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이른바 ‘2.26 주택임대차 선진화 방안에서 월세 확정일자 자료를 이용해 월세 과세를 강화하는 방안을 내놨다. 나는 박근혜정부의 대다수 부동산 부양책을 폭탄 돌리기라면 강하게 비판했지만, 이 대책만큼은 적극 찬성했다. 반면 역시 기득권의 힘은 강했다. 그들은 이 대책이 즉각 자신들의 이해에 반하는 것임을 알아차렸다. 대다수 언론들은 기득권세력의 반발을 시장 혼란으로 포장했다. 또 그 동안 박근혜정부의 집값 떠받치기 기조와 어긋난다며 졸속 대책이라고 난타했다.

 

결국 1주일 만인 지난 35일 정부는 부랴부랴 보완조치를 내놓았다. 2주택 보유자로서 주택임대소득이 연간 2000만 원 이하인 경우에는 2년간 비과세하는 등 대폭 후퇴한 방안이었다. 말이 보완대책이지 기득권 반발에 밀려 기존 대책을 무력화하는 방안에 가까웠다. 서민들은 수십 년 떠들어도 안 먹히는데, 기득권세력이 떠들면 단 일주일 만에도 개혁안이 후퇴하는 것이다.

 

그 뒤 시간이 지날수록 주택시장은 수도권을 중심으로 다시 침체에 빠져들고 있다. 필자가 이미 전망했던 내용이다. 임대소득 과세 때문에 주택시장 침체가 온 것처럼 말하지만, 이는 핑계일 뿐 어차피 수요가 거의 고갈돼 시기의 문제일 뿐 주택시장 침체는 이어질 수밖에 없었다. 다만, 울고 싶은데 뺨 맞은 격으로 건설업계와 부동산업계, 부동산부자들을 대변하는 언론들에게 좋은 핑계거리가 생긴 셈이다. 그래서 이들은 정부 정책 실패 때문에 살아나던 주택시장이 죽는다며 아우성치기 시작했다.

 

급기야 건설족을 대변하는 국토교통부는 다주택자에 대한 규제를 다 푼다는 정책을 내놓았다. 특히 2주택 초과 보유자들의 임대소득에 대해서도 임대소득 분리과세를 추진하고 있다. 실거주 위주인 1주택자와 다주택자를 똑같이 대우한다는 것은 다주택 투기를 하더라도 아무런 사회적 페널티가 없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또한 복지와 교육에 쓸 돈은 없어도 부동산에는 얼마든지 세금 깎아줄 수 있다는 태도다. 지방선거가 끝나자마자 정부가 내놓은 정책 방향이 결국 기득권 챙기기인 셈이다. 정말 도대체 국가란 무엇인가?

 

상당수 언론들이 이리 저리 사태를 왜곡하다 보니 복잡해 보이지만, 문제는 간단하다. 근본을 생각해보자. 소득 있는 곳에 세금 있다. 근로소득세는 일정한 소득 이상의 월급쟁이들이 모두 낸다. 그것도 정부가 원천징수를 해 빠져나갈 구멍도 없다. 그런데 불로소득에 가까운 임대소득을 신고하고 세금을 제대로 내는 집주인은 거의 없다. 집주인이 상대적으로 더 고소득자이거나 자산가인데도 그렇다. 지금까지 등록해서 세금을 내는 극히 일부의 임대사업자들의 경우에도 명목 세율과 상관없이 각종 비과세 감면 혜택을 받아 세 부담이 매우 낮다. 오죽하면 실제 내는 세금의 비율인 실효세율이 2.48%OECD국가들 가운데 네 번째로 낮겠는가. 땀 흘려 일해서 본 근로소득 수천만원에도 20%대 이상의 세금을 물리는데, 불로소득에는 세금 한 푼 안 매기고 방치하는 현실. 이런 극단적인 불공평과 부조리를 우리는 수십 년간 용인해왔다.

 

하지만 더 이상은 안 된다. 저출산고령화 충격으로 이 나라는 복지를 중심으로 재정지출 수요는 급증하는데 세금 낼 사람은 줄어들게 된다. 어디에선가는 세금을 더 걷어야 한다. 그런데 정부는 법인세는 무조건 깎아주고, 주식양도차익에는 과세하지 않으며, 세계에서 가장 낮은 부동산 보유세도 올릴 생각이 없다. 집값 떠받치기에 목을 매며 부동산 취득세를 깎아주고 양도세 중과도 폐지했다. 그런데 임대소득세를 제대로 시행도 해보기 전에 계속 후퇴를 거듭한다면 도대체 어디에서 세수를 확보할 것인가. 결국 애꿎은 서민들과 유리알지갑들의 세금 부담만 높아질 수밖에 없다.

 

실제로 이명박정부의 감세정책 이래로 줄어든 세수를 메우기 위해 월급생활자들의 비과세감면 혜택은 줄었다. 연말이면 일선 세무소들이 가뜩이나 매출이 줄어든 자영업자들을 닦달하기 바빴다. 반려동물 등에도 부가가치세를 매기는 등 부가가치세 등 간접세 세수 비중은 계속 늘어 소득 역진성은 더 한층 커졌다. 그 결과 지난 몇 년 동안 고소득층의 세 부담 증가율보다 저소득층의 세 부담 증가율이 훨씬 커졌다. OECD국가들 가운데 조세재정에 의한 소득 불평등 완화 효과가 압도적 꼴찌다. 언제까지 이런 현실을 두고 볼 것인가. "근로소득만큼 임대소득에도 과세한다"는 것이 이 나라 조세정의의 최소한이 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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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선대인 2014. 6. 11. 11: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