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4월 SBS 시사토론의 여론조사 결과 국민의 93%가 국내에 부동산 거품이 있으며, 특히 3분의 2가량은 거품이 심각하다고 답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 같은 국민들의 인식은 매우 정상적인 것입니다. 정말 아무런 거품이 없다면 2000년대 이후 한국 정부와 정치권에서 어쨌거나 부동산 문제를 가지고 생난리를 쳤겠습니까? 그런데 이런 현실 속에서도 ‘한국에는 부동산 거품이 없다’고 꿋꿋하게 주장하시는 분들이 있습니다. 그 가운데 대표적인 분 한 분이 서강대 김경환 교수인 모양입니다. 우연히 다른 내용으로 기사 검색을 하다 이 분 코멘트가 들어가 있는 기사 한 구절을 발견했습니다. 내용을 읽고는 기가 막혀 말이 나오지 않았습니다. 제가 읽은 구절은 아래와 같습니다.


김경환 서강대 경제학과 교수는 "실질가격 기준으로 국내 집값은 다른 나라에 비해 오히려 오름폭이 작다"며 대폭락 가능성을 일축했다. 그가 최근 발표한 논문 '글로벌 집값 붐과 하락'에 따르면 미국 주택 실질가격은 1991년부터 지난해까지 연 평균 2.3%,영국은 4.8%,호주는 4.1% 올랐지만 한국은 1.7% 떨어졌다. (한국경제 2008년 12월 1일자)


우선, 김교수가 주장하는 바를 그래프로 보여드리겠습니다. 김 교수의 말대로 1991년부터 2007년까지 전국 집값을 실질가격으로 나타내면 <도표1>과 같습니다. 김교수가 말하는 실질가격 지수는 국민은행이 발표하는 주택가격지수를 소비자물가지수로 나눈 백분비를 실질주택가격으로 간주해 그 추이를 나타낸 것입니다. 김교수 말대로 1991년 1월의 전국 주택 가격을 100으로 잡을 때 2007년 12월의 실질 가격은 69.4로 떨어졌습니다. 두 기간의 실질가격 차(100-69.4)를 해당 기간(17년)으로 나누면 1.77%로 김교수 주장과 얼추 비슷합니다. 얼핏 보면 김 교수 주장이 사실에 기초한 합리적 주장처럼 느껴집니다.


                                    <도표1>

                                 (주)국민은행 자료로부터 KSERI 작성

하지만 그렇다고 그의 주장이 ‘실체적 진실’을 보여주는 주장은 절대 아닙니다. 오히려 통계를 잘 아는 사람이 통계를 이용해 어떻게 현실을 호도하는지를 보여주는 전형적인 주장입니다. 왜 그런지를 봅시다.



우선, 김교수가 의도적으로 왜곡하고 있는 것은 비교의 기간입니다. 1986년 국민은행(당시 주택은행) 주택가격 통계가 작성되기 시작한 뒤 부동산 버블기는 크게 두 차례 있었습니다. 한 번은 1987~1991년초까지(편의상 1차 버블기로 부르겠습니다)였고, 두 번째가 익히 아는 2000년대의 부동산 버블기입니다. 아래 <도표2>에서 실질가격 추이를 보면 알겠지만, 김교수가 통계의 출발점으로 삼고 있는 1991년은 1차 버블기의 정점입니다. 버블 정점기의 가격을 기준으로 삼아 비교를 하고 있는 것입니다. 버블 정점일 때의 가격을 기준으로 집값을 비교하면 당연히 이후 집값은 낮은 것으로 나타날 수밖에 없습니다. 이런 흐름을 모르는 일반인이 그냥 우연히 기준시점을 그 때로 잡았다면 모를까 이를 모를 리 없는 ‘전문가’라는 분이 그렇게 기준점을 잡는 것은 다분히 어떤 의도가 있다고 봐야 하지 않을까요? 기준점을 달리 하면 어떨까요? 김교수가 한 것과 정반대로 실질가격이 가장 낮았던 2001년 3월을 기준점으로 잡아 2007년말의 전국 주택가격을 보면 어떨까요? 역시 <도표2>에서 알 수 있는 것처럼 전국주택가격은 실질가격으로도 30% 이상 상승한 것으로 나타납니다. 물론 이렇게 보여주는 것도 전체 실상을 올바로 보여주는 방법은 아닙니다.

                         
                                 <도표2>

                                  (주)국민은행 자료로부터 KSERI 작성

김교수가 근거를 제시하는 방식의 더 큰 문제는 문제가 있는 곳을 드러내기보다는 감추는 방식으로 보여준다는 것입니다. 아래 <도표3>에서 보는 것처럼 2000년대의 부동산 버블기는 1차 버블기와는 다른 양상을 보입니다. 1차 버블기 때는 지방과 수도권의 차이 없이 전국적으로 부동산 가격이 고루 상승했다면, 2000년대 부동산 버블기 때는 수도권과 지방의 부동산 가격이 상당히 차이를 보입니다. (도표에서 편의상 서울 가격지수를 보여드리지만, 이를 수도권 전체 가격지수 흐름으로 읽어도 큰 무리가 없을 것입니다) 이 같은 흐름은 시간이 갈수록 거듭돼 2003년 이후에는 그 차이가 확연히 나타납니다. 따라서 2000년대 부동산 버블은 수도권 중심으로 발생한 것이라고 봐야 합니다.


                               <도표3>

                                   (주)국민은행 자료로부터 KSERI 작성

1차 버블기와 또 한 가지 다른 점은 여러 주거 유형 중 아파트 가격만 폭등했다는 것입니다. 물론 1차 버블기 때도 아파트가 더 많이 상승했지만, 2000년대 버블기 때는 아파트와 다른 주택 유형과의 가격 차가 매우 커졌음을 알 수 있을 것입니다. 이는 아파트가 투기의 대상으로 전락했음을 간접적으로 보여주는 현상이기도 합니다. 사실 거의 표준화(또는 획일화)된 주거 유형으로서 아파트는 위치와 평수 등에 따라 시세가 거의 정해져 주식 종목처럼 거래할 수 있게 된 것입니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거래 물량이 많아 환금성이 뛰어나 향후 차익을 실현하기 쉽습니다. 건설업체 입장에서는 대규모 물량을 지어 막대한 폭리를 취하기에 가장 좋은 사업 대상이 됐습니다. 정부도 ‘공급 부족론’을 핑계로 주택을 대량 공급할 수 있고, 건설경기 부양책으로 쓰기도 좋으니 마다할 리 없었습니다. 그렇게 해서 아파트 위주의 부동산 투기가 성행하게 됐고, 2000년대 수도권 주택 공급의 80% 이상을 아파트가 차지하게 된 것입니다.


요약하자면, 2000년대 부동산 버블은 바로 수도권 아파트가 중심이 된 버블이었습니다. 일반 가계나 국민경제의 체력을 넘어서는 과도한 집값 수준이 문제라면 문제가 있는 곳을 정확히 파악해야 합니다. 따라서 2000년대 부동산 버블을 수도권 아파트를 중심으로 살펴보는 것은 너무나 당연합니다. 수도권이 미국의 한 주 정도에 불과한 비중이라면 이렇게 보는 것이 문제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모두 알다시피 수도권은 인구의 절반 이상이 살고 있는 곳입니다. 또한 다양한 주거유형이 공존하는 나라와 달리 전체 주택 재고의 절반이 넘고, 신규 보급 주택의 대부분이 아파트인 현실에서 이를 대상으로 버블 수준을 따져보는 것은 당연한 것입니다.


그런데 김교수는 이 같은 현실을 완전히 도외시하고 전국 주택가격을 대상으로 삼아 현실을 호도하고 있는 것입니다. 비유하자면, 키가 150cm인 사람 10명과 키가 190cm인 키다리 10명의 평균 키가 170cm라는 사실을 두고 “키가 큰 사람이 없다”라고 하는 게 온당할까요?


이런 문제의식을 가지고 서울 아파트의 실질가격 추이를 보면 다음 <도표4> 상단 그래프와 같습니다. 국민은행 통계가 작성된 1986년 1월을 100으로 했을 때 실질가격 추이를 보면 2000년대 버블은 1차 버블기 정점을 훌쩍 뛰어넘는 175.3을 기록한 뒤 가격이 내리고 있는 추세입니다. 하지만 올해 3월의 가격 지수가 161.5로 여전히 매우 높은 상황입니다. 물론 이 또한 기준시점에 따른 왜곡이 얼마든지 있을 수 있습니다.


                               <도표4>

                             (주) 국민은행 및 S&P자료로부터 KSERI작성

참고로, 위에서 김교수가 거론한 외국 가운데 미국 사례를 한 번 보도록 합시다. 위 <도표4>는 하단의 그래프는 우리의 서울이나 수도권에 비견할만한 미국 10대 도시의 주택가격 지수(명목)와 물가지수를 1987년 1월을 100으로 2009년 2월까지 살펴본 것입니다. 보면 아시겠지만, 1991년 미국의 주택가격은 버블이 거의 없었던 상황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버블의 정점이었던 한국의 1991년과 버블이 없었던 미국의 1991년을 비교 기준점으로 삼아 일방적으로 ‘한국에는 부동산 거품이 없다’고 주장하는 것이 설득력이 있을까요? 이처럼 김교수 주장은 통계를 자신의 입맛대로 활용해 현실을 호도하는 대표적 사례라고 할 수 있습니다. 또한 지식인이 어떻게 자신의 지식을 곡학아세와 혹세무민의 수단으로 삼을 수 있는지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더 나아가 위에서 보인 실질가격 지수는 사실 부동산 버블의 양상을 보여주기에는 많은 한계를 안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위에서 거론한 2007년의 실질 주택 가격은 2007년 시점의 실질가격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2007년의 명목가격을 기준시점(=1986년 또는 1991년)으로 환원하여 기준시점의 구매력으로 평가한 실질가격을 의미하는 것입니다. 따라서 위의 방법으로는 기준시점에서 멀어지면 멀어질수록 실질가격이 왜곡되는 현상이 발생합니다. 엄밀히 말하면 2007년 시점에서 다른 물가에 비해 집값이 얼마나 부풀려 있는지를 보여주는 상대가격으로서 실질가격이라고 할 수 없는 것입니다. 다만, 위의 방법이 설명하고 이해하기 편하기 때문에 이 같은 문제점이 있음을 전제로 일정한 기간 동안의 가격 변동 흐름을 보는 도구로 제한적으로 사용할 수 있을 뿐입니다. 김교수가 그런 문제점이 있음을 알고도 그런 것인지는 모르겠습니다. (특정 시기의 부동산 버블 양상을 진단하는 방법론에 대해서는 ‘현실과 이론의 한국경제’ 3권의 3장 ‘부동산정책을 둘러싼 오류 비판’에 잘 나와 있으니 일독해보시기 바랍니다.)


본론으로 돌아와서 김교수의 주장은 이처럼 황당한 주장인데도 학계 등 어디든 제대로 문제점을 지적하지 않습니다. 상당수 언론들은 문제점을 지적하기는커녕 이 같은 주장을 검증도 없이 확대재생산하기 바쁘고요. 정부 관료들도 이 같은 주장에 휘둘리기는 마찬가지입니다. 심지어 노무현 정권 시절 재정경제부는 2005년 7월 김교수의 주장을 거의 그대로 사용해 한국의 주택 가격이 1990년대 초반에 비해 서울 강남 등 일부 지역을 제외하고는 버블이 거의 없다는 보도자료를 내기도 했습니다.


당시 노무현 대통령은 ‘부동산 투기와의 전쟁’을 유행가 가사처럼 불러대던 때였는데, 부동산 버블이 거의 없는데 부동산 투기와의 전쟁은 왜 벌인다고 한 것인지요? 또한 집값을 잡겠다고 각종 부동산 대책은 왜 그렇게 시도 때도 없이 만들어냈다는 말인가요? 부동산 버블이 없는 게 맞다면 자신들이 그동안 해온 대책은 모두 있지도 않은 괴물과 싸우기 위한 난리 부르스였다는 고백밖에 안 되는 것이었던 셈입니다. 이런 관료들에 의지해 집값을 잡겠다고 난리쳤던 노 전 대통령도 한심할 따름입니다. 대통령이라는 자리는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의지만 갖고 되는 자리가 아닙니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능력까지 겸비해야 하는 자리입니다. 한국처럼 시대착오적인 이데올로기가 만연하고 강고한 기득권 구조가 자리잡고 있는 나라일수록 더더욱 그렇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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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선대인 2009. 5. 12. 09:39

축구장에 관중들이 빽빽이 들어섰다. 그런데 축구장 스탠드 앞쪽에 앉은 관중들이 좀더 경기를 잘 보려고 일어섰다. 그러자 그 뒤에 앉아 있던 사람들은 차례로 모두 일어서야 했다. 일어선 앞 사람 때문에 뒷사람은 시야를 확보하기 위해서 불가피하게 일어서야 했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축구장 관중들은 모두 앉아서 편하게 볼 수 있었던 축구경기를 모두 불편하게 일어서서 봐야 하는 상황이 돼버렸다.


익히 잘 아는 ‘축구장의 바보들’ 예화다. 이 예화는 개인의 합리적 행동이 경제 전체적으로는 부정적인 결과를 가져오는 ‘합성의 오류(Fallacy of Composition)’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예화다.


