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막대한 부자감세와 재정적자를 통한 건설경기 부양 등으로 재정이 악화되자 세수를 올리기 위해 온갖 무리수를 다 동원하고 있다. 정식 발표 전에 연구자료를 흘리면서 여론 반응을 떠보는 식의 행태도 얼마 전부터 계속되고 있다. 부가가치세 인상을 검토하더니 여론의 반발이 거세지사 슬며시 물러서며 다시 에너지세를 도입한다, 각종 면세조항을 원점에서 재검토한다는 둥 별 생쑈를 다하기 시작하더니 오늘도 한 건 올라왔다. 전세금에 세금을 물리고 술과 담배에 이른바 '죄악세'를 부과한다고 한다. 이들 세금을 신설하는 것이 바람직한가에 대해서는 그 세목에 대한 직접적 판단 외에 현재의 전체 조세 및 재정체계 속에서 파악해야 한다. 그러면 현 정부가 어떻게 세수 및 재정지출을 어떻게 하고 있는지를 먼저 살펴보자.

 

기획재정부는 지난해 발표한 감세안을 통해 2012년까지 총 33.9조원의 세수 감소가 발생한다고 밝혔다그런데 올해 2월 국회 예산정책처는 정부의 감세정책 추진으로 96.1조원, 대표적인 국책연구소인 한국개발연구원(KDI)조차 얼마 전 총 세수 감소 규모가 99조원에 이른다며 정부에 반기를 들었다.

 

왜 이런 차이가 발생할까. 이는 세수감소액을 추산하는 기준을 달리 적용한 때문이다. 재정부는 세수감소를 매년마다 전년대비 세수 감소폭을 합계한 데 반해, KDI는 기준년도를 기준으로 세수감소를 계산했기 때문이다. 설명의 편의를 위해 감세정책 시행 전 250조이던 세수가 감세정책의 효과로 이후 4년간에 걸쳐 매년 240 230 220 210조원으로 줄어든다고 가정하자. 재정부는 매년 전년 대비 감소분의 합계액인 40조원(=10조원 x 4)의 감세효과가 발생한다고 추산하는 것이다. 반면 KDI 방식으로는 감세정책 실시 전 기준년도 세수(250조원) 대비 세수 감소액의 합계인 100조원(10조원+20조원+30조원+40조원)으로 추산하는 것이다.

 

여기에서 누가 옳은 지는 너무나도 자명하다. 당연히 예산정책처가 옳다. 기준년도 방식을 사용해야 감세정책의 영향이 매년 누적되는 폭을 추산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감세정책이 없었다면 정책 시행 후 4년차에도 원래 250조원의 세수가 들어왔을 것이기 때문에 40조원의 감세 효과가 발생한다고 보는 게 정상이다. 그런데 이를 전년에 대비해서 10조원의 감세효과만 발생한다고 추산하는 것은 넌센스에 가깝다.

 

재정부의 과소 추산이 무지의 산물인지, 아니면 대규모 ‘강부자 감세’에 대한 여론의 반발을 의식한 의도적인 속임수인지는 분명치 않다. 만약 재정부가 이런 기본적인 계산조차도 제대로 하지 못한 채 감세정책과 같은 중대한 결정을 내렸다면,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소름이 끼친다. 미국 의회예산처(CBO) 등도 국회 예산정책처나 KDI 등이 추산한 방식처럼 기준연도 방식을 사용해 세수 변화 효과를 추산하고 있다. 이것은 너무나도 기본적인 상식에 속하는 문제라고 할 수 있다. 이 경우라면 무식함으로 나라를 말아먹는다는 비난을 들어도 변명의 여지가 없다. 만약 의도적인 속임수라면 정부가 국민들을 상대로 대사기극을 벌인 것으로 사악한 기득권 정부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다. 어느 쪽이든 이 나라 국민이라는 것이 부끄러워질 수밖에 없다.

 

이명박 정부나 재정부의 세수감소 추정치가 나름대로 설득력을 지닐 수 있는 경우가 딱 한 가지 있다. 그것은 이명박정부가 2012년까지 낭비성 예산을 줄여 정부 재정규모를 세수감소분에 비례하여 매년 축소해가는 경우다. 그러나 이미 2009년만 해도 정부 총지출이 302조원을 넘어 관리대상수지 적자가 무려 51.5조원에 이르고 있다. 더구나 ‘작은 정부’를 내세우지만 실제로는 왜 하는지 국민들이 납득하지 못하는 4대강 정비사업에만 30조원 이상의 예산을 퍼부으려 하고 있다. 오죽했으면 여당 소속인 한나라당 이한구의원이 4대강사업과 자전거도로 사업은 국가채무로 하는 사업이라고 언론에 대고 공개적으로 비판했을까.

 

이처럼 이명박정부 감세정책의 문제점은 시행 첫 해 만에 벌써 여실히 드러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이명박정부는 한술 더 떠 기업 투자를 촉진한다는 핑계로 대부분 재벌기업에 혜택이 돌아가는 연구개발 비용의 세액공제율을 대폭 높이고, 설비투자 세액공제 대상을 확대하는 방안을 지난 2일 발표했다. 더구나 재정수지 적자가 폭증하는 상황에서도 이 같은 조치들이 재정수지에 미칠 영향에 대한 추계작업조차 하지 않았다.

 

이런 현실에서 급속한 고령화나 갈수록 낮아지는 경제성장률 추이 등을 감안할 때 향후 재정악화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 그런 가운데 이명박정부는 무리한 감세정책과 대규모 토건사업 남발로 국가 재정을 위기에 빠트리고 있는 것이다. 나중에 벌어질 일은 생각하지 않고 자식세대가 써야 할 몫까지 땡겨서 자신들의 쌈짓돈인양 부유층과 재벌기업 등에 마구잡이로 퍼주고 있는 것이다.

 

 어쨌거나 감세정책 만으로 2010년 이후 매년 25조원 전후의 재정적자 발생 요인이 발생하게 된다. 이만큼 세수가 줄어들게 되면 그만큼 어디에선가는 다른 세수를 확보할 수밖에 없다. 직접세를 깎아줬으니 추가 세원의 대부분은 모두 간접세에서 충당될 수밖에 없다아래 <도표1>을 보면 2008년 기준으로 소득세와 법인세, 부가가치세 수입이 전체 국세 수입의 약 72% 가량을 차지하고 있다. 따라서 소득세와 법인세를 대폭 감세하면 부가가치세 등 다른 세목에서 세수를 늘릴 수밖에 없는 구조다.

 

 

 

실제로 기획재정부가 부인하기는 했지만, 부가가치세 인상 방안이 거론되는 한편 정부가 180여개 비과세 감면제도 중 올해 일몰시기가 도래하는 86개를 중심으로 비과세 혜택을 없애겠다고 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여기에 더해 전세수입에 대해 과세하고, 술과 담배 소비에 대해 기독교적인 선악관의 냄새마저 풍기는 죄악세를 신설하겠다고 한다.

 

물론 지나치게 남발된 비과세 및 감면 조치나 전세수익에 대한 과세는 조세 형평성 측면에서 어느 정도 정리가 필요하다. 하지만, 부유층에 대한 대규모 감세와 부동산 거품을 불러일으킨 건설업체를 부양하기 위한 대규모 재정지출을 조정하지 않은 상태에서 이를 추진하는 것은 형평성 측면에서 더 큰 문제를 낳게 된다. 심각한 경기침체 상황에서 서민들의 주머니에서 돈을 꺼내 부유층의 주머니를 채워주는 사태가 계속된다면 대규모 조세저항 운동이 일어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정부와 언론이 왜곡하는 경제 정보를 꿰뚫어보고 건전한 민주주의 시장경제 건설을 위한 좀더 의미 있는 토론과 참여를 원하시는 분들은 김광수경제연구소포럼(http://cafe.daum.net/kseriforum)을 방문해주십시오.


by 선대인 2009. 7. 7. 09:48

 기획재정부는 지난해 9월1일자로 ‘일자리 창출을 위한 경제재도약 세제’라는 제목으로 감세안을 발표했다. 이 감세안에 따르면 당시 정부는 2012년까지 총 33.9조원의 세수 감소가 발생한다고 밝혔다.  그런데 올해 2월 국회 예산정책처는 정부의 감세정책 추진으로 2009년 13.5조원, 2010년 24.6조원 등 2012년까지만 무려 96.1조원의 세수가 줄어든다고 주장했다. 또 예산정책처에 이어 대표적인 국책연구소인 한국개발연구원(KDI)조차 얼마전 총 세수 감소 규모가 99조원에 이른다며 정부에 반기를 들었다.

 

만약 KDI나 국회 예산정책처 추산대로 감세 규모가 커지면 향후 재정적자는 걷잡을 수 없이 커질 수 있다. 따라서 기획재정부와 국회 예산정책처/KDI의 주장 가운데 어느 쪽이 맞는지 한 번 따져볼 필요가 있다.

 

기획재정부 발표에 따르면 이명박정부의 감세정책에 따른 감세 규모는 2008년부터 2012년까지 약 33.9조원으로 추산되었다. 연도별로는 2008 6.2조원, 2009 10.2조원, 2010 13.2조원, 2011 3.9조원, 2012 0.4조원 등이다. 반면 KDI 2009 6 2009~2013년 국가재정운용계획 토론회에서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12년까지 재정부 추산보다 63.5조원 더 많은 98.9조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됐다. 연도별 추이에서도 2008 6.2조원, 2009 12.0조원, 2010 24.2조원, 2011 28.1조원, 2012 28.4조원으로 분석됐다.

 

왜 이처럼 양쪽 추산상의 엄청난 차이가 발생할까. 이는 세수감소액을 추산하는 기준을 달리 적용한 때문이다. 재정부는 세수감소를 매년마다 전년대비 세수 감소폭을 합계한 데 반해, KDI는 기준년도를 기준으로 세수감소를 계산했기 때문이다. 설명의 편의를 위해 감세정책 시행 전 250조이던 세수가 감세정책의 효과로 이후 4년간에 걸쳐 매년 240 230 220 210조원으로 줄어든다고 가정하자. 재정부는 매년 전년 대비 감소분의 합계액인 40조원(=10조원 x 4)의 감세효과가 발생한다고 추산하는 것이다. 반면 KDI 방식으로는 감세정책 실시 전 기준년도 세수(250조원) 대비 세수 감소액의 합계인 100조원(10조원+20조원+30조원+40조원)으로 추산하는 것이다.

 

여기에서 누가 옳은 지는 너무나도 자명하다. 당연히 예산정책처가 옳다. 기준년도 방식을 사용해야 감세정책의 영향이 매년 누적되는 폭을 추산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감세정책이 없었다면 정책 시행 후 4년차에도 원래 250조원의 세수가 들어왔을 것이기 때문에 40조원의 감세 효과가 발생한다고 보는 게 정상이다. 그런데 이를 전년에 대비해서 10조원의 감세효과만 발생한다고 추산하는 것은 넌센스에 가깝다.

 

재정부의 과소 추산이 무지의 산물인지, 아니면 대규모 ‘강부자 감세’에 대한 여론의 반발을 의식한 의도적인 속임수인지는 분명치 않다. 만약 재정부가 이런 기본적인 계산조차도 제대로 하지 못한 채 감세정책과 같은 중대한 결정을 내렸다면,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소름이 끼친다. 미국 의회예산처(CBO) 등도 국회 예산정책처나 KDI 등이 추산한 방식처럼 기준연도 방식을 사용해 세수 변화 효과를 추산하고 있다. 이것은 너무나도 기본적인 상식에 속하는 문제라고 할 수 있다. 이 경우라면 무식함으로 나라를 말아먹는다는 비난을 들어도 변명의 여지가 없다. 만약 의도적인 속임수라면 정부가 국민들을 상대로 대사기극을 벌인 것으로 사악한 기득권 정부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다. 어느 쪽이든 이 나라 국민이라는 것이 부끄러워질 수밖에 없다.

 

이명박 정부나 재정부의 세수감소 추정치가 나름대로 설득력을 지닐 수 있는 경우가 딱 한 가지 있다. 그것은 이명박정부가 2012년까지 낭비성 예산을 줄여 정부 재정규모를 세수감소분에 비례하여 매년 축소해가는 경우다. 그러나 이미 2009년만 해도 정부 총지출이 302조원을 넘어 관리대상수지 적자가 무려 51.5조원에 이르고 있다. 더구나 ‘작은 정부’를 내세우지만 실제로는 왜 하는지 국민들이 납득하지 못하는 4대강 정비사업에만 30조원 이상의 예산을 퍼부으려 하고 있다. 오죽했으면 여당 소속인 한나라당 이한구의원이 4대강사업과 자전거도로 사업은 국가채무로 하는 사업이라고 언론에 대고 공개적으로 비판했을까.

 

 어쨌거나 감세정책 만으로 2010년 이후 매년 25조원 전후의 재정적자 발생 요인이 발생하게 된다. 이만큼 세수가 줄어들게 되면 그만큼 어디에선가는 다른 세수를 확보할 수밖에 없다. 직접세를 깎아줬으니 추가 세원의 대부분은 모두 간접세에서 충당될 수밖에 없다. 아래 <도표1>을 보면 2008년 기준으로 소득세와 법인세, 부가가치세 수입이 전체 국세 수입의 약 72% 가량을 차지하고 있다. 따라서 소득세와 법인세를 대폭 감세하면 부가가치세 등 다른 세목에서 세수를 늘릴 수밖에 없는 구조다.

 

 

 

 

실제로 기획재정부가 부인하기는 했지만, 부가가치세 인상 방안이 거론되는 한편 정부가 180여개 비과세 감면제도 중 올해 일몰시기가 도래하는 86개를 중심으로 비과세 혜택을 없애겠다고 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결국 자신들의 사리사욕에 눈이 멀어 앞뒤 재지 않고 추진하는 감세안 때문에 재정 건전성이 악화되는 한편 서민들의 부담이 커지는 꼴이라고 할 수 있다. 이렇게 부자들에게는 거의 80조원(감세액 99조원* 부유층 감세혜택 귀착률 80%)을 퍼주고 상당 부분을 서민들 호주머니에서 강탈하는 꼴이다. 현 정부가 아무리 말로만 '서민정부'를 내세우고, 이전에 하던 사업들 긁어모아 억지로 생색내기용 '친서민정책'을 발표한다 한들 호박에 줄긋기다. 기득권과 특권층을 위한 정부가 포장만 바꾼다고 하루 아침에 서민정부가 되지 않는다.

