게 힘이 드는 거다. '변하자' 하는데 이해 당사자들이 개입돼 있어 쉽지 않다. 밖에서 보면 바꾸는 게 간단한 것 같지만 무척 어렵다. 공기업에서는 우리가 처음이다. 내가 사장 취임했을 때 1년에 3600억원씩 적자나는 상황이었는데 이렇게라도 해서 예산을 아껴야 하지 않나. 세금이 한 단계 거쳐서 나갈 뿐이지 결국 국민의 세금 아니냐.

-공사 사장으로 취임할 때부터 이런 구상을 갖고 있었나.

민간기업에서는 보편화돼 있으니 당연하게 생각한 거다. 제도는 상당히 융통성 있게 대응할 수 있다. 최저가가 최선은 아니기 때문에 보완은 필요하지만 경쟁입찰하면 투명하고 얼마나 좋나.

-이 제도를 처음 추진할 때 얼마나 힘들었나.

남들 안 하는 것을 하니 얼마나 저항이 심하겠나. (정부나 공공기관의 계약행위를 규정한) 국가계약법에 얽매인 줄 알고 이 제도를 시행하겠다고 하니 큰일날 줄 알더라. 그런데 자문 들어보니 다 할 수 있다고 하더라. 정부도 사실 이 제도를 시행한다고 발표를 했다. 저항이 있으니 주춤하고 연기를 하는 것일 뿐이지. 정부도 어려움이 있는 거지. 그래서 주춤주춤하는 거다. 건설협회 등은 상당히 많이 저항한다. (기자가 '저항이라니 어떤 걸 말하느냐'고 묻자 약간 망설이다가) 민원이라는 것이지. 공사를 많이 하는 통신사업자, 전기협회 등에서 연명으로 민원을 넣더라. 최저가낙찰제를 하면 수지가 안 맞아서 부실공사가 된다는 거지. 그래도 입찰하는 것 보면 남으니까 하겠다는 게 아닐까.

-건설업체들은 건설 경기가 침체한 가운데 최저가낙찰제를 시행하면 경영상황이 더 나빠진다고 주장하는데.

믿기가 어렵네. 경쟁입찰을 하게 하면 수주단가는 내려간다. 실력 있는 기업이 공사를 따게 된다. 우리는 예산을 아끼고 실력 있는 기업이 공사를 따는 건 당연한 것 아닌가.

-정부관료들이 이런 사실을 몰라서 최저가낙찰제 확대에 미온적인가.

글쎄, 그 부분은 내가 대답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다.
-다른 정부나 공공기관들이 최저가낙찰제와 관련해서 문의해오지는 않았나.

문의가 많다. 우리는 최저가낙찰제를 시행하면서 전자입찰도 실시했다. 같은 물건을 대량으로 구매하니까 조달청을 통한 조달구매보다 더 싸다. 동네가게에서 사는 것보다 할인점에서 사면 더 싸지 않나. 그런 원리다. 또 전자구매를 하면 중간 유통단계가 없어지고 인건비도 줄어든다. 생각해봐라. 물건을 사는 유통단계, 시점에 따라 같은 물건도 100원짜리를 20원에 살 수도 있다. 빚덩이에 앉은 회사가 그렇게라도 줄여야지 그렇게 안 하면 어디서 줄이나. "제도 변경 과정에서 이해당사자들 반발 엄청 나"

"부실과 가격은 상관 없어"

"우리처럼 하면 정부 예산 10조 아낄 텐데"





-최저가낙찰제나 전자입찰을 시행하면서 중간단계를 건너뛰면 중간단계에 있던 업체나 사람들은 이권이 없어지므로 반발하지 않나.

그런 이해당사자들이 당연히 반대하지. 경쟁 없는 사람들은 쫓겨나고 그런 사람들은 불만 토로하겠지. 하지만 그렇게 하면 우리는 싸게 사고 투명하게 좋은 물건을 살 수 있다. 우리 공사 안에서는 각 파트별로 나눠서 하던 것을 일괄해서 하니 일도 많이 줄었다. 예산 절감과 함께 업무 절감도 가장 큰 효과중 하나다.

-서울지하철공사에서 하는 것을 정부나 다른 공공기관에서도 할 수 있는 것 아닌가.

그럼, 다른 데서도 다할 수 있다. 왜 못 하나.
-외국에서는 어떻게 하나.

이렇게 다 하고 있지. 물건이라는 건 전 세계에서 가장 싼 걸 싸야 하지 않나. 이제는 프라이스 퀄리티(Price Quality)다. 제품에 대한 품질이 어느 정도 수준을 넘고 그러면서도 싸야 한다. 뭘 해도 세계에서 제일 좋고 제일 싼 게 돼야 한다. 그런데 그렇게 해서 줄이는 비용이 엄청난 것이다. 말이 10%, 20%이지 돈으로 환산하면 얼마냐. 정부 관리들이 내 물건을 산다면 웃돈 주고 그렇게 사겠느냐 말이다. 그렇게 살 사람 아무도 없을 것이다.

(기자가 '그런데도 정부 관료들이 왜 그렇게 하지 않느냐'고 하자) 이해관계 때문 아니겠느냐. 또 제도를 바꾸어야 하고 절차를 밟아야 하니 그렇겠지. 적격심사제를 바꾸는 것은 어려움이 있더라. 건설협회 등의 로비도 있고...

-정부는 건설을 통한 경기부양도 최저가낙찰제를 미루는 이유로 내세운다. 중소 건설업체의 수익을 어느 정도 보장해줘야 한다는 것인데.

다른 측면에서 생각해야지. 국민 세금으로 운용하는 정부 기관이 기업에서 세금 아낄 생부터 해야지. 정 건설경기를 부양하고 싶으면 다른 프로젝트를 만들든지 해서 부양해야지 왜 그런 식으로 하나. 입찰 자체는 경쟁적이고 투명하고 공정하게 돼야 한다. 다른 민간기업들도 그렇게 다 하잖아. 지하철은 대중수단이고 시민들의 수준이 높아져 있어 시설 개선과 안전 문제에 투자를 많이 해야 한다. 반면 우리는 막대한 운영적자를 지고 있으니 어떤 형태로든지 경비를 줄여야 한다. 줄인 경비를 바탕으로 안전에 대한 투자도 할 수 있다. 정부 는 실수요자 부담원칙에 입각해 공사가 시민들 요금으로 해결하라고 한다. 우리가 그렇게 하면 서비스 개선을 어떻게 하나. 나름대로 할 수 있는 부분은 모든 분야에서 경비를 줄이자는 것이다. 그렇게 해서 1년에 1000억원씩 적자폭을 줄였다. 2002년에 3600억 적자난 게 2003년에 2690억, 지난 해엔 1652억원으로 줄였다.

-최저가낙찰제에서 덤핑 입찰이나 오찰, 등의 문제점이 나타날 수 있지 않나.

덤핑 입찰이나 오찰 등으로 공사를 낙찰 받은 후 공사를 포기하는 경우가 있을 수 있는데 이를 보완하기 위해 입찰자 평균입찰 금액의 70%이하 입찰자를 낙찰대상에서 제외하는 제도를 지난 해 10월부터 도입했다. 그 동안 입찰 사례들을 분석해 보니 기술개발 등의 요소를 감안해 30% 정도면 적당하지 않겠는가 하고 본 것이다. 그 이하 금액으로 들어오면 덤핑으로 보고 아예 자격을 안 주는 거다.

-그래도 가격과 부실공사와의 상관관계가 있을 수 있지 않나.

가격과 부실과의 상관 관계는 없다. 입찰 사양을 정확하게 해주고 사후 감리감독을 철저히 해주면 아무 문제 없다. 입찰의 문제가 아니라 구매 방법의 문제일 뿐이다.

-공사에서 한 방식을 전 정부 부처나 공공기관에 확산하면 엄청난 예산을 아낄 수 있을 것 같은데.

그렇지. 공공공사 규모가 매년 45조, 50조인데 그 가운데 10조는 아낄 수 있지 않을까. 숫자는 자꾸 만지고 따지면 줄게 돼 있다. 우리는 각 분야에서 다 그렇게 하고 줄이는 거다.
by 선대인 2008. 9. 4. 16:27

건설산업 흥망 좌우할 제도들


"최저가 낙찰제. 좋습니다. 제도의 의도도 좋고 도입 취지도 좋습니다. 제대로만 시행된다면 국내 건설산업이 발전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뭐가 문제일까요? 문제는 제도 시행에 필요한 여건이 열악하다는 거지요. 국내 업체들, 특히 대형업체들이 최저가 낙찰제 확대를 반대하는 것은 제반여건을 우선 조성해 달라는 게 핵심입니다. 무조건 반대하는 게 아니고요. 최저가 낙찰제도 도입 의도는 단순한 낙찰가 하락을 통한 예산절감이 아니었던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최저가를 통한 부실업체 퇴출과 건설산업의 건전화를 위한 하나의 '도구'로 도입된 것인데 이를 달성하기 위한 보조장치는 모두 제거하고 최저가만 도입했으니 시끄러울 수밖에요."(아래 생략)

미디어다음이 개설한 '입찰개혁' 토론방에 31일 '이한상'님이 올린 글의 일부다. 이 네티즌의 지적대로 최저가낙찰제는 기술혁신과 관리 효율화 등을 통한 건설산업의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는 제도다. 하지만 '싼 게 비지떡'이라는 속담도 있듯이 무조건적인 최저가는 항상 가격 대비 최선의 품질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이 때문에 미국 영국 등 건설선진국에서는 최저가낙찰제 공사에서 일정 수준의 품질을 유지하기 위한 각종 제도가 함께 갖춰져 있다.

이 때문에 국내에서도 단순히 입찰제도 만이 아니라 건설제도 전반을 함께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특히 계약이행보증제도 개선과 감리감독의 강화 등은 최저가낙찰제 도입과 직결된 개선책으로 지적돼 왔다. 하지만 정부는 최저가낙찰제뿐만 아니라 이 같은 제도 개선책의 도입에서도 매우 미온적이었다. 이런 가운데 정부는 역으로 감리 및 보증제도의 개선 등이 이뤄지지 않아 최저가낙찰제 유보가 불가피하다고 핑계를 댄다. 건설업계도 이 같은 '현실론'을 근거로 최저가낙찰제의 확대시행에 반발하고 있다.감리와 보증제도 개혁 등 최저가낙찰제를 도입하기 위한 관련 제도의 실태와 개선 방향을 알아보자.

복잡한 중간단계 거쳐 예정가의 절반 이하에 공사
중간단계 줄이는 제도 개선해야






지하철 공사 후 2개월여만에 다시 파헤쳐지는 대정 중구의 한 도로. 팠던 도로를 몇 번이나 새로 파는 식으로는 대한민국이 '건설선진국'이 되는 길은 요원하다.[사진제공=연합뉴스]

▲건설업역 철폐 통한 중간단계 축소=

우리 건설산업은 일반건설업과 전문 건설업, 시공과 설계업 등으로 업역이 구분돼 있다. 과거 일본의 방식을 본따 업역별로 일정한 영역과 수익을 확보해주기 위해 마련된 구조다. 미국 등의 경우 업역 구분이 없어 건설회사가 설계와 건설사업관리, 시공을 총괄하므로 정부 공사를 수주한 업체가 직접 시공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쉽게 말해 우리는 옷 만드는데 디자인 따로, 재봉 따로, 품질검사 따로인 반면 건설선진국은 이를 통합해서 진행하는 셈이다.

