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대희 검찰 수사 독립, 후퇴는 없다






불법대선자금 수사를 성공리에 끝마쳤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안대희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장은 28일 "검찰 수사가 독립됐다고 생각하며 이런 흐름에서 다시 후퇴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안 부장은 "(검찰) 후배들이 그런 쪽으로 가기를 원하고 국민들도 원하고 있다"며 "하지만 인사문제 등 여러 가지를 포함해 독립성과 중립성을 지킬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좀더 보완되면 좋겠다"고 말했다.

안 부장은 '이번 대선자금 수사에서 재벌쪽에 대한 수사는 부족했다는 지적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사실이다"고 수긍한 뒤 "이탈리아의 경우엔 2 년간에 걸쳐 (자동차 회사인) 피아트를 초토화시킬 정도로 수사했다고 들었다. 하지만 한국적 현실이 있다"고 말했다.그는 "계속 불황을 겪고 있는 경제 상황이 있고 수사도 당초 정치 상황으로 한정하기로 해 (기업 비리가) 일차적 수사대상은 아니었다"며 "하지만 다음 번에는 본질적으로 기업 비리에 해당하는 것은 엄정처리 하게 될 것이다. 특히 부의 지배권을 유지하고 비자금을 조성한다든지 하는 것은 엄격히 처리할 것"이라고 덧붙였다.그는 또 "일부 학자들은 기업 비리를 수사하면 기업 투명성이 올라갈 거라고 주장한다. 나도 (이런 주장에) 동의한다"면서 "주력 기업들은 압수 수색하면 (기업 상황이) 너무 어렵다고 한다" 말해 기업수사의 고충을 토로했다.그는 강금실 장관과 송광수 검찰총장에 대해 평해달라는 기자의 질문에 "강장관은 순수한 분으로 독립적으로 업무를 진행하신다", "송 총장은 수사의 중심 축으로 수사 독립에 대한 강한 의지로 밀어주셨다. 고맙게 생각한다"고 말했다.안부장은 사시 17회 동기인 노무현 대통령에 대해서는 "아주 원칙적이고 합리적인 분이다"고 밝혔다. 그는 "저쪽(청와대를 지칭)에서도 이번에 간섭을 많이 자제했다고 들었다. 이야기를 들어보면 국세청 등 다른 감시기구에도 영향력을 부당하게 행사하지 않는다고 하더라"고 말했다.안 부장은 28일 발표된 검찰 인사에서 수사 실권이 없는 다음 달 1일자로 부산고검장으로 발령난 데 대해 "공무원이 자리 옮기면 무조건 영전 아닌가. 영전돼 기분 좋다"면서도 "공무원은 그렇게 말할 수밖에 없다"고 여운을 남겼다.그는 '팬 카페'가 생겨나는 등 네티즌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은 데 대해 "내가 맡고 있는 직책 때문에 그렇게 된 거라고 본다"며 "'대선자객'에서 한나라당을 '주적'으로 설정했던데 내 취향에는 맞지 않다. 나는 어느 쪽 편들지도 않았고 그럴 생각도 없다"고 말했다.이날 인터뷰는 대검찰청 그의 사무실에서 진행됐다. 그의 바쁜 일정 때문에 20여분의 짧은 시간동안 진행된 탓인지 그는 "평소 말이 어눌하다"고 하면서도 기자의 질문에 매우 빠르게 답변했다. 다음은 그와의 일문일답. "공무원은 자리 옮기면 무조건 영전"
"검찰 수사 독립 지속적으로 보장할 제도 필요"






-어제 발표된 검찰 인사에서 수사 실권이 없는 부산고검장으로 발령났다. 한 일간지에서는 '반쪽자리 영전'이라고 표현했던데 어떻게 느끼나.

공무원이 자리 옮기면 무조건 영전 아닌가. 영전돼 기분 좋다. 공무원은 그렇게 말할 수밖에 없다.

-안 부장의 수사를 꺼리는 재계 등의 압력이 작용해 직접 수사를 하지 않는 자리로 가게 된 것은 아닌가.

아니다. 나 아니라도 재계 수사를 안 하는 게 아니다. 검찰에서 수사는 조직이 하는 것이다. 나는 우연히 그 조직의 상징이 됐을 뿐이다. 나 말고도 잘 하는 다른 분들이 많다. 검찰이 향후 수사에서 원칙을 지키고 독립적으로 엄정하게 수사해야 한다는 분위기가 조직 내에서 팽배하다. 누가 하더라도 잘할 것이다. 나는 조직의 한 사람일 뿐이다.

-말이 나온 김에 물어보는데, 검찰이 독립됐다고 생각하나.

