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지난해 우리나라 합계출산율이 1.3명으로 오른 것으로 추정돼 11년만에 초저출산국에서 벗어날 것이라고 한다. 저출산 고령화 문제가 심각한 과제인 우리 사회에서 분명히 반길만한 얘기다. 그런데 이것이 지속가능할까? 어제 청와대에서 열린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회의자료에는 “2005년 저출산고령사회기본법 제정 이후 2차례 기본계획을 세워 결혼과 출산 및 육아에 드는 비용을 줄이려는 노력이 성과로 나타나고 있다”고 분석했다. 합계출산율이 늘어난 것은 우리 사회의 정책적 노력 때문이라는 것이다. 만약 그렇다면 이런 방향으로 계속 노력해가면 출산율은 계속 높아질 가능성이 높다. 그 같은 정책적 노력이 일정한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을 부인하지는 않지만, 현재로선 그 같은 정책효과가 얼마나 큰지 확인하기 어렵다.
정책적 노력이 얼마나 큰 효과를 발휘했는지는 미지수지만 가임기 여성의 일시적 증가라는 요인이 최근의 합계출산율 증가에 더 크게 작용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나는 믿는다. <그림1>에서 볼 수 있듯이 통계청 인구 추계자료를 보면 베이비붐 출산이 마무리된 1972년 이후 줄어들던 0~4세 인구가 1978년부터 1983년 정도까지 일시적으로 늘어나다가 이후 다시 줄어든 추세를 보인다. 이처럼 기복을 보이면서도 0~4세 인구수는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다. 이처럼 0~4세 인구의 변화는 아래 <그림2>에서 베이비붐이 마무리된 뒤 1978~1982년 정도까지 출생아수가 일시적으로 늘어나는 추세로도 나타난다.
<그림1>
주) 통계청 인구추계 자료를 바탕으로 선대인경제연구소 작성
그런데 이 때 태어난 인구들 가운데 여성들이 2009년 경부터 출산이 전 연령대에 비해 압도적으로 높은 30대 전반으로 접어들기 시작했다. 그래서 베이비붐 후반에 태어난 여성들이 30대 전반에 들어선 2000년대 초반 이후 내리막길을 걷던 30대 전반 여성 인구가 2009년부터 다시 증가하고 있다. 그 같은 30대 전반 가임여성의 증가가 최근 몇 년간 출생아 수의 증가에 큰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출생아수와 30대 전반 여성 인구의 추이는 일정한 상관관계를 보임을 <그림2>에서 쉽게 알 수 있다.
<그림2>
주) 통계청 인구추계 자료 및 인구동태 자료를 바탕으로 선대인경제연구소 작성
물론 한국 사회 저출산은 너무 늦게까지 출산 줄이기 정책을 지속한 것이나 급속한 도시화와 여성의 사회진출 확대, 외환위기 이후 집값 폭등과 일자리 감소, 사교육비 증가 등 다양한 사회경제적 요인이 영향을 미쳤다. 따라서 출생아수가 30대 전반 여성의 수에 정확히 연동해 움직이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출생아 수가 아이를 낳은 가임 여성의 수, 특히 출산이 가장 활발한 30대 전반 여성의 수에 상당한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음은 당연한 이치다. 최근 몇 년간의 합계출산율 증가는 가임여성 인구의 증가로 상당 부분 설명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그런데 <그림2>에서 보듯 30대 전반 여성 인구는 올해를 정점으로 다시 감소하게 된다. 이에 따라 향후 2~3년 안에 합계출산율이 다시 초저출산율 기준인 1.3명 밑으로 내려갈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높은 집값과 사교육비 및 보육비 부담을 줄이고 모성과 아이들을 보호하고 존중하는 문화가 근본적으로 정착되지 않는 한 현재 수준의 대책으로 출산율이 크게 높아질 것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합계출산율이 낮아졌다는 지난 몇 년 동안에도 물가는 치솟았고, 가계소득은 정체됐으며 젊은이들 일자리는 더욱 부족해졌지만 여전히 높은 집값에 결혼할 엄두도 내지 못했다. 오죽하면 결혼하는 과정에서 빚을 잔뜩 지는 ‘허니문푸어’라는 말까지 생겨났을까. 이 같은 상황에 근본적 변화가 없는데 합계출산율이 지속적으로 상승한다는 것을 나로선 상상하기 어렵다. 최근의 출산율 증가를 전적으로 정책적 노력에 따른 변화로 속단하며 자화자찬하는 분위기 속에서는 더더욱 상상하기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