이처럼 건설선진국에는 없는 업역 구분이 복잡한 중간단계를 만들어내고 있다. 정부 발주 공사의 경우 일반건설업-전문건설업-시공참여자-십장-반장-현장 근로자로 이어지는 복잡한 '중간단계'를 형성한다. 일반건설업체만이 정부 공사를 수주할 수 있기 때문에 일반건설업체의 수주가 4~5단계에 이르는 긴 중간단계를 만들어내는 셈이다. 이런 상황에서 현행 적격심사제는 중간단계 업체들이 모두 먹고 살 수 있는 '덤'을 얹어주는 셈이다. 거꾸로 최저가낙찰제는 이 같은 중간단계 마진들을 줄이게 되므로 전문건설업이나 시공참여자 등의 거센 반발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최저가낙찰제를 시행할 경우 가뜩이나 월급이나 복리후생이 열악한 이들 업체 종사자들의 상황이 더욱 나빠질 것이기 때문.

특히 요행에 따라 공사를 따는 '운찰제'로 변질된 적격심사제 하에서 '당첨' 확률을 높이기 위해 양산된 '페이퍼 컴퍼니'가 건설업의 유통구조를 더욱 복잡하게 하고 있다. 실제로 96년 3000개 가량에 불과했던 일반 건설업체 수가 지난 해 말까지 5배가량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같은 기간 공사 물량은 크게 늘지 않았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업역제한을 풀고 최저가낙찰제 등 시장경쟁 원리를 도입해 복잡한 중간단계를 줄이는 등 업계의 '구조조정'이 불가피하다고 지적한다. 물론 과도기적으로 폐업하거나 경영난을 겪는 업체들이 적지 않겠지만 '거품'을 빼서 절약되는 매년 수조원의 예산을 건설공사로 돌리면 훨씬 더 많은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보증시장 개방하고 보증한도 높여야

▲품셈 제도 폐지=

정부 발주 공사의 경우, 예정가가 크게 부풀려져 있어 하청에 재하청을 거쳐 실제로는 40%대에 공사가 진행된다는 게 관계자들의 지적이다. 복잡한 '중간단계'를 거치기 때문에 정부공사를 수주한 일반 건설업체는 이익을 보는 반면 최종 시공업체들은 예정가격의 절반도 안 되는 원가에 시공하고 있는 셈이다.이처럼 원가가 낮아지는 이유는 한편으로는 정부의 예정가격이 지나치게 부풀려진 때문이기도 하다. 이 예정가격이 부풀려 지고 있는 데는 '품셈제도'란 시대에 뒤떨어진 제도로 공사비를 계산하고 있기 때문으로 지적된다.품셈이란 인건비, 자재비, 장비값 등 건설공사비를 산정하는 기준이 되는 것으로 정부 발주공사는 품셈에 의해 예정가격이 산출된다. 문제는 품셈을 정부가 아닌 건설업체에서 운영함으로써 공정성을 상실하고 있다는 데 있다.건교부에서도 이러한 품셈제도의 문제점을 인식해 87년부터 실제 공사가 진행된 것을 기준으로 공사비를 산정하는 '실적공사비 적산제'를 도입하겠다고 밝힌 뒤 그동안 수십 차례 도입 의사를 밝혔다. 심지어 수십 억원을 들여 7~8년간에 걸쳐 관련 연구용역을 실시하기도 했으나, 뚜렷한 이유 없이 그 도입을 미루고 있다.
 
▲공사이행보증제도 개선=

부실공사를 막기 위해서는 이행보증시장을 개방하고 보증한도를 크게 높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선진국의 경우 건설공사와 관련된 보증을 건설업체의 주거래은행이 담당한다. 발주기관은 주거래은행의 보증을 요구함으로써 주거래은행조차 보증하지 않는 부실한 건설회사는 입찰참가부터 못하도록 하고 있다.이 때문에 해외공사의 경우 국내 시중은행도 신뢰를 얻지 못해 산업은행 등을 통해 국가가 보증을 해줘야 국내 건설업체가 입찰에 나설 수 있다. 외환위기 이후 현대건설의 부실을 정부가 떠안는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은 선진국의 이행보증제도가 얼마나 철저한지를 보여주고 있다.하지만 우리나라 건설보증시장은 건설공제조합이 90% 이상을 점유하고 있다. 특히 건설공제조합이 조합에 투자하고 있는 기업의 보증을 자체적으로 하는 모순점도 있다. 또한 이들 기관에서 보증하고 있는 보증비율은 10~30% 내외로 부실시공에 대한 보증 자체가 당초부터 어려운 실정이다. 외국의 경우에는 보증비율이 100~150%에 이른다. 따라서 공사이행보증의 현실화를 위해 공사비 대비 보증 비율을 대폭 높여 부실시공에 대한 직접적인 하자보수가 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또 보증기관도 시중은행으로 확대할 필요가 있다. 시중은행들은 대부분 상장돼 있는 대형 건설업체들의 재무상태를 알고 있으므로 이들에게 보증을 맡길 경우 보증의 신뢰성이 크게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재경부도 이 같은 보증제도의 개선 필요성을 알고 있지만 가시적인 조치는 여전히 뒤로 미루고 있다.

감리, 전문가로 대우하고 실질적 권한 줘야
설계변경 통한 공사비 증액 제한해야


▲감리 강화=

최저가낙찰제를 시행할 경우 일부에서는 부실시공이 이뤄질 것을 우려하고 있다. 하지만 많은 전문가들은 감리를 철저히 하면 부실시공은 충분히 막을 수 있다고 지적한다. 정부는 행주대교와 성수대교 등 대형 사고 이후인 93년 책임 감리제도를 도입했다. 하지만 정부는 법이나 시행령에서 규정한 감리원의 권한을 감리업무시행지침 등을 통해 공무원의 감독을 받도록 했다. 특히 설계변경과 기성 등 돈과 관련한 권한을 공무원들은 그대로 틀어쥐고 있는 셈. 이처럼 감리원에게 실질적인 권한이 없다 보니 이들에 대한 대우도 낮은 편이다. 또한 감리들이 문제를 지적해도 이를 그대로 시정하는 경우도 드물고 시공사와의 '유착 관계'가 생기기도 했다.이 같은 문제점을 줄이기 위해 2001년부터 감리 비용을 늘이고 감리원의 권한을 강화하도록 법을 개정했으나 이를 어길 경우의 처벌조항 등이 없어 실효성이 떨어진 상태다. 특히 4~5년 전부터 공무원 출신 감리단장이 우대받는 제도가 생겨 전현직 공무원간의 '유착관계'가 감리의 부실을 초래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관련 전문가들은 감리원을 전문가로서 대우하고 강한 권한을 주되 이에 상응하는 책임을 무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지적한다.

▲설계변경의 제한=


최저가낙찰제 하에서 낙찰율은 점점 떨어져 지난 해의 경우 49%정도까지 내려온 것으로 추정된다. 이 같은 낙찰율을 통해서도 이윤을 보는 건설기업이 적지 않지만 적자를 감수하고서도 공사 물량을 확보하거나 실적을 쌓으려는 업체들이 많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상당수 건설업체들은 이처럼 낮은 낙찰율을 이후 설계변경 등을 통한 공사비 증액이나 부실시공 등을 통해 만회할 수 있다는 기대를 갖고 있다. 다른 한편에서는 이 같은 공사비 증액을 위해 의도된 설계 변경이나 부실시공을 눈 감아주는 감독관청이 있다는 얘기다.따라서 전문가들은 덤핑 수주로 시행하는 공사는 반드시 손해 본다는 기본 원칙을 확립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즉, 일정 낙찰율 이하의 금액으로 낙찰받은 공사에 대해서는 설계변경 조건을 엄격히 제한하는 방법 등을 도입할 필요가 있다는 것. 또 부실시공 등을 눈 감아주는 조건으로 '뒷돈'을 챙기는 공무원에 대한 처벌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by 선대인 2008. 9. 4. 16:25

일부 병원, 혈액 수가 인상 앞두고 사재기


1일부터 대한적십자사가 각종 병의원에 공급하는 혈액 수가가 40%가량 인상된 것을 계기로 일부 대형 병원들이 '혈액 사재기'에 나서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1일 미디어다음 취재팀이 대한적십자사 각 혈액원과 일부 병원 등을 통해 확인한 결과에 따르면 종합병원인 S병원은 지난 달 말 모두 400ml 신선동결 혈장 1500개 가량을 공급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 병원은 지난 달 27일경 서울 동부혈액원에서 신선동결 혈장 700개를 주문했다. 이는 동부혈액원을 통한 이 병원의 하루 평균 주문량 50~100개보다 훨씬 많은 양. S병원은 남부혈액원에서도 지난 28일과 31일 평소보다 몇 배 이상의 물량을 주문한 것으로 확인됐다. 남부혈액원 관계자는 "S병원이 28일과 31일 두 차례에 걸쳐 평소 많이 가져가던 날 물량의 3~4배 정도를 가져갔다"고 밝혔다.

서울시내 주요 대학병원 중 한 곳도 평소 60~100개 정도이던 혈액 주문 물량이 28일과 31일 각각 290개와 280개 정도로 크게 늘어났다.

이처럼 일부 대형병원들이 지난달 말 혈액을 대량으로 산 것은 1일부터 혈액 수가가 평균 39%정도 인상됐기 때문에 이 과정에서 차액을 노린 것으로 보인다. 수가 인상 전에 적십자사에서 혈액을 구입해 1일부터 환자들에게 공급할 경우 인상된 수가만큼 차익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방식으로 1000개를 미리 사놓았을 경우 900여만원의 차익을 올릴 수 있는 셈이다. 이 같은 대량 주문은 혈액 가운데서도 1년가량 장기 보관이 가능하고 공급 여유가 있는 신선동결 혈장에 집중됐다. 혈액 성분 중 적혈구와 혈소판 등은 보관 기간이 한 달 이내로 짧고 헌혈량이 적은 겨울방학철이라 비축량도 적기 때문에 사재기 대상이 되기는 어렵다.

혈액수가는 1일부터 에이즈와 C형 간염 조기 확인을 위한 핵산증폭검사(NAT) 비용 등의 명목으로 혈액 제제별로 9130원씩 인상됐다. 이에 따라 당초 3만5390원이던 전혈은 4만4520원으로 올랐고, 농축적혈구는 2만3380원에서 3만2510원으로 올랐다. 사재기 대상이 된 신선동결혈장은 2만4910원에서 3만4040원으로 올랐다.

적십자의 한 혈액원 관계자는 "서울시내 몇몇 병원에서 수가 인상을 앞두고 평소보다 훨씬 더 많은 양의 혈액을 주문하는 경우들이 있다"며 "지방에서도 비슷한 일이 벌어지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다른 혈액원 관계자는 "일부 대형 병원들이 수가 인상을 앞두고 평소보다 훨씬 많은 양의 혈장을 주문한 것은 사재기라고 볼 수밖에 없다"며 "국민들이 헌혈한 피를 이용해 병원들이 수익을 남기려는 것은 부도덕한 행위"라고 비난했다.

