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 디지털정치로 큰 그림 그린다






"우리가 디지털정당을 추진하겠다고 하니 '알바 고용하겠다는 거냐'고 비꼬는 네티즌들이 있던데, 절대 그런 차원은 아닙니다. 한국이 진원지가 된 변화의 중심에 한나라당이 서서 세계 정치문화 발전에 기여하겠다는 것입니다. 인터넷을 권력을 유지하는 수단 정도로 사용한다면 문명사회의 흐름에 역행하는 겁니다."

인터넷 문화에 가장 취약한 정당으로 여겨져온 한나라당의 디지털정당화를 선도하고 있는 김형오 사무총장의 말이다. 그는 21일 당의 최고 집행기구인 상임운영위원회 위원 중 한 명을 온라인에서 선출하는 방안 등 혁신적인 디지털 정당 추진 방안을 내놓아 주목을 받았다. 그는 23일 여의도 한나라당 천막당사 사무총장실에서 미디어다음과 만난 자리에서 이 같은 방침을 거듭 확인했다.

그는 2002년 월드컵 때 응원문화를 '현대판 콜로세움', 노무현 대통령을 '최초의 인터넷 대통령' 등으로 평가하며 "권력에 대한 비판과 견제까지 디지털로 받겠다"고 말했다. 그는 또 "디지털정당이 되면 리더십 개념도 바뀌게 된다. 과거에는 리더가 한 명 있으면 나머지는 모두 추종자가 돼야 하는데 이제는 모든 이들이 리더가 될 수 있다"며 "우리 당의 젊은 386들이 튀는 것도 디지털문화의 반영"이라고 말했다.김총장은 김혁규 총리설과 관련, "한 당에서 세 번이나 도지사를 한 사람을 뺏어간 사람들이 그런 말을 하는 건 비도덕적이고 조폭들이나 하는 발상 아니냐"고 강하게 비난했다. 김 총장은 김 전 지사가 총리로 임명될 경우 "합법적인 틀 내에서 모든 반대 수단을 동원할 것"이라며 "총리 인사청문회에서 그의 부적격성과 비도덕성을 알려 '이 사람은 안 되겠구나'라는 여론을 끌어내겠다"며 "충분히 자신있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 대선 때 이회창 후보에게도 '이제 의원들을 뽑아오고 뽑아가는 것은 없어져야 한다'고 말했는데 이게('철새 정치인'들을 영입한 것) 대선 패배의 한 요인이라고 생각한다"며 "한나라당이 나중에 집권하더라도 그런 일은 없다"고 다짐했다.그는 또 "정치인들이 불신 받는 이유가 국민의 상식에 반하는 걸 해서다"며 "이인제 의원이 검찰 수사를 안 받으려고 지구당사 앞에 프로판가스를 설치하고 하던데 그게 무슨 덕이 되느냐. 이런 식 정치 하자고 금배지 단 거냐"고 비판했다.김총장은 지역감정 해소 방안과 관련, "선거 아닌 때에도 자주 호남지역을 방문해서 애로 사항을 듣고, 그쪽 사람을 당의 인사정책면에서 발굴하고, 정책적으로 지원할 수 있는 방안도 강구하겠다"며 "당내에 지역화합을 위한 태스크포스나 지역화합 위원회 같은 것을 만드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여권이 지역감정 해소 방안으로 추진하고 있는 중대선거구제와 관련, "정략적인 발상"이라며 반대 입장을 밝혔지만 민간인으로 구성된 선거구 획정위에서 검토한 결과 중대선거구제를 제시한다면 수용하겠다고 밝혔다. 다음은 그와의 일문일답.

"디지털정치는 문명사의 흐름, 우리가 앞장서겠다"






-얼마 전 총장께서 한나라당을 디지털 정당으로 탈바꿈하는 방안을 내놓았다. 도대체 뭐가 디지털정당인가.

뭐가 디지털정당이냐는 답이 없다. 교과서에도, 매뉴얼에도, 사전에도 안 나온다. 학자들도 단편적으로 얘기한다. 한나라당이 하게 되면 세계 최초의 디지털정당이 되는 셈이다. 아무도 안 가본 길을 가겠다는 거다. 그럼 디지털정당이 뭐냐. 인터넷상에 정당이 하나 들어가 있는 거다. 여기서 인터넷은 도구나 수단이 아니다. 그렇게 이해하면 디지털정당이 될 수도 없고 성공할 수도 없다. 디지털정당은 디지털을 통해 권력을 창출하고 유지할 뿐만 아니라 권력에 대한 견제 역할도 하게 한다. 대국민 홍보도 하면서 여론도 수렴하는 역할을 하는 것이다. 당원과 일반 지지자들이 사이버 공간을 통해 서로 연결되고 온라인과 오프라인 사이의 커뮤니케이션이 빈번하게 일어나 정당의 활력소를 제공하는 것이다.

-디지털정당 추진 방안을 내놓은 배경과 과정을 설명해 달라.

월드컵 때 붉은 악마들이 길거리로 쏟아져 나올 때 이 현상이 뭘까, 엄청난 충격을 받았다. 젊은 네티즌들은 밤늦게까지 채팅이나 하고 동호회에서 취미활동이나 하는 줄 알았다. 이 현상의 메시지는 '자유를 만끽하고 싶은 자여, 광장으로 모여라'는 것이었다. 700만이 한꺼번에 광장으로 몰려나온, 세계사에 남을 일이다. 그런데 우리 정치권이 둔감했다. '젊은애들 무섭구나, 인터넷이나 컴퓨터를 알아야겠구나'하는 정도였지 세계정치가 변하는 진원지가 서울이라는 걸 몰랐다. 옛날에는 말과 창을 누가 잘 다루느냐에 따라 성쇠가 결정됐지만 이제는 노트북과 인터넷, 휴대폰을 누가 잘 다루느냐에 따라 성패가 결정된다. 그것의 종합판이 2002년 월드컵이었다. 월드컵이 여중생 추모 촛불시위로 이어졌다. 사이버 공간의 주인공들이 현실 세계의 주역이 되는 데도 거리낌이 없다는 게 지난 대선에서도 드러났다. 정몽준이 탈당한다니까 인터넷과 휴대폰으로 밤새도록 연락해 투표에 참여하게 하지 않았나. 노무현 대통령은 '세계 최초의 인터넷 대통령'이 된 거다. 이제 인터넷이 젊은 사람들의 유희물이라고 하는 것은 시대착오적이다.

지난 해 6월 대표 경선 뒤 한나라당 디지털위원장으로 취임했지만 두 달도 못가 사표를 냈다. 한나라당 홈페이지나 조금 뜯어고치고 컴퓨터나 좀 새 걸로 바꾸고, 사이버팀에 사람 조금 더 늘리고 하는 차원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런 거 하기 위해 삼선 의원을 위원장으로 하고 의원 십수명을 모아놓을 필요가 뭐 있었나. 오히려 망신하겠다 싶어 그만 뒀다. 그 뒤 박 대표가 총선 앞두고 대표가 된 뒤 내게 '사무총장을 맡아 디지털정당을 만들어달라'고 했다. 그래서 총선 때 사무총장을 맡아 디지털정당을 만들겠다고 약속도 했다.

선거 끝난 뒤에도 나는 오프라인 매체는 안 가고 다음과 네이버, 네이트 등 온라인매체만 방문했다. 이틀간 우리 당 연찬회에서도 '왜 디지털로 가야 하나'라는 주제로 강연하게 했고 그 뒤에도 당선자들을 대상으로 디지털 교육을 여섯 차례나 실시했다. 아무리 인프라를 잘 갖춰놔도 디지털 마인드가 확산되지 않으면 디지털정당은 안 된다. 한국이 진원지가 된 변화의 중심에 한나라당이 서겠다. 세계 정치문화 발전에 기여하겠다는 것이다. 우리가 디지털정당을 추진하겠다고 하니 '알바 고용하겠다는 거냐'고 비난하는 네티즌들이 있던데, 네티즌들에게 한나라당이 부정적으로 보였다는 점은 반성해야 하겠지만 절대 그런 차원은 아니다.

-박근혜대표가 '디지털정당화'에 상당히 힘을 실어주는 것처럼 보이는데.

박 대표가 나보다도 더 앞서가고, 빨리 가고 있다. 사이월드에 박근혜대표 미니홈피가 인기를 끌고 있는 건 알지 않나. 박 대표는 2년간 자원해 과학기술정보통신위에 몸 담았던 사람이다. 본인이 전자공학도라 정치인들 어느 누구보다 그런 면에서는 앞서 있다. 선친(박정희 전 대통령)이 선견지명이 있었던 것 같다(웃음). 박 대표가 오히려 왜 더 빨리 안 되느냐고 채근할 정도다. 그 때문에 일 하기가 쉬우면서 한편으로 압박감도 많이 받고 있다.