그런데 2000년대 국내 부동산 상황은 합성의 오류가 난무하는 상황이 돼버렸다. 처음에 일부 사람들이 부동산을 사서 재미를 보자, 뒤따라 사람들이 차례차례 뛰어들었다. 처음에는 자신들의 소득으로 집을 사다가 나중에는 은행에서 빚을 내서 집을 사게 됐다. 빚도 처음에는 수천만원 단위였다가 나중에는 1,2억원 수준이었다가 나중에는 수억원씩 빚내는 것이 여사가 돼버렸다. 그렇게 해서 서로 집값 올리기 경쟁에 들어갔다. 2, 3억원 정도면 충분할 집값을 5억, 10억씩 불러가며 돈을 벌었다고 희희낙락했다. 각 개개인이 부동산 시장에 차례로 뛰어든 것은 나름대로 합리적인 이유가 있었다. 우선, 돈이 됐기 때문이다. 옆의 사람들이 부동산으로 돈 버는 것을 보고 상대적으로 박탈감을 느낀 사람들이 또 다시 뛰어들었다. 그리고 나중에는 집값이 더 뛸까 불안해서 거액의 빚을 내 뛰어든 사람들도 많았다. 그리고 나중에는 정말 거의 투기 광풍이 불어 ‘묻지마 투자’까지 횡행했다. 그렇게 해서 수도권 집값을 평균 세 배 이상으로 끌어올렸고, 가계의 상당수가 거액의 빚더미에 올라앉았다.


그러는 동안 한국경제는 속으로 곪아가고 있었다. 돈이 부동산 시장으로 몰리면서 생산경제에 가야 할 돈은 급격히 위축됐다. 부동산 비용 상승으로 기업들과 자영업자들은 인상된 임대료를 내느라 인건비를 줄여야 했다. 이런 현상이 국민경제 전체적으로는 실업과 비정규직 증가로 나타났다. 빚을 내 부동산 투자를 하다 보니 외환위기 직후 25%에 육박하던 가계 순저축율은 2008년말 2.5% 수준으로 곤두박질쳤다. 과거 은행에서 이자수입을 타서 써던 가계들이 이제 은행에 매월 수십~수백만원씩을 월세 내듯 꼬박꼬박 이자로 내야 했다. 이런 과정에서 한국의 시중은행들은 국내 최고의 월세 임대사업자들이 됐다. 1,2백만원씩을 은행 이자로 내고 난 가계들은 그만큼 소비를 줄여야 했고, 이는 지속적인 내수침체로 이어져 더더욱 생산경제를 위축시켰다. 이른바 정부와 언론은 보유 자산의 가치 상승으로 현재 소비가 는다는 이른바 ‘자산효과(wealth effect)'를 들먹였지만 실은 가계 부채 증가로 인한 내수 위축 효과는 훨씬 컸다. 이 때문에 GDP성장률 4~5%를 오르내리는 상황에서도 서민경제는 항상 침체기였다.


축구장의 바보들 예화에는 나오지 않지만, 축구장에서 모든 관중들이 다 일어선다고 다 같은 시야를 확보하는 게 아니다. 키가 큰 사람도 있고, 작은 사람도 있다. 노약자와 임산부는 오래 서 있을 수 없고, 어린이는 일어서도 경기를 볼 수 없다. 심지어 신체가 불편한 장애인들은 자리에서 일어서는 것조차 불가능하다.


한국의 부동산 시장도 마찬가지였다. 사실 부동산 시장은 상대적인 불공정성이 훨씬 컸다. 우선, 주택을 살 수 없는 사람들이 절반 가까이나 됐다. 지역별로도 편차가 심했고, 평형별로, 가격대별로 편차가 심했다. 세대별로 보면 상대적으로 소득이 없던 젊은 세대에 비해 자금력과 부동산 투자의 노하우까지 갖춘 기성세대는 부동산 투자로 덕을 봤다. 하지만 젊은 세대는 부동산 거품으로 일자리까지 줄어든 상태에서 집값까지 뛰자 결혼조차 하기 힘든 실정이 돼버렸다. 계층별로 양극화도 심해졌다. 부동산을 살 수 있었던 사람들은 가만히 앉아서 10년 이상 열심히 일해야 벌 수 있는 돈을 불과 1~2년만에 벌기도 했다. 소득 양극화보다 자산 양극화가 훨씬 극심해지고, 집 없는 사람들의 상대적 박탈감과 근로의욕 감소는 이루 말할 수 없었다.


이 같은 자산양극화는 일정한 시점이 지난 후부터는 걷잡을 수 없이 커져 정치적 계급투쟁의 양상까지 띄게 됐다. 과거 공산주의에서 말하는 생산수단 소유여부에 따라 구분하던 유산자(有産者)와 무산자(無産者)의 계급 투쟁이 아니라, 주택 소유여부에 따라 계급적 이해를 달리하는 유주택자와 무주택자간의 계급 투쟁 양상을 띠게 됐다. 부동산 거품이 일던 초기에 사람들은 기본적으로 집값 안정을 바랐다. 하지만 정부와 정치권의 거듭된 정책 실패로 집값이 껑충 뛰어오르자 하나둘씩 부동산 투기 게임에 가담했다. 이전에는 집값 하향 안정을 바라던 사람들도 일단 막대한 빚을 지고 집을 산 뒤에는 입장이 180도 달라져 버렸다. 거의 전 재산이 걸린 주택의 가격이 올라주지 않으면 가계경제 자체가 위태로워질 수 있기 때문이었다. 자신의 이해관계가 걸린 한편 부동산 광고에 목을 맨 기성 언론들의 왜곡선동보도가 잇따르자 정치적 입장조차 바뀌었다. “2004년을 기점으로 부동산 규제 강화를 외치던 여론이 이후에는 부동산 규제 완화 여론이 다수가 돼버렸다”는 한 여론조사 전문가의 말처럼 이를 생생히 입증하는 말도 없다.


이 같은 집값을 둘러싼 계급투쟁은 급기야 정권을 교체하는 숨은 원동력이 됐다. “부동산 말고는 꿀리는 것이 없다”고 했던 노무현 정부는 부동산 정책의 실패가 얼마나 큰 것인지 몰랐다. 사실 부동산 문제 말고는 꿀리는 것이 없다는 인식이야말로 노무현 정부가 얼마나 형편없는 정부인지 단적으로 보여준다.


반대로 부동산을 둘러싼 계급투쟁을 가장 효과적으로 활용했던 정치인은 현 대통령인 이명박이었다. 이명박은 현대건설 사장 출신답게 부동산 문제가 얼마나 사람들의 탐욕을 자극하는지 너무나도 잘 알았다. 그는 서울시장 선거에 출마할 시절부터 서울 강남지역 5개 저밀도 재건축지역에 대한 규제를 일괄 해제하겠다고 물밑에서 공약하고 당선됐다. 그리고 그는 시장에 취임한 그해 바로 강남 집값 상승에서 소외감을 느끼는 강북 주민들의 표심을 끌어모으기 위한 대규모 개발사업을 벌였다. 바로 뉴타운이었다. ‘주거환경 개선’과 ‘강남북 균형개발’이라는 겉보기에 그럴듯한 모토를 내걸었지만, 실상은 강북 집값도 올려주겠다는 것이었다. 이 같은 정치적 욕심을 구현하기 위해 그는 재임 기간 동안 크게 세 차례에 걸쳐 모두 32개에 이르는 뉴타운을 지정했다. 자그마치 서울시 시가지 면적의 7.5%, 서울시가 30여년 재개발 해온 총 면적의 1.5배가 넘는 규모였다. 이렇게 해서 그는 서울 강북 집값도 거세게 밀어올렸다. 지난 대선 또한 마찬가지였다. 그는 공식화하지 않았을 뿐, 경부 대운하 등 각종 개발 공약과 부동산 규제 완화 공약 등을 통해 사실상 ‘집값을 올려주겠다’고 집권한 대통령이었다. 실제로 부동산 투기에 가담했던 많은 사람들이 그가 집권하면 집값이 오를 것으로 그를 찍었다. 이명박을 대통령으로 만든 부동산 계급 투쟁은 지난해 총선까지 이어져 다수의 ‘뉴타운돌이(뉴타운 공약을 내걸어 당선된 한나라당 의원들)’들을 당선시켰다. 


더구나 현 정권은 지난해부터 한국 경제의 위기가 본격화하는 가운데도 ‘경기 부양’이라는 명목 아래 ‘강부자 정권’ 자신들과 자신들의 정치적 기반인 건설업계 및 유주자 계급들을 위한 온갖 특혜성 정책들을 남발하고 있다. 미분양 물량 매입과 부동산 부자들을 위한 종합부동산세, 양도소득세, 상속세 및 고소득자들을 위한 근로소득세 완화, 부동산 버블기에 고분양가로 폭리를 취해온 건설업체들을 위한 대규모 건설토목 사업 발주 등이 대표적 사례들이다. 현 정부는 그런 정책들을 말끝마다 서민가계를 지원한다고 주장하고, 이명박은 새벽시장을 찾아 상인들에게 목도리를 둘러주고, ‘신빈곤층’ 가정 어린이와 통화하며 울먹이는 쇼를 벌렸다. 하지만 실제로 서민가계에 돌아가는 혜택은 늘 쥐꼬리만했고, 오히려 차상위계층의 건강보험 혜택을 줄이는 등 저소득층 및 취약계층의 지원과 보장을 줄이기까지 했다. 이렇게 부동산 부자들과 건설업계를 위해 온갖 퍼주기를 일삼으면서도 이들은 ‘부동산 거품이 꺼지면 서민들이 더 피해본다’고 사람들을 세뇌시키고 있다. 그러면서 온갖 부동산 투기 조장책으로 부동산 거품을 떠받치기 위한 총력전을 펼쳐 왔다.


이 같은 부동산 투기 조장책은 일정하게 효과를 발휘하고 있는 듯 보인다. 올초 서울 강남 재건축 단지를 중심으로 한 집값의 일시적 반등이 그 예다. 거의 선동에 가까운 각종 허위 발표와 왜곡된 통계들을 가지고 섣부른 ‘바닥론’을 퍼뜨리는 한편 부동산 광고에 목 매단 기성 언론들과 합작해 부동산 투기를 선동하다시피하고 있다. 사실상 정부가 가장 강력한 투기세력이자, 이해관계자가 돼버린 것이다. 그렇게 해서 아직 실물경기 침체가 여전히 엄동설한인 상태에서 경제 현상 이면의 실상을 꿰뚫어 보기 힘든 국민들에게 이미 봄이 온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한국이 가장 먼저 경기를 회복할 것”이라는 황당한 주장까지 내놓고 있다. 도대체 수출로 먹고 사는 나라에서 어떻게 주요 교역 대상국의 경제가 회복되지 않는데, 경기를 가장 먼저 회복시킨다는 말인가? 엉터리 왜곡보도로 점철된 기성언론도 정확하고 깊이 있는 보도를 하기보다는 정부의 발표를 곧이곧대로 보도하기 일쑤다. 일부 언론은 정부보다 한 걸음 더 나아가 아예 경기 회복의 시나리오를 쓰기도 한다. 마치 사람들에게 낙관적인 심리를 불러일으키는 것이 애국심의 발로인 것처럼 착각할 정도다. 정확하고 공정한 사실 보도가 언론의 역할이자, 그것이 중장기적으로 한국경제를 위해서도 가장 바람직한데도 말이다. 왜곡 없는 정확한 정보가 유통될수록 시장은 더욱 잘 작동한다는 것은 경제학의 상식 아닌가?


하지만 투기 조장책에 따른 일시적이고, 국지적인 호가 위주의 반등도 오래가기 어렵다. 부동산시장 안팎의 버블 붕괴 압력은 여전히 막대하다. 거대한 부동산 거품이 붕괴할 때 이렇게 쉽게 일단락하리라고 본다면 착각이다. 고양이는 몸을 확 뒤틀어 방향을 바꾸지만, 코끼리는 그렇게 방향을 바꾸지 못한다. 경제의 큰 흐름도 그렇게 쉽게 바뀌지 않는다. 한국은행의 지속적인 저금리 기조에 좀 더 버틸 체력을 얻은 잠재적 매도자들이 정부의 투기조장책에 기대 호가를 올리고 있지만, 매수세는 전혀 따라붙지 않고 있다.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릴 수 없는 것처럼, 정부가 군불을 땐 성급한 낙관론이 사실상 대국민 사기극이었음이 오래지 않아 드러날 것이다. 이 같은 호가 위주의 일시적 반등 국면은 필자가 지난해 쓴 책에서 이미 경고한 바 있다. 부동산 가격이 대세하락하는 과정에서도 얼마든지 일시적인 반등이 있음을 설명했다. 이 시기는 잠재적 매도자와 매수자가 치열한 심리적 공방을 벌이는 시기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 시기에 결과적으로 항상 패자는 잠재적 매도자들이었으며, 이런 국면이 끝나면 많은 경우 급락세가 재연됐음을 전 세계 버블 붕괴의 역사가 증명하고 있다. 멀리 볼 것도 없이, 미국이나 영국, 스페인 등 서구 대부분 국가에서나 1990년대 일본에서도 부동산 버블이 꺼지는 국면에서 일시적 반등세는 얼마든지 있었다. 심지어 과거 일본 부동산 버블의 핵심이었던 도쿄도의 지가도 부동산 버블이 붕괴하기 시작한지 2년 후인 1993년까지 일시적인 등락을 여러 차례 반복하며 점진적으로 하락했다. 하지만 결국 거대한 버블 붕괴의 압력 아래 이후 도쿄도 지가는 자유낙하하고 말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이들이 또 다시 집값이 폭등하지 않을까 불안해하고 있다. 부동산 시장을 둘러싼 경제의 큰 흐름을 읽지 못하며 현상의 이면을 꿰뚫어보지 못하는 일반인들은 정부의 투기 조장책과 일부 언론의 사기적 선동기사에 혹할 수밖에 없다. 투기를 조장해야 밥벌이를 할 수 있는 소위 ‘부동산 재테크 전문가’라는 사람들의 궤변도 솔깃하게 느껴질 수밖에 없다. 하지만 다시 한 번 되풀이해 경고하지만 ‘부동산 재테크 전문가’가 부동산시장을 둘러싼 거시경제의 구조와 흐름을 잘 알 것으로 생각한다면 오산이다. 그들은 부동산 광고에 목을 매다는 상당수 언론과 공생관계를 형성하고 있다. 이들에게서 생산돼 유통되는 정보는 사실 매우 부정확하고 왜곡돼 있으며, 이해관계에 깊이 물들어 있다. 필자는 전직 신문기자로서 이 같은 공생관계와 언론의 메커니즘에 대해서 매우 잘 알고 있다. 그런데도 일반인들은 이 같은 이면을 모르기 때문에 ‘또 다시 기회를 놓치는 게 아닐까’ 전전긍긍해한다.


