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리, 방만경영 공기업이 경영혁신 우수사례?






기업1=전사적인 혁신조직을 상시 가동. 혁신에 동참하도록 하는 성과 평가 및 보상체계 운영. 경직된 보수문화 탈피. 이를 통해 발굴한 우수 혁신아이디어 시행으로 예산절감 등 성과 시현.

기업2=2001년 6개 발전 자회사 분할 이후 연봉 1억5000만원 이상 받는 임원수가 6명에서 37명으로 증가. 각종 포상금도 최근 3년간 14배나 늘려 지난 해 모두 141억원을 직원들에게 지급.

기업1은 지난 해 기획예산처에 의해 공기업 및 산하기관 경영혁신 우수사례로 선정된 한국전력공사(한전)다. 그러면 기업2는 어딜까. 역시 한전이다.

이처럼 경영혁신 우수사례로 선정된 공기업 및 산하기관의 상당수가 기관장이 부패나 비리 혐의에 연루됐거나 방만한 경영으로 국정감사 등에서 지적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기획예산처는 올해 6월 '변화를 선택한 리더들'이라는 제목으로 공기업 및 산하기관의 경영혁신 사례집을 펴낸 적이 있다. 2003년에 202개 공기업 및 산하기관에서 추진했던 경영혁신 사례 가운데 우수사례로 선정된 17건을 소개한 책자로 내용은 기획예산처 홈페이지에도 올라가 있다.

하지만 이 가운데 상당수 공기업과 산하기관은 우수사례에 선정되기에는 의심스러운 기관이다. 예를 들어 우수사례에 선정된 대한주택공사와 한국수자원공사 등은 최근 이들 기관장들이 수뢰 혐의로 잇따라 검찰에 구속된 경우다. 수자원공사 고석구 사장은 8일 한탄강댐 공사입찰 경쟁에 참여한 현대건설로부터 1억원을 받은 혐의로 구속됐다. 주택공사 김진 전 사장도 지난 7월말 뇌물 수수 혐의로 구속됐다. 기관장의 비리는 개인 비리일 수도 있으나 상납 관행, 주변 챙기기 풍토와 무관하지 않다는 게 대체적인 견해다.

이들 기업들은 방만한 경영과 부조리 등으로 올해 국정감사 등에서 질타의 대상이 된 바 있다. 주공은 퇴직한 처장급 8명, 부장급 2명 등 10명을 평균 연봉 7600만원을 줘가며 산하 주택도시연구원 연구위원으로 재고용했고 주공 발주 100억원 이상 공사 31개 공구의 책임감리원 상당수를 퇴직자 출신으로 구성하기도 했다. 또 지사장이나 지역본부장의 출장비와 특근비를 변칙으로 집행하고 출장 인원과 기간을 부풀려 계상하는 방법으로 억대의 사장 판공비를 조성한 사실이 감사원 감사에서 드러났다. 주공에서 직무관련 금품 및 향응 수수로 적발된 직원 수는 올 들어 지난 9월까지 모두 18명이나 됐다.

수공은 신규 투자사업에 대한 투자 결정의 타당성과 합리성을 제고하기 위해 자체 '투자심사규정'을 제공했지만 2002년부터 올해 10월까지 추진된 신규 사업 72건 가운데 30건을 규정을 무시한 채 진행한 것으로 드러났다. 충분한 타당성 검토가 생략돼 행정력과 사업 예산이 낭비되는 사례도 있었다. 자회사에 명퇴자 보낸 토공이 '능력중심 채용'

혁신 통한 절감보다 방만경영으로 자원 낭비액 더 많아

전문가"결정적 하자 있으면 우수사례 뽑아선 안돼"

