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금: 다른 세상을 만드는 최선의 돈, 우리 이웃의 목숨을 살리는 돈


지난해 8월1일 동작대교에서 19세 소녀가 투신했다. “고시원비도 밀리고 너무 힘들다”는 문자메시지를 남긴 뒤였다. 이혼한 부모와 헤어져 혼자 살던 소녀는 고교 졸업 후 식당일을 했다. 소녀가 투신한 지 한 달여 지난 9월6일엔 여의도 공원에서 50대 남성이 나무에 목을 맸다. 그 자리엔 빈 소주병 하나, 그리고 유서 넉 장이 있었다. 한동안 날품을 팔지 못한 그는 유서에 자신이 죽으면 장애아들이 정부 지원을 받을 수 있을 거라고 적었다. 그로부터 엿새째 되던 날 창원 마창대교에서 40대 남성이 난간을 붙잡고 버티던 11살짜리 아들을 떠밀었다. 곧 그도 뛰어내렸다. 아내를 위암으로 잃고, 대리운전으로 살아온 날의 끝이었다. 다시 한 달쯤 지난 10월19일 전주의 한 주택에서 30대 주부와 두 아이가 살해됐다. 남편은 집 가까운 곳에 목을 맨 채 발견됐다. 그는 2개월 전 실직했고 월세와 아이들의 학원비가 밀려 있었다.


해가 바뀌고 나흘째 되는 날 서울 하월곡동 지하방. 60대 부부가 기초생활수급비 43만원으로 생활할 수 없다며 연탄을 피워 자살했다. 그로부터 아흐레 뒤 평택 주택가 차안에서 30대 남성이 자살했다. 쌍용차 구조조정 때 희망퇴직했던 이다. 안산·거제를 전전했지만 일거리를 찾지 못했고 아내는 떠났다. 그에겐 어린 두 아이가 남았다. 그리고 지난달 29일 안양의 한 월셋방. 가스가 끊겼고 수건이 얼어붙어 있었다. 음식을 해 먹은 흔적은 없었다. 그곳에 젊은 여성의 주검이 있었다. “저 쌀이나 김치를 조금만 더 얻을 수 없을까요”라는 쪽지를 이웃집에 붙여 놓은 지 며칠 지난 뒤의 일이다. 다시 열흘이 흘러 강릉의 한 원룸. 대학생이 번개탄을 피워 놓고 죽었다. 방에는 즉석복권 여러 장과 학자금 대출 서류가 있었다.


(중략)


먹는 밥의 한 숟가락, 하루 중 단 몇 분, 번 돈과 노동의 일부라도 세상을 바꾸는 데 쓰지 않으면 죽음의 행진을 막을 수 없다. 내가 돈과 시간을 내지 못한다면 다른 사람도 못한다. 내가 그렇게 못할 사정이 있다면, 다른 사람도 사정이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내가 할 수 있다면, 다른 사람도 할 수 있다. 그래도 하지 않겠다면 죽음의 공포가 연탄가스처럼 스며드는 이 조용한 사회에서 당신은 죽을 각오로 살아가야 한다. 그렇게 해서 당신만이라도 살아남는다면 다행일 것이다.



(경향신문 2월 17일자, ‘[이대근칼럼]우리는 조용히 죽어가고 있다’ 중에서)


외환위기 전 5000명 수준이던 자살자 수가 2009년에는 1만 5413명까지 늘어났습니다. 급증하는 자살자 수는 한국사회가 얼마나 심각한 중병에 걸려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지표입니다. 인용한 칼럼에서 거론된 이웃들이 다른 선택을 할 수 있는 세상을 우리는 만들 수 없는 걸까요? 2025년경 조세재정구조개혁과 그와 연관된 사회경제적 개혁이 이뤄진 ‘다른 세상’ 대한민국이었더라면 이 분들의 삶이 어떻게 달라졌을까요? 이 분들이 그런 세상에 살아있다면 자신의 삶을 어떻게 다르게 느낄지 한 번 상상해봅시다.


19세 소녀

저는 부모님 없이 혼자 살지만 제 힘으로 어느 정도 자립할 수 있답니다. 저는 고등학교 때부터 부모님과 헤어져 살았는데, 저 같은 학생은 생활보조금으로 매월 기본적으로 약 30만원을 받습니다. 저는 부모님과 헤어져 살고 변변한 소득도 없어서 또래 친구들보다 15만원을 더 받아 매월 45만원을 받습니다. 또한 매월 30만 원 가량의 주택보조금을 지급받고 있습니다. 지금 네일아트 학원에 다니는데 정부의 청소년 직업훈련지원 혜택을 받아 월 10만원 정도의 저렴한 비용으로 학원을 다니고 있습니다. 부모님과 헤어질 때 고심을 많이 했지만 2~3년 열심히 일하고 나면 저도 얼마든지 네일아트 전문가로 독립할 수 있다는 희망에 부풀어 있어요.  


여의도 50대 남성

정부의 기초생활 수급비가 월 60만원 정도 됩니다. 또 제가 데리고 있는 장애아 두 명에 대해 한 명당 아동수당이 매월 20만원씩, 장애수당이 20만원씩 나옵니다. 그리고 제가 매월 날품을 팔아서 100만원 정도는 벌 수 있죠. 빠듯하지만 240만원으로 세 가족이 그럭저럭 생활을 꾸릴 수 있습니다. 더구나 정부가 제공하는 장애인용 공공임대주택에서 월 20만 원 정도로 살 수 있고, 아이들은 장애아를 위한 별도의 특수교육을 무료로 받을 수 있습니다. 자살요? 그런 거 생각도 안 합니다. 어려운 여건이지만, 이렇게 저와 아이들의 미래를 꾸려갈 수 있는데 그런 생각을 왜합니까?


창원 40대 남성

몇 년 전 아내가 위암에 걸려 세상을 먼저 떠나는 바람에 실의에 잠겼고, 홀로 남은 아이 걱정도 많이 했습니다. 하지만 암 치료를 하면서도 중병질환 보험료 상한선인 400만원까지만 내면 돼 가계 생활이 크게 어려워지지는 않았습니다. 아마 10여 년 전이었으면 아내 치료비만으로 억대의 돈이 들어갔을지도 모릅니다. 그랬다면 지금쯤 경제적으로 매우 고통스러운 시기를 보내고 있었겠죠. 하지만 지금은 기초생활수급비에 아이 아동수당 등으로 기본적인 생활은 할 수 있습니다. 몇 년 전까지 하던 대리운전 일을 접고 늘어난 노인요양기관에서 노인요양사로 일하며 비교적 안정적인 수입을 얻고 있습니다. 먼저 세상을 떠난 아내를 생각하며 노인 분들이 여생을 편히 보내는 것을 돕는다는 자부심으로 살고 있는 거죠.


전주의 30대 가족

저는 두 달 전 다니던 회사에서 퇴직했습니다. 다니던 회사의 경영이 어려워진 탓에 저 말고도 인력의 20% 정도가 함께 퇴직했습니다. 하지만 퇴직 6개월 전부터 회사로부터 제가 하던 일을 살려 전직할 수 있는 직장 정보를 제공해 주었고, 정부의 연계된 전직훈련 프로그램도 무료로 다닐 수 있었습니다. 또한 퇴직하더라도 6개월 동안은 취업 당시의 약 80%, 그 후 추가 12개월 동안은 60%의 생활유지수당을 받기 때문에 크게 불안한 마음은 없습니다. 오히려 새로운 미래를 향해 재충전하는 기간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이미 전직훈련 과정에서 몇 군데 관련 회사로부터 연락을 받아 아마도 6개월 이내에 재취업할 수 있을 겁니다. 공공임대주택에서 살고 있고, 아이 아동수당도 있으니 당장 생활에 큰 어려움은 없습니다. 아이는 학교에서 친환경식단으로 의무급식을 하고 피아노와 미술, 음악, 로봇교실, 태권도, 수영, 인라인, 축구, 야구 등과 같은 방과후 프로그램도 무상으로 제공하니 따로 돈 들일이 크게 없습니다. 영어와 수학의 경우 학교 교사들이 방과 후에 뒤떨어진 아이들을 위해 양질의 보충수업을 진행하고 있어서 학원에 따로 다니는 아이들은 요즘 드뭅니다. 제가 하루 빨리 새로운 직장을 찾는 일만 남아 있는 셈이지요. 힘을 내야겠어요.


