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정부의 강남 3구 투기지역 해제 등 각종 투기 조장책에 힘입어 서울 강남 재건축 등 일부 지역에서 호가가 상승했다. 물론 거래량은 거의 동반되지 않았습니다. 아마 이번 호가 상승도 곧 ‘진압’될 것입니다. 그리고 정부의 투기 조장책은 거의 소진됐으므로 조금 더 지나면 본격적인 또 한 차례의 폭락 시기가 올 것으로 보입니다. 많은 엉터리 언론과 정부와 재벌의 눈치를 보는 각종 관변, 재벌계 연구소의 엉터리 전망과는 달리 올 한 해 한국 경제는 매우 깊은 침체의 늪에 빠질 공산이 커졌습니다. 여기에서 자세히 얘기하기는 어렵지만, 이 또한 거대한 부동산 버블 붕괴의 압력 때문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제가 이처럼 전망하는 가장 큰 이유는 이번 강남 재건축 단지의 집값이 호가 위주로 반등했기 때문입니다. 거래량이 거의 동반되지 않았습니다. 물론 거래량이 아주 없을 때보다야 조금 더 늘었겠지만, 언론 보도를 보면 많아봐야 한 달 내내 강남 3구를 통털어 100~200건 정도 더 늘었을 것입니다. (1월 서울 주택 거래량이 나오지 않아 지금으로서는 알 길이 없네요.) 지금같은 상황에서 매수세는 결코 따라붙지 않습니다. 매수세가 따라붙지 않는 경우 집값은 다시 일정 시점이 지나면 내리막길을 걷게 돼 있습니다. 정부의 부동산 거품 부양 위한 개발호재 발표-->호가 위주의 반등-->일부 매수자의 입질 이후 거래 단절-->부채를 잔뜩 진 잠재적 매도자의 금융 부담 증가-->낮아진 급매물 재출회-->가격 재급락과 거래 부진으로 이어질 것입니다. 이렇게 정부의 부동산 투기 조장책이 모두 소진되면 엄청난 폭락세가 현실화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현재 한국의 경제 사정은 신문에 보도되는 겉핥기 보도 이상으로 심각합니다. 신문에 나타난 사실만 보더라도 단적으로 지난해 4/4분기 GDP성장률이 전기 대비 -5.6%이고, 1월 주요 수출품목의 수출이 반토막났다는 게 명확한 증거입니다. (이미 우리 연구소가 몇 달 전부터 경고했던 내용입니다만) 그런데도 상대적으로 집값 거품은 전세계적으로 가장 적게 빠졌습니다. 현 정부의 강력한 집값 거품 부양책 때문입니다. 한 번 생각해보십시오. 대부분의 사람들이 경제난을 겪고 있는데, 집값만 홀로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는 게 얼마나 코미디인지. 하지만 이런 코미디같은 상황은 현재 국내외의 시장 압력을 볼 때 결코 오래 지속할 수 없습니다. 그런 점에서도 앞서 말한 가격 폭락이 언제든 현실화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할 수 있습니다.  

 

필자는 올초부터는 가능하면 집값의 향방에 대해 가급적 말하지 않을 생각이었습니다. 이미 부동산 폭락세는 현실이 됐고, 압도적인 현실 앞에서 필자가 이러쿵저러쿵 얘기해봐야 큰 의미가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어제오늘 필자는 짧게나마 이 문제를 언급하기로 마음을 바꿨습니다. 최근 강남 집값의 호가 ‘반짝 상승세’(물론 거래량이 없어 이미 호가도 내림세로 다시 돌아설 기미를 보이고 있지만)를 근거로 쏟아져나오는 엉터리 주장들에 현혹돼 또 다시 선의의 피해자들이 양산될 수 있겠다는 우려 때문입니다. 한국 경제가 어떤 상황인지도 모르는 엉터리 전문가들이 쏟아내는 엉터리 주장들에 많은 분들이 현혹되지 말기를 바랍니다.

 

현 상황에 대해서는 더 이상 자세히 말하지 않겠습니다. 현재 상황은 필자가 지난 9월 말에 펴낸 책 <부동산 대폭락 시대가 온다>에서 이미 충분히 예상했던 바입니다. 현 상황이 어떤 상황인지, 또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하면 좋을지 그때 쓴 관련 내용들을 요약인용하는 것으로 필자가 지금 상황에 대해 하고 싶은 말을 대신하니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이처럼 전망하는 많은 구체적 근거들은 제 책과 이 블로그의 다른 글들에서 줄기차게 얘기했으므로 생략하고자 합니다. 새 글을 쓰면 좋은데, 요즘 일에 많이 쫓기다 보니 사정상 어렵습니다.