이에 대해 S병원 혈액은행 담당자는 "설 연휴가 일주일 가량 남았지만 미리 대비한다는 차원에서 주문을 평소보다 많이 한 것"으로 "우연의 일치에 지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또 "우리가 사재기를 하려고 해도 보관 용량에 한계가 있어 많이 할 수 없다"며 "그렇게 사재기를 한다고 해봐야 얼마나 남긴다고 일부러 사재기를 하겠느냐"고 말했다.
by 선대인 2008. 9. 4. 16:24

수배중 김영길 공무원노조위원장, 공무원을 말한다





"공무원노조는 공무원의 철밥통을 무쇠솥으로 만들기 위한 조직이 아닙니다. 우리 목표는 부정부패척결과 공직사회의 개혁입니다. 국민들이 공무원노조가 있어 이렇게 공무원사회가 깨끗해지는구나 느끼도록 하겠습니다."

지난 연말 전국공무원노조의 파업을 주도한 혐의로 수배중인 김영길 공무원노조 위원장의 말이다. 미디어다음은 3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공무원노조 사무실에서 2시간여 동안 김위원장과 인터뷰했다. 처음 공무원노조측의 인터뷰 제의를 받았을 때 김 위원장이 수배중인 데다 여론이 호의적이지 않아 부담스러웠다. 하지만 공무원노조의 파업 과정에서 사용자측인 정부와 달리 공무원노조의 주장은 제대로 소개되지 않았고 사회의 다양한 의견들이 자유롭게 소통하는 장을 마련한다는 취지로 인터뷰를 하기로 했다. 대신 기자는 "독자들의 욕을 먹을 각오를 단단히 하고 인터뷰에 응해달라'고 사전에 '경고'했다.

김 위원장은 "공무원들이 그 동안 국민들 위에 군림해왔다"며 "그 같은 공무원 사회의 풍토를 바꾸기 위해 공무원노조를 결성한 것인데 국민들은 공무원에 대한 부정적 인식 때문에 우리를 백안시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인터뷰에서 공무원 사회의 뒷돈 수수 관행 등 치부를 그대로 밝히면서 공무원 사회의 개혁을 위해서도 공무원노조가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다.그는 80년 울산시청 하급 공무원으로 공무원 생활을 시작, 경남도청 직장협의회 회장과 공무원노조 경남본부장을 거쳐 지난 해 3월부터 위원장직을 수행해왔다. 그는 조만간 경찰에 자진 출두할 생각으로 주변 정리와 조직 재정비를 서두르고 있었다. 다음은 그와의 일문일답. "정부 공무원노조 권리 보장 선진국에 비해 턱 없이 미흡"

-지금 현재 공무원노조 지도부가 어떤 상황에 있나.당초 총파업에 들어가기 전 중앙지도부를 중심으로 37명에게 수배가 떨어졌다. 나와 사무총장 말고는 모두 자진 출두해 구치소에 들어가 있다. 부위원장 한 분은 최근에 보석으로 나왔다. 나도 3월경 자진 출두할 생각이다. (가볍게 웃으며) 지역 본부장들이 3개월 정도 살았으니 나는 1년 정도는 살 생각해야 하지 않겠나.-공무원노조가 파업한 이유가 뭔가.우리 입장을 알리려 했다. 14만 노조 조합원과 협의 없이 일방적으로 법안을 관철하려는 정부의 조치를 막기 위한 것이었다.-정부의 법안이 어떤 내용이었길래 그렇게 막으려 했나.노동조합에 관심 있는 사람들이 보면 말이 안 되는 안이다. 정부가 국제적 환경과 규범에 따라 어쩔 수 없이 공무원노조를 허용해준다고 하는데 사실은 공무원들이 노조 활동을 할 수 없도록 통제, 규제하는 법이다.-어떤 점에서 노조활동을 통제, 규제하는 법이라고 하는 거냐.우선 공무원이 노조활동을 할 때 공무원으로서 다른 법령에 규정된 공무원의 의무를 위반하면서 노조활동을 해서는 안 된다고 한다. 언뜻 들으면 맞는 얘기 같지만 국가공무원 법에 보면 시대 변화에 안 맞는 과도한 규제나 유명무실한 법이 많다. 예를 들어, 비밀 엄수의 의무 같은 것은 사실 내부고발을 가로막고 있는 조항이다. 집단행동도 금지돼 있다. 노조에서 자기들 뜻을 관철하기 위해 '조합원들에게 다 같이 리본을 답시다' 하면 기관측에서는 집단행동이라고 한다. 리본도 같이 하나 달 수 없는 것이 현재 법이다.정부에서는 공무원노조의 단결권과 단체교섭권은 보장해주는데 우리가 단체행동권까지 무리하게 요구하며 파업한다고 선전한다. 보수 언론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실상을 보면 단결권조차도 보장이 제대로 안 된 법이다. 현행 법으로는 6급 이하만 노조에 가입할 수 있다고 해놓고, 내용적으로는 '업무를 총괄 감독하는 자'는 가입대상에서 제외된다. 시군구 등 기초지방자치단체에서는 6급이 업무를 총괄 감독하기 때문에 가입대상이 안 되는 거다. 노동부 스스로 이를 금지하기 위해 이렇게 법안을 마련했다고 하더라. 단결의 범위를 축소하기 위한 법이다. 급수에 따라 노조 가입을 일률적으로 제한하는 것도 안 맞다. 지자체 4급 국장도 중앙 부처 가면 실무자가 되는 경우도 꽤 많다. 또 인사, 예산, 감사, 회계 등 일반 회사에서 사용자측의 업무에 해당하는 공무 담당자도 가입을 금지하고 있다. 시쳇말로 이런 식으로 포 떼고 차 떼면 남는 것은 흑사리, 죽데기 뿐이다. 통칭 90만 공무원이라고 하고 이 가운데 고위 공무원과 교원과, 경찰, 소방, 교정 공무원을 뺀 35만명 정도가 조직 대상이라고 보는데 현재 법안대로면 25만명 수준으로 준다. 그만큼 단결권의 대상 범위를 축소해놓은 것이다. 사용자 입장에서는 단체 규모가 적으면 좋은 것 아니냐.단체교섭권에도 문제가 많다. 단체교섭권 가운데 인사와 정책 결정에 관한 사항은 단체교섭 사항 아니다. 또 법령과 조례에 위임된 사항은 단체협약의 효력이 없다. 단체협약을 해도 의무사항이 아니어서 단체장이 얼마든지 무위로 돌릴 수 있다는 얘기다. 공무원들의 복지 향상과 관련된 내용들이 법령과 조례 등에 다 묶여 있는데 사실상 단체교섭권은 하나도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다.단체행동권은 공무원 특수 신분상 원칙적으로 줄 수 없다고 하고. 이를 어길 때는 5년 이하의 징역과 5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물게 된다.-그러면 외국에서는 어떻게 하나.정부는 일본과 독일을 예를 든다. 일본과 독일은 단체행동권은 없다고 한다. 일본은 노동관계법에서 가장 후진 나라다. 독일은 신사협정으로 모든 게 이뤄지기 때문에 단체교섭에서 다 끝나므로 단체행동권이 사실 유명무실하다. 미국은 50개 주 가운데 10개 주가 완벽한 단체행동권을 보장한다. 40개 주는 각기 다른 수준으로 적용한다. 관점에 따라 거의 안 한다고 할 수도 있고 상당 수준 한다고도 할 수 있겠지. 프랑스 등은 판사까지 파업하는 나라다. EU 가입국은 노동삼권이 거의 다 보장돼 있다. 남아프리카공화국도 완벽하게 노동3권이 보장돼 있다. "국민들 관에 대한 피해의식 누적돼…노조에 대한 부정적 인식도 커"





-지난 번 파업할 때 공무원노조의 파업을 반대하는 목소리가 많았다. 공무원노조가 왜 시민들에게 미움을 받나.

공무원노조의 잘못이 아니고 우리나라의 태생적 한계 때문에 그렇다. 우리 국민들은 피지배계층으로 살아온 게 5000년이다. 경북 안동의 한 권세가를 지탱하기 위해 40~50리 주변 주민들이 종이었다고 한다. 그런데 이들 권세가들보다 관의 아전들 횡포가 더 심했다. 일본 점령군 시대 때도 마찬가지였다. 국민들이 두려워한 것은 점령국의 관리가 아닌 관이다. 국민들은 저놈들 앞에서 말 잘못하면 두드려 맞고 죽을 수도 있겠구나 하지 않았나. 그래서 시골에서는 면서기라도 하면 출세하는 것으로 여겼다. 현대사 50년도 마찬가지다. 개발이라는 명목 아래 관이 군림하는 것이 한, 두 해가 아니다. 이처럼 관에 대한 피해의식이 누적돼 있다 보니 사람들이 관이라고 하면 치가 떨린다. 일반 국민들의 집단 무의식에 박혀 있는 거다. 공무원 사회 전체가 자기 반성을 해야 하는 거다. 물론 그 동안 공직자로서 본분 다한 분도 많았지만 전체적으로 보면 그 동안 누적돼 온 공무원에 대한 적대감에 대한 분노가 표출된 것이다. 우리는 그런 국민 위에 군림하는 공직 사회를 바꾸겠다고 한 건데 국민들이 그걸 전혀 몰라주더라.

이처럼 공직 사회에 대한 철저한 불신이 한 부분 있다면 노조에 대한 적대적 이데올로기 공세도 한 몫 했다. 국민들이 공무원이라는 말만 들어도 화 내는데 공무원이 노조를 한다, 파업까지 한다 하니 우리 주장은 따져보지도 않고 '죽일 놈' 하는 거다. 우리가 홍보를 잘하고 못하고 간에 질타 받을 수밖에 없는 지형이었다.

-말한대로 공무원 하면 철밥통, 칼퇴근, 뒷돈 챙기기 등을 떠올릴 정도로 부정적 인식이 국민들 사이에 팽배하다. 그렇게 정당하다면 그런 부정적 인식을 바꿀 생각은 못했나.

메이저 언론들이 우리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만드는 것이다. 물론 우리도 부정적 인식을 우호적으로 바꾸고 싶었다. 하지만 당장 법안은 만들어지고 있었다. 국민 여론을 우호적으로 만들어가며 할 만한 여유가 업었다. 최대한 예봉을 피하면서 법안 통과를 막는 것뿐이었다. 언론에서 잘 조명 안 해서 그렇지 우리가 비합법 조직일 때 부정적 인식을 바꾸기 위해 노력한 것은 엄청나다. 지난 말 총파업 때 억지부리는 것처럼 비쳐졌는데 절대 안 그렇다. 대한항공 조종사들이 승객 안전을 위해 파업하면 언론에서는 '고액 연봉자들이 이 가뭄에 웬 파업이냐'고 한다. 그런데 가뭄이 파업과 무슨 상관이냐. 현대자동차 등 대형 사업장에 대해서는 항상 그렇게 말해왔다. 지하철노조가 파업하면 늘 '시민들의 발을 볼모로 한다'고 공격한다. 노조가 내부사정을 잘 아는 내부자이기 때문에 국민들의 안전과 재산을 보호하기 위해 파업하는 건데 보수 언론의 이데올로기 공세가 이렇게 거세다. "지난 1년간 언론에 보도된 지자체 고위 공무원 비리만 80여건"

"토목공사 현장에서 밥, 술 얻어먹고 거마비 받는 현실 엄존"





-공무원들에 대한 부정적 인식은 상당 부분 현실을 반영하는 것 아닌가. 국민들의 인식과 현실 사이에 얼마나 거리가 있다고 보나.