60대 부부

사실 빠듯하기는 하지만 기초생활수급수당 80만원으로 어느 정도 생활할 수는 있습니다. 저렴한 공공임대주택에서 사는데다 정부의 저소득층 주거비 지원이 나오니 주거비 부담은 사실상 거의 없습니다. 줄어든 주거비 부담 덕에 모을 수 있었던 몇 천만원의 저축을 헐어 조금씩 쓰기도 합니다. 겨울 3개월 동안에는 에너지 수당이 30만원씩 별도로 나오니 난방비 부담도 크게 줄어듭니다. 저희 부부는 당뇨병과 고혈압으로 고생하고 있지만, 노인질환에 대한 의료 보장성 강화와 저희 같은 저소득 계층에 대한 의료비 지원 혜택 덕분으로 의료비도 큰 부담이 되지 않습니다. 각종 대중교통을 무료로 이용하는 것은 기본이고, 각종 국공립 문화시설도 무료로 이용하며 여가생활을 보냅니다. 가끔 거동이 불편할 때는 가사도우미를 신청해 무료로 이용할 수도 있습니다. 다만, 2018년 단행된 국민연금 개혁으로 이전에 은퇴한 노후세대만큼 국민연금을 받지 못하는 게 아쉽기는 합니다. 하지만 우리 자식세대의 부담을 덜어줄 수 있다고 생각하면 그 정도는 이해할 수 있습니다.


강릉의 대학생

저는 국립대학인 ‘한국3대학’을 등록금 한 푼 안 내고 다니고 있습니다. 이에 더해 저소득층 학생생활보조금으로 매월 30만원을 받을 수 있고, 한 학기 30만원 정도면 정부가 건립을 지원한 학교기숙사에서 지낼 수 있습니다. 등록금 부담 때문에 학생들이 막다른 선택을 하거나 학업을 중도에 포기하는 사태는 옛날 얘기가 돼버렸습니다. 당연히 등록금 부담 때문에 졸업과 동시에 신용불량자로 전락하거나 하는 학생들도 거의 사라졌고요. 대신 학생들은 과거에 비해 더 열심히 학업에 전념할 수 있게 된 것 같아요. 저는 대학을 졸업하면 우리 대학 동문들이 지역에 설립한 바이오벤처 회사에 취직할 예정입니다. 저희 대학을 졸업한 동문들이 5년 전 설립한 그 회사는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어 직원들 채용이 늘고 있거든요. 정부의 지원으로 산학연 혁신클러스터가 활발히 추진돼 저희 학교를 중심으로 많은 지역 벤처기업들이 생겨나서 활발한 경제생태계가 꾸려져 있습니다. 당연히 ‘이태백’이나 ‘청년실신’ ‘알부자족’ 같은 말은 이제 옛말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현재로서는 아득한 상상처럼 느껴질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분명히 이런 상태에 이른 나라들이 이 지구상에 존재합니다. 한국전쟁의 폐허에서 일어나 ‘한강의 기적’을 만들어온 나라가 이런 꿈을 현실로 만들 저력은 얼마든지 있습니다. 정부가 ‘특권층 프리라이더’들을 위해 국민 세금을 허튼 곳에 쓰지 않고, 세금을 제대로 걷고 제대로 쓰면 얼마든지 다른 세상을 만들 수 있습니다. 세상을 바꾸면 사람들의 삶도 달라집니다. 그것은 안타깝게 이 세상을 떠나가는 우리 이웃의 목숨을 살리는 일이기도 합니다. 우리가 함께 행복하게 살아남는 사회구조를 만들 것인가, 잘못된 구조 속에서 각기 혼자 살아남기 위해 발버둥칠 것인가, 우리에게 남겨진 선택입니다.







by 선대인 2011. 3. 9. 09:15

며칠 전 복지국가 소사이어티 소속의 학자 한 분이 프레시안과의 좌담인터뷰에서 제 주장을 왜곡하면서 논평했습니다. 생산적인 논쟁은 상대방 주장에 대한 정확한 이해가 우선돼야 한다는 점과 그 분 주장을 기사로 읽은 분들의 오해를 피하기 위해 짧게 해명합니다.

 

저는 <프리라이더>에서 올바른 조세재정구조개혁을 통해 50조원의 추가 세수를 확보하고 50조원의 낭비예산을 절감할 수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이 과제가 매우 어려운 과제이니 10년 정도에 걸쳐 단계적으로 실현하자고 주장했습니다. 사실 이론적으로는 매우 보수적인 주장이지만, 현실적으로는 상당히 이상적인 주장이라고 저 스스로도 생각합니다. 사실 10년 안에 이 같은 조세재정구조개혁을 하는 것도 근본적인 개혁세력이 나와 전력을 다해 추진해도 매우 어려운 과제라고 저는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복지국가소사이어티 학자 분은 이 같은 제 주장을 제가 10년 동안 복지는 손 놓고 있자는 주장으로 왜곡하고 있습니다. 제가 <프리라이더> 전반에서 국내 복지 인프라 취약에 대해 우려하고 저출산고령화 충격 본격화되는 2020년 이전에 전략적이고 체계적인 복지 확충 및 관련한 정책,제도 개혁 필요하다고 역설했는데 왜 그렇게 이해하시는지 의문입니다.

 

또한 그 분은 제가 부동산과 주식 등 자산 과세를 다른 선진국처럼 정상화하고 각종 부패와 비자금 조성 등을 매개로 일어나는 광범위한 탈세를 줄여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 결국 증세하자는 이야기 아니냐며 제가 국민을 속이고 있다고 주장합니다. 조세 정의를 바로세우는 과정에서 결과적으로 막대한 세수가 늘어나는 것을 두고, 그런 문제에 대한 해결은 등한시한 채 세목을 신설하거나 각종 세율을 인상해 증세하자는 증세론을 동일시하는 그 분의 단순화에 저는 동의할 수 없습니다.

 

또한 이 분은 노무현 정부 때 종부세 걷는 것도 매우 어려웠는데, 부동산 보유세를 더 걷자는 제 주장이 매우 현실성이 떨어진다고 주장. 물론 저도 어렵다는 것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노무현 정부 때 종부세는 디자인이 잘못돼 부동산 투기 대책의 일환으로 추진된 측면이 강해 이른바 세금폭탄 프레임의 빌미를 제공했습니다. 하지만 <프리라이더> 읽으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조세 재정구조개혁의 전반적 틀을 이해하고 국민적 동의와 설득을 얻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는 점을 이해하실 겁니다.

 

그런데 복지국가 소사이어티의 이 분은 부동산 보유세 더 걷는 것은 어려워 현실성이 없다면서 보편적 복지를 위해 국민에게 직접세 100조원을 더 걷는 것은 어떻게 가능하다는 것인지 의문이네요. 설사 그런 것이 가능하다고 해도 세계에서 가장 빠른 저출산고령화 충격으로 인한 생산경제 위축과 복지지출의 급증, 이미 현 정부 들어 450조원의 공공부채가 늘어난 현실 등을 고려할 때 생산경제 영역을 중심으로 100조원을 더 걷는 것이 바람직한지 의문. 더구나 그 분 주장대로라면 10년에 걸쳐서가 아니라 당장이라도 지체없이 100조원을 더 걷는 구조로 만들자는 것인데, 제 주장에 대해 현실성이 없다면서 그 같은 방안은 어떻게 가능하다는 것일까요?

 

사실 제가 <프리라이더>에서 제기하는 주장은 복지 재원 마련 차원에서 주장한 것이 아닙니다. 한국의 과세 구조와 재정지출 측면에서 근원적인 형평성이 무너져 있으며, 70년대 개발연대 때 형성된 시대착오적인 조세재정구조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으며 향후 저출산고령화 충격이 본격화된다는 점에서 근본적 개혁이 필요하다고 주장한 것. 그런 점에서 조세정의를 바로세우고 토건사업 위주의 예산 낭비를 줄이는 것은 복지 재원 마련과 별도로 반드시 추진해야 할 중요한 과제입니다.

 

예를 들어, 직접세 100조원을 거두면 선진국의 10분의 1 수준에 불과한 부동산 보유세를 안 거둬도 된다는 얘기인지, 각종 턴키담합을 통해 매년 벌어지는 엄청난 건설업체 퍼주기 관행을 개혁하지 않아도 된다는 얘기인지 의문입니다. 스웨덴이나 핀란드와 같은 대표적인 복지국가들의 국민들이 높은 세 부담을 감수하는 것은 투명한 소득 파악을 바탕으로 한 공평한 과세와 피부로 느낄 수 있을 정도의 제대로 된 재정지출 때문입니다. 그런데 이 같은 복지국가를 만들자면서 왜 올바른 조세재정구조개혁은 등한시하는지 의문입니다. 

