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정부의 실업률 통계가 왜 현실과 크나큰 괴리를 보이고 있는지를 설명한 바 있다. 정부가 발표하는 실업률로는 절대 '이태백'과 같은 청년실업난의 현실을 살펴볼 수 없다. 하지만 실업률에 비해 그나마 취업 및 고용 실태를 잘 보여준다고 판단되는 취업자수 및 고용률의 추이를 살펴보면 현재 대학 졸업생들이 느끼는 취업난의 실상을 조금은 느낄 수 있게 된다. 한 번 살펴보자. 

 

<도표1>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50대와 60대의 고용률은 경제위기에도 불구하고 증가하고 있다. 특히 55~59세 사이의 고용률은 경제 위기 이후 오히려 높아지고 있다. 반면 20대의 고용률은 2005년 하반기 이후 떨어지고 있는데, 이 가운데서도 20대 전반의 고용률은 2005 7월의 54.7%에서 올해 10 43.6%까지 약 11.1%포인트나 급감하고 있다. 통계상으로는 청년 실업률이 여전히 7~8% 수준에 불과한 것처럼 포장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대부분의 대학 졸업생들이 변변한 일자리를 찾기 힘들 정도로 고용 사정이 악화돼 있는 것이다.

 

이는 취업자수 현황을 봐도 마찬가지다. 20~30, 특히 20대 취업자수가 가파른 속도로 떨어지고 40대는 경제위기 이후 정체 상태를 보이고 있는 반면 50~60대 이상의 취업자수는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이는 부분적으로 베이비붐 세대의 고령화에 따른 측면도 있지만 경제위기 이후 20대의 취업자수 하락이 가속화되고 50대의 취업자수가 불어나고 있는 것은 눈에 띈다. 정부가 청년인턴제도 등 공공부문 일자리 창출에 나섰지만 거의 아무런 효과를 발휘하지 못한 것이다. 정부가 약 2조원의 예산을 들여 실시한 희망근로사업의 경우 제대로 된 일자리를 만들지는 못한 반면 일자리를 갖고 있지 않던 50대와 60대 이상 고연령층이 대거 희망근로사업을 통해 취업자로 편입됨으로써 취업자수가 크게 늘어난 것으로 추정된다.

 

 

<도표1> 연령대별 고용률 및 취업자수 현황

 


(
) 통계청자료로부터 KSERI 작성

 

하지만 이 같은 일자리 늘리기는 결코 지속 가능하고 안정적인 일자리라고 하기 어렵다. 지금도 정부가 각종 명목으로 막대한 적자재정을 퍼부어 명목상의 단기 일자리를 양산하고 있으나, 재정적자 부담 등으로 더 이상 관련 예산을 편성하지 못하는 순간 일시에 사라지는 일자리인 것이다.

 

경제위기를 전후로 출범한 현정부는 고환율 정책을 통해 수출기업의 가격경쟁력을 확보해주는 반면 일반 국민들의 구매력은 크게 떨어뜨렸다. 이는 일반 국민들에게 환율 인상이라는 형태로 세금을 걷어 수출기업들에게 대규모 보조금을 지급해온 것이나 마찬가지다.

 

그 결과 <도표2>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국민처분가능소득 가운데 법인과 정부(세수)부문의 분배 비중은 꾸준히 늘어왔지만 일반가계의 분배 비중은 꾸준히 줄어들었다. 경제성장의 과실이 갈수록 법인에 집중되고 일반가계는 점차 줄어들고 있는 것이다. 이 때문에 복지 대안지표(Alternative Measures of Well-being)라는 OECD 연구자그룹의 2006년 분석 결과에 따르면 한국의 경제성장률은 OECD 상위권에 속하지만 가처분소득 증가율은 중위권에 머물고 있다. OECD 회원국 가운데 경제성장률과 가처분소득 증가율의 괴리가 가장 심한 나라로 분류됐다. 특히 가계부문의 가처분소득 비중이 가파르게 떨어지고 있다.

 

<도표2> 부문별 가처분소득 비중 추이

 


(
) 한국은행 자료로부터 KSERI 작성

 

이처럼 한국은 경기회복의 과실이 가계의 소득 증가로 이어지지 않는 경제 구조와 현실이 지속적으로 확대 재생산되고 있다. 특히 한국의 경우 공급 위주의 성장정책이 극단화되고 있어 매년 80조원에 이르는 공공사업 재원으로 각종 불요불급한 대형 토건사업이 전국에서 벌어지고 있지만 정작 일자리를 늘리거나 국민들의 소득을 끌어올리지도, 국민들의 복지 수준과 삶의 질을 끌어올리지도 못하는 악순환이 되풀이되고 있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현재 정부가 경기회복이라고 부르짖고 있지만, 이는 진정한 의미의 경기회복이라고 보기 어렵다. 가계의 일자리가 늘어나고 구매력과 소득이 늘어나서 삶의 질이 높아지는 진정한 의미의 경기회복, 더 나아가 가능한 한 많은 국민들이 잘 먹고 잘 살 수 있는 진정한 의미의 경제 발전으로 이어지지 않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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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선대인 2010. 1. 19. 10: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