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강남을 위시해 소위 ‘버블 세븐’ 지역 집값의 하락세가 완연해지자 대세 하락이냐 일시 조정기냐에 대한 판단이 엇갈리고 있다. 물론 누구도 100% 확신을 갖고 말하기 어렵겠지만, 필자는 대세 하락 쪽에 무게를 두고 있다. 무슨 근거로 필자는 그 같은 전망을 하고 있을까. 필자가 집값의 대세 하락을 주장하는 근거와 이유는 상당히 많고 서로 연결돼 있기도 하다. 하지만 이 글에서는 주요 근거 다섯 가지에 국한해 살펴보자.


1. 세계 경제의 동조화 현상: 주가처럼 세계 각국의 집값도 같은 방향으로 움직인다.


        90년대말 이후 집값 폭등 현상은 비단 국내에만 국한된 현상이 아니다. 2000년대 이후 주택 투기 버블은 미국뿐만 아니라 유럽 각국 및 브릭스(BRICS)국가 등 세계 대부분 국가에서 동시에 발생했다. 이렇게 세계 각국에 주택 투기 버블이 공통적으로 형성된 이유는 달러 유동성의 과잉 공급, 9.11사태 이후 경기 부양을 위한 세계적 저금리, 자산 유동화 증권 등을 통한 부동산 투기 레버리지의 극대화 등을 꼽을 수 있다.  이 같은 경제적 동인들을 배경으로 주지하다시피 2000년 이후 세계 각국의 집값은 급격히 상승했다. 하지만 미국의 서브프라임론 사태를 계기로 세계 각국의 주택 버블도 약간의 시차를 두고 붕괴하는 양상을 나타내고 있다. 올해 6월 현재 미국 10대 도시의 경우 정점 대비 주택 가격이 약 17.8% 가량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코노미스트지 7월 5일자에 따르면, 영국의 집값도 6월 현재 지난해 동기 대비 6.3% 하락했다. 이뿐만 아니라 스페인, 프랑스, 아일랜드, 중국 등 상당수 국가의 집값이 빠른 속도로 하향곡선을 그리고 있다.

        이처럼 함께 오르기 시작했던 전 세계 집값이 이제는 함께 떨어지고 있다. 지금 한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집값 하락 현상도 전 지구적 동조화 현상의 일부분이라고 할 수 있다. 다른 나라와 함께 올랐던 국내 집값이 다른 나라가 내릴 때만 홀로 독야청청(獨也靑靑)할 수 있을까. 전 세계적인 동조현상에서 한국만 이탈할 수 있을까. 많은 이들이 국토가 좁고, 수도권에 인구가 밀집해있다, 한국인은 주택 소유욕이 강하다 등등의 이유를 들어 한국은 다르다고 한다. 과연 그럴까. 80년대말 부동산 버블의 절정기에 있던 일본에서도 거의 똑같은 이유들을 들먹이며 ‘부동산 불패론’에 젖어 있었다. 하지만 그것이 얼마나 큰 착각이었는가는 길게 설명하지 않아도 될 것이라고 믿는다.   


2. 수급 불균형: 수도권의 주택 공급량은 실질적으로 공급 초과 상태다.


        외환위기 이후 몇 년 동안의 집값 상승은 수급 불균형 측면에서도 합리화될 수 있었다. 외환위기 이후 몇 년 동안 건설 경기 침체로 주택 잠재수요량이 지속적으로 늘어난데 반해 실제 공급량은 크게 줄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후 2001년 부동산 투기 붐이 일면서 아파트 신규 공급이 급증해 공급 부족이 빠르게 해소됐다. 실제로 독립적인 민간싱크탱크인 김광수경제연구소에 따르면 2000년 약 41만호에 이르렀던 수도권의 아파트 잠재적 공급량 부족은 2006년에는 7만3000호까지 빠르게 줄어든 것으로 분석됐다. 이 연구소는 다주택보유 가구 및 수도권 비거주자의 투기적 가수요를 빼면 수도권의 아파트 잠재적 공급 부족은 거의 해소됐다고 주장했다.

        이 같은 주장은 미분양 물량 급증과 잇따르는 분양 미달, 입주율 저조 등을 통해 현실에서 확인되고 있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에 따르면 지난 4월 미분양 주택 수는 전국적으로 12만 9859호에 이르렀지만 실제 미분양 물량은 두 배 가량인 25만가구에 이른다는 것은 업계의 공공연한 비밀이다. 특히 올들어 수도권에서 분양한 5만352가구 중 미분양 물량은 19.5%인 9819가구나 됐다. 최근 서울 마포구 합정 균촉지구의 주상복합으로 시선을 모은 ‘서교자이’가 1순위 분양에서 대규모 미달 사태를 빚은 것이나 은평뉴타운의 입주율이 약 4분의 1에 불과한 것도 같은 현실을 반영하고 있는 셈이다. 


3. 낮은 투자수익률: 연간 10% 이상 오르지 않으면 주택 투자는 오히려 손해다.


        물론 집값은 수급상황에 따라서만 결정되는 것이 아니다. 최근 몇 년 동안의 상황이 보여주듯이 투자 또는 투기적 요소 또한 매우 중요하다. 그런데 투자 또는 투기를 한다고 할 때 판단의 근거가 되는 기대 수익률을 따져 봐도 앞으로 집값 상승은 어렵다. 왜 그럴까? 가상의 예를 들어보자. 시세 1억원인 집이 1년 만에 2억원이 됐다면 연간 투자수익률은 100%다. 그런데 시세 10억인 집을 사 마찬가지로 1년에 1억원이 올랐다고 해보자. 이 경우 투자수익률은 10%에 불과하다. 두 경우 모두 1년 만에 1억원을 벌었지만, 투자수익률에서는 10배의 차이가 생긴다. 주택 거품이 생기는 초기 단계에서 집값이 급상승할 때는 웬만하면 세금과 은행 대출 이자를 제하고도 충분히 수지가 맞는다. 하지만 주택 거품이 정점에 이르러 투자수익률이 떨어지면 상황이 달라진다. 위에서 후자의 경우 투자수익률이 10%라고 할 때 실질 투자수익률은 그보다 훨씬 낮다. 우선 물가 상승분을 빼야 한다. 올해 경우 물가 상승률을 낮게 잡아 4%정도라고 하자. 여기에다 종합부동산세와 재산세로 수천만원을 내고 나면 실질 투자 수익률은 거의 제로에 가까워질 것이다. 여기에다 은행 등의 부채를 지고 있다면 사실상 마이너스 투자수익률을 기록하게 된다. 실제로는 대부분의 경우 고가 아파트를 살 때 시세의 20~30% 정도는 금융기관의 주택 담보 대출로 메운다. 은행과 제2금융권의 대출 금리가 계속 오르는 추세이므로 부채 차입 비용도 갈수록 커진다. 이런 상황에서는 명목상 10% 투자수익률을 기록한다 해도 실제로는 돈을 까먹고 있는 셈이다. 따라서 매년 투자 수익률이 최소 10% 이상은 돼야 투자처로서 매력을 지닌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오를 만큼 올라버린 아파트가 매년 10% 이상 추가 상승한다는 게 가능할까.

