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안철수후보측이 마련한 국민정책참여단에 연세대 의대 교수인 천근아 선생님과 함께 공동단장으로 참여하게 됐습니다. 다소 갑작스럽게 내리게 된 결정이라 충분한 이해를 구할 시간이 없었습니다. 죄송하게 생각하며 양해를 구합니다.

언론에 알려진 것과는 달리 제가 안후보캠프에 직접 참여하는 것은 아닙니다. 안철수후보캠프 내의 인사인 천근아 단장과는 달리 저는 캠프 밖의 외부 전문가로서 국민정책참여단이 당초 취지대로 국민들이 직접 정책을 제안하고 실현하는 장이 될 수 있도록 하는 조정자 역할을 하게 됩니다. 이런 설명에도 불구하고 안후보캠프에 제가 참여한 것으로 언론이 보도하고, 이 때문에 저를 오해하시는 분들이 적지 않아 안타까움을 느낍니다. 

이번 역할을 맡게 된 데는 나름대로 이유가 있습니다. 선거는 소수 정치인뿐만 아니라 국민이 미래의 가치와 비전을 함께 고민하고 공유하는 소중한 기회입니다. 하지만 이번 선거에서도 여전히 국민들은 구경꾼에 가까운 상태로 머물고 있습니다. 정치의 근본이자 정책의 출발점은 국민의 불편을 해소하고 고통을 치유하는 것이라는 점에서 안타까운 상황입니다.

이런 가운데 안후보가 유권자가 직접 정책을 제안하고 참여할 수 있는 토론광장을 열어 주었습니다. 정경관 기득권 유착구조가 오래 지속돼온 한국 사회에서 유권자들은 정책을 제안하고 참여하는 데 익숙지 않습니다. 생활 속에서 우러나온 국민의 정책 제안은 좋은 정책의 금맥입니다. 이 금맥이 사장되지 않도록 해야 합니다. 안후보가 멍석을 깔아준 기회를 잘 살려 유권자의 정책제언과 참여가 일상화될 수 있는 계기로 만들고 싶습니다.

공동단장으로서 제가 생각하는 역할은 크게 세 가지입니다.

국민들의 정책 아이디어라는 원석을 잘 다듬어 우리 삶을 바꿀 좋은 정책으로 탈바꿈시키는 보석연마사의 역할을 할 것입니다.
자신들의 문제를 정책으로 어떻게 풀어야 할지 잘 모르는 서민들의 목소리를 정치권과 전문가그룹에 전달하는 ‘정책 통역사’ 역할도 하겠습니다.
여전히 힘세고 돈 많은 사람들에 비해 목소리가 잘 들리지 않는 서민들의 목소리를 크게 키우는 확성기 역할도 할 생각입니다.

이 과정에서 일반 국민들에게는 여전히 공자님 말씀처럼 들리는 경제민주화 논의를 지상으로 끌어내리고 싶습니다. 경제민주화의 궁극적 목표는 경제적으로 소외되고 고통 받는 서민들의 삶을 개선하는 것입니다. 건전한 일자리가 많아지고 정당한 소득이 느는 것입니다. 우리 젊은이들은 학비 걱정 없이 학업에 열중하고 부모님들은 노후 걱정 없이 건강한 노년을 보낼 수 있는 것입니다. 피라미드의 꼭대기가 아니라 피라미드의 밑바닥에 있는 사람들의 삶이 풍요로워지는 것입니다. 이렇게 해서 경제민주화 논의에 조금이나마 삶의 생기를 불어넣는 것이 저의 목표입니다.

저는 형식적으로는 안후보라는 통로를 통해 서민들의 목소리를 종합하는 역할을 하게 됩니다. 하지만 가능하다면 이 같은 목소리를 문재인후보를 포함한 전체 정치권이 함께 받아 안을 수 있기를 희망합니다. 안후보가 깔아준 멍석이지만, 안후보의 정치적 입지를 도와주기 위해서가 아니라 최대한 일반 국민의 입장에서 독립적으로 활동하겠습니다.

이 일이 안철수후보 캠프에서 상근하며 하는 일이 아니기 때문에 저의 본업은 계속 이어가겠습니다. 물론 상당히 바빠지겠지만 선대인경제연구소의 보고서 업데이트 및 다른 업무들에 차질 없도록 할 것입니다. 나꼽살 방송도 계속 진행하겠습니다. 다만, 방송에서 제가 맡게 된 역할을 공지하고 청취자들이 제 입장을 감안해서 청취할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그렇다고 특정 정파나 후보에 편중된 주제선정이나 진행은 전혀 할 생각도 없고 그렇게 되지도 않을 것입니다.

끝으로 앞으로 국민정책참여단에 많은 제안을 주십시오. 힘 닿는 대로 그 제안들이 정책으로 실현되고 공론화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by 선대인 2012. 10. 17. 14:3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