"열린우리당, 디지털정당으로 붙어보자"


"디지털정당 되면 리더십도 달라진다"





-디지털정당의 핵심이 뭔가.

모든 것을 디지털식으로 바꾼다는 거다. 링컨 식으로 말하면 디지털의, 디지털을 위한, 디지털에 의한 정당운영을 목표로 한다. 우선 당의 최고 집행기관인 상임운영위원회 위원 한 사람이 인터넷에서 선출된다. 당 운영의 견제기관인 운영위원도 마찬가지다. 대표 선출 때도 인터넷 투표가 20%를 차지하게 된다. 디지털을 기본 축으로 해서 중앙당을 슬림화한다. 당원, 국민과의 커뮤니케이션도 활성화한다. 웹진을 매일 또는 격일로 발행하고 CRM(Customer Relations Management,고객관계관리) 제도도 도입할 것이다. 내부적으로 인트라넷도 활성화한다. 지속적인 디지털 교육도 시키고 디지털연수원도 만든다. 전 의원들에게도 서버를 무료지원하고 신당사의 디지털 인프라는 최고수준으로 만들 계획이다. 의원 평가제도도 디지털 지수를 계량화해 반영한다.

-하지만 한나라당에는 디지털 마인드가 없는 분들이 많은 것 같다. 많은 네티즌들도 한나라당이 인터넷 문화에서 가장 뒤떨어져 있다고 보는 것 같다. 이런 상황에서 디지털정당을 만들어낼 수 있겠나. 여러 가지 문제점들이 있을 텐데 실행할 수 있겠나.

재정적 어려움도 있고, 기술적 어려움도 있다. 조직체계상의 어려움도 있다. 특히 이 작업은 중앙당 구조조정과 맞물려 있다. 하지만 거듭 말하지만 이게 시대적인 대세라고나 할까. 이걸 안 하면 살아남을 수 없는 상황으로 와버렸다. 우리나라 디지털 인프라는 단연 세계 최고고 인터넷을 이용하는 수준도 세계최고 수준이다. 뒤떨어진 것은 디지털 마인드와 이를 정치, 사회적으로 운용하는 것, 그리고 컨텐츠 등이다. 밤을 새가며 컴퓨터에 빠져 있는 나라가 세계에서 몇 되나. 좋든 나쁘든 우리가 세계를 선도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디지털정당을 할 수밖에 없고 해내야 한다. 박대표 체제때 못 해내면 나중에 누군가 하긴 하겠지만 형식적으로 해버리면 성공을 못한다.

이런 식으로 끌어가면 리더십 개념도 바뀌게 된다. 과거에는 리더가 한 명 있으면 나머지는 모두 추종자가 돼야 하는데 이제는 모든 이들이 리더가 될 수 있다. 우리 당에도 튀는 사람들 있지 않나. 튀는 것, 끼의 발산이 디지털 문화다. 젊은 386들이 튀는 것은 디지털문화의 반영이다. 나는 다른 사람들이 발산할 수 있는 그루터기를 만들어주고 사라지겠다. 국회 들어온 이래 이 방면에 천착해온 내가 이런 장을 펼쳐주기는 해야 할 것 아닌가.

-한나라당 의원들의 디지털 마인드가 뒤쳐져 있는 이유는 뭔가. 다른 당보다 앞설 수 있겠나.

내가 당선되는데 디지털 방식이 필요한가 생각해보면 그건 아니다. 의원들이 그런 계산으로 디지털을 멀리하고 있다. 지금까지 한나라당의 주 지지층인 50,60대에게 디지털이 무슨 의미가 있었나. 나도 목이 빠지라고 디지털을 떠들어봐야 내 지역구에서도 별로 도움 안 된다. 나는 정보통신위에서 가장 밥그릇을 오래 먹은 사람인데 내가 안 하면 안 된다. 다른 정치인들 입장에서야 표도 안 되는데 왜 노력을 기울이겠나. 96년에 하이텔 등에서 정치토론을 세 번이나 했는데 선거 때 그것 봤다는 사람 한 명도 못 봤다. 이제는 많이 나아졌지만 아직도 의원 선거에서는 크게 도움 안 된다. 하지만 대선은 다르다. 노 대통령이 최초의 인터넷 대통령이라고 말했지만 2007년 대선 때 인터넷은 엄청난 영향력을 발휘할 것이다. 한나라당이 튀면 열린우리당도 가만 안 있을 것이다. 좋다. 서로 경쟁하자 이거다. 저쪽도 좋은 게 있으면 받아들이겠다. 내가 당의 1,2급 비밀을 왜 털어놓느냐. 인터넷 시대에 비밀이라는 게 고작 3개월 간다. 새로운 휴대폰 모델도 3개월이면 나오지 않나.


"김혁규 총리론, 조폭들이나 하는 발상"


"의원 빼내기가 한나라당 대선 패배의 한 요인"

"이인제, '프로판 가스 정치'하려고 금배지 달았나"





-화제를 다른 쪽으로 돌리겠다. 당에서 김혁규 총리 지명을 강력히 반대하고 있다. 그런 입장에 변함이 없나.

DR(김덕룡)이 지난 번에 '시험에 들게 하지 말라'고 했지만 (민주노동당 사무총장인)노회찬씨도 적절히 지적했더라. 그 분 말대로 남의 집 여자를 뺏어간 뒤 화해하자고 하면 말이 되느냐. 인간이 자칫 잘못하면 지구를 파멸시킬 수 있을 정도로 인간의 지식이 커진 시대다. 20년전 국가 권력보다 삼성이 가진 정보권력이 훨씬 막강했다면 20년전 삼성의 정보권력보다 지금 디지털을 잘 이용하는 한 개인의 정보가 더 클 수도 있다. 이런 시대일수록 도덕성, 극기와 자제 같은 덕목이 필요하다. 김혁규 지사 건도 그렇지. 책략적이고 정략적인 발상을 한다는 게 참 서글프다. '한나라당이 세 번 공천을 줬기에 인품과 능력이 검증된 것 아니냐'고 여권에서 말하던데 답답하다. 한 당에서 세 번이나 도지사를 한 사람을 뺏어간 사람들이 그런 말을 하는 건 비도덕적이고 조폭들이나 하는 발상 아닌가. 개인적으로도 김 전 지사를 잘 알지만 이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그래도 청와대가 김혁규 총리 임명을 강행한다면 어떻게 할 생각인가.

상생의 정치를 포기하겠다는 뜻으로 볼 수밖에 없다. 그로 인한 정치적 책임은 대통령과 열린우리당이 져야 한다. 좀더 두고 봐야 하겠지만 우리는 합법적인 범위 내에서 모든 반대를 다하겠다. (임명동의안 처리 때 반대하는 것을 의미하느냐고 묻자) 그것도 포함되고, 청문회를 혹독하게 해서 그 사람이 부적격자이고 부도덕하다는 것을, 능력과 자격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입증해 도저히 안 되겠다는 여론을 이끌어내겠다. 충분히 자신 있다. (과거와 같은 장외투쟁도 하느냐고 묻자) 현재로선 장외 투쟁은 고려하고 있지 않다.

-지난 대선 당시 '이회창 대세론'이 우세할 때 많은 정치인들이 한나라당으로 옮겨갔고 한나라당은 그 사람들을 받아들이지 않았나. 한나라당도 잘못한 것 아닌가.

그때도 나는 이회창 후보에게 전화도 하고 직접 찾아가 '이제 의원들을 뽑아오고 뽑아가는 것은 없어져야 한다'고 했다. 이게 대선 패배의 한 요인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이렇게 얘기하니 다른 사람들이 '김형오는 나이브하다. 선거라는 게 세 싸움인데 힘으로 눌러야 한다'고 했다. 나는 도덕적으로 결여된 것이니 국민들로부터 환영 못 받는다고 했다. (그럼 앞으로 한나라당은 집권하더라도 그런 일은 안 하겠다는 거냐고 묻자) 우리가 집권을 하더라도 안 된다. 물론 이념적인 성향을 찾아간다든지, 있던 당에서 핍박을 받아 있을 수 없어 새로운 목표를 다지기 위한 경우는 괜찮다고 본다. 자민련 강창희의원이 자민련에서 축출돼 온 것은 환영했다. 하지만 대선이라는 걸 앞두고 한나라당 입당한 거라든지 설득력 없는 이유로 '대통령당' 가서 총리 자리까지 앉는 건 안 된다. 정말 지역감정 해소에 기여하고 싶다면 그야말로 백의종군 하는 게 도덕성도 입증되는 거지. 우리 정치인들이 불신 받는 이유가 국민의 상식에 반하는 걸 해서다. 교과서에서 배운 걸 안하고 있어서 그렇지. 국민들 상식으로 이해할 수 있는 식으로 하자는 거다. 이인제 의원이 지구당사 앞에 프로판가스를 설치하고 하던데 그게 무슨 덕이 되느냐. 이런 식 정치 하자고 금배지 단 거냐.