'학렬철폐와 능력중심 채용'으로 우수사례에 선정된 토공도 마찬가지다. 토공은 민간 기업과 공동출자해 부동산 개발회사를 만든 뒤 토공 임원 출신 인사들로 사장 자리를 채웠고 이 회사들에 택지개발 지구 내 토지를 평당 수백만원씩 싸게 넘긴 의혹을 받고 있다. '능력중심 채용'이 토공이 출자한 회사에는 적용되지 못했던 셈이다.한국도로공사도 예외가 아니다. 도공은 통행료 자동징수시스템과 교통관리시스템 등 도로설비를 대상으로 세계 최초의 국제조세리스 계약 체결로 우수사례로 선정됐다. 하지만 도공은 올해 국감에서 최근 5년간 고속도로 설계변경 등으로 국민 혈세 1조1000억원을 낭비했다는 질책을 받았다. 도공이 고속도로 톨게이트 225개소를 민간에 위탁 운영하면서 그중 203개를 명퇴자들에게 넘긴 사실도 드러났다. 또 이들에게 퇴직금과 별도로 1인당 6600만원씩의 명퇴금을 지급했고 퇴직 임직원 70여명은 도공 관련 회사에 재취업시키기도 했다.한국자산관리공사는 인터넷기반 서비스를 통해 고객의 방문비용을 줄이고 업무자동화로 경비를 절감해 우수사례로 선정됐다. 자산관리공사가 이를 통해 절감한 비용은 7억8000만원가량. 하지만 공사는 지난 해 입사시기별 불균형을 해소한다는 명목으로 직원 514명에게 3~5년전 임금분이라며 8억6000만원을 소급지급했다. 이는 민간기업에는 통하지 않는 임금 지급 방식이다.한전의 방만경영과 비위 행태도 심각하다. 한나라당 김학송 의원에 따르면 한국전력공사의 2002년 직원 임금인상률은 22.1%나 됐다. 민간 기업의 평균 임금인상률을 훌쩍 뛰어넘는 것은 물론 정부의 가이드라인인 6.7%보다 세 배가량 높은 수치였다. 국회 산자위 이규택 의원에 따르면 금품수수를 비롯해 부당한 업무처리, 근무태만, 도박 등으로 징계를 받은 한전의 직원수가 2000년 이후 모두 336명이나 됐다. 한전 자체감사에서는 부당 설계변경으로 9500여만의 공사비가 증액된 경우도 있다. 한전은 또 지난 해 수의계약 형식을 통해 송전운영공사 감리의 40%를 한전 퇴직자들이 만든 전우종합관리에 제공했다.물론 우수사례에 선정된 공공기관 중에는 민영화로 재활용시설의 생산성을 높인 한국자원재생공사나 최초의 민간인 출신 원장을 선임하며 지속적으로 업무 혁신을 추진하는 한국소비자보호원처럼 그 성과를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기관도 꽤 있다. 하지만 위에 언급한 사례처럼 엄청난 방만경영 등의 문제에는 눈 감은 채 해당 기관의 일부 사례만을 근거로 경영우수사례로 선정하는 것은 문제가 많다는 지적이다.한국재정공공경제학회 회장인 한양대 나성린 교수(경제학)는 "공기업의 경영 실태가 과거에 비해 많이 개선됐다고 하더라도 방만 경영이 여전한 게 사실"이라며 "특히 평가 항목에서 뛰어난 부분이 있더라도 기관장 구속이나 심각한 방만경영 등 결정적 하자가 있으면 우수사례에서 제외해야 한다"고 말했다.
by 선대인 2008. 9. 4. 17:24

가계 빚의 60%가 부동산 부채





[표]가처분소득 대비 이자부 부채 비중(남색 표시 부분). 이 비율이 100%를 넘어서면 가계가 일시에 부채를 상환해야 하는 경우 이를 상환할 수 없음을 나타낸다.[자료제공=하나경제연구소]

가계 빚의 60%가량이 부동산 대출인 것으로 나타나 부동산 대출이 현재의 내수 침체를 초래한 주원인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주택담보대출이 전체 가계 부채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5년 전에 비해 두 배 이상 증가한 것으로 조사됐다.

하나은행 부설 하나경제연구소가 통계청의 가구당 월평균 가계수지 자료를 분석한 결과 올해 2분기 현재 가계의 부동산 관련 대출은 265조 2930억여원으로 전체 가계 대출 433조 7590억여원의 57.9%를 차지했다. 이 같은 부동산 대출 비중은 99년 1분기의 29.1%의 두 배가량 높은 수치.

이 같은 부동산 대출 비중은 99년 4분기부터 40%대의 증가율을 보이기 시작, 2000년 4분기에 전체 가계 부채의 40%대(40.2%)를 돌파했고, 2002년 4분기에 50%대(50.6%)를 넘어섰다. 특히 부동산 대출은 부동산 투기 붐이 본격화된 2001년 3분기부터 2002년 4분기까지 40~55% 가량의 증가율을 보이며 급성장했다.