그렇지. 수사 자체가 독립됐다고 생각한다. 이런 흐름에서 다시 후퇴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검찰) 후배들이 그런 쪽으로 가기를 원하고 국민들도 원하지 않나. 다만 제도적 장치 같은 게 좀더 보완이 되면 좋겠다.

-'제도적 장치'라면 어떤 걸 말하나.

수사를 자유롭게 할 수 있도록 인사문제 등 여러 가지가 틀을 잡아가야지. (인사문제라는 건 구체적으로 뭘 말하느냐고 되묻자) 꼭 인사문제만 말하는 게 아니라 여러 가지를 포함해 독립성과 중립성을 지켜야 한다는 말이다. 검찰 개혁이라는 말을 많이 쓰는데 개혁한다는 명목으로 (검찰이) 일을 못하게 하는 게 개혁은 아니지 않나. 국민들은 검찰이 엄격하고 공정하게 제대로 수사해주기를 바라고 있고 이를 제도적으로 보장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전반적인 내용을 다 포함하는 말이다.

-불법대선자금 수사를 끝낸 소감을 말해달라.

홀가분하다. 진상 규명에 대한 중압감에서 벗어났다. 정치적으로도 공정하다는 평가를 들었다. 100% 만족은 못하지만 정치개혁의 계기를 제공했다는 데 의의를 두고 싶다. 검찰 독립도 시험적으로 이뤄봤고 기업 투명성을 높이는 데도 크게 도움이 됐다고 생각한다. 앞으로 잘 될 걸로 생각한다.

-정말 '후회 없이 했다'고 역사에 맹세할 수 있나.

수사는 증거에 의해 밝히는 작업이다. 이것이 객관적 사실과 완전히 일치하지는 않는다. 어쨌든 실체적 진실을 밝히기 위해 노력했다. 수사의 공정성이나 수사 의지와 방향 등에서는 부끄러움이 없다. 이쪽이든 저쪽이든 대체로 공정했다는 평가를 받았고 투명하게 수사를 진행했다. 요즘 월간지나 주간지 기자들이 우리 수사기록을 다 꼼꼼히 뒤져보고서 '정말 제대로 했구나'라고 다들 느낀다고 하더라. 이미 한 일에 부끄러울 수도 없다. 밑에서 하는 일을 지휘부가 하지 말라고 할 수도 없는 분위기가 형성돼 있다. "한나라당, 주적 아니었다"

"재벌 수사 부족 사실, 앞으로는 엄정하게 수사"





-다음에 '송광수 안대희 팬클럽' 등 팬 카페도 생기고 지난 해에는 안 부장을 주인공으로 하는 '대선자객' 패러디가 선풍적인 인기를 끄는 등 네티즌들에게 영웅처럼 대접받고 있는데 기분이 어떤가.

내가 맡고 있는 직책 때문에 그렇게 된 거라고 본다. 수사를 바로 하라는 국민들의 성원의 표시라고 생각하고 아주 고맙게 생각하고 있다. 사실 분에 넘치는 지지와 성원을 받았다. 하지만 '대선자객'에서 한나라당을 '주적'으로 설정했던데 내 취향에는 맞지 않다. 어느 쪽 편들지도 않았고 그럴 생각도 없다.

-팬 카페에 혹시 들어가보나.

거의 들어가보진 않고 주위 사람들이 들어가본 뒤 이야기하는 건 자주 들었다. 인기를 의식하는 정치인이나 연예인이 아니니까. 공무원으로서 조직의 일을 열심히 했을 뿐 인기에 연연하지 않는다. 다만 수사 도중에 '고맙다. 계속 열심히 하겠다'는 내용의 글을 카페게시판에 띄운 적은 있다. 검찰이 바로 하라는 성원으로 늘 생각했다.

-이번 대선자금 수사에서 재벌쪽에 대한 수사는 부족했다는 지적이 있다. 어떻게 생각하나.

사실이다. 이탈리아의 경우엔 이 년간에 걸쳐 (자동차 회사인) 피아트를 초토화시킬 정도로 수사를 했다고 들었다. 하지만 한국적 현실이 있다. 이번 수사는 정치인 수사였고 수사 시작할 때도 (재계에) 자수, 자복하면 (기소 형량을) 감면해주겠다고 했었다. 계속 안 좋은 경제 상황이 있고 수사도 당초 정치 상황으로 한정하기로 해 일차적 수사대상은 아니었다. 다음 번부터는 본질적으로 기업 비리에 해당하는 것은 엄정 처리하겠다고 이미 발표했다. 부의 지배권을 유지하고 비자금을 조성한다든지 하는 것은 엄격히 처리할 것이다. 앞으로는 그렇게 될 것이다. 국민들과 시민단체들이 예의주시하고 있지 않나. 더욱 철저히 수사해야 한다. 하지만 경제 문제가 있다. 투자가 위축되고 소비심리가 위축돼서는 안 된다. 절제된 검찰권력을 행사해야 한다. 사채시장에서 삼성 채권을 추적하다 보니 부작용이 있었다. 음성적인 소득이 돌지 않고 있다는 거다. 채권을 현금으로 바꾸고 이런 돈으로 뇌물도 쓰고 하는데 그러지 않는다고 하더라. 물론 검찰은 법적인 문제가 밝혀지면 어떠한 경우에도 엄정하게 수사해야 한다.

