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결과 리스트
서민을 위한 경제학/이 땅의 미래, 교육에 해당되는 글 14건
- 2010.01.28 95년 이후 대학등록금과 물가 상승 비교 116
- 2009.04.22 한미일 사립대 등록금 비교 41
- 2009.02.28 정책으로 사교육 부추긴 뒤 세금 들여 사교육 줄인다고? 50
- 2008.09.04 어린이 생태박물관 이 정도는 돼야죠 111
고려대 이기수 총장이 한국대교협 회장으로 선출되면서 한국의 대학 등록금은 교육의 질에 비해 매우 싸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고 합니다. 이는 교육 수요자인 대다수 국민들의 체감과는 동떨어진 것으로 한마디로 '경쟁의 무풍지대'에서 독과점적 혜택을 누리는 한국 대표 사립의 오만함과 자가당착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발언이라고 생각합니다. 한미일 3국의 교육의 질 대비 사립대 등록금 수준을 비교한 것은 우리 연구소가 소개한 글을 참조하시기 바라고요. 저는 이 글에서 1995년 이후 사립대와 전문대의 납입금 상승 추이와 생활물가지수 상승률을 비교해봤습니다. 아래 <도표1>에서 보시면 아시겠지만, 1995년 1월을 100으로 할 때 생활물가지수는 191.4로 변동한 반면, 사립대 납입금은 256.5, 전문대 납입금은 289.7로 급상승했습니다. 이를 금액으로 생각해보면 예전에 100만원으로 살 수 있던 생활에 필요한 재화와 서비스가 191.4만원으로 상승한 반면, 1995년에 100만원이던 등록금은 256.5만원, 전문대 납입금은 289.7만원으로 올랐다는 얘기입니다. 이것은 비교적 등록금이 낮은 지방의 사립대와 전문대를 포함한 수치로 연세대와 고려대, 이화여대 등 서울지역 사립대와 전문대의 등록금은 이보다 더 가파르게 올랐다고 봐야 할 것입니다.
또한 고려대 총장과 같은 교육 서비스 공급자 입장에서가 아니라 교육 수요자 입장에서 지금 한국 교육의 현실을 살펴보면 어떨까요? 아래 <도표2>를 참고로 해서 설명하겠습니다. 고등교육에 대한 공공과 민간의 지출 부담 비중을 살펴보면 한국은 민간, 즉 가계의 부담율이 OECD 국가 가운데 가장 높습니다. 고등교육에 대해서도 대부분 국가가 책임지는 유럽 대부분의 국가는 말할 것도 없고, 민간 지출 부담이 높은 미국이나 일본보다도 더 높은 것입니다. 이만큼 국가가 고등교육에 대한 지출을 줄이고, 민간 부담으로 지출하게 하는 것입니다. 물론 이처럼 된 데에는 정부가 80년대 이후 질적 수준을 따지지 않고 각종 사립대학을 무분별하게 난립하게 하고, '학벌 신드롬'을 조장해 대다수의 고교 졸업생이 어떤 식으로든 대학에 진학하게 하는 점에 기인하기도 합니다. 그런 점에서 무분별하게 난립한 대학 가운데 다수의 구조조정은 불가피합니다. 하지만 그런 점을 감안하더라도 현재 한국의 학부모와 학생들의 교육비 부담은 매우 크다는 점을 알 수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도 대학들은 경제위기 전까지 가파르게 등록금을 올려 진정한 교육 서비스의 질을 끌어올리기 보다는 캠퍼스 내 건물을 올리고 각종 수도권과 지방에 캠퍼스를 조성해 '부동산 장사'와 '등록금 장사'에 더 열을 올려왔습니다. 이런 자신들의 행태는 망각하고 교육의 질에 비해 대학 등록금이 싸다고 주장하는 신임 대교협 회장의 발언은 그야말로 오만한 발언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이번 고려대 이기수 총장의 발언이야말로 왜 한국의 대학들이 여전히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으며, 대대적인 구조개혁이 왜 필요한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발언이라고 하겠습니다.