 


by 선대인 2009. 7. 2. 09:04

최근 대표적인 국책연구소인 KDI 고영선연구원은 지난해 발표한 정부의 감세정책으로 인한 감세효과가 98조여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했다. 이는 기획재정부가 당초 추산한 35.3조원보다 무려 63조원 가량 늘어난 것이다. 사실 기획재정부의 감세 규모 추산에 대해서는 올해 초 국회 예산정책처 연구원들이 정식으로 문제를 제기했다. 당시 예산정책처 연구원들도 정부 감세안에 따라 약 96.5조원 정도의 감세 효과가 발생한다고 주장했다.

 

사실 정부 감세안은 발표 당시부터 한국 경제 전반의 구조 변화와 급속한 고령화 등에 따른 사회보장 및 복지수요 증대 등을 따지지 않고 집권세력 자신들과 부동산 부자 및 재벌기업 등 부유층을 위한 감세안이라는 비판이 쏟아졌다. 또한 닥쳐올 경기 침체에 따른 세수 감소와 정부의 확대재정정책에 따라 재정적자가 급증해 향후 재정건전성과 한국경제 전반의 성장잠재력을 훼손할 수 있다는 비판도 잇따랐다.

 

이 같은 우려는 이미 현실로 드러나고 있다. 올해 1분기 재정수지는 사상 최악인 12 4000억원의 적자를 기록했고, 올해 국가부채는 정부 추산으로 GDP 대비 35.6% 수준인 366조원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가운데 국제통화기금(IMF)은 최근 한국의 국가부채가 GDP 대비 2014년까지 51.8%로 급증하게 될 것으로 전망했다.

 

이런 가운데 KDI나 국회 예산정책처 추산대로 감세 규모가 커지면 향후 재정적자는 겉잡을 수 없이 크다. 따라서 기획재정부와 국회 예산정책처/KDI의 주장 가운데 어느 쪽이 맞는지 한 번 따져볼 필요가 있다.

 
기획재정부 발표에 따르면 정부가 추산한 감세정책에 따른 감세 규모는 2008년부터 2012년까지 약 35.3조원으로 나타났다. 연도별로는 2008 6.2조원, 2009 11.6조원, 2010 13.2조원, 2011 3.9조원, 20120.4조원 등이다.


하지만 이는 단순히 전년 대비 세수 감소폭을 계산해 해마다 누적되는 감세 효과를 전혀 반영하지 않은 것으로 실제 세수 감소 효과를 매우 과소 평가하게 된다. 반면 올해 2월 국회 예산정책처 이영환 세입세제분석팀장과 신영임 예산정책처 경제분석관이 2009 경제학 공동학술대회에서 발표한
세법개정에 따른 세수 효과 측정에 관한 연구에 따르면 정부가 발표한 세제 개편안에 따른 감세 규모는 2012년까지 정부 추산보다 60조원 이상 많은 96.1조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됐다. 연도별 추이에서도 2008 6.2조원, 2009 13.5조원, 2010 24.6조원, 2011 26.0조원, 2012 25.8조원으로 분석됐다.



<
도표1> 감세안에 따른 감세효과 추산방식 비교


          국회예산정책처 자료로부터 KSERI 수정 작성

 

왜 이처럼 양쪽 추산상의 엄청난 차이가 발생하며, 어느 쪽이 감세 규모를 더 정확히 반영하는지 <도표1>을 참고로 알아보자. 기획재정부가 사용한 전년 대비 방식은 감세안이 시행된 뒤 발생하는 매년 전년 대비 추가로 감소하는 세수분만을 단순 합계한 방식이다. 반면 예산정책처의 방식은 감세정책이 시행되지 않았을 경우에 비해 감세정책을 시행한 기준연도 이후 매년 누적적으로 발생하는 모든 세수 감소분을 합계하는 방식이다. 이렇게 되면 <도표1>에서 쉽게 알 수 있듯이, 정부 추산 방식에서는 t+1기에 C만큼의 감세효과가 발생하는 반면 예산정책처 방식에서는 A, B, C를 모두 합계한 만큼의 감세효과가 발생하는 것이다. t+2기에는 예산정책처 방식에서는 여전히 A만큼 세수가 줄어드는 것으로 잡히는 반면 정부 방식으로는 오히려 B C의 합계만큼 세수가 증가하는 것으로 잡히는 것이다.

이처럼 정부 추산 방식을 사용하면 세수가 줄어드는 초기의 세수 감소분만 집중 반영하게 되고 실제로 매년 누적적으로 발생하는 감소효과는 제외하게 된다. 이 때문에 미국 의회예산처(CBO, Congressional Budget Office)는 국회 예산정책처가 추산한 방식처럼 기준연도 방식을 사용해 세수 변화 효과를 추산하고 있다.

이렇게 본다면 정부 방식은 재정건전성을 해치는 감세 정책의 효과를 매우 작아 보이도록 하는 것으로, 향후 재정 상황에 영향을 미치는 감세 효과를 보자면 국회 예산정책처의 추산이 더 정확한 방법이라고 할 수 있다. 거꾸로 정부 방식은 감세정책에 대한 대중적 반발을 무마하기 위해 감세로 인해 재정에 미칠 악영향을 축소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받을 수도 있다. 

따라서 감세정책에 따른 세수감소와 이에 수반되는 재정적자 누적과 국가채무 증가는 정부가 추산한 것보다 훨씬 더 커질 것이라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더구나 예산정책처 추산에 따르면 감세정책에 따른 감세 효과는 2010년 이후 3년 동안 전체 감세액의 80% 가량인 약 78조원이 집중적으로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난다.

그런데 이미 올 한 해에만 지난해 예산 대비 약 20% 가량인 약 58조원 이상의 재정적자가 발생할 것으로 추정된다. 이런 상황에서 감세정책 만으로 2010년 이후 연간 25조원 전후의 재정적자 발생 요인이 있는 것이다. 더구나 향후 전세계 및 국내 경기가 2007년 이전과 같은 상황으로 복귀하는 데 최소 3~5년 이상 걸린다고 볼 때 세수 기반 자체가 줄어드는 것과 맞물리는 것을 감안하면 한국경제가 현 정부가 마련한 감세정책을 감당할 여력이 없음을 알 수 있다.

아래 <도표2>를 보면 소득세와 법인세, 부가가치세 수입이 전체 국세 수입의 약 72% 가량을 차지하고 있다. 그런데 현 정부는 상속세와 종합부동산세와 함께 소득세와 법인세를 대폭 감세하기로 했기 때문에 이 같은 감소분을 보충하기 위해서는 부가가치세 등을 중심으로 다른 세목에서 세수를 늘릴 수밖에 없는 구조다. 실제로 기획재정부가 부인하기는 했지만, 부가가치세 인상 방안이 거론되는 한편 정부가 180여개 비과세 감면제도 중 올해 일몰시기가 도래하는 86개를 중심으로 비과세 혜택을 없애겠다고 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결국 자신들의 사리사욕에 눈이 멀어 앞뒤 재지 않고 추진하는 감세안 때문에 재정 건전성이 악화되는 한편 서민들의 부담이 커지는 꼴이라고 할 수 있다. 발등에 불이 떨어진 정도가 아니라 이미 발밑에서 불이 활활 타오르고 있는 것이다.

<도표2> 국세수입 세목별 추이 및 비중


                          (주) 기획재정부 자료로부터 KSERI 작성

 

 

 

정부와 언론이 왜곡하는 경제 정보를 꿰뚫어보고 건전한 민주주의 시장경제 건설을 위한 좀더 의미 있는 토론과 참여를 원하시는 분들은 김광수경제연구소포럼(http://cafe.daum.net/kseriforum)을 방문해주십시오.


by 선대인 2009. 6. 24. 11:00
 

이명박 대통령이 며칠 전 한미 정상회담차 출국 직전 한 라디오 연설에서 “정부가 부자를 위한 정책을 쓴다는 비판도 있지만 사실 감세의 70% 혜택이 서민과 중소기업에 돌아가고 있다”고 발언했다는 이야기를 뒤늦게 들었다. 결론부터 말하면 이는 한 마디로 감세정책의 효과를 정반대로 호도하는 대국민 기만일 뿐이다. 사실 지난해 정부가 감세정책을 추진할 당시부터 이런 거짓말은 시작됐다. 당시 정부가 발표한 감세안 보도자료를 보면 주요 개편내용의 첫 번째 항목으로 ‘중저소득층 민생안정 및 소비기반 확충 지원’을 내세우고 있다. 감세 혜택의 상당 부분이 중저소득층에 돌아갈 것처럼 포장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정말 뻔뻔스러운 거짓말이 아닐 수 없다.


이명박 대통령이 얘기하는 감세 혜택의 70%가 서민에게 돌아간다는 것은 근로소득세만 놓고 보면 크게 틀린 얘기는 아니다. 근로소득세의 경우 과세표준 4600만원 이상에 돌아가는 혜택이 4400억원, 그 이하가 1조800억원 정도로 중저소득층에 돌아가는 혜택이 70%를 조금 넘는다. 문제는 정부 감세정책 가운데 중저소득층에 돌아가는 혜택이 유일하게 많은 세목이라는 점이다.


전체 감세정책의 혜택이 귀속되는 효과를 따져보면 상황은 전혀 딴판이다. 이종석 회계사(진보신당 정책연구위원)가 분석한 감세 효과를 구체적으로 분석해보면, 2009년 양도소득세 세금감면 추정액 1.5조원과 종부세 세금감면 추정액 2.3조원은 거의 전액 자산 부유층에 혜택이 돌아간다. 법인세 감면 추정액 5.7조원 가운데 4조원 이상이 매출액 1000억원 이상 대기업에 돌아간다. 중소기업에 돌아가는 혜택은 1.7조원이다. 사업소득세의 경우 과세표준 4600만원(실제 소득 7000만원 수준) 이상에게 돌아가는 혜택이 5500억원, 그 이하에 돌아가는 혜택이 3300억원 정도다. 전체적으로 보면 약 75%가 부유층과 대기업에 세금 감면 혜택이 돌아갔다. 이명박 대통령이 말하는 것과 정반대인 것이다.


결국 정부가 내세우는 중저소득층을 위한 감세는 대국민 사기극일 뿐이다. 도대체 정부가 말하는 ‘중저소득층’은 어디에 있단 말인가. 한나라당 이종구 의원이 ‘서울 강남의 종부세 대상자는 대부분 중산층이다’라고 말한 식으로 중저소득층의 개념이 바뀌어 자산이나 소득 상위 10% 안에 들어야 중저소득층이란 말인가. 최소한의 염치도 없는 부유층 감세안을 호도하기 위한 포장술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이명박 정부가 흉내 내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 부시 행정부가 추진한 감세안의 감세 효과가 어떻게 나타났는지를 살펴봐도 마찬가지다. 미국 의회예산처(CBO)의 2004년 보고서에 따르면 상위 20%가 감세혜택의 60%를 챙겼다. 또 최상위 1% 가구가 중간 소득계층보다 약 40배에 해당하는 혜택을 입었다.


이런 식의 현상이 한국이라고 안 나타날까. 이미 그 효과를 충분히 짐작할 수 있는 전례가 있다. 2004년 소득세율과 법인세율의 인하 효과에 대해 국회 예산정책처가 2005년 추정한 자료에 따르면, 정부가 말하는 중저소득계층이라고 할 수 있는 1~6분위 계층에서는 3885억원(6분위)에서 7799억원(1분위)의 후생이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중고소득층인 7분위(788억원)부터 10분위(1조4454억원)까지는 후생이 증가했다. 미국의 경우에는 하위층의 후생이 줄지는 않았는데, 한국의 경우는 하위층의 후생을 희생해 상류층의 후생을 증진시킨 꼴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런 사실을 모르지 않을 정부가 부유층이 주로 혜택 보는 사상 최대 감세안을 추진한 것을 수긍할 수 있을까.


이렇게 감세정책의 혜택이 대부분 상류층에게 집중적으로 돌아갈 경우 경기 부양 효과는 상당히 제한적이다. 2007년 소득계층별 평균소비성향을 보면 최하위 소득계층인 1분위는 220.7%, 2분위는 112.7%인 반면, 상류층인 9분위는 69.2%, 10분위는 61.0%이다. 저소득층은 돈이 없어서 못 쓰고 있을 뿐 돈이 생기면 생기는 족족 소비하지만, 고소득층은 1000만원이 생기면 그 중에 600, 700만원 정도밖에 소비하지 않는다는 얘기다. 이런 점에서 기득권 언론에서 말하는 ‘돈 있는 사람이 돈을 써야 경제가 좋아진다’는 말은 경제적 양극화를 합리화하기 위한 궤변에 가깝다. 그렇다면 같은 21조원으로 어느 쪽에 돈을 쓰는 게 경기 부양에 유리할까. 당연히 소비승수효과를 감안할 때 저소득층에 돈을 쓰는 게 훨씬 유리한다. 굳이 돈을 쓴다면 저소득층을 위한 감세와 바우처 제도(용어설명)를 실시하는 게 이번 감세안보다 훨씬 경기 부양에도 유리할 것이다. 실제로 미국의 오바마 행정부나 영국, 호주 등에서 추진하고 있는 방향은 이런 쪽이다.