 

복지학자인 그 분이 한국사회의 열악한 복지 현실에 가슴 아파하고 획기적인 복지 확충의 필요성을 역설하는 것은 충분히 공감하고 이해. 하지만 복지 재원 마련의 구체적 방법론에 관해 자신과 생각이 다르다는 이유로 상대방의 주장을 마음대로 재단하고 매도하는 것은 올바른 학자의 태도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그 분은 복지 분야 전문가일지는 몰라도 한국의 조세 재정 구조에 대해 얼마나 폭넓고 깊은 이해를 가지고 있는지는 의문입니다. 자신이 잘 모르지만 자신과 생각이 다르다고 해서 구체적인 논거를 제시한 주장에 대해 국민을 속이는 일이라고 매도하는 것은 올바른 학자의 태도도 아니며, 생산적인 논쟁을 하기 위한 태도도 아닙니다.

 

곁들여 한가지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언제부터 보편적 복지에 동의하고 증세를 거론하며복지를 획기적으로 늘리자고 주장할수록 선명한 진보로 여겨지는 상황이 됐는지 의문입니다. 보수, 진보를 떠나 중요한 것은 쉽게 말해 대다수의 국민들이 잘먹고 잘살수 있는 사회경제 구조를 만드는 것입니다. 그런 점에서 정책의 우선순위는 건전하고 지속가능한 경제구조를 만들어 일반 국민들이 상대적으로 저비용으로 쾌적한 삶의 질을 누릴 수 있도록 해주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부동산 거품을 빼고 양질의 일자리가 창출되는 구조를 만들고 저렴한 비용으로 양질의 교육을 골고루 받을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게 우선입니다. 그런 구조를 만드는 과정에서 복지 확충은 중요한 수단이 될 수 있지만 복지 확충만으로 그 모든 것이 가능하다는 복지만능론은 환상일 뿐 가능하지 않습니다.

 

또한 한쪽에서는 지금 당장은 복지 재원 문제에 대한 언급을 피하고 보편적 복지에 대한 비전을 제시해 국민들의 동의를 확대해나가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구체적 재원 마련 등 구체적 전략이 빠진 보편 복지 비전이 얼마나 설득력 있을까요? 정말 비전을 잘 제시하기만 하면 된다면 지난해 말부터 이른바 각종 진보매체들을 통해 보편적 복지 주장에 관해 얼마나 많은 기사들이 소개됐는데도 왜 국민들의 반응이 미온적인지 생각해봐야 합니다. 또한 그렇게 떠들어댔는데도 망국적 복지포퓰리즘을 주장하는 오세훈시장의 지지율은 오르는데 보편 복지부유세를 부르짖는 야권의 주자는 지지율에 전혀 변화가 없는지, 백지연의 끝장토론 결과 시청자 패널 다수의 동의보다는 반대가 우세했는지도 새겨봐야 할 겁니다.

 

복지국가 소사이어티의 학자분을 비롯해 복지 문제에 고민이 많은 다른 분들께 호소드리고싶습니다. 제발 다른 나라의 모델에서 출발하지 말고 국내 사회경제의 구체적 현실과 맥락에서 해법의 실마리를 찾으십시오.

 

by 선대인 2011. 3. 8. 08:13

블로그에 오랜만에 글을 씁니다. 그동안 <프리라이더> 2권 마무리하고 다른 일정들 소화하느라 너무 바빴습니다.^^; 오늘 민들레영토 인천주안역점에서 오후 세시부터 열리는 김광수경제연구소포럼 인천모임에 참석해 제가 강연합니다. 시간 되시는 분들 오시면 기쁘겠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저희 연구소 인천/부천방 공지 참고하시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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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용카드 소득공제 혜택이 일몰시한이 완료됩니다. '유리알지갑' 인생들의 분노가 뜨겁습니다. 재벌과 고소득 자영자 등 가진자들의 탈세와 부동산 등 자산경제에 대한 과세 부실, 다 압니다. 조세 정의 무너져 있는데 직장인들만 더 뜯기겠구나 생각하죠

 

신용카드 소득공제 폐지는 일몰이 닥쳤다고는 하지만 현 정부의 부자감세와 4대강사업 등에 대한 예산 탕진을 벌충하는 성격 강합니다. 탈세 방치하고 직접세인 소득세와 법인세 깎으면서 부가가치세 비중 늘리고, 소득공제 폐지하니 직장인 '' 삼는 격

 

정부는 신용카드 소득공제 폐지로 세수 증대 거론하지만 소득공제 혜택을 노린 카드사용 증가로 인한 세원 투명성 증대 효과는 고려 안하는 듯. 가뜩이나 지하경제 규모가 큰 나라에서 오히려 소득탈루 부추기는 조치 취하고도 세금 더 걷힐까요?

 

복지 위한 '증세론'부터 부르짖는 일부 야권도 신용카드 소득공제 폐지에 대한 직장인들 분노 주목하시길. 근원적 납세 불공평에 대한 평범한 시민들 불만 대단한데, 이런 현실 개혁 않고 '세금 더 내라' 하면 흔쾌히 낼 사람 얼마나 될지?

 

최후통첩 게임'이라는 게 있습니다. 1000만원의 배분권을 가진 A가 자신이 900만원 갖고 B에게 100만원 줄 경우, B 100만원의 이득이 생기는 데도 불구하고 이 같은 몫 나누기를 거부하죠. 불공평에 대한 인간의 분노는 이 만큼 강합니다

 

관련해서 최근 복지논쟁에 대해서도 한 말씀 드립니다. 요즘 복지학 전공 학자들 중심으로 복지국가에 대한 공감대 확산 위해 재원문제 등은 접어두자는 식의 주장 나옵니다. 복지국가 비전 가진 열정적 정치인이 나와서 국민 감동시켜야 한다고도 주장합니다.

 

복지국가가 재원문제와 관련 시스템의 개편 없이 꿈만 꾸면 가능한 건가요? 민주당이 내놓은 무상복지 시리즈 공약이 그림이 나빠서 국민들이 감동 안 하는 건가요? 국내의 열악한 복지 수준에 대한 이 분들의 안타까움과 조급한 마음은 이해하지만 황당하네요. 이 분들께도 국민은 봉으로 보이는 것일까요?

 

그리고 한국 사회경제의 모든 문제가 복지 부족 때문이고, 복지만 확충하면 모든 문제 해결될 듯 것처럼 주장하는 일부 정치세력/학자/시민단체의 복지 만능론 복지 환원론도 문제입니다. 복지인프라를 잘 디자인하면 경제활동에 따른 리스크를 줄여 좀더 적극적 경제활동에 나서거나 내수 확충에 도움 주는 등 선순환 구조 만들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래도 복지 전략과는 별도로 경제 발전 전략이나 공정한 경쟁구조 만들기 전략이 있어야 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제대로 된 조세/재정구조개혁에 대한 방안도 제시하지 않고 마치 재원을 얼마나 들여서라도 복지 수준을 올리면 경제도 선진국 수준이 된다는 식의 그 용감무쌍한 발상은 어디에서 나오는 것일까요?

 

이와 관련해 요즘 한겨레/경향 등은 복지국가 모델을 취재해 보여줍니다. 물론 우리보다 앞선 나라들의 모범 사례 잘 아는 것 중요하고 의미 있습니다. 그런데 조세/재정구조개혁에 대한 관심은 아주 빈약합니다. 반면 중앙일보는 세금낭비 문제를 연중 기획으로 꾸미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들은 또한 부동산 보유세 강화 등 자산경제 과세 문제와 재벌 등 탈세, 법인세 문제 등은 거론하지 않습니다.

 

저로서는 왜 일반시민 입장에서 성역 없는 보도를 하지 않는지 참 안타깝습니다. 광고 주는 재벌들 눈치 보는 신문들이야 그렇다 치고 왜 그러지 않아도 될 신문들까지 정파적, 이념적 입장에 빠져 정말 일반 시민들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은 보도하지 못할까요? 이 답답함, 저만 느끼는 것인지 궁금합니다.

 

 



<프리라이더: 대한민국 세금의 비밀편>을 출간했습니다. '유리알 지갑' 인생들이 왜 억울한지, 이 같은 현실을 어떻게 바로잡아야 할지에 관한 제 생각을 정리해봤습니다. 

by 선대인 2011. 2. 12. 11:12
서울시의 경우 기초생활수급자 등 생계급여지원 대상자가 2009년 21만720명에서 22만1852명으로 5.3% 가량 늘어났음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해당 예산은 2009년 5292억 원에서 2010년 4759억여 원으로 533억여 원 줄어들었다. 또 기초생활수급자 및 특례수급자 진료비 지원도 대상자가 2009년 22만330명에서 올해 22만9916명으로 4.4% 늘어났음에도 불구하고 해당 예산은 오히려 6439억여 원에서 6085억 원으로 354억여 원 줄어들었다.

