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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출산율이 전세계에서 최저 수준임이 며칠 전 다시 한 번 확인됐다.그런데 이명박 대통령과 현 정부는 대대적인 출산 장려 캠페인을 벌여 출산율을 높이겠다고 한다. 현재 한국의 출산율이 캠페인 정도로 높일 수 있을 정도의 문제라면 벌써 해결됐을 것이다. 이렇게 기록적으로 출산율이 낮다는 것은 한국의 사회경제적 구조에서 커다란 문제가 누적되고 있음을 방증하는 것이다.
아이를 키우면서 생겨나는 엄청난 사교육비나 천정부지로 치솟는 집값 등을 부담해야 하는 환경에서 아이들을 둘 이상 키우는 것은 매우 부담스럽다. 필자도 둘째 아이를 낳을까 말까 고민하다 둘째 아이를 첫 아이 출산 후 6년만에 낳았을 정도다. 또 결혼이나 출산을 이유로 여성의 능력을 폄하하고 승진 등에서 불이익을 주는 후진적인 기업문화가 한국 사회를 지배하고 있다. 또 출산 및 육아를 전적으로 여성의 책임으로 돌리는 가부장적 사회분위기가 출산율을 떨어뜨리는 원인이 된다.
이런 한국 사회경제 구조 전반을 바꾸지 않고 캠페인을 벌이거나 다둥이에 대한 출산 장려금을 지급하는 등의 대증요법식으로는 결코 저출산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아래에서 저출산 문제가 한국 사회에서 왜 발생하는지에 대해 몇 가지 도표를 통해 다시 간략히 보도록 하자.
우선, 출산율 추이를 보면 한국의 경우 이미 1980년대초부터 출산율이 인구 자연대체율인 2.1명 이하로 떨어진 뒤 2000년대 이후로도 지속적으로 떨어지고 있다. 다른 나라의 경우 출산율이 떨어지다가 자연대체율 전후 수준에서 출산율 감소가 완만해지는 데 비해 한국은 바닥을 모를 정도로 가라앉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한국의 저출산 문제는 몇 년 사이의 문제가 아니라 이미 수십 년 이상 지속되고 있는 문제다. 즉, 한국의 출산율 감소 지속은 아이 출산과 보육에 관해 사회경제적 면에서 심각한 구조적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채 지속되고 있음을 시사하고 있다.
그 구조적 문제는 여러가지가 있지만, 여기에서는 가정의 경제력 측면에서 보자. 우선, 집값이 너무나 높다. 아래 도표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한국의 집값은 지속적으로 소비자물가상승률을 상회해 치솟았을 정도로 과도한 상태다.
(주) 한국은행 및 국민은행 자료로부터 KSERI 작성
또한 OECD 국가간 교육비 지출 규모를 비교해보자. 얼핏 보면 한국은 OECD 국가들 가운데 교육비 지출이 많아 교육에 투자를 많이 하는 나라라고 긍정적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속 내용을 뜯어보면 그렇게 보기 어렵다. 한국은 OECD 국가들 가운데 사교육비는 가장 많이 쓰는 반면 공교육비 지출 비중은 OECD 평균을 밑돌고 있다. 세계경제포럼의 2007년 조사 대상국 127개국 가운데 공교육비 지출 비중이 세계 71위일 정도로 낮다. 입만 열면 ‘인재가 자원인 나라’라고 떠들지만, 공교육비 지출이 이렇게 한심한 수준인 것이다. 대신 부모들은 사교육비 부담으로 허리가 휘어지는 것이다. 더구나 인구 규모를 감안한 지표인 학생 1인당 공교육 지출 비중을 보면 초중등 과정과 대학과정 모두 OECD 하위권이다. 또한 대학 이상 고등교육 과정의 공공 및 민간 부담률을 살펴보면 한국은 OECD 국가 가운데 가장 민간 부담률이 높은 나라다. 유럽 선진국 대부분은 정부가 대학 학비를 지불하지만, 한국은 대부분 각 가정이 학비를 내고 있다는 말이다. 이렇게 볼 때 자녀 교육에 그 어느 나라보다도 비용이 많이 드는 나라라고 할 수 있는 것이다. 그렇게 해서 정말 뛰어난 인재라도 길러내는 구조라면 모르겠지만, 실제로는 창의성을 말살하는 주입식 교육과 살인적인 성적 경쟁에 돈을 쏟아붓고 있다는 것은 우리 모두가 알지 않는가.