부정과 비리가 공무원 사회에 아직도 상당히 잔존한다. 최근 몇 달 사이에만 전북 군산시장, 강원 동해시장, 경기 광주시장 등이 뇌물 비리로 구속되지 않았나. 지난 1년 동안 언론에 보도된 자치단체장과 고위 지자체 관료들의 비리 건수가 80여건에 이르더라. 우리가 스크랩 하면서도 놀랐다. 이런 사건 터지면 '저 도둑놈들'이라는 부정적 인식이 차곡차곡 쌓이면서 다시 제도적 보완책 없이 그냥 넘어간다. 결국 현실이 국민들의 인식에 부합한다는 거다. 이런 사안들도 실무자가 개입 안 되면 하기 힘들다. 그래서 이런 업무는 자기 사람 맡기는 것 아니냐.

-하위 공무원들은 어떠냐.
최근 새로 들어오는 공무원들은 개인주의적이다. 일할 만큼 일한 다음 월급 받겠다는 식이다. 공무원들을 '도둑놈'이라고 하면 이질감을 느낀다. 하지만 솔직히 윗 연배에는 부정이나 비리가 상당히 있었다. 과거 동사무소 앞에서 인감 증명 뗄 때 다른 사람들은 줄 서는데 동네 유지라는 사람들은 줄 안 서고 동장을 찾는다. 동장과 차 한 잔 마시다 인감증명 한 통 떼달라 하고는 만원 내놓고 간다. 소위 '급행료'라는 거지. 국민들 상당수가 이런 특권의식, 반칙문화에 젖어있다.

갈수록 그런 부분은 없어지는데 구조적 비리라는 것은 상존할 수밖에 없다. 지방의 도로포장 공사가 예닐곱 군데가 한꺼번에 벌어지면 토목직 공무원이 한 사업장에 한 번 가면 하루가 걸린다. 또 내부에서 행정적으로 처리할 일도 많다. 사실 공사 현장에 상주하며 감독해야 하는데 공사 현장 한 번 둘러보기가 힘들다. 어쩌다 공사 현장 한 번 가면 현장 소장들이 밥과 술을 사먹이고 거마비조로 얼마씩 준다. 받아서 안 되는 것인데도 관행으로 진행되고 있다. 이런 부분이 지금도 그럴 소지가 충분히 있다.

-일반 국민들은 공무원이라고 하면 철밥통에, 칼퇴근에, 편법으로 시간 외 수당까지 챙기면서 이제 노동3권까지 달라고 타령하느냐고 하는데.

조금 좋은 직장 다니면 노조해서는 안 되는 건가. 우리가 노동자라고 느끼는 순간 노조를 결성할 권리를 가져야 한다. 노조라고 하면 무조건 핍박하는 분위기와 공무원은 배부른 놈들이라는 인식 자체가 잘못돼 있기도 하다. "지난 해 폭설 때 주민들이 공무원 노조 사람만 와달라 했다"





-그런 부정적 인식을 바꾸기 위해 얼마나 노력했나.
사실 우리 존재 자체를 인정 받지 못하는 상황에서 우리가 한 노력을 알면 놀랄 것이다. 먼저 공무원 조직 내의 수직적 문화를 수평적으로 바꿨다. 장기적으로 국민들에 대한 서비스가 높아진다. 공무원노조 조합원들이 14만명이다 보니 지도부 생각대로 다 움직이지 않는 것은 사실이다. (자신이 입고 있던 공무원노조 단체 조끼를 가리키며) 하지만 노조원들이 이 조끼를 입으면 태도가 달라진다.

단편적 예로 지난 해 3월 중부지역에 폭설이 내린 적이 있다. 그때 재해 복구 사업 때 현장 주민들이 공무원노조에서 온 사람들 외에는 받지 않겠다고 했다. 나도 많이 동원돼 봤지만 재해가 발생하면 공무원들이 업무를 중단하고 재해 복구하러 간다. 오전 9시에 출발해 현장에 가서 한 두 시간 글적거리다 퇴근 시간 맞춰 오후 4,5시정도 되면 돌아간다. 그냥 갔다 왔다는 게 중요하지 얼마나 피해가 복구됐는지 중요하지 않다. 하지만 그때 공무원노조 깃발 꽂고 새벽부터 밤 늦게 까지 성심성의껏 도왔다. 그래서 주민들이 실질적으로 '우리가 다르다'는 것을 느낀 것이다.

그리고 추석과 설 선물 안 주고 안 받기 운동을 펼쳤는데 성과가 꽤 많았다. 2003년 추석 앞두고 경남본부 차원에서 각 기관별로 비리 소문이 자자한 사람들을 대상으로 2,3명씩 골라 공무원노조가 열흘동안 밀착감시했다. 한 군의 건설과장 집 앞에서 3,4일간 잠복근무했다가 선물을 전달한 경우를 포착했다. 어느날 밤 외제차가 탁 와서 서더니 한 사내가 주위 살피고 들어가서 10분쯤 있다가 나오더라. 봉투 같은 걸 전달하고 온 거다. 그 장면을 잡아 언론에 알렸다. 그런 식으로 감시를 한다고 알려지면서 명절 떡값 주고받기가 상당히 줄더라. 업자들도 우리 핑계 대면서 돈을 안 줬다고 전화해서 고마워하더라.

2004년 설 때는 현금 봉투도 잡았다. 도의 출연기관의 한 책임자가 50만원짜리 봉투를 받은 것이다. 그런 식으로 여태까지 다 해왔다는 것 아니냐. 그 뒤로 더 은밀해졌는지는 몰라도 4개 기초단체에서 '다시 이런 일 없도록 하겠다'고 공문을 받기도 했다. 이미 당시 공무원노조 경남본부는 사회적 실체로 자리잡았다. 허성관 전 행자부 장관 때 불법단체로 되면서 신나게 터졌는데 역사가 거꾸로 간 거다.

이것말고도 많다. 지자체에서는 관급공사 수의계약 관련 비리가 제일 많다. 전남 해남군의 우리 지부장은 토목직인데 그런 비리를 막으려고 전자입찰 계약으로 다 바꿨다. 기자도 오늘 처음 듣는 것 많지 않나.

-국민들은 일반 회사에 비해 공무원들이 매우 느슨하게 일한다고 고깝게 본다. 오후 5,6시 되면 바로 칼퇴근하고 정작 할 일들은 안 한다고 불평이 많은데.

공무원들이 사실 욕 들어먹을 일 많이 하는 건 맞다. 하지만 공무원들도 단순 업무보조 역할을 하는 분들 외에는 칼퇴근 안 된다. 민원부서 외에는 거의 못한다. 공무원들도 날밤 새는 경우 많다. 또 겨울에는 산불 감시 때문에 늘 비상 대기한다. 거의 모든 공무원들에 담당 구역이 배정된다. 이 때문에 주말에 친인척 혼사에는 못 가는 게 정형화됐다. 그렇다고 대가를 받는 것도 아니다. 솔직히 산에 불 나면 불 끄러 가는 건 공무원들 밖에 없다. 민간인들은 절대 안 간다. 비상상황 발생하면 그래도 공무원들이 몸 던진다. 내가 경험한 건데 한번은 폭우가 쏟아져 자기 마당에 하수구가 넘쳐났다. 자기 마당이니 일단 급한 처리는 해놓고 연락해야 하는데 현장에 가서 내가 하수구 들어가 치우니 주인은 호주머니에 손 넣고 턱으로 이거 하라, 저거 하라 하더라.

우리 사회가 경제 살리기 위해 공무원을 줄여야 한다고 하는데 우리나라가 OECD 가입국 가운데 공무원 숫자가 제일 적다. 한 행정학 교수가 예전에 '우리 사회 전반이 행정력을 계속 요구하면서 자꾸 자른다. 뭔가 앞뒤가 안 맞다'고 하더라. 언론 보도 때 항상 말미에는 담당 공무원의 묵인 아래, 방치 아래 이렇게 됐다고 한다. 예를 들어, 소방점검 안 했다 하는데 실제로는 소방안전점검을 할 수 있는 인력이 없다. 위생담당 공무원이 위생업소 점검을 안 했다고 하는데 국민 건강을 보장하기 위해 법을 만들었는데 정작 담당하는 인력이 없다. 사회복지업무가 태부족하다지만 정작 사회복지사들이 태부족이다. 사회복지사 한 명당 1만명을 담당해야 하는데 내부 업무 처리하는 것만 해도 빠듯하다. "부정부패 척결과 공무원 사회 개혁이 우리의 목표"





-공무원노조의 향후 목표가 뭔가.
공무원노조는 공무원의 철밥통을 무쇠솥으로 만들기 위한 조직이 아니다. 우리 목표는 부정부패척결과 공직사회의 개혁이다. 국민들이 공무원노조가 있어 이렇게 공무원사회가 깨끗해지는구나 느끼도록 하겠다. 공익을 위해 내부고발을 감행한 '공익제보자 모임' 등과 함께 부패추방을 위한 여러 가지 활동을 펼치겠다. 공무원 사회 내의 내부고발도 적극적으로 유도할 생각이다. 한국 사회에선 내부고발하면 죽는 것 아니냐. 하지만 그들을 설득해 내부고발을 유도하는 대신 우리가 방패막이가 돼 주겠다.

우리 활동도 중요하지만 권력기관이 바뀌어야 한다. 경남도의 한 기초단체장의 수해복구 공사와 관련한 비리를 공무원이 익명으로 검찰과 경찰, 감사원 등에 고발했는데 아무런 조치가 안 이뤄진다. 오히려 관할 경찰서는 제보 서류에 묻은 지문을 찾아 국립과학수사연구소에 감정을 의뢰해 신원을 확인한 뒤 오히려 제보자를 무고 혐의로 처리하려고 했다. 이 사람이 결국 아예 부패방지위원회에 신고하고 사건을 전면화하자 그제서야 경찰이 멈칫하고 있다. 하지만 문제가 된 단체장의 비리에 대해서는 경찰도, 검찰도 꿈쩍 안 한다. 상당히 구체적인 증거까지 제공을 했는데도 그렇다. 우리가 이런 거꾸로 된 세상에 살고 있다.

우선은 우리의 존재가치를 인정 받기 위해 몸부림칠 것이다. 그러기 위해 공직사회 개혁과 부정부패 척결 목표를 위해 끊임 없이 갈 것이다.

-공무원노조가 공무원들의 이익만 챙기는 조직이기주의로 흐르지 않을까 우려하는 시선도 있는데.