또 처분 가능한 소득 대비 금융권 부채의 비중은 2001년 97.1%를 기록한 뒤 2002년부터 올해까지 115~120% 수준을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비중이 100%를 넘어서면 가계가 쓸 수 있는 돈으로 빚을 일시에 모두 갚지 못하는 상태를 나타낸다.

반면 2004년 2분기 현재 카드 빚의 비중은 전체 가계 부채의 12.3%를 차지해 '카드 빚' 사태가 발생하기 시작하기 전인 5년전 수준으로 내려간 것으로 나타났다. 90년대 후반까지 전체 가계 부채의 12~13% 선을 유지하던 카드 빚의 비중은 카드 남발 사태가 일어난 99년 4분기부터 급증하기 시작했다. 이후 카드 빚은 2002년 3분기에 전체 가계 빚의 24.4%로 꼭지점을 찍은 뒤 점차 하락해 원 상태로 돌아온 것으로 나타났다. 상위 4개 계층 소득의 22~30%를 부채 상환에 써

"부동산 부채 경제에 큰 부담...부채 상환 부담 조절 필요"





[표]소득 상위 30~40%계층의 소득 대비 부채 상환액 비중[자료제공=하나경제연구소]
이 같은 부동산 대출의 증가는 중산층 및 상류층의 부채 상환 부담으로 이어져 내수침체를 불러온 주요 원인이 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가계를 소득 수준에 따라 10개 계층으로 구분해 소득 구간별 부채 상환 비율을 조사한 결과 올해 2분기 현재 9개 계층이 처분 가능 소득의 20%이상을 부채 상환에 쓰고 있기 때문.

특히 중상위 계층인 소득 상위 30~40%계층(가구당 월평균 소득 323만원)은 처분 가능한 소득의 29.4%를, 소득 상위 20~30%계층(소득 373만원)이 25.9%를 부채 상환에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또 상류층으로 분류되는 상위 10%이상(소득 672만원)과 상위 10~20% 계층(444만원)도 각각 처분 가능 소득의 23.0%와 22.6%를 부채 상환에 쓰고 있었다. 이는 부동산 투기 붐이 시작되기 전의 15% 전후와 비교할 때 큰 폭으로 증가한 것. 결국 이들 계층의 소득 가운데 평균 10% 가량이 소비나 저축 대신 부채 상환으로 빠져나가고 있는 셈이다. 이들 계층이 부채 상환에 소득의 20% 이상을 쓰게 된 시점은 부동산 투기 붐이 본격화된 2002년 3분기를 전후한 시점인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카드 빚 증가는 부동산 부채에 비해 규모가 작고 저소득층에 집중된 것으로 분석됐다. 하위 10% 이하 계층(소득 81만원)과 하위 10~20% 계층(소득 144만원)의 소득 대비 부채 비중은 카드 빚 사태가 절정에 이른 2001년 3분기를 전후해 50%대를 넘다가 이후 크게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상위 5개 계층에서는 카드 빚 사태 때에도 부채 상환액의 변화가 거의 없었다.

하나경제연구소 배현기 금융팀장은 "분석 결과 2001년 이후 부동산 투기 때 발생한 중상층의 부동산 부채로 인한 소비 위축이 현재의 내수침체를 부른 주원인으로 추정된다"며 "저소득층에서 주로 발생한 카드 빚 부담은 조정이 거의 끝난 반면 중상층의 부동산 부채 부담은 여전히 경제에 큰 주름을 안기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부동산 부채 상환 부담이 내년 말정도면 어느 정도 조정될 것으로 보인다"며 "은행권은 주택 담보 대출의 만기 조정 등을 통해 중상류층의 부동산 부채 상환 부담을 합리적으로 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by 선대인 2008. 9. 4. 17:23

한국인은 과로 중...한국경제가 살 길은?


대기업 계열 시스템통합(SI)업체에 다니는 안모씨(32). 안씨가 다니는 회사의 출퇴근 시간은 오전 9시~오후 6시로 정해져 있다. 하지만 실제로는 출근 시간은 '칼같이' 지켜지지만 퇴근 시간은 규정보다 훨씬 늦은 오후 8시반 정도다. 경기도 일산의 집에서 직장이 있는 서울 광화문까지 출퇴근하는 시간만 각각 1시간반이 걸린다. 잠자는 시간 7시간을 빼고 나면 사실상 '자유 시간'은 하루 두 시간도 채 안 된다. 연말에는 일이 밀려 밤 10시 이후 퇴근하는 날이 많아 대상포진이 발병했다. 과로 등으로 피로해지면서 몸의 저항력이 약해지면서 생기는 병이라는 게 진료의사의 설명.