이처럼 무분별한 감세정책은 경기 활성화 효과는커녕 재정적자를 늘리고, 빈익빈부익부 현상을 심화시키고, 물가 상승 등 문제점만 더 키우고 있다. 미국의 경우에도 현실에서는 감세를 단행해 막대한 재정적자를 초래했던 레이건과 부시 행정부 때에 비해 증세를 통해 재정적자를 흑자로 반전한 클린턴 행정부의 경제 성적표가 훨씬 좋았던 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미 한국도 과도한 감세정책을 추진한 데다 막대한 추경예산까지 일으킨 결과 2009년 한 해에만 약 60조원의 국가채무가 발생하고, 그 가운데 30조원 이상을 국채로 발행해 조달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이 때문에 당장 내년 예산 규모를 줄인다는 얘기가 정부에서 흘러나온다. 그런데 ‘강부자’들을 위한 감세정책은 그대로 두고 가뜩이나 경제위기로 고통 받는 서민들에게 돌아갈 예산만 깎아댈 것 같아 두렵다. 현 정부의 감세정책이 ‘중저소득층 민생안정’과 경기활성화, 일자리 창출 등을 명분으로 내세웠지만 허울에 불과하다는 점은 이미 드러났다. 본질은 현재 집권세력인 강부자 자신들과 핵심 지지층인 부유층을 위한 감세정책인 것이다. 당장 국가채무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지 않다고 미래의 자원을 흥청망청 탕진하는 꼴이다. 더구나 이렇게 끌어 쓰는 돈을 가치 있게 쓰는 것도 아니고, ‘강부자’ 등 기득권층만 더욱 배불린다는 점에서 괘씸하기 짝이 없다. 한 마디로 이명박 정부가 전 국민의 미래 재산을 가불해 자기 임기 안에 기득권층을 위해 생색내는 꼴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도 이를 중저소득층을 위한 감세안이라고 포장하고 있으니 얼마나 비열하고 파렴치한가.



by 선대인 2009. 6. 17. 09:09

 

경인운하 공사가 착공식도 없이 시작됐다. 경인운하 사업을 맡고 있는 수자원공사측은 얼마 전 경인운하 관련 공청회에 일반인의 출입을 막는 ‘자물쇠 공청회’를 연 바 있다. 환경영향평가도 요식행위처럼 뚝딱 3개월만에 해치웠다. 현 정권이 내세우는 것처럼 그렇게 꼭 해야 하는 사업이라면 왜 이렇게 떳떳하지 못한지 모르겠다. 마치 부잣집 담을 넘는 ‘밤손님’의 행태처럼 느껴진다. 


지난달에는 경인운하 사업에 지난 1월 확정된 정부 추정 사업비보다 3800억원 정도가 더 들어갈 것으로 추정된다는 기획재정부의 내부보고서 내용이 보도됐다. 재정부 내부 보고서대로라면 이 사업의 비용편익(B/C) 비율이 1이하로 떨어져 사업의 경제성이 없다는 결론이 나온다. 고속도로로 한 시간 거리인 곳에 물류를 수송하기 위해 운하를 판다는 사업에 애초부터 경제성을 따지는 것부터가 한심스러운 일이다. 


거꾸로 어떻게든 경인운하 사업을 하기로 작정한 ‘불도저 정부’에게 경제성을 따지는 것부터가 무의미한 일이다. 다만 이 같은 토건사업을 통해 현 정부가 얼마나 많은 국민 세금을 낭비하는지, 그리고 그 속내가 무엇인지는 국민들이 알아야 한다. 결론부터 말하면 정부는 현재 예정된 경인운하사업 6개 공구의 총공사비 추정가격 1조 3500억원의 약 30% 정도인 4000억원을 낭비하게 된다. 경인운하사업을 턴키입찰(설계 시공 일괄입찰) 방식으로 발주하기 때문이다.


왜 그럴까? 짧은 지면에 자세히 설명하기는 어렵지만, 턴키입찰 방식은 현재 예산 낭비와 건설업체간 담합구조의 핵으로 자리 잡고 있다. 상위 10개 재벌건설사들은 설계비용에 들어가는 거액의 선투자 비용을 시장 진입장벽으로 활용, 지금까지 턴키 입찰 물량을 거의 싹쓸이해왔다. 그러면서 그들은 각종 턴키입찰에서 철저한 가격 담합을 통해 경쟁입찰에 비해 평균 30% 가량 높은 추정공사비의 95~98% 수준에서 공사를 수주했다. 건설업체들간 경쟁하게 하면 아낄 수 있는 돈 30%를 낭비했다는 뜻이다. ‘떡고물’이 워낙 많다 보니 담합과 뇌물 수수 등 부패의 온상이었다.  


이명박 대통령은 서울시장 재임 시절에도 턴키사업을 남발했다. 청계천사업, 동남권 유통단지(가든파이브), 지하철 9호선, 지하철 7호선과 지하철 3호선 연장구간 등을 모두 턴키로 발주했다. 심지어 일반 주택단지를 만드는 은평뉴타운사업조차 턴키로 발주했다. 그 결과 부작용도 심각했다. 7000억원에 할 수 있었던 가든파이브에 1조원 이상이 들어간 결과 고분양가 때문에 상가 입점이 극히 부진한 상태다. 은평뉴타운은 과다한 토지보상금과 더불어 턴키 입찰을 통한 사업비 과용으로 후임자였던 오세훈 시장 초기 고분양가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이렇게 진행됐던 지하철 9호선, 지하철 7호선 연장구간 등에서는 업체들간 담합이 드러났고, 청계천사업과 가든파이브 사업에서는 각종 비리 사건이 불거지기도 했다. 심지어 청계천 사업 추진 과정에서 양윤재 전 서울시 부시장(현 정부 들어 이명박 대통령의 특별사면으로 풀려난 뒤 장관급 대우를 받는 국가건축정책위원회 위원으로 임명됐다)이 구속되기도 했다. 이런 과정에서 낭비된 예산만 줄잡아 1조원 가량은 될 것이다. 그렇기에 이 대통령이 서울시장 시절 예산을 절감했다는 주장을 들으면 헛웃음밖에 나오지 않는다.


이명박 대통령은 서울시장 시절 행태를 이제 전국 단위에서 되풀이하고 있다. 당장 경인운하사업뿐만 아니라 새만금사업, 울산-포항간 고속도로, 호남고속철도 등 대규모 토목사업 대부분이 턴키 공사로 예정돼 있다. 재벌건설업체들은 벌어진 입을 다물지 못하고 있다. 고분양가로 마구잡이 주택사업을 벌였다가 미분양에 물려 극심한 자금난에 시달리던 건설업체들이 시장의 채찍질은커녕 정부의 퍼주기 예산으로 희희낙락하고 있는 것이다.


현 정부가 말로는 ‘서민경기 부양’이니 ‘일자리 창출’이니 내세우지만, 결국 세금으로 재벌건설업체들을 위해 차리는 푸짐한 잔칫상이라는 것을 건설업계는 너무나 잘 안다. 이처럼 현 정부 ‘삽질경제’의 이면은 바로 부패경제, 반칙경제, 불공정경제인 것이다. 이 같은 이면을 들키지 않으려니 사업 추진 과정이 밤손님 행태를 닮아 가는지도 모르겠다.

 

 

모든 사람이 땀흘린만큼 제대로 대접받는 건전한 민주주의 시장경제 건설을 위한 좀더 의미 있는 토론과 참여를 원하시는 분들은 김광수경제연구소포럼(http://cafe.daum.net/kseriforum)을 방문해주십시오.

 



by 선대인 2009. 3. 30. 10:11

 

        3월23일자 국민일보 보도에 따르면 기획재정부가 경인운하 사업에 지난 1월 확정된 정부 금액보다 3800억원 더 들어갈 것이라는 내부 보고서를 작성했다고 한다. 재정부 내부 보고서대로라면 경인운하의 비용편익비율(B/C)이 1 밑으로 떨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 국민일보 보도의 요지다. 

 

재정부가 재검토한 공사비, 물동량, 배후단지 분양가 등을 근거로 B/C를 산정할 경우 사실상 1 이하로 떨어져 경제성이 없는 것으로 분석됐다고 국민일보 보도는 전했다.


     

        이제 본론으로 들어가자. 국토해양부가 경인운하 사업 추진의 근거로 삼는  KDI자료에 따르더라도 B/C 비율이 1을 간신히 넘는 상황에서 우리의 건설족 정부는 건설업체들에게 조금이라도 더 퍼주기 위해서 혈안이 돼 있다. 사실 B/C 비율 개념에서 보듯이 경인운하 사업 비용을 줄이면 사실 얼마든지 B/C 비율을 넉넉하게 1 이상으로 끌어올릴 수 있는데도, 국토해양부는 절대 그렇게 하지 않는다. 어차피 정권 차원에서 밀어주는 사업이어서 어떻게든 하게 될 텐데 자신들의 영원한 밥그릇인 건설업체들 퍼주는 게 더 낫다고 믿기 때문 아니겠는가.

결론부터 말하면 국토해양부는 경인운하사업을 추진하는데 있어서 건설업계에 4000억원을 퍼주기로 작정했다. 수자원공사가 발주하는 경인운하사업 6개 공구(총공사비 추정가격 1조 3500억원)를 모두 턴키입찰(설계 시공 일괄입찰) 방식으로 발주하기로 이미 1월말 결정했기 때문이다. 이같은 턴키입찰을 통해 전체 추정예산의 30% 정도인 4000억원 정도는 그냥 낭비될 것으로 추정되는 것이다. 물론 경인운하사업은 아직 발주되지 않았다. 아마도 다음달 중으로 발주될 것으로 보이는데, 턴키입찰의 낙찰률은 거의 정해져 있기 때문에 발주 전이라도 필자는 자신있게 말할 수 있다.


    

        그러면 왜 턴키입찰이 4000억원의 예산 낭비로 이어지는가? 이를 알기 위해서는 좀 길더라도 공공공사 입찰제도에 대해 알 필요가 있다.  좀 어렵게 느껴질지도 모르지만 여기서 멈추면 당신은 혈세를 건설족들에게 빼앗기면서도 계속 당하게 된다. 건설족들은 빠삭하게 알고 각종 이권을 나눠먹는 개발사업의 메커니즘을 일반 시민들은 잘 모르기에 그들이 마음놓고 시민의 혈세로 파티를 벌이는 것이기 때문이다.  자 그럼 설명을 시작해보자.

        정부와 지자체, 공기업 등이 공공공사를 발주할 때 사용하는 입찰제도는 여러 가지가 있는데, 크게 네 가지를 들 수 있다. 가격 위주로 경쟁하게 하는 가격(최저가) 경쟁입찰과 적격심사제, 대안입찰, 턴키입찰(설계시공일괄입찰) 등 크게 네 가지다. 물론 수의계약과 같은 다른 방식도 있고, 민간자본유치사업(민자사업)도 큰 틀에서는 공공공사의 방식이라고 볼 수 있지만 일단 논외로 하자.

 이 가운데 특히 턴키 방식은 현재 예산 낭비와 건설업체간 담합구조의 핵심으로 자리 잡고 있다. 원래 턴키 공사는 일괄입찰계약 방식의 하나로 도급자가 건설공사의 재원조달, 토지 구매, 설계와 시공, 시운전 등을 모두 마친 뒤 발주자에게 인계하는 공사를 의미한다. 미국 등 외국의 경우 턴키 방식은 주로 표준적이거나 반복적인 건축공사에 적용된다.

하지만
국내에서 턴키 방식은 일반 건설업체가 설계회사에 용역을 주고 설계도면을 작성해 함께 입찰하는 방식으로 변질됐다. 한 마디로 기존에는 발주처가 설계회사를 통해 설계용역을 마친 뒤 시공사를 선정했던 것을 시공사가 설계회사와 짝을 이뤄 입찰하게 한 제도일 뿐이다.

재벌계 대형 건설사들은 설계와 시공을 한꺼번에 입찰하는 턴키 입찰제도의 특성을 활용, 자신들에게 유리한 담합구조를 만들어냈다. 보통 전체 공사 예정금액의 3% 가량을 설계금액으로 쓰는데 이는 1,000억 원대 공사의 경우 30억 원을 선투자 해야 한다는 것을 뜻한다. 공사 수주에 대한 확신도 없이 수십억 원대의 설계비를 선투자할 수 있는 건설업체는 상위 10여개 업체에 불과하다. 거액의 선투자 비용이 일종의 시장 진입장벽으로 작용한 셈이다.

이 같은 진입장벽을 활용, 이들 상위 대형 건설사들은 사실상 자신들만의 리그를 구성했다. 상위 6개 내지 10개 건설사들이 돌아가면서 공사를 수주하기로 한 것이다. 이렇게 조직적인 담합을 하면서 이들은 자신들의 이익을 최대화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냈다. 자신들끼리는 가격은 일정한 수준에서 철저히 담합하는 반면, 설계 점수를 통해서만 경쟁하기로 한 것이다. 하지만 설계점수도 평가위원들의 주관적 판단에 주로 의존하고 평가점수가 철저히 비공개에 부쳐져 사후 전문가들 사이의 검증(Peer Review)이 불가능하다 보니 설계점수 평가위원들을 향한 탈법적, 불법적 로비가 구조화됐다. 이처럼 한국의 턴키입찰 제도는 원형과는 한참 동떨어진 돌연변이가 돼버렸다.   

이 같은 턴키 입찰의 결과들을 한 번 살펴보자. 2001년 서울시는 지하철 9호선 건설공사 7개 공구를 모두 턴키 방식으로 발주했다. 7개 공구 가운데 5개 공구에는 2개 업체군, 나머지 2개 공구에는 3개 업체군만이 응찰했다. 참여 업체들은 대표입찰자가 아니더라도 대부분 공구에 공동도급자로 참여해 사실상 모두 한 건씩은 공사를 수주했다. 이처럼 7개 공구에서 20개 미만의 대형 건설업체들만이 참가한 가운데 진행된 이 공사의평균낙찰률은 98.3%였다.  이렇게 낙찰률이 높아진 이유는 사실상 담합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도표1>에서 보는 것처럼 실제 각 공구별 입찰가격을 보면 서로 담합하지 않았다면 도저히 불가능할 정도로 금액 차이가 적다.