 또 2009년 414억여 원을 투입해 실시됐던 한시생계보호 사업을 종료한 영향 등으로 긴급복지지원 예산은 지난해 1076억여 원에서 264억 원으로 813억 원 가량 줄었다. 또 노인생활시설 운영 및 지원비는 99억 원, 저소득노인 급식지원 32억 원, 노인일자리 사업지원 249억 원, 노인종합복지관 운영비 지원 23억 원, 장애인취업 통합서비스 34억 원, 아동복지시설 운영비 182억 원, 소년소녀가정 및 저소득층 아동지원 25억 원, 부랑인·노숙인 보호 및 자활지원 83억여 원, 지역치매센터 운영 130억 원, 저소득층 희귀난치성 유전질환자 지원 20억 원, 저소득층 가사·간병서비스 바우처 지원비 36.6억 원, 식품의약품 안전성검사 예산 114.8억 원 등이 줄어들었다. 저소득층과 취약층을 위한 복지 서비스가 대폭 위축된 것이다. 이들 사업들은 수천억원 단위의 토건 사업에 비해 상대적으로 매우 작은 액수지만 조금만 예산이 줄어들어도 한 푼의 지원이라도 아쉬운 저소득층 및 취약 계층에는 큰 타격을 줄 수밖에 없다.

 
by 선대인 2011. 1. 9. 09:42

어제 PD수첩 <2011예산, 문제 없나>편 보셨는지요? 제가 보기에는 좀 아쉬운 부분도 있지만 어쨌든 좋은 프로그램이었네요. 사실 국회 예산심의 과정만 조명했지만, 정부의 예산 편성 과정의 문제도 매우 심각합니다. 국회 예산심의 과정은 그나마 공개라도 되지만 정부의 예산 편성 과정은 아무런 견제를 받지 않고 낡은 관료시스템이 좌우하게 되거든요. 

 

그리고 보완설명이 돼야 하는 부분이 있는데, 지난해 예산안과 비교해 예산 부문별 증액 비교를 했던데 그렇게만 보여주면 착시현상 일으킵니다. 예를 들어, SOC예산은 경제위기 극복한답시고 2009 27% 가량 늘었던 것에 비해 상대적으로 줄인 것이어서 2008년 대비로 하면 여전히 크게 늘어 있는 상태라는 것입니다.

 

또한 정부의 부문별 예산 분류가 상당히 납득하기 힘든 부분이 많습니다. 일례로, 복지예산으로 분류된, 분양용 매매용 주택 위주의 보금자리 사업 예산은 성격상 토건예산이지 복지 예산으로 분류될 성질이 아닙니다. 또한 같은 국민주택기금에서 나오는 주택대출자금 예산은 국제적으로 복지예산으로 잡히지 않으며, 설사 그렇게 분류한다고 해도 그 이자분만큼이 실제 투입 예산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런 식으로만 약 16조원 가량이 복지 예산으로 부풀려지는 것이죠. 이명박 정부가 거의 복지국가 수준이라고 떠벌리는 것도 이런 식으로 복지를 많이 하고 있다는 것처럼 부풀리기 위한 정부의 분식회계에 기초하고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어쨌든 피디수첩 보셨으면 아시겠지만, 아직도 국내 예산안의 중심은 형님예산으로 상징되듯 개발연대 때부터 관행화된 토건개발사업들이 중심입니다. 특히 타당성도 없는 것으로 드러난 사업들을 무리하게 진행시키는 데 대해서는 형님의 힘을 느끼지 않을 수 없습니다. 더구나 그렇게 필요한 사업이라면 수십 년 동안 진행 안 되던 도로, 철도 사업이 왜 하필이면 이 정부 들어 갑자기 진행되고 있는지 형님과 그 꼬붕들은 설명을 못하더군요.

 

다만 이번에 한나라당의 폭력적 날치키 통과가 워낙 심각해서 비난의 소지가 매우 큽니다만, 과거 민주당도 토건개발예산 나눠먹기 매우 심각했습니다. 저는 그런 점에서 지금까지 토건 패러다임에 관한 한 한 번도 정권교체가 없었다고 봅니다.

 

이런 토건개발사업에는 수백억~수조원 편성하는 것을 아무렇지도 않게 생각하면서 태안 주민들의 암 진단과 치료 지원 등을 위해서는 10억여원 예산 배정도 아까워하는 거죠. 기름 유출로 엄청난 사회적 폐해 끼친 삼성물산은 쥐꼬리만한 보상으로 빠져나가고, 이 때문에 심각한 건강 피해 입은 주민들을 정부는 방치하고 있는 거죠. 피디수첩에서 태안주민들이 과메기보다 못 한 대우를 받고 있다는 말이 이 같은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줍니다. MB식 농담을 하자면 참, 불공정한 사회죠.

 

그런 점에서 예산 문제 차원뿐만 정부 시스템 개혁 차원에서도 국토해양부를 해체하거나 대규모 축소하고 산하 개발 공기업들 구조 개혁해야 합니다. 건설족 공무원들 밥그릇과 정치인들 검은 자금 원천으로서 각종 낭비성 토건사업 남발하고 온갖 대한민국 부패의 온상이 되고 있으니까요. 특히 주택정책은 공공주택청으로 독립해 보건복지부 소관으로 옮겨 지금처럼 건설업계 배 불려주는 분양용, 매매용 주택사업이 아니라 주거복지 차원에서 공공임대/전세주택을 획기적으로 늘리도록 해야 합니다. 지금은 국토부 주관으로 건설업체들 자금난 해소하면서 벌이고 있는 토건사업에 가깝죠. 사실상 토건 예산이면서도 복지예산으로 분류해 복지 예산 많은 듯 눈속임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영부인 예산에 대해서도 한마디 안 할 수 없네요. 굶주림과 아이들 비만 퇴치 위해 아이들 급식 지원 예산 여야 거의 만장일치로 45억 달러 증액 이끈 미국 미셀 오바마와 민간이 미국에서 이미 충분히 하고 있는 민간 식당사업을 국가 예산으로 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영부인 예산, 참 비교되네요. 더구나 피디수첩 취재팀 인터뷰 내용 보면 한식세계화와 관련한 구체적 계획도 없이 기본 컨셉만 있는 상태더군요. 그런 상태에서 50억원을 배정받는다. , 대단한 안주인 예산이라고 할 수 밖에 없습니다. 최소한의 염치가 있어야지요.

 

그리고 또 하나 짚어야 할 것은 예결위 상임위화와 전문화는 매우 필수 개혁과제입니다. 그렇지 않으면 지금처럼 온갖 지역구 개발사업 나눠먹기가 매년 되풀이되고 그 결과 유령공항, 차 안 다니는 도로들, 행사만 끝나면 텅 빈 운동장들이 넘쳐나게 됩니다. 예산심의 기간이 짧고 전문성 떨어진다는 이유로 예결위 상임위 전환이 10여년 전부터 해묵은 개혁과제로 제기됐는데, 아무런 제도적 변화가 없는 현실. 국민 혈세를 이렇게 겉핥기로 심의해도 되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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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PD수첩 보신 뒤 많은 분들 화난다, 답답하다, 못참겠다, 그런데 어떻게 해야 하는지 막막하다 하시더군요. 현실을 바꾸려면 먼저 현실을 정확히 알아야 합니다. 그런 점에서 조국교수님, 김두식교수님, 이계안 전 의원, 노회찬 전 의원, 최재천 변호사 등 많은 분들 추천해주셨지만 <프리라이더: 대한민국 세금의 비밀편> 자추합니다. 우리가 낸 세금이 얼마나 불공평하게 걷히고 터무니없이 특권층들을 위해 쓰이는지를 적나라하게 고발하고 '납세자혁명'을 통한 개혁을 촉구하기 위해 쓴 책이니까요. 많은 분들 성원 바랍니다.

 

by 선대인 2011. 1. 5. 09:54

최근의 의무급식 지원 논란과 새해 날치기 예산 통과 때문에 많은 분들이 분노하셨겠지만, 지금 성실한 납세자들이 내는 세금은 너무나 불공평하게 걷혀서 재벌이나 형님등 이 땅의 사회경제적 강자들 배 불리는데 터무니없이 낭비되고 있습니다. 동창회비는 내지 않는 사람들이 동창회 회장과 총무를 맡아 자신들 좋은 일에만 흥청망청 쓰고 있는 꼴입니다.