우리가 방향 잘못 잡으면 또 다른 권력으로 자리잡을 수 있다. 내부에서도 그런 걱정이 있다. 결국 조직의 정체성 문제인데, 우리가 끊임없이 갈고 닦아야 한다. 의식적으로 자기를 통제하지 않으면 그렇게 흐를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 스스로 계속 채찍질해야 할 부분이다.

그런 점에서 주위에서도 끊임없이 견제와 비판을 해줘야 한다.
-어떻게 공무원노조 활동을 하게 됐나.
80년에 울산시청에서 공무원 생활을 시작해 나름대로 국가와 민족을 위해 열심히 일했는데 어느 날 돌아보니 내가 국민들을 위해 일하는 게 아니었다. 권력의 끝자리에서 국민을 짓밟는 위치에 있었지 국민을 위한 게 아니었다. 이제 정말 국민을 위해서 일하자고 하는 것이다. 윗사람 눈치보면 일하는 공무원이 대다수다. 정책이 잘못됐다 싶어도 기관장 말이 곧 법이기 때문에 내부에서 문제 제기를 못한다. 공무원노조가 국민들 눈 높이에서 견제하고 비판하자는 것이다. 이런 것들이 총화되면 국민들이 훨씬 더 편하게 살 수 있지 않겠나.

-가족들의 걱정이 많지 않나.
아내는 벌써 나를 포기했다. 같은 조합원이어서 이해하는 편이지만…초등학교와 중학교에 다니는 두 아이들에게는 내가 뭐 하는지 늘 쉬쉬해왔다. 몇 달 씩 집을 비우기 때문에 아이들에게 미안할 따름이다.
by 선대인 2008. 9. 4. 16:22

관료들, 국민 편한 개혁은 안 하고 머리 엉뚱한 데 써


"우리 관료들은 국민에게 부담을 주는 정책에는 머리를 많이 쓰고, 돈 안 들고 국민들 고생 안 시키는 데는 늦습니다. 머리들을 이상한 데다 씁니다. 돈 안 들고 국민 편한 개혁은 안 합니다. 87년 민주화 운동 이후 들어선 노태우 대통령부터 노무현 대통령까지 17년동안 관료사회의 개혁은 제대로 못했습니다. 관료사회를 개혁하지 못하면 외환위기와 카드채 사태에 이은 제 3의 위기를 언제든 맞게 될 수 있습니다."

김태동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은 미디어다음과의 인터뷰에서 '관료사회 개혁론'을 시종일관 매우 강하게 제기했다. 김 위원은 김대중 정부 초대 청와대 경제수석과 정책기획수석, 정책기획위원장 등을 역임하며 재벌 개혁 등을 통해 외환위기 극복 과정에서 큰 역할을 했다.

한국은행 그의 사무실에서 약 2시간반 동안 진행된 인터뷰에서 김 위원은 "관료들이 나쁘다는 것이 아니라 '정책은 관이 결정한다'는 일제시대의 잔재를 그대로 유지하는 게 문제"라며 "직선 대통령들이 그 문제의 심각성을 모르고 있는 게 안타깝다"고 말했다. 그는 "이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어떤 대통령이 와도 경제로 성공한 대통령 되기는 어렵다"며 "역대 대통령들이 대체로 처음 2년은 관료 얘기를 많이 안 듣고 잘 하다가 3년째부터 관료들 얘기를 많이 듣기 시작해 임기가 끝날 때에는 매번 경제에서 높은 평가를 못 받았다"고 지적했다.

김위원은 이 같은 연장선상에서 우리가 선진국이 되기 위해 해야 할 일로 부패 척결과 관료사회의 개혁을 꼽았다. 그는 "특히 공공부문의 부패를 현저하게 낮춰야 한다"며 "세계 최고 수준의 휴대폰과 자동차를 만들면서 부패 문제는 왜 아프리카 나라와 어깨를 견주느냐"고 개탄했다. 그는 또 예산을 수조 원 절감하는 효과를 내는 최저가낙찰제 확대시행 유보나 정치권의 정치자금법 개정 시도를 예로 들며 "대통령의 임기가 절반도 안 지났는데 부패세력이 점점 활개 치는 방향으로 간다"고 성토했다.

그는 또 "재정지출을 늘리는 것은 현재 또는 장래의 국민 부담을 늘리는 것인데 관료들이 치밀한 검토 없이 매우 단기적으로 생각한다"며 "그러니 지방공항 등 수요가 많이 없는 사회 인프라를 마구잡이로 건설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관료들이 이런 불필요한 사업들이 없으면 자기 자리를 유지할 수 없으니까 5조~10조원씩 들어가는 사업의 계획을 밤을 새서 만든다"며 "일본의 10여년 장기 침체가 바로 이 같은 관료주의와 부패, 재정적자의 결과물"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박정희식 패러다임은 더 이상 우리 경제에 도움이 되기보다는 해악을 준다"며 "그 증거가 외환위기와 신용카드 위기라고 본다"고 말했다. 전문성이 부족한 관료 주도의 경제정책이 경제 발전에 오히려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것. 그는 또 고시제도와 순환보직제가 관료들의 전문성을 떨어뜨린다고 지적하고 "시장에서도 전문가를 구해야 제3의 위기를 겪을 확률을 줄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김 위원은 우리 경제가 수출 부문에서는 호조를 보이면서도 내수가 침체한 원인으로 카드 채 사태와 부동산 투기를 들고 이에 대해서도 정책 당국자들을 호되게 비판했다. 거품으로 단기 경제성장율은 높였지만 이 때문에 생긴 카드 빚과 부동산 대출로 소비가 현저히 줄어 내수가 침체에 빠지도록 했다는 것. 그는 "재경부나 건교부가 부동산 값이 뛸 때 적절한 정책을 내놔야 하는데 오히려 거꾸로 갔다"며 "공무원들이 맡은 분야에서 수단 방법을 안 가리고 투기를 키워서라도 경기를 살리려 하는 수십 년 된 문화에서 생겨난 것"이라고 비난했다.

그는 특히 부동산 투기 문제와 관련, "잠재적으로 카드채 사태보다 더 걱정되는 분야"라며 "일본이 부동산 문제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해 10년 이상 잃어버렸는데 우리는 부동산 문제가 해결 안 되면 선진국 꿈을 버려야 할지도 모른다"고 걱정했다. 그는 "국내 부동산 값이 지금 침체를 겪고 있지만 이미 국민소득 3만 달러 수준에 와 있다"며 "열 살 난 아이가 스무 살 장정이 져야 할 무거운 짐을 지고 수 년을 살아야 하는 게 우리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다음은 그와의 일문일답.

"카드 거품으로 2년 덕 본 것 2년 이상 걸려 비용 지불"






-현재 한국경제가 어떤 상황인가.

97년 이전에 비하면 우리 경제가 구조적으로는 괜찮고, 97년 외환위기 직후보다도 좋다. 고쳐야 할 부분은 많지만 아주 나쁜 것은 아니다. 작년에 수출이 많이 돼서 경상수지 흑자가 280억 달러 전후가 됐다. 반도체, 휴대폰, 자동차, 조선, 철강 등은 예외 없이 다 잘 돼 수출이 30%정도 증가했다. 세계 경제가 좋아지는 것을 중국 다음으로 2,3번째로 잘 활용한 나라다. 그렇게 잘한 것을 신문에서 제대로 보도 안 한다.

그렇게 수출을 잘 하는 데 기여한 기업들은 국민들이 굉장히 칭찬해야 한다. 한국을 외국이 어떻게 평가하는지 단적으로 보여주는 게 환율이다. 지난해 우리는 대외통화 가치 절상을 막기 위해 심혈을 기울여 외환보유액이 500억 달러 늘어났다. 그렇게 늘려도 연초 환율이 1180원대에서 1030원대로 연초에 비해 13%가량 절상됐다. 그만큼 우리 경제가 강하다는 거다. 대외적으로는 굉장히 좋은 해였다.

-수출은 잘 되지만 내수경기는 침체라고 아우성이다. 왜 수출 호조가 내수경기로는 연결이 안 되나.

지난해 수출이 달러 기준으로 30% 가까이 증가했고, 전체 경제성장률도 4.6~4.8% 정도로 추정된다. 2,3년 전까지 우리 잠재성장률을 5% 내외로 봤으니 우리 능력 정도를 한 거다. 어느 부문은 세계에서 2,3등 할 정도로 성과를 냈지만 어떤 부문은 마이너스 성장을 했다. 교육, 유통, 음식숙박업 등 서비스산업이 마이너스 성장을 했다. 서비스산업이 국내총생산의 50% 이상을 차지하고 제조업은 30% 정도를 차지한다. 제조업 수출이 잘 돼 10% 이상 상승해도 서비스산업의 마이너스 성장으로 전체 성장률은 4% 후반대가 되는 것이다.

그럼 왜 서비스 산업이 마이너스 성장을 했느냐. 특별한 이유가 하나 있다. 우리 정부 관료들이 제 발이 저린지 이것을 잘 얘기 안 해서 국민들도 잘 모른다. 그게 2001~2002년에 있었던 신용카드 거품이 2003년 초부터 꺼지면서 일어난 내수침체 효과다. 97년 외환위기로 우리 경제가 7년 이상을 잃어버렸는데 신용카드 거품 때문에 우리 경제가 다시 2년 이상을 잃어버렸다. 신용카드로 한 군데서 몇 천만원씩 빌려서 쓸 때는 좋았다. 그런데 카드 돌려막기가 계속되나. 카드채 거품이 2002년말에 시작돼 2003년부터 본격적으로 꺼지기 시작했다. 많은 소비자들이 빚 갚기에 바빠진 것이다. 여행도, 외식도 못하고 학원도 덜 보내게 됐다. 그런 현상이 지난 연말까지 계속되고 있다. 만약 작년에 민간 소비가 90년대처럼 5%만 증가했으면 우리 경제의 지난해 성장률은 8% 가까이 된다.

2002년 상반기까지 당시 정책자들이 신용카드 붐으로 인한 소비 경기 붐에 도취돼 안이했다. 한편으로는 당장의 경제성적표에 너무 욕심을 냈다. 이 때문에 2002년에 경제 성장률이 7%나 돼 OECD 국가 가운데 가장 높았다. 그 해 대만, 싱가폴 등은 마이너스 성장을 할 때다. 우리는 카드 거품으로 인한 내수가 좋아서 그 때는 덕을 본 것이다. 이제 그 비용을 2003년부터 지불하고 있다. 2년 덕 본 것을 2년간 비용 지불해 본전을 맞추면 좋은데 사실은 빚을 갚는 데는 시간이 더 걸린다. 작년, 재작년은 소비가 마이너스 성장했고, 올해는 소비가 플러스로 반전하겠지만 미미할 것이다. 우리 수출 증가율이 동남아국가들보다 더 높은데도 전체 성장율이 더 낮은 것은 카드 거품이 꺼졌기 때문이다.

"카드 사태 관련 모두 책임졌는데 정부만 책임 안 져"


"사회 민주화됐지만 관료사회 개혁은 한 번도 못해"

"고시와 보직순환제로는 관료 전문성 못 키워"





-DJ정부가 경기 침체를 피하기 위한 탈출구를 찾는데 집착했던 것 같다. 특히 대선을 앞두고 있던 터라 카드채 거품을 의도적으로 띄웠다는 지적도 나오는데.