-삐딱하게 보는 건지 모르겠지만 방금 한 말은 '경제에서 어느 정도는 음성경제가 있어야 한다'는 것처럼 들린다.

그런 뜻이 아니다. 그런 지적이 있다는 것이지. 검찰이나 법원은 어떠한 경우에도 법적인 문제가 있으면 그걸 지켜야지. 경제 문제는 일차적으로 부의 불법 세습을 막는 것이다. 이런 건 경제와 큰 관계가 없을 거다. 일부 학자들은 이를 수사하면 기업 투명성이 올라갈 거라고 주장한다.(기자는 그런 주장에 동의한다고 하자) 나도 동의한다. 주력 기업들은 압수수색하면 너무 어렵다고 한다. 하지만 겉으로 드러난 문제에서는 엄격하게 했다. 동부그룹 등은 다 처벌하지 않았나. "강장관, 송총장 수사 독립에 기여"

"노대통령, 원칙적이고 합리적인 분...영향력 부당하게 행사 안 하는 듯"





-전두환 전 대통령 비자금 관련 수사는 어떻게 되는 건가.

이순자씨가 130억 대납한 데 이어 70억 대납했다. 아직 수사가 끝나지 않았고 계속 비자금을 추적 중이다. 하지만 전두환 전 대통령이 직접 관련된 내용은 아직 발견되지 않았다.

-대선자금 수사가 이번 총선에 어떤 영향을 미쳤다고 생각하나.

정치가 깨끗해졌고…여야가 이기고 지고에는 관심 없었다. 국민들이 깨끗한 정치를 원했고 총선도 대체로 깨끗하게 치뤄지지 않았나.

-이번 수사를 계기로 우리 정치가 계속 깨끗할 것이라고 보나.

여기서 다시 후퇴하면 발전이 없다. 이번 선거에서 선관위가 포상금을 내걸고 경찰도 1계급 특진까지 시키면서 열심히 하지 않았나. 검찰도 공정한 수사를 했다고 다들 한다. 공정한 수사가 담보된다면 (정치 상황이) 후퇴하지 않을 거라고 본다. 현재 선거법 위반 수사도 공정한 수사를 하고 있다. 여야가 아무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고 있다. 검찰도 더욱 공정하고 원칙을 지키는 검찰이 돼야 한다. 더 깨끗해져야 한다. 이번에 정치인도 그렇고 재계도 그렇고 자각을 많이 했다고 본다. 깨끗해지지 않으면 국민들이 등 돌린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꼈을 거다. 기업인들도 이번 선거에서 '돈 달라'는 소리를 못 들어봤다고 하더라. '차떼기' '뭉치떼기'라는 말도 이제 사라져야 한다는 게 국민적 합의사항 아니냐. 그러기 위해 검찰 등 감시기관에서 법을 잘 집행해야 한다.

-재벌의 부의 세습 문제는 계속 수사해야 한다고 보나.

시민단체에서 계속 문제제기를 하고 있지 않나.
-에버랜드를 통한 삼성의 세습 문제는 수사해야 한다고 생각하나.

내가 말할 게 아니다.
-강금실 법무장관과 송광수 검찰 총장에 대해 평해달라.

강장관은 순수한 분으로 독립적으로 업무를 잘 진행하셨다. 송 총장은 수사의 중심축으로 수사 독립에 대한 강한 의지로 밀어주셨다. 고맙게 생각한다.

-사시동기인 노무현 대통령은 어떻게 평가하나.

아주 원칙적이고 합리적인 분이라고 생각했다. 저쪽(청와대를 지칭)에서도 간섭을 많이 자제하려 했다고 들었다. 나름대로 원칙을 견지하려고 하는 분이다. 이야기를 들어보면 국세청 등 다른 감시기구에도 영향력을 부당하게 행사하지 않는다고 하더라. (개인적인 측면을 좀 말해달라고 하자) 말한 대로인데…자상하고 원칙적이다.

-사시동기로서 혹시 대통령께 조언하고 싶은 건 없나.

말할 처지가 아니다. 공무원이 무슨 말을 하나.
by 선대인 2008. 9. 4. 17: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