 

비근한 예로 당장 오늘 아침에 나온 "쏘나타 평생 몰면 기름값만 14천만원" 기사를 한 번 살펴보십시오. http://durl.me/4nbg7 이 평생내는 기름값 가운데 세금이 절반인 7000만원 정도에 이릅니다. 그것도 이 세금은 모두 삼성 이건희 회장과 여러분이 똑같이 내는 간접세입니다. 이런 식으로 우리가 평생 내는 세금은 평균 잡아 약 5억원에 이르게 됩니다. 이 엄청난 돈들이 한국 경제의 건전한 발전과 삶의 질 향상에 제대로 쓰이지도 못하고, 우리의 가난한 이웃들의 시름을 달래는데 제대로 쓰이지도 못합니다.

 

더구나 열심히 땀 흘려 일하고 정직하게 납세하는 사람만 이 되는 현실은 어떻습니까. 부동산과 주식 등 자산경제 규모는 7500조원, GDP로 대표되는 생산경제 규모는 1064조원에 이릅니다. 자산경제 규모가 생산경제보다 7배 크지만, 부과되는 세금은 생산경제 쪽이 4배 이상 많습니다. 근로소득에 불로소득보다 30배 이상 과중한 세금을 매기는 셈입니다.

 

삼성 이건희 회장은 특검에서 밝혀진 것만 45000억원의 비자금을 조성했지만 세금 한 푼 안 냈고, 한화 태광 등 비자금 통한 탈세 소식은 계속 불거집니다. 부동산, 주식에서 수천 수억원 양도차익을 얻은 사람들도 양도차익에 대한 세금 한 푼 안 내는데, 연봉 수천만원인 근로소득자는 연간 수백만원의 세금을 원천징수당합니다.

 

간이과세제를 배경으로 세금계산서 없는 거래를 통해 자영자들의 탈세도 매우 심각합니다. 건강보험의 직장 가입자는 고소득자가 많지만, 지역가입자중 고소득자는 멸종위기종으로 보일 정도로 탈세가 만연해 있습니다. 더구나 부패와 각종 비자금의 온상 건설업계에서는 매년 10~20조원씩 비자금이 조성돼 수조원의 탈세가 횡행하고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 이명박 정부는 감세정책으로 오히려 전속력으로 역주행하고 있습니다. 아래 도표들을 한 번 보십시오.

 

1. 국세 수입의 3대 축 가운데 법인세, 소득세수는 주는데 모든 국민이 소득수준 상관 없이 내는 세금인 부가가치세는 계속 증가하고 있습니다.

 

 

2. 서민경제 지원을 위한 세제 개편안'이라고 떠벌렸던 감세정책 이후 고소득층과 저소득층의 경상조세 부담 추이를 나타내고 있습니다. 저소득층 세금 부담을 늘리면서 서민경제를 지원한다는 것이 말이 됩니까?

 

 

 

 

이처럼 정직하고 성실한 납세자들만 ''이 되는 현실, 언제까지 지켜봐야 하나요? 왜 정치권에서는 여야를 떠나 이 근원적인 불평등과 부조리에 대해 제대로 언급하지 않을까요? 진정으로 한국사회 근본적 개혁을 위해서는 이제 한국 사회가 이 문제를 정면으로 제기하고 개혁에 나서야 합니다.

 

집값, 사교육비, 보육비, 고물가 등의 민생고 해결하기 위한 건전한 경제구조 만들고 저출산고령화 충격에 따른 생산경제 위축과 복지부담 증가에 전략적으로 대비해야 합니다. 하지만 박근혜식 복지론이든 '보편적 복지국가론'이든 말로는 뭘 못합니까?

 

근원적인 과세구조 불평등에 대한 개혁과 토건사업 등 낭비성 예산사업에 대한 구조개혁 방안 없이 말로만 떠드는 '복지국가'는 가능하지 않습니다. 책임 있는 정치세력이라면 여야 떠나 이 문제 심각히 다뤄야 합니다. 더구나 올해부터 저출산 고령화 충격이 본격화되는 시기라고 할 수 있습니다. 결코 우리에게 남은 시간이 많지 않습니다

 

그런 점에서 우리가 초등학교 아이들 친환경 식단으로 밥 먹이는 정도의 문제를 가지고 티격태격하거나 감세정책의 세율 일부를 가지고 노닥거릴 만큼 한가하지 않습니다. 더구나 생산경제 위축과 복지부담 증가라는 ‘이중의 충격’을 불러올 저출산 고령화 충격이 본격화되는 시대를 앞두고 근본적인 조세구조개혁과 세출 구조조정은 절실히 필요합니다.

 

그렇다고 기존 정부와 정치권이 이 문제에 대해 충분히 잘 대응할 것으로 보기는 어렵습니다. 정부와 정치권이 움직이지 않는다면 이런 구조개혁을 요구하는 납세자들의 목소리를 모아 ‘납세자 혁명’을 일으켜야 합니다. 실제로 최근의 의무급식 지원 논란과 예산안 날치기 과정 에서 많은 유권자들이 우리의 세금이 어떻게 걷혀 어떻게 쓰이는가에 대해 상당한 문제의식을 갖기 시작했다고 봅니다.

 

그런 점에서 2011년은 한국에서 진정한 납세자 혁명이 시작되는 원년으로 기록될 잠재력이 큰 한 해로 보입니다. 한국 경제의 건전한 발전과 삶의 질 향상을 도모하면서도 미래세대에 막대한 빚 부담을 남기지 않기 위해 많은 이들이 납세자혁명에 나서주길 간절히 기대합니다. 그 같은 납세자혁명을 일으키는 데 많은 분들의 동참을 부탁드립니다. 새해 많은 분들의 건승과 행복을 기원합니다. 감사합니다.  

 

 

 

제가 지난해 <위험한 경제학> 출간 이후 1년여만에 <프리라이더: 대한민국 세금의 비밀편>을 출간했습니다. 세금이라는 동창회비를 잘 내지도 않는 사람들이 동창회장과 총무를 맡아 자기들 멋대로 돈을 쓰는 행태를 비판한 책입니다. 두 권으로 나눠 내는 책의 첫 번째 책입니다. 특히 최근 의무급식 지원 논란과 예산안 날치기 통과 과정에서 '내가 낸 세금 제대로 쓰이고 있나?'라는 의구심이 드시는 분들께서는 꼭 한 번 읽어보시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by 선대인 2011. 1. 4. 10:01

 

최근 정치권에 ‘복지 논쟁’ 이 뜨겁다. 이른바 일부 진보세력들이 일찌감치 ‘보편적 복지론’을 주장해온 가운데 유력한 대선주자인 박근혜 한나라당 의원이 사회보장기본법 개정안 공청회를 열면서 ‘박근혜발 복지논쟁’을 불러온 것이다. 최근 의무급식 지원 문제에 대해 ‘망국적 복지 포퓰리즘’이라고 부르짖은 오세훈 서울시장이나 여당의 내년 예산안 날치기 통과 과정에서 각종 서민예산이 누락된 것도 정치권과 일반인들의 복지 문제에 관한 관심을 높이고 있다. 


이처럼 정치권에서 ‘복지’ 담론이 쏟아지는 상황은 그동안 '개발'만을 떠들어온 데 비하면 상당한 시대 변화를 반영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고 마냥 환영할 수만 없는 찜찜함이 남는다. 구체적 재원 마련에 대한 진지한 고민 없이 말만 너무 앞서간다는 느낌을 받기 때문이다.


알다시피 외환위기 이후 부동산 가격 폭등과 사교육비 급증, 만성적인 취업난과 고용불안, 내수 침체, 상위 10%만 잘 사는 승자독식구조 등으로 일반 가계가 느끼는 민생고는 극심해졌다. 이런 상황에서 가계가 느끼는 극심한 불안과 불만을 달래기 위해 '개발' 대신 '복지' 담론이 등장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현재의 민생고 문제는 복지를 강화한다고 해결될 문제는 아니다. 집값을 낮추고 사교육비를 줄이고 일자리를 늘리며 공정한 경쟁규칙 아래 독과점 폐해 없이 일반 생활인들이 잘 살 수 있는 건전한 사회경제구조를 만드는 게 더 중요하고 근본적 해법이다.


물론 건전하고 지속가능한 사회경제구조를 만드는 과정에서 다른 OECD 국가들에 비해 열악하기 짝이 없는 사회안전망과 복지 인프라를 확충하는 작업 또한 필수 과제다. 선제적으로 이 같은 예방적 복지 인프라를 구축하지 않으면 향후 복지지출 비용은 훨씬 더 커질 수 있다. 특히 저출산 고령화 충격이 본격화하기 전에 전략적으로 복지 인프라를 구축해가는 작업을 서둘러야 한다. 최근 발표된 통계청 인구주택총조사 잠정결과를 보면 인구증가율이 통계청 추계치보다 더 빨리 줄고 있는 등 인구충격이 현실에서는 더욱 가속화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에게 남은 시간적 여유가 많지 않은 것이다.  