이런 상황에서 필자는 다시 경고할 수밖에 없다. 이번의 일시적 호가 반등 국면은 집값 대세하락기 초기에 나타나는 전형적인 ‘폭탄 돌리기’ 국면이다. 앞으로 집값은 지속적으로 하락할 가능성이 높으니 무리해서 부동산시장에 뛰어들지 말라고 당부한다. 만약 일시적인 반등국면에서 인내심을 발휘하지 못하고 뛰어드는 사람들은 불이 붙은 폭탄을 떠안는 격이 될 수 있다. 주식시장과 달리 주택시장은 단기간 내에 차익을 실현하고 빠져나올 수 없기 때문에 ‘한탕’을 노리고 뛰어드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 실수요자가 아니라면 일시적 반등기에 무리해서 잘못 들어갔다가 평생 후회할 정도로 큰 경제적 고통을 맛볼 수 있다. 이 같은 경고는 필자만이 하는 것이 아니다. 필자가 앞선 글들에서 언급했지만, 한국은행이 금융안정보고서에서 서울 집값의 하락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고, 현대경제연구원조차 최근의 일시 반등은 단기에 그치고 향후 집값은 계속 하락할 가능성이 높다는 보고서를 냈다. 심지어 전혀 그런 말을 안 할 것 같은 부동산 포털 관계자나 메이저 신문의 부동산 담당 기자조차 비슷한 인식을 내비치고 있음을 소개했다. 필자는 경고할 만큼 경고했다.


  부동산 거품과 그 거품에 편승한 과욕의 폐해가 어떠한지는 지금 전세계가 목도하고 있다. 한국 사회도 정부와 정치권의 거듭된 정책 실패로 인한 부동산 거품 때문에 고통받아 왔다. 부동산에 돈이 묶이는 바람에 내수가 침체하고 실업자와 비정규직이 양산됐고, 이제 버블 붕괴 과정의 혹독한 충격을 겪고 있다. 그런 점에서 부동산 버블을 처음부터 만들지 말았어야 했는데, 이미 한국 경제는 너무나 막대한 부동산 버블을 만들고 말았다. 이제는 전세계의 부동산 버블이 꺼지는 시기이고, 이것을 우리도 피할 수 없다. 그 과정에서 큰 충격이 있겠지만, 한국경제가 정상적인 제 궤도로 돌아가기 위해서는 안타깝지만 감내해야 하는 충격이다. 근본적 수술을 통해 부동산 거품이라는 악성 종양을 떼내지 않으면 한국경제는 사망에 이를 수밖에 없다.


그런데 어처구니없게도 현 정권은 자신들 임기 내에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한 속셈으로 이 같은 근본 수술을 미루고 있다. 오히려 악성 종양을 더욱 키우고 있다. 선량한 국민들을 선동해 부동산 투기판을 더욱 키우려 하는 것이다. 부동산 경기와 이와 연관된 건설경기를 띄우기 위해 한국 경제 전체를 희생하고 있다. 말끝마다 ‘시장원리’를 외치는 정권이 하는 짓마다 시장의 정상적인 조정 과정을 방해하고 있다. 그동안 땅값, 집값이 너무 높았고 사람은 똥값이었으므로 이제 사람값을 높이고 땅값, 집값은 낮아지는 조정 과정을 거쳐야 하는데 이 정부는 그런 흐름을 정반대로 거부하고 있다.



하지만 거대한 시장의 자기 조정 과정을 억지로 교란하면 더 큰 문제가 발생한다. 과거 일본 정부가 버블 붕괴기에 썼던 건설경기부양책이 결국 좀비기업들을 양산해 이후 일본 경제에 더 큰 부담이 됐던 것과 마찬가지다. 그런 점에서 이명박 정부가 벌이고 있는 각종 정책도 시장의 자기 조정 메커니즘을 가로막아 결국은 부동산 시장, 더 나아가 한국 경제 전체의 침체를 장기화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 순전히 자신들 임기 내에 닥칠 경제적 충격을 최소화하겠다는 정치적 욕심 때문이다. 그로 인한 피해는 전국민이, 그 중에서도 밑바닥 서민들이 입는다는 점에서 현 정권의 정책방향은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한 범죄라고도 할 수 있다.



현 정권은 입만 열면 ‘서민을 위해 건설경기 부양한다’ ‘서민의 경제적 고통을 줄이기 위해서라도 부동산 가격 폭락을 막아야 한다’고 말하는데, 이는 사악한 여론 조작일 뿐이다. 현 정부는 4대강사업 등 쓸데없는 토건사업으로 가득한 건설경기 부양에 돈을 수십조원을 탕진하면서, 차상위계층의 건강보험 혜택을 없애는 등 서민을 오히려 죽이고 있다. 또한 ‘부동산을 살려 경제를 살린다’는 정부의 정책 방향은 환상이자 착각이다. 경제를 살린 결과 나중에 일정한 시점이 지나면 부동산 시장도 자연스레 회복되도록 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지금은 한국경제의 뼈를 깎는 구조개혁과 인내가 필요한 시점이다. 그런 과정 없이는 한국경제는 새로 태어날 수 없다. 태어난다 해도 그것은 더욱 불공정한 경제, 양극화가 더욱 심해진 경제, 조만간 또 다시 더 큰 위기를 몰고 올 지속 불가능한 경제일 것이다. 이제라도 공정한 게임의 룰이 지배하는 건전한 민주주의 시장경제를 건설하기 위한 구조개혁에 나서야 한다. 그런데 현 정권은 자신들의 정치적 욕심과 계급적 이해관계 때문에 절대 그럴 생각이 없어 보인다. 그렇다고 지금의 무기력하고 무능력한 야권이 제대로 된 한국경제의 구조개혁을 이뤄갈 세력도 아니다.



그렇다면 그같은 구조개혁을 이뤄낼 제대로 된 정치세력을 우리 스스로가 만들어야 한다. 부동산 투기가 기승을 부리지 않고 자산경제와 생산경제가 조화롭게 선순환하며 성장하는 나라. 지식정보화시대를 선도하고 창의적인 인재가 마음껏 능력을 발휘하는 나라. 그런 나라를 만들기 위해 지금 제대로 된 한국경제의 구조개혁을 주도할 세력을 만들어야 한다. 그것이 우리 아이들에게 부끄럽지 않은 나라를 물려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다. 또한 우리 모두가 그리고, 우리 자녀들이 ‘축구장의 바보’가 되는 것을 피하는 유일한 방법이다.

 


 


모든 사람이 땀흘린만큼 제대로 대접받는 건전한 민주주의 시장경제 건설을 위한 좀더 의미 있는 토론과 참여를 원하시는 분들은 김광수경제연구소포럼(http://cafe.daum.net/kseriforum)을 방문해주십시오.


by 선대인 2009. 5. 11. 13:12
 

제가 며칠 전 부동산 포털 업계 관계자조차 강남 재건축 위주의 일시 집값 반등은 “2차 폭탄돌리기이자 마지막 폭탄 돌리기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한 말을 전해드렸습니다. 이번에는 부동산 담당 기자의 말을 전해드리면 어떨까요? 그것도 3대 메이저 신문의 부동산 담당 기자 중 한 명이면 좀 더 신뢰가 갈까요? 어제 개인적으로 친분이 있는 그 기자와 통화했습니다. 저도 기자 생활을 해봐서 알지만, 기자가 깊이는 알지 못하지만 적어도 담당하고 있는 영역에 대한 현장의 이야기는 두루 들을 수 있는 장점이 있습니다. 그 기자가 열린 자세만 갖고 있다면 말입니다.


그 친구에게 제 의견을 말하지 않고 먼저 최근 집값 상황에 대해 어떻게 보는지 물어봤습니다. “물론 단기 과열 국면이죠. 지금 실물경제가 계속 죽어가고 있는데, 집값이 이렇게 뛴다는 것은 말이 안 되죠.” 이런 ‘과열 국면’이 언제까지 계속 될 거라고 보느냐라고 한 번 물어봤습니다. “부동산 쪽 전문가라는 사람들 이야기를 죽 들어보면 대세 상승으로 간다는 사람은 거의 없어요. 이 사람들 이야기를 종합해서 제가 판단해보건대는 빠르면 6월, 늦어도 3분기 시작 전(9월 이전)에 빠지지 않을까 싶어요.”


그러면 지금 들어가는 사람들은 폭탄돌리기에 완전히 물리는 것인데, 경고하는 기사를 자주 써야 하는 것 아니냐고 물었습니다. (솔직히 저 그 신문 안 보지만 지레 짐작해서 물어본 것입니다.) “아이고, 왜 안 써요. 나름대로는 과열됐다고 여러 차례 기사를 썼는데, 아직도 사람들이 과거와 분위기 다르다는 것을 잘 모르는 것 같아요.”


그리고 다른 여담을 좀 하다가 그 기자가 이런 얘기도 하더군요. “정말 우리나라에 제대로 된 부동산 전문가들이 없는 것 같아요. 사람들에게 정말 중요한 영역인데, 가지고 오는 보도자료 보면 ‘지하철 9호선 개통으로 주변 집값 들썩’ 이런 자료나 갖고 오고, 또 일부 기자들은 그런 기사들 그대로 써대니 말입니다. 도대체 한국 경제나 세계 경제가 어떻게 흘러가는지도 모르고, 향후에 인구구조 변화가 어떤 영향을 미칠지 생각도 안 하고. 그런데 그런 사람들 외에는 취재원이 잘 없으니 전혀 안 쓸 수도 없고 참 갑갑해요.”


이상 그 기자의 말입니다. 이 글을 쓰려고 그 기자와 통화한 것은 아닌데, 오늘 아침 출근길에 생각해보니 다른 사람들에게도 이 말을 전해줘야 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쓰는 겁니다. 그 기자에게 사전에 양해를 구하지 못한 점에 대해서는 사과의 말을 드립니다.


지난 번에도 그랬지만, 제가 다른 사람들 얘기를 옮기는 이유는 경고하기 위해서입니다. 저는 원래 장기 대세 하락을 주장했던 사람이라서 아무리 논리적이고 구체적인 근거를 가지고 이야기하니 원래 저 사람은 저럴 거야라고 생각하는 분들이 많은 듯합니다. 그래서 일반인의 통념상 부동산 하락을 얘기할 것 같지 않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전하는 것입니다. 이번 집값 반등 국면은 대세 하락장에서 나타나는 전형적인 단기 반등 국면입니다. 주식시장의 베어마켓 랠리쯤에 해당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정부의 투기 조장책과 투기성 짙은 자금의 유입으로 집값이 잠깐 들썩이자 ‘집값이 다시 폭등하는 것 아니냐’고 불안해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심지어 우리 포럼은 건전한 민주주의 시장경제를 건설하기 위한 다양한 경제 사회 문제들을 토론하는 곳인데도, 답답했던지 투자 상담을 요청하는 경우가 최근 몇 건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런 회원들의 사정을 보면 모두 대출을 50% 가량 받아야 한다고 하고, 대출 액수를 보면 모두 중소형 평형으로 보입니다. 본인들은 어떻게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이 정도면 이미 실수요라고 보기 어렵습니다. 집값이 더 뛸까 불안해서 무리하게 집을 사는 것이지 이것을 어떻게 실수요라고 할 수 있을까요?


그런데 이런 분들이 돈 많은 부자들도 아니고 월급 모아가며 빠듯하게 살아가는 우리 주위의 평범한 서민들로 보입니다. 이런 불황기에 토지보상금을 받았든지 아니면 돈이 넘쳐나 주체를 못하는 부자라면 '그래, 들어가서 한 번 깨져봐라' 하겠는데 이런 서민들이 부동산시장 언저리를 맴도니 아찔하게 느껴져서 경고를 안 할 수 없습니다. 도대체 상황이 얼마나 엄혹한지도 모르고 투기 세력과 이를 비호하는 투기꾼 정부의 투기 조장책으로 단기 반등한 부동산 시장에 뛰어들까 고민하나요? 제가 재무 상담사도 아니고 딱 잘라 사라, 팔라는 안 하는데 이런 분들은 제 주변 사람이라면 정말 말리고 싶습니다. 더욱이 아직 노후 걱정을 할 나이가 아닌 40대 전반 이전의 젊은 세대라면 더더욱 그렇습니다. 길게 보면 앞으로 충분히 싸게 집을 살 수 있는 시기가 얼마든지 있을 텐데 왜 그렇게 빚을 내 거품 잔뜩 묻은 아파트를 사려고 안달인지 이해할 수가 없습니다. 주식시장처럼 넉넉잡아 몇 달 안에 치고 빠질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몇 년간은 보유해야 할 텐데 도대체 최소한의 계산은 해보고 들어가는지 이해가 안 됩니다.