<도표1> 지하철 9호선 1단계 입찰참여 업체별 입찰 가격

   () 각종 자료로부터 KSERI 작성

 지난해 3월 입찰이 이뤄진 용산구종합행정타운 사업에서도 입찰에 참여한 두 업체의 입찰금액은 짜맞춘 듯 거의 똑같았다. 아래 <도표2>를 보면, 이 공사에 입찰한 삼성과 현대 컨소시엄의 입찰금액이 불과 0.02% 차이밖에 나지 않는다. 예산금액 1,200억 원대 공사에 두 업체의 입찰금액이 불과 2,500만원 정도밖에 차이가 나지 않는 것이다.

<도표2> 용산구 종합행정타운 입찰 결과

   () 각종 자료로부터 KSERI 작성

이쯤에서 재벌 건설업체 직원들은 초기 투입비가 상대적으로 많이 들어가니 원래 턴키입찰 공사는 그럴 수밖에 없다고 말할지도 모른다. 과연 그럴까. 필자가 서울시에 재직할 때 업체들의 담합을 깨기 위해 나름대로 상당한 공을 들였던 지하철 9호선 2단계 사업의 경우 낙찰률이 각각 60%와 72%, 86%로 9호선 1단계 때에 비해 매우 낮아졌다. 지하철 9호선 1단계 사업의 평균 낙찰율 98.3%에 비하면 약 12~38% 가량 낮아졌음을 알 수 있다. 업체간 담합 여지를 최대한 없애고 실질적 경쟁을 유도한 효과다. 경쟁입찰이라는 공정한 게임의 룰만 적용해도 이만큼 거액의 예산을 아낄 수 있는 것이다.

위에서 본 것처럼 재벌 건설업체들과 ‘건설족’ 정치인과 정부는 이같은 이권들을 주고 받으며 강고하게 결합돼 있다. 이들은 시민들의 세금으로 흥청망청 파티를 벌인다. 중앙정부와 지방정부를 포함해 전국 곳곳에서 이런 일이 벌어지고 있다. 경인운하 사업도 이런 점에서 예외가 아닌 것이다. 그들은 경인운하 사업 등 대규모 토목사업을 벌이는 것을 경기 부양 목적이며 궁극적으로 서민들을 위한 것이라고 떠벌리고 있다. 하지만 그들의 속내는 미분양 아파트 물량 급증으로 자금난에 시달리는 건설업체들, 특히 재벌 건설업체들에게 가만 앉아서 떼돈을 벌게 해주려는 것뿐이다.

  현 정권 들어와서는 그같은 성향이 더욱 노골화되고 있다. 경인운하뿐만 아니라 현 정부 들어와서 추진하고 있는 새만금 사업, 울산-포항간 고속도로, 호남고속철도 등 대규모 토목사업 대부분이 턴키 공사로 예정돼 있다. 현대건설 CEO 출신인 이명박 정권이 이 같은 턴키 발주 공사를 왜 남발하겠는가?

하기야 그는 이미 서울시장 시절에도 턴키 공사 발주를 남발해 시민들의 예산을 절감하기는커녕 도리어 엄청나게 낭비했던 사람이다. 그가 서울시장 재임 때 발주했던 사업들 가운데 청계천사업을 비롯해서 은평뉴타운, 지하철 7호선, 동남권유통단지(가든 파이브) 등이 모두 턴키 입찰로 발주한 사업이었다. 이런 과정에서 그가 낭비한 시민의 세금만 줄잡아 1조원 가량은 될 것이다. 이런 사정을 알기에 필자는 그가 서울시장 시절 예산을 절감했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피식’ 웃고 만다.

이명박 대통령은 서울시장 재임 시절 3000억원에 할 수 있었던 청계천 사업을 4000억원에 했다. 7000억원에 할 수 있었던 동남권유통단지는 1조원 이상을 퍼부은 결과 지금 고분양가 때문에 상가 입점이 극히 부진한 상태가 됐다. 은평뉴타운은 과다한 토지보상금과 턴키 입찰을 통한 사업 진행으로 이후 후임자였던 오세훈 시장 초기 고분양가 논란을 초래하기도 했다. 그리고 이런 식으로 진행했던 대부분의 사업에서 뇌물 수수 혐의로 양윤재 전 서울시 부시장(현 정부 들어 이명박 대통령의 특별사면으로 풀려났다)이 구속되는 등 불법행위가 만연했다. 건설업체 입장에서는 가만히 앉아서 수백억, 수천억원을 날로 먹는데 어떻게 검은 돈이 오가지 않겠는가?

'삽질 경제학'에 심취한 현 정권이 경제적으로 어려운 시기에 도대체 왜 하는지 공감하기 어려운 4대강사업과 경인운하 사업에 약 20조원을 쓴다고 한다. 용산참사에서 보듯이
세입자에게 제대로 보상하는 것은 극도로 아까워하면서 부동산 거품을 조장해 고분양가 폭리를 취하는 건설업체들에게는 수백억, 수천억 단위로 그냥 퍼주는 정부를 온전한 정부라 할 수 있을까? 이처럼 현재 한국의 부조리한 상황을 생생하게 보여주는 단면들이 또 어디에 있단 말인가? 그리고 기득권을 없애고 공정한 게임의 룰이 보장되는 제대로 된 민주주의 시장경제를 건설해야 하는지를 이처럼 잘 보여주는 단면 또한 어디에 있을까?


모든 사람이 땀흘린만큼 제대로 대접받는 건전한 민주주의 시장경제 건설을 위한 좀더 의미 있는 토론과 참여를 원하시는 분들은 김광수경제연구소포럼(http://cafe.daum.net/kseriforum)을 방문해주십시오.
by 선대인 2009. 3. 23. 10:54
 
김광수경제연구소포럼(http://cafe.daum.net/kseriforum )


지역아동복지센터라는 곳이 있습니다. 주로 저소득층 아이들을 대상으로 방과후 학습을 지도하거나 맞벌이 부부들을 위해 부모들이 퇴근할 때까지 아이들을 돌봐주는 곳입니다. 주로 아이들 방과 후 학습을 지도해주기 때문에 ‘공부방’이라고 불리기도 합니다. 순수 비영리민간단체들이 시작했던 사업인데, 그 사회적 역할을 인정받아 정부 예산 지원을 일부 받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예산은 센터 운영에는 턱없이 부족하다고 합니다. 한겨레 신문 보도에 따르면 보건복지가족부가 급식비를 뺀 공부방 월 평균 운영비만 600만원이라는 정책연구 보고서를 낸 적도 있습니다. 하지만 올 들어 공부방 한 곳당 지원액은 오히려 줄어들었습니다. 지난해 지역아동센터에 대한 월 지원비는 220만원. 올해 초 월 465만원을 지원키로 국회 보건복지위(보건복지위는 그나마 상대적으로 이런 현실을 이해하는 편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가 의결했으나, 결국 국회 본회의에서 최종 확정된 안은 월 219만원으로 줄어들었네요. 외환위기 이후 최악의 경기침체로 서민들이 고통받고, 이명박 대통령이 ‘신빈곤층’ 운운하며 생쑈를 벌이는 와중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입니다.


사회복지 일을 하는 아내 말에 따르면 예산 지원이 부족해 이들 아동복지센터 직원들은 사실 아르바이트를 해서 자신들 인건비를 받아간다고 합니다. 이들 직원들은 자신들의 생활이 어려울 정도로 박봉(월 100만원도 안 되는 경우가 수두룩하다네요.)이지만, 아이들이 정서적으로 안정되고 다른 아이들과 어울려 공동체 생활을 몸에 익히며, 학원 과외를 받는 아이들에 비해 훨씬 열악한 여건에서도 열심히 공부하는 아이들의 모습에 보람을 느끼며 버틴다고 합니다. 하지만, 그런 것도 하루 이틀이지 보람과 자긍심에도 불구하고 2~3년 지나면 여건이 너무 힘들어 직원들이 하나둘씩 떠나갈 수밖에 없다고 하네요. 그런 지역아동센터를 이용하는 아이들은 대부분 극빈자나 저소득층, 장애인 아이들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경제 위기가 심화하면서 이들 아이들의 가정이 경제적 문제 등으로 해체 위기를 겪는 경우가 늘고 있다고 합니다. 한편으로는 이들 센터에 아이들을 맡기려는 수요는 늘고 있는데, 수용 인원과 예산에 한계가 있어 다 못 받는다고 합니다.


이 같은 지역아동복지센터의 수는 유럽 미국 일본 등 선진국에 비하면 턱없이 부족하기도 하지만, 예산 지원액도 형편없는 수준입니다. 선진국 가운데는 이들 지역아동센터를 중앙정부나 지방정부가 직접 건립하고, 운영하는 곳이 대다수입니다. 그런데 한국은 민간에서 하는 사업들을 정부가 쥐꼬리만큼 보조해주는 수준인데, 그마저도 인색하기 짝이 없습니다. 이렇게 해서 전국의 지역아동센터에 정부가 지원해주는 예산은 모두 합해봐야 359억원. 이 예산을 두 배로 늘려봐야 720억원 정도에 불과합니다. 이뿐만이 아닙니다. 현 정부는 최근 차상위 계층 21만명에 대한 의료급여를 오는 4월부터 중단하기로 결정했고, 기초생활 수급자 숫자도 지난해보다 1만명 줄였습니다. 정부가 겉으로 말하는 사회 안전망 강화와는 완전히 정반대로 가고 있는 것입니다.


그런데 한국 사회가 이 정도 수준의 복지지원도 감당할 수 없는 나라라면 말도 안 합니다. 온갖 불요불급한 건설토목사업에는 돈을 펑펑 쓰고 있는 게 현실입니다. 당장 현 정부가 국민들 대다수가 그 필요성을 공감하지 못하는 4대강 하천정비 사업에 털어 넣는 돈만 향후 4년간 18조원이라고 합니다. 지역아동센터에 올해 투입하는 돈의 500배가 넘는 돈입니다. 더구나 정부는 올해 4대강 정비사업 예산 등 지난해보다 26%나 증액된 SOC사업 예산을 확보하는 한편 이미 기존에 발표한 대로 종합부동산세 대폭 완화와 소득세법, 법인세, 상속세 완화 등을 통해 상류층에게 집중적으로 혜택이 돌아가는 감세안을 관철시켰습니다. 이에 더해 정부는 올초 ‘녹색뉴딜’이라는 각종 건설경기 부양책을 또 한 번 내놓았습니다. ‘녹색’이라고 포장했지만, 도대체 왜 하는지 공감대가 전혀 형성되지 않은 건설토목 사업이 대부분이었습니다. 한 마디로 ‘고급 스테이크로 포장한 저질 소시지’였습니다.


대통령이 현대건설 사장 출신으로 ‘삽질경제학’의 대가라서 좀 더 심하긴 하겠지만, 한국 정부의 토건사업 위주 개발 일변도 정책은 하루 이틀 일이 아닙니다. 그들은 지역 정치권과 함께 티 나는 개발사업을 하면 되지 정말 시민들의 삶에 변화를 가져오는 효과가 있는지 없는지는 아무런 신경을 쓰지 않는다. ‘공급을 하면 수요는 생긴다’는 근거 없는 희망에 따라 개발계획을 내놓는 것입니다. 이는 개발시대 때에나 통하던 방식입니다. 개발시대 때에는 기본적인 사회인프라가 부족하니 짓기만 하면 다 수요가 생겨나고 성장 잠재력 확충에도 기여했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다릅니다. 웬만한 사회기반시설은 대부분 마련돼 있습니다. 이런 콘크리트 사업에 투자해봤자, 성장 잠재력이 얼마나 확충되겠습니까? 사람들이 이용하지도 않는 공항, 도로, 관광지를 만들어놓는다고 그게 경제를 활성화하는데 얼마나 도움이 되겠습니까? 당장 주변에 사시는 곳부터 한 번 확인해보세요. 제가 서울시에 재직하면서 느꼈지만, 도서관 짓는데 100억원 이상이 들어가는데 정작 매년 도서 구입비 예산은 1억원 남짓합니다. 그러니 도서관에 가도 제대로 볼 수 있는 책이 없지요. 마찬가지로 문예회관이나 공연장이라며 수백억원을 들이는데 정작 짓고 나면 질 낮은 프로그램밖에 안 돌아갑니다.


제가 지금 살고 있는 일산의 킨텍스나 종합운동장도 마찬가지입니다. 일산 킨텍스를 짓는데는 2400억원, 종합운동장을 짓는데는 약 1200억원이 들었습니다. 그런데 일산 킨텍스의 연중 가동률은 50%도 안팎입니다. 그나마 그 정도 규모의 전시면적이 필요한 행사를 치르는 날 수는 일년에 불과 2~3주 안팎입니다. 그렇게 커다란 건물을 지어놓고는 안에서 뭐하는지 아십니까? 겨울에 인공 눈썰매장 한 켠에서 운용하고, 여름에 간이 물놀이장을 만들어 운영합니다. 얼마나 한심한 일입니까? 기존에 있는 킨텍스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면 지금 제2킨텍스를 짓는다고 난리입니다. 종합운동장도 마찬가지입니다. 2부 리그팀이 경기하는 게 일년에 10여차례에 불과한데, 그 외에는 그 큰 운동장이 텅 비어있습니다. 도대체 이게 뭐하는 짓입니까? 도대체 시민들에게 거의 아무런 혜택도 돌아오지 않고, 경제에 도움도 되지 않는 이런 막대한 개발사업을 누구를 위해 하는 겁니까?


위의 지역아동센터 예에서 본 거서처럼 돈들이 남아돌아서, 다른 데는 쓸 데가 없어서 이런데 쓰고 있는 것이 아닙니다. 몇 년 간 아이들을 키우던 제 처가 얼마 전부터 사회복지사 일을 다시 시작했습니다. 저소득층 노인들을 위한 복지 프로그램을 맡았는데, 한국의 열악한 복지 현실에 마음이 찢어질 정도랍니다. 장애 때문에 생활도우미가 절실히 필요하지만, 도움을 받지 못해 변도 처리하지 못하고 있는 노인, 가만 있던 집값이 재개발 붐에 4000만원에서 8000만원으로 올라 자활대상자 지원에서 제외된 노인, 한 달 생활비 10만원 정도로 버티며 매일 끼니를 라면으로 떼우는 사람 등등. 아내가 담당하는 케이스만 220가구. 그런데 아내와 동료 사회복지사 한 명의 급료를 포함해 220가구를 대상으로 사회복지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데 배정된 1년 예산은 겨우 1억5000만원이랍니다. 아내는 예산이 몇 천만원만 더 있어도 정말 많은 일을 할 수 있겠다며 안타까워합니다.