정부와 언론이 왜곡하는 경제 정보를 꿰뚫어보고 건전한 민주주의 시장경제 건설을 위한 좀더 의미 있는 토론과 참여를 원하시는 분들은 김광수경제연구소포럼(http://cafe.daum.net/kseriforum)을 방문해주십시오.
미국 명문 사립대인 하버드 대학과 일본의 명문 사립대인 게이오대학 그리고 한국의 연세대의 학생 1인당 실질등록금을 비교해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하버드대학>
- 학생수(학부+석박사) 20,114명
- 계절학기 및 청강생 5,664명
- 강의교수 2,558명(전임교수 1,984명 + 시간강사 574명) + 연구/보직교수 7,605명
= 총 10,163명
- 2006년 총 수입 " 30억 달러
- 2006년 총수업료(입학금+등록금+실습비+기숙사비) 수입 : 6.3억 달러(총수입의 21%)
- 기숙사비 차감 총수업료 : 5억 달러(장학금 지급액 1억 달러 차감한 수치)
- 2006년 학생 1인당 실질수업료 : 31,300달러(원화환산 2,993만원)(=총수업료/학생수)
- 기숙사비 차감 학생 1인당 실질수업료 : 25,000달러(원화환산 2,388만원)
- 계절학기 및 청강생 차감 학생 1인당 실질수업료 : 21,000달러(원화환산 2,000만원) 추정
<게이오대학>
- 학생수 : 50,672명
유치원+초중고 : 7,412명
대학 : 43,260명
학부+석박사 : 32,312명
방통대 : 9,903명
외국인학교+어학연수 : 1,045명
- 전임교수 1,750명 + 시간강사 317명 = 2,067명
- 2006년 총수입 : 2558.6억엔
- 2006년 수업료(입학금+등록금+실습비+기타) 수입 : 441.4억엔(총수입의 17.3%)
- 2006년 학생 1인당 실질수업료 : 87.2만엔(원화환산 716만원)(=총수업료/학생수)
102만엔(원화환산 837.4만원)(=총수업료/대학생 이상)
- 게이오는 유치원 및 초중고등학교 수업료와 대학의 수업료가 크게 차이나지 않음
<연세대>
- 학생수 : 35,554명
- 전임교수 1,739명 + 비전임 794명 +시간강사 1,548명 = 4,081명
- 2006년 총수입 : 5,424억원(2007년 7,173.5억원)
- 2006년 총수업료 : 3,105억원(2007년 3,436억원)(총수입의 57.2%)
- 2006년 학생 1인당 실질수업료 : 848만원(2007년 966.4만원)
하버드대학이나 게이오대학 모두 명목등록금은 매우 높습니다만, 장학금이나 면제, 보조금 지급 등을 차감한 학생 1인당 실질수업료는 미국 하버드대학, 한국 연세대, 일본 게이오대학의 순으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한미일 3국의 소득수준을 감안한다면 한국의 연세대가 일본에 비해 압도적으로 높다고 할 수 있습니다. 또 교육의 질을 감안한다면 한국의 연세대가 하버드대학보다도 훨씬 비싸다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상기 한미일 3국의 주요 사립대학의 학생 1인당 실질등록금 비교결과와 3국간 차이의 원인에 대한 상세한 설명은 생략하겠습니다. 상기 실질등록금 비교자료를 보시고 한국 대학의 경우 무엇이 문제인지 회원 여러분들의 많은 토론을 기대하겠습니다.
김광수경제연구소포럼(http://cafe.daum.net/kseriforum )
지난해 우리나라 사교육비 규모가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한다. 현 정부 출범 초기부터 영어 몰입교육 논란이 불거지며 사교육비를 늘릴 것이라는 우려를 낳았었다. 그런데 교육과학기술부가 27일 발표한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사교육비 총 규모는 20조 9천억원으로 전년(20조400억원)에 비해 4.3% 증가하고, 학생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23만3천원)도 전년(22만2천원)에 비해 5%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고 한다. 교과부는 물가상승률(4.7%)을 감안하면 그리 큰 증가 폭은 아니라고 설명한다. 하지만 외환위기 이후 최악의 경기침체를 겪는 상황에서 실질임금뿐만 아니라 명목임금까지 줄어들고 소비를 급격히 줄이고 있는 가운데 사교육비가 4.3%가량 늘어났다는 것은 결코 적은 증가율이 아니다.