그나마 지난해 7월부터 주 5일제가 시행되고 프로젝트팀에서 빠진 뒤 상황이 좋아진 게 이 정도다. 외부 프로젝트를 맡았던 지난해 상반기까지는 밤샘 근무도 다반사로 했다. 그는 "당시에는 출근해도 머리가 맑지 않고 몽롱한 상태가 계속됐다"며 "출퇴근 버스 안에서 매일 '이렇게밖에 살 수 없나'하고 수없이 되뇌었다"고 말했다. 그는 "요즘은 경쟁력 확보를 위해 IT관련 자격증을 따기 위해 새벽에 일어나거나 주말에 짬을 내 학원이라도 다닐 수 있지만 다시 프로젝트를 맡게 되면 엄두도 못 낸다"고 말했다.

국내 중앙일간지에서 사회부 기자로 일하는 이모씨(35). 그는 아침 7시경 집을 나서 평균 밤 10~11시가 돼서야 귀가한다. 오후 5시경까지는 마감시간에 쫓겨 동분서주하다가 쉬는 것도 잠시, 곧 다음날 기사 거리를 찾아 출입처를 '순례'하고 저녁에도 취재원들을 만나거나 기사를 써야 하는 경우들이 적지 않다. 기자 경력 9년차지만 그는 아직 자신의 전문 분야라고 내세울만한 게 없다고 느낀다. 그는 "하루 하루 '기사자판기'처럼 살다보면 머리 속이 텅텅 비고 고갈돼 가는 느낌"이라며 "기자를 '지식노동자'라고 하는데 책 한 권 읽을 시간이 마땅치 않은데 무슨 창의적이고 깊이 있는 양질의 기사를 쓸 수 있겠느냐"고 하소연했다.

첨단 지식정보시대에 아직도 개발시대 근로체제
'과로체제'가 선진국 진입 가로막아






뉴패러다임센터의 최초 컨설팅 사례인 충북 음성에 있는 풀무원 제3두부공장 전경. ⓒ미디어다음 김준진

안씨와 이씨의 경우가 아니더라도 국내에서 과로에 찌든 직장인을 찾는 것은 어렵지 않다. 실제로 취업포털 잡코리아가 지난 해 10월 직장인 1565명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직장인의 35%가량이 '1주일에 6일 야근하고 있다'고 답했다. 1주일에 3~4회 야근한다는 응답도 28%가 됐으며 '야근을 거의 하지 않는다'는 응답은 7%에 불과했다. 하루 평균 야근 시간도 2~3시간 이내가 29%였으며 3~4시간 이내도 27%정도였다.

심지어 불법적인 초장시간 근로도 공공연히 벌어지고 있다. 노동부 통계를 보면, 우리나라에서 주 56시간 이상, 연간 2800시간 이상, 불법적으로 초장시간 근무하는 근로자는 290만명이나 된다. 주 44시간 이상, 연간 2200시간 이상, 장시간 근로자도 추가로 630만명이다. 한국인의 연평균 근무시간은 2200시간을 넘는다. 미국과 일본의 1800시간, 유럽의 1600시간 이하 근무에 비하면 터무니 없이 긴 시간을 일하는 셈이다. 이 때문에 한국의 장시간 근무시스템을 두고 '과로체제'라는 말도 나온다.