(그 부분에 대해선) 아직도 궁금하다. 현 정부 잘못은 분명히 아니다. 대통령이 바뀌었는데도 잘못된 정책 실패사례에 대해 왜 분석을 안 하나. 소 잃고 왜 외양간도 안 고치나. 비슷한 방식으로 제1, 제 2, 제 3의 위기가 있을 수도 있지 않나. 그런 일이 생기면 국민소득 2만 달러를 달성하는데도 걸림돌이 된다. 외환위기로 7년, 카드위기로 2년, 최소 9년 동안 짐을 안고 살아야 한다. 제 3의 위기를 예방하기 위해서라도 외환위기나 신용카드 위기에 무슨 잘못이 있었는지 알아야 한다.

물론 갚을 능력을 넘어서 카드로 불필요한 것을 산 것은 당사자에게 우선 잘못이 있다. 두 번째는 신용이 없는 사람에게 카드 발급하고 현금서비스와 카드론을 해준 신용카드사들의 잘못도 있다. 세 번째는 감독하는 금융감독원이 제대로 감독하지 못한 잘못이 있다. 금융감독기구가 제대로 했다면 카드 남발을 억제할 수도 있고 중간에라도 카드사들을 검사해서 리스크와 신용 관리를 하는지 확인했어야 했다.

금융감독기구의 독립성은 낮은 수준이다. 금융감독기구가 나름대로 노력했는데 독립성이 없어서 정부 눈치를 보느라 못했다면 영향을 미친 재정경제부나 청와대가 잘못한 것이다. 카드사태를 보면 인도네시아보다 경제정책을 못하는 나라로 기네스북에 올라갈 정도다. 결과적으로 많은 국민들이 2년 이상 고생하는 결과가 생겼다. 그런데 국민들이 마음이 너무 좋은 것인가. 그런 정책을 추진한 사람들에게 책임을 묻지 않는 너그러운 마음을 갖고 있는 것 같다. 채무자들은 빚을 상환하면서 책임지고, 신용불량자는 여러 가지 혹독한 고생하면서 책임지는 것이다. 카드사들은 합병되거나 인수되면서 일부라도 책임을 졌다. 일부 대주주가 책임을 졌느냐 하는 문제는 남아있지만 말이다. 하지만 카드론이나 현금서비스 제한을 카드사에 권고한 것이 2002년 하반기였는데 너무 늦었다. 1년 반이나 2년 전에 내려야 했던 결정을 너무 급브레이크를 밟으니 신용카드 거품이 확 빠지면서 우리가 고생하는 것이다.

금감위가 독립성이 없어 적시에 제동을 못 걸었다면 금감위, 금감원에 독립성을 부여해야 한다. 우리 관료들은 국민에게 부담을 주는 정책에는 머리를 많이 쓰고, 돈 안 들고 국민들 고생 안 시키는 것은 늦다. 머리들을 이상한 데다가 쓴다. 돈 안 들고 국민 편한 개혁은 안 한다. 노태우 대통령부터 노무현 대통령까지 17년동안 관료사회의 개혁은 제대로 못했다. 관료사회의 개혁을 못하면 제 3의 위기를 맞게 된다.

-관료사회의 개혁을 언급했지만 우리 경제가 질적 전환을 하기 위해서는 정부 등 공공부문의 개혁이 선행돼야 한다는 지적이 많은데 어떻게 생각하나.

박정희식 패러다임은 더 이상 우리 경제에 도움이 되기보다는 해악을 준다. 그 증거가 외환위기와 신용카드 위기라고 본다. 그래서 97년 외환위기 직후에 재벌, 금융, 노사, 공공 등 4대 개혁을 했다. 재벌개혁을 한다는 건 많이 나왔고 금융개혁도 일반 금융기관을 놓고 보면 어느 정도는 이뤄졌다. 노동부문의 유연성도 많이 높아졌다.

하지만 정부 부문은 아직 별로 개혁되지 않았다. 외환위기의 교훈이 뭔가. 97년 위기상황에 접근할 때 몇 달 전에 미리 대비했다면 외환위기까지는 안 갔을 것이다. 당시 중요한 자리에 전문가가 없었던 탓이다. 61년 이후 박정희식 경제개발 방식은 큰 방향을 청와대에서 정하고 실행하는 것을 관련 부처에 맡기고 시장을 끌어갔다. 그 뒤에 전두환 씨가 독재하면서 같은 패러다임으로 했다. 80년대 말 대기업 쓰러질 때도 다른 대기업이 빚까지 같이 인수하게 해 넘기는 식으로 필요한 개혁을 안 하다가 결국 외환위기를 겪었다.

이제는 박정희식 패러다임을 바꿔야 한다. 재벌에 의존한 경제 정책은 DJ정권 때부터 어느 정도 바뀌었다. 하지만 관료 중심의 정책생산은 박정희 정권 때보다 더 의존도가 높아진 측면도 있다. KDI나 대외경제연구원 등 정부 출연 연구소의 독립성이 과거보다 더 떨어지는 것도 문제다. 관료들의 정책이 결정된 뒤 그걸 합리하화는 연구만 한다면 없는 것만 못하다. 그럼 관료들이 전문성이 있어야 하는데 관료들은 20대 후반에 행정고시를 보고 들어온 사람들이다. 회계사나 사시 출신들은 합격자 수가 늘어 경쟁이 치열해지고 합격한 뒤에도 공부를 많이 한다. 그러나 행시 출신 공무원들은 여전히 많이 안 뽑는데다 순환보직 때문에 전문성이 부족하다. 개방된 시장경제에서는 경제 정책 공무원은 고도의 전문성을 가져야 한다. 시장에서도 전문가를 구해야 제 3의 위기를 겪을 확률을 줄일 수 있다.

현재의 관료 선발, 승진 시스템으로는 안 된다. 순혈주의에 빠져 20년 전에 시험으로 뽑은 사람을 가지고 체계적인 훈련 없이 현재의 복잡한 문제에 처방을 내리라는 것은 그 분들이 아무리 머리가 좋아도 너무 무리다. 미국은 고사하고 동남아 국가들이 하는 인력 충원 방식에도 못 미친다. 고시제도는 없앴으면 좋겠다. 어느 나라에도 고시가 없는 걸로 알고 있다. 일본도 부동산 버블로 고생했는데 결국 관료들의 정책 판단 잘못 때문이다. 사람이 아무리 머리가 좋아도 자율성 없이 우물 안 개구리 모양으로 생활하면 처지게 돼 있다. 미국에서는 관료 생활을 관두고 민간부문에 진출하면 10배의 연봉을 받는다. 우리는 그런 게 안 되니 국장은 차관, 차관은 장관, 장관은 대통령 눈치를 보니 소신껏 정책을 밀지를 못한다. 관료들이 나쁘다는 것이 아니라 '정책은 관이 결정한다'는 일제시대의 잔재를 그대로 유지하는 게 문제다. 직선 대통령들이 그 문제의 심각성을 모르고 있는 게 안타깝다. 이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어떤 대통령이 와도 경제로 성공한 대통령 되기는 어렵다. 역대 대통령들이 대체로 처음 2년은 다 잘한다. 처음 2년은 관료 얘기를 많이 안 듣다가 3년째부터 관료들 얘기를 많이 듣기 시작해 끝날 때는 매번 경제에서 높은 평가를 별로 못 받았다.

-정부정책이 잘못됐을 때 왜 제대로 된 평가가 없나.

(잘못을 저지른) 같은 사람에게 평가하라고 하니 그런 거다. 벤처정책이 잘못됐을 때도, 신용카드 사태가 잘못됐을 때도 그 때나 지금이나 아무 변화 없는 이유가 뭔가. 정책 실패를 거듭하는 것을 막아야 한다.
 
"대통령, 관료 문제 심각성 몰라"

"국내 부동산 가격 국민소득 3만불 수준"

"투기 키워서라도 경기 살리려는 관료 문화 없어져야"





-노무현 대통령이 이런 문제의 심각성을 모르고 있는 건가, 아니면 아는데 관료들에 휘둘려 개혁을 못하는 건가.

모르고 있다. 전문성이 부족한 사람들이 경제정책, 사회정책을 근시안적으로 추진하고 새로운 정책을 시행할 때 과거 잘못을 덮어버리는 방식으로 하는 것은 하루 빨리 고쳐야 한다. 그런 건 돈 드는 것이 아니다. 금방 된다. 고시 없애는데 돈 드나. 능력 있는 사람을 서울뿐만 아니라 전국에서 뽑도록 활성화해야 한다. 사람 뽑는 것은 좀 더 수공업적으로 해야지 고시로 머리 좋다는 것만 보고 뽑는 것은 안 된다. 사람 뽑는데 좀더 성의를 더해야 한다.

-아까 신용카드 거품 붕괴가 내수 침체에 미친 영향을 언급했지만 일부 전문가들은 부동산 거품이 우리 경제에 미칠 악영향이 더 크다고 하는데.

분명히 그것도 중요한 원인이고, 사실은 잠재적으로 카드채 사태보다 더 걱정되는 분야다. 일본이 부동산 문제 제대로 대처 못해 10년 이상 잃어버렸는데 우리는 부동산 문제가 해결 안 되면 선진국 꿈을 버려야 할지도 모른다. 부동산 값이 서울 강남을 보면 국민소득 3만달러 수준에 와 있다. 그런 나라들의 가장 요지 가격에 와 있다. 예컨대 미국 LA의 헐리우드 톱스타들이 사는 집들이 200만~300만 달러까지 가는지 모르겠는데 강남에는 20억,30억 가는 데가 있지 않나. 평수로 따지면 더 심하지. 거기에는 2000평, 3000평 하는 게 100만~200만 달러 하는데 우리는 100평, 200평 짜리가 20억~30억 하니 말이 되나.

10살 정도 아이가 스무살 장정이 져야 할 무거운 짐을 지고 수 년을 살아야 하는 게 우리 경제의 모습이다. 이렇게 되면 보통 사람이 결혼한 후에 월급 저축해서 집을 마련할 때까지 걸리는 시간이 다른 선진국에 비해 길어진다. 경우에 따라서는 일생을 집을 마련하기 위해 살거나 집을 못 마련하겠으니 전세나 살겠다고 할 수도 있다.

신용카드뿐만 아니라 부동산 대출 많이 받은 가구는 빚 갚느라고 소비를 많이 줄였다. 도시가구 근로자를 5개 계층으로 나눠 원리금 상환 부담률을 가처분소득으로 나눈 비율을 보면 오히려 고소득 근로자의 원리금 상환비율이 더 높다. 이 사람들이 카드빚 때문에 그렇지는 않을 테고 부동산 대출하고 빚 갚느라고 그랬을 것 아니냐. 지금 근로계층은 저소득이든, 고소득이든 높은 원리금 상환 부담 때문에 돈을 못 쓰고 있는 것이다. 자영업자들도 마찬가지 상황일 것이다.

-결국 부동산 투기 사태와 관련해서도 정부 관료들이 제대로 대책을 내놓지 못한 것 아닌가.