<도표> OECD 국가의 교육비 지출 및 학생 1인당 지출
(주) OECD자료로부터 KSERI 작성. OECD는 전체 또는 평균을 나타냄.
이번에는 아이들 보육 및 육아 지원이나 저소득층과 장애인, 노인, 환자 등 취약 및 소외 계층에 대한 정부지원을 나타내는 사회지출(Social Expenditure) 추이를 보자.
<도표> OECD 사회지출 비중 및 한국의 기초생활보장 지급 실적
(주) 각종 자료로부터 KSERI 작성
미국과 일본은 GDP대비 사회지출 비중이 15%를 넘고 있으며 OECD국가 전체의 평균 사회지출 비중도 20%를 상회하고 있다. 하지만, 한국은 외환위기 직후에 급증하는 복지 수요에 대응하여 보건복지 예산의 비중을 한 단계 올렸다고는 하지만 2005년 현재 6.9% 수준에 머무르고 있어 OECD국 평균의 1/3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복지에 관한 한 OECD국가로 불리기에 민망한 수준인 것이다. 일본은 버블 붕괴 이후 극심한 장기 경기침체를 겪으면서도 사회지출 비중을 전체 예산의 11.2%에서 18.6%로 빠르게 늘려왔음을 알 수 있다. 물론 이는 일본 사회의 급속한 저출산 고령화와 비정규직 증가 등으로 인한 복지수요 급증에 따른 것으로 볼 수도 있지만, 장기불황이라는 어려운 경제여건 속에서도 일본 정부와 정치권이 사회지출 예산을 적극적으로 늘려왔다. 일본의 예를 보더라도 한국은 적극적으로 복지 인프라를 확충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현 정부에는 저출산 고령화 사회를 대비한 투자적 개념의 복지 인프라라는 개념 자체가 아예 없다.
이처럼 교육과 보육 등 복지에 대한 투자에는 인색하기 짝이 없는 정부가 돈을 마구잡이로 퍼부어대는 곳이 있다. 바로 건설토목 사업이다.
부가가치 비중으로 볼 때 한국 경제는 미국보다 두 배 가량 더 건설업에 의존하고 있다. 일본의 경우도 80년대 말 부동산 버블이 정점에 달했던 1990년에 9.7%를 기록한 후 버블 붕괴와 장기불황으로 계속 줄어들어 2005년에는 6.1%까지 감소했다. 건설업의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다는 것은 한국경제의 중장기 성장잠재력을 떨어뜨린다는 점에서 문제라고 할 수 있다.
(주) OECD자료로부터 KSERI 작성.
그런데도 한국 정부는 SOC예산을 줄이기는커녕 대폭 늘리고 있다. 당초 14조원에서 출발했던 4대강 사업 예산은 22조원으로 늘었다. 이뿐만 아니라 건설업체들이 가장 많은 이윤을 남기고, 정치인들이 과시용 지역 예산으로 가장 선호하는 도로 예산은 올해 모두 9조4,942억 원이나 편성됐다. 이들 도로 예산 가운데 음성~충주고속도로, 충주~제천고속도로, 동해~삼척고속도로, 상주~영덕고속도로 등은 2007년 국가기간교통망계획에서 모두 경제성이 낮다고 평가된 사업이었다.
한마디로 불요불급한 건설토목 예산에 탕진하면서 제대로 교육이나 육아, 보육 등에 돈 쓰는 것도 인색하기 짝이 없다. 그나마도 이명박 대통령이 참석한 캠페인 행사도 아마 저출산 대책 예산으로 잡힐 것이니 그만큼 줄어드는 셈이다. 정부가 써야 할 예산을 제대로 쓰지 않으니 일반 가정의 보육 및 교육비 부담은 너무나 클 수밖에 없다. 이런 마당에 집값 부담이라도 줄면 좋으련만 한국 정부는 다른 모든 나라들에서 잔뜩 부풀었던 부동산이 꺼지는데도 온갖 부동산 부양책을 통해 이를 가로막고 있다.
출산을 기피할 수밖에 없는 각종 사회경제적 구조를 개선하지 않고, 출산과 육아에 막대한 부담을 주는 구조가 온존하는 상황에서 ‘아이 많이 낳으라’고 백날 캠페인을 벌이고 다둥이에 대한 일회성 장려금을 준다고 해봐야 출산율이 높아질 리 만무하다. 문제는 이처럼 집값 거품과 사교육비 부담 때문에 아이들이 태어나지 않는 나라에 미래가 없다는 점이다. 우리 아이들이 살아갈 나라의 장래를 생각하는 입장에서는 걱정스럽기 짝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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