더구나 세부적인 내용을 뜯어보면 사실상 사교육비가 늘어났음이 명백하다. 일반 교과별로는 전년에 비해 영어(11.8%)와 수학(8.8%)의 사교육비 증가율이 높게 나타났고 논술(-12.5%) 사교육비는 크게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한다. 새 정부 출범 후 가장 강조한 것이 소위 '아륀지'로 희화화된 영어몰입교육, 영어 공교육 완성이 아니었던가. 그런데 사교육비가 가장 증가한 교과 영역이 바로 영어라는 것은 정부의 교육정책이 완전히 실패했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사교육 증가를 부추겼을 가능성이 높다는 증거 아니겠는가. 더구나 대입자율화 정책에 따라 대학들이 2009학년도 입시에서 논술고사 시행을 대폭 축소해 논술 사교육비가 크게 줄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전반적으로는 지난해 사교육이 크게 늘었다고 봐야 한다. 더구나 현 이명박 정부는 ‘사교육비를 절반으로 줄이겠다’는 공약을 내걸고 당선된 정부가 아닌가. 공약과 완전히 정반대로 가고 있는 것이다.
이런 마당에 교육과학기술부와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한국대학교육협의회,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 등 4개 교육기관은 이날 오전 코리아나호텔에서 공교육 활성화를 위해 공동선언을 했다. 우리 교육이 입시 위주의 환경에 묶여있고 사교육비가 증가하는 것을 감안해 교육 주체들이 함께 공교육에 대한 신뢰 회복에 나서 사교육비를 줄여보자는 취지라고 한다. 그런데 한 마디로 소가 웃을 일이다.
현 정부와 현 정부와 배가 맞는 서울시교육청이 앞장서서 사교육을 부추기는 온갖 엉터리 교육정책들을 남발해놓고, 무슨 염치가 있어서 그런 ‘눈 가리고 아웅 쑈’를 한다는 말인가. 정말 기만도 이만저만한 기만이 아닐 수 없다. 사실 현 정부는 지난해 9월말에도 이처럼 황당한 생쑈를 벌인 적이 있다.
이명박 대통령은 9월 23일 국무회의에서 "학원비가 크게 올라 서민 가계에 큰 부담이 되고 있다는 얘기를 듣고 있다"면서 실태조사와 종합대책 마련을 지시했었다. 이에 따라 교육과학기술부는 합동점검단을 꾸려 학원의 탈세 및 담합을 단속하는 등 으름장을 놓기도 했다. 자신들이 사교육비가 오를 수밖에 없는 제도와 정책들을 내놓고 이를 마치 일부 비양심적인 학원업계의 행태 때문인 것으로 치부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학원업계가 학부모들의 불안 심리를 부추긴 탓에 각 가계의 사교육비 지출이 늘어난 측면도 있고, 학원업계 내에 탈세와 담합 행위가 만연한다면 당연히 찾아내 필요한 법적 조치를 취해야 한다. 하지만 정권출범 하자마자 학교자율화 방침을 천명하고 국제중 신설, 기숙형 공립고 및 자사고 100개 설립과 고교 선택권제 도입 등 한결같이 학교교육의 사교육화와 사교육비를 부추기는 정책을 계속 추진해온 것은 바로 이명박정부 자신이다. 그런 사람들이 사교육비가 너무 오른다며 학원비를 단속하겠다고 설레발을 치다가 이제는 사교육비가 증가한 것으로 나오자 ‘공교육 활성화’선언이라는 이벤트를 펼치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더해 현 정부는 '사교육 없는 학교'를 전국에 300곳을 지정, 한 학교당 평균 2억원씩 모두 600억원을 지원하기로 했다고 한다. 자신들이 사교육을 부추겨 가계의 사교육비 지출을 늘이게 하고, 다시 가계의 세금으로 조성된 예산으로 사교육을 줄이겠다는 코미디도 이런 서글픈 코미디가 없다.