"지역 화합 위원회 구성 검토하겠다"


"정략적 발상에서 나온 중대선거구제 반대...선거구획정위가 내놓으면 수용 가능





-이번 선거에서도 지역감정이 여전히 살아 있음이 입증됐다. 한나라당이 지역감정 해소에 적극적이지 않다는 지적이 많다. 개선 방안이 있느냐.

우리는 지역감정의 수혜자인 동시에 피해자다. 그동안 한나라당이 영남권 중심으로 지지기반을 가져왔다. 그중 상당수는 한나라당을 무조건 찍겠다는 사람이었다. 하지만 자꾸 그런 게 약해진다. 영남 의원들은 억울한 게 우리는 나름대로 인물이 나아서 됐다고 생각하는데 지역감정 때문에 됐다고 하는 것이다. 물론 일정 부분 당이 수혜받은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대선에서 두 번 진 것도 영남당으로 몰린 때문 아니냐. 억울한 것은 영남은 3대7이 나오는데 호남은 9대 1이 나와도 영남 지역감정만 이야기하느냐 하는 거다. 물론 우리 당의 노력이 부족했던 것은 사실이다.

우리 당 상황을 잘 보여주는 게 이번 보궐선거다. 이번에도 우리가 전남 지사 후보를 못 냈는데 가슴 아프다. 호남에 후보도 못 내는 정당이라 하면 뭐라 하겠나. 호남 홀대한다, 무시한다 그러겠지만 우리가 원하는 사람은 후보로 안 나오려 한다. (격이) 좀 떨어지는 사람을 후보로 내세우면 또 '호남을 얼마나 우습게 보느냐' 한다. 이번에도 후보를 냈을 경우와 안 냈을 경우를 두고 무지하게 고민했다. 지역감정의 골이 아직은 깊다. 우리가 호남에 왜 한나라당 안 찍느냐 안 한다. 우리가 먼저 가슴을 열겠다. 제도적으로도 보완하겠다.

-구체적으로 어떻게 하겠다는 건가.

지역감정 개선책은 법적, 제도적인 문제와 인사정책상 문제, 예산 집행의 문제 등이 다 있다. 법적, 제도적 문제는 여야가 같이 노력해야 한다. 인사와 예산 집행의 합리성은 정부, 여당이 해야 하는 거다. 그럼, 한나라당은 뭘 하느냐. 마음 열고 노력하겠다는 것이다. 선거 아닌 때에도 자주 호남지역을 방문해서 애로 사항을 듣고, 그쪽 사람을 당의 인사정책면에서 발굴하고, 정책적으로 지원할 수 있는 방안도 강구할 것이다. 지역화합을 위해 가시적인 노력을 할 거다. 태스크포스나 지역화합 위원회 같은 것을 만드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여권에서는 지역감정 해소를 위해 중대선거구제를 도입하자고 한다. 상당수 학자들도 중대선거구제 도입에 찬성한다. 한나라당도 지역감정의 피해자라면 굳이 왜 중대선거구제를 반대하나.

여권에서 중대선거구제 얘기가 어떻게 나오는지를 봐야 한다. 여당이 호남과 충청 등 6개 시도를 싹쓸이했다. 그런데 영남에서 기대치만큼 의석이 안 나왔다고 소선거구제가 문제 있다고 한다. 제도 탓을 하기보다는 (정치권이) 지역감정을 정략적으로 이용하지 않겠다는 것에서부터 출발해야 한다. 우리가 중대선거구를 반대하는 것은 이 제도가 국민들로부터 아직 검증이 안됐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이 제도가 돈을 적게 쓰는 제도인지 검증이 안 됐다. 많은 대부분의 나라들이 소선거구제를 채택하고 있다. 당이 정한 방침이 있다. 앞으로 선거구 획정위는 100% 민간인으로 하겠다는 거다. 거기에 따르면 된다.

-그럼 민간인 선거구획정위에서 중대선거구제를 도입하는 안을 내놓으면 그것을 수용하겠다는 말인가.

만약의 경우이기 때문에 말하기 조심스러운데...(말을 잠시 흐린 뒤) 민간위원회를 어떻게 구성하느냐. 각 당에서 추천한 인사들이 모여 획정을 하게 된다. 거기서 (다음 선거) 이 년 전쯤에 이런 이런 제도를 하라고 하면 해야지. (중대선거구제를 도입하는 안도 받아들이겠다는 거냐고 다시 묻자) 선거구획정위가 가져온 안 이라면 수용하겠다.
by 선대인 2008. 9. 4. 17:00
진단>이라크 전문가 단 한명도 없는 나라

김선일씨 피랍 및 사망사건을 둘러싼 정부의 대응 과정은 "국익을 우선한다"는 거창한 외교적 명분과는 사뭇 동떨어진 것이어서 국민들을 분노케 하고 있다. 그간 대(對)중국, 대(對)일본 외교 등에서 노출됐던 한국의 어설픈 외교력은 이번 자국민 피랍 및 살해사건에서 초라한 현주소를 극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사후약방문'일 수 밖에 없지만 '두번의 실패'를 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이번 사태에서 뼈저린 교훈을 얻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한결 같은 지적이다.

미디어다음은 국내 중동전문가 다섯 명에게 이번 사건의 발생 원인과 문제점, 향후 보완책 등을 물어보았다.

전문가들은 정권 이양기에 권력투쟁의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려는 과격 테러단체에 김씨가 희생당한 것이라는 데 의견을 같이 했다. 하지만 우리 정부가 현지에서 민-관 연락체계를 확고히 하지 않았던 점 등 사전에 충분히 대비하지 않았던 것이 화를 키웠다고 지적했다.이들은 우리 정부의 정보력 부재를 가장 큰 문제점으로 꼽았다. 관련 인력을 체계적으로 키우지 않아 진정한 이라크 전문가로 부를 수 있는 사람이 국내에 사실상 없다는 것이 이들의 지적이었다. 이 때문에 현지 사정을 모르고 정책을 입안하고 결정하다 보니 제대로 된 외교 정책이 나오지 않는다는 진단이다. 특히 현지 종교 지도자들을 대상으로 한 지역 내 인적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작업이 절실하다고 말한다.정부가 외교적 수사로만 '재건과 평화'를 앵무새처럼 되뇔 것이 아니라 이라크 현지인들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구체적인 프로그램을 가시적으로 보여주고, 이 같은 활동을 효과적으로 홍보할 필요성이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라크 등 중동지역에는 알 자지라 같은 위성방송을 시청할 수 있는 가구가 많지 않으므로 공중파와 지역 케이블 방송 등을 활용한 홍보작업을 펼쳐야 한다는 제안도 나왔다. 다음은 이들 전문가들의 의견 요약.
 
"일본 이라크 대사관에만 정보요원 200명…우리는 이라크 전문가 단 한명도 없어"
"중동 지역 나가 있는 1만명 안전에 신경 쓰야"






24일 국회 본회의에 출석, 긴급 현안 질문에 답하고 있는 반기문 외교통상부 장관. 소는 잃었지만 외양간이라도 고쳐야 할 시점이다.[사진=연합뉴스]

홍성민 한국외대 중동경제연구소장

가장 큰 문제는 정보력 부족이다. 일본 경우 이라크 대사관에만 200명정도의 정보 요원이 나가 있다고 한다. 우리는 인력이 없어 김씨 사건과 관련해서도 접선이나 접근을 할 수 없었다. 그러다 속기만 했다. 정부 차원에서 정보를 수집해줘야 한다. 국가안전보장회의(NSC)에서 회의만 했지 결과가 없다. 김씨 장례 절차만 논의했나. 자체 분석 자료가 없었던 것 같다. 외교부나 청와대나 국방부 모두 외신이나 기다리는 꼴이었다. 우리 국가 전체의 정보력이 부족했다는 것이다. 정보를 분석할 수 있는 전문가들을 현지에 보내 육성해야 한다. 한국에 이라크 전문가는 한 명도 없다고 단언할 수 있다. 나도 이라크와 관련해 글도 좀 쓰고 인터뷰도 하고 전문가로 분류 되지만 솔직히 부끄럽다. 현지 한 번 방문하고 책 보고 쓰는 것만으로는 안 된다. 일본의 전문가들은 그곳에서 몇 십년씩 살면서 정보를 제공한다.