        그런데 여기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집값이 오르기는커녕 계속 횡보하거나 조금씩이라도 하락한다면 어떻게 될까. 소위 ‘버블 세븐’에서 실제로 최근 벌어지고 있는 일이다. 이는 이들 주택 소유주에게는 날벼락이 아닐 수 없다. 특히 주거목적이 아닌 투자목적으로 집을 산 사람들에게는 거의 재앙에 가까운 수준이다.


이 글은 김광수경제연구소포럼( http://cafe.daum.net/kseriforum)의 '부동산문제'란에도 떠있습니다. 더 깊이 있는 토론을 원하시는 분은 포럼에 들러주세요.


4. 투기 심리의 위축: 투기 심리로 오른 집값은 투기 심리가 위축되면 꺼진다.


        투자 수익률의 하락은 투기 심리의 위축을 부른다. 최근 ‘경부 라인’ 축의 집값 하락세를 지켜본 많은 이들이 집값이 하락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는 투기 심리가 위축됐음을 뜻한다. 지난 몇 년간 집값의 대부분은 투기 심리로 올랐다. 물론 초기에는 실제로 주택 공급도 부족했고, 주거에 대한 사람들의 기대 수준도 높아졌고, 소위 (사)교육여건의 지역 편차가 심했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투기버블이 발생해 그 거품이 계속 지속되고 커진 것은 많은 부분 투기심리 때문이다. 물론 이런 투기심리를 키운 데는 정치권과 정부의 도덕적 해이와 정책 실패의 책임이 작지 않다. 하지만 이런 투기심리로 잔뜩 부풀어 오른 집값 거품은 투기심리가 사라지는 순간 꺼지기 마련이다. 최근 강남과 수도권 전역에서 집값이 절정기에 비해 상당히 떨어졌는데도 불구하고 매수세가 없는 것도 투기심리가 얼마나 위축돼 있는지를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최근 정부나 서울시의 각종 정책이나 정책 시그널에 부동산시장이 반응하는 양상을 봐도 투기심리가 상당히 위축됐음을 짐작할 수 있다. 상당수 언론에서는 정부가 대출 규제 및 재개발 재건축 규제가 완화되지 않아 집값이 떨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이 같은 규제가 마련되고 집행됐던 지난 노무현 정부 당시에도 집값은 줄기차게 올랐다. 그 규제가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고 해서 집값이 떨어질 이유는 없다. 더구나 실제로는 중앙정부가 규제를 조금씩 완화하고 있고, 이명박 대통령과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 등은 집값을 자극할만한 발언이나 지시를 여러 차례 했다. 예를 들어, 이 대통령은 올초 국토부 업무 보고 때 규제 완화책을 강하게 주문했다. 또 기획재정부는 일가구 일주택 장기보유자에 대한 양도세 경감조치를 시행키로 한 데 이어 강장관은 최근 종부세 완화 방침을 밝혔다. 하지만 이 같은 발언 때문에 집값이 상승하는 일은 전혀 없었다. 가장 최근에는 강남 재건축 규제 완화 방침을 밝혔지만, 매수세는 전무하다시피 했다. 만약 불과 3,4년 전 비슷한 발언을 대통령과 재경부 장관이 했다고 상상해보라. 부동산시장이 지금과 같은 반응을 보였겠는가. 그만큼 부동산 시장을 둘러싼 전체적인 경제 요인들이 강력한 하락 신호를 보내고 있고, 이에 반응해 투기심리 또한 상당히 위축돼 있는 것이다. 대세 상승기에는 조그만 호재에도 집값이 크게 뛰는 반면, 대세 하락기에는 웬만한 호재에도 하락세가 꺾이지 않는다는 것을 실감케 하는 사례가 아닐 수 없다.


5. 경기 침체와 시중 금리 상승: 주택을 살 실탄이 떨어진다.


        집값은 전체 경제 상황에 큰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지금처럼 원유가 등 수입 물가 상승으로 촉발된 물가 상승과 동시에 경기가 급격히 가라앉는 스태그플레이션 상태에서는 집값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물가가 오르는 상태에서 경기 침체에 따라 소득이 감소하면 개별 가계의 가처분 소득은 양 방향으로 줄어들게 된다. 이럴 경우 소비는 위축되고, 부동산처럼 덩치가 큰 실물자산에 대한 선호는 급격히 떨어질 수밖에 없다.

        이런 가운데 지속적인 시중 금리 상승은 집값 하락을 부채질하고 있다. 최근 은행 대출금리는 고정금리형과 변동금리형이 모두 상승하고 있다. 은행채 금리에 연동되는 고정금리형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최고 9%대를 넘어섰다. 또 변동금리형 주택담보대출 금리의 기준이 되는 양도성 예금증서(CD)금리도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 문제는 주택대출 금리가 인플레이션 압력에 따른 시중금리 상승 등으로 오름세를 지속할 것이라는 점. 은행권이 낮아지는 저축률로 자금조달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은행채와 CD 발행을 계속 늘리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2007년 8월 이후 11개월째 5.0%에서 유지돼왔던 한국은행의 기준금리도 상승할 가능성이 높다. 기준 금리 인상은 경기를 위축시키는 효과가 있지만 한국은행으로서는 가파르게 상승하는 물가를 안정시키는 것이 본연의 임무다. 실제로 이성태 한국은행 총재는 7월 10일 열린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를 동결하면서도 ‘제2차 물가 충격’을 언급해 8월에는 기준 금리를 인상할 것임을 강하게 시사했다. 기준금리가 오르면 시중금리는 더 한층 높아질 수밖에 없다. 이처럼 금리가 오르면 대출부담 때문에 추가적인 주택 구매가 줄어들고, 기존 주택 담보 대출자의 원리금 상환부담도 커질 수밖에 없다.