하긴 이런 분들 특성이 있습니다. 논리적으로는 저 같은 사람이 설명하면 다 맞다고 하면서도 결국 돌아서면 ‘집값은 또 오를지도 몰라’라고 합니다. 저는 이런 분들을 ‘부동산 이중인격자’라고 하는데, 이런 분들 주변에 많습니다. 지난 몇 년 동안 정부와 정치권의 거듭된 정책 실패로 집값이 계속 오르다 보니 사람들 나름대로 생긴 학습효과인지 모르겠습니다. 또한 부동산 투기 조장꾼들의 선동 때문이기도 할 것입니다. 이런 분들이 제 말을 얼마나 귀담아들을지 모르겠지만, 저는 그래도 경고를 계속할 수밖에 없습니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실수요자도 아닌 사람이 부화뇌동해서 이번 단기 반등 국면에 들어가서 물리면 향후 매우 큰 경제적 고통을 겪게 될 것입니다. 빚을 많이 내면 낼수록 그렇습니다. 이번 외에도 한, 두 번 정도 단기 반등 국면이 더 있을지 모르겠습니다만, 마찬가지입니다.


다시 한 번 말씀드리지만 이제 대세는 꺾였습니다. 그저께 한국은행이 발표한 ‘금융안정보고서’에서도 “서울지역의 주택 가격이 과대 평가돼 있다”며 서울지역의 경우 주택가격 하락압력이 높아진 것으로 평가된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경기침체 심화에 따른 가계의 소득여건 악화, 미분양 주택 누적 등을 감안하면 앞으로 주택가격은 미국과 영국처럼 장기에 걸쳐 큰 폭의 하락세를 지속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까지 덧붙였습니다. 물론 저금리 기조와 정부의 부동산 규제 완화 등은 주택가격 하락을 ‘제약’할 수 있다고 했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제약일 뿐 집값 하락을 막을 수는 없다는 뜻으로 읽어야 합니다.


한국은행 같은 권위 있는 기관의 말보다도 ‘부동산 투기 조장 전문가’들의 말에 더 귀를 기울이시렵니까? 하기는 과거 일본에서도 버블 붕괴 후 수년 동안 ‘부동산 불패 신화’가 완전히 사그라들지 않았던 점을 생각하면 지금 일반인들의 불안감은 이해할 만합니다. 하지만 부동산 투기 조장가들과 부동산 광고에 목을 맨 일부 언론의 엉터리 기사에 현혹되지 마시고, 국민경제 전체 입장에서 사안을 분석, 평가하는 저희 같은 독립적인 전문 연구기관의 말에 귀를 기울이십시오. 향후 집값은 단기적 등락이 있겠지만, 결국 대세하락으로 갈 수밖에 없습니다. 혹시 못 읽어본 분들을 위해 제가 최근 쓴 글들을 아래에 링크하니 읽어보시고 판단해보시기 바랍니다.  


모든 사람이 땀흘린만큼 제대로 대접받는 건전한 민주주의 시장경제 건설을 위한 좀더 의미 있는 토론과 참여를 원하시는 분들은 김광수경제연구소포럼(http://cafe.daum.net/kseriforum)을 방문해주십시오.


KBS 뉴스라인에서 다 말 못한 최근 부동산 상황
http://bbs1.agora.media.daum.net/gaia/do/debate/read?bbsId=D115&articleId=619465


최근 부동산시장, 큰 그림을 보라
http://bbs1.agora.media.daum.net/gaia/do/debate/read?bbsId=D125&articleId=95415


일본에서 다 나왔던 각종 부동산 불패론의 말로
http://bbs1.agora.media.daum.net/gaia/do/debate/read?bbsId=D115&articleId=627656

부동산 포털 관계자도 "지금은 마지막 폭탄 돌리기 국면"

http://bbs1.agora.media.daum.net/gaia/do/debate/read?bbsId=D125&articleId=96940

집값 IMF 직후처럼 반등할 수 없는 이유 http://bbs1.agora.media.daum.net/gaia/do/debate/read?bbsId=D115&articleId=632973&RIGHT_DEBATE=R8&RIGHT_DEBATE=R10

by 선대인 2009. 4. 30. 09:40


제목 그대로입니다. 아래 도표들을 참고로 간단히 설명하겠습니다. 우선 <도표1>을 봅시다. 외환위기 전 한국경제는 연 평균 8% 가량의 고속성장을 했고, 외환위기 직후인 99년에는 10% 가까운 성장을 했습니다. 당시에는 동아시아만 외환위기를 겪었고, 미국 등 세계경제는 IT버블 등을 중심으로 견조한 성장세를 보였습니다. 하지만 이번 위기는 대공황 이래 전세계가 가장 심각한 경제위기를 겪고 있고, 한 동안 과거와 같은 성장세를 보이기 어렵습니다. 한국이 외환위기와 같은 V자형 급성장으로 갈 수 있을까요? 수출로 먹고 사는 나라가 다른 나라가 회복되지 않는데, 우리가 먼저 회복된다는 것은 어불성설입니다. 참고로, 일본이 1990년대 버블 붕괴 후 GDP 성장세가 한 단계 더 낮아지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을 것입니다.

 

가계 순저축율 추이를 보시면 외환위기 때는 25%에 이를 정도로 가계가 얼마든지 각종 투자에 나설 여력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 저축을 몇 년만에 부동산에 지르고 나서 순저축율이 크게 떨어져, 가계 순저축율이 세계적으로 가장 낮다는 미국 수준에 육박하고 있습니다. 가계가 자기 호주머니에서 부동산에 다 지르고 나자 부동산 담보 대출을 엄청나게 받아 부동산에 지르기 시작하는 단계에 들어갔습니다. 그래서 예금 대비 대출을 나타내는 예대율이 2004년 100을 넘어 지난해에는 140을 넘다가 정부의 각종 지원책으로 겨우 136정도까지 끌어내렸습니다. 외환위기 직후 이 비율은 78정도였네요. 외환위기 직후에 은행들은 불확실성이 일정하게 해소되자 얼마든지 부동산시장에 펌프질을 할 여력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은행들이 예대율을 100%정도까지만 끌어내리려 해도 갈 길이 멉니다. 이런 상태의 은행들이 앞으로 얼마나 추가로 부동산 담보대출을 해줄 수 있을까요? 이미 국민은행은 사실상 추가 부동산 담보대출을 해주지 말 것을 지시했습니다. 모두 예대율 과잉을 해소하기 위한 조치입니다. 은행의 예대율 급증은 가계 대출 및 주택담보대출 급증으로 연관돼 있습니다. 가계 대출 잔액이 외환위기 직후 166조원에서 649조원으로 늘어 있습니다. 부동산 담보대출 잔액은 외환위기 당시는 알 수 없지만 추세를 볼 때 이 또한 매우 크게 늘었음을 알 수 있습니다.

 

 <도표1>

(주) 각종 자료로부터 KSERI 작성

 

 

이제 아래 <도표2>를 보도록 합시다. 먼저, 서울 아파트 가격 지수 추이를 한 번 볼까요? 외환위기 때는 1991년 고점에서 7년 동안 떨어져 바닥도 이만저만한 바닥이 아니었을 때였습니다. 가격지수로 77.1이었군요. 그런데 지금은 2007년초 고점을 찍고 거품 붕괴가 서서히 진행중입니다. 고점에서 좀 빠지기는 했지만 여전히 매우 높은 가격 상태입니다. 여기에서 다시 오를 것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설사 그렇다 한들 얼마나 더 오를 수 있을까요?


향후 자연인구가 감소한다는 것은 잘 아실 것입니다. 경제활동인구층의 주력인 30~40대 인구는 2006년을 정점으로 줄어들고 있습니다. 인구 감소 추세는 잘 알고 있으므로 생략하겠습니다. 그런데 많은 분들이 그래도 수도권의 인구는 계속 증가한다고 알고 있지요? 물론 인구가 주는 지방에 비하면 느는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그 추세를 한 번 볼까요? 수도권 인구 순유입 추이에서 1970~1980년대야 급속한 도시화와 공업화로 수도권으로 사람들이 몰려들던 때이니까 비교할 바 아니고요. 2000년대를 보면 수도권 인구는 부동산이 폭등하던 2002년 21만명을 고점으로 계속 줄어 지난해에는 연간 5.2만명 수준으로 줄었습니다. 이미 수도권의 인구가 포화상태에 이르러 더 이상 과거처럼 순유입 인구도 증가하기 어려움을 나타냅니다.


미분양 물량 추이를 볼까요? 1990년대 제1기 신도시를 중심으로 한 주택 과잉공급으로 1995년 15.2만호였던 미분양 물량이 조금씩 줄어들다 외환위기 때 경제위기로 일시 증가한 뒤 다시 줄어들었습니다. 그런데 현재 미분양 물량은 수도권 약 2만5000호 포함, 16.3만호 가량 됩니다. 이것도 정부가 약 1만3000호가량 미분양 물량을 매입해준 덕입니다. 더구나 현재 미분양 물량은 1990년대와는 달리 건설업계가 금융권으로부터 자금 지원을 받지 못할까봐 축소 보고한 물량으로 실제로는 25만호에 육박할 것입니다. 1990년대 미분양 물량이 해소돼 집값이 반등하는데 4~5년 이상 걸렸는데, 이번에는 얼마나 걸릴 것 같은가요? 


저금리로 돈이 확 풀리면 집값이 뛴다고요? 과연 그럴까요? 외환위기 직후에는 물론 과오가 많았지만 초기에 금융권과 건설업계 구조조정 등이 일어난 뒤 불확실성이 일정하게 해소되면서 돈이 돌았습니다. 지금은 금리를 계속 낮추는데도 금융권에서 신용창조가 계속 위축되고 있습니다. 본원통화 대비 M2의 비율을 나타내는 통화승수가 외환위기 때는 31.2까지 올라갔는데, 지난해 하반기부터는 27 수준에서 급전직하해 23.1까지 내려와 있군요. 아직까지는 금리가 낮아져서 생긴 유동성이 부동산으로 몰려 집값이 확 뛴다고 보기에는 매우 어려운 상황입니다.  

 

 

 <도표2>

(주) 각종 자료로부터 KSERI 작성

 


이외에도 지금 상황이 왜 외환위기 때와 다른지 설명할 수 있는 지표는 훨씬 더 많습니다. 하지만 그 모든 것을 일일이 다 설명할 수는 없습니다. 사실 지금 부동산시장을 둘러싸고 있는 국내외 경제 상황을 지표로 다 나타낼 수도 없습니다. 그런데도 제가 상황을 단순화할 수 있는 위험을 무릅쓰고라도 이렇게 보여드리는 이유는 다시 한 번 말하지만 ‘강부자정권’과 부동산업자들, 부동산 광고로 먹고 사는 일부 언론의 선동질에 속지 말기를 바라기 때문입니다. 지금 당장 고통이 따르더라도 부동산 거품을 빼고 한국경제의 근본적인 구조개혁을 해야 할 때입니다.

 

<도표3>에서 출산율과 인구 증가율, 65세 노령인구 비중을 한 번 보십시오. 저출산 고령화의 충격이 2020년이 되면 걷잡을 수 없이 폭발할 것입니다. 그런데도 노후를 대비한 공공 및 민간 연금 규모를 보면 선진국들에 비하면 형편없습니다. 세계에서 가장 급속한 저출산 고령화 추세가 진행되는 나라가 완전 무방비 상태인 것입니다. 이 같은 충격에 전략적으로 대비할 수 있는 시간이 10년도 채 안 남았습니다. 그런데도 여전히 무능과 부패, 도덕적 해이로 넘쳐나는 정부와 정치권 때문에 국민들은 아직 부동산 거품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한국 경제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 우리 자녀들에게 밝은 미래를 보장해주기 위해 지금이라도 부동산 거품을 빼나가지 않으면 안 됩니다. 

 

                                                 <도표3>

                             (주)OECD 자료로부터 KSERI 작성

  

 

 모든 사람이 땀흘린만큼 제대로 대접받는 건전한 민주주의 시장경제 건설을 위한 좀더 의미 있는 토론과 참여를 원하시는 분들은 김광수경제연구소포럼(http://cafe.daum.net/kseriforum)을 방문해주십시오.

 


by 선대인 2009. 4. 28. 10:49



최근 강남 재건축 위주의 호가 위주 집값 반등 현상을 계기로 집값 재상승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는 모양입니다. 이는 제가 여러 차례 말씀드렸지만, 앞으로 최소 5년 이상 지속될 가능성이 높은 장기 대세 하락 국면에서 보면 매우 일시적이고 국지적 현상에 불과합니다. 그리고 주택 가격 지수를 보면 여전히 집값이 하락하고 있음은 명백한 사실입니다. 그런데도 많은 분들이 불안해하는 것은 정부의 사실상 투기 조장책과 투기를 선동하는 언론의 엉터리 과장 보도 때문이라고 봅니다. 겉으로 드러나는 경제 현상 이면의 본질을 꿰뚫어 보기 힘든 일반인들 입장에서는 이 같은 선동보도에 휩쓸리기 쉽습니다. 최근에 그런 모습들이 많이 감지되기 때문에 제가 이를 경계하는 글을 자주 올리고 있는 것입니다. 그런데 제가 자꾸 이렇게 이야기하니 저는 원래 그렇게 말하는 사람으로 생각할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오늘은 제 이야기가 아닌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를 옮겨볼까 합니다. 최근 부동산 포털 업계의 한 관계자에게 들은 바로는 자신들도 집값 대세 하락은 불가피하다고 보고 있다고 합니다. 다만 최근 경기 급락세가 약간 멈춘 상황에서 정부와 서울시의 부동산 부양책 효과가 집중된 강남 일부 지역을 중심으로 다시 투기적 거래가 일어난 것으로 보더군요. 이 관계자는 이번 강남 중심의 호가 위주 반등이 ‘제 2차 폭탄 돌리기’라고 규정하더군요. 2007년말 분양가 상한제 ‘밀어내기’ 때와 2008년 초 강북 뉴타운 중심의 집값 상승이 대세하락 전 ‘1차 폭탄 돌리기’였고, 지금이 2차 폭탄돌리기 국면이라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 연구원은 이번 2차 폭탄 돌리기가 마지막 폭탄돌리기가 될 것이라고 보더군요. 이 연구원은 이렇게 직접적인 이야기는 공개적으로 잘 못하고, 다만 ‘대세상승으로 보기 어렵다’ ‘집을 살 생각이라면 신중해야 한다’는 등으로 돌려 말한다고 하더군요.


