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 정부의 언론 장악 시도에 맞서 KBS사원행동의 핵심멤버로 일했던 최경영 기자가 얼마 전 <9시 의 거짓말>이라는 책을 펴냈다. 책 내용 가운데 인상적이었던 것은 2009년 미국 퓰리처상 탐사보도 부문 수상자인 <뉴욕타임스> 데이빗 바스토우 기자의 ‘TV애널리스트의 이면, 국방부의 검은 손’에 관한 소개였다.


바스토우기자는 TV에 객관적인 군사평론가로 소개되는 퇴역 장성 수십여명이 실은 이라크전에서 막대한 이득을 챙기는 군수산업체의 임원이거나 로비스트들이라는 사실을 폭로했다고 한다. 바스토우 기자는 또한 이들이 CNN, MSNBC, FOX 등 미국의 케이블 뉴스 채널에 등장해 이라크전을 옹호하고 자신들의 이익을 챙길 수 있도록 지원한 곳이 미국 국방부였다는 사실도 밝혀냈다. 최기자는 “바스토우 기자의 탐사보도는 TV에 등장하는 전문가들의 ‘객관적 논리’ 속에 사실은 그들의 ‘사적 이익’이 교묘하게 숨겨져 있음을 분명하게 드러냈다는 점에서 큰 의의가 있다”고 평가했다.


최기자는 이어 “한국 언론에 등장하는 민간 부동산컨설팅 업체의 임직원들은 모두 부동산 업황의 이해당사자들"이라며 "TV 또는 신문에 등장하는 상당수 부동산 관련학 교수들도 간접적으로 시행사 또는 부동산 컨설팅 회사와 연관돼 있다"고 비판한다. 그는 또 "언론은 전문가를 필진이나 토론 패널로 쓰기 전에 이력을 철저히 검증해서 꼭 (해당 전문가의 이해관계를 보여주는) ‘제2의 명함’을 독자와 시청자에게 공지해야 할 의무가 있다"라고 주장한다.


평소 필자 주장과 정확히 일치한다. 필자는 그 동안 기자나 PD, 토론프로그램 담당자들에게 같은 요청을 숱하게 되풀이했다. 적어도 건설산업연구원이나 주택산업연구원 같은 단체들 앞에 ‘대한건설협회 부설’ ‘대한주택건설협회 부설’과 같은 수식어만 달아줘도 사람들의 판단은 달라질 것이다. 이들 연구소의 연구원들이 건설업계의 이익을 대변할 것임은 너무나도 뻔한데도 각종 TV토론이나 기사 등에서는 마치 이들을 ‘객관적인 전문가’인 양 포장하고 있다. 그러다보니 해당 기관들을 국책연구소로 잘못 알고 있는 사람들도 많다.


언론들이 이런 사정을 잘 알면서도 그런 관행을 되풀이하고 있으니 개탄스럽다. 아파트 분양 광고에 목을 맨 이른바 ‘부동산 찌라시’들에야 무엇을 바라겠는가. 하지만 아파트 분양광고에 그다지 민감할 이유가 없는 방송이나 일부 신문조차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비슷한 행태를 보이고 있다.


이 때문에 이미 부동산 시장의 대세가 기울었는데도 온갖 엉터리 논리로 “집값이 오르니 집을 사라”고 부추겼던 사람들이 여전히 ‘객관적인 전문가’로서 TV화면과 지면을 가득 채우고 있다. 심지어 현 정부 인수위 시절 취득한 정보를 자신의 부동산 컨설팅 영업에 이용해 물의를 빚었던 인사가 MBC와 KBS, 매일경제신문 같은 곳에서 버젓이 등장하고 있다. 


그런 전문가들이 최근 ‘집값 바닥론’을 다시 외치고 있다. 서울의 9월 아파트 거래량이 이사철 요인 때문에 8월에 비해 6% 가량 늘었지만 한창 때 거래량의 9분의 1 수준으로 구조적 침체 양상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전국 기준 미분양이 줄었다지만 주택시장의 바로미터인 수도권 미분양은 연초 2.6만호에서 가장 최근치인 8월에 2.8만호로 늘었다. 악성미분양인 준공후 미분양은 같은 기간 3631호에서 6806호로 두 배 가량 급증했다. 지방 집값 상승을 주도했던 부산의 아파트 거래량은 4월 이후 6개월 연속 하락해 2008년말 경제위기 직전 수준까지 떨어졌다. 2000년대 부동산 거품의 에너지원이었던 주택담보대출도 8월 감소세로 돌아섰다. 부동산 정보업체의 호가지수로도 수도권 집값은 전반적으로 하락세를 지속하고 있다. 주택시장의 구조적 추세가 바뀐 것이 없는데도 집값 바닥론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집값이 뛰는 쪽에 이해관계를 갖고 있는 전문가(?)들에 의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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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선대인 2010. 10. 29. 09: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