        위에서 본 것처럼 전반적인 국내외 상황을 고려할 때 집값의 대세하락 압력은 매우 빠른 속도로 점증하고 있다. 더구나 이들 하락 요인들은 일시적이라기보다는 구조적이고 지속적으로 작용하는 요인들이다. 따라서 최근의 집값 하락 현상이 과거 대세 상승기에 흔히 일어났던 일시 조정기라는 생각은 ‘기대 섞인 희망’이 될 공산이 크다.


집값 거품을 떠받치는 요인들


        하지만 집값 상승 요인이 완전히 없어진 것은 아니다. 필자는 국지적인 개발 호재를 논외로 할 경우 크게 두 가지 요인이 있다고 생각한다.

        우선, 현 정권이 경기 침체를 빌미로 강력한 건설경기 부양책 및 집값 부양책을 쓸 경우다. 더구나 많은 사람들이 기대하듯 이명박 대통령은 소위 ‘부동산 대통령’이 아닌가. 하지만 집값의 추가적인 상승을 우려하는 국민 정서가 상당히 폭넓게 자리 잡고 있어 세칭 ‘강부자 정권’도 집값을 폭등시킬 정도의 규제 완화책을 내놓기는 어려울 것이다. 설사 규제 완화책을 내놓는다고 해도 다양한 집값 하락 요인과 위축된 투기 심리 때문에 파장은 상당히 미미할 것이다. 실제로 이번 강남 재건축 규제 완화 방침 이후에도 매수세가 전혀 없다는 것이 이를 방증한다. 더구나 현재 경제 상황 때문에 정부가 원해도 취할 수 없는 정책수단도 많다. 대표적인 것이 90년대 후반 이후 집값 상승에 결정적 영향을 미친 금리 인하. 지금과 같은 급격한 인플레이션 상황에서는 꿈도 못 꿀 조치다. 설사 정부가 집값을 자극하는 규제 및 세금 완화책을 내놓는다고 하더라도 앞서 언급한 집값 하락 요인들을 상쇄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예를 들어, 대출 규제를 완화한다고 해도 집값 하락과 대출 금리 상승이 현실화하고 있는 상황에서 은행에서 무리하게 돈을 빌려 집을 살 투자자가 얼마나 있을까. 이처럼 거대한 시장의 하락 압력을 정치적, 정책적 요소로 떠받친다는 것은 단기적으로는 몰라도, 중장기적으로는 결코 불가능하다.

        두 번째 집값 불안 요인은 강북의 뉴타운 지역을 중심으로 한 소형 평형의 수급 불균형이다. 최근 몇 년간 진행된 재개발 재건축과 뉴타운 사업이 중대형 평수 위주로 이뤄지다보니 소형주택이 크게 줄었다. 올해 총선을 전후해 노원구와 도봉구, 강북구 등의 집값 상승의 배경에는 기본적으로 이 같은 소형주택의 수급 불균형이 자리잡고 있었다. 강북 소형주택의 품귀현상이 소형평형 위주의 집값 상승을 유발했고, 투기 세력이 가세하면서 집값 상승이 확대된 것이다. 이 같은 상황은 향후 몇 년 동안 강북 및 인접 경기도 지역의 집값을 불안하게 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 더욱이 올해부터 뉴타운 지구 내 주택 철거가 본격화돼 올해부터 2010년까지 약 8만5000가구가 줄어든다. 하지만 이 같은 소형 주택 위주의 수급 불균형은 국지적 현상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 이주세대 대부분이 인접지역에 재정착하기 때문. 더구나 뉴타운 지역 주민들의 70~80%가 세입자여서 이 같은 수급 불균형에도 매매 수요의 급증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불안한 사람들을 위한 조언: 생활인의 관점을 회복하라.


        주변에는 ‘지금이라도 집을 사야 하는지’ 또는 ‘더 늦기 전에 집을 팔아야 하는지’ 묻는 사람들이 더러 있다. 모두 집값이 불안한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필자가 지금처럼 버블 붕괴의 언저리에 있는 현 국면에서 해줄 수 있는 조언은 가급적 새로운 부동산 투자를 하지 말라는 것이다. 지금 부동산 투자를 하는 것은 매우 위태로운 일이기 때문이다. 왜 그런지 비근한 예를 통해 살펴보자. 서브프라임론 사태가 터지기 직전인 2006년말 미국 부동산에 투자해 상투를 잡은 A씨의 피해는 매우 크다. A씨는 30만 달러를 선금(downpayment)으로 넣고 모기지 대출을 받아 80만달러에 집을 샀다가 나중에 집값 폭락으로 모기지 대출금을 갚지 못하자 결국 집을 은행에 처분하고 빚 청산을 하기도 했다. 그 사람은 모두 35만 달러의 손실을 입었다. 이처럼 버블의 정점에서 잘못 투자했다가는 낭패를 보기 십상이다. 특히 언젠가는 부동산이 다시 오를 것이라는 환상을 여전히 갖고 있는 이들이 있다면 그 환상에서 깨어나라고 주문하고 싶다. 10여년전 일본의 사례와 지금의 미국 사례가 보여주듯이 부동산 거품은 언젠가는 깨지며, 한국도 부동산 거품이 꺼지고 있는 중임을 명심하라는 것이다.

        이제는 집에 대해 투기자가 아닌 생활인의 시각을 회복해야 한다. 2000년대 들어 집값이 급등하고 이 과정에서 돈을 번 사람들이 많아지다 보니 많은 이들에게 집은 삶의 보금자리라기보다는 투자 대상이 돼버렸다. 많은 이들이 증시에서 주식을 사고팔듯이 집을 거래한 것이다. 하지만 이제는 주택에 대해 주거공간이라는 본연의 가치로 바라볼 시점이 됐다. 안정된 생활을 영위할 주거공간으로서의 주택을 생각한다면, 지금 거품이 잔뜩 낀 집을 사는 것은 금물이다. 더구나 무주택자가 은행 부채 등을 잔뜩 지고 지금 집을 사려는 것은 정말 위험천만하다. 단기적 투자 개념이 아니라 10년 정도 단위의 중장기적 재무설계 관점에서 판단해보라. 예를 들어, 당신이 30대 중후반의 무주택자라고 해보자. 무리하게 주택 투자를 통해 돈을 벌겠다는 생각이 아니라면 이 세대의 사람이 안정된 노후기반으로 집이 필요한 시기는 10여년 후인 50세 무렵이라고 할 수 있다. 한국의 집값 거품 붕괴가 과거 90년대초의 패턴을 따른다면 7~8년간의 집값 하락 시기를 예상할 수 있다. 집값은 91년초의 정점 대비 실질적으로 절반 아래로 떨어지기도 했다. 향후 10여년 사이에도 집값이 사실상 반토막 나는 시점이 올 가능성이 높다. 지금 차곡차곡 돈을 모았다가 충분히 집값 거품이 걷힌 시기에 자신의 경제력에 맞는 집을 사라.