이 연구원뿐만 아닙니다. 얼마 전 주택학회에서 만난 한 부동산 포털의 대표도 인구 및 유효수요 감소 등의 영향으로 앞으로 집값은 장기 대세하락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습니다. 저한테 출연이나 인터뷰를 요청하기 위해 전화를 걸어오는 방송국 관계자들의 전언도 비슷합니다. 자신들이 출연이나 인터뷰 섭외를 위해 사전에 간단히 소위 전문가라는 사람들의 의견을 들어보면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대부분 집값이 지금 상황에서 대세 상승하기는 어렵다고 한다고 합니다. 지난 주 제가 인터뷰에 응했던 MBN(매일경제TV)의 경우 “오히려 대세 상승한다고 주장하는 분이 거의 없어서 섭외하기 어렵다”고 말할 정도였습니다. 그렇게 해서 섭외할 수 있었던 사람이 모 은행 지점장으로 있는 고모씨라고 했습니다.


그뿐입니까? 주변에 있는 사람들 가운데 최근 2~3년 동안 잔뜩 빚을 지고 주택을 구입했던 많은 사람들 가운데 지금 국면에서 기회가 되면 팔려고 하는 사람들이 아마 훨씬 많을 것입니다. 제 주변에도 그런 분들이 상당수 있습니다. 이는 이미 앞서 쓴 글(http://bbs1.agora.media.daum.net/gaia/do/debate/read?bbsId=D115&articleId=627656)에서 제가 매수/매도세 동향을 통해 이미 보여드린 바와 같습니다. 또한 1~3월에 강남 주택시장에 들어간 사람들 가운데 최근 거래량이 끊기고 가격이 제자리걸음을 치면서 지금 좌불안석 아닌 사람이 거의 있을까 싶습니다.


이런 상황에서도 일부 엉터리 언론의 선동보도가 잇따르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오늘 각 포털 대문에 걸린 ‘집값 폭락한다더니...실수요자 당혹’이라는 제목이 달린 머니투데이 기사( http://media.daum.net/economic/view.html?cateid=100019&newsid=20090427073604204&p=moneytoday)가 대표적일 것입니다. 이 기사에서 소위 ‘폭락론’에 대해 코멘트를 받은 사람은 딱 두 사람입니다. 건국대 손모 교수와 위에 언급한 고모씨 말입니다. 손교수는 제가 지난해 하반기 책을 냈을 때 출판사(한경BP) 사장의 주선으로 한국경제신문에서 대담을 했던 교수입니다. 솔직히 그 대담에서 제게 제대로 반박을 못했다고 생각했던 탓인지 나중에 한경에다가 제 주장을 반박하는 기고문을 따로 쓰기까지 했던 사람입니다. 제가 출연했던 SBS 여론조사 결과에서 전국민의 93%가 부동산 거품이 있고, 그 가운데 3분의 2가량이 부동산 거품이 많다고 인식하는 상황에서도 여전히 ‘부동산 거품이 없다’고 주장하는 사람입니다. 고모씨도 부동산 버블이 붕괴하면 가장 어려움에 처할 수밖에 없는 시중은행의 지점장입니다. 자신이 처한 이해관계 때문이라도 부동산 거품이 빠진다고 말하기 어려운 사람입니다. (마지막에 인용된 박원갑 소장은 위의 두 사람과 시각이 다릅니다. 박 소장 말의 뉘앙스를 잘 한 번 생각해보십시오. 이 양반은 지난해 말 이후 집값이 앞으로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제 입장에 수렴해왔던 사람입니다.)


기사를 작성한 기자는 이런 두 사람의 말을 인용해 일부 사례를 거론하며 마치 소설 쓰듯 기사를 쓰고 있습니다. 기사 내용을 봐도 지금의 집값 상승세가 지속된다는 것을 보여주는 어떤 논리적 근거도 제시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사람들을 혹세무민하는 이런 무책임한 엉터리 보도가 한국의 부동산 거품을 키운 주범 가운데 하나임은 부인하기 어려울 것입니다. 부동산 거래가 다시 얼어붙고, 집값이 재하락할 때 이 기자가 어떤 기사를 쓰는지 저는 계속 주목하겠습니다. 또한 지금 경기 불황으로 부동산 광고 매출에 목을 매다는 머니투데이가 앞으로 어떤 식의 보도를 하는지도 계속 주시하겠습니다. 

 

그리고 정말 지금의 집값 상황이 일시적 국면이 아니라 재상승으로 이어질 것으로 믿는다면 위 기사에서 언급된 손교수와 고모씨부터 집을 사야 할 것입니다. 그 분들 시각에 따르면 지금이야말로 떼돈 벌 기회인데, 자신들은 안 사고 집값 앞으로 오른다고 주장한다면 무책임한 것 아닐까요? 마찬가지로 기사를 작성한 기자부터 이것이 무책임한 선동 보도가 아님을 입증하기 위해 집을 한 채 사는 것은 어떨지요? 지금 시중은행에서 추가 부동산 담보 대출을 잘 안 해주겠지만, 기사에 인용한 고모씨가 은행 지점장이니 대출이 가능하겠군요. 자신들은 정말 이런 ‘호기’에 집을 안 사면서 저런 이야기를 한다면 다른 사람들을 호구로 안다는 얘기밖에 더 될까요?

 

제가 이번 국면이 왜 일시적일 수밖에 없는 지는 여러 차례 말씀드렸습니다. 그리고 앞으로도 계속 말씀드릴 것입니다. 적어도 제가 그 동안 쓴 글들과 앞으로 쓸 글들을 읽어보고 신중하게 판단하시길 부탁드립니다. 이런 선동적인 언론 보도와 소위 전문가라는 사람들의 말에 속지 말기를 다시 한 번 당부드리며 글을 마칩니다. 

 

 


모든 사람이 땀흘린만큼 제대로 대접받는 건전한 민주주의 시장경제 건설을 위한 좀더 의미 있는 토론과 참여를 원하시는 분들은 김광수경제연구소포럼(http://cafe.daum.net/kseriforum)을 방문해주십시오.


by 선대인 2009. 4. 27. 11:38

 

요즘 서울 강남 재건축을 중심으로 집값이 호가 위주로 반등하자 각종 인터뷰 요청이 잇따르고 있습니다. 실제로 그동안 지난해 하반기부터 집값이 계속 떨어질 것이라고 믿었던 분들 가운데는 집값이 다시 급등하지 않을까 불안해하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이럴 때일수록 ‘큰 그림(big picture)’을 보셔야 합니다. 부동산시장을 둘러싼 국내외 거시경제 흐름을 이해하고(이건 일일이 여기서 다 말씀드리지 못하지만, 우리 연구소의 경제시평을 꾸준히 정독하신 분이라면 잘 아실 것입니다) 시기적으로도 길게 보시면 최근 일부 지역의 반등은 그야말로 매우 일시적이고, 국지적인 반등에 불과하다는 것을 알게 될 것입니다. 예를 들어, 며칠 전 쓴 글(http://unsoundsociety.tistory.com/entry/KBS-뉴스라인에서-못다-말한-최근-부동산-상황-진단)에서 수도권의 주택 거래량을 그래프를 통해 보여드렸습니다만, 전월 대비 30% 급증했다는 서울 거래량이 여전히 2006년말 고점 대비 5분의 1 수준에 불과합니다. 여전히 거래 침체 양상 속에서 일어나는 부침 현상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고요. 이미 말씀드렸으니 되풀이해서 말씀드릴 필요는 없다고 봅니다.


오늘은 실질 가격 지수 추이를 통해 현 상황을 한 번 살펴보도록 합시다. 아래 <도표>에서 알 수 있듯이 2000년대 주택 투기는 사실 아파트에 국한된 투기였습니다. 아파트의 경우 위치와 평수 등에 따라 가격이 대체로 표준화돼 있고 환금성이 좋았던 덕에 투기의 대상으로 삼기에 딱 좋았던 때문입니다. 물론 사람들의 아파트에 대한 선호도 한몫했겠지만 그 선호도조차 투기와 맞물려 한껏 커졌다고 봅니다. 그런데 서울 아파트의 명목가격 지수만 보면 집값은 계속 상승하는 것처럼 보입니다.

  

                      (주) 각종 자료로부터 KSERI 작성 

 

하지만 정말 집값은 계속 상승하기만 하는 것일까요? 매년 물가 수준을 반영한 서울 아파트의 실질가격을 나타내는 아래 그래프를 한 번 살펴보십시오. (물론 국민은행의 주택가격 지수도 문제가 많은 통계인데다 물가지수조차도 현실과 상당한 괴리를 보이고 있어 사실 실질가격으로 나타내는 게 무리가 있을 수 있지만, 큰 그림을 보는 데는 문제가 없을 것으로 봅니다.) 이 그래프를 보면 서울의 아파트 가격이 상승(1987~1991년 5월) → 하강(1991년 6월~1998년 11월) → 상승 (1998년 12월~2007년 2월) → 하강 (2007년 3월~ 현재)의 파동을 그리고 있음을 알 수 있을 것입니다.


제 책에서도 설명드렸지만, 2000년대 서울의 부동산(아파트) 거품은 1991년 초의 실질가격 지수인 152.6을 훨씬 넘는 175.3을 기록했다가 올해 3월 현재 161.5까지 내려온 상태입니다. 고점 대비 가격이 조금 떨어지기는 했습니다만, 여전히 1991년초 버블기 때보다도 더 높은 상태입니다. 여러분들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여기에서 서울 강남 재건축 지역의 투기성 집값 반등을 중심으로 집값이 다시 대세 상승할 것 같나요? 아마 그렇게 된다면 한국은 아마 냉엄한 시장의 법칙을 이탈한 유일한 사례로 기록될 것입니다.


물론 지금의 정부의 각종 투기조장책 등에 따라 지금의 일시적 반등기가 경우에 따라서는 몇 달 더 갈 수도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그런 경우에도 얼마 가지 않아 다시 주저앉을 것입니다. 한국 경제의 체력이 지금의 높은 집값을 도저히 지탱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이에 대해서는 제가 여러차례 되풀이했으니 또 말씀드리지는 않겠습니다.


많은 분들이 아직도 외환위기 직후의 V자형 급반등 상황을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그때와는 대내외 상황이 너무나 다릅니다. 외환위기 이전에는 우리 가계 순저축율이 20%에 육박했고 부채는 적었으며 세계 경기도 동아시아를 제외하고는 좋았습니다. 외환위기 때 꼴아박았지만 90년대 초중반 내내 6~8%대의 고도 성장을 했고, 외환위기 직후인 99년에는  때마침 미국을 중심으로 IT버블까지 일어나 우리도 거기에 편승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지금 한국 가계는 순저축율이 2% 수준으로 떨어졌고, 가계 부채는 740조원에 이릅니다. 부동산 담보대출만 약 310조원에 이릅니다. 전세계가 대공황 이후 최악의 경기 침체를 맞고 있습니다. 수출로 먹고사는 나라가 다른 나라 경기가 좋아지지 않는데 먼저 회복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입니다. 올해 경제성장률은 -5% 전후가 될 것으로 예상되고, 내년에도 올해 수준보다 크게 나아지지 못할 것입니다. 은행의 예대율은 여전히 135% 전후 수준이어서 부동산 버블기 때처럼 마구잡이로 펌프질을 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오히려 과잉 대출을 계속 줄여나가야 하는 상황입니다. 그런 상황을 무시하고 정부의 강압에 못이겨 다시 부동산 대출을 늘여나간다면 정말 이 나라는 절단 나는 상황이 오겠지요.


사실 이렇게 구구한 설명을 드리기 전에 외환위기 때인 1998년 11월과 지금의 실질가격지수만 보더라도 어떤 상황인지는 충분히 짐작되실 겁니다. 용수철에 비교하자면, 외환위기 때는 용수철이 극도로 수축돼 언제든지 되튀어오를 수 있는 에너지가 응축된 상황이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튀어올랐던 용수철이 도로 수축되는 국면의 초기입니다. 많은 분들이 90년대 초중반처럼 연착륙을 생각하시는 모양인데, 아마 여러 여건상 그때와 같은 연착륙도 쉽지 않을 것입니다. 주식 격언에 산이 높으면 골도 깊다고 하는데 부동산시장도 마찬가지입니다. 90년대 초중반보다는 하락폭도 더 크고 하락기간도 더 길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더구나 제가 누누이 말씀드리지만, 2010년대 한국의 부동산시장은 저출산 고령화의 충격이 본격적으로 나타나는 시기입니다. 그 충격은 세계 다른 어느 나라보다 깊고 클 것입니다. 우리가 미리 그 충격에 전략적으로 대비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아마도 1990년대 버블 붕괴기의 일본과 비슷한 양상이 전개될 가능성도 상당히 높아 보입니다. 이에 대해서는 예전에 썼던 글을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http://unsoundsociety.tistory.com/entry/90년대-일본과-비슷해질-2010년대-한국-부동산


요즘 방송 인터뷰를 하면 PD들이 결국 꼭 묻는 질문이 있습니다. “그럼 지금 집을 사야 하나요, 말아야 하나요?” 그런 질문을 받으면 참 곤혹스럽습니다. 저는 그냥 ‘큰 그림’을 보여줄 뿐입니다. 저도 사람인 이상 100% 정확하게 예측하기 힘든데, 더구나 투기성 자금에 의해 움직이는 단기적 흐름은 더더욱 예측하기 어렵습니다. 또한 개개인에 따라 사정은 얼마든지 다를 수 있습니다. 극단적으로 소득이 충분하고 빚을 안 져도 되고 당장 거동이 불편한 노모를 모시기 위해 일정한 지역에 집이 필요한 사람과 수억원의 부채를 일으켜 투자용으로 집을 사려는 사람의 판단은 판이하게 다를 수 있습니다. 제가 그런 사정도 모르고 어찌 감히 팔라, 마라 할 수 있을까요? 또 설사 그런 사정을 안다 하더라도 제가 소위 재무 컨설턴트도 아니고 그런 말은 하지 않습니다.