그러다 보니 현지 사정을 너무 몰랐다. 이라크는 결국 이라크인의 것이다. 국가를 지키기 위해서는 종파를 초월해 뭉친다. 그걸 너무 무시하고 우리는 그냥 이슬람이라고 얘기한다. 서희-제마부대가 그곳에서 한 일이 뭐냐. 한국인인 나도 모르는데 그 사람들이이 어떻게 아나. '평화재건'이라는 명분을 내걸었으면 뭘 했는지 보여줘야지.

현재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에미레이트 등 각 중동국가에 나가 있는 교민 수가 5000명정도 되고 장기 체류나 출장자를 합치면 1만명 가량 될 것이다. 이 사람들이 우리 경제에 아주 중요한 사람들이다. 우리 나라의 원유 수급 문제를 책임지는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 사람들을 위한 대책이 없다. 정부가 꾸준히 관심을 가지고 중동에서 우리 기업가들이 어깨 펴고 사업할 수 있도록 해줘야 한다. 그런데 정치권에서는 모든 사람들이 국민의 감성에만 기대고 표만 의식하는 것 같다. 문제점을 꼼꼼이 따져서 장기적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정부가 말로는 하고 실천은 안 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지난해에도 중동에 정보망을 구축하겠다고 했는데 이번에도 그게 전혀 가동이 안됐다. 파병 논리로 '이라크 특수'를 외쳤는데 실제로는 아무 결과도 없다.

지금 시점에서 철수냐, 파병이냐를 둘러싸고 논쟁을 벌이는 건 무익하다고 본다. 생각 같아서는 파견한 부대를 다 데리고 오고 싶지만 무책임한 거다. 부대를 다시 불러올 경우 미국이 가할 경제적 압력이 만만치 않을 거다. 일단 파병한 이상 미국과 협상을 통해 실익을 챙기는 과정을 거치더라도 파병문제를 재론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

"언론에도 잘못된 정보 너무나 많아…소수 전문가에 의존한 정보로는 한계 있어"


전완경 부산외대 아랍어과 교수(한국중동학회 회장)

이번 사건이 왜 일어났냐고 물으면 대답하기 굉장히 어렵다. 한가지 요인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 중 가장 중요한 원인은 아랍 사람들 특히 이라크 사람들은 한국이 미국의 협조자라는 인식이 강했던 것 같다.이번 사건을 통해 한국이 파병 결정을 미루거나 철회하게 만들려고 압력을 행사하려 한 것이다.정부대응의 문제점은 이번 사태나 중동지역에만 국한 된 것이 아니다. 전체적인 외교와 관련된 문제를 노출시켰다. 즉 일본이나 선진국처럼 지역 전문가가 없고, 각 지역 정보를 체계적으로 수집하고 정리할 수 있는 체계화된 정보 시스템이 없었던 것이 가장 큰 문제다.평상시에는 특별한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고 있다가 항상 이번 같은 큰 사건이 있을 때만 전문가도 아닌 사람들을 붙잡고 조언을 듣고 잘못된 대처를 하고 있다. 이는 정부뿐 아니라 언론도 마찬가지이다. 수많은 보도들을 보면 잘못된 정보가 너무 많다. 정부나 언론이나 모두 지역 전문가 몇 명에게만 의존해 정보를 얻는 것은 한계가 있다.미래를 내다보며 지역전문가를 양성하기 위해 꾸준히 투자해야 한다. 또 아랍권 국가에 한국을 계속 홍보할 필요가 있다. 한국은 아랍의 친구가 될 수 있으며 평화를 지키고자 한다는 것을 알려야 한다. 또 이번 협상과정에서 드러난 것처럼 정보를 축적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중동의 문화나 언어들을 잘 알고 그들과 협상할 수 있어야 한다. 또 냄비처럼 이번 사건으로 한번 떠들고 나서 잊어버리지 말고 계속해서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민관 협력 체제 없었던 점 아쉬워"






김선일씨 사망 소식을 들은 뒤 울부짖는 동생 정숙씨. 이들의 아픔을 치유할 길은 뭘까.[사진=동아일보]

이영태 한국외대 아랍어과 교수

이번 사태의 표면적인 이유는 한국의 이라크 파병이다. 파병이 없었으면 이런 일은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다.

테러리스트들이 원하는 실질적인 것은 파병 철회가 아니다. 그들은 한 사람의 무고한 시민을 해치는 게 파병을 막는 요인이 될 수 없다는 것을 안다. 다만 정권 이양기에 자신들의 존재를 알리고 권력투쟁의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려는 수단일 뿐이다. 고 김선일씨는 이러한 정치적인 이유의 희생자이다. 테러리스트 집단은 이와 같은 행동을 통해 선전 효과의 극대화를 바란 것이다. 집단의 이익을 위한 추악한 인권 위해일 뿐이다.

정부의 대응은 주어진 역량 안에서 할만큼 한 것이라 생각한다. 한국을 미국이나 일본과 비교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아쉬운 것이 있다면 민간 채널 강화를 통한 민-관 공조체제가 구축되지 못했다는 것이다. 가나무역 김천호 사장이 정부에 알리지 않고 스스로 해결하려 한 것은 이런 채널이 잘 구축되어 있지 않기 때문이다.

파병은 오랜 시간을 거쳐 협의를 통해 결정된 정책이다. 이번과 같은 희생이 있을 것이라는 것도 생각하고 내린 결정이다. 자이툰 부대원 3000명 중 60~70명이 내가 직접 가르친 제자들이다. 제자들을 파병 부대에 섞어 놓고 있는 선생 입장에선 반대할 수 밖에 없다. 하지만 지성인으로서 국제적 역학 관계나 우리나라의 사정과 같은 전체적인 틀을 보면 파병은 불가피한 것이라 생각한다.

"정치지도자, 종교지도자와 네트워크 구축해야"


장세원 명지대 아랍학과 교수

이 사건은 이라크 정권이양이 가까워 지면서 이슬람 세력간의 권력 선점을 위한 것이다. 무장세력 지도자의 대부분이 외국인 요르단이나 팔레스타인 출신이다. 이들은 이라크 내에서 반미 감정을 부활시키려는 의도를 가지고 있다.두번째 이유는 한국의 추가 파병을 원천적으로 막기 위한 것이다. 하지만 이는 단순히 한국만을 목표로 한 것이 아니라 최종적으로 미국을 목표로 한 것이다. 이라크, 더 나아가 아랍땅에서 미군을 축출하는 것이 이들의 목표다. 이들의 궁극적인 목표는 전세계의 이슬람화에 있다.이라크전이 발발하기 전인 2003년 1월에 이라크에 다녀왔다. 당시 한국에 대한 이라크인의 인식은 가까운 일본이나 중국과 비교해서도 매우 좋았다. 우리의 제품은 현지에서 인기가 좋았고 월드컵을 통해서 한국이 이라크에 잘 알려져 있기도 했다. 이 때문에 우리가 느끼는 배신감이 크다. 하지만 일부 정치적 테러리스트의 과격한 행동 때문에 반 이슬람, 반 이라크 같은 감정을 표출해서는 안 된다.고 김선일 씨 관련 동영상을 보면 그는 다른 미국인 희생자들과 같은 오렌지색 옷을 입고 있다. 이는 테러리스트들이 한국과 미국을 동일시 하고 있다는 것이다. 우리는 '평화와 재건'을 위해 이라크를 돕고 있다는 것을 알리는 적극적인 홍보가 필요하다.알 자지라나 알 아라비아 같은 아랍권에서 영향력 있는 매체에 홍보하는 것은 중요하다. 하지만 이들은 위성방송이기 때문에 수신기가 없으면 시청할 수 없다. 현재 이라크의 많은 가정에 수신기가 설치되어 있지 않다. 이러한 현지 사정을 고려하여 이라크 내의 통신, 언론 매체를 활용해 일반인들에게 많은 홍보를 해야 한다.이슬람 사람들의 특성상 그들은 지도자의 의견을 따르게 되어있다. 이 때문에 지도자와의 인적 네트워크가 중요하다. 이것이 바로 한국정부가 실패한 부분이다. 아랍이나 이슬람 전문가를 양성하고 이들을 통해 정치지도자나 울라마(이슬람 종교지도자)와 네트워크를 구축해야 한다. 이번 사태가 발생한 뒤 협상단이 구성됐지만 누구를 통해 테러조직과 접촉해야 할지 우왕좌왕한 것은 이러한 네트워크가 형성이 안 돼 있기 때문이다.
 
