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부동산대책에도 불구하고 부동산시장이 또 다시 가파르게 하락하자 최근 기득권언론들을 중심으로 ‘취득세 영구 인하론’이 쏟아지고 있다. 4.1부동산대책 직후 ‘종합선물세트’라며 환호성을 질렀던 이들 언론이 부동산대책의 약발이 없자, 취득세 효과가 한시적인 탓이라고 우기고 있는 것이다. 이들은 취득세를 영구 인하하면 일반 가계가 부동산시장 부양 효과가 지속되고 부동산 거래가 취득세 감면 막달에 몰리는 ‘막달효과’와 이후 거래가 끊기다 시피 하는 ‘거래절벽 현상’이 없어질 것이라고 한다. 이 같은 주장에 따라 ‘토건족의 본산’ 국토해양부가 총대를 메고 취득세 영구 인하론을 주창하면서 지자체의 세수 부족을 걱정하는 안전행정부와 대립하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매일경제신문은 현오석 경제부총리와의 7월 16일자 인터뷰에서 ‘취득세를 영구인하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았다’고 보도했다. 이 같은 기득권언론의 여론몰이와 정부의 대응을 보고 있으면 한심하기 짝이 없다. 큰 틀에서 보면 취득세 인하에 따른 부동산 거래 활성화 효과가 전혀 없을 뿐만 아니라 세수만 축내는 어리석은 짓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왜 그런지 간략히 살펴보자.(참고로, 여기에서는 취득세의 거래 부양 효과가 있는지만 따지기만 한다. 기득권언론에서는 취득세 영구인하를 합리화하기 위해 최근에는 취득세가 외국보다 높으니 이걸 감면해야 한다고 주장하는데, 취득세를 포함한 총거래비용과 재산세 등 보유세가 외국보다 낮다는 얘기는 거의 소개하지 않는다. 단순히 취득세만 낮추는 게 아니라 보유세를 올리고, 다주택자들의 임대소득을 정확히 파악해 세금을 투명하게 거두게 하는 것을 전제로 한다면 나는 취득세를 낮추는데 얼마든지 찬성할 수 있다.)

겉보기에는 <그림1>의 위쪽 그래프에서 보는 것처럼 취득세 감면에 따른 거래량 증가현상과 감면기간이 종료되는 마지막 달에 거래가 몰리는 막달현상, 그리고 이후 거래가 끊어지는 ‘절벽현상’이 분명히 발생한다.

하지만 취득세 감면 종료 직전 마지막 달에 주택거래량이 몰리는 막달현상은 취득세 감면 종료를 앞두고 혜택을 보기 위해 주택거래가 일시적으로 앞당겨져 이루어진 것일 뿐이다. 실제로 취득세 감면 종료 직전 마지막 달과 취득세 감면이 종료된 이후 2개월간의 주택거래량을 평균으로 계산해 다시 주택거래량 그래프를 그려보면 그 같은 주장이 얼마나 넌센스인지 쉽게 이해할 수 있다.

<그림 1>의 아래 그림에서 보는 것처럼 평균으로 환산한 주택거래량 추이를 다시 보면 거래량이 급감했던 2012년 1~2월과 2013년 1~2월의 주택거래량이 그 전후의 거래량 수준과 별반 다르지 않게 연결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취득세 감면 종료에 의해 마지막 달에 거래량이 몰리는 막달현상은 시장의 불확실성을 키우는 것이 아니라 세제 혜택을 보기 위해 주택 거래가 일시적으로 앞당겨 이루어지는 것에 불과하다. 이러한 현상은 일반적으로 상품판매에서 할인 행사 마감 직전에 구매가 몰리는 것과 동일한 것으로 보면 된다. 이를 보면 취득세 감면으로 인해 부동산 거래가 증가했다고 볼 수 있는 근거는 전혀 없다. 취득세 감면에 따른 거래량 증가 효과가 전혀 없이 거래의 진폭만 키우고 이에 따라 일희일비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면서 하우스푸어 등의 기대감을 키우며 부동산 거품 해소를 계속 지연시키고 있을 뿐이다. 더구나 부동산 거래를 활성화시키는 아무런 효과도 없는데, 광역 지자체 세수의 30%를 넘는 취득세수를 계속 축내는 바보 짓을 하고 있는 것이다.

이미 우리 연구소가 여러 차례 이야기한대로 지금 국내 부동산시장은 빚을 내서 집을 살 사람도 거의 다 사버려 일시 부양책으로는 절대 회복할 수 없는 대세하락기에 접어들어 있다. 집값이 너무 높아 집을 살 수 없는데, 부동산 거품의 해소를 지연시키면 시킬수록 결과적으로 부동산시장 침체 기간은 오히려 길어질 수밖에 없다. 부동산 거품을 빼지 않은 채 기득권 언론이나 국토해양부 등의 주장에 따라 취득세를 영구 인하해봐야 가뜩이나 재정이 열악해지는 지자체 세수만 줄어들 뿐 부동산 거래는 활성화되지 않는다. 지금이라도 정부가 현실을 제대로 직시하길 바랄 뿐이다.


<그림 1> 취득세 감면과 주택 거래량 추이


주) 온나라부동산정보 자료를 바탕으로 선대인경제연구소 작성


마지막으로 취득세 인하 효과에 관한 한국개발연구원(KDI)의 한심한 눈치보기 작태는 비판하지 않을 수 없다. KDI는 지난 5월에 취득세 감면으로 인해 주택거래가 증가하지 않는다고 주장해놓고, 불과 1개월 여 만인 6월 20일경 주택거래를 활성화하기 위해 취득세를 영구적으로 인하해야 한다는 정반대의 주장을 내놓았다. 취득세 감면이 주택거래 증가와 관련이 없다는 자신들의 연구 결과를 뒤집고 이후 쏟아져 나온 기득권 언론과 부동산 시장 이해관계자들의 입맛에 딱 맞는 보고서를 내놓았다. 결과적으로 수백억원의 세금을 지원받아 운영되는 공적 연구기관이 부동산 기득권이라는 특정세력의 이익을 대변한 셈이 됐다.

그 동안 KDI는 4대강 사업이나 경인운하 사업 등 각종 대형 토건사업에 대한 타당성 검토에서 정권의 입맛에 맞는 엉터리 보고서를 양산해 왔다. 또한 엉터리 보고서로 진행된 국책 사업의 실패에 대한 책임도 지지 않았다. 그런 KDI가 이제는 부동산 시장의 사적인 이해관계를 노골적으로 대변하기 시작한 것이다. 정권의 요구에 맞춰 엉터리 보고서를 양산하고 부동산 시장의 이해관계를 대변하는 KDI는 국책연구기관으로써 의미와 존재 가치를 상실했다고 봐야 한다. 따라서 KDI를 정부로부터 독립적인 연구기관으로 분리하고 객관적인 연구 결과를 생산할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하는 등 근본적인 역할 조정과 개혁이 필요하다. 특히 지금까지 KDI 등 각종 국책기관들은 정부 고위 관료들의 임기 동안 생색낼 수 있는 사업들을 합리화해주는데 동원돼 왔다. 이제는 그 같은 역할보다는 각종 예산사업들에 대한 엄정한 평가를 통해 향후 정책의 품질과 예산사업들의 성과를 개선하기 위한 피드백을 주는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 그렇게 할 때 KDI가 ‘권력의 시녀’가 아닌 진정한 ‘공공연구기관’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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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선대인 2013. 7. 17. 11:3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