 

다만, 제가 할 수 있는 것은 부동산 가격이 대세하락에 접어든 이 순간에도 ‘부동산 불패 신화’에 빠져 있는 분들에게 큰 그림을 보여드리는 것입니다. 일시적 흐름만 보고 가볍게 움직였다가 큰 낭패를 볼 수 있다고 경고하는 수준일 뿐입니다. 제가 보여드리는 큰 그림을 참고로 하되 결국 결정은 각 개개인 스스로가 하는 것일 뿐입니다. 그리고, 좀더 욕심을 부리자면 단순히 개인 가계 차원의 고민에만 머무르지 마시고 부동산 거품의 폐해를 인식하고 많은 분들이 집값 걱정 없이 안정적인 주거생활을 할 수 있는 나라를 만드는데 생각과 지혜를 모을 수 있기를 바랄 뿐입니다.

 

제가 그래서 요즘 PD들의 질문에 답하는 핵심내용은 이런 것들입니다.


“지금은 집값 대세하락기 초기에 나타나는 전형적인 ‘폭탄 돌리기’ 국면이다. 지금 잘못 주택시장에 들어갔다가 도화선에 불이 붙은 폭탄을 떠안는 격이 될 수 있다.”


“실수요자도 아니면서 지금 주택 투자에 나서겠다면 굳이 안 말린다. 다만, 그렇게 한다면 길게 잡아 수개월 안에 치고 빠질 준비를 해야 할 것이다. 하지만 주택시장이 주식시장도 아니고 기획부동산 같은 조직화된 투기세력이 아닌 개인이 그렇게 할 수 있는 가능성은 극히 낮을 것이다. 제때 빠져나오지 못하면 결국 폭탄을 떠안게 되는 꼴이다.”

   

“일희일비하지 말고 길게 보라. 5년 후인 2013년에도 지금보다 집값이 올라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는가?”

  

 

모든 사람이 땀흘린만큼 제대로 대접받는 건전한 민주주의 시장경제 건설을 위한 좀더 의미 있는 토론과 참여를 원하시는 분들은 김광수경제연구소포럼(http://cafe.daum.net/kseriforum)을 방문해주십시오.



by 선대인 2009. 4. 22. 11:13

어제(15일) 오후 KBS 뉴스라인 제작진에서 갑자기 출연 요청을 해서 뉴스라인의 대담 코너에 출연하게 됐습니다. 11시 10분쯤부터 약 4분여 동안 최근 서울 강남권을 시발로 한 호가 위주의 집값 반등 상황에 대해 진단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하지만 생방송 출연은 처음이어서 약간 긴장한데다 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보니 하고 싶은 말을 충분히 못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특히 마지막에 하기로 했던 질의응답(아래 5번 질문)은 시간 부족으로 아예 하지도 못하고 말았습니다. 아쉬운 생각이 들어 어제 대담의 질문 내용을 바탕으로 제 생각을 글로 한 번 정리해보았습니다. 참고 바랍니다.


 


질문 1> 3월 아파트 실거래 자료를 보니까 서울 강남 등 일부지역 거래가 활발하군요?



거래량이 조금 는 것은 사실이지만, 결론부터 말하면 큰 흐름을 보지 못하고 일시적인 국면을 보고 ‘착시현상’에 속으면 안 됩니다. 극심한 거래 부진을 보이던 지난해 하반기와 연초에 비해서 올 1, 2월에 이어 3월에도 거래량이 일부 늘어난 게 사실입니다. 전국 3만 7398건, 수도권 1만 3256건으로 2월에 이어 약 30% 가량 증가했다고 국토해양부는 발표했습니다.

 

하지만 큰 틀에서 보면 2006년 말 정점 대비 수도권의 경우 여전히 5분의 1 수준에 불과한 거래 침체 양상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또한 국토부 실거래가 거래 사례를 보면 가격이 급락했던 지난해 말에 비해 올해 1,2월 약간 반등했으나, 오히려 3월 거래 사례는 가격이 더 이상 오르지 않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또한 이번 집값 반등을 주도했던 서울 강남 지역의 경우 거래량이 2월에 비해 오히려 줄어들었습니다. 정부의 온갖 부동산 투기 조장책으로 만들어진 일시적 반등도 이제 다시 꼬꾸라질 조짐을 보이는 것입니다. 2006년말의 정점과 대비할 경우 수도권 대부분 지역의 국토부 실거래 가격은 여전히 20% 이상 낮은 가격입니다.

 

 

(주) 국민은행 자료로부터 KSERI 작성

 


질문 2> 왜 강남권 재건축 아파트 가격이 오른다고 보십니까?


우선, 전제해야 할 것이 이번 가격 상승은 실거래 위주가 아닌 호가 위주의 상승입니다. 일부 언론에서는 일부 강남 부동산 중개업소들이 조직적으로 호가조작을 하고 있다고 보도하기도 했습니다. 어쨌든 이유를 살펴보자면, 당연히 정부의 재건축 규제 완화 방침과 투기지역 해제 움직임, 그리고 서울시의 한강변 초고층 재건축 허용 방침 등 정책당국의 부동산 규제 완화 움직임이 일부 투기수요를 부추긴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또 최근 성급한 ‘바닥론’이 일부 언론에서 보도되면서, 잘못된 ‘외환위기 학습효과’ 때문에 일부 가계가 외환위기 때처럼 금방 집값이 뜀박질할 것으로 불안해 거래에 가담했다고 할 수 있습니다.

 

특히 강남 재건축 지역의 경우 지난해말 집값이 단기간에 많이 하락한 상태인데다, 정부가 각종 제도적 혜택을 통해 1,2억씩 더 얹어준 것이나 마찬가지여서 어찌 보면 단기적으로는 안 오르는 게 오히려 비정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특히 강남 재건축 지역에 집을 산 사람들을 보면 거주율이 12~20% 정도에 지나지 않고, 평균 3억~5억원 정도의 거액 대출을 일으켜 집을 산 사람들입니다. 투기성이 매우 강한 특성을 보이고 있는데 이런 구조에서는 집값이 조그만 흐름에도 급등락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지금초럼 집값이 급등할 수도 있지만, 향후 집값 추세가 다시 꺾이면 바로 급락할 수 있는 매우 위험한 시장입니다. 한편 강남이 수도권 집값의 기준점이다 보니 강남 집값 상승에 이어 일부 지역에서 덩달아 호가를 올리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같은 호가 위주의 상승은 현재 부동산 시장을 둘러싼 대내외 상황을 고려할 때 지속되기 어렵습니다.

 

 

(주) 각종 자료로부터 KSERI 작성


질문 3> 많은 분들이 집값이 또 오르니까 집을 사야하나 말아야 하나해서 긴가민가하시는 분들이 많은데 집값 전망 어떻게 보십니까?


미국이나 과거의 일본에서도 집값이 대세 하락할 때 일시적이고, 국지적 반등은 언제든 생겨났습니다. 이번 강남 재건축 위주의 집값 상승도 대세 하락기에 일시적으로 나타나는 반등 현상에 그칠 가능성이 높습니다. 특히나 과다한 가계 부채와 실질 소득의 감소, 실물 경기 침체에 따른 실업 급증 그리고 은행의 높은 예대율과 연체율 및 부실 채권 증가 등으로 인해 부동산 버블의 붕괴는 피할 수 없을 것입니다. 다만 한국의 경우 현 정부가 부동산 부양 총력전 때문에 부동산 버블 붕괴가 매우 지연되고 있습니다. 또 기준금리 2%의 사상 유례없는 저금리와 가계 대출 만기 연장 등의 조치로 부채를 잔뜩 지고 집을 산 가계들이 버틸 여력을 주고 있지만, 결국 장기간 버티기는 어렵습니다. 정부의 각종 부동산 부양책이 모두 소진될 경우에도 집값이 대세 상승한다는 것을 확인하지 못하면 집값은 재급락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사실 지금 거래량이 늘어나는데도 집값 하락세가 주춤할 뿐 전반적으로는 상승하지 못하고 있는 것도 이 같은 징후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한편 이처럼 정부가 지나치게 높은 집값을 억지로 떠받치며 시장을 교란하는 바람에 주택시장이 장기침체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요요를 해보신 분들은 다 아실 겁니다. 요요가 풀려났다가도 다시 오므라드는 과정이 있어야 다시 풀려날 수 있는 것입니다. 그런데 오므라들어야 할 시점인데 오므라드는 것을 방해하고 계속 요요를 풀려나게 하면 결국 다시 수축하지 못하고 결국 멈춰버립니다. 주택시장이 10~20년 과정에 걸쳐 파동을 그리는 것도 부동산 시장 내외부에서 이같은 수축과 팽창을 일으키는 힘이 작용한 결과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지금 엄청나게 부풀어올랐던 부동산 거품이 이제 꺼지는 시기에 이를 억지로 막으면 결국 집값은 꺼지지 않을지는 모르지만 크게 더 튀어오르기도 어렵습니다. 그리고 장기간 계속되는 침체로 이어질 수도 있습니다. 더구나 앞으로는 인구 감소 시대여서 더더욱 그렇게 전개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사실 과거 일본에서 90년대초 부동산 버블 붕괴 이후 10여년의 장기침체를 겪은 것도 정부가 무리한 부양책 등으로 시장의 자연스러운 조정 과정을 방해하고, 구조개혁을 지연시킨 탓이 큽니다. (이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제가 어제 블로거뉴스에 올린 글 '2010년대 한국 주택시장, 일본 판박이될까? http://unsoundsociety.tistory.com/entry/90%EB%85%84%EB%8C%80-%EC%9D%BC%EB%B3%B8%EA%B3%BC-%EB%B9%84%EC%8A%B7%ED%95%B4%EC%A7%88-2010%EB%85%84%EB%8C%80-%ED%95%9C%EA%B5%AD-%EB%B6%80%EB%8F%99%EC%82%B0 를 참조해주세요.)


따라서 이런 긴 흐름을 인식한다면 정말 실수요자가 아니라 일반 가계가 시세차익을 노리고 잔뜩 빚을 지고 집을 사는 것은 ‘폭탄 돌리기’ 국면에서 폭탄을 떠안는 격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실수요자라면 일희일비하지 말고 길게 보면서 크게 빚지지 않고도 지금보다 훨씬 집을 싸게 살 수 있는 기회가 앞으로 수년 내에 얼마든지 있을 것입니다.



질문 4>양도세 완화도 그렇고 소평평형 의무 비율 완화도 그렇고 정부정책이 오락가락한다고 느끼는데 시장엔 어떤 영향을 줄까요?


사실 현 정부 들어 부동산 정책은 부동산 규제 완화 일변도였습니다. 사실 현 정부가 규제라고 부르는 부분은 보유세와 양도세 등 건전한 주택시장 질서를 형성하기 위한 기초 제도가 많고 이런 것을 바꾸기 위해서는 매우 신중해야 합니다. 그런데 이런 것조차 자신들과 자신들의 지지기반을 위한 부동산 부양책을 대대적으로 펼치는 가운데 마구잡이로 해체하고 있는 것입니다.

 

다만 최근 양도세 중과세 폐지나 소형평형 의무비율 완화책의 경우 정부가 여당인 한나라당이나 여당 자치단체장이 수장으로 있는 서울시와도 제대로 정책 방향을 조율하지 않고 마구잡이로 정책을 추진한 과정에서 나타난 현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즉, 정부가 제대로 된 여론 수렴은 고사하고 ‘같은 편’끼리 의견 조율도 제대로 하지 않고 독선적으로 일을 추진하다가 여당이나 서울시의 반발이나 이견에 부딪히자 우왕좌왕하는 것으로 비치는 것입니다. 현 정부가 과거 권위주의적 정부처럼 얼마나 일방적으로 정책을 입안하고 운용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사례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런 정부 정책의 혼선은 당연히 시장의 예측력을 떨어뜨려서 시장에 혼선을 초래하게 됩니다.

 

필자는 현재 정부 부동산 정책 기조에 찬성하는 것은 아니지만, 어차피 현 정부가 기조를 바꿀 것으로 기대하기는 어렵습니다. 그렇다면 차라리 정부가 마지막 남은 규제라도 풀 것이라면 빨리 풀어서 사람들이 더 이상 미련을 갖게 하지 않는 것이 좋겠습니다. 설사 정부가 그렇게 한다고 해서 부동산 가격의 대세하락을 막지는 못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질문 5>외국에선 부동산 거품이 빠지는데 우리만 오히려 거품이 다시 낀다면 경제에 부담이 되는 건 아닐까요?