하지만 복지 확충 과정에서 고려해야 할 중요한 것이 재원 문제와 복지 인프라 확충의 방법론이다. 그런데 정치권에서는 복지 재원 확충 문제에 대해서는 거론하지 않고 있거나 부유세 등 새로운 세목을 신설해 증설하면 되는 것으로 주장하고 있다. 어떤 식이든 복지 재원 문제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이 없는 한 그것은 공허하거나 재정 악화 등 심각한 문제를 낳을 수밖에 없다. 더구나 안타깝게도 현 정권은 자신들 생색내는데 이미 수백조원의 공공부채를 끌어써버려 향후 재정이 급속히 악화할 가능성이 매우 큰 상태다. 따라서 가급적 향후 재정적자 증가와 생산경제 위축을 최소화하면서도 복지 인프라를 선제적으로 구축하기 위한 세입세출 구조개혁이 필요하다.


그러면 어떻게 할 것인가. 이 같은 방안에 대해 이 글에서 모두 소개하기는 어렵다. (좀 더 구체적인 내용을 알고 싶은 이들은 필자가 최근 출간한 <프리라이더: 대한민국 세금의 비밀편>을 참고해 보기 바란다.) 다만, 개략적인 구상만 설명해 보자면, 개발연대 때 구축된 시대착오적인 조세구조와 재정지출구조를 개혁한다면 양쪽에서 50조원씩, 약 100조원의 추가 재정 여력을 중장기적으로 확보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른바 50/50전략이다.


우선, 부동산 등 자산경제에 대해 제대로 세금을 부과하고 탈루소득을 잡아내면 근로 직장인들의 세금을 더 늘리지 않고도 50조원의 세수는 추가로 확보할 수 있다. 1970년대 개발연대에 기본 틀이 짜인 현행 세제는 수십년이 지났지만 기본 틀은 그대로다. 7500조원으로 평가되는 자산경제 규모가 국내총생산으로 대표되는 생산경제보다 7배나 커졌지만, 이에 대한 과세 규모는 전체 조세 수입의 17.8%에 불과하다. 주식과 부동산 등 자산경제에서 생겨난 자본이득 등 사실상 불로소득에 비해 생산경제에서 발생하는 근로소득에 30배 가까운 세 부담을 지우고 있는 것이다.


더구나 이건희 삼성 회장 일가를 비롯해 씨제이그룹, 한화그룹, 태광그룹, 신한지주, 씨앤우방 등의 검찰 수사 과정에서 막대한 비자금과 탈세 사실이 드러났다. 세금계산서를 주고받지 않아도 되는 간이과세제를 배경으로 한 개인사업자들의 탈세 또한 만연해 있다. 생산경제 부문에서 성실하고 정직하게 세금 내는 가계와 사업자들만 억울한 상황이다.


이런 상태에서 급속한 인구감소와 고령화에 따라 향후 경제 활력은 떨어지고 사회복지 수요는 급증하게 된다. 따라서 경제활동을 위축시키지 않으면서도 급증하는 사회복지 수요에 전략적으로 대비하는 근본적인 세수구조 개혁을 단행해야 한다. 그 기본 작업이 자산경제 부문에 대한 세 부담을 늘리고 투명한 소득 파악과 탈세에 대한 엄격한 처벌을 통해 근원적인 세 부담의 형평성을 확보하는 것임은 말할 나위도 없다.


이처럼 주로 불로소득에 가까운 자산경제 부문에서 세금을 걷게 됨으로써 지금처럼 부동산이 아닌 생산경제로 돈이 몰리도록 해 경제의 활력을 높일 수 있다. 또한 비자금과 탈세로 빠져나가던 돈들을 세수로 확보함으로써 경제의 투명성과 효율성, 조세 형평성을 동시에 올릴 수 있다. 충분한 세수를 확보하면서도 오히려 생산적이고 건전한 경제활동을 자극하는 방안이다. 


이 같은 조세 구조개혁과 더불어 무분별한 토목사업 등 세출 구조조정을 제대로 단행하고 시대적 소명을 다한 정부부처와 공공기관들의 사업을 정리하는 등의 방법으로 매년 50조원 정도의 낭비성 지출을 추가로 줄일 수 있다. 엉뚱하게 소수 건설업계와 재벌 기업들을 배불리며 시대적 소명을 다한 정책사업들을 지탱하고 관료들의 밥그릇을 키웠던 지출을 줄이는 것이다.


이렇게 확보한 재정을 납세자의 삶의 질을 끌어올리면서 지식정보화 시대, 창의경제 시대에 부응하는 재정사업들에 쓸 수 있다.


예를 들면, 추가로 확보한 재정 100조원 가운데 연간 5조원의 예산만 추가로 쓰면 한국의 교육을 확 바꿀 수 있다. 초중고뿐만 아니라 대학과정까지 국공립에 자녀가 입학할 경우 등록금 한 푼 안내고 다닐 수 있도록 할 수 있다. 10조~15조원 정도면 지금보다 공교육 인프라를 더욱 확충해 북유럽식 전면 의무교육도 얼마든지 실시할 수 있다. 그렇게 하면 사교육비 부담도 대폭 줄일 수 있고 세계 최고 수준의 대학 등록금 부담에 허리가 휘던 가계 부담도 크게 줄일 수 있다. 물론 5조~15조원은 매우 큰돈이지만 이 나라의 미래가 미래세대의 교육에 달려 있다고 생각한다면 우리가 이 정도 투자를 할 재정적 여력은 얼마든지 마련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우리가 초등학교 아이들 친환경 식단으로 밥 먹이는 정도의 문제를 가지고 티격태격하거나 감세정책의 세율 일부를 가지고 노닥거릴 만큼 한가하지 않다. 더구나 생산경제 위축과 복지부담 증가라는 ‘이중의 충격’을 불러올 저출산 고령화 충격이 본격화되는 시대를 앞두고 근본적인 조세구조개혁과 세출 구조조정은 절실히 필요하다.


그렇다고 기존 정부와 정치권이 이 문제에 대해 충분히 잘 대응할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 정부와 정치권이 움직이지 않는다면 이런 구조개혁을 요구하는 납세자들의 목소리를 모아 ‘납세자 혁명’을 일으켜야 한다. 실제로 최근의 의무급식 지원 논란과 예산안 날치기 과정 에서 많은 유권자들이 우리의 세금이 어떻게 걷혀 어떻게 쓰이는가에 대해 상당한 문제의식을 갖기 시작했다. 그런 점에서 2011년은 한국에서 진정한 납세자 혁명이 시작되는 원년으로 기록될 잠재력이 큰 한 해로 보인다. 한국 경제의 건전한 발전과 삶의 질 향상을 도모하면서도 미래세대에 막대한 빚 부담을 남기지 않기 위해 많은 이들이 납세자혁명에 나서주길 간절히 기대한다.




제가 지난해 <위험한 경제학> 출간 이후 1년여만에 <프리라이더: 대한민국 세금의 비밀편>을 출간했습니다. 세금이라는 동창회비를 잘 내지도 않는 사람들이 동창회장과 총무를 맡아 자기들 멋대로 돈을 쓰는 행태를 비판한 책입니다. 두 권으로 나눠 내는 책의 첫 번째 책입니다. 특히 최근 의무급식 지원 논란과 예산안 날치기 통과 과정에서 '내가 낸 세금 제대로 쓰이고 있나?'라는 의구심이 드시는 분들께서는 꼭 한 번 읽어보시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by 선대인 2011. 1. 3. 08:08


트위터 등 인터넷 공간의 화제를 중심으로 보도하는 미디어인 위키트리가 29일 2010년 ‘10대 찌질뉴스’를 발표했다. ‘사퇴 압력에도 버티는 현병철 인권위원장’이 1위로 꼽힌데 이어 ‘아이들 밥그릇 뺏은 오세훈 시장’이 2위로 꼽혔다. 3위에는 ‘보온병 포탄 발언’을 YTN촬영기자 탓으로 떠넘긴 안상수 대표가 꼽혔다. 위키트리의 편집후기를 보면 오시장과 안대표가 식상해 현 위원장 뉴스를 1위로 꼽았다는 것으로 봐서 3위까지는 공동 1위로 봐도 무방할 것이다. ‘망국적 복지 포퓰리즘’이라는 오시장 발언을 비판했던 필자도 찌질뉴스 확산에 기여했다는 점을 생각하면 약간의 자괴감(?)도 없지 않다.