도대체 이게 뭐하는 짓입니까? 거의 아무런 효과도 없는 일들에 중앙 정부와 지방 정부 전체로 매년 수십조원씩 낭비하면서 당장 기초적인 사회복지 체계도 제대로 구축을 못하고 있다니요. 그런데 아직도 정부 관료와 정치권은 이런 개발사업 만드는 데 혈안이 돼 있습니다. 왜냐? 나중에야 어떻게 되더라도 뭘 만들고 짓는다 하면 사람들이 혹하니까요. 정치권은 표 얻을 수 있고, 뒷돈 받을 수 있으니 좋고, 관료들은 눈에 안 보이는 복지 프로그램 돌리느니 생색나는 실적 만들어서 좋고, 건설업체들은 사업으로 돈 벌어서 좋습니다. 관변 학자나 연구소들은 용역 프로젝트 많아져서 좋고, 언론들은 건설업체들 광고 물량 많아져서 좋습니다. 이렇게 거대한 개발 옹호세력들을 저는 ‘개발 5적’이라고 부릅니다. 일본의 토건족, 건설족에 해당하는 말입니다.


일본도 버블이 붕괴할 때 토건족의 압력으로 중앙 및 지방 정부가 경기를 살린다는 명목으로 대규모 개발 사업을 벌였습니다. 그러다 보니 필요도 없는 댐이 지어지고 노루와 토끼만 다니는 도로도 숱하게 생겼습니다. 많은 리조트와 골프장은 버려지고 도산했고요. 이런 개발사업에 엄청난 예산이 들어가 재정 고갈을 부추겼습니다. 이미 한국에서도 그런 현상들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그런데도 한국 정부는 아직도 ‘개발만이 살길’인 것처럼 밀어붙이고 있습니다. 이런 판에 부유층을 위해 막대한 감세안까지 동시에 진행하고 있으니 재정건전성에 대해 한국 정부는 최소한의 고민은 하고 있을까요?


이제 개발경제 시대 때의 경제 운용 방식을 바꿔야 합니다. 가계 자산의 80% 이상이 부동산에 몰려 있는 경제는 지속할 수 없습니다. 비용 대비 효과나 수요를 제대로 생각하지 않고 저지르는 개발사업으로는 선진경제를 만들 수 없습니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많은 이들이 첨단기술경제 시대이고, 지식정보화 시대, 창조경제 시대라고 합니다. 그러면 국가 전체의 자원 배분이 이런 영역으로 배분되도록 해야 합니다. 첨단 기술을 고안하고 지식과 정보를 창출하며 창조성을 발휘하는 것은 사람입니다. 따라서 사람에게 투자해야 합니다. 한 국가경제의 자원은 유한하기에 제한된 자원 안에서 최적의 생산성을 낼 수 있는 자원 배분을 해야 합니다. 대부분의 선진국이 사람에게 투자해 고부가가치 서비스를 창출하고, 첨단기술을 육성합니다. 한국 같은 주입식 교육이 아닌, 창조적 교육 프로그램으로 지식과 정보를 생산 가공하고, 창의성을 마음껏 발휘할 인재를 키워냅니다.


필자가 유학생활을 했던 미국 보스턴이 대표적인 경우입니다. 보스턴에 대규모 공장이 있는 것도, 고층 아파트가 있는 것도 아닙니다. 오히려 100년 이상 된 주택에서 사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웬만한 도로는 누더기에 가까울 정도입니다. 그렇다고 보스턴이 못 사는 동네일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보스턴의 평균 가구 소득은 미국 평균의 약 2배 정도입니다. 소득 수준으로는 미국에서 몇 손가락 안에 꼽히는 부자 도시입니다. 싱가폴이 2000년대 초반 일시적인 불경기로 휘청거릴 때 벤치마킹 대상으로 꼽았던 도시도 바로 보스턴입니다. 보스턴을 벤치마킹 대상으로 꼽은 싱가폴 경제는 이후 생명공학기술과 의료산업 등을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해서 경제 위기를 극복하고 고도성장을 계속하고 있습니다. 도대체 보스턴에 뭐가 있길래 행정구역상으로 60여만명, 광역 보스턴(Greater Boston)으로 따져도 340만 정도에 불과한 도시가 그렇게 두각을 나타낼까요?


보스턴에는 인재가 있습니다. 하버드대학과 MIT, 보스턴대학(BU), 보스턴칼리지(BC),터프츠 대학 등을 필두로 100여개의 각종 대학들에서 매년 엄청난 인재가 쏟아져 나옵니다. 많은 인재들이 뉴욕이나 워싱턴으로 진출하기도 하지만, 보스턴에 남아 엄청난 부가가치를 창출합니다. 하버드 의대 협력병원인 매사추세츠 종합병원MGH)을 중심으로 의료산업이 발달해 있고, 관련 분야에 쏟아져 나오는 인재들을 중심으로 생명공학과 제약 산업이 눈부시게 발전합니다. MIT를 중심으로 한 각종 IT산업과 로봇공학도 예외가 아닙니다. 인재들을 유치하기 위해 많은 기업들이 미국 전역에서 이전해옵니다. 또한 인재들은 자신들의 벤처기업을 만들어 미래의 빌게이츠를 꿈꿉니다. 베인 앤 컴퍼니나 보스턴 컨설팅그룹 등 세계 유수의 컨설팅펌들도 보스턴에 본사를 두고 있습니다. 역시 보스턴에서 배출된 우수한 인재들이 이들 회사의 토대가 됐습니다.

 

보스턴 필하모닉과 보스턴 발레단처럼 보스턴은 젊은 예술혼과 창조성이 살아 숨쉬는 도시이기도 합니다. 인구 60만의 도시에 공립도서관만 36개나 됩니다. 인구 1000만의 도시 서울에 ‘독서실 같은 도서관’이 아닌, 진짜 공립도서관이 30개도 채 안 되는 것과 너무나 비교됩니다. 이런 보스턴 경제의 활력이 모두 사람과 교육, 문화에서 나왔습니다. 제대로 된 선진경제가 가는 길이 바로 이런 방향입니다. 한국 경제가 미래를 기약하고 한 단계 더 도약하기 위해서도 가야 하는 방향입니다. 물론 하루아침에 되지는 않겠지만, 시간이 걸리더라도 반드시 가야 하는 길입니다.


결국 지금 당장은 어렵더라도 자식 세대가 살 수 있는, 한국 경제가 미래를 기약할 수 있는 새로운 게임 규칙을 만들어야 합니다. 그 첫 걸음은 무턱대고 내지르는 토건국가적 개발사업 남발을 자제해야 합니다. 충분히 타당성이 검증되지 않은 각종 건설토목사업에 돈을 쏟아 붓는 과거 일본과 같은 토건국가적 행태는 멈춰야 합니다. 대신 그렇게 아낀 돈을 저렴한 비용으로 누릴 수 있는 질 좋은 교육을 만들어야 합니다. 초중고 과정에서는 살인적인 입시경쟁에서 벗어나 창의성을 강화하는 교육을 만들고, 오히려 ‘경쟁의 무풍지대’인 대학이 경쟁하도록 해야 합니다. 재벌 기업들의 독과점적 이익을 보장해주는 구조 대신 국내시장에서도 국제무대에서와 마찬가지로 치열한 경쟁을 하도록 해야 합니다. 우리 아이들이 마음껏 몸과 마음을 키울 수 있는 더 많은 도서관을, 더 많은 문화공연장을, 더 많은 체육시설을 만들어야 합니다. 저소득층과 노후세대를 위한 더 많은 복지 혜택을 체계적으로 마련해가야 합니다. 제대로 된 공공건설사업 발주 시스템을 만들면 이를 위한 예산은 충분히 확보할 수 있습니다.


 콘크리트가 아닌 사람에게 투자하는 경제에 희망이 있습니다. 땅과 집이 아닌, 사람을 귀하게 여기고 사람을 제대로 키우는 경제를 만들어야 합니다. 이것은 자식세대 홀로, 또는 부모세대 홀로 만들 수 없습니다. 부모세대와 자식세대가 합심해서 힘과 지혜를 모아 이런 방향으로 나아가야 합니다.


 

 

 모든 사람이 땀흘린만큼 제대로 대접받는 건전한 민주주의 시장경제 건설을 위한 좀더 의미 있는 토론과 참여를 원하시는 분들은 김광수경제연구소포럼(http://cafe.daum.net/kseriforum )을 방문해주십시오.


by 선대인 2009. 2. 27. 10:26


일주일간의 소동 끝에 정부의 종부세 완화안에 대해 여당인 한나라당이 원안을 수용하겠다고 했다. 처음에는 일부 의원들이 청와대안에 반기를 드는 듯한 모습을 연출하다가, 결국 ‘당론에 따르겠다’고 정리한 것이다. 처음부터 이럴 줄 알았지만 그래도 그렇지 속이 너무 빤히 보인다. 한 마디로 ‘눈 가리고 아웅하는 생쑈’를 벌였다고밖에 볼 수 없다.

 

환율 급등과 경상수지적자, 금융권의 신용 경색, 내수 침체로 온 나라가 난리판인데 이게 무슨 엉뚱한 짓인가? 자신들과 자신들의 정치적 지지층들 민원 들어주는 것이 그리 급했나? 국정에 대한 최소한의 책임감만 있어도 이런 추악한 행태는 보이지 않았을 것이다.

 

한국 경제 곳곳에서 경고음이 울리고 있기에 비교적 시급한 현안이라 할  수 없는 종부세 문제에 대해서는 가급적 언급하지 않으려 했다. 하지만 한나라당 박희태 대표가 했다는 발언을 듣는 순간 가만있을 수 없었다. 박대표가 "종부세는 좌파 정권의 대표적 악법이고 일반 세제와도 전혀 맞지 않는 법률이기 때문에 고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고 한다. 아는 게 없으니 무조건 좌파, 빨갱이 등 이념공세뿐이다. 여당 대표의 인식이 이 정도 수준이니 국가 경제가 불안하지 않을 수 있나?

 

종부세는 보유 자산에 대해 매기는 세금으로 보유세의 일종이다. 이러한 종부세는 시장의 실패를 초래하는 투기를 막는 제동장치 역할을 한다. 주택가격이 일정 수준을 넘어서 단기간에 급등할 때 보유세를 시장가격에 연동하도록 해놓으면 부동산 가격이 뛸수록 세금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 시세차익만 갖고 좋아할 수 없게 되니 부동산을 내놓을 수밖에 없게 되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공급이 늘어나 부동산 가격 안정에 도움이 된다. 또 같은 동네에서 누군가 투기를 통해 집값을 과다하게 올리려 하면 다른 주민들은 보유세 부담이 늘어나게 되므로 투기적 집값 상승에 반대하게 된다. 따라서 종부세는 잘 디자인되면 부동산 투기에 대해 강한 내성을 가지게 된다. 시장 주체들이 스스로 투기를 방지하고 가격을 안정화하게 하는 가격 안정화 장치라고 할 수 있다. 박 대표의 주장처럼 좌파 정권이 사회주의 평등사상에 젖어 자산가들을 골탕먹이기 위해 만들어낸 악법이 아닌 것이다. 오히려 부동산 가격이 오를 때 보유 부담을 늘려 가격을 안정시키고, 부동산을 가장 생산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사람이 소유케 하는 매우 시장 친화적인 세금이다.

미국의 보유세율도 주별로 큰 편차가 있지만 평균 1.15%가 넘는다. 보유세율이 이보다 더 높은 선진국도 많다. 그런데 우리의 보유세 실효세율은 필자가 직접 계산해본 바로는 아직 0.3%도 안 된다. 정말 갑작스러운 종부세 시행으로 문제점이 있다면, 앞으로 ‘미세 조정’을 해나가면 된다. 그런데 선진적인 세제 구조를 만들어가지는 못할망정 갓 시행된 법률을 무력화시킨단 말인가? 그것도 시대착오적인 방향으로 말이다.

이에 앞서 이명박 대통령의 종부세 관련 발언도 자신들의 수준을 밑바닥까지 드러내고 있다. 이 대통령은 며칠 전 정세균 통합민주당 대표를 만난 자리에서 종부세 완화를 추진하는 것에 대해 "잘못된 세금체제를 바로 잡자는 취지"라고 했다고 한다. 도대체 이 대통령이 생각하는 잘못된 세금체제는 부동산 부자들에게 과세하면 안 된다는 뜻이란 말인가?

 

진정한 의미에서 잘못된 세금체제를 바로잡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현재 한국의 재정상태는 결코 건전한 상태라고 할 수 없다. 외환위기 전 50조원이던 국가채무는 2007년 기준으로 300조 원에 육박했다. 또 국가채무 증가 속도도 해가 갈수록 빨라지고 있다. 더구나 한국의 경우 연기금 등으로부터 차입한 사회보장기여금 비중이 계속 늘어나고 있다. 반면 미국이나 일본의 경우와는 달리 연금 지급을 위한 재정지출 시기는 아직 오지 않았다. 지금 정부는 2013~2015년경부터 베이비붐 세대들이 본격적으로 은퇴하는 시기에 대비해 매우 신중한 재정 운용을 하지 않으면 안 된다. 중장기적 관점에서 재정구조의 건전성을 미리 확보하지 못한다면 재정은 급속도로 악화될 수 있다. 그런데도 정부는 실질 생산인구 감소 등에 따른 향후 세입세출 구조 변화에 대한 치밀한 준비 없이 마련한 막무가내식의 감세안을 내놓았다. 이번 종부세 완화안은 그러한 감세안의 최종 마무리 작업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정부는 향후 부족해질 수 있는 세수를 어떻게 확보할 것인지에 대해 명확한 방침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세원 투명화 및 세원 기반 확대 등에 따른 일시적인 세수 초과 등에 기대 ‘문제 없다’고 하지만, 이는 언제까지나 지속될 효과가 아니다. 일정한 단계에 접어들면 세원 투명화 및 세원 기반 확대는 한계에 이르게 된다. 또한 감세에 따른 경기 활성화로 세수 감소가 크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하지만, 다양한 실증 연구에 비춰볼 때 정부의 희망사항에 불과하다.