당연히 큰 문제가 됩니다. 극심한 자금난에 시달리던 건설업계나 금융권이 정부의 천문학적인 각종 부양책과 지원책으로 급한 불은 껐지만, 수면 아래에서 부실은 계속 커지고 있는 형국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현 정권이 자신들 임기 내에 충격을 최소화하려는 속셈으로 단기적으로 부동산 급락을 막는다는 명목아래 부동산 거품을 더 키우고 있는 것입니다. 하지만 그렇게 해봐야 ‘밑 빠진 독에 돈 붓기’일 뿐입니다. 몸 속에서 종양이 자라고 있는데, 아픔이 따르더라도 이 종양을 제거하는 수술을 해야 하는데 현 정부는 자신들 임기 내에는 수슬을 안 하려고 미루면서 종양을 더 키우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대로 가면 종양이 더욱 자라나 한국경제는 말기암에 이를 수도 있습니다. 특히 부동산 담보대출 급증에 따른 금융권의 130%가 넘는 높은 예대율이 전혀 해소되지 않고 은행의 연체율과 부실채권은 더욱 커지고 있습니다. 그런데도 정부가 이를 해소하기 보다는 임기응변식 대응을 통해 문제 해결을 뒤로 미루면 수면 아래 잠재적 부실이 계속 커져 향후 금융권의 부실 규모를 더욱 키울 수 있습니다. 그 결과 향후 한국 경제는 조그만 충격에만 노출돼도 언제든 금융 시스템 위기로 이어지는 한편 만성화된 경기 부진을 겪을 수밖에 없습니다.

 

길게 보더라도 한국경제가 언제까지나 부동산 거품을 잔뜩 안고 살 수는 없습니다. 부동산 가격이 잔뜩 부풀어오른 2000년대 한국 경제가 나라 빚과 가계 빚으로 성장한 것을 빼고 나면 무슨 성장을 했습니까? 오히려 부동산 값은 금값이 되는 과정에서 사람 값은 똥값이 돼 실업자와 비정규직이 양산되고 빈부 격차는 더욱 커졌습니다. 이 같은 충격은 청년실업 급증과 '88만원세대' 양산, 만혼화 현상 등에서 알 수 있듯이 당장 사회에 첫발을 내딛는 젊은 세대들에게 더 크게 다가왔습니다.

 

하지만 부동산 거품의 고통은 젊은 세대에서만 끝나지 않습니다. 당장 부모세대들이 자녀를 출가시키려고 해도 양가에서 1,2억씩 빚을 지지 않고는 집 한 채 사주기 힘든 상황입니다. 물론 부동산 거품이라는 악성 종양을 제거하는 수술을 하더라도 수술 도중 환자가 숨져서는 안 됩니다. 즉, 부동산 거품을 꺼뜨리더라도 한국 경제가 파탄나는 상황은 막아야 하겠습니다. 하지만 현 정부처럼 수술을 계속 미루고 부동산 거품기에 희희낙락했던 건설업계와 금융권에 막대한 지원을 하면서 도덕적 해이를 부추겨서는 과거 일본처럼 ‘좀비 기업’만 양산할 뿐입니다. 그렇게 해서 결국 한국 경제 성장의 복원력을 무너뜨리고 가뜩이나 양극화된 사회를 더욱 극단으로 치닫게 할 뿐입니다. 단기적으로는 고통이 따르더라도 한국 경제의 장래를 위해 집값 거품을 빼나는 것은 피할 수 없는 과제입니다. 언제까지나 부동산 거품에 취해 경제활동을 영위해나갈 수는 없는 것입니다.

 

 

모든 사람이 땀흘린만큼 제대로 대접받는 건전한 민주주의 시장경제 건설을 위한 좀더 의미 있는 토론과 참여를 원하시는 분들은 김광수경제연구소포럼(http://cafe.daum.net/kseriforum)을 방문해주십시오.


by 선대인 2009. 4. 16. 10:29



   2010
년대 국내 주택시장은 과거 일본 주택시장이 1990년대 부동산 버블 붕괴 후 겪었던 장기침체 양상을 보일 가능성이 상당히 농후해 보인다. 국내 주택시장의 수급사정과 이를 둘러싼 경제적, 정치적 환경과 인구동태적 변화가 당시 일본 사정과 너무나 흡사하기 때문이다. 특히 현정부와 정치권의 잘못된 정책대응 역시 과거 일본과 너무나 비슷하다. 이를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아래 <도표>에서 80년대 말 일본의 부동산 버블도 도쿄, 오사카, 나고야 등 3대 도시권을 중심으로 진행됐다. 하지만 한국의 부동산 버블이 주택 그 중에서도 아파트를 중심으로 발생한 반면 일본의 부동산 버블은 상업용지를 중심으로 전개됐다. 일본 3대 도시권의 지가 추이를 보면 최근 3~4년 동안 소폭의 반등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부동산 가격이 고점이었던 1991년 수준에 크게 못 미침을 알 수 있다. 특히 일본 3대 도시권 상업용 지가는 고점 대비 20%를 약간 넘는 수준이며, 버블이 발생하기 전인 1986년 지가에 비해서도 60% 수준에 머물러 있다. 물론 이 기간 동안 물가상승률을 감안한 실질 지가는 이보다 훨씬 더 낮은 수준이라고 할 수 있다.

 

<도표6> 일본 주택시장 추이


() 각종 자료로부터 KSERI 작성

 

 

일본의 전국 주택보급률은 이미 부동산 가격이 폭등하던 1988년에 111%

를 넘고 있어 버블 발생 전부터 100%를 넘었다. 한국도 2008년 추정 전국 주택보급률이 110%에 육박할 정도로 일본과 크게 다르지 않다. 또한 일본의 인구도 주택유효수요 계층인 35~54세 인구가 1990 3,680만 명으로 정점에 달한 후 빠른 속도로 줄어들어 2005년에는 3,400만 명 이하로 줄어들었다. 한국도 35~54세 인구가 2010년경을 정점으로 하락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도 일본처럼 부동산 버블이 붕괴하는 시점을 전후해 주택 유효수요 인구가 급속히 줄어들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주택 유효수요 인구가 줄어들고 부동산 버블이 붕괴하는 상황에서도 일본에서는 대규모 신규주택 공급이 계속됐다. 일본 정부의 건설경기 부양책으로 건설업체들이 살아남아 대규모 신규주택을 계속 공급한 때문이다. 일본의 연도별 신규주택착공 추이를 보면 부동산 버블이 발생하기 전인 1980년대 초에는 매년 120~130만호 전후 수준의 신규주택이 착공됐으나, 부동산 버블이 시작된 1986년을 거쳐 1987~1990년 동안에는 연간 170만호 전후 수준의 신규주택이 착공됐다. 또 부동산 버블이 붕괴되기 시작한 1991년 이후 1997년까지 연평균 150만호 수준을 유지했다.

일본정부는 부동산 버블 붕괴를 막기 위해 일본 건설업체들의 아파트 건설을 강력히 지원했다. 빠른 속도로 금리를 내려 주택금융공고와 은행이 주택자금대출 세일을 벌이도록 하는 한편 거액의 주택 감세라는 미끼를 던져 싸늘하게 식어가는 주택수요를 불러일으키려 애썼다. 수요와 공급 양 측면에서 일본 정부의 각종 지원책으로 시장 상황과 무관하게 아파트 공급이 늘어난 것이다.

그러나 주택 공급량은 1998년 동아시아 외환위기와 일본 내 금융위기가 확산되면서 버블 발생 이전의 120만 호 수준으로 줄어들었다. 일본경제가 버블 붕괴 후 2차 위기를 맞자 그 동안 일본 정부의 재정호흡기에 기대 연명해왔던 대형 금융기관과 종합건설업체들이 잇따라 파산하기 시작했다. 이때는 부동산 버블 붕괴에도 불구하고 주택이 지나치게 과잉 공급된 데다 인구 감소로 인한 주택수요 감소도 본격화한 뒤였다. 주택 공급은 연간 120만호 수준으로 줄어들면서 지가는 계속 하락했다.

또 전체 주택 가운데 빈 주택의 비율을 나타내는 주택 공실률도 1993 9.8% 수준에서 2003년에는 12.2%까지 증가했다. 일본 전국의 주택 8채 가운데 한 채 가량이 빈 집으로 남아도는 상황이 된 것이다. 더 이상 시장수급에 의한 가격하락 조정을 피할 수 없게 되었으며 부동산 거품이 어느 정도 빠졌다고 여겨지던 90년대 중반에 분양된 주택이 2000년대에도 자산가치가 절반에서 3분의 1까지 추가로 떨어지는 현상이 발생한 것이다.

 

이처럼 주택시장의 버블 붕괴와 장기침체 과정, 그리고 그를 둘러싼 한일 양국의 정책대응 양상이 너무나 비슷하다. 이것은 한국의 향후 부동산 시장 역시 과거 일본이 밟아왔던 전철을 답습하게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것을 시사한다. 실제로 이명박 정부는 주공 등을 동원해 미분양 물량을 매입해 자연스러운 시장수급에 의한 가격하락 조정을 가로막고 있다.

4대강 정비사업 등 당장 시급하지 않은 대규모 토목사업을 추진하여 건설업체들에게 눈먼 돈을 대줌으로써 건설업계의 구조조정을 가로막고 있다. 대주단 협약이라는 틀을 만들어 구조조정 시늉을 내고 있으나 시장 수급에 의한 구조조정을 지연시키고 방해할 뿐이다. 분양권 전매제한과 양도소득세 감면, 재건축 규제완화 등 각종 투기조장책을 마구잡이로 쏟아내고 있다. 하지만 이처럼 잘못된 투기조장책들은 결과적으로 주택시장의 자생적 복원력을 죽여 중장기적으로 주택시장의 장기침체를 초래할 뿐이다. 주택시장의 자연스러운 가격하락 조정을 가로막는 바람에 오히려 부동산 거래가 단절되고 침체를 장기화하고 있다. 그로 인해 부동산중개업과 인테리어, 이삿짐서비스 등 부동산과 연관된 생산서비스 경제영역마저 더욱 위축되고 있다.

상업용 부동산버블이 더 극심했던 것에서 알 수 있는 것처럼 일본은 금융기관과 기업들, 특히 부동산개발회사 및 건설업체들이 투기를 주도했다. 그러나 한국은 중간 및 상류층 가계가 대규모로 부동산 투기에 가담했다. 따라서 향후 부동산 거품 붕괴와 함께 막대한 가계부채를 청산하는 과정에서 장기간의 소비위축이 불가피하다.

필자는 주택 공급을 무작정 줄여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이 아니다. 사회경제적 환경 변화와 인구동태적 변화 등을 충분히 감안한 주택공급을, 현 세대와 자식세대의 소득수준에서 감당할 수 있는 주택공급을 체계적으로 추진해야 한다는 것을 주장하고 있는 것이다. 주택정책이 근본적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는 것이다. 시장의 힘에 의해 버블이 붕괴되고 있는 지금이야말로 시장의 힘에 의해 자연스럽게 주택정책을 바꿔갈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예컨대 경기불황에 일자리를 잃은 실업자와 무주택자, 그리고 1인가구 등 중하위 계층을 위한 공공임대/전세주택의 공급은 턱없이 부족하다. 이명박정부는 오로지 부동산 가격 올리기에만 혈안이 된 엉터리정책에 몰입하지 말고 중장기적으로 한국경제의 성장잠재력과 공동체 연대를 강화할 수 있는 주택정책을 추진해야 한다.

그러나 주요 인물들 가운데 부동산 부자 아닌 사람을 찾기 어려운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에 이런 주장을 한다는 것 자체가 부질 없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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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선대인 2009. 4. 15. 09:49

지난주 금요일 (3월27일)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한 학회의 정책세미나에 참석했습니다.

주제는 대략 주택시장 전망 및 미분양 물량 해소 대책에 관한 것이었습니다.

정말 참석하고 싶지 않았는데, 예전에 TV토론에 패널로 함께 참석한 교수가 사정해 마지못해 참석했습니다. 건설업계와 정부에 비판적인 목소리가 필요하다는 그 분의 말씀도 일리가 있다는 판단도 했고요.

우선, 학회 세미나라고 하는데 총 참석자가 발표자, 토론자, 중간에 돌아간 사람들까지 다 합쳐도 50명이 안 되는 것 같았습니다. 발표자의 발표가 끝나고 토론 시간이 되니 학회 관계자들을 뺀 방청객은 20여명 정도밖에 안 돼 보였습니다.

 

세미나가 끝나고 돌아갈 때 방청객 한 무리에 물어보니 무슨 도시계획연구소 소속이라고 했습니다. 그나마 온 방청객 20여명도 사실상 관련 교수나 연구소에서 동원됐던 사람들이었던 것 같았습니다. 몇 명 되지도 않는 사람들끼리 모여서 자신들만의 행사를 벌인 것입니다. 적지 않은 돈을 들이고 여러 사람들이 모여 왜 시간을 소모하고 있는지 안타까울 지경이었습니다.

 

그렇다고 세미나의 수준이 높은 것도 아니었습니다. 발표자나 토론자 모두 제가 듣기에는 기본적으로 논리에 닿지 않거나, 건설업계를 위한 논리를 발표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어제 그 자리에서 유일하게 귀담아들을만한 얘기를 하시는 분은 한양대 임덕호 교수였습니다. 지금 미분양 물량이 이토록 급증한 것은 선분양제도 때문인데, 후분양제로 이행해야 하는데도 오히려 정부가 거꾸로 가고 있다는 얘기였습니다. 그 분의 평소 지론이라고 하시던데, 제가 시사경제에 썼던 내용과 매우 흡사한 주장을 하시더군요.

어쨌거나 결론적으로 초청한 분에게 실례되는 말이겠지만, 그 자리에 앉아 있는 것 자체가 고역이었고 함께 토론을 한다는 것이 부끄럽게 느껴질 정도였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가 상당히 놀란 부분은 참석자 상당수가 집값 전망에 대해 장기 침체 가능성을 꽤 높게 보고 있다는 것입니다. 심지어 대한건설협회 부설 건설산업연구원의 김모 박사조차도 이번에는 외환위기와 같은 V자형 반등은 어렵고, L자형 침체 가능성도 상당히 있다고 말할 정도였습니다.

불과 6개월 전 TV토론에서 '집값 폭락은 없다. 미국발 서브프라임 사태 때문에 심리적으로 위축돼 일시적으로 주택시장이 가라앉겠지만 오래가지 않을 것이다"라고했었던 분이니 말입니다. 그 분 발표를 듣는데 TV토론 때 했던 그 분 발언이 생각나서 속으로 웃음이 나왔습니다.