"정부, 미국 주도 전쟁의 연대세력 돼선 안돼"

홍미정 한국외대 중동연구소 연구교수

가장 큰 원인은 우리 나라가 미국에 동조해서 파병을 한다는 사실 때문이다. 어떤 이들은 이번 이라크전쟁을 기독교 대 이슬람교간의 종교적 대립 구도로 보는데 이는 사실을 왜곡하는 것이다.미국의 제국주의적 침략은 종교적 동기에서 출발한 게 아니라 원유 확보 등 경제적 이해관계 때문에 시작된 것 아니냐.특히 김선일씨가 피랍된 상황에서 정부가 파병 방침을 재확인한 건 현지 분위기를 전혀 파악하지 못한 것이라고 본다. 그리고 돌아가신 분에게는 송구스러운 얘기지만 그 분이 미군납업체 직원이었기에 아랍사람들 입장에서는 한국인이 현지에서 하는 일의 상징처럼 비쳐질 수 있다. 미국의 하수인이라고 생각하지 않겠나. 나만 해도 7월초에 팔레스타인의 국제문제연구소에 가기로 돼 있었으나 그쪽에서 요즘 아랍인들이 한국인에 대해 부정적 인식이 만연해 있으니 다음에 오라고 했다. 한국군의 파병 사실이 보도된 뒤 아랍인들이 한국에 대해 매우 기분 나빠하고 있다고 한다. 그 사람들은 우리를 침략자의 한 세력으로 볼 수도 있다. 우리는 도와준다, 재건이다 하는데 현지인들이 언제 도와달라고 했나. 현지인들이 도움 필요없다고 하는데 도움 준다는 게 말이 되나.정부가 미국과의 관계도 있어서 처신하기 힘들겠지만 스페인처럼 철군한 전례도 있으니 철회를 고려해야 한다. 노대통령이 이번 사건과 관련해 이번 단체를 테러단체로 규정함으로써 미국 부시대통령이 주창하는 '반테러전쟁'의 연대세력이 됐다.
by 선대인 2008. 9. 4. 16:58

17대 국회 개원을 앞두고 부실한 국회 예산 심의의 문제점을 짚는 기획을 연재했던 미디어다음은 8일 예산 심의를 강화하기 위한 방안 마련을 위한 좌담회를 마련했다. 이날 좌담회에는 지난 해 양당의 예산결산특별위원회(예결위) 간사를 맡았던 한나라당 이한구 의원과 열린우리당 이강래 의원이 참석했다. 여야가 예결위 독립 상임위화 문제를 놓고 논란을 빚고 있는 시점이어서 이날 좌담도 예결위 상임위 문제가 중심 화제가 됐다.

두 의원은 그 동안 국회 예산심의가 부실했다는 인식은 공유하면서도 처방은 다르게 내놓았다. 이한구 의원은 현재 특위로 돼 있는 예결위를 상임위로 만들어 예결위에서 예산의 전체 윤곽을 결정하고 각 상임위가 소관 부처의 구체적인 예산사업에 대해 심의하도록 하자고 주장했다. 이렇게 할 경우 예결위가 지역간 '나눠먹기'와 정치공방의 장으로 변질되는 것을 막고 예산심의의 전문성도 확보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반면 이강래 의원은 정부 예산안 제출 시기와 예산 심의 기간 등을 규정한 헌법 규정과 전문가 그룹이 예산 심의를 독점할 수 있다는 우려 등을 근거로 예결위의 상임위 전환에 반대했다. 그는 정부가 올해부터 탑-다운(top-down) 방식(예산기획처가 각 부처에 예산의 할당금액을 명시한 예산요구지침을 전달하고 각 부처는 할당금액 내에서 사업의 우선 순위에 따라 예산을 편성, 제출하게 하는 예산 편성 방식)으로 예산 편성 방식을 바꾼 것에 맞춰 기존에 형식화돼 있던 상임위 예비심사를 엄격히 하는 등 운영상의 개선을 강조했다.이날 좌담은 서울 강남구 역삼동 본사 소회의실에서 한 시간 반 동안 열띤 분위기 속에 진행됐다. 미디어다음은 두 의원간 토론이 충분히 이뤄질 수 있도록 토론에 개입하는 것을 최대한 자제했다. 다음은 좌담 내용 요약. (이한구 의원은 한, 이강래 의원은 강으로 표기) ▶▶ '국회예산심의' 게시판 바로가기
한나라 이한구의원 "예결위를 상임위원회로…예산심의 전문성 확보"
우리 이강래의원 "상임위엔 반대…대신 상임위 예비심사 엄격히"


미디어다음

=대의제 국가에서 대정부 견제는 국회의 입법권과 예산심의권을 통해 가능한데 그 동안 국회는 예산심의권을 충분히 행사하지 못했다. 행정부의 독단적인 예산 집행을 제대로 견제하지 못한 것이다. 두 분이 그 동안의 예산 심의 실태를 지켜보면서 느낀 문제점과 개선 방안에 대해 얘기해달라.




예산 심의 강화 방안에 대해 토론을 나누고 있는 이한구의원(좌)과 이강래 의원(우)
. 이강래 "예산심의 과정 정치성 배제 어렵다…지역민 이해도 대변해야"


=미디어다음 기사를 보았더니 운영과정의 문제점을 적시하고 있더라. 실질적으로 예결위에서는 예산안과 관련된 질의만 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정치 공세의 장이 되고 있다. 작년의 경우를 보면 예결위는 야당의 특검제 공세를 위한 장으로 활용되었다. 또 하나는 총선이었다. 총선을 염두에 두고 유리한 입지를 차지하기 위해 공세를 퍼붓기도 했다.또 하나 문제는 예결위 운영 기간이다. 예결위의 운영 기간이 헌법에 명시되어 있다. 정부 지출 계획안이 90일 전까지 제출돼야 하고 예결위에서 30일 전까지 예산안을 통과시켜야 한다. 결국 예결위 활동 기간은 60일 정도다. 예산 심의 기간은 다 해도 두 달이다. 여야가 일정을 합의하지만 제약이 있다. 정책 질의를 하지 않을 방법이 없다. 그리고 질의는 대부분 정치 쟁점과 관련된 것으로 흐를 가능성이 크고, 그렇게 흐를 때 막을 방법도 없다. 각 당에서 특별한 지침도 주지 않는다. 의원 개개인이 헌법 기관이기 때문이다. 이런 문제도 있다.예결위를 상임위로 바꾼다고 해도 이런 것들이 달라지지 않는다. 예결위 계수조정소위를 하게 되면 실질적인 논의는 그때부터 시작되는 것이다. 결국 삭감과 증액이 핵심인데 국회의원은 삭감에 중점을 두게 된다. 여당은 방어하고 야당은 삭감하는 것 아니냐. 그러나 행정부 동의를 구하는 문제가 있다. 행정부가 '노'(NO)하면 한계가 있다.지난 해에는 예결위 (계수조정) 소위원장을 누구로 할 것인가로 공방전을 벌였다. 이런 모습은 안타깝다. 미디어다음 기사를 보니 지방공항 관련 예산 문제도 짚었더라. 김제 공항 이야기도 있더라. 나 또한 김제공항 건설을 두둔한 발언도 했다. 그것을 잘했다는 것은 아니지만 기업 회계와 국가 예산은 다른 측면이 있다. 기업예산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타당성이고 이윤 극대화다. 경제적 타당성과 합리성에 위해 모든 가치가 결정될 수 밖에 없다. 그러나 정부 예산 편성에서 집행까지 모든 과정은 정치적인 성격을 띤다. 경제만 알아서는 곤란하다. 정치적 성격을 배제할 수 없다. 그러다 보니 경제적 합리성만 가지고 따지는 것은 한계가 있다. 물론 정치적 성격 때문에 자원배분이 왜곡될 여지도 있지만 정치적인 고려를 배제할 수 없다. 타당성이 떨어지고 종국에는 예산 낭비가 될 수도 있지만 이를 단순히 지역이기주의로 치부할 수 없다. 각 지역 주민들의 간절한 소망 사항이 있다. 국회의원이 그 목소리를 대신 내주지 않으면 묻힌다. 이러한 정치적인 고려를 줄여나가려고 노력은 하겠지만 예산 심의 과정에서 정치성을 완전히 배제하기는 어렵다. 이한구 "세금 나눠먹기 나라재정 엉망…전문가 참여하는 상임위로 전문성 확보"







=내가 3년간 예결위 간사를 하면서 느낀 문제점이 정말 많다. 예산심의 구조와 운영상의 문제점으로 나눠 얘기하겠다. 먼저 예산심의 구조상의 문제부터 얘기하겠다. 현재 예결위는 특위 형태로 50명으로 구성된다. 16대 의원 273명 중 50명은 굉장히 많은 인원이다. 또 겸임이다. 자연스럽게 예결위 위원들 대부분이 전문성이 없다. 정부가 예산안을 가져와도 그걸 꿰뚫어 볼 수 있는 사람이 없다. '눈뜬 봉사'라는 말도 그래서 나왔다. 의원들은 관심사가 한정되어 있다. 정부로서는 일하기 좋은 구조다. 그래서 이것 때문에 (예산 심의 과정이) 지난 몇 십년 간 예산 심의가 개판이 됐다.