다시 한 번 말하건대, 이같은 전망을 말씀드리기 전에 매우 많은 글들에서 구체적 근거를 말씀드렸습니다. 이런 글들을 읽어보지 않고 이 글만 읽어보고 '근거가 없다'고 비판하는 댓글은 사양하겠습니다. 이 글은 최근 부동산 상황에 대한 많은 분들의 궁금증에 답하기 위해 짧게 쓴 글이기 때문에 예전에 쓴 근거들을 다시 반복할 여유가 없습니다. 사실 이 글도 개인적으로 쓰기 싫지만 하도 제 의견을 궁금해하시는 분들이 많아 쓰는 것일 뿐입니다. 개인적으로는 제가 소위 '부동산 전문가'로 규정되기를 원하지도 않습니다. 현재 부동산 문제는 한국 경제 전체와 가계 경제 생활에 가장 핵심적인 문제입니다. 하지만, 이에 대해 제대로 된 정보를 주는 기관이나 사람이 너무 적어 제가 이 문제를 집중적으로 거론하고 책까지 낸 것일 뿐입니다. 책을 더 이상 팔 생각도 없습니다. 저로서는 이런 글 쓰면 공격받는 댓글 많이 달리는 것 압니다. 저도 사람인데 기분 좋을 리 있겠습니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투기꾼 정부와 엉터리 전문가들에게 낚여 선의의 피해를 보는 분들이 생길까봐 걱정돼 쓰는 것일뿐입니다. 참고로, 인신공격성 글이나 저질 댓글들은 삭제하겠습니다. 많은 독자분들의 이해를 바랍니다.

*********************************************************************

 

<인용글1>

“2007년 이후 일어나는 거래 부진 현상은 기본적으로 부동산 버블이 끝물에 이르렀을 때 나타나는 현상이다. 상당한 기간 동안 집값은 높은 상태로 유지되는 반면, 거래량은 급속히 주는 이른바 ‘부동산 스태그플레이션’ 현상이다. 집값이 높은 고물가 현상과 거래 부진이라는 경기 침체 현상이 부동산 시장에서 동시에 일어나기 때문에 이렇게 부른다. 이 현상은 부동산 버블의 고점에서 매수자와 매도자간 집값에 대한 기대 차이 때문에 일어난다. 잠재적 매수자들은 집값이 너무 높아져 더 오를 가능성이 낮다고 생각하는 반면 잠재적 매도자들은 아직 집값이 더 오를 수도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잠재적 매수자와 매도자간 치열한 힘겨루기를 하는 기간이다. 이 기간은 투자수익률이 급감하는 단계이므로 잠재적 매도자들은 오래 버티기 힘들다. 특히 빚을 많이 진 사람들이수록 버티는 힘은 약할 수밖에 없다.

 

집값이 정체된 상태에서 거래가 부진한 기간이 길어지면 ‘경제 체력’이 약한 사람들부터 하나 둘씩 집값을 낮춰 내놓기 시작한다. 매월 이자 부담만으로 몇 백 만원이 눈앞에서 깨지는 상황에서는 집값을 낮춰서라도 파는 게 유리하기 때문이다. 이런 사람들의 매물이 늘면 집값은 더 떨어진다. 다른 사람의 매물보다 싸거나 비슷해야 집을 팔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매수자들은 급할 게 없으므로 거래는 여전히 잘 일어나지 않는다. 결국 집값은 계속 떨어질 수밖에 없게 되고 거품의 붕괴가 일어난다. 요약하자면 투자수익율 저하--->매수자와 매도자의 힘겨루기--->급매물의 증가--->집값 하락--->추가 집값 하락--->본격적인 거품 붕괴의 단계로 진행되는 것이다. 이렇게 볼 때 2008년 상반기 이후 국내 부동산시장은 전형적인 버블 붕괴 초기의 증상을 보이고 있는 셈이다. 아래 표에서 보는 것처럼 과거의 일본이나 지금의 미국에서도 이런 ‘부동산 스태그플레이션’ 기간을 거친 뒤 버블이 붕괴했다.
 

