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세월호 대참사: 진단과 대책> 토론회(지식협동조합 좋은나라 주최, 세대행동 공동후원)에 발표자로 갔다가 과거 박경철원장의 "뱀의 혀"라는 표현으로 유명해졌던 한국경제신문의 논설위원이 궤변을 늘어놓은  걸 뒤늦게 알게 됐다. 그의 글 원문은 아래 링크 참조.

 

http://www.hankyung.com/news/app/newsview.php?aid=2014042882961

 

얼핏 보면 그의 주장은 그럴 듯 해보인다. 불필요한 가격 통제는 분명히 시장의 자원 배분을 왜곡한다. 이 논설위원은 이 가격 통제 때문에 이번 세월호사고가 터진 근본원인인 것처럼 포장한다. 허가제도 아닌 신고제인 여객선 요금이 왜 4,5년마다 조정되는지는 그 분야의 내밀한 사정을 잘 몰라 그의 말이 맞는지, 맞다면 왜 그런지는 잘 모르겠다. 다만, 그의 말 대로라면 왜 가격 통제도 없는 삼성전자와 현대중공업에서 숱한 산재 사망 사고가 일어나고, 비정규직이 넘쳐나는가.

 

그가 인용한 "심야 고속도로를 달리는 화물차 중에 안전수칙을 준수하는 차가" 드문 이유는 가격 통제와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 정부 예산으로 100을 줘도 원도급과 중간 하청업체들이 가로채고, 실제 일하는 화물차 운전자들에게는 쥐꼬리만하게 지급되는 구조 때문이다. 결국 실제 일하는 사람에게 정당한 몫이 돌아가지 않는 불공정 다단계 하도급 구조가 근본 원인이다. 거꾸로 이들 운전자들에게 공정임금제라는 가격 통제를 하는 미국과 독일에서는 운전자들이 적정한 임금이 보장되므로 안전운전을 엄격하게 지킨다.

 

또 다른 예로 든 원전 비리도 어거지다. 전기 가격 통제는 수십 년 동안 계속 이뤄져왔지만, 그 사이 한전은 수조 원의 이익을 남기기도 하고 수조 원의 손실을 보기도 했다. 그러나 원전 비리는 전기 가격 수준과는 상관 없이 지속돼 왔다. 이러고도 적절한 이윤을 보장하지 않는 가격 통제 때문에 원전비리가 발생했다고 할 수 있는가.

 

마찬가지로 그는 제 가격인 철도 역시 언제 무슨 사건이 터질지 모른다고 주장한다. 그렇다면 철도 민영화로 가격이 자유화된 영국 철도에서 왜 그렇게 사고가 급증했는지 그는 설명해야 한다.

 

그리고 그는 가격통제 얘기를 하다가 끝머리에 안전규정 강화 요구도 문제인 것처럼 슬그머니 끌어들인다. 그의 주장대로라면 안전규정은 더 강화하는 게 아니라 풀어야 안전해진다는 뜻일 것이다. 스프링클러만 있었어도 화재 사고가 커지지 않았을 수도 있는 전남 장성 요양병원의 화재 참사는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거꾸로 10여 년 전 대구지하철 참사 이후 안전규정이 강화돼 가격을 통제하는 지하철에 난연자재로 바뀌었다. 어제 서울 메트로 지하철 방화사건은 강화된 안전규정이 얼마나 효과적으로 시민의 안전과 생명을 지킬 수 있는지 입증했다.

 

길게 설명했지만, 문제의 논설위원의 주장을 세월호사고와 잇따르는 화재사고 등과 관련해 요약하자면 이렇다. 규제가 있으면 그걸 지키는게 부담이 돼 다른 꼼수를 부리다 사고가 나니 규제를 만들지 말자는 것이다. 이 주장이 얼마나 어이 없는지는 생활 속의 사례로 생각해 보면 된다. 예를 들어, 신호등에서 신호를 지키지 않는 사람들이 사고가 나는 경우를 보고 나서 정규재논설위원은 신호등을 없애자고 한다. 신호를 지키는 게 부담 되는 사람들이 신호를 지키지 않고 건너다가 사고가 나니 신호등을 아예 없애버리면 된다는 것이다. 이 경우 대부분의 사람들은 신호를 안 지키는 사람들이 제재나 캠페인 등을 통해 지키게 하는 게 올바른 해법임을 알 것이다. 그의 말대로 신호등을 없애면 출근길에 차는 뒤엉키기 십상이고, 사고는 더욱 빈번하게 일어난다. 그렇게 일어나는 사고에서 상대적으로 더 큰 피해를 입는 것은 어린이와 노약자 등 교통약자들이다. 이처럼 꼭 필요한 규제는 시장 실패를 보정해 자원을 더 효율적으로 배분하도록 하고, 시장이 더 원활히 작동하도록 만든다. 그리고 강자들의 무분별한 탐욕과 횡포로부터 약자들의 생명과 안전을 보호한다.

 

이런 명백한 사실도 도외시하는 한경의 논설위원이야말로 세월호사고가 왜 발생했으며, 각종 안전사고가 잇따르는지를 보여준다. 미국이나 유럽 등 선진국에 비해 훨씬 낮은 수준의 규제조차도 지키지 않고 "돈벌이 만능주의"에 빠져 부패와 유착에 빠져 사람을 홀대하는 기업들의 횡포를 말도 안 되는 궤변으로 옹호해주는 그 같은 사람들이 있기 때문이다. 그가 현대자동차 등 재벌기업들의 돈으로 설립된 한국경제신문에 적을 두고 있는 것도 우연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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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선대인 2014. 5. 29. 09:5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