형편없게 된 것이 경부고속철도다. 처음 사업 계획 발표 때보다 예산이 6배가 더 들어 갔다. 이런 예가 많다. 그런데도 책임지는 사람이 하나도 없다. 또 국민들이 낸 세금을 제대로 쓰는지 보라고 만든 것이 국회인데, 국회의원이 감시를 하지 않고 나누어 먹기 식으로 한다. 각 지역에서 나누어 먹기, 자기 몫을 얼마나 갖느냐에 관심이 있다. 그래서 실제 보다 예산을 더 많이 쓰게 되는 것이다. 예산안에 (예결위원) 의원이 하고 싶은 것 들어가고, 지역사업 들어가고, 들어가서는 안 될 것이 들어가고 이런 식으로 처리되었다.

또 심의 기간이 짧다. 정부 사업 프로젝트가 많고 이를 전반적으로 소화하는데도 기간이 필요한데 실제로 (심의) 기간이 짧다. 또 내용도 사업을 관장하는 사람이 아니면 알 수 없을 정도로 복잡하다. 그래서 대번에 누가 봐도 쉽게 알 수 있는 것만 논쟁이 된다. 정부가 일부러 말도 안 되는 사업들을 끼워놓기도 한다. 의원들에게 그런 예산들을 삭감해주는 척 하면서 정부가 정말 챙기고 싶은 사업을 지키기 위해서다. 그래서 2,3년 전에 추진하다 안된 것도 정부가 제목만 바꾸어서 또 내놓고 하는 일도 발생한다. 이래도 이것에 대한 심의가 없다. 내용의 방대함에 비해 심의 기간이 짧다.

정부는 자료 제출 안 하려고 하는 것을 자랑으로 생각한다. 오히려 이것을 잘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예산 심의 기간인 두 달만 넘어가면 된다고 생각한다. 그러니 거짓말이 대번에 나온다. 부실한 자료제출이 이루어지고 자료에는 거짓말이 횡행한다.

예산은 사업의 뒷면인데 현장하고 맞지 않는 것이 많다. 좋게 이야기하면 '탁상행정'이다. 그러나 실제로 현장에 가서 보면 탁상행정도 아니다. 전혀 현장과 맞지 않는다. (관료들이) 맞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도 예산안에 올린다. 이런 게 감사원 감사와 연결되도록 해야 하는데 심의 기간이 짧아 연계가 안 된다. 감사원도 적극적이지 않다.

예산심의가 결산이나 감사원 감사와 연결되지 않아 부실하다. 국정감사에서 지적된 예산안 삭감 내용이 예산안에 반영 돼야 하는데 대부분 의원들이 자기 (상임위) 분야에서만 국감을 한다. 그러다 보니 예결위와 국감이 잘 조정 안 된다. 예결위를 특별위원회 형태로 둬서는 불가능하다.

운영문제를 보면 야당은 정치공세의 장으로 이용한다. 50명의 의원들이 모이고 언론이 집중한다. 정치공세의 장으로 기가 막히게 좋다. 반면 여당은 행정부를 감싸는 장으로 안다. 더 나쁘다. 국회의원으로서 (대정부 견제라는) 기능을 안 하는 것이다. 정부의 말이면 무조건 옳다는 식이다. 국회와 행정부의 관계가 아니라 행정부의 대리인과 행정부를 공격하는 사람이 싸우는 장소가 되었다. 의회가 국민을 대신해 행정부를 감시하라는 건데 구조적으로 이렇게 운영되어왔다.

예산결산위원회가 상임위의 결정도 부정할 수 있는데 사실은 거기서 많은 삭감이 이루어 진다. 증액은 상임위의 동의가 필요하다. 각 지역구별로 여러 로비가 들어온다. 모든 정당에서는 이것을 활용하려 한다. 예결위가 싸움장으로 변한다. 싸움하다 보면 연말이다. 예결위에 너무 많은 부담은 안 된다.

예결위를 상임위로 바꾸자. 이렇게 하면 예산 심의의 규모를 분산시킨다. 예결위에서는 예산 총액과 기능별 할당액, 부처별 할당액만 정한다. 나머지는 할당액 범위 내에서 각 상임위에서 예산심의 해라. 사업 우선 순위를 정하라고 하면 된다.

그리고 예결위 인원을 줄이자. 절반의 인원으로 해서 전문가만 들어가자. 큰 것만 점검하면 되니까. 국민에 영향을 주는 큰 사업만, 중장기적 재정 문제만 심의하자. 의원들이 와서 힘도 못쓰고 지역구 챙기는 것도 불가능하게 하자.

심의 기간도 두 달로 하지 말고 정부 기획예산처에서 심의하는 것과 똑같이 하자. 상임위로 바꾸면서 5월말까지 각 행정 부처가 예산안 신청 자료를 내면 국회도 같은 자료를 받아 그때부터 같이 심의하자. 거기서 결정 나면 국회 본회의에 넘기자. 그러면 자연스레 심의 기간도 늘어난다. 부실한 자료제출 안될 것이고, 현장과 다르면 들통나고, 거짓말도 못하게 하자.

그러면 정치공세도 해봐야 효과가 없다. 예결위 규모가 작고 큰 정책의 흐름만 가지고 토론하기 때문에 정치공세가 잘 안 된다. 지금보다 휠씬 낫다. 의원들도 각 상임위원회에서 심의하고 국정감사 하고 거기서 얻은 지식으로 자기가 취급하고 있는 사업의 우선 순위를 정할 것이다. 이것에 따라 예산을 배정하면 된다. 의원들이 활동하기도 좋고 정부 각 부처에서도 예결위에 와서 모르는 사람에게 사업 설명하는 것보다 더 낫다. 예결위원에게 얘기해봤자 몇 명만 빼고 못 알아 듣는 사람이 많다. 지금 상태로는 각 정부 부처에서 일하기도 힘들다. 각 상임위에서 예산심의를 하도록 하자. 그러면 상임위가 책임을 지게 돼 예산 심의도 잘 되고 결산 심사도 잘 된다. 그리고 정치인이니 정치적 고려를 안 할 수 없지만 최대한 하지 않으려고 노력해야 한다. 그런 정치적 고려들을 예산안에 그냥 반영하면 나라가 잘 되겠느냐. 분야별로 최대한 합리적인 결정을 하려고 노력해야 한다. 지금 재정이 엉망진창이다. 그걸 들여다보고 있으면 겁이 덜컥 난다. 지금 이것을 단절하자. 이강래 "전문가가 예산심의 독점도 폐해…상임위 예비심사를 엄격하게"







=이곳에 오는 도중에 작년 8월에 나온 재정개혁방안에 관한 연구보고서를 봤다. 좋은 내용이 많더라. 예결위를 상임위로 바꾸자는 주장이 있더라. 이는 장기적으로 맞지만 준비할 것이 많다. 많은 과제가 남아 있다.

이한구 의원은 지난 16대 때 전국구 의원이었기 때문에 잘 모를 수 있다고 생각한다. 나는 지역구 의원이었다. 예결위를 매년 새로 구성하고 50명으로 하는 이유가 있다. 수요 때문에 그렇다. 예결위를 해보고 싶은 국회의원들의 수요가 있다. 지역구 의원에게는 특히 그렇다. 50명씩 4년 하면 200명 정도다. 지역구 출신은 대부분 할 수 있다. 농촌은 수요가 더 크다. 이런 현실을 무시할 수 없다. 전체적인 합리성만 가지고 하자는 것은 안 된다. 특위를 50명씩 하는 이유는 이런 것이다. 국회의원은 전문가집단이 아니다. 재정전문가를 공채하는 것이 아니다. 그러니 각 당에서 이런 전문성을 띤 사람을 예결위에 배치해야 한다. 이번에 한나라 당에는 재정학자 출신 당선자가 있다. 국회를 위해 좋은 일이다. 그러나 그 몇 사람들이 나라 예산을 주물러서는 안 된다. 이는 오히려 전문성 부족보다 더 심각할 수 있다. 몇몇 전문가가 예산심의를 독점하는 폐해를 가져와선 안 된다. 상임위의 예비심사제도가 잘 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더더욱 그렇다.