정말 이 정권의 사람들은 왜 자신들이 사교육을 부추기고 있는지를 이해하지 못하는 것일까? 정말 모르는 것 같아 엿부러 시간을 내 설명해주겠다. 현 정부의 각종 교육정책들이 왜 학생과 학부모의 사교육 의존을 강화하는지를 보려면 한국 학교교육의 왜곡된 경쟁 구조에 대한 이해에서 출발해야 한다.
과거 고교 평준화의 틀이 유지된 외환위기 이전 한국 사회의 성공 경로는 크게 세칭 일류대→변호사/의사 등 전문직과 일류 직장이었다. 하지만 외환위기 이후 이태백, 사오정, 오륙도, 88만원세대와 같은 신조어들이 상징하듯이 양질의 직장은 부족해지고 일자리는 불안정해졌으며 실업률은 높아졌다. 또 계층간 소득 및 자산 양극화가 심해져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더욱 심화됐다. 이른바 소수는 훨씬 많은 것을 차지하는 반면 그렇지 못한 다수는 과거보다 훨씬 열악한 상황에 놓이게 되는 ‘승자독식 구조’가 형성됐다고 할 수 있다.
이런 상태에서는 성공 경로에서 조금이라도 앞선 사람들이 상대적으로 훨씬 더 큰 몫을 차지하기 마련이다. 따라서 각 개인이나 가계는 성공 경로에서 조금이라도 앞설 수 있다면 상당한 투자도 마다하지 않게 된다. 부모들은 자녀의 사교육에 조금이라도 더 투자해 자녀가 좋은 대학→좋은 직장이라는 ‘성공 코스’에 진입할 수 있다면 투자수익률 관점에서 수지가 맞는다고 할 수 있다.
실제로 한국 사회는 외환위기 이후 이런 방향으로 치열한 경쟁을 가속화해 왔다. 이런 ‘승자독식 구조’에서 이득을 보는 일부 소수 기득권 계층과 이들을 기반으로 삼는 정치권이 자신들의 투자대비 수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각종 정책 및 제도를 빈익빈 부익부 구조로 바꾸도록 애써온 측면도 작용했다. 외환위기 이후 외국어고와 과학기술고 등 특수목적고나 자율형사립고 등이 확대돼온 반면 학교교육은 계속 위기를 겪고 있는 과정도 이런 측면에서 볼 수 있다.
이 과정에서 외환위기 이후 성공경로가 특목고/자사고→명문대→전문직/대기업 직장 구조로 한 단계가 더 추가됐다고 할 수 있다. 성공경로가 한 단계 덧붙여지는 것은 개인과 가계의 경쟁이 한 단계 더 빨리 시작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런 승자독식 구조에서는 초기의 조그만 차이가 시간이 지날수록 극단적인 차이로 이어지는 경로의존(Path Dependency) 현상이 매우 뚜렷하게 나타난다.
예를 들어, 1점 차이로 A라는 학생은 외고에 진학하고 B라는 학생은 외고에 진학하는 데 실패했다고 하자. 이 같은 초기의 차이는 별것 아닐 수 있지만, 향후 최종 결과를 놓고 보면 그 차이가 결코 작지 않을 수 있다. 가령 A라는 학생은 외고→명문대→전문직/고소득 연봉자의 경로를 밟는 반면, B라는 학생은 일반고→비명문대→저소득 직장으로 이어지는 경로를 밟을 개연성이 커진다. 물론 한 번의 차이를 만회할 기회가 도중에 전혀 없는 것은 아니지만 갈수록 진정한 의미의 ‘두 번째 기회’는 줄어든다는 의미다. 이런 상황이 심화될수록 학부모 입장에서는 자녀에게 좀더 많은 사교육비를 들여서라도 자녀를 특목고에 진학시키려는 유인이 한층 커질 수밖에 없다. 최근 몇 년 동안 특목고 진학을 노리는 중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사교육시장이 급팽창한 것도 이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이 같은 상황을 아래 <도표1>의 전개형(extensive) 게임이론 모형을 통해 살펴볼 수도 있다. 전개형 게임방식이란 도리짓고땡 화투 게임을 하는 사람들이 순서대로 선택을 하는 게임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먼저 화투 게임 시작 전에 판돈 10원씩을 건 것과 마찬가지로 게임 시작 전의 초기 상태는 학부모 A와 학부모 B가 사교육에 전혀 의존하지 않고 반에서 평균 10등을 다투는 자녀를 각각 두고 있다. 즉 두 학부모 자녀의 성적이 (10등, 10등)으로 같다. 또 설명의 편의를 위해 학부모 A는 고소득층이며 학부모 B는 중하위 소득계층이다. 선행학습 효과든 예상시험문제 풀기 연습이든 사교육의 효과가 있는 것으로 가정하며, 학부모의 선택은 정부의 교육정책에 의해 영향을 받는다.