어쨌든 예산안 날치기 사건과 더불어 의무급식 논란은 세금이 어떻게 걷혀지고 쓰이는가에 대한 국민적 관심을 증폭시켰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하지만 서울시 의무급식 지원 예산 규모가 700억원, 전국적으로 확대해도 1조여원에 불과한 것을 두고 망국적이네 아니네 하는 논쟁을 벌여야 하는 상황은 참 서글프다. 우리가 다른 ‘정상적인 국가’들처럼 세금을 제대로 걷고 쓴다면 사실 의무급식 지원 문제는 이렇게 심각하게 왈가왈부할 사안이 아니다.  


본란에서 자세히 설명하긴 어렵지만 개발연대 때 구축된 시대착오적인 조세구조와 재정지출구조를 개혁한다면 양쪽에서 50조원씩, 약 100조원의 추가 재정 여력을 중장기적으로 확보할 수 있다. 이른바 50/50전략이다.


우선, 부동산 등 자산경제에 대해 제대로 세금을 부과하고 탈루소득을 잡아내면 근로 직장인들의 세금을 더 늘리지 않고도 50조원의 세수는 추가로 확보할 수 있다. 주로 불로소득에 가까운 자산경제 부문에서 세금을 걷게 됨으로써 지금처럼 부동산이 아닌 생산경제로 돈이 몰리도록 해 경제의 활력을 높일 수 있다. 또한 비자금과 탈세로 빠져나가던 돈들을 세수로 확보함으로써 경제의 투명성과 효율성, 조세 형평성을 동시에 올릴 수 있다. 충분한 세수를 확보하면서도 오히려 생산적이고 건전한 경제활동을 자극하는 방안이다. 


또 무분별한 토목사업 등 세출 구조조정을 제대로 단행하고 시대적 소명을 다한 정부부처와 공공기관들의 사업을 정리하는 등의 방법으로 매년 50조원 정도의 낭비성 지출을 줄일 수 있다. 엉뚱하게 소수 건설업계와 재벌 기업들을 배불리며 시대적 소명을 다한 정책사업들을 지탱하고 관료들의 밥그릇을 키웠던 지출을 줄이는 것이다.


이렇게 확보한 재정을 납세자의 삶의 질을 끌어올리면서 지식정보화 시대, 창의경제 시대에 부응하는 재정사업들에 쓸 수 있다.


예를 들면, 추가로 확보한 재정 100조원 가운데 연간 5조원의 예산만 추가로 쓰면 한국의 교육을 확 바꿀 수 있다. 초중고뿐만 아니라 대학과정까지 국공립에 자녀가 입학할 경우 등록금 한 푼 안내고 다닐 수 있도록 할 수 있다. 10조~15조원 정도면 지금보다 공교육 인프라를 더욱 확충해 북유럽식 전면 의무교육도 얼마든지 실시할 수 있다. 그렇게 하면 사교육비 부담도 대폭 줄일 수 있고 세계 최고 수준의 대학 등록금 부담에 허리가 휘던 가계 부담도 크게 줄일 수 있다. 물론 5조~15조원은 매우 큰돈이지만 이 나라의 미래가 미래세대의 교육에 달려 있다고 생각한다면 우리가 이 정도 투자를 할 재정적 여력은 얼마든지 마련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우리가 초등학교 아이들 친환경 식단으로 밥 먹이는 정도의 문제를 가지고 티격태격하고 있는 상황이 안타까울 수밖에 없다. 더구나 생산경제 위축과 복지부담 증가라는 ‘이중의 충격’을 불러올 저출산 고령화 충격이 본격화되는 시대를 앞두고 근본적인 조세구조개혁과 세출 구조조정은 절실히 필요하다. 새해에는 정치인들이 ‘찌질뉴스 메이커’(또는 ‘찌질 뉴스메이커’)가 되지 말고 좀 더 통 큰 논쟁을 벌일 수 있기를 갈구한다. 그것이 새해 새 희망을 바라는 시민들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다.



제가 지난해 <위험한 경제학> 출간 이후 1년여만에 <프리라이더: 대한민국 세금의 비밀편>을 출간했습니다. 세금이라는 동창회비를 잘 내지도 않는 사람들이 동창회장과 총무를 맡아 자기들 멋대로 돈을 쓰는 행태를 비판한 책입니다. 두 권으로 나눠 내는 책의 첫 번째 책입니다. 특히 최근 의무급식 지원 논란과 예산안 날치기 통과 과정에서 '내가 낸 세금 제대로 쓰이고 있나?'라는 의구심이 드시는 분들께서는 꼭 한 번 읽어보시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by 선대인 2010. 12. 31. 08:20

변호사이신 최재천 전 의원이 제가 출간한 신간 <프리라이더>에 대해 정성들여 서평을 써주셨네요.

한 번 참고해 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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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천의 책갈피]세금 공평하게 거둬 제대로 쓰고 있을까

2011 01/04위클리경향 907호



“권력에 대응하여 주권의 개념과 능력을 끊임없이 확장시켜 나가야 하는 것이 민주주의의 역사라면, 새해야말로 한국판 ‘납세자 혁명’이 필요한 때다.”





프리 라이더·선대인·더팩트 펴냄

2011년 정부예산 기준, 세금에다 국민연금 등 사회보장기여금을 합한 금액은 총 277조원. 같은 해 인구는 4898만여 명으로 추정된다. 예산을 인구로 나누면 시민 1인당 세금 부담은 566만원. 현 시점에서 평균수명을 80세 정도로 계산해보자. “계산의 편의상 80년 동안 매년 평균 현재 가치로 566만원 정도의 세금을 낸다고 가정해보자. 평생 당신이 내는 세금은 4억 5280만원이라는 계산이 나온다.”

그런데도 많은 이들은 세금을 ‘눈먼 돈’이나 ‘공돈’으로 생각한다. 2009년 기준, 우리나라의 국민부담률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다섯째로 낮다. 국민부담률은 한 해 국내총생산(GDP) 규모와 비교해 국민들이 낸 세금에다 사회보장기여금을 합친 비중. 우리의 부담률은 25.6%로 OECD 33개국 평균 33.7%보다 8.1%포인트나 낮았다. 그런데도 ‘세금 폭탄’이니 ‘징벌적 세금’이니 ‘복지병’이니 하는 이들이 있다.

2010년 한해 ‘무상(의무)급식’과 ‘4대강 예산’, ‘예산안 날치기’가 세금과 재정에 대한 시민의 무관심에 죽비를 내리쳤다. 시민주권을 직접선거로 한정해온 이들을 깨웠다. 정치와 정책과 재정과 세금이 결코 분리될 수 없는 시민주권의 본성임을 일깨웠다. 권력에 대응하여 주권의 개념과 능력을 끊임없이 확장시켜 나가야 하는 것이 민주주의의 역사라면, 새해야말로 한국판 ‘납세자 혁명’이 필요한 때. 하지만 그것은 단순히 세금을 깎아달라는 형태의 요구여서는 안된다. 물론 부담을 줄일 수 있으면야 좋겠지만, 국내 재정 지출 형편은 그렇지 못하다. 그러면 어떻게 할 것인가.


 
부동산과 국가재정정책 분야 등에 대해 선도적으로 우리 사회의 의제를 이끌어온 저자 선대인은 ‘50/50 전략’을 제안한다. 조세 구조개혁과 세출 구조조정을 통해 각각 50조원씩, 100조원의 추가 재정 여력을 10~20년 정도에 걸쳐 중장기적으로 확보해가는 방안이다. 먼저 조세 구조개혁 측면. 자산경제에 대해 제대로 세금을 부과하고 탈루소득을 잡아내면 근로 직장인들의 세금을 더 늘리지 않고도 50조원의 세수는 추가로 확보할 수 있다는 것이다. 

GDP로 대표되는 우리나라 생산경제는 연간 1000조원 정도이고, 주식과 부동산으로 대표되는 자산경제는 7500조원 수준이다. 그런데 자산경제에 대한 세금은 전체 세수의 17.8%에 불과하다. 자산경제의 규모가 생산경제에 비해 7배나 큰데도 여기에서 걷는 세금은 생산경제의 4분의 1도 되지 않는 셈이다. 증권거래세를 제외하고, 주식으로 아무리 큰돈을 벌어도 단 한 푼의 세금도 낼 필요가 없다. 부동산 보유세 부담액은 전체 부동산 자산가치의 0.09%에 지나지 않는다. 이런 부문에서 세금을 제대로 걷자는 것이다. 다음으로 세출 구조조정 측면. 한마디로 ‘건설업체 퍼주기’로 일관하는 무분별한 토목사업 등 구조조정을 단행하고 시대적 소명을 다한 정부부처와 공공 기관들의 사업을 정리하는 등의 방법을 동원해서 매년 50조원 정도의 낭비성 지출을 줄이자는 것이다.