        반면 집값이 금방이라도 다시 오를 것 같은 환상을 갖고 무리하게 은행 대출을 일으켜 집을 샀다고 생각해보자. 그리고 똑같은 집값 거품 붕괴 현상이 발생한다고 해보자. 이런 경우 당신은 거품이 잔뜩 낀 집을 사서 매년 세금을 내고 은행 이자를 내느라 쪼들리게 될 것이다. 더구나 당신 집의 자산 가치는 그 사이에도 계속 하락하게 된다. 또한 당신이 집에다 투자한 최소 수억원의 기회비용 손실을 생각해보라. 그렇지 않았다면 당신은 꼬박꼬박 은행에서 이자를 받거나, 다른 금융상품에 투자해 수익을 올릴 수도 있었다. 비단 경제적 손실뿐만 아니라 금융 부담으로 인한 스트레스와 자산 가치 하락으로 인한 상실감 또한 적지 않을 것이다.


이 글은 김광수경제연구소포럼( http://cafe.daum.net/kseriforum)의 '부동산문제'란에도 떠있습니다. 더 깊이 있는 토론을 원하시는 분은 포럼에 들러주세요.

by 선대인 2008.07.15 16:06

이 글은 김광수경제연구소포럼( http://cafe.daum.net/kseriforum)의 '부동산문제'란에도 떠있습니다. 더 깊이 있는 토론을 원하시는 분은 포럼에 들러주세요.


“뉴타운 ‘불똥’ 자취·하숙생들 갈 곳이 없다”

“군대 갔다 오니 하숙비 2배 가량 껑충”…고민에 빠진 대학가.


4일자 경형신문이 보도하고 다음과 네이버 등이 탑화면에 배치한 기사의 제목이다. 서울시가 한꺼번에 추진중인 뉴타운 개발로 인해 대학가에도 주거대란이 일어나고 있다는 내용의 기사다.


본론에 들어가기에 앞서 보도내용 일부를 옮겨보자. “뉴타운 지정으로 전셋값이 폭등한 데다 하숙집들도 잇따라 철거되면서 방값이 점점 올라 하숙방 품귀 현상까지 빚어지고 있다. 대학생들은 기숙사에 희망을 걸어보지만 대부분 대학의 기숙사는 지방 학생들을 모두 수용하기에는 태부족이다. 서울시내 대학 가운데 인근에 뉴타운이 조성되는 곳은 12개 학교. 이문·휘경뉴타운 근처의 경희대·한국외대·한국예술종합학교와 흑석뉴타운 근처의 중앙대 등이다. 이들 12개 대학 재학생 중 지방에서 올라온 학생 수는 4만2000여명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동작구 흑석동 흑석뉴타운 예정지에서는 이미 철거된 가구를 포함해 올해 안으로 1046가구가 철거된다. 중앙대생들이 자취·하숙을 하던 흑석동의 저렴한 소형 주택들은 대부분 철거 대상이다. 서울시립대 주변의 전농·답십리뉴타운, 이화여대와 추계예술대 주변의 아현뉴타운 등도 올해와 내년 중에 차례로 철거에 들어갈 예정이다.”  


집값 폭등, 낮은 원주민 재정착율, 아파트 일변도의 획일적 주거유형, 소형 주택 철거로 인한 서민주거난 등 이미 드러난 뉴타운 사업의 문제점과 부작용은 이만저만 아니다. 여기에 대학 하숙비 폭등까지 하나 더 보태진 것이다.


그런데 이 모든 문제점과 부작용을 낳은 ‘배후’가 누구인지 많은 이들이 잘 모른다. 결론부터 말하면 그 ‘배후’는 요즘 쇠고기 촛불 집회의 배후 찾기에 혈안이 돼 있는 이명박 대통령이다. 왜 이 대통령이 대학가 하숙비를 껑충 뛰게 만든 장본인이냐고? 그 이유를 차근차근 살펴보자.


원래 ‘강북뉴타운 건설’은 청계천 복원사업과 더불어 이명박 대통령의 서울시장 취임 초부터 핵심 사업이었다. 강남에 비해 상대적으로 뒤떨어진 강북의 주거환경을 개선하겠다는 것이 표면적인 사업 취지였다. 하지만 이면에는 지역 발전에 목말라 있는 강북 주민들의 환심을 사기 위한 표계산이 강하게 작용했다. 일부 소외 지역을 번듯한 주택단지로 바꿔놓을 경우 ‘전시 효과’를 통해 다른 지역 주민들의 표심도 얻을 수 있다는 계산이었다.

이에 따라 서울시는 2002년 10월 은평, 길음, 왕십리 등 3개 지구를 시범뉴타운 지구로 지정했다. 이대통령의 시장 취임 불과 4개월만이었다. 시범지구인 이 3개 지구에 투입한 시 재정만 1500억원 가량에 이른다. 특히 이 가운데 은평뉴타운 지역은 이대통령이 뉴타운 사업의 ‘모델 케이스’를 만들기 위해 공을 들인 지역이다. 이 지역은 낡은 주거지역을 재정비해야 하는 다른 뉴타운 지역과 달리 그린벨트 해제 지역 등을 개발하는 것이어서 사업속도를 올리기에 안성맞춤이었다. 이대통령은 다른 뉴타운과는 달리 은평뉴타운은 산하공기업인 SH공사를 통해 공영개발했다. 임기내 은평뉴타운 사업의 가시화를 목표로 하다 보니 과다한 토지 보상비를 지급하고, 고가 브랜드 아파트 업체 유치를 위해 사업비를 과다하게 책정하는 등 무리수가 뒤따랐다. 나중에 오세훈 서울시장 초기 불거진 은평뉴타운 고분양가 문제도 사실은 이 대통령이 씨를 뿌렸던 셈이다.

