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제 페북에 올린 글이지만, 지금도 유효한 얘기 같아 올리니 참고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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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건에 대한 로이터 전문기자의 칼럼.
Hardball Samsung move sets up chaebol reform test(삼성의 강경한 조치가 재벌개혁시험대를 만들다)라는 제목인데요.



아마 상당수 외신들의 시각을 대표하는 칼럼이 아닌가 싶네요. 시간상 전문을 번역할 수는 없고, "그런 기만을 막을지 결정하는 건 공직 기관들에 달려 있다"고 쓰고 있네요. (It’s up to official institutions to decide whether they want to stop such shenanigans.) 삼성측이 이번 합병건에 대해 정부 담당자들과 사전에 상의까지 했다는데, 정부가 설마 지금이라도 제 역할을 하겠어요. 이 칼럼의 표현을 보면 이번 사안에 대해 underhand share dealings(야비한 지분 거래), 삼성물산의 가치 산정에 대해 대놓고 lowball(터무니없는 헐값)이라는 표현을 쓰고 이번 합병에 대해서는 아예 shenanigan(기만술)이라고 규정하는군요. 한국 언론에서는 보기 힘들 정도로 강하게 비판하는군요.

사실 그럴 수밖에 없는 게 이번 합병은 아주 노골적으로 일반 주주들의 이익을 희생해서 이재용부회장의 삼성 지배력을 높이고, 부를 불려주는 방식으로 합병 비율을 산정했으니 말이죠. (이에 관한 자세한 내용은 어제자로 올라간 저희 연구소 보고서를 참고해 보시면 도움될 겁니다.) 제일모직 1 : 삼성물산 0.35로 결정됐는데, 사실 자산 및 자본 규모, 그룹 차원에서 조작(?)되기 이전의 영업실적을 보면 정반대에 가깝게 산정됐어야 하는데 말입니다. 물론 로이터가 상대적으로 외국 투자자들 관점을 대변하는 측면이 있겠지만, 그들이 아무 사안이나 이런 식으로 직설적 표현을 쓰며 비판하지는 않습니다. 

상황이 이런데도 이번 합병건에 대한 비판을 외국 투자자들 입장을 대변하는 것이라고 하면 할 말이 없죠. 제가 엘리엇을 편들 생각은 없습니다만, 그렇다고 비판할 걸 안 해서야 되겠습니까. 과거 이명박정부의 인천공항공사 같은 걸 외국 투자자에게 팔려는 시도 같은 건 정말 "국부"를 파는 것이라고 비판받아 마땅하지만, 이번 합병 같은 걸 "국부 유출" "먹튀 자본론" 운운하며 삼성을 두둔하는 언론이나 학자들 주장을 보면 할 말이 없습니다. 상식적으로 삼성물산에 투자한 주주라면 1만원 가치에 대해 3천원밖에 안 쳐주고, 그렇게 다른 주주들의 이익을 희생해서 이재용부회장의 부를 수조 원씩이나 불려주는데 그걸 "국부"라고 옹호하시겠습니까. 지금이라도 이건희회장 일가가 이런 편법과 탈법으로 그룹 지배권을 승계하는 것을 중단하고 정당하게 낼 세금 다 내고, 지분만큼의 권리를 행사하고, 능력을 인정받아 경영권을 확보하길 바랍니다. 말로는 맨날 자본주의 시장경제를 떠들면서 어떻게 하는 짓은 그 기본 토대인 자본의 건전성과 시장의 공정성을 훼손하는 반칙과 부정, 편법과 탈불법입니까.

그리고 오늘 어느 칼럼 보면서 공감했는데, 제발 "삼성 오너"니 이런 표현은 안 쓰면 좋겠군요. 어떻게 삼성전자가 3%대 지분밖에 안 가진 이건희회장의 전유물이 됩니까. 로이터칼럼처럼 "이씨 일가"라는 표현은 바라지도 않지만, 삼성그룹이 이씨 일가의 전유물인 것처럼 표현하는 나쁜 버릇은 한국 언론이 제발 좀 버리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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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선대인 2015. 6. 16. 09:3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