 

김 박사뿐만 아니었습니다. 발표자들뿐만 아니라 토론자의 상당수가 주택시장 전망을 했는데, 대체로 향후 주택시장의 장기 침체 가능성을 꽤 걱정하고 있었습니다. 예를 들면, 부동산114 사장도 그렇고, 앞서 언급한 한양대 임덕호 교수님, 발표자로 나선 건설관련 연구소의 김모 소장 등이 모두 그랬습니다. 김소장은 2010년 하반기경 공급 물량 부족 때문에 일시적으로 집값이 단기적으로는 꽤 오를 수도 있다고 보긴 하더군요.

 

물론 비슷한 전망을 하더라도 결론은 크게 달랐습니다. 발표에 나선 김 박사나 김 소장뿐만 아니라 참석자의 상당수는 결국 침체를 피하기 위해 정부의 각종 지원책을 요구했습니다. 그나마 김 소장은 건설업계가 시장 상황에 대응해 분양가를 내리는 조치가 병행돼야 한다고 주장을 하더군요.

 

세미나 끝나고 나서 참석자들이 모두 저녁 식사를 하러 가더군요. 저는 먼저 나왔습니다. 사실 집에 돌아와서 아이들을 봐야 하기도 했고요. 나중에 집에 돌아와서 우연히 세미나 관련 기사를 보게 됐습니다. 아마 학회가 낸 보도자료를 보고 기사를 쓴 것 같았는데, 정부에 대해 주택시장 침체 극복을 위해 이러이러한 지원책을 주문했다는 기사가 나와 있더군요. 저를 초청해준 교수님의 의도는 아니겠지만(사실 그 분은 주택정책에 관한 한 상당히 서민들 입장에서 목소리를 내왔던 분입니다), 왠지 들러리 선 기분이었습니다.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소위 건설업계나 부동산업계를 대변하던 ‘전문가’들도 주택시장의 장기 침체 가능성을 꽤 높게 보고 있습니다. 중간중간 일시적인 반등과 부침은 있겠지만 말입니다.

물론 정부에 앓는 소리해서 하나라도 더 얻어내려고 그랬는지는 모르겠습니다. 어제 현장에 기자는 한 사람도 없었는데, 기자들이 없으니 이들도 비교적 솔직한 속내를 털어놓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그러니 제가 누누이 말씀드리지만 '한 탕'을 노리시는 분이 아니고 정말 주택의 실수요자라면 길게 내다보시길 바랍니다.

 

참, 주택업체 관계자가 현재 미분양 물량은 실제의 70% 수준에서 신고한 물량일 거라고 하더군요. 아는 분들은 다 아는 얘기지만, 참고삼아 전해드립니다.


by 선대인 2009. 3. 30. 09:51


김광수경제연구소포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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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택건설 허가 20년만에 최저수급 불균형에 2~3년후 집값 폭등 우려

 

39일부터 각 포털의 메인 화면에 올라오기 시작해 310일자 각종 일간지에 실린 기사들의 제목이다.  기사 내용은 아래 세계일보 기사의 앞 부분을 참조하길 바란다. 세계일보 기사가 그래프가 있어 인용했지만, 기사 내용은 거의 대동소이하다.


 

이런 기사를 보면 황당해서 기가 막힌다. 부동산 거품이 꺼지면서 주택건설 붐이 꺼지는 것은 당연하다. 그것은 신규 주택건설 허가나 신규 주택 착공 등의 지표가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난다. 이것은 그만큼 주택경기가 침체하고 있다는 것을 나타내고 있다. 한편으로는 부동산 붐이 일면서 단기적으로 과잉공급된 주택 공급이 시장 위축에 따라 자연스럽게 조정되고 있음을 뜻한다.

 

그런데 여기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신규 주택 착공이 줄어들면 2~3년 후에 집값이 폭등할 것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한 번 생각해보자. 지금 미국과 세계 각국에서 신규 주택 착공은 부동산 버블기에 비해 큰 폭으로 줄어들었다. 그렇다고 해서 현재 상황에서 외국 언론 가운데, 신규주택 착공 물량 감소로 2~3년 후 집값이 폭등할 우려가 있다고 보도하는 언론을 본 적이 있는가? 적어도 내가 아는 제대로 된 나라 언론들 중에 그런 보도를 할 나라는 없다.
실제로 지난 2월 발표된 올해 1월의 미국 신규 주택 착공 및 허가 건수에 관한 블룸버그 보도를 아래 링크를 따라가서 확인해보기 바란다. 그 어디에도 "주택 공급 부족으로 2~3년 후 집값 폭등 우려" 운운하는 식의 표현은 찾을래야 찾아볼 수도 없다.  http://www.bloomberg.com/apps/news?pid=20601068&sid=aovjsitjEZNQ&refer=home 

심지어 그 기사를 인용해 쓴 국내 외신기사도 그런 표현은 안 쓰고 있다.
http://www.edaily.co.kr/news/world//newsRead.asp?sub_cd=DD22&newsid=02778166589591832&clkcode=&DirCode=0050304&OutLnkChk=Y

그런데 이 나라는 이럴 때는 이른바 진보, 보수 언론을 가리지 않고 ‘2~3년후 집값 폭등 우려라는 제목을 단다. 아무리 기사자판기로 전락한지 오래된 기자들이라고 하지만 최소한의 비판적 안목은 가져야 한다. 그런데, 정부나 건설업계가 제공하는 보도자료를 아무런 비판없이 그대로 옮기니 이런 허무맹랑하고 천편일률적인 기사들이 양산되는 것이다.

 
이제 이 같은 보도 내용이 왜 엉터리인지를 한미일 3국의 현재 또는 과거 사례를 통해 한 번 살펴보자. 먼저,
미국 주택시장 지표를 통해 이 같은 기사들이 얼마나 엉터리 보도인지를살펴보자. 미국 부동산 특히 주택시장은 아래 <도표>에 나타난 바와 같이 1995년부터 10년이 넘는 장기간에 걸쳐 상승세를 지속해왔다. 특히 2000년부터는 투기적인 급등세를 보여왔다. 부동산투기가 본격화되기 시작한 지난 2000년 이후 미국 주택재고 추이를 살펴보면, 2002년 말 재고주택수가 1,433만호였던 것이 서브프라임론 대출이 확대되기 시작한 2003년부터 급증하기 시작하여 2007 6월 말 현재 1,739만호로 불과 4년 동안에 약 306만호 가량이나 급증하였다. 이 중 별장 등 계절주택과 주택재고 추세적 증가분을 제외하면, 이 기간 동안에 적정 재고량을 초과하는 주택재고 과잉분은 약 250만호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서브프라임론 대출이 급증하기 시작한 2005년과 2006 2년 동안에는 약 200만호에 달하는 주택 과잉재고가 집중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 각종 자료로부터 KSERI 작성

또 미국의 주택재고율 추이를 살펴보면, 1980년대 말의 부동산투기 버블이 발생하기 전에는 전체 주택수의 9% 전후 수준에서 안정적인 추이를 보였다. 그러나 1980년대 중반부터 부동산투기 붐의 영향으로 주택재고율이 급상승하기 시작하여 1993 11%를 기점으로 서브프라임론 대출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2003년부터 부동산투기가 과열되기 시작하면서 주택재고율이 2007 6월 기준으로 13.6%까지 치솟았다.  

 
1989년의 부동산 투기버블 전후 주택재고율 추이를 보면, 1984 9% 수준에서 1989년에는 11.6%까지 급증하였다가 버블붕괴와 더불어 1993 11%로 버블 조정이 이루어질 때까지 약 3,4년의 시간이 걸렸다. 이로부터 13.6%에 달하는 주택재고율이 12% 수준까지 조정되는 데는 최소한 3,4년 이상은 걸릴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지금 미국을 비롯한 전세계는 대공황 이후 사상 최악의 경기침체를 겪고 있다. 이런 경기 상황을 염두에 둔다면 이 같은 조정기간은 90년대보다 훨씬 더 오래 걸릴 가능성이 높다.

 
기존 주택의 과잉재고도 흡수되지 않고 있는데 신규 주택을 짓는다는 것이 상식적으로 말이 되는가? 그런 신규주택이 과거 버블기 때처럼 공급되지 않는다고 해서 2~3년후 집값이 폭등한다는 것이 말이 되는가? 부동산 담당 기자들은 이 같은 시장 메커니즘을 전혀 이해 못하거나, 알면서도 의도적으로 건설족을 대변하는 이들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그러면 일본은 어떤가?
일본의 연도별 신규주택착공 추이를 보면 부동산 버블이 발생하기 전인 1980년대 초에는 매년 120~130만호 전후 수준의 신규주택이 착공됐으나, 부동산 버블이 시작된 1986년을 거쳐 1987~1990년 동안에는 연간 170만호 전후 수준의 신규주택이 착공됐다. 또 부동산 버블이 붕괴되기 시작한 199120% 가량 급감한 뒤 또 다시 꾸준히 늘어났다. 일본 정부의 억지 부양책 때문이었다. 그러나 주택 공급량은 1998년 동아시아 외환위기와 일본 내 금융위기가 확산되면서 버블 발생 이전의 120만 호 수준으로 줄어들었다. 일본경제가 버블 붕괴 후 2차 위기를 맞자 그 동안 일본 정부의 재정호흡기에 기대 연명해왔던 대형 금융기관과 종합건설업체들이 잇따라 파산하기 시작했다. 이때는 부동산 버블 붕괴에도 불구하고 주택이 지나치게 과잉 공급된 데다 인구 감소로 인한 주택수요 감소도 본격화한 뒤였다.

                               <일본의 신규주택 착공 및 지가 추이>

                        () 각종 자료로부터 KSERI 작성

그런데 주택 공급은 연간 120만호 수준으로 줄어들었지만, 지가는 불과 3,4년전까지만 해도 계속 하락했음을 알 수 있다. 이 때문에 심지어 부동산 거품이 어느 정도 빠졌다고 여겨지던 90년대 중반에 분양된 주택이 2000년대에도 자산가치가 절반에서 3분의 1까지 추가로 떨어지는 현상이 발생한 것이다.

 

이제 한국의 상황을 보자. 전국 미분양 물량이 16만호를 넘어선 데서 알 수 있듯이 현재 유효 수요에 비해 주택은 매우 과잉 공급된 상태다아래 도표에서 알 수 있듯이 90년대 전반에 200만호 주택건설 사업으로 부동산 시장이 가라앉은 후에도 주택은 계속 공급돼 미분양 물량이 꾸준히 늘어났다. 관련 통계가 작성된 93년부터 이미 미분양 물량은 크게 늘어나 95년 미분양 물량은 15만 호를 넘어섰다

         () 각종 자료로부터 KSERI 작성

 

주택 가격이 91년부터 하락하기 시작했으므로 (그래프상으로 명목가격지수는 크게 안 떨어진 것으로 나오지만 물가상승률을 반영한 실질가격지수로는 외환위기 때까지 거의 반토막나는 것으로 나타난다. 그 점을 감안해서 보기를 바란다) 사실 미분양 물량은 91년부터 꾸준히 증가했을 것으로 판단된다. 더구나 당시에는 건설업계가 극심한 자금난에 시달리며 금융시장의 눈치를 살펴야 하는 상황이 아니었으므로 공식 미분양 물량과 비공식 미분양 물량의 괴리가 크지는 않았을 것으로 짐작된다. 그런데도 95년 공식적으로만 15만여호를 넘어선 미분양 물량이 해소되는 데에 최소 3~4년 이상 걸렸다고 할 수 있다. 그러면 지금 16만호를 넘는 미분양 물량이 해소되는 데에는 얼마나 걸릴까? 자세하게 얘기하자면 많은 지면이 필요하지만, 짧게 간추리자면 심각한 경기침체와 가계 소득 감소와 부채 청산 과정의 장기화, 주택수요 인구의 급격한 감소 등 부동산시장 안팎의 여건을 고려하면 그때보다 더 오랜 시간이 걸릴 것으로 판단된다. 실은 필자가 계산한 바로는 향후 수도권 분양 아파트의 과잉 공급은 적어도 2010년대까지도 해소되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이에 대해서는 나중에 기회될 때 다시 언급하기로 하고 글을 마무리하도록 하자.

                     
자, 한 번 물어보자. 신규 주택 착공이 줄었다고  2~3년 후 집값이 폭등할까? 지금 판교와 광교, 잠실, 은평 등의 수많은 미입주물량은 갑자기 2~3년 동안 어디로 사라지고, 3만호가 넘는 수도권의 미분양 물량은 하루아침에 해소가 된단 말인가? 정말 정상적인 정보가 생산, 유통되는 나라라면 굳이 말할 필요도 없는 내용에 대해 이렇게 각종 자료를 근거로 설명해야 하는 현실이 서글플 뿐이다. 정상적인 나라라면 경기 침체와 주택 침체가 장기화하는 지표로, 그래서 집값의 추가 하락이 지속될 것으로 읽혀야 할 지표까지 정반대로 뒤집어 보여주는 언론이 한심하고, 그런 논리를 퍼뜨리는 국토부 건설족 관료들과 건설업계의 행태에 기가 찰 뿐이다. 건설업계와 국토부 관료들은 그같은 그럴듯한 거짓말에 속아 사람들이 거품이 잔뜩 묻은 집을 사주길 바랄 것이다. 경기 침체로 광고 매출이 확 준 가운데 비중이 큰 부동산 광고로 이 힘겨운 시기를 나야 하는 언론들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하지만 필자는 이 글을 읽는 분들이 이같은 거짓말에 속지 않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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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선대인 2009. 3. 10. 11:4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