3곳으로 시작된 뉴타운, 이명박 정치욕심으로 35개까지


시범뉴타운이 확정된 뒤 곧바로 뉴타운은 또 다른 정치 바람을 타기 시작했다. 시범뉴타운이 확정된 직후부터 각 지역의 민원이 빗발치기 시작했다. 주민들의 욕구를 대변해 각 지역구청장들과 시의원들을 중심으로 뉴타운 추가 지정 요구가 쏟아지기 시작한 것. 대선 표계산에 골몰했던 이대통령은 이 같은 지역 민원을 제어하기보다는 오히려 ‘정치적 선물’로 적절히 안배해주는 것을 당연시했다. 이렇게 해서 이대통령은 2003년 당시 서울시장으로서 2차 뉴타운 12곳과 시범 균형발전촉진지구 5곳을 추가로 지정했다.


이후 사업 대상지가 확대되고 추가 지정을 요구하는 민원이 계속되자 이대통령은 한 술 더떠 2005년 6월에는 뉴타운 특별법 제정을 건의한다. 뉴타운 사업의 정치적 효과에 눈이 먼  국회의원들은 여야를 가리지 않고 ‘뉴타운 특별법’과 ‘도시구조개선 특별법’, ‘도시광역개발 특별법’ 등 3개 법안을 경쟁적으로 발의했다. 이후 국회는 3개 법안을 통합해 ‘도시재정비촉진을 위한 특별법’을 마련, 그해 12월 법안을 통과시켰다. 서울시는 그 사이 다시 3차 뉴타운 10곳과 2차 균촉지구 3곳을 추가로 지정했다. 당초 시범 사업지 3곳으로 출발했던 뉴타운 사업은 모두 33곳으로 대폭 늘어나게 됐다. 이후 뉴타운 사업지는 오세훈 서울시장 취임후 지정된 세운균촉지구 등 두 곳을 포함해 모두 35곳으로 늘어난다.


많은 이들이 뉴타운 사업지가 35곳이라고 하면 대수롭지 않게 생각한다. 하지만 사업의 규모를 알게 되면 몇 년 새 35곳의 뉴타운 사업을 한꺼번에 지정한 것이 얼마나 무지막지한 일인지 알 수 있다. 뉴타운 35곳의 총 사업대상지는 27㎢로 약 720만평에 이른다. 서울시 전체 면적의 약 5%에 이르는 규모다. 사업지 주변지역까지 합하면 전체 가구의 15% 이상이 영향을 받게 되는 서울시 창건 이래 최대 규모의 역사(役事)다. 서울시가 30여 년간 추진해온 주택재개발사업 면적보다 더 많다.


이러한 대규모 뉴타운 사업의 동시다발적 진행의 가장 큰 피해자가 바로 저소득 세입자들과 자취나 하숙을 해야 하는 지방 대학생들이다. 이들의 마지막 보금자리였던 다세대 및 연립주택들이 뉴타운 사업으로 대거 철거되고 있기 때문이다. 저소득층 주민들이 주로 사는 연립 및 다세대 주택 대신 투자가치가 높은 아파트가 속속 들어서고 있는 것이다. 이 같은 추이는 서울시 통계에서도 드러난다. 서울시 자료에 따르면 최근 3년 동안 강북에서만 5만호 가량의 소형주택이 철거된 반면 신축된 소형주택은 1만4000여호에 불과하다. 최근 소위 노원구와 도봉구, 강북구 등의 집값 상승의 배경에는 기본적으로 이 같은 소형주택의 수급 불균형이 자리잡고 있었다. 최근 강북 소형주택의 품귀현상이 소형평형 위주의 집값 상승을 유발했고, 투기 세력이 가세하면서 집값 상승이 확대된 것으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뉴타운 사업 초기부터 서민 주거난 문제 제기됐지만 이명박이 무시


문제는 이 같은 상황이 향후 몇 년 동안 더욱 악화될 수 있다는 점이다. 뉴타운 지구 내 철거된 주택이 2003년에는 296가구에 불과했으나 지난해에는 7040가구로 늘었다. 올해에는 미아, 왕십리, 은평, 가재울, 아현뉴타운 등이 철거에 들어가 이주세대 수는 더 큰 폭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또 3차 뉴타운 지역의 철거가 본격화될 것으로 예상되는 2010년 경에는 전세난이 한층 가중될 것으로 보인다.


이 같은 뉴타운 사업의 동시다발적 진행으로 인한 주거 불안은 뉴타운 사업 추진 초기부터 예견됐던 문제다. 대단위 개발사업인 뉴타운을 한꺼번에 무더기로 지정했기 때문에 동시다발적 주택 철거 및 이주수요 발생은 불을 보듯 뻔했기 때문이다. 서울시는 대책으로 이명박 시장 시절부터 뉴타운 지역내 사업지구별로 단계적 철거를 추진했다. 하지만 “우리부터 먼저 해달라”는 민원 때문에 결국에는 큰 시차 없이 동시에 진행됐다. 뉴타운 지역을 동시에 지정한 이상 지구별로 단계적으로 나눠 추진한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한 셈이다. 이 때문에 서울시 일부 간부들과 시정연의 관련 연구원 등이 이 문제에 대해 여러 차례 우려를 제기했다. 하지만 이대통령은 시장 시절 이 같은 우려를 사실상 묵살했다. 심지어 당시 뉴타운 사업의 잠재적 문제점을 지적하는 서울시 간부들을 정책 라인에서 모두 배제하고 ‘예스맨’들로 교체했다. 서민 주거대란 등 문제점이 뻔히 보이는 데도 자신의 정치적 욕심에 뒷일은 생각지도 않은 것이다. 이대통령이 최근 일어난 강북 집값 폭등과 서민 주거난, 지방 대학생 하숙난에 대해 책임을 면키 어려운 이유다. 오죽하면 서울시의 전직 고위 간부조차 "지방 땅값은 노무현이 올리고, 서울 집값은 이명박이 뉴타운하면서 다 올렸다"고 하겠는가. 물론 개인적으로는 서울 집값에 대해서도 이명박뿐만 아니라 노무현 정권과 건교부 관료들의 정책 실패가 작용했다고 생각한다. 또한 최근 벌어지는 대학가 하숙비 인상이 전적으로 이명박만의 책임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이명박의 책임이 매우 크며, 그런 사실이 대중적으로 인지되지 않고 있음을 지적하기 위해 이 글을 쓰는 것이다.