 

반면 감세에 따른 세수 감소 효과는 향후 세율 조정이 없다면 계속 지속되게 된다. 한 번 내린 세율을 도로 올린다는 것은 여간 어렵지 않다. 더구나 한국 경제는 부동산 버블 붕괴 등 향후 수년 내에 심각한 경제 위기를 겪을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는 경기 부양을 위한 재정지출 수요가 크게 늘게 될 것이다. 감세안 추진에 따라 세수는 줄고, 재정지출 수요는 크게 는다면 국가 재정의 건전성이 심각하게 위협받게 된다. 여기에다 은퇴 세대 증가로 인한 사회보장기여금 지출 수요 및 실질 생산인구 감소로 인한 경기 위축 효과까지 감안할 때 빠른 속도로 재정이 악화될 가능성을 염두에 둬야 한다. 하지만 이번 정부의 감세안에는 불과 몇 년 안에 벌어질 상황에 대한 대비책조차 전혀 없다.

 

또한 급격히 변화한 한국 경제의 구조에 걸맞은 세입세출 구조를 어떻게 구축할 것인지에 대한 비전도 전혀 없다. 한국은 1970년대 기본 조세체계를 구축한 뒤 근본적인 변화가 없이 땜질식 세목 변경으로 일관해왔다. 이 때문에 새로운 경제구조에 걸맞은 조세체계의 정비는 시급히 추진해야 할 필수 과제다. 재정부도 겉으로는 ‘선진조세체계’를 구축한다고 하고 있다.

 

하지만 구체적인 내용은 겉으로 내세운 정책 목표에 전혀 부합하는 것 같지 않다. 현재 조세체계는 개발경제 시절 노동 및 자본집약적 성장 시대에 구축된 것으로 2000년대 이후 자산 경제 비중이 급격히 커진 상황에 맞는 조세체계라고 할 수 없다. 과거 생산경제 활동의 비중이 클 때에는 법인세나 소득세 등 가계나 기업의 생산 활동에 대한 세금 비중이 클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생산경제 비중이 과거에 비해 크게 줄어든 상황에서 언제까지 그 같은 체계를 그대로 가져갈 수는 없다. 그렇다고 무턱대고 법인세나 소득세를 깎을 수도 없다. 앞서 말한대로 지속적인 세원을 추가적으로 확보하지 않는다면, 심각한 재정 위기에 노출될 수 있고, 이는 극단적으로는 경제 전반의 침체와 사회보장 시스템의 붕괴로 이어질 수도 있다.

 

그렇다면 새로운 경제상황에 걸맞은 새로운 세원을 확보해야 한다. 이런 측면에서 볼 때 부동산 등 자산에 대한 과세를 강화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된다. 특히 종합부동산세와 재산세 등의 보유세는 선진국 수준으로 계속 높여갈 수밖에 없다. 또한 양도세의 경우에도 보유세제가 정착되기 전까지는 집값 상승으로 인한 우발이익을 환수한다는 측면에서 큰 틀은 좀 더 유지할 수밖에 없다. 또한 앞으로 자산임대소득이 크게 늘게 될 것입니다. 그러면 그에 따른 과세를 강화해 생산경제의 세수 감소를 보완해야 한다. 현실적으로도, 근로소득에 대해 수백만, 수천만원의 세금을 부과하면서 불로소득이라고 할 수 있는 부동산 가격 상승이나 임대 소득에 대해 훨씬 적은 세금을 부과하는 것은 사회 구성원들이 받아들이기 어렵다. 이런 세제로는 근로자들의 근로의욕을 꺾어 현 정부가 말하는 경기 활성화도 어렵게 된다. 따라서 정말 새로운 시대에 걸맞은 선진조세체계를 구축하려 한다면, 이 같은 세원 구조에 대한 조정이 필수적이다.

 

하지만 정부는 자산소득에 대한 과세 강화 방향과는 정반대로 치닫고 있다. 오히려 종부세를 사실상 무력화시키고 감세안을 통해 양도세와 상속세 부담을 급격히 완화함으로써 투자자 또는 투기자들의 불로소득을 용인해주고 있다. 이는 결국 사회 전체적으로 근로의욕을 더욱 감퇴시킬 뿐이다.

 

오해를 피하기 위해 덧붙이자면, 종부세 등 보유세 강화도 이 같은 전체적인 조세체계의 개혁을 전제로 해서 추진했어야 한다. 물론 일부 기득권 언론의 왜곡과 선동도 있었지만, 부동산 투기 대책의 성격만 부각되다보니 정책 추진 초기부터 논란을 부르고 불필요한 반발을 샀던 것이 사실이다. 그런 점에서 노무현 정부의 조세정책도 단편적이고 근시안적으로 추진됐다고 할 수 있겠다.

 

또 한국의 경우 국세에서 차지하는 간접세 비중이 높아 직접세 비중을 높이는 방향으로 바꿔야 한다. 국세청이 발간하는 국세통계연보에 따르면 2005년 기준으로 한국의 직접세 대 간접세 비율은 46.8 대 53.2로 간접세 비중이 더 높다. 그나마도 2000년 40%선이던 직접세 비율을 많이 끌어올린 것이다. 그런데 일본(62.4 대 37.6), 미국 (92.7대 7.3. *미국의 경우 판매세 등이 모두 주세로 잡히므로 연방정부의 국세 비율로만 보는 데는 한계가 있으나, 감세정책의 효과를 보는 측면에서는 큰 무리가 없을 것이다), 영국(59.1 대 48.9) 등 상당수 선진국들은 직접세 비중이 더 높다.

 

조세체계에서 간접세가 차지하는 비율이 높으면 그만큼 세금의 역진성이 강화된다. 이건희 회장이든 노숙자든 같은 액수의 세금을 내는 비율이 그만큼 높다는 뜻입니다. 예를 들어, 휘발유에 붙는 세금은 소비자들이 기름을 넣을 때마다 소득에 상관없이 똑같이 간접세 형태로 내게 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정부가 지금까지 추진한 종부세, 양도소득세, 종부세, 상속세, 소득세 등이 모두 직접세다. 간접세를 그대로 둔 채 직접세만 집중적으로 깎는다면, 어떻게 되겠는가? 직접세 비중이 주는 만큼 간접세의 세수 비중이 더 높아질 것이다.

 

실제로 기획재정부가 25일 발표한 '2009년 국세 세입예산 및 중기 국세 수입전망'에 따르면 대표적인 간접세인 부가가치세의 내년 세입은 48조5000억원이다. 올해 전망치(44조3000억원)보다 4조2000억원, 9.5% 늘어난 수치다. 또 다른 간접세인 증권거래세는 27.6% 증가했다. 간접세 성격의 교육세와 관세의 증가율은 각각 8.5%, 8.1%로 총 국세 증가율 7.6%보다 높다.

 

반면 직접세는 근로소득세와 종합소득세, 양도소득세 등을 합한 소득세가 16.1%로 큰 폭의 증가세를 보이는 것 외에 다른 세목들은 소폭 증가에 그치고 있다. 특히 직접세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법인세는 1.5% 늘어나는데 그친다. 내년 국세 증가율 7.6%와 비교하면 법인세는 사실상 줄어드는 것으로 봐도 무방하다. 보유세인 종합부동산세는 31.4%나 감소한다.

이렇게 되면 세금의 역진성이 갈수록 높아져 빈부격차가 커질 수밖에 없다. 한국은 그렇지 않아도 세금을 통한 분배개선 효과가 5% 정도에 불과해 OECD국가 평균인 40%에 비해 현저히 낮다. 그런데 이를 개선하지는 못할망정 간접세 비중을 더 높이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정부는 자신들의 후안무치한 행태가 드러날까봐 “지방세수를 추정하기 어려워 간접세와 직접세 비중을 발표하지 않기로 했다”고 말했다고 한다. 자신들도 내놓고 말하기가 부끄러웠던 모양이다. 이렇듯 이번 종부세 완화안과 이미 9월 1일 발표된 감세안은 큰 틀에서 한국 사회가 지향해야 할 바람직한 세금체계와 반대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이런 점에서 보면 이 대통령의 발언은 착각이어도 심각한 착각이 아닐 수 없다.

 

종부세 완화안에 대해 이동관 청와대 대변인은 “잘못된 징벌적 과세로 1명의 피해자라도 있다면 다소 인기가 없더라도 원칙에 따라 바로잡는 것이 정부 여당의 역할”이라고 했다고 한다. 언뜻 들으면 좋은 말인 것 같다. 하지만 ‘강부자’ 1명의 피해자를 구제하는 데는 그렇게 열심인 서민들 피해를 구제하는 데는 그토록 관심이 없을까? 오히려 현 정부의 종부세 개편안은 수많은 근로소득자들의 사기를 꺾고, 분배의 역진성을 강화한다는 측면에서 대다수 국민을 괴롭히는 징벌적 과세다. 이 나라에서는 강부자만 국민이고, 서민은 국민도 아니란 말인가?

 

이 글은 김광수경제연구소포럼(http://cafe.daum.net/kseriforum)의 '부동산문제'란에도 띄웠습니다. 좀더 깊이 있는 정보와 토론을 원하시는 분은 방문해주세요. 이 글은 연구소의 공식 입장과는 다를 수 있다는 점을 유념하시기 바랍니다
by 선대인 2008. 9. 29. 17:18

17대 국회 개원을 앞두고 부실한 국회 예산 심의의 문제점을 짚는 기획을 연재했던 미디어다음은 8일 예산 심의를 강화하기 위한 방안 마련을 위한 좌담회를 마련했다. 이날 좌담회에는 지난 해 양당의 예산결산특별위원회(예결위) 간사를 맡았던 한나라당 이한구 의원과 열린우리당 이강래 의원이 참석했다. 여야가 예결위 독립 상임위화 문제를 놓고 논란을 빚고 있는 시점이어서 이날 좌담도 예결위 상임위 문제가 중심 화제가 됐다.

두 의원은 그 동안 국회 예산심의가 부실했다는 인식은 공유하면서도 처방은 다르게 내놓았다. 이한구 의원은 현재 특위로 돼 있는 예결위를 상임위로 만들어 예결위에서 예산의 전체 윤곽을 결정하고 각 상임위가 소관 부처의 구체적인 예산사업에 대해 심의하도록 하자고 주장했다. 이렇게 할 경우 예결위가 지역간 '나눠먹기'와 정치공방의 장으로 변질되는 것을 막고 예산심의의 전문성도 확보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반면 이강래 의원은 정부 예산안 제출 시기와 예산 심의 기간 등을 규정한 헌법 규정과 전문가 그룹이 예산 심의를 독점할 수 있다는 우려 등을 근거로 예결위의 상임위 전환에 반대했다. 그는 정부가 올해부터 탑-다운(top-down) 방식(예산기획처가 각 부처에 예산의 할당금액을 명시한 예산요구지침을 전달하고 각 부처는 할당금액 내에서 사업의 우선 순위에 따라 예산을 편성, 제출하게 하는 예산 편성 방식)으로 예산 편성 방식을 바꾼 것에 맞춰 기존에 형식화돼 있던 상임위 예비심사를 엄격히 하는 등 운영상의 개선을 강조했다.이날 좌담은 서울 강남구 역삼동 본사 소회의실에서 한 시간 반 동안 열띤 분위기 속에 진행됐다. 미디어다음은 두 의원간 토론이 충분히 이뤄질 수 있도록 토론에 개입하는 것을 최대한 자제했다. 다음은 좌담 내용 요약. (이한구 의원은 한, 이강래 의원은 강으로 표기) ▶▶ '국회예산심의' 게시판 바로가기
한나라 이한구의원 "예결위를 상임위원회로…예산심의 전문성 확보"
우리 이강래의원 "상임위엔 반대…대신 상임위 예비심사 엄격히"


미디어다음

=대의제 국가에서 대정부 견제는 국회의 입법권과 예산심의권을 통해 가능한데 그 동안 국회는 예산심의권을 충분히 행사하지 못했다. 행정부의 독단적인 예산 집행을 제대로 견제하지 못한 것이다. 두 분이 그 동안의 예산 심의 실태를 지켜보면서 느낀 문제점과 개선 방안에 대해 얘기해달라.