<도표 1> 사교육 팽창을 초래하는 교육정책
이제 고소득자인 학부모 A는 정부가 학교자율화 정책을 추진하겠다는 정보를 접한 후 자신의 자녀에 대해 사교육을 시킬지를 결정한다. 즉 판돈을 얼마를 걸지를 결정하는 것이다. 만일 월 50만원짜리 사교육을 선택하면 자신의 자녀는 5등으로 올라서는 반면 상대방 자녀는 15등으로 내려가고(5등, 15등), 공교육을 선택하면 자신의 자녀와 상대방의 자녀 모두 10등으로 같다(10등, 10등).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는 학부모 A는 당연히 월 50만원의 판돈을 걸고 사교육을 시켜 (5등, 15등)을 선택하려 할 것이다.
다음에, 중하위 소득계층인 학부모 B는 학교자율화 확대 정책과 고소득자인 학부모 A가 사교육에 50만원을 걸었다는 것을 알고 있다. 학부모 B는 경제적으로 부담이 크지만 무리를 해서라도 어쩔 수 없이 50만원 콜을 하며 사교육을 선택하게 된다. 그 경우 두 학부모의 자녀 성적은 (10등, 10등)으로 처음 초기 상태로 환원되게 된다. 결국 두 학부모는 자녀의 성적을 올리기 위해서 사교육을 선택하지만 결과는 고스톱 게임의 판돈만 50만원으로 올라갈 뿐 성적을 올리기 힘들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등수는 상대평가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고소득자인 학부모 A는 판돈 올리기를 주장한다. 학부모 B의 밑천이 얼마 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돈으로 밀어 부치려는 유인이 생기는 것이다. 여기에 이명박정부가 자사고 100개 설립을 추진하겠다고 발표한다. 말하자면 판돈을 월 50만원에서 100만원으로 올리는 정책을 발표하는 셈인 것이다. 이를 보고 학부모 A는 올라간 판돈을 걸고 자사고 입학을 위해 사교육을 선택하는 새로운 게임을 시작한다. 이 경우 학부모 B는 갈등을 하게 된다. 밑천이 모자라기 때문이다. 그러나 자식의 장래를 위해서는 무리를 해서라도 먹는 것 입는 것 사는 것 모든 것을 줄여가며 사교육을 선택해 게임을 계속하기로 한다. 그 결과 두 학부모 자녀의 성적은 다시 (10등, 10등)으로 같아지게 된다.
여기에 이명박정부가 다시 국제중 설립이라는 정책으로 화투판의 판돈을 월 100만원에서 200만원으로 일거에 끌어 올린다. 학부모 A는 이를 환영하지만 학부모 B는 저축통장을 해약하고 집을 팔지 않으면 거의 포기해야 하는 상태에 이르게된다. 학부모 B는 죽기 아니면 살기라는 식으로 200만원으로 올라간 판돈을 걸고 게임에 참가하게 된다.
이론상으로는 이런 게임이 무한대로 계속될 수 있다. 말하자면 사교육시장이 무한대로 계속 확대될 수 있다는 말이다. 물론 이 과정에서 학교교육은 모조리 붕괴되고 이른바 시장논리를 내세우는 일부 사립학교들만이 판을 치게 될 것이다. 그리고 이들 사립학교들은 프리미엄을 내세워 천문학적 등록금을 내라고 할 것이다. 또 중하위 소득의 일반서민 계층은 계속높아지는 판돈을 더 이상 감당하지 못하게 되어 결국 포기할 수밖에 없게 된다. 결국 최종적으로는 고소득계층만을 위한 천문학적등록금의 사립학교와 사교육시장만이 판을 치게 될 것이다.