많은 대학생들이 지난 대선에서 이명박을 찍었다고 한다. 이중 많은 이들이 현 정권 취임 100일간의 실정을 통해 정치적 각성을 거듭하고 있을 줄로 안다. 하지만 아직 멀었다. 이 정권이 기득권을 비호하기 위해 얼마나 많은 사회적, 경제적 약자들의 고통을 가중시키고 있는지를 충분히 알기에는. 이 글은 그 같은 정치적 각성을 돕기 위해 썼다. 제대로 알아야 제대로 분노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 대학생들 하숙비를 껑충 뛰게 만든 ‘배후’는 바로 이명박이다. 물론 ‘비즈니스 프렌들리’한 자칭 ‘경제 대통령’ 이명박은 이렇게 말할지도 모른다. “수급논리에 따라 하숙비 오르는 게 뭐가 문제인가."  이제 이 말을 들으면 당신은 고개를 주억거릴 텐가, 분개할 텐가?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제대로 알아야 제대로 분노할 수 있다. 

이 글은 김광수경제연구소포럼( http://cafe.daum.net/kseriforum)의 '언론개혁'란에도 떠있습니다. 더 깊이 있는 토론을 원하시는 분은 포럼에 들러주세요.


저는 논리적이고 정제된 비판은 얼마든지 환영합니다. 하지만 제 글을 제대로 이해 못하시거나 의도적으로 곡해하시고 비판하시는 분들을 위해 사족 몇 개 달겠습니다.


사족 1. "아직 취임 100일밖에 안 된 이명박 탓을 왜 하느냐"는 분들께:

글을 찬찬히 잘 읽어보셨으면 이런 어처구니없는 반박을 안 할 텐데요. 왜냐하면 지금 뉴타운의 문제점과 부작용은 이명박이 서울시장 시절 정치적 욕심에 불타 냅다 질러댄 결과 때문이라고 지적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대통령 취임한 뒤에 이명박이 한 일 때문에 하숙비가 올랐다는 말이 아닙니다. 이명박이 질러놓은 대규모 뉴타운 사업이 한꺼번에 본격화되면서 그 파장이 올해부터 심각해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서울시장 시절 이명박이 냅다 지른 사업이 몇 년이 지난 지금 어떤 문제들을 낳고 있는지 보여주기 위한 예시이기도 합니다. 쇠고기협상이나 대운하사업, 무분별한 공기업 민영화, 교육 완전 자율화 등 이명박의 앞뒤 재지 않고 질러대는 사업이 몇 년 후 어떤 파장을 몰고 올지 짐작하게 하는 사례이기도 하고요.


사족 2. "정책사업을 하다 보면 득보는 사람과 손해보는 사람도 있는 것 아니냐"라는 분들께:


그렇지요. 모든 제도와 정책은 나라 전체의 자원을 배분하는 방식에 관한 것이기 때문에 매우 중요합니다. 이는 어떤 제도의 도입, 폐기, 변화에 따라 많은 이해관계가 엇갈린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렇다면 정부는 이런 수많은 이해관계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제도와 정책을 멋대로 해도 되는 것일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사회적 필요와 합의에 기반한 명확한 공공목표에 따라 사업이나 정책을 기획하고 집행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주택정책의 목표는 서민 주거 안정과 주택 가격 안정이 최우선 목표입니다. 뉴타운 사업의 목표는 주거환경 정비와 강남북 균형 발전이었습니다. 겉으로는 그럴 듯 해보이지만, 주택정책의 하위 사업인 뉴타운 사업은 주택정책의 목표를 훼손하지 않아야 합니다. 그런데 뉴타운 사업은 서민 주거를 불안하게 하고, 강북 집값을 띄워 주택 가격을 앙등하게 했습니다. 뉴타운 사업은 사실상 공공이 추구해야 할 주택정책의 목표를 근본적으로 훼손한 사업이었습니다. 또한 주거환경 정비와 강남북 균형 발전이라는 목표를 추진한다 해도 그 목표를 좀더 효과적으로 달성할 다른 대안이 없는지 충분히 따져봐야 합니다. 주거환경 정비는 기존의 재개발 재건축 사업을 통해서도 가능하고, 강남북 균형발전은 상암이나 마곡 같은 곳을 첨단 산업클러스터로 만드는데 박차를 가하고 문화, 녹지공간을 확충하는 방식으로 달성하는 것이 훨씬 미래지향적입니다. 굳이 재개발 재건축 요건에 미달하는 새 건물들이 즐비한 곳을 뉴타운으로 지정해 투기를 부추기고, 서민들의 주거를 빼앗으면서 아파트 숲으로만 가득 채울 이유가 있을까요? 설사 뉴타운 사업을 한다고 결정했다고 해도 예상되는 문제점이나 부작용을 최소화하도록 최선의 노력을 경주했어야 합니다. 본문에서도 말했지만, 서울시 전체 면적의 5%를 한꺼번에 재개발하는 사업은 한마디로 세계에 유례가 없는 무지막지한 사업이 아닐 수 없습니다. 30여개 뉴타운 지구의 무더기 지정으로 지금 현실화되고 있는 집값 앙등, 서민 주거난 등은 사업 초기부터 많은 이들이 우려했던 사항입니다. 그런데 이명박이 한꺼번에 지정해놓으니 순환개발을 하려해도 할 수가 없는 지경입니다. 그런데도 이명박은 정치적 야욕에 어두워 반대자들을 배제하고 뉴타운지구를 무더기로 지정했습니다. 이렇게 하는 것도 '추진력 좋다'고 표현해야 할까요?


사족 3. "그러면 아무것도 하지 말라는 말이냐"는 무개념인들에게:

이런 분들에게는 논리가 안 통한다는 것을 압니다. 자기 스스로가 얼마나 무식한지도 모르기 때문입니다. 이런 분들에게는 딱 한 말씀밖에 못 드리겠습니다. 그냥 편한대로 사세요. 다만 나 무식하다고 떠들고 다니며 인터넷 공간을 어지럽히지는 마시길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by 선대인 2008.06.04 03:08

“유학생이나 재미교포도 미국산 쇠고기 다 먹는다”.

쇠고기 수입 협상에 대한 최근 조중동의 사설과 칼럼을 읽다 보니 마치 서로 짜맞춘 듯 논리가 비슷했다. 그 가운데 판박이처럼 거의 똑같이 되풀이되는 내용이 있다. 수십만, 수백만명의 미국 유학생이나 재미교포도 탈 없이 쇠고기 잘 먹고 있는데, 왜 야단법석을 떠느냐는 것이다. 심지어 조선일보 박정훈 경제부장이 쓴 ‘경제초점’은 아예 제목부터 ‘11만 한국 유학생이 먹는 미국 쇠고기, 황당한 논리로 수입 반대’다. 일견 그럴 듯하게 들린다. 그런데 한 번 더 생각해보면 정말 황당하기 짝이 없는 주장이다. 


