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가 4차 담화에서 4월 퇴진을 밝힐 것이라는 언론 보도가 있다. 이미 물 건너간 얘기다. 버스 지나간 뒤에 손흔드는 격이다. 지금까지 야권과 박근혜는 게임이론에서 말하는 '순차적 게임(sequential game)'을 해왔다. 야권이 요구하면 그 요구를 본 뒤 전략을 짜고 박근혜가 담화를 통해 자신에게 유리한 새로운 상황으로 바꾸는 전략을 써왔다. '퇴진할 테니 퇴진 시기를 국회가 정해달라'며 비박계의 이탈을 유도한 3차 담화가 대표적이다. 


하지만 사상 최대 촛불집회로 비박계의 이탈에 제동이 걸렸을 뿐만 아니라 심지어 친박중 일부도 탄핵에 가담할 것이라는 언론 보도가 나오고 있다. 3차 담화로 비박계 등이 흔들린 상태에서 박근혜는 4차 담화를 통해 '명예로운 퇴진'의 기회를 노렸는지 모르겠지만, 이걸 촛불민심이 무용지물로 만들어버렸다. 


여기에서 박근혜가 놓친 것은 바로 촛불민심이다. 정치권의 권력게임에만 익숙한 박근혜는 순차적 게임에서 야당과 일부 비박계만 게임의 상대로 생각했겠지만, 실제로는 국민들까지 이 순차적 게임의 플레이어였던 것이다. 즉 야권(경우에 따라 비박계 등 포함)-->박근혜로 공이 왔다갔다 하는 상황이 아니라 야권-->박근혜-->촛불민심-->야권으로 이어지는 순차적 게임이었던 것이다. 국민들은 매주 대규모촛불집회를 통해 자신들의 목소리를 높여왔다. 하야와 즉각 퇴진, 탄핵까지 한 번도 물러섬 없이 요구의 수위를 높여왔고, 물리력(집회 참가자수 100만-->240만)의 수위도 계속 높여왔다. 


순차적 게임뿐만 아니라 모든 게임에서 요구의 일관성(일관된 방향으로의 강화까지 포함해)과 그것을 언제든 실행할 수 있음을 과시하는 물리력의 동원만큼 위협적인 건 없다. 그 위협에 야당의 대오도 단단해졌고, 비박계가 탄핵 동참으로 돌아섰고, 친박계 일부까지 끌려들어왔다. 그만큼 이번 국면에서 국민들이 표시한 촛불집회의 힘은 컸다. 박근혜가 4차 담화에서 다시 어떤 패를 내놓을지 모르겠지만, 그 카드는 이미 그다지 유효하지 않을 것이다. 설사 새로운 패가 나온다고 해도 촛불민심이 좌시하지 않을 것이다. 활활 타오르는 촛불민심이 국회를 둘러쌀 것이다. 탄핵대열에 동참하지 않는 어떤 정당과 정치인도 정치적 죽음에 직면할 각오를 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박근혜, 탄핵이라는 역사의 단두대에 목을 들이밀 준비를 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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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선대인 2016. 12. 6. 11:3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