예결위를 상임위로 바꿔도 한나라당 안에서부터 반발이 있을 것이다. 다른 상임위는 껍데기가 되기 때문이다. 예결위를 해보고 싶은 욕구를 가진 사람 입장에서 보면 예결위를 20명으로 만들어서 2년씩 전문가가 하게 하면 각 상임위 별로 불만이 많을 것이다. (예결위를) 상임위로 바꾸면 소관부처를 기획예산처, 감사원, 재경부의 결산 부분만 하겠다고 해놓았지만 예산 심의는 이들 부처만 대상으로 할 수는 없다. 예결위가 예산심의를 하다 부르면 각 정부 부처가 가지 않을 방법이 없다. 예결위가 예산 전체를 주무르기 때문이다. 예결위의 권한을 더 집중화함으로써 생기는 폐단이 있을 것이다.

국회법 128조 2항을 보면 결산 자료 제출요구는 5월말까지 할 수 있게 되어 있다. 결산을 바꾸어야 한다. 지금은 결산이 형식화되어 있다. 그래서 회계감사권의 이관 문제도 나오는 것이다.

6,7월 정기 국회 전에 예결위에서 결산문제를 매듭지을 수 있다. 졸속으로 흐르는 것을 막는 것이다. 국회내의 예산정책처가 생겨서 한나라당이 예산안 문제를 상의하자고 한다고 하는데 예산정책처가 야당 기관이냐. 국회의원의 전문성 부족을 보완할 필요는 있다. 그러나 이런 식이면 예산정책처가 야당 기관이 될 가능성이 크다. 국회의원에게 전문성을 요구하는 것은 무리다. 제도로 보완해야 한다.

상임위 예비심사제도를 활성화하기 위한 좋은 기회다. 올해부터 정부의 예산 편성을 탑-다운(top-down) 방식으로 하기로 했다. 올해 처음 시행하는 것이므로 정착에는 시간이 걸릴 것이다. 여기에 맞춰 각 상임위에서 예산에 대한 실질적 결정권을 갖고 있어야 한다. 상임위의 예산안 예비심사제도를 실질화해야 한다.

지금 또 하나의 문제는 헌법 구조이다. 정부의 예산안 제출 기한 등이 헌법에 규정돼 있다. 심의는 두 달 동안 해야 한다. 그 기간 동안 복잡한 정책질의 하지 말고 상임위 예비심사를 미리 해서 그것을 예결위에서 종합해서 심사하고 끝내는 것이 맞다. 탑-다운 방식이기 때문에 거기에 맞춰 예산심의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

예산 심의 과정의 정치적 성격을 배제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내 지역구가 남원-순창인데 재정자립도가 남원은 12.8% 순창은 11.3%다. 재정자립도가 이렇다 보니 나머지는 중앙정부에 의존한다. 지역 입장에서는 몇 억이라도 더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걸 지역 의원에 기대하고 있다. 지방자치단체가 중앙정부에서 얻어오는 것은 한계가 있다. 지역구 국회의원이 해주어야 한다. 그런 수요는 합리성이라는 측면에서 무시할 수 없다. 예결위를 전문가 중심으로 운영한다는 것도 적절치 않다. 국회의원 모두가 참여할 수 있는 방식이 돼야 한다. 소수 전문가로 예결위를 채우자는 것은 위험하다. 이강래 "헌법에 예결위 활동기한 명시…예결위 상임위화(化)는 불가능"

이한구 "예결위가 상임위 아닌 나라가 있나…예결위 상임위화(化) 지금이 적기"







=이강래 의원도 아까 장기적으로는 상임위로 바꾸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그럼 언제가 상임위로 바꾸기 위한 적절한 시기인가.



=미국처럼 예산안이 법률 형식을 띠어야 한다. 법률안 제출권은 의회에 있고 예산심의는 법률안 심의와 동시에 이루어 진다. 이런 제도적 정비가 있을 때 가능한 일이다.



=구체적으로 어떤 조건을 바꾸자는 이야기인가. 헌법을 바꾸면 하겠다는 이야기인가. 예결위를 상임위로 만드는 것이 헌법 사항이라고 한다면 할 말이 없다. 나는 정부의 예산 편성 방법이 탑-다운 방식으로 바뀌었기 때문에 거기에 맞춰 예결위를 상임위로 만드는 것이 지금이 적기라고 본다.

이제부터는 기획예산처가 예전과 달리 개별사업을 따지지 않고 분야, 기능, 지역별로 부처별 할당을 한다. 행정부 편성과 같은 접근방식으로 예산 심의도 그렇게 하자는 것이다. 각 부처의 사업 우선 순위를 행정부 내에서 조정할 때 나름의 가치관과 기준이 있을 것이다. 국회가 그 기준에 비춰봐서 맞는지 아닌지를 보면 된다. 각 부처가 자율에 따라 예산 할당량을 받아내면 각 부처가 받은 할당량 내에서 사업 운선 순위에 대해 상임위가 심의하게 하자는 것이다. 정부가 탑 다운 방식으로 하겠다니까 예산심의도 그렇게 하자는 것이다.

또 지역 수요를 고려하는 문제는 별개 문제다. 그게 지역별로는 일리가 있겠지만 국가 전체 차원에서는 낭비 요인인 경우가 많다. 물론 지역 수요를 전부 부정은 못한다. 국회 각 부처 상임위에서도 지역 수요를 고려할 것이다. 예산결산 상임위원회의 예산 심의 때도 그 기준이 들어가지 안을 수 없다. 하지만 객관적인 기준을 정해 처리해야지 개별의원의 활동을 봐주자고 하면 예산문제 해결은 불가능하다.

지역구 의원의 수요는 있다. 그래서 분산 시키자는 것이다. 예산의 큰 윤곽에 대해 지역구 의원들은 관심 없다. 각 상임위에서 전략적으로 기획하면 의견을 반영할 기회가 많다. 예결위에는 재정 전문가, (지역이 아닌) 나라 전체를 보는 시각을 가진 사람들이 들어와야 한다. 그 사람들이 개별사업을 터치하지 못한다. 전체 예산 규모, 부처별, 기능별, 정치 사회 문화,때로는 낙후된 지역의 개발 등 공평성의 관점에서 국가의 기능을 추구해야 한다. 상임위 예비심사는 이강래 의원이 지적한대로 휠씬 더 개선해야 한다. 개선을 안 하려는 것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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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한구 의원 말대로 상임위가 된 예결위가 예산의 윤곽을 잡는 역할만 한다면 예결위를 하려는 지역구 의원들의 수요는 줄어들 것 같다. 아까 이강래 의원이 지적한 문제는 해결될 것 같은데 어떻게 생각하는가.



=예결위가 상임위 활동을 규율한다. 예결위를 특위로 만들어 놓은 것은 16개 상임위 위에 있도록 한 것이다. 예결위를 다른 상임위와 나란히 병렬적으로 놓아서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현재 상임위 예비심사는 형식적이고 실효성이 없다. 예산에 대해 실질적으로 따질 수 있는 것이 없다. 예결위에서 예비심사 결과를 참고 안 하기 때문에 결정권이 없다. 결정권이 없으니 기획예산처로부터 의미 있는 답을 얻을 수가 없다. 그래서 결국 예결위에서 증액하고 끼워 넣고 지역의 민원 해결 창구로 쓰는 것이다.

예산안이 총액으로 주어지면 이를 구체적 사업에 어떻게 배정하느냐 하는 것은 각 부처가 담당하게 된다. 국회도 하나 하나 사업을 따지면서 예산을 심의할 수 있는 계기가 된다. 특위냐 상임위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다. 상임위 활동을 통해 예산심의를 실질적으로 강화하는 것이 중요하다. 예결위를 상임위로 바꾸기 어려운 것은 헌법에도 명시되어 있다. 헌법에 예산안 제출 시기와 활동기간이 정해져 있다. 활동 기간이 한정돼 있는데 예결위를 상임위로 만들 필요가 없다. 지금 특위 상태에서도 조기결산 할 수 있도록 되어 있다. 두 달동안 예결위를 하면 상임위 예비 심사에서 걸러진 것을 가지고 하는 것이기 때문에 특위냐 상임위냐, 형식의 문제가 아니라 상임위를 어떻게 실질화할 것이냐 하는 운영의 문제다.