문제의식을 프레임화하자면, <프리라이더(free-rider)>다. 공공재에 대한 정당한 비용을 지불하지 않거나, 정당한 몫 이상의 공공재를 소비하는 경우다. 

세금이나 건강보험료를 내지 않은 사람이 각종 국방과 교육, 건강보험 등 공공 서비스 혜택을 누리고 있다. 과연 우리 정부는 시민의 호주머니에서 공평하게 돈을 거둬가는 것일까, 그리고 그렇게 거둔 시민의 돈을 정말 제대로 쓰고 있을까. 이런 비밀에 대한 ‘위키리크스’가 <프리라이더>다.
 
최재천<변호사> cjc4u@naver.com

by 선대인 2010. 12. 30. 17:23


 

제가 지난해 <위험한 경제학> 출간 이후 1년여만에 세금이라는 동창회비를 잘 내지도 않는 사람들이 동창회장과 총무를 맡아 자기들 멋대로 돈을 쓰는 행태를 비판한 <프리라이더: 대한민국 세금의 비밀편>을 출간했습니다. 두 권으로 나눠 내는 책의 첫 번째 책입니다. 특히 최근 의무급식 지원 논란과 예산안 날치기 통과 과정에서 '내가 낸 세금 제대로 쓰이고 있나?'라는 의구심이 드시는 분들께서는 꼭 한 번 읽어보시기를 부탁드립니다책 내용에 대한 소개를 겸해 이 책의 머리말을 공개하니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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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쓰기까지 많은 시간이 걸렸습니다. 이 책은 필자가 기자로서 사회생활을 시작하면서부터 가졌던 문제의식을 고스란히 담고 있습니다. 구체적인 기획을 한 때부터 따져도 5년 가량 지났습니다. 하지만 그 동안 더 급한 일이 계속 불거지면서 이 책을 쓰는 시기는 계속 늦춰졌습니다.

특히 부동산 문제가 발목을 잡았습니다. 한국 사회경제구조의 핵심인 부동산 문제가 계속 악화돼 일반 가계의 고통은 가중되는 반면 정부 정책은 갈피를 잡지 못했습니다. 부동산 광고에 목을 맨 상당수 언론들의 선동성 보도도 난무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부동산 문제에 계속 많은 시간과 에너지를 쏟게 됐고, 많은 글도 쏟아냈습니다. 그 결과 필자는 전혀 좋아하지 않지만 ‘부동산 전문가’라는 타이틀도 얻게 됐습니다. 필자가 원튼 원지 않든 대중이 그렇게 인식하고 있으니 굳이 현실을 부인하고 싶은 생각은 없습니다.


하지만 스스로 원해서 한 일이고, 또 대중의 요구가 있었다 하더라도 부동산 문제에 관해 필자의 의견은 충분히 피력했습니다. 물론 이 글을 쓰는 지금도 ‘집값 바닥론’을 선동하는 성급한 언론보도들이 난무하지만, 이제는 과거처럼 일일이 대응하지 않을 생각입니다. 부동산 광고에 목을 맨 언론들이 뭐라 선동한다 한들 국내 부동산 시장이 갈 방향은 길게 보면 이미 정해져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더구나 이제 많은 이들이 과거처럼 바람에 흔들리는 갈대처럼 이리저리 휘둘리는 것 같지는 않습니다. 엄혹한 부동산 시장의 현실이 만들어낸 변화인 셈입니다.


그 같은 상황 변화로 인해 필자가 그동안 미뤄뒀던 이 책의 집필에 착수할 수 있었습니다. 이 책은 제목 그대로 대한민국 세금의 비밀에 관한 책입니다. 대한민국의 중산층이라면 평생 5억원 가까운 세금을 내게 됩니다. 실로 엄청난 돈입니다. 그런데도 많은 이들이 세금은 ‘공돈’이자 ‘눈먼 돈’이라고 생각합니다. 사실 지금까지 정부가 세금을 걷고 사용해온 행태를 보면 과히 틀린 것도 아닙니다. 당장 현 정부가 사활을 걸다시피 한 4대강사업이 그렇습니다. 건설업계에서는 “정부가 퍼주기로 작정한 사업에서 한 몫 못 챙기면 바보”라는 말까지 나옵니다. 심지어 어떤 이는 “실제 4대강 사업에 들어가는 돈은 절반뿐이고 나머지는 줄줄 새는 돈”이라고까지 얘기합니다.


이런 현실 속에서 필자는 세금은 우리가 함께 쓰는 공공자금이자, 우리가 가진 ‘제 2의 소득’이라고 감히 말합니다. 이 책은 정부가 얼마나 불공평하게 이 돈을 우리 호주머니에서 거둬 가는지, 그리고 그렇게 거둔 돈을 얼마나 멋대로 쓰는지, 그 비밀을 누설합니다. 그리고 세금이라는 동창회비를 제대로 내지도 않으면서 동창회장과 총무를 맡아 동창회비를 자신들 좋은 일에만 흥청망청 써대는 특권층 무임승차자들(free-riders)의 정체와 행태를 고발합니다. 


그래서 이 책을 읽노라면 아마도 많은 이들이 자신의 호주머니에서 나가는 세금이 아깝다고 생각하게 될 것입니다. 부글부글 화가 치밀기도 할 것입니다. 하지만 이 책은 집단적인 조세저항운동을 선동하려는 책이 아닙니다. 오히려 그 반대입니다. 세금이 걷히고 쓰이는 내밀한 비밀을 앎으로써 납세자로서, ‘제2소득’의 주인으로서 우리가 좀 더 공평하게 세금을 내고, 그렇게 낸 세금이 우리의 삶을 실질적으로 끌어올릴 수 있도록 집단적 노력을 기울이자고 당부하는 책입니다.


또한 부동산 문제에 관한 필자의 책이 재테크 책이 아니듯이 이 책 또한 세테크에 관한 책이 아닙니다. 그렇다고 딱딱한 조세론이나 재정학 교과서도 아닙니다. 이 책을 통해 필자는 세금을 둘러싼 한국 사회와 경제의 구조적 문제점과 적나라한 현실을 보여주려 애썼습니다. 그래서 이 책을 읽고 나면 많은 이들이 한국의 현실과 향후 진로에 대해 한 차원 높은 인식과 시야를 확보하게 될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독자들에게는 송구스럽지만, 이 책 또한 ‘위험한 경제학’처럼 두 권으로 묶여 나오게 됩니다. 그간의 경험을 통해 두 번째 권이 덜 읽힌다는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그런데 저자 입장에서는 2권에 담은 내용이 1권보다 결코 덜 중요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이번에는 최대한 한 권으로 압축해보려 했습니다. 하지만 결국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깨닫게 됐습니다. 몇 해를 묵혀왔던 책이다 보니 그동안 발효된 생각의 건더기들을 두 권에 모두 욱여넣는 것만도 쉽지 않았습니다. 이런 사정을 감안해 가급적 2권까지 꼭 함께 읽어달라고 독자제현께 염치없는 부탁을 드리는 것입니다.


이 책은 필자가 부동산이라는 주제를 벗어나 처음 쓰는 책입니다. 하지만 아직 갈 길이 멉니다. 저출산고령화 문제, 정부 시스템 개혁, 불공정한 경쟁의 이중구조 등 아직도 써나가야 할 책의 목록은 쌓여 있습니다. 그 목록들이 매일 필자의 머리와 마음을 고문하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10년 정도는 꾸준히 써나가야 그 고문에서 벗어날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그 작업을 해가는 과정에서 필자는 이해관계를 멀리하고 최대한 양심적이고 독립적인 자세로 현상의 이면을 보여주기 위한 노력을 그치지 않을 것입니다. 그 같은 각오의 징표로서 미국의 저명한 독립 저널리스트인 I. F. 스톤의 글을 다시 한 번 인용합니다.


“억압받는 자들에게 약간의 위안이라도 주기 위해, 내가 직접 본 그대로의 진실을 쓰기 위해, 나 자신의 무능력에 의한 한계를 빼놓고는 그 밖의 어떤 것과도 타협하지 않기 위해, 나 자신의 충동을 빼놓고는 그 어떤 주인도 따르지 않을 자유를 누리기 위해, 진정한 언론인이란 어떠해야 하는가라는 나 자신의 이상을 실천하기 위해, 그리고 내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기 위해, (나는 글을 쓴다.) 이 밖에 바랄 것이 또 뭐가 있겠는가.”


by 선대인 2010. 12. 24. 0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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