예산 심의 강화 방안에 대해 토론을 나누고 있는 이한구의원(좌)과 이강래 의원(우)
. 이강래 "예산심의 과정 정치성 배제 어렵다…지역민 이해도 대변해야"


=미디어다음 기사를 보았더니 운영과정의 문제점을 적시하고 있더라. 실질적으로 예결위에서는 예산안과 관련된 질의만 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정치 공세의 장이 되고 있다. 작년의 경우를 보면 예결위는 야당의 특검제 공세를 위한 장으로 활용되었다. 또 하나는 총선이었다. 총선을 염두에 두고 유리한 입지를 차지하기 위해 공세를 퍼붓기도 했다.또 하나 문제는 예결위 운영 기간이다. 예결위의 운영 기간이 헌법에 명시되어 있다. 정부 지출 계획안이 90일 전까지 제출돼야 하고 예결위에서 30일 전까지 예산안을 통과시켜야 한다. 결국 예결위 활동 기간은 60일 정도다. 예산 심의 기간은 다 해도 두 달이다. 여야가 일정을 합의하지만 제약이 있다. 정책 질의를 하지 않을 방법이 없다. 그리고 질의는 대부분 정치 쟁점과 관련된 것으로 흐를 가능성이 크고, 그렇게 흐를 때 막을 방법도 없다. 각 당에서 특별한 지침도 주지 않는다. 의원 개개인이 헌법 기관이기 때문이다. 이런 문제도 있다.예결위를 상임위로 바꾼다고 해도 이런 것들이 달라지지 않는다. 예결위 계수조정소위를 하게 되면 실질적인 논의는 그때부터 시작되는 것이다. 결국 삭감과 증액이 핵심인데 국회의원은 삭감에 중점을 두게 된다. 여당은 방어하고 야당은 삭감하는 것 아니냐. 그러나 행정부 동의를 구하는 문제가 있다. 행정부가 '노'(NO)하면 한계가 있다.지난 해에는 예결위 (계수조정) 소위원장을 누구로 할 것인가로 공방전을 벌였다. 이런 모습은 안타깝다. 미디어다음 기사를 보니 지방공항 관련 예산 문제도 짚었더라. 김제 공항 이야기도 있더라. 나 또한 김제공항 건설을 두둔한 발언도 했다. 그것을 잘했다는 것은 아니지만 기업 회계와 국가 예산은 다른 측면이 있다. 기업예산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타당성이고 이윤 극대화다. 경제적 타당성과 합리성에 위해 모든 가치가 결정될 수 밖에 없다. 그러나 정부 예산 편성에서 집행까지 모든 과정은 정치적인 성격을 띤다. 경제만 알아서는 곤란하다. 정치적 성격을 배제할 수 없다. 그러다 보니 경제적 합리성만 가지고 따지는 것은 한계가 있다. 물론 정치적 성격 때문에 자원배분이 왜곡될 여지도 있지만 정치적인 고려를 배제할 수 없다. 타당성이 떨어지고 종국에는 예산 낭비가 될 수도 있지만 이를 단순히 지역이기주의로 치부할 수 없다. 각 지역 주민들의 간절한 소망 사항이 있다. 국회의원이 그 목소리를 대신 내주지 않으면 묻힌다. 이러한 정치적인 고려를 줄여나가려고 노력은 하겠지만 예산 심의 과정에서 정치성을 완전히 배제하기는 어렵다. 이한구 "세금 나눠먹기 나라재정 엉망…전문가 참여하는 상임위로 전문성 확보"







=내가 3년간 예결위 간사를 하면서 느낀 문제점이 정말 많다. 예산심의 구조와 운영상의 문제점으로 나눠 얘기하겠다. 먼저 예산심의 구조상의 문제부터 얘기하겠다. 현재 예결위는 특위 형태로 50명으로 구성된다. 16대 의원 273명 중 50명은 굉장히 많은 인원이다. 또 겸임이다. 자연스럽게 예결위 위원들 대부분이 전문성이 없다. 정부가 예산안을 가져와도 그걸 꿰뚫어 볼 수 있는 사람이 없다. '눈뜬 봉사'라는 말도 그래서 나왔다. 의원들은 관심사가 한정되어 있다. 정부로서는 일하기 좋은 구조다. 그래서 이것 때문에 (예산 심의 과정이) 지난 몇 십년 간 예산 심의가 개판이 됐다.

형편없게 된 것이 경부고속철도다. 처음 사업 계획 발표 때보다 예산이 6배가 더 들어 갔다. 이런 예가 많다. 그런데도 책임지는 사람이 하나도 없다. 또 국민들이 낸 세금을 제대로 쓰는지 보라고 만든 것이 국회인데, 국회의원이 감시를 하지 않고 나누어 먹기 식으로 한다. 각 지역에서 나누어 먹기, 자기 몫을 얼마나 갖느냐에 관심이 있다. 그래서 실제 보다 예산을 더 많이 쓰게 되는 것이다. 예산안에 (예결위원) 의원이 하고 싶은 것 들어가고, 지역사업 들어가고, 들어가서는 안 될 것이 들어가고 이런 식으로 처리되었다.

또 심의 기간이 짧다. 정부 사업 프로젝트가 많고 이를 전반적으로 소화하는데도 기간이 필요한데 실제로 (심의) 기간이 짧다. 또 내용도 사업을 관장하는 사람이 아니면 알 수 없을 정도로 복잡하다. 그래서 대번에 누가 봐도 쉽게 알 수 있는 것만 논쟁이 된다. 정부가 일부러 말도 안 되는 사업들을 끼워놓기도 한다. 의원들에게 그런 예산들을 삭감해주는 척 하면서 정부가 정말 챙기고 싶은 사업을 지키기 위해서다. 그래서 2,3년 전에 추진하다 안된 것도 정부가 제목만 바꾸어서 또 내놓고 하는 일도 발생한다. 이래도 이것에 대한 심의가 없다. 내용의 방대함에 비해 심의 기간이 짧다.

정부는 자료 제출 안 하려고 하는 것을 자랑으로 생각한다. 오히려 이것을 잘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예산 심의 기간인 두 달만 넘어가면 된다고 생각한다. 그러니 거짓말이 대번에 나온다. 부실한 자료제출이 이루어지고 자료에는 거짓말이 횡행한다.

예산은 사업의 뒷면인데 현장하고 맞지 않는 것이 많다. 좋게 이야기하면 '탁상행정'이다. 그러나 실제로 현장에 가서 보면 탁상행정도 아니다. 전혀 현장과 맞지 않는다. (관료들이) 맞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도 예산안에 올린다. 이런 게 감사원 감사와 연결되도록 해야 하는데 심의 기간이 짧아 연계가 안 된다. 감사원도 적극적이지 않다.

예산심의가 결산이나 감사원 감사와 연결되지 않아 부실하다. 국정감사에서 지적된 예산안 삭감 내용이 예산안에 반영 돼야 하는데 대부분 의원들이 자기 (상임위) 분야에서만 국감을 한다. 그러다 보니 예결위와 국감이 잘 조정 안 된다. 예결위를 특별위원회 형태로 둬서는 불가능하다.

운영문제를 보면 야당은 정치공세의 장으로 이용한다. 50명의 의원들이 모이고 언론이 집중한다. 정치공세의 장으로 기가 막히게 좋다. 반면 여당은 행정부를 감싸는 장으로 안다. 더 나쁘다. 국회의원으로서 (대정부 견제라는) 기능을 안 하는 것이다. 정부의 말이면 무조건 옳다는 식이다. 국회와 행정부의 관계가 아니라 행정부의 대리인과 행정부를 공격하는 사람이 싸우는 장소가 되었다. 의회가 국민을 대신해 행정부를 감시하라는 건데 구조적으로 이렇게 운영되어왔다.

예산결산위원회가 상임위의 결정도 부정할 수 있는데 사실은 거기서 많은 삭감이 이루어 진다. 증액은 상임위의 동의가 필요하다. 각 지역구별로 여러 로비가 들어온다. 모든 정당에서는 이것을 활용하려 한다. 예결위가 싸움장으로 변한다. 싸움하다 보면 연말이다. 예결위에 너무 많은 부담은 안 된다.

예결위를 상임위로 바꾸자. 이렇게 하면 예산 심의의 규모를 분산시킨다. 예결위에서는 예산 총액과 기능별 할당액, 부처별 할당액만 정한다. 나머지는 할당액 범위 내에서 각 상임위에서 예산심의 해라. 사업 우선 순위를 정하라고 하면 된다.

그리고 예결위 인원을 줄이자. 절반의 인원으로 해서 전문가만 들어가자. 큰 것만 점검하면 되니까. 국민에 영향을 주는 큰 사업만, 중장기적 재정 문제만 심의하자. 의원들이 와서 힘도 못쓰고 지역구 챙기는 것도 불가능하게 하자.

심의 기간도 두 달로 하지 말고 정부 기획예산처에서 심의하는 것과 똑같이 하자. 상임위로 바꾸면서 5월말까지 각 행정 부처가 예산안 신청 자료를 내면 국회도 같은 자료를 받아 그때부터 같이 심의하자. 거기서 결정 나면 국회 본회의에 넘기자. 그러면 자연스레 심의 기간도 늘어난다. 부실한 자료제출 안될 것이고, 현장과 다르면 들통나고, 거짓말도 못하게 하자.

그러면 정치공세도 해봐야 효과가 없다. 예결위 규모가 작고 큰 정책의 흐름만 가지고 토론하기 때문에 정치공세가 잘 안 된다. 지금보다 휠씬 낫다. 의원들도 각 상임위원회에서 심의하고 국정감사 하고 거기서 얻은 지식으로 자기가 취급하고 있는 사업의 우선 순위를 정할 것이다. 이것에 따라 예산을 배정하면 된다. 의원들이 활동하기도 좋고 정부 각 부처에서도 예결위에 와서 모르는 사람에게 사업 설명하는 것보다 더 낫다. 예결위원에게 얘기해봤자 몇 명만 빼고 못 알아 듣는 사람이 많다. 지금 상태로는 각 정부 부처에서 일하기도 힘들다. 각 상임위에서 예산심의를 하도록 하자. 그러면 상임위가 책임을 지게 돼 예산 심의도 잘 되고 결산 심사도 잘 된다. 그리고 정치인이니 정치적 고려를 안 할 수 없지만 최대한 하지 않으려고 노력해야 한다. 그런 정치적 고려들을 예산안에 그냥 반영하면 나라가 잘 되겠느냐. 분야별로 최대한 합리적인 결정을 하려고 노력해야 한다. 지금 재정이 엉망진창이다. 그걸 들여다보고 있으면 겁이 덜컥 난다. 지금 이것을 단절하자. 이강래 "전문가가 예산심의 독점도 폐해…상임위 예비심사를 엄격하게"







=이곳에 오는 도중에 작년 8월에 나온 재정개혁방안에 관한 연구보고서를 봤다. 좋은 내용이 많더라. 예결위를 상임위로 바꾸자는 주장이 있더라. 이는 장기적으로 맞지만 준비할 것이 많다. 많은 과제가 남아 있다.

이한구 의원은 지난 16대 때 전국구 의원이었기 때문에 잘 모를 수 있다고 생각한다. 나는 지역구 의원이었다. 예결위를 매년 새로 구성하고 50명으로 하는 이유가 있다. 수요 때문에 그렇다. 예결위를 해보고 싶은 국회의원들의 수요가 있다. 지역구 의원에게는 특히 그렇다. 50명씩 4년 하면 200명 정도다. 지역구 출신은 대부분 할 수 있다. 농촌은 수요가 더 크다. 이런 현실을 무시할 수 없다. 전체적인 합리성만 가지고 하자는 것은 안 된다. 특위를 50명씩 하는 이유는 이런 것이다. 국회의원은 전문가집단이 아니다. 재정전문가를 공채하는 것이 아니다. 그러니 각 당에서 이런 전문성을 띤 사람을 예결위에 배치해야 한다. 이번에 한나라 당에는 재정학자 출신 당선자가 있다. 국회를 위해 좋은 일이다. 그러나 그 몇 사람들이 나라 예산을 주물러서는 안 된다. 이는 오히려 전문성 부족보다 더 심각할 수 있다. 몇몇 전문가가 예산심의를 독점하는 폐해를 가져와선 안 된다. 상임위의 예비심사제도가 잘 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더더욱 그렇다.

예결위를 상임위로 바꿔도 한나라당 안에서부터 반발이 있을 것이다. 다른 상임위는 껍데기가 되기 때문이다. 예결위를 해보고 싶은 욕구를 가진 사람 입장에서 보면 예결위를 20명으로 만들어서 2년씩 전문가가 하게 하면 각 상임위 별로 불만이 많을 것이다. (예결위를) 상임위로 바꾸면 소관부처를 기획예산처, 감사원, 재경부의 결산 부분만 하겠다고 해놓았지만 예산 심의는 이들 부처만 대상으로 할 수는 없다. 예결위가 예산심의를 하다 부르면 각 정부 부처가 가지 않을 방법이 없다. 예결위가 예산 전체를 주무르기 때문이다. 예결위의 권한을 더 집중화함으로써 생기는 폐단이 있을 것이다.

국회법 128조 2항을 보면 결산 자료 제출요구는 5월말까지 할 수 있게 되어 있다. 결산을 바꾸어야 한다. 지금은 결산이 형식화되어 있다. 그래서 회계감사권의 이관 문제도 나오는 것이다.

6,7월 정기 국회 전에 예결위에서 결산문제를 매듭지을 수 있다. 졸속으로 흐르는 것을 막는 것이다. 국회내의 예산정책처가 생겨서 한나라당이 예산안 문제를 상의하자고 한다고 하는데 예산정책처가 야당 기관이냐. 국회의원의 전문성 부족을 보완할 필요는 있다. 그러나 이런 식이면 예산정책처가 야당 기관이 될 가능성이 크다. 국회의원에게 전문성을 요구하는 것은 무리다. 제도로 보완해야 한다.

상임위 예비심사제도를 활성화하기 위한 좋은 기회다. 올해부터 정부의 예산 편성을 탑-다운(top-down) 방식으로 하기로 했다. 올해 처음 시행하는 것이므로 정착에는 시간이 걸릴 것이다. 여기에 맞춰 각 상임위에서 예산에 대한 실질적 결정권을 갖고 있어야 한다. 상임위의 예산안 예비심사제도를 실질화해야 한다.

지금 또 하나의 문제는 헌법 구조이다. 정부의 예산안 제출 기한 등이 헌법에 규정돼 있다. 심의는 두 달 동안 해야 한다. 그 기간 동안 복잡한 정책질의 하지 말고 상임위 예비심사를 미리 해서 그것을 예결위에서 종합해서 심사하고 끝내는 것이 맞다. 탑-다운 방식이기 때문에 거기에 맞춰 예산심의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

예산 심의 과정의 정치적 성격을 배제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내 지역구가 남원-순창인데 재정자립도가 남원은 12.8% 순창은 11.3%다. 재정자립도가 이렇다 보니 나머지는 중앙정부에 의존한다. 지역 입장에서는 몇 억이라도 더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걸 지역 의원에 기대하고 있다. 지방자치단체가 중앙정부에서 얻어오는 것은 한계가 있다. 지역구 국회의원이 해주어야 한다. 그런 수요는 합리성이라는 측면에서 무시할 수 없다. 예결위를 전문가 중심으로 운영한다는 것도 적절치 않다. 국회의원 모두가 참여할 수 있는 방식이 돼야 한다. 소수 전문가로 예결위를 채우자는 것은 위험하다. 이강래 "헌법에 예결위 활동기한 명시…예결위 상임위화(化)는 불가능"

이한구 "예결위가 상임위 아닌 나라가 있나…예결위 상임위화(化) 지금이 적기"







=이강래 의원도 아까 장기적으로는 상임위로 바꾸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그럼 언제가 상임위로 바꾸기 위한 적절한 시기인가.