 

일부에서는 부동산 규제 완화 움직임이 본격화하면 집값이 한 번 정도 더 뛰지 않겠느냐고 기대하는 눈치다. 하지만 부동산 스태그플레이션 기간은 그 기대가 충족되지 않음을 확인하는 기간이기도 하다. 아래 미국의 집값 그래프를 보라.

  




2004년 중반기를 정점으로 해서 2006년 초반까지 부동산 스태그플레이션 현상을 보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 기간에도 소폭이지만 두 차례의 조정과 반등이 나타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하지만 반등기에 거래량 증가는 동반되지 않는다. 호가 위주의 집값 반등이었던 셈이다. 집값 거품이 극에 이른 것을 알게 되고 추가 대출조차 어렵게 되자 매수자들이 더 이상 거래에 가담하지 않게 된 것이다. 이 같은 반등 시도가 과거와 같은 대세 상승으로 이어지지 못하는 것을 확인하는 순간 집값 거품 붕괴는 시작된다. 아래 도표처럼.


 



국내의 경우라고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이명박 정부가 세금 부담을 줄이고 건축규제를 풀어주면 주택 보유자가 좀 더 버틸 여력은 줄 것이다. 미미하지만 짧은 기간 동안 소폭의 반등이 가능할 수도 있다. 하지만 호가 위주로 반짝 상승하는 것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 이런 국면에서 매수세가 따라붙지 않는다면 결과는 뻔하다. 매도자까지 포함해 전 시장 참여자가 더 이상 집값 상승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깨닫게 되고 집값은 급락하기 시작한다.”(책 본문 118-122쪽 요약)

  

<인용글2>

“왜 더 늦기 전에 부동산에서 탈출해야 하는지를, 주택 소유자에게 최상의 시나리오를 가정하고 설명해보자. 지금 부동산시장과 국내외 경제상황만 본다면 집값은 지금 바로 빠져야 정상이다. 하지만 이명박 정권의 필사적인 노력으로 집값이 여기서 한 차례 정도 더 뛴다고 가정해보자. 하지만 집값이 뛴다고 해봐야 지금 상황에서 얼마나 더 뛰겠는가? 앞에서도 보았지만, 미국의 경우에도 부동산 스태그플레이션 기간의 반등은 매우 미미하고 거래가 동반되지 않는다. 오히려 더 이상은 집값 상승 여력이 없다는 것을 확인하는 기간이 될 가능성이 높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집값이 너무 비싸다고 생각하고, 집을 살래야 살 실탄도 바닥났기 때문이다. 결국 오른다 해도 5% 이상 오르기 어렵다. 신체에 비유하자면 눈에서 머리 꼭대기로 오르는 정도다. 앞서 언급했지만, 10% 이상 오르지 않으면 투자 메리트가 거의 없다. 사실상 손해이기 때문이다.

 

그러면 더 이상 투자수단으로서 주택을 사거나 보유할 이유가 없다. 그렇게 해서 매물이 쏟아지면 그 시점에서 다시 떨어질 수밖에 없다. 이때가 되면 도저히 회복할 수가 없다. 아무리 ‘강부자 정권’이라고 해도 더 이상 집값 부양을 위해 쓸 수 있는 수단이 없다. 주택 소유자들의 심리도 회복할 수 없다. 이때 팔려고 하면 팔리지도 않는다. 5% 올랐다 해도 거래는 거의 동반되지 않고 호가 위주로 올랐을 것이다. 떨어질 때 한동안은 받아줄 매수자가 없을 것이다. 어쩌면 혹시 집값이 한 번 더 소폭 오른다면 그때가 주택 소유자들로서는 집을 팔 마지막 기회일지도 모르겠다. 모순처럼 들리겠지만, 동시에 잠재적 매수자들에게 이 말도 해야 하겠다. 만약 그런 때가 오면 절대 집을 사지 마라. 상투를 잡는 것이기 때문이다.”(책 165-166쪽 요약)



 

모든 사람이 땀흘린만큼 제대로 대접받는 건전한 민주주의 시장경제 건설을 위한 좀더 의미 있는 토론과 참여를 원하시는 분들은 김광수경제연구소포럼(http://cafe.daum.net/kseriforum)을 방문해주십시오.


by 선대인 2009. 2. 3. 09: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