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서울 및 수도권 지역의 집값이 가파르게 하락하고 있다. 집값이 고점에서 유지되는 가운데 부동산 거래량이 줄어드는 ‘부동산 스태그플레이션’ 기간을 지나 이제 집값 거품 붕괴가 본격화하고 있는 것이다. 언론 보도를 보면 서울 강남과 목동, 경기 분당과 용인 등 소위 ‘버블 세븐’ 지역을 중심으로 2006년말~2007년초 고점 대비 ‘반값 아파트’가 속출하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이에 대해 일부 엉터리 부동산 전문가라는 사람들은 “급매물 가격이기 때문에 시세라고 볼 수 없다”고 주장한다. 실제로 이들의 주장을 뒷받침이라도 하듯 정부 공인 통계인 국민은행 아파트 시세 통계를 보면 이 같은 현장의 폭락 분위기는 잘 느껴지지 않는다. 물론 수도권 내에서도 인천이나 일부 개발 호재 지역에 따라 집값이 소폭 상승하거나 상대적으로 덜 하락한 경우도 많아 전체적으로는 통계상 집값 하락폭이 적게 나타날 수 있다. 하지만 그런 점을 고려한다고 치더라도 실제 부동산시장의 현장 분위기와 각종 부동산 통계의 하락폭은 딴판인 것이 사실이다. 심지어 집값 하락세가 본격화된 올해 하반기 들어서도 수도권의 주택 가격이 소폭이지만 꾸준하게 상승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그러면 “급매물 가격은 시세가 아니다”라는 주장은 왜 엉터리일까? 이를 정확히 파악하려면 우선 주식시장의 주가지수 산출방식을 보면 된다. 예컨대 삼성전자 발행주식을 100만주라고 할 때 100만주 모두가 거래돼 주가가 결정되는 것이 아니다. 전체 발행주식 가운데 실제 매일 증권시장에서 거래되는 물량은 불과 1%에도 미치지 못한다. 하지만 거래되는 1% 미만의 물량이 삼성전자 주식 전체의 시가총액을 결정한다. 예를 들어, 전체 삼성전자 주식 100만주 가운데 1%인 1만주가 거래돼 어느 날 상한가를 기록했다고 하자. 증권시장에서 거래된 물량은 1만주밖에 안 되지만 이 1만주만 상한가를 기록한 것이 아니라 전체 삼성전자 주식 100만주의 가격 모두가 상한가로 상승한 것이 되는 것이다.

 

 

부동산 시장의 가격지수 역시 마찬가지라고 할 수 있다. 국내 주택 전체 재고가 약 1,300만호이므로 한 가구당 1억 원만 쳐도 1,300조원이다. 그런데 전국의 아파트 거래물량은 2006년 112.5만호, 2007년 84만호 수준이다. 계산의 편의상 연간 100만호 가량이 거래된다고 가정하면 전체 주택 재고의 약 7.7%가 거래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주식시장에서와 마찬가지로 7.7%의 주택 물량이 거래되면서 전체 1,300조원에 이르는 주택의 자산가격이 함께 오르내리게 되는 것이다. 물론 세부적으로는 증권시장에 상장돼 있는 개별 종목들처럼 주택시장에서도 대치동 은마아파트 102㎡형, 분당 서현동 108㎡형처럼 같은 지역의 같은 규모 아파트 별로 부동산도 일종의 ‘종목별’ 시세가 형성되는 것도 마찬가지다. 물론 층별이나 조망권 여부 등에 따라 약간의 편차는 있지만 말이다. 어쨌든 부동산 폭등기에 일부 주택 물량이 거래돼 전체 주택의 가격이 결정됐듯이 부동산 폭락기에도 일부 주택 물량이 거래돼 전체 주택의 가격이 결정되는 것 또한 분명하다.

 

 

이런 점에서 본다면 최근 서울 강남 등 ‘버블 세븐’ 지역의 주택가격은 이미 최소 30~40% 이상 떨어진 것으로 보는 게 정상이다. 각 부동산 중개업소별로 고점 대비 최소 30% 이상 떨어진 매물들이 수십~수백 건씩 쌓여 있기 때문이다. 물론 거래량이 과거 부동산 활황기에 비해 급격히 줄었다고 하지만 어쨌든 거래가 일어나는 가격대는 이들 매물 가운데 가장 싼 매물의 가격대이고, 현재 매도자 입장에서는 그 가격대 이상으로는 주택을 아무리 팔고 싶어도 팔 수 없는 게 부동산 시장의 냉엄한 현실이기 때문이다.

 

 

일부에서는 지금 거래되는 아파트들이 급매물이므로 정상적인 시세로 인정할 수 있는지에 대해 의문을 품는다. 하지만 지금 부동산 중개업소마다 쌓여 있는 매물들은 모두 급매물들이다. 급매물이라는 표현도 모자라 ‘급급매물’ 또는 ‘초급급매물’이라는 표현까지 등장했다. 상황이 이 정도라면 말이 급매물이지 사실은 정상적인 매물이라고 봐야 한다.

 

 

물론 시장 상황에 따라 정상적인 시장 거래 가격으로 보기 어려운 일시적인 급매물이 있을 수 있다. 예를 들어, 어떤 특정 아파트의 전체 평균 시세가 10억 원으로 형성돼 거래가 일어나는 상황에서 어떤 가계가 해외 이주나 지방 전근, 또는 급한 현금 확보 필요성 등의 이유로 시세보다 낮은 9.5억 원에 집을 팔았다고 치자. 이 경우 9.5억 원에 그 집이 팔렸다고 해서 같은 종류의 아파트 시세가 9.5억 원으로 수렴되는 것으로 보기 어렵다. 해당 급매물 하나만 부동산시장에서 거래되고 나면 나머지 아파트들은 여전히 10억원 선에서 거래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재 버블 세븐 지역의 상황은 한 두 물건이 거래된 뒤 나머지 물건들이 다시 과거 고점 가격대로 환원돼 팔릴 상황이 아닌 것이다.

 

 

이런 점에서 “급매 가격은 시세가 아니다”라는 일부 엉터리 전문가들의 주장이나 국민은행이나 사설 부동산 업체들의 아파트시세 통계는 현실과 동떨어진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물론 안방에서 클릭 한 번으로 주식 거래를 할 수 있는 주식시장과 달리 부동산 시장의 거래 회전 속도가 느리기 때문에 주택 통계상으로는 이 같은 집값 하락을 바로 바로 반영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적어도 부동산시장에서 직접 사고 팔 수 있는 가격을 실제 거래가격이라고 본다면 현재의 급매가격은 정상적인 시세라고 봐야 한다. 집값 거품을 아무리 유지하고 싶은 강부자나 사기꾼 전문가들이 아무리 부인을 해봐도 ‘버블 세븐’을 중심으로 집값이 사실상 반토막 난 현실은 바뀌지 않는다. 시간이 좀더 지나면 그들도 그같은 현실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는 시기가 올 것이다. 집값이 계속 더 떨어질 것이고, 시차를 두고 부동산 통계에도 그 같은 시세가 반영될 것이기 때문이다. 과거 일본에서도 부동산 버블 붕괴 초기 버블의 붕괴를 한사코 부인하던 소위 부동산 전문가들이 결국 나중에 줄줄이 반성문을 썼다. 국내의 엉터리들은 반성문을 쓸 염치나 갖고 있을지 의문이다.

by 선대인 2008. 12. 5. 09: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