=탑-다운 방식에서는 각 부처가 기획예산처에 신청하면 기획예산처가 어느 정도까지 해도 된다고 각 부처에 큰 틀을 결정을 해준다. 그것을 가지고 각 정부 부처가 국회 상임위에 가서 이렇게 되었으니 부처별 예산의 우선 순위를 논의해보자는 것이다. 그런데 상임위에서 결정할 수 있으니 예비 심사하겠다고 나오겠나. 예결위가 특위로 있는 한 특위로 오면 상임위에서 한 게 다 도로아미타불이 된다. 예결위를 상임위로 만들어야 각 상임위도 예비 심사를 제대로 할 수 있다. 선진국이라면 모두 다 이렇게 예결위를 상임위로 해놓았다. 선진국 중에 안 하는 곳을 알면 이강래 의원이 한 번 말해보라.



=나라마다 다 상황이 다르기 때문에 외국과 그대로 비교해서는 안 된다. 상임위와 특위의 차이는 실제 운영의 차이이지 제도의 차이는 없다. 사실 현재로도 예산결산위원회가 상설화 돼 있어서 일년 내내 할 수 있다.



=말만 그렇지 다른 상임위와 겸임하도록 돼 있는데 그게 가능한가.

이강래 "예결위 상설화엔 야당의 정치적 목적…정치공세 1년내내 하겠다는 뜻"

이한구 "행정부의 방만한 예산 집행 막아야…예산주권 국회에 돌려줘야"







=예결위를 상임위로 만들어 봤자 위원회 임기 차이 외에 달라질 것이 없다. 정부의 사업 계획이 5월말까지 만들어지고 예산 배정이 끝난다. 정부의 예산편성 과정 중에 점검할 수 있다. 따라서 국회 운영이 개선되어야 한다. 예결위를 상임위로 만든다고 달라질 것이 없다. 결국은 예결위원 수를 줄여서 몇몇 전문가들이 독식하겠다는 것이다. 독식하면 안 된다.

솔직히 예결위를 상설화하자는 주장에는 정치적 목적이 있다. 일년 내내 소수 전문가들이 국회를 장악하자는 목표가 있다. 예산심의가 야당의 무대가 될 건 뻔하다. 이것을 상설화해 자신의 확실한 무대로 만들자는 것이다. 정치공세, 폭로 공세를 일년 내내 하겠다는 것 아닌가. 지금의 문제는 예결위의 형식 문제가 아니라 운영의 문제이다. 예산 심의 과정에서 제일 취약한 부분이 상임위 역할이다. 정부의 탑-다운 방식 예산 편성에 맞춰 각 상임위의 예비심사를 내실화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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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강래 의원 지적대로 지난해 예결위에서 야당은 특검 공세로 일관했다. 추후 근거 없는 것으로 드러난 폭로가 많았다. 여당으로서는 당연히 우려할 수 있는 부분이다. 예결위를 상임위로 만들 때 그 같은 우려를 해소할 수 있는 방안이 있나.



=그런 논리라면 야당이 모든 상임위에서 할 수 있다. 지금까지 예결특위에서 정치공세를 하는 이유는 특위가 의원 50명의 거대한 집단이기 때문이었다. 예결위를 다른 상임위처럼 크기를 줄이면 이러한 점을 막을 수 있다.



=그렇지 않다. 예결위를 상임위로 바꾸면 항상 언론이 주목할 것이다. TV카메라가 항시 대기할 것이다.



=예산결산 특위도 상설화 돼 있는데 왜 이 모양인가. 겸임 제도 때문이다. 국회의원은 정신이 없다. 지금까지 예결위 정원이 모아지지 않아 예산 심의가 부실화된 적이 많았다. 상임위에서 예비심사하는 것이 의미를 갖도록 하려면 여기서 결정된 것이 예결위에서 거부되지 않아야 하는데 특위 시스템에서는 상임위에서 예비심사를 해도 거부당한다. 예결위에서 조정하다 보면 상임위 심사 내용이 잘려나간다. 예결위 심의 과정에서 이상한 세력이 개입해서 실세가 재미 보고 지역구 이익에 따라간다.

정치논리를 어떻게 반영할 것이냐 하는 게 큰 고민이다. 지난 해 예결위위원장 자리다툼도 정치적인 논리에 따른 것이다. 정치논리를 어떻게 반영할 것이냐. 하나는 국정을 운영하는 이념이 있다. 여야의 차이, 지역에 따른 차이가 있을 수 있다. 지역을 어떻게 배려 할 것이냐, 이념을 어떻게 구현할 것이냐에서 여야가 다를 수밖에 없다.

이런 부분은 상임위화된 예결위에서 다루자. 예결위가 정한 범위 내에서 지역사업 챙기고 하는 정치 논리가 있을 수 있다. 의원들이 자신들의 지역구의 중요한 사업이 무엇이며 이를 실현하기 위해 적절한 상임위가 어디인지를 선택해야 한다. 그 상임위에서 관계된 사람들을 설득해서 자기 지역의 사업이 성사되도록 노력해야 한다. 지금처럼 지역 사업을 시장 같은 곳에서 팔고 사는 식으로 해선 안 된다. 국회의원을 정상인처럼 살게 만들자. 내가 예결위를 여러 차례 했는데 지금 같은 식으로 예결위를 오래 하면 사람 미친다.



=이한구 의원께서 예결위 성원이 안 되서 심의가 잘 안된다고 했는데 다른 상임위와 겸임하게 해서 성원이 안 되는 것이 아니다. 핵심적인 쟁점이 없을 때 사람이 없는 경우가 많다. 겸임이기 때문에 문제는 아니다. 예결위가 특위면 상임위 예비심사를 무시하고 상임위로 바꾸면 예비심사를 존중하나. 반대다. 특위는 종합 센터의 성격이 있다. 예결위를 상임위로 하면 다른 상임위와 배타적인 상임위가 될 것이다. 다른 상임위와 충돌할 수 밖에 없다.



=상임위화 된 예결위에서는 전체 예산사업의 우선 순위를 심의해서 결정만 한다. 다른 상임위와 어떤 충돌이 생긴다는 것인가.



=예결위에서 예산안의 큰 틀만 본다면 예산 심의 자체가 더 후퇴하게 될 가능성도 있다. 수박 겉 핥기로 갈 가능성이 있다. 헌법에 명시되어 있는 심의 기간 문제 때문에 특위로 운영하는 것이다. 상임위 예비심사기능을 강화하면 된다. 운영을 효율적으로 하면 된다. 정치논리는 예결위가 상임위 된다고 없어지는 게 아니다. 솔직히 정치적인 것을 배제하면 왕따가 된다. 내가 지난 해 보니 이한구 의원이 고지식할 정도로 예산의 합리성을 따져서 당에서도 왕따가 되는 걸 봤다. 물론 지나친, 말도 안 되는 정치논리는 배격해야 한다. 하지만 합리성을 극도로 내세워 정치적 고려를 전면적으로 배제할 수는 없다. 경제적 합리성으로 모든 것을 재단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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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강래 의원께서 상임위 운영을 실질화하자고 했는데 사실 그 동안 상임위를 실질화하자고 해도 잘 안 되지 않았나.



=더 성실해져야지. 전반적인 태도도 바뀌어야 하고. 언론 등 밖에서 더 채찍질해야 한다. 국회가 열리지 않아도 상임위원회는 열 수 있다.



=예결위도 꼭 같이 그렇게 하자는 것이다. 하지만 그게 아무런 제도적 뒷받침 없이 잘 되나. 공부 못하는 사람이 공부 잘하는 사람 보고 '나도 노력만 하면 저 정도는 할 수 있다'고 하는 꼴이다. 하지만 문제는 공부를 열심히 안 하는 사람을 어떻게 열심히 하게 할 거냐 하는 거다. 그걸 하자고 예결위를 상임위로 만들자는 거다.

그 동안 전국구의원을 하다 이번에 처음 지역구 의원이 됐다. 나도 지역을 전혀 고려 안 할 수 없다는 건 알고 있다. 그러나 지금처럼 각 지역구 의원들이 자기 지역사업만 챙기다 보면 나라 발전이 안 된다. 지역구 의원도 전국적인 차원에서 예산을 심의해야 한다. 부실한 심의 때문에 개별 지역이나 의원의 이익 챙기기로 간다. 행정부의 방만한 예산 집행을 방치하고, 오히려 쓸데 없는 예산을 만들어 내게 하는 우를 범하고 있다. 예결위가 싸움장이 안 되게 하려면 예결위를 상임위로 돌리고 예산 주권을 국회에 돌려주자. 예산 심의권을 분산시키자. 헌법상의 심의 기간 문제는 없다. 모든 상임위 예비심사는 기간에 상관 없이 언제나 할 수 있다.
by 선대인 2008. 9. 4. 16:56