=미국처럼 예산안이 법률 형식을 띠어야 한다. 법률안 제출권은 의회에 있고 예산심의는 법률안 심의와 동시에 이루어 진다. 이런 제도적 정비가 있을 때 가능한 일이다.



=구체적으로 어떤 조건을 바꾸자는 이야기인가. 헌법을 바꾸면 하겠다는 이야기인가. 예결위를 상임위로 만드는 것이 헌법 사항이라고 한다면 할 말이 없다. 나는 정부의 예산 편성 방법이 탑-다운 방식으로 바뀌었기 때문에 거기에 맞춰 예결위를 상임위로 만드는 것이 지금이 적기라고 본다.

이제부터는 기획예산처가 예전과 달리 개별사업을 따지지 않고 분야, 기능, 지역별로 부처별 할당을 한다. 행정부 편성과 같은 접근방식으로 예산 심의도 그렇게 하자는 것이다. 각 부처의 사업 우선 순위를 행정부 내에서 조정할 때 나름의 가치관과 기준이 있을 것이다. 국회가 그 기준에 비춰봐서 맞는지 아닌지를 보면 된다. 각 부처가 자율에 따라 예산 할당량을 받아내면 각 부처가 받은 할당량 내에서 사업 운선 순위에 대해 상임위가 심의하게 하자는 것이다. 정부가 탑 다운 방식으로 하겠다니까 예산심의도 그렇게 하자는 것이다.

또 지역 수요를 고려하는 문제는 별개 문제다. 그게 지역별로는 일리가 있겠지만 국가 전체 차원에서는 낭비 요인인 경우가 많다. 물론 지역 수요를 전부 부정은 못한다. 국회 각 부처 상임위에서도 지역 수요를 고려할 것이다. 예산결산 상임위원회의 예산 심의 때도 그 기준이 들어가지 안을 수 없다. 하지만 객관적인 기준을 정해 처리해야지 개별의원의 활동을 봐주자고 하면 예산문제 해결은 불가능하다.

지역구 의원의 수요는 있다. 그래서 분산 시키자는 것이다. 예산의 큰 윤곽에 대해 지역구 의원들은 관심 없다. 각 상임위에서 전략적으로 기획하면 의견을 반영할 기회가 많다. 예결위에는 재정 전문가, (지역이 아닌) 나라 전체를 보는 시각을 가진 사람들이 들어와야 한다. 그 사람들이 개별사업을 터치하지 못한다. 전체 예산 규모, 부처별, 기능별, 정치 사회 문화,때로는 낙후된 지역의 개발 등 공평성의 관점에서 국가의 기능을 추구해야 한다. 상임위 예비심사는 이강래 의원이 지적한대로 휠씬 더 개선해야 한다. 개선을 안 하려는 것이 아니다.

미디어다음

=이한구 의원 말대로 상임위가 된 예결위가 예산의 윤곽을 잡는 역할만 한다면 예결위를 하려는 지역구 의원들의 수요는 줄어들 것 같다. 아까 이강래 의원이 지적한 문제는 해결될 것 같은데 어떻게 생각하는가.



=예결위가 상임위 활동을 규율한다. 예결위를 특위로 만들어 놓은 것은 16개 상임위 위에 있도록 한 것이다. 예결위를 다른 상임위와 나란히 병렬적으로 놓아서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현재 상임위 예비심사는 형식적이고 실효성이 없다. 예산에 대해 실질적으로 따질 수 있는 것이 없다. 예결위에서 예비심사 결과를 참고 안 하기 때문에 결정권이 없다. 결정권이 없으니 기획예산처로부터 의미 있는 답을 얻을 수가 없다. 그래서 결국 예결위에서 증액하고 끼워 넣고 지역의 민원 해결 창구로 쓰는 것이다.

예산안이 총액으로 주어지면 이를 구체적 사업에 어떻게 배정하느냐 하는 것은 각 부처가 담당하게 된다. 국회도 하나 하나 사업을 따지면서 예산을 심의할 수 있는 계기가 된다. 특위냐 상임위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다. 상임위 활동을 통해 예산심의를 실질적으로 강화하는 것이 중요하다. 예결위를 상임위로 바꾸기 어려운 것은 헌법에도 명시되어 있다. 헌법에 예산안 제출 시기와 활동기간이 정해져 있다. 활동 기간이 한정돼 있는데 예결위를 상임위로 만들 필요가 없다. 지금 특위 상태에서도 조기결산 할 수 있도록 되어 있다. 두 달동안 예결위를 하면 상임위 예비 심사에서 걸러진 것을 가지고 하는 것이기 때문에 특위냐 상임위냐, 형식의 문제가 아니라 상임위를 어떻게 실질화할 것이냐 하는 운영의 문제다.



=탑-다운 방식에서는 각 부처가 기획예산처에 신청하면 기획예산처가 어느 정도까지 해도 된다고 각 부처에 큰 틀을 결정을 해준다. 그것을 가지고 각 정부 부처가 국회 상임위에 가서 이렇게 되었으니 부처별 예산의 우선 순위를 논의해보자는 것이다. 그런데 상임위에서 결정할 수 있으니 예비 심사하겠다고 나오겠나. 예결위가 특위로 있는 한 특위로 오면 상임위에서 한 게 다 도로아미타불이 된다. 예결위를 상임위로 만들어야 각 상임위도 예비 심사를 제대로 할 수 있다. 선진국이라면 모두 다 이렇게 예결위를 상임위로 해놓았다. 선진국 중에 안 하는 곳을 알면 이강래 의원이 한 번 말해보라.



=나라마다 다 상황이 다르기 때문에 외국과 그대로 비교해서는 안 된다. 상임위와 특위의 차이는 실제 운영의 차이이지 제도의 차이는 없다. 사실 현재로도 예산결산위원회가 상설화 돼 있어서 일년 내내 할 수 있다.



=말만 그렇지 다른 상임위와 겸임하도록 돼 있는데 그게 가능한가.

이강래 "예결위 상설화엔 야당의 정치적 목적…정치공세 1년내내 하겠다는 뜻"

이한구 "행정부의 방만한 예산 집행 막아야…예산주권 국회에 돌려줘야"







=예결위를 상임위로 만들어 봤자 위원회 임기 차이 외에 달라질 것이 없다. 정부의 사업 계획이 5월말까지 만들어지고 예산 배정이 끝난다. 정부의 예산편성 과정 중에 점검할 수 있다. 따라서 국회 운영이 개선되어야 한다. 예결위를 상임위로 만든다고 달라질 것이 없다. 결국은 예결위원 수를 줄여서 몇몇 전문가들이 독식하겠다는 것이다. 독식하면 안 된다.

솔직히 예결위를 상설화하자는 주장에는 정치적 목적이 있다. 일년 내내 소수 전문가들이 국회를 장악하자는 목표가 있다. 예산심의가 야당의 무대가 될 건 뻔하다. 이것을 상설화해 자신의 확실한 무대로 만들자는 것이다. 정치공세, 폭로 공세를 일년 내내 하겠다는 것 아닌가. 지금의 문제는 예결위의 형식 문제가 아니라 운영의 문제이다. 예산 심의 과정에서 제일 취약한 부분이 상임위 역할이다. 정부의 탑-다운 방식 예산 편성에 맞춰 각 상임위의 예비심사를 내실화하면 된다.

미디어다음

=이강래 의원 지적대로 지난해 예결위에서 야당은 특검 공세로 일관했다. 추후 근거 없는 것으로 드러난 폭로가 많았다. 여당으로서는 당연히 우려할 수 있는 부분이다. 예결위를 상임위로 만들 때 그 같은 우려를 해소할 수 있는 방안이 있나.



=그런 논리라면 야당이 모든 상임위에서 할 수 있다. 지금까지 예결특위에서 정치공세를 하는 이유는 특위가 의원 50명의 거대한 집단이기 때문이었다. 예결위를 다른 상임위처럼 크기를 줄이면 이러한 점을 막을 수 있다.



=그렇지 않다. 예결위를 상임위로 바꾸면 항상 언론이 주목할 것이다. TV카메라가 항시 대기할 것이다.



=예산결산 특위도 상설화 돼 있는데 왜 이 모양인가. 겸임 제도 때문이다. 국회의원은 정신이 없다. 지금까지 예결위 정원이 모아지지 않아 예산 심의가 부실화된 적이 많았다. 상임위에서 예비심사하는 것이 의미를 갖도록 하려면 여기서 결정된 것이 예결위에서 거부되지 않아야 하는데 특위 시스템에서는 상임위에서 예비심사를 해도 거부당한다. 예결위에서 조정하다 보면 상임위 심사 내용이 잘려나간다. 예결위 심의 과정에서 이상한 세력이 개입해서 실세가 재미 보고 지역구 이익에 따라간다.

정치논리를 어떻게 반영할 것이냐 하는 게 큰 고민이다. 지난 해 예결위위원장 자리다툼도 정치적인 논리에 따른 것이다. 정치논리를 어떻게 반영할 것이냐. 하나는 국정을 운영하는 이념이 있다. 여야의 차이, 지역에 따른 차이가 있을 수 있다. 지역을 어떻게 배려 할 것이냐, 이념을 어떻게 구현할 것이냐에서 여야가 다를 수밖에 없다.

이런 부분은 상임위화된 예결위에서 다루자. 예결위가 정한 범위 내에서 지역사업 챙기고 하는 정치 논리가 있을 수 있다. 의원들이 자신들의 지역구의 중요한 사업이 무엇이며 이를 실현하기 위해 적절한 상임위가 어디인지를 선택해야 한다. 그 상임위에서 관계된 사람들을 설득해서 자기 지역의 사업이 성사되도록 노력해야 한다. 지금처럼 지역 사업을 시장 같은 곳에서 팔고 사는 식으로 해선 안 된다. 국회의원을 정상인처럼 살게 만들자. 내가 예결위를 여러 차례 했는데 지금 같은 식으로 예결위를 오래 하면 사람 미친다.



=이한구 의원께서 예결위 성원이 안 되서 심의가 잘 안된다고 했는데 다른 상임위와 겸임하게 해서 성원이 안 되는 것이 아니다. 핵심적인 쟁점이 없을 때 사람이 없는 경우가 많다. 겸임이기 때문에 문제는 아니다. 예결위가 특위면 상임위 예비심사를 무시하고 상임위로 바꾸면 예비심사를 존중하나. 반대다. 특위는 종합 센터의 성격이 있다. 예결위를 상임위로 하면 다른 상임위와 배타적인 상임위가 될 것이다. 다른 상임위와 충돌할 수 밖에 없다.



=상임위화 된 예결위에서는 전체 예산사업의 우선 순위를 심의해서 결정만 한다. 다른 상임위와 어떤 충돌이 생긴다는 것인가.



=예결위에서 예산안의 큰 틀만 본다면 예산 심의 자체가 더 후퇴하게 될 가능성도 있다. 수박 겉 핥기로 갈 가능성이 있다. 헌법에 명시되어 있는 심의 기간 문제 때문에 특위로 운영하는 것이다. 상임위 예비심사기능을 강화하면 된다. 운영을 효율적으로 하면 된다. 정치논리는 예결위가 상임위 된다고 없어지는 게 아니다. 솔직히 정치적인 것을 배제하면 왕따가 된다. 내가 지난 해 보니 이한구 의원이 고지식할 정도로 예산의 합리성을 따져서 당에서도 왕따가 되는 걸 봤다. 물론 지나친, 말도 안 되는 정치논리는 배격해야 한다. 하지만 합리성을 극도로 내세워 정치적 고려를 전면적으로 배제할 수는 없다. 경제적 합리성으로 모든 것을 재단해서는 안 된다.

미디어다음

=이강래 의원께서 상임위 운영을 실질화하자고 했는데 사실 그 동안 상임위를 실질화하자고 해도 잘 안 되지 않았나.



=더 성실해져야지. 전반적인 태도도 바뀌어야 하고. 언론 등 밖에서 더 채찍질해야 한다. 국회가 열리지 않아도 상임위원회는 열 수 있다.



=예결위도 꼭 같이 그렇게 하자는 것이다. 하지만 그게 아무런 제도적 뒷받침 없이 잘 되나. 공부 못하는 사람이 공부 잘하는 사람 보고 '나도 노력만 하면 저 정도는 할 수 있다'고 하는 꼴이다. 하지만 문제는 공부를 열심히 안 하는 사람을 어떻게 열심히 하게 할 거냐 하는 거다. 그걸 하자고 예결위를 상임위로 만들자는 거다.

그 동안 전국구의원을 하다 이번에 처음 지역구 의원이 됐다. 나도 지역을 전혀 고려 안 할 수 없다는 건 알고 있다. 그러나 지금처럼 각 지역구 의원들이 자기 지역사업만 챙기다 보면 나라 발전이 안 된다. 지역구 의원도 전국적인 차원에서 예산을 심의해야 한다. 부실한 심의 때문에 개별 지역이나 의원의 이익 챙기기로 간다. 행정부의 방만한 예산 집행을 방치하고, 오히려 쓸데 없는 예산을 만들어 내게 하는 우를 범하고 있다. 예결위가 싸움장이 안 되게 하려면 예결위를 상임위로 돌리고 예산 주권을 국회에 돌려주자. 예산 심의권을 분산시키자. 헌법상의 심의 기간 문제는 없다. 모든 상임위 예비심사는 기간에 상관 없이 언제나 할 수 있다.
by 선대인 2008. 9. 4. 16:5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