80년대 후반 부동산 값이 폭등할 때 도입된 토지초과이득세 등 부동산 투기 억제 수단이 국민들이 잘 모르는 사이에 많이 없어졌다. 택지소유 상한제 등은 위헌 결정을 안 받았는데도 건설교통부가 갈수록 대상을 점점 축소시켜 몇 년 전부터는 완전히 없어졌다. 요즘 재건축이 문제 되니 거기에 한해 재도입한다고 하는 정도지. 부동산 투기 억제 수단을 하나하나 없애가도 우리 행정은 잘못된 것을 덮어버리기 때문에 누가 없앴는지 알 수도 없다.

2001년부터 주택가격이 막 뛰지 않았나. 왜 뛰었나. 여러 요인이 있다. 2000년부터 IT붐이 빠지면서 부동산으로 돈이 몰리기도 했고 금리가 싸진 것도 이유다. 정부가 90년대 초부터 아까 얘기한 투기억제 수단을 없앴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아파트 전매 등 투기를 조장하는 수단을 많이 도입한 것도 이유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요인은 재경부나 건교부가 부동산 값 뛸 때 적절한 정책을 내놔야 하는데 오히려 거꾸로 갔다. 공무원들이 맡은 분야에서 수단 방법을 안 가리고 투기를 키워서라도 경기를 살리려 하는 수십 년 된 관행에서 나온 것이다. 외환위기 겪으면서 없어졌어야 하는데 그게 계속 온존해왔다. 2001년 이후 부동산 값이 많이 폭등했을 때 정책타이밍을 놓쳤다. 2001년에 근본대책이 나왔어야 했는데 야금야금 정책을 내놓다가 2003년 10.29대책으로 결국 투기붐을 막았다. 시기를 놓친 것이나 대처하는 꼴이 카드채 사태와 꼭 닮았다.

-지금 상황에서 부동산 정책을 어떻게 가져가야 하나.

아파트를 합쳐 토지의 부동산 가치가 대략 4000조~4500조원 정도 된다. 이게 15% 이상 떨어진다고 하면 모든 금융기관에서 만기 때마다 최대한 주택담보 대출을 회수하려 할 것이다. 더구나 경매가는 살 사람이 없어 10억 짜리가 1억원도 될 수 있다. LTV(Loan to value. 부동산 가격 대비 대출한도)를 2002년에 거의 규제 안 해 은행이 이 비율을 70%까지 내렸을 것이다. 60%까지만 내렸더라도 15% 정도 떨어지는 사태가 생기면 경매가는 폭락한 상태로 진행될 수 있다. 그래서 경착륙은 안 된다. 아무리 거품이 싫어도 그건 안 된다. 경착륙은 안 되지만 현 수준 유지는 안 된다는데도 동의할 것이다. 그러면 조금씩 하락해야 하는데 지난 해 물가 상승률이 3.6% 이므로 실질 아파트 가격은 5% 정도 내린 것이다. 일부 강남 지역에서 30~40%의 거품이 있다면 작년 수준으로 간다면 최소한 5년 정도는 가야 한다. 그 무거운 짐을 어찌됐던 지고 갈 수밖에 없다. 건설경기는 냉각되겠지만 어느 정도의 냉각은 감수해야 한다.
 
"선진국 진입 위해 부패 척결과 관료 문화 개혁 필수"

"세계 최고 수준 휴대폰 만들면서 부패는 왜 후진국 수준인가"

"관료들 자리 보전용 각종 사업 밤 새서 만들어"





-한국이 선진국으로 도약하기 위해 해결해야 할 가장 중요한 과제는 뭔가.

환율 추세나 경제 성장률, 물가 상승률 전망 등을 종합하면 2008년에 2만 달러가 되는 것은 어렵지 않다. 문제는 선진국이 되는 과정이다. 지금은 2만 달러라고 반드시 선진국이라고 할 수 없다. 우리 사회의 정신적, 문화적 수준이 덩치에 비해 너무 떨어져 있으면 2만 달러가 다시 1만5000달러로, 1만 달러로 갈 수도 있다.

우리가 선진국이 되기 위해 우선 정부가 할 일이 부패 척결이다. 특히 공공부문의 부패를 현저하게 낮춰야 한다. 부패문제는 박정희 대통령 때부터 올해 노대통령 신년사까지 빠진 적이 없다. 그런데 우리 사회의 투명성 지수는 10점 만점에 4.5점을 맴도니 아프리카 우간다 수준이다. 세계 최고 수준의 휴대폰과 자동차를 만들면서 부패 문제는 왜 아프리카 나라와 어깨를 견주나.

정부가 올해 확대시행을 약속했던 최저가낙찰제를 지난해 말 슬그머니 또 다시 유보했다. 최저가낙찰제는 '글로벌 스탠다드'이고 도입할 경우 예산을 수조원이나 절감하는 효과를 낸다. 그런데 정부가 전력을 다해 이를 미루고 있다. 언론까지 이를 돕고 있다. 국회는 1년도 안 된 정치자금법을 과거로 돌리려 한다. 대통령의 임기가 절반도 안 지났는데 부패세력이 점점 활개 치는 방향으로 간다. 이런 식으로 재정지출을 늘리는 것은 현재 또는 장래의 국민 부담을 늘리는 것이다. 관료들이 정부 지출을 늘릴 때 치밀한 검토 없이 매우 단기적으로 생각한다. 그러니 지방공항 등 수요가 많이 없는 사회 인프라를 마구잡이로 건설하는 것이다. 그게 일본형이다. 일본형 불황은 관료주의와 부패, 재정적자의 결과물이다. 관료들이 이런 불필요한 사업들이 없으면 자기 자리를 유지할 수 없으니까 5조~10조원씩 들어가는 사업의 계획을 밤을 새서 만든다. 재정의 효율성을 높이고 부패수준을 낮춰야 한다. 이미 우리 국민의 담세율은 선진국 수준에 와 있는데 부패는 아직 아프리카 국가 수준이다.

경제(經濟) 에서 경은 '곧이 곧대로'라는 뜻이 있다. 그 반대는 제멋대로 하는 거다. 제멋대로 하는 것은 권세 권(權) 자다. 경제에서 제일 좋은 것은 곧이 곧대로 돌아가게 하는 것, 법과 규칙에 따라 물 흐르듯이 사람들이 편하게 생산하게 하는 것이다. 법(法)도 물 흐르듯 하게 하는 거다. 법치가 되면 경제가 된다. 하지만 우리 부패 수준이 높고 법과 관련해 흥정이 이뤄지기 때문에 법치가 문란하다. '차떼기'도 사면되고 하는 것도 법치가 문란한 것이다. 대통령이 사면 한 번도 안 하면 법치가 업그레이드 될 것이다. 부패가 적발돼도 법이 느슨하게 적용돼서 재벌 총수와 국회의원이 법을 우습게 아는 것이 경제를 아주 나쁘게 한다. 4700만이 경제행위를 하는데 결국 사회 구성원 모두가 얼마나 최선을 다해 노력하느냐에 따라 경제성적표가 좌우된다. 열심히 하는 것을 가로막는 게 부패다. 직장에 들어가서 승진할 때도 돈 주고 공무원 상대로 뇌물 잘 주고 술 잘 먹고 하는 사회가 어떻게 선진사회가 되겠나.

두 번째는 낡은 관료시스템의 개혁이다. 아까 말한대로 고시 없애고 공무원에게 충분한 봉급을 주도록 해서 유능한 사람이 시장에서도 올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럼 정부 안에만 관료주의가 있나. 재벌이 됐든 어디든 대학 졸업한 뒤에 뽑은 사람들만으로 승진하도록 하고 정책을 결정하는 시스템 아래서는 비정부기구라도 관료주의 문화가 형성될 수 있다. 그런 데서는 고객이나 시장을 중심으로 생각 않고 인사권자만 보게 된다. 심지어 축구팀에도 관료문화가 있어서 히딩크가 그걸 깨려고 하지 않았나. 우리 사회 전반에 히딩크가 필요하다. 관료주의를 안 깨면 선진국이 안 된다. 일본도 제조업 선진국이 됐지만 관료주의가 만들어낸 부동산 거품 붕괴로 10년을 잃었다.

물론 기본적으로 정부가 해야 하는 일이다. 하지만 정부는 결국 국민들이 선택하는 것 아닌가. 국민들이 상시로 주인 노릇을 제대로 해야 한다. 우리 스스로 노력하고 정부가 잘못할 때 제대로 하라고 지적하는 게 국민이 할 일이다.
by 선대인 2008. 9. 4. 16:21

상품권 뒤에 도사린 세일즈맨의 비애





[표]에스콰이어 캐주얼영업부가 2003년 추석 시즌 때 경기지역 지점별로 할당한 상품권 판매액.

"10여년간 죽도록 일했는데도 상품권 강매로 저축은커녕 수억원씩 빚 지고, 주위 가족 친지들을 신용불량자로 만들게 됐습니다. 도저히 안 되겠다 싶어 회사 그만두니 회사가 횡령 혐의로 고발합니다. 정말 '흡혈회사'라고 해야 할지 해도 해도 너무 합니다."

제화업체 '에스콰이어' 전직 직원 최모씨의 하소연이다. 최씨의 사연을 들어보면 일반인들이 무심코 주고받는 구두 상품권에 적지 않은 아픔과 눈물이 젖어 있음을 알게 된다. 최씨 등 전현직 에스콰이어 직원 5명은 최근 미디어다음에 에스콰이어의 상품권 강매 행태에 대해 제보했다.

이들에 따르면 에스콰이어는 하청업체 및 대리점들을 상대로 매년 추석과 설 명절을 앞두고 최소 수백억 원대 이상의 상품권을 팔도록 해왔다는 것. 회사측은 상품권 판매뿐만 아니라 상품권 판매로 생기는 추가 매출증대 효과를 노려 직원들을 통해 상품권 판매에 열을 올렸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소위 '시즌' 때마다 에스콰이어의 매장 직원들은 수천 만원~수억 원대의 상품권을 배정받아 팔아야 했다. 특히 주임이나 과장, 지점장 등 직급이 높아질수록 더 많은 액수의 상품권 판매를 할당받아 일부 지점장들은 한 해에 10억 여원의 상품권을 떠맡기도 했다. 직원들은 25% 할인된 가격에 상품권을 배정받았지만 이를 파는 것은 쉽지 않았다. 시중에서 이 회사 상품권이 38~40% 할인된 가격에 대량으로 유통되고 있었기 때문.이 과정에서 이 회사는 100만원 이상의 상품권은 카드로 결제할 수 없는데도 별도의 카드단말기를 사용, 일반 상품을 산 것처럼 수천만 원까지 카드로 결제하도록 했다. 상품권을 무더기로 팔기 위해 기업이 접대비 등 경비로 인정받을 수 있도록 불법으로 결제한 것. 이 같은 불법 카드 결제로 최소한 수백억 원대의 탈세가 이뤄진 것으로 추정된다.직원들은 상품권을 사채시장 등에서 할인해 팔아 급전을 챙기려는 사업가 등에게 상품권을 팔지만 배정된 상품권을 모두 소화하지 못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했다. 할당 목표를 채우지 못한 직원들은 울며 겨자먹기로 시중에서 상품권을 40%가량 할인된 가격에 팔아야 했다. 회사에서 배정받은 할인율 25%와의 차액만큼 자신이 떠안아야 해 누적된 빚이 수억원 대에 이른 경우도 있었다. 직원들이 이를 견디다 못해 직장을 그만두자 회사측은 '상품권 판매 대금을 다 갚지 못했다'는 이유로 횡령 혐의로 고발하기도 했다.이들 직원들은 "본사가 할당 목표를 채우지 못한 직원들에게 욕설을 퍼붓는 등 인격적인 모독을 지속하고 이 상태로 회사를 떠나면 고발당한다는 등 협박하며 상품권을 사실상 강제로 할당해왔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또 "직원들이 억지로 떠맡은 상품권을 모두 소화하지 못해 자신의 돈으로 메우는 과정에서 수억 원의 빚을 지는 것은 다반사"라며 "직원들이 주변의 가족과 친지, 친구들의 신용카드로 대납하는 과정에서 주변 사람들이 신용불량자가 되는 경우도 허다하다"고 말했다.'공익제보자 모임' 김승민 간사는 "에스콰이어의 각종 불법 행위가 확인된 만큼 회사가 이들에 대한 고소를 취하하고 사과해 이들의 명예를 회복시켜야 한다"며 "만약 회사가 잘못을 반성하지 않고 이들에게 보복한다면 회원들이 회사 앞에서 항의 시위를 벌이고 불매운동을 펼치겠다"고 말했다.