이런 과정을 거쳐 초중고 공교육의 경쟁이 불필요하게 과열되면 교육 본연의 목적은 사라지고 엉뚱한 목표가 대체하게 된다. 원래 초중고 학교교육 과정은 미성년자인 어린 학생들이 민주주의 시민사회의 구성원으로 필요한 인성과 사회성을 함양하는 한편 자신의 삶을 풍요롭게 하기 위한 필요한 지식과 판단력을 습득해가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공교육 정책은 이러한 기본목적에서 벗어나서는 안 된다.
하지만 현 정부는 이러한 기본목적을 완전히 무시하고 사교육을 조장하는 소모적인 ‘다단계 돈 지르기’ 교육정책을 남발하고 있다. 사회 전체적으로 볼 때 사교육을 하든 하지 않든 또는 돈을 많이 들이든 돈을 들이지 않든 일정 수의 누군가는 이른바 명문대에 반드시 가게 되어 있다. 즉 사회 전체적으로 20조원을 투자하든 100조원을 투자하든 또는 공교육이 무너지든 사교육이 횡행하든 결국에는 명문대에 진학하는 것이 전부이다. 그렇다면 바보가 아닌 이상 가능한 한 가장 저렴한 방식으로 명문대에 갈 수 있는 방식을 만들어내는 것이 교육정책의 전제조건이 된다고 할 수 있다.
사회 전체적으로는 누군가는 명문대에 가는데 가능한 한 돈을 들이지 않고 적성별 능력별로 학생들을 잘 가르치고 선발할 수 있는 교육정책을 만들어낼 수 있는 것이다. 특목고니 영재고니 국제중이니 하는 소모적인 돈 지르기 게임을 중간에 다단계식으로 개입시킬 이유가 없는 것이다. 그것도 정부가 교육정책이라는 이름으로 말이다. 특목고니 영재고니 국제중이니 하는 다단계 돈 지르기 소모전은 단지 명문대에 가기 위한, 그야말로 불요불급한 선발 장치에 불과할 뿐이다. 이른바 명문대들의 특권을 유지해주기 위한 반칙적이고 편법적인 다단계 선발장치에 불과할 뿐이다. 어차피 공부를 잘 할 수 있는 아이들은 다단계 돈 지르기 소모전을 하지 않더라도 공부를 잘 하며 어떤 방식에 의해 선발을 하더라도 명문대를 갈 확률이 높다.
예를 들어 1번부터 100번까지 번호가 매겨진 100명의 아이가 있다고 하자. 이 아이들이 평준화와 특목고 방식의 두 가지 중간단계를 거쳐 명문대에 입학하는 경우를 생각해보자. 이 경우, 평준화 방식으로 명문대를 가는 아이들과 특목고 방식으로 명문대를 가는 아이들이 얼마나 차이가 있을까? 아마도 그 차이가 거의 없을 것이다. 적어도 수십 조원의 사교육비를 들여가며 모든 학부모들이 온갖 반칙과 편법 등 아귀다툼을 해야 할 정도로 큰 차이를 보이지는 않을 것이다. 이런 제도상의 미미한 차이를 만들기 위해 사회 전체적으로 망국적인 소모적 입시제도를 유지한다는 것 자체가 얼마나 어리석은 짓인가?
그렇다고 국제중이나 특목고와 같은 소모적인 다단계 돈 지르기를 거쳐 명문대에 입학하는 아이들이 대학 가자마자 노벨상이라도 받을 수 있을 정도로 뛰어난 논문을 금방 쓰기라도 하는가? 천만의 말씀이다. 기껏해야 수학문제 하나더 풀 수 있고 영어 단어 하나 더 외우고 있는 정도에 불과할 뿐이다. 만일 국제중이나 특목고와 같은 초중고 교육과정에서 세계적인 논문을 써낼 정도의 학생을 가르칠 수 있다면 대한민국 대학을 모조리 없애버려야 한다. 초중고등학교 수준도 못 따라가는 대학을 놔둬서 무엇 하겠는가?