문제는 과로체제의 대가가 심각하다는 점이다. 노동연구원 자료에 따르면 연간 직장 내 산업재해자 수가 9만5000명이고, 산재사망자가 2900명에 이른다. 산재에 의한 경제적 손실만도 12조 4000억원으로 추정된다. 노사분규로 인한 연간 작업손실 2조4000억원의 5배가 넘는 막대한 손실인 셈이다.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지식정보화 시대에 한국이 국가 경쟁력을 강화하고 선진국으로 발돋움하기 위해서는 근로자의 창조력이 필요한데 과로체제가 이를 가로막고 있는 상황이다. 과거 개발시대의 저임금 장시간 노동체제가 IT와 BT산업 등을 중심으로 급변하는 산업구조에 걸맞지 않아 오히려 국가경쟁력을 갉아먹고 있다는 것. 김대중 전 대통령도 5일 방영된 서울방송과의 신념대담에서 "임금이 오르고 땅 값이 비싸지는데다 중국 등이 저임금으로 밀고 들어오는 상황에서 우리나라가 계속 제조업에만 매달려서는 안 된다"며 "한국이 선진국으로 도약하려면 IT와 BT, NT 등 첨단산업을 중심으로 우리 국민들의 우수한 두뇌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러면 대안은 없는 것일까. 이 같은 '과로체제'의 대안으로 '유한킴벌리 모델(Y-K모델)'로 상징되는 '뉴 패러다임'이 떠오르고 있다. 학습 예비조 편성과 평생학습시스템으로 요약되는 Y-K모델은 말 그대로 유한킴벌리에서 태동했다. 시장점유율 추락으로 위기에 빠진 93년 유한킴벌리는 다른 기업들이 흔히 하는 방식과는 정반대로 '기업 살리기'에 나섰다. 직원들의 근무시간을 줄이고 인력을 늘이는 대신 학습만 전담하는 4조 2교대제 체제를 도입했다. 직원 수를 늘려 근무-학습-휴식으로 이어지는 교대조를 편성한 뒤 공장이 하루도 쉬지 않고 '풀가동'되도록 시스템을 구축한 것. 이 모델을 채택한 뒤 유한킴벌리는 인력을 최소 33%~100% 더 고용한 대신 고정자산 투자를 24시간 360일 가동할 수 있는 능력을 확보해 물적 자산에 대한 투자비 및 운영비를 20% 줄였다. 또 안전율, 품질, 생산성, 원가 측면에서 획기적 성과를 이뤘다. 이 같은 결과 유한킴벌리는 해당 분야에서 시장지배 사업자의 지위를 계속 유지하는 것은 물론 생산성과 수익성이 크게 높아졌다. 근로자들의 근무시간이 줄어 삶의 질은 높아지고 월급은 그대로 받는데, 회사는 고성장을 지속하는 1석 3조의 성과를 올린 셈.

이 모델을 전 사회로 확산하면 어떨까. 유한킴벌리 문국현 사장의 이 같은 제안을 정부가 받아들여 지난 해 3월 출범한 것이 바로 노동연구원 부설 뉴패러다임센터. Y-K모델을 국내 산업 전반에 보급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이 센터는 출범 1년도 안돼 13개 중견, 중소기업및 공공기관에 이 모델을 도입하는 성과를 올렸다.

'뉴패러다임' 채택 기업들 생산성, 직원 고용 30%씩 늘어
뉴패러다임은 '선택 아닌 필수'






뉴패러다임센터 신봉호 소장. ⓒ미디어다음 정재윤
'뉴 패러다임'을 선택한 기업들의 변화도 눈부시다. 경기 침체를 이유로 대기업들까지 감원에 나서고 있지만 이들 기업들은 오히려 고용을 20~30%씩 늘리고 생산성까지 높이고 있다. 뉴패러다임 모델을 이미 채택했거나, 곧 시행할 예정인 풀무원과 대명화학, 유아이씨 치과병원 등 3개사는 교대근무조를 확대해 근로자를 평균 41%가량 더 뽑거나 더 뽑을 계획이다. 지난 해 7월부터 뉴패러다임을 적용한 풀무원 두부공장은 4조3교대제로 바꾸면서 직원 수를 15명에서 20명으로 늘렸다. 또 지난 해 10월부터 뉴패러다임을 시행 중인 대명화학은 3조2교대를 채택하면서 직원 수를 38명에서 54명으로 42% 늘렸다.