왜 그럴까? 내 경험에 비춰 얘기해보자. 나는 2005년 8월부터 2007년 7월말까지 정확히 2년을 미국에서 보냈다. 미국 동부의 한 대학에서 공공정책 석사 과정을 했다. 그 당시 쇠고기 많이 먹었다. 원산지를 따지고 먹은 적은 없지만 상당수가 미국산이었을 것이다. 소고기 햄버거도 먹고, 고국을 그리워하며 한국 식당에서 갈비도 뜯었다. 가끔은 “미국인들이 소뼈를 안 먹어서 그런지 여기는 소뼈가 너무 싸다”고 즐거워하며 아내가 해준 곰탕과 사골국까지 먹어댔다. 그때 사실 아무 생각 없이 먹었다. 한국에서 소고기 사먹 듯이 먹었다는 말이다.


대학원 동기 중에 일본 농무성에서 온 공무원이 한 명 있었다. 공공정책 대학원이다 보니 세계 각국의 공무원들이 꽤 있었다. 어느 날 그와 얘기를 나누다 그 친구가 미국산 소고기를 안 먹는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농무성에서 쇠고기 수입 협상의 실무를 담당했었는데, 미국 소고기의 관리 및 유통 실태 등을 알게 된 뒤로는 미국산 소고기를 먹는 게 불안하다고 했다. “너무 위험성을 과대평가하는 게 아니냐”고 내가 물었다. “그럴지도 모르지. 하지만 미국 소고기의 관리 및 유통, 검사 실태 등을 알면 절대 100% 안전하다고 할 수 없어. 아주 작은 확률이라 해도 만약 발병하면 광우병은 치사율이 100%야. 그런 위험을 무릅쓰고미국산 쇠고기를 꼭 먹어야 할 이유는 없지”라는 게 그의 답변이었다. 하지만 그의 말을 들은 뒤에도 나는 쇠고기에 대한 유혹을 끊지 못했다. 느끼한 현지 음식들에 물렸을 때 가끔 생각나는 갈비의 맛은 ‘고향의 맛’ 그 자체였기에.


그러다 어제 아침 인터넷에서 PD수첩을 봤다. 충격적이었다. 미국에서 먹었던 소고기를 도로 다 게워내고 싶었다. 더구나 당시 원기 보양해준다며 ‘위험 부위’중 하나인 뼈로 곰탕까지 끓여준 아내가 원망스럽기까지 했다. (사실 아내야 무슨 죄가 있겠는가) 그리고 그 대학원 동기의 말이 새삼 기억 속에서 되살아났다. 나도 지금 알게 된 것을 그때도 알았더라면 쇠고기를 그렇게 즐기지는 않았을 텐데. 아내가 아무리 정성들여 끓였더라도 최소한 설렁탕이나 곰탕은 안 먹었을 것이다.


그렇다. 조중동 주장대로 재미 교포나 유학생들 다들 미국산 쇠고기 먹는다. 그리고 자사 특파원들도 다 먹을 것이다. 단 자기들이 어떤 상태의 고기를 먹는지 잘 모르면서 말이다. 내 생각에는 조중동의 특파원들도 PD수첩을 봤다면 아마 예전처럼 편안한 마음으로 먹지는 못할 것이다. 다른 건 몰라도 최소한 곰탕이나 설렁탕 먹을 때는 다시 생각하게 될 것이다. 그들도 사람이니 말이다.


영어에 ‘informed decision'이라는 표현이 있다. 어떤 사회적 사안에 대해 충분한 정보를 가진 상태에서 내리는 결정을 뜻한다. 제대로 된 민주국가에서는 모든 이가 알만한 상식선의 문제가 아니라 복잡한 사회적 이슈에 대해서라면 충분한 정보를 제공한 상태에서 시민의 의사를 물어야 한다. 충분한 정보를 제공하지 않은 상태에서 시민의 의사를 묻는 것은 여론조작이나 왜곡으로 이어질 수 있다. 최근 논란이 됐던 상속세 폐지 또는 완화 방안에 대해 국민의 70% 가량이 찬성했다는 게 대표적 사례다. 상속재산이 5억원 미만이면 일괄공제를 통해 한 푼도 안 낸다는 사실을 많은 사람들이 모르는 상태였다. 실제 MBC 시사매거진 2580의 조사결과 상속재산 부과 기준을 알고 있는 시민은 30%도 되지 않았다. 그 프로그램에서는 실제로 자신이 상속세 부과 대상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된 시민이 즉석에서 입장을 바꾸는 경우도 나왔다. 짐작컨대 많은 시민들이 “어쨌든 세금 줄여준다는 데 좋지 않을까” 하는 막연한 생각으로 찬성했을 것이다. 그들이 상속세의 실태에 대해 충분히 정보를 가진 상태였다면 같은 결과가 나왔을까.


조중동이 재미 교포나 유학생들을 갖다 붙인 것도 이런 식으로 여론을 호도하는 경우다. 많은 재미교포나 유학생들이 충분한 정보가 없는 상태에서 미국산 쇠고기를 현지에서 먹고 있다. 그들이 일본 농무성 공무원이었던 내 동기가 가진 정보를 갖고 있었다면 지금처럼 마냥 푸근한 마음으로 갈비를 뜯고 곰탕을 먹지는 못할 것이다. 따라서 단순히 재미교포나 유학생들 대다수의 행태를 자신들 주장의 논거로 삼는 것은 억지에 불과하다. 이는 전문 의사의 소견 대신 일반 대중 10명의 의견을 물어 어떤 환자에 대한 진단을 내리는 것과 같은 상황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말 조중동이 괘씸한 것은 이런 엉터리 논거를 쓰기 때문만은 아니다. 그들이 기본적인 언론의 책무조차 망각하고 있기 때문이다. 갈수록 복잡다단해지는 현대 사회에서 시민들이 ‘informed decision'을 내릴 수 있게 하는 것은 정부와 언론의 책무요 기능이다. 중요한 정책 이슈에 대해 전문가의 견해와 일반 국민들의 여론을 충분히 수렴하고, 사후에도 최대한 투명하게 국민에게 설명할 책임이 정부에 있다. 그런데 이번 쇠고기 협상 과정에서 정부는 이를 철저히 무시했다. 더구나 이를 비판해야 할 조중동은 오히려 정부 입장을 옹호하기에 바빴다. 이번 협상이 가져올 파급효과나 부작용에 대한 심층적 분석 또한 없었음은 물론이다. 민주사회에서 복잡한 이슈들에 대해 정확하고 공정하게 정보를 정리해 왜곡 없이 전달하는 것이 공기(公器)로서 언론의 기능이다. 생업에 종사하며 바쁜 개개인이 모든 사회적 이슈들에 대해 정보를 수집하는 것은 너무나 비용이 많이 들기 때문이다. 그런 측면에서 이번 쇠고기 협상 과정 전후에서 조중동이 보여준 역할은 대단히 실망스럽다. 