회사에서 배정한 상품권 다 못 팔아 매년 수천만원씩 빚져
회사에 대납하려 전세 보증금, 퇴직금 넣고 가족들 카드까지 빌려


95년부터 지방의 한 에스콰이어 지점에서 근무를 시작한 최모씨는 지난 1월21일 해고당했다. 호주머니 한 쪽에는 유서를 써서 넣고 다닐 정도다. 왜 이렇게 됐을까.그는 97년부터 추석과 연말, 구정 때마다 상품권을 할당받기 시작했다. 특히 2000년부터 주임 진급 대상자가 되자 상품권 할당액이 대폭 커졌다. 회사의 명문화된 규정과는 별도로 상품권 판매액이 진급의 가장 중요한 기준이 됐기 때문. 2000년 이전에는 할당 물량이 명절 때마다 1000~1200장 정도(회사 납입 금액 기준 약 6500만~7500만원 정도)였으나 2000년 이후에는 2500~3000장 정도로 늘어났다. 이런 식으로 1년에 4억여원 어치를 할당받은 적도 있었다.회사는 이렇게 개인별로 할당 목표를 정해준 뒤 이들에게 할당 목표를 채우기 위한 진도율을 제시하게 했다. 할당 목표와 이를 바탕으로 정한 진도율이 처음부터 과다한 목표였기 때문에 대부분의 직원들이 이를 달성하지 못했다. 이를 달성하지 못할 경우 회사측은 거의 매일 전화해 독촉하고 목표를 채우지 못할 경우 개인들이 떠맡는 조건으로 회사에 납입할 금액을 채우게 했다. 최씨는 "시즌에는 수시로 전화해 진도를 못 맞출 경우 소위 '(액수를) 더 부르라'라고 해서 반강제로 나중에 납입할 금액을 정하게 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이 같은 진도율을 못 맞추면 본사에서 전화 노이로제가 걸릴 정도로 매일 전화해 '영업사원이 맞느냐, 지원비가 아깝다'는 등의 말로 모욕을 주고 실적이 부진한 직원들을 본사에 소집해 호통을 쳤다"며 "직원들은 압박감 때문에 '울며 겨자먹기'로 달성 액수를 높여 부르게 된다"고 말했다.회사는 상품권 판매는 강제로 떠맡긴 반면 명절이 지난 뒤 팔지 못하고 남은 상품권을 반환받는 데는 인색했다. 반환되는 상품권을 할당량의 2~5% 선에서 맞추라고 한 것. 이 때문에 최씨는 2000년 이후 매년 할당량의 30~40% 가량을 자신이 떠안아야 했다. 이렇게 남은 상품권은 도저히 팔 수 없어 결국 시중 상품권 유통상에게 40% 할인된 가격에 팔 수밖에 없었다. 회사에서 받은 할인율 25%와 유통상에 판 가격의 차인 15%가량이 고스란히 최씨의 부담으로 떨어진 것. 이럴 때마다 번번이 그는 가족이나 친구, 선후배 등의 신용카드를 빌려 회사에 모자라는 금액을 입금해야 했다. 이렇게 해서 주위에 지게 된 빚이 매년 2500만~3600만 원이나 됐다. 특히 2003년 추석 때는 최씨가 6000만원 가량 판 상품권의 대금을 회수하지 못하자 이마저도 대납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그는 다시 누나들의 카드를 빌리고, 원룸 보증금 1800만원을 빼고, 퇴직금 중간정산분 1900만원 등으로 겨우 이 돈을 채워 넣었다. 당시 회사에 입금한 6000만원을 빼고도 그의 빚은 1억원에 이르렀다.그는 지난해 1월 더 이상 견딜 수 없어 사표를 냈다. 하지만 그는 결국 회사를 떠나지 못했다. 회사측이 "내년부터는 상품권을 할당 안 할 테니 회사 다니면서 빚이나 갚으라"고 최씨를 붙잡은 것. 하지만 한 달 120~130만원의 월급으로는 주변에서 빌린 돈을 갚을 수 없었다. 친구와 선후배에게서 빌린 돈부터 갚느라 결국 그와 그의 누나는 지난해 3월 신용불량자가 됐다. 이 여파로 5월부터는 급여의 절반이 카드사로부터 압류되기 시작했다.최씨가 신용불량자 상태인데도 회사는 추석이 다가오자 약속을 어기고 다시 3500장의 상품권을 할당했다. 그는 이번에도 다시 1700여만원을 스스로 부담해야 했다. 설상가상으로 아는 선배가 사간 5700만원 어치의 상품권 대금을 받지 못하자 회사측은 그를 횡령 혐의로 고소했다.최씨는 "본사 영업부에서 내려와 선배가 상품권을 인수한 사실을 확인하고 인수증과 지불 각서까지 받아 올라갔는데 나를 중간에서 돈을 떼먹은 사람 취급했다"고 말했다.이 문제와 관련, 그는 지난 1월17일 본사 징계위원회에 회부됐다. 그는 회사 임원과 간부들이 모인 자리에서 그동안의 사정을 설명했으나 별다른 반응이 없었다. 그는 "지난 해 퇴사하려고 했을 때 영업팀 간부가 내게 종용해 6000만원을 대납했는데도 그 자리에서 영업팀장은 부인하고 다른 임원들은 처음 듣는 소리처럼 반응하더라"며 "그러니 내가 얼마나 억울하겠느냐"고 하소연했다.

"10년동안 뼈 빠지게 일 했더니 회사에서는 범죄자 취급"
매년 7~12억원어치 할당받은 경우도
회사측 "정상적 영업활동했는데 일부 직원들 자기관리 못한 탓"






피해자 가운데 한 사람인 정모씨 형의 신용카드 사용내역. 빨갛게 표시된 2800여만원은 정씨 형이 지난해 3월 정씨의 상품권 판매할당액 중 일부를 에스콰이어에 대납한 금액이다.

그는 결국 횡령 혐의를 뒤집어쓴 상태에서 1월 21일 해직당했다. 그는 "회사에 입사할 때 보증보험에 신원보증을 들게 하는데 회사가 나를 고발하면 9000만원까지 돈을 받을 수 있다"며 "나를 졸라서 돈을 뽑아내느니 손 쉽게 돈을 받는 방법으로 나를 고소한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10년동안 뼈 빠지게 회사를 위해 일하면서 빚만 잔뜩 지고 주위 사람들을 신용불량자로 만들었는데 회사는 이용할 대로 이용해먹다가 쓸모 없어지니 범죄자로 만들어 내치고 있다"고 비난했다.

이는 최씨의 경우에 국한되지 않는다. 93년에 입사한 정모씨와 김모씨도 사정은 비슷하다. 김씨의 경우도 회사에 입금하지 못한 금액이 9200만원, 가족과 주변 지인들에게 진 빚이 1억원이 넘는다. 퇴직금 중간 정산분 2000여만원도 회사에 입금시켰다. 정모씨도 99년 이후 매년 7억~12억원 가량의 상품권 판매를 할당받았다. 그러는 동안 부모님과 누나 등이 사는 집을 담보삼아 갚아준 돈 등 모두 3억여원의 빚을 졌다. 김씨와 정씨 모두 회사에서 횡령 혐의로 고소를 당하기는 마찬가지다. 정씨는 "정말 열심히 일했는데 수억원의 빚만 진 채 이렇게 고소까지 당하니 정말 비참한 기분이 든다"고 말했다.

이들은 "가정을 가진 사람들은 다른 직장을 구하기 쉽지 않아 회사의 부당한 압력을 거절하지 못한다"며 "회사가 한편으로는 '다음에는 상품권 판매 안한다'고 달래고 다른 한편으로는 욕하고 징계 운운해 상품권을 안 떠맡을 수 없다"고 말했다.

이들은 또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회사 직원 1400여명이 모두 이런 식으로 상품권 강매를 당하고 있다"며 "이렇게 피해를 보고 떠난 사람들이 한 두 명이 아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에스콰이어 최수호 상무는 "이 회사가 비교적 정상적으로 움직여온 회사인데 직원들 말대로라면 회사가 제대로 움직일 수 없다"며 "입사 후 자동가입이 보장된 유니언숍 노조가 있는데도 노조가 가만있겠느냐"고 반문했다. 그는 "회사는 최대한 적법한 절차에 따라 영업하려 하지만 일부 영업 사원 가운데 부도난 업체에 상품권을 판 뒤 돈을 갖고 도망가는 등 자기 관리가 되지 않는 분들이 있어 많은 주의를 기울이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최씨 등이 "회사와의 관계가 썩 좋지 않았던 것으로 알고 있으며 회사쪽에서 볼 때 사고를 낸 뒤 오히려 회사에 불만을 제기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최씨 등의 주장이 일부 일탈적인 사원들의 사례에 불과하다는 것.

그는 또 상품권 판매를 전화 등으로 독촉한 사실 등에 대해서도 "부서와 개인별로 판매 목표를 세우고 이를 달성하도록 진도를 관리하는 것은 모든 회사들이 하는 정상적인 영업활동"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상품권을 일반 물품처럼 불법으로 판매한 사실에 대해서는 "그런 실태를 알고 있었지만 상당수 고객이 요구하고 업계에서도 관행적으로 해온 부분이라 지속했다"며 "차후에는 이 같은 불법이 일어나지 않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 회사 김능연 영업부장은 "판매 목표에 대해 직원들과 협의하지만 직원들 입장에서는 강압적으로 느껴지는 부분도 있을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반품율을 2%이하로 정한 것은 기존의 반품률을 토대로 정한 것"이라며 "하지만 직원들이 다 못 판 상품권은 최대한 반품하도록 했으며 실제로 4000만원어치를 반품한 경우도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최씨 등의 경우 압박감 때문에 상품권을 반환하지 못하고 자신이나 주변의 돈으로 대납했다면 사실관계를 조사한 후 돈을 돌려주겠다"고 말했다.
by 선대인 2008. 9. 4. 16: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