사회 전체적으로 볼 때 현 정권이 남발하고 있는 국제중이나 특목고, 자사고 확대와 같은 교육정책이 얼마나 엉터리인가. 이명박정부의 엉터리 교육정책은 단지 교육문제만으로 끝나지 않는다. 엉터리 교육정책의 남발로 한국경제 전체적으로 매우 큰 비효율과 낭비를 낳고 있기 때문이다. 각 가정은 지출 여력을 넘어서는 과중한 사교육비 부담으로 가계소비가 크게 위축되고 있다. 경제가 발전하려면 한정된 자원을 가장 효율적인 곳에 최적 배분해야 한다.
그런데 한국은 다른 생산적인 영역으로 가야 할 돈들이 정부의 잘못된 교육정책으로 사교육시장으로 몰리고 있는 것이다. 그것도 외환위기 이후 최악의 경제위기를 겪고 있는 바로 이 시기에 말이다. 제발 염치라도 있으면 자신들의 엉터리 정책 남발에 대해 석고대죄부터 하기 바란다. 정말 학생과 학부모간의 백해무익한 무한경쟁을 부추기면서 마치 자신들은 아무런 책임이 없는 양 ‘공교육 활성화 선언’과 같은 이벤트나 벌이지 않았으면 좋겠다. 건설업체들을 먹여살리기 위해 4대강 사업처럼 국민들이 공감하지 못하는 불필요한 사업에 예산을 탕진하고 사회복지예산은 대폭 줄이면서도 ‘신빈곤층’ 발언이나 아무 생각없이 뱉었다가 집어삼키는 현 정권의 유치한 쇼를 여러번 봐줄만큼 인내심이 많지 않다.
모든 사람이 땀흘린만큼 제대로 대접받는 건전한 민주주의 시장경제 건설을 위한 좀더 의미 있는 토론과 참여를 원하시는 분들은 김광수경제연구소포럼(http://cafe.daum.net/kseriforum )을 방문해주십시오.
'칠드런즈 뮤지엄'의 입구. 나이가 들면서 동물이 어떻게 변하는지를 보여주는 것이 이 공간의 주제다. |
호주에만 사는 멸종 희귀종인 캐서워리 박제. 캐서워리가 자라면서 깃털 색깔이 바뀐다는 것을 보여준다. 펭귄과 나비 등 다른 동물들의 색깔 변화도 이런 식으로 전시하고 있다. |
가운데 동그란 버튼을 누르면 새의 소리가 나면서 불이 켜져 알에서 부화할 새의 모습을 보여준다. |
동식물을 색깔별로 분류해 색이 동식물의 성장과 보호색 등 주변 환경에 대해 갖는 의미를 소개한다. |
아이들은 스크린을 통해 자신이 앉아있는 애벌레가 어떻게 변태를 해서 화려한 색깔의 나비가 되는지를 볼 수 있다. |
캥거루, 웜뱃, 고슴도치 등 야생 동물의 가죽을 직접 만져보며 동물의 특성을 알 수 있도록 한다. |
발자국 모양이 새겨진 저울 위에 올라가면 아이들의 몸무게를 달 수 있다. 아이들의 몸무게가 아이들에게 친숙한 호주 토종 동물인 '웜뱃' 몇 마리의 몸무게와 같은 지도 알 수 있다. |
현장에 있는 안내 교사의 도움을 받아 아이들이 고무찰흙으로 각종 벌레와 동물을 만들어 볼 수도 있다. |
어린이들이 현장에 마련된 각양 각색의 블록으로 자신이 만들고 싶은 곤충이나 동물을 만들 수 있다. 어린이들이 곤충 등을 주제로 그린 그림들이 이 공간의 벽면을 장식하고 있다. |
율리시즈 나비의 날개. 확대경을 통해 각 곤충의 날개가 어떻게 생겼는지를 훨씬 더 선명하게 볼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