이들 기업의 생산성 향상 효과도 뚜렷하다. 직원 증가로 인건비는 늘어나지만 각종 토지나 자본, 기계 등 고정자산에 투입되는 비용이 절약되고 설비가동률이 높아지는 한편 학습을 통한 혁신과 비용 절감이 지속적으로 일어나 생산성이 증대되는 것이다. 대명화학의 경우 연간 설비 가동일이 295일에서 350일로 늘어나면서, 한달 생산량이 460톤에서 585톤으로 27% 늘어났다. 풀무원의 경우에도 연간 설비 가동일이 300일에서 359일로 늘어나면서 두부 생산량이 30%가량 늘었다고 말했다. 올초부터 '뉴패러다임'에 입각해 교대제를 편성한 서울 강남의 유아이씨 치과병원도 연간 진료일이 310일에서 363일로 늘어나고 하루 진료시간도 10시간 30분에서 14시간으로 길어지면서, 연간 총 진료시간이 56%나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또한 직원 한 명당 연간 170시간의 안정적인 교육시간을 확보해 고객 서비스 혁신이 가능해졌다. 병원측은 "진료시간 확대와 고객 서비스 혁신으로 매출이 30%이상 늘어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근로자들의 근로시간도 대폭 줄어 삶의 질이 높아졌다. 이들 3개 업체의 평균 주당 근로시간은 종전 56~72시간에서 40~56시간으로 줄었다. 이처럼 근로시간은 20~42% 줄었지만 생산성 향상을 바탕으로 종전 임금이 계속 유지되거나 노사가 임금 감소분을 반반씩 분담해 임금 하락폭은 미미한 편이다.

뉴패러다임을 채택한 기업들의 성공은 그 동안 꾸준히 제기돼온 비판을 무색케 하고 있다. '유한킴벌리 같은 시장지배적 사업자에게만 가능한 모델'이라는 비판이 쑥 들어간 것. 이처럼 뉴패러다임을 채택한 기업들의 성공 사례가 알려지면서 정부조직과 공공조직의 참여도 늘고 있다. 경남도청이 도 차원에서 뉴패러다임센터와 자문계약을 체결했고 농업기반공사와 KOTRA(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가 뉴패러다임센터와 컨설팅계약을 맺었다. 지난 달 20일에는 경찰청이 3조 2교대로 주당 56시간 이상 일하던 경찰 업무를 획기적으로 바꾸고 치안 서비스를 향상하기 위해 뉴패러다임 사업에 참여키로 했다.

물론 뉴패러다임 사업의 문제점도 없지 않다. 우선 근로자들의 생활 리듬 문제. 근로자들은 새로운 교대제 방식에 따라 요일과 상관 없이 '4일 근무, 1일 학습, 3일 휴식' 등의 흐름으로 근무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결국 주 7일을 기준으로 일하는 일반 기업들의 흐름과는 '따로 논다'는 것. 풀무원의 한 직원은 "남들이 다 쉴 때 일하거나 남들 일할 때 쉬게 되는 경우가 많아 다른 사람들과 어울리기 쉽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또 "근무가 교대조 단위로 돌아가므로 교대조 외의 직원들과는 어울릴 기회가 거의 없어 직원들간의 연대감은 부족하다"고 덧붙였다.

뉴패러다임이 환경친화적이고 지속가능한 경영모델이라는 데 대해 비판을 제기하기도 한다. 초록정치연대 우석훈 정책실장(경제학 박사)는 "유한킴벌리 모델은 생산성을 높여 더 많은 상품을 만들어내므로 결국 더 많은 자원 고갈을 초래할 가능성이 높다"며 "결국 대량생산 대량소비를 특성으로 하는 포디즘적 방식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이런 점의 연장선상에서 IT기업 등 교대근무제 등이 활성화돼 있지 않으면서도 지식집약산업에서 실제 성공사례가 아직 없다는 것도 약점으로 지적된다. 물론, 이에 대해 혁신의 속도가 빠른 IT기업일수록 직원들에 대한 학습을 보장해주는 뉴패러다임이 더 필요하다는 것이 뉴패러다임센터측의 반론이다.

어쨌든 이 같은 문제점과 비판에도 불구하고 뉴패러다임이 '과로체제'라는 구패러다임의 수렁에서 쉽게 벗어나지 못하는 한국 경제에 하나의 대안이 되고 있다는 점은 분명해 보인다.

뉴패러다임센터 신봉호 소장은 "한국은 지금의 중국처럼 저임금을 기반으로 60년부터 80년대말까지 30년 가까이 압축성장을 해왔다"며 "평지와 고갯길의 운전 모드가 다르듯이 달라진 국제환경에 걸맞은 새로운 패러다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지식정보화 시대에 국가경쟁력의 핵심은 근로자들의 학습을 통한 혁신"이라며 "이런 점에서 한국 경제가 새 패러다임으로 이행하지 못하면 국제경쟁에서 살아남기 어렵다"고 말했다. 뉴패러다임의 채택은 '선택이 아닌 필수'라는 주장이다.
by 선대인 2008. 9. 4. 17: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