개인적으로는 PD수첩 내용 가운데 일부 과장된 대목도 있었다고 생각한다. 예를 들면, 개연성은 높다 해도 인간 광우병으로 확정되지 않은 한 미국 여성의 사례를 사실상 광우병 환자로 기정사실화한 대목이다. 하지만 PD수첩이 전한 내용들은 대부분 시민들이 ‘informed decision'을 내리는 데 매우 필요한 정보들이었다. 미국 내 광우병 의심 소의 관리 및 도살 처분 과정이 매우 허술하다는 것, 광우병 소를 가려내기 위해 전수 조사가 아닌 샘플 조사를 한다는 것, 미국에서 사료로 쓰는 것도 금지된 월령 30개월 이상의 소고기도 우리 식탁에 오르게 됐다는 것, 한국인이 즐겨 먹는 ’위험 부위‘들까지 수입된다는 것, 인간광우병에 대해 충분히 밝혀지지 않았다는 것, 미국산 쇠고기가 광우병으로부터 100% 안전하지 않다는 것, 광우병 발병까지 보통 10년 이상의 잠복기를 거친다는 것, 한국인들이 광우병에 취약한 유전자 구조를 갖고 있다는 것, 이명박 정부가 전임 정부의 입장을 뒤집고 전문가와 일반 여론 수렴 없이 졸속으로 협상을 체결했다는 것 등등은 모두 시민들이 알아야 할 중요한 정보였다.


중앙일보 사설의 마지막은 이렇게 끝을 맺는다. “과학계와 의학계의 주류 학자들은 에이즈나 독감처럼 인류의 대재앙이 될 가능성을 낮게 보고 있다. 비현실적인 가정을 바탕으로 충격과 공포를 부추기면 곤란하다. 언필칭 ‘공영방송’이라면 과학적 사실에 근거해 균형 잡힌 보도를 해야 한다고 본다. 이러니 방송이 욕을 먹는다.” 같은 방송프로그램을 본 게 맞다면 PD수첩은 “광우병이 인류의 대재앙이 될 것”이라고 한 적은 없다. 비현실적인 가정을 바탕으로 충격과 공포를 부추긴 것도 아니었다. 오히려 방송 내용의 핵심은 대부분 사실일 것으로 판단된다. 그리고 마지막 두 문장은 조중동에게 되돌려주고 싶다. 언필칭 ‘정론지’라면 국민들이 현명한 판단을 내리는데 필요한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 그렇지 않고 정부만 감싸고도니 조중동이 욕을 먹는다. 반면 언론의 제 역할을 충실히 수행한 PD수첩은 국민들의 격려와 찬사를 받는다.




사족 1. 과학적 논거들을 바탕으로 토론할 내용조차 ‘반미 좌파’라는 딱지를 붙여 이념논쟁으로 끌고 가는 유치하고도 악랄한 조중동의 저의는 거론하고 싶지도 않다. 그러면 그럴수록 스스로가 시대착오적인 이념세력이라는 것을 드러낼 뿐이다.


사족 2. 조중동의 다른 주장에 대해서도 나름대로 의견이 있지만, 여기서는 좀 더 전문성을 가진 다른 분들의 활약을 기대한다.


사족 3. ‘수입 개방하면 서민들이 싼 값에 쇠고기를 먹을 수 있다’는 원론을 모든 문제점에 대한 면죄부처럼 사용하는 것도 가소롭다. 국민의 생명과 안위를 지키는 것은 그 어떤 것보다 앞서는 정부의 역할이다. 국민들이 싼 값에 쇠고기를 먹을 수만 있다면 그들의 생명과 건강은 뒷전으로 내팽개쳐도 된다는 말인가. 그렇게 소비자 후생을 생각한다면, 사실상의 독과점 보장으로 국민들에게 가장 큰 부담을 안기는 건설, 자동차, 석유화학 산업 등은 왜 FTA협상 때마다 개방 안 하려고 안달인가. 국민들이 기껏해야 쇠고기에 1, 2만원 더 지불하는 것은 안타까워하면서 국산 자동차를 미국에서보다 수백만원에서 수천만원까지 더 지불해야 하는 사정은 왜 나 몰라라 하는가. ‘무조건 국내 농업 보호는 안 된다’면서 왜 재벌 주도 산업들에 대한 정부의 과보호에는 왜 호된 질책을 보내지 않는가. 백번을 양보해 소비자 후생 증대 효과 때문에 쇠고기 수입 개방에 찬성한다 하더라도 협상 과정 전후의 절차적 문제는 짚을 필요도 없는 것인가. 조중동의 편향성과 이중성이 역겨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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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족 추가. 글을 올린 뒤 달린 댓글들 가운데 많은 분들이 공통으로 지적해주신 내용이 있네요. 대표적으로 ‘1310’님은 미국에서는 20개월 미만의 소만 먹게 돼 있고, 유통기한까지 정확하게 표기하게 돼 있으며, 광우병 위험부위는 판매되지 않는다고 하셨고요. ‘유학생’님도 “미국에선 20개월 미만의 소고기를 유통시키는데다 대부분은 호주산이다”라고 하셨습니다. 반면 또 다른 ‘유학생’이라는 분은 “미국은 자국산 쇠고기가 소비의 90%이상을 차지한다”며 “게다가 수입 쇠고기 중에서도 호주산이 1위가 아니고 전체 수입량의 1/6도 안 된다”고 하시는군요. 이 부분은 나중에 내용을 자세히 아시는 분들께서 좀더 구체적인 자료들을 통해 알려주시면 좋겠습니다. 저는 위에서 썼다 시피 미국에 있는 동안 별 생각 없이 쇠고기를 먹었습니다. 그래서 제가 자신 없는 부분은 언급 안 한 것인데, 여러 분들의 댓글 내용이 제 글의 부족한 부분을 많이 채워줍니다. 좋은 댓글 감사드립니다.



이 글은 김광수경제연구소포럼( http://cafe.daum.net/kseriforum)의 '언론개혁'란에도 떠있습니다. 더 깊이 있는 토론을 원하시는 분은 포럼에 들러주세요. 

